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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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의 `임시 교사`에 필이 꽂혀 - 잘 쓰는 작가라 생각하여 읽은 책이지만, `담요`는 조금 재밌고, `여자들의 세상`도 좀 흥미로웠으나... 그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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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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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작가들보다 깊이있는 작가를 읽었다.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아직 익지 않은 겉저리같은 맛을 보았다면,

권여선의 작품에서는 묵은지같은 깊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모'의 삶에서 느끼는 비애나,

'봄밤'에서 읽게 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존재의 이유 같은 것들을,

아직 어린 작가들은 직접 말하는데,

권여선은 '인물'로 그려서 보여준다.

단편이 만들어내기 힘든 경지인데,

그들은 술을 마시면서 한 세상을 살아 간다.

 

'카메라'가 갖는 사람의 의미에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들,

'층'이 보여주는 인격의 다양한 층위, 건장한 몸과 맛깔난 음식과 감춰진 성격...

 

작가가 '봄밤'이란 제목을 그리도 사랑했다 했지만,

역시 편집자들의 '주정뱅이'가 판매에는 일조한 모양이다.

 

인생은 '봄밤'의 아스라한 으스름달과 같이

우수 속에 흐르는 감미로운 엘레지에
꺽꺽거리며 우는 소리처럼 가슴답답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그들'의 사랑처럼, 갈곳 모르고 표류하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책팔기엔 '봄밤'보다 '주정뱅이'가 더 쎄니깐.

 

우리를 술푸게 하는 것들...은,

안톤 슈낙의 <초추의 양광>이기도 한 것이니깐.

 

성가시고 귀찮은 것이 삶이고, 인간이다.

부박한 인간 사이에서 남의 손바닥에 상처를 남긴 여자가,

자신의 손바닥에 상처를 남긴다.

그저, 삶은 그런 것이다.

죽이지 않은 게 어디냐면서 위로받는 것.

 

나도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지는, 않았겠지.

불가촉천민처럼, 아무에게도, 가닿지 못하게. 내 탓도 아니고, 세상 탓도 아니다.

그래도 내가, 성가시고 귀찮다고, 누굴 죽이지 않은 게, 어디냐?

그냥 좀, 지진 거야. 손바닥이라, 금세 아물었지.

그게 나를, 살게 한 거고.”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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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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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코난이나 김전일은 '私刑'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살인사건의 해결 뒤에 선 범인은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함을 '자력구제'의 형식으로 해결하려던 것.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이 책은 주말에 읽었어야 했는데,

어중간한 시점에 시작해서 밤잠을 설치게 만든 책이다.

그리고, 이 작가의 책을 구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이 탓인지, 집중력 탓인지, 세상 탓인지,

추리물이나 읽게 된 것이 몇 년 된다.

 

재판이란 게 다 운에 달렸어요.

피고인이 만나는 변호인, 검찰관, 재판관,

그런 사람들의 편성으로 재판이 좌우되는 거죠.(72)

 

그렇다.

법이란 것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과정 역시 인간의 두뇌가 벌이는 게임과도 같은 것이다.

 

사형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피해자의 감정을 유린하는 행위(98)

 

아이들에게 토론 공부를 시킬 때, 반드시 넣는 것이 사형의 존폐에 대한 것인데,

역시 결론이 없어 재미있는 토론이 된다.

사형에 찬성하는 쪽이 반드시 들고나오는 것은 피해자 가족의 감정이다.

 

사람이 사람을 정의라는 이름하에 심판하려 할 때

그 정의에는 보편적인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110)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사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히틀러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그를 사형대에 올렸어야 했고,

현대 한국사에서도 반드시 사형에 처했어야 했던 인간들이 여럿 있어서다.

사형은 개인적 범죄보다는 이런 사회적 파국을 야기한 인물들에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침투하여 그 토대를 들어내는 것이다.(131)

 

이건 주인공이 피해자를 생각하며 든 것인데,

과연 사건에서 피해자는 온전히 피해자일 뿐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꼬이고 또 꼬인 클라인 씨의 병이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식적인 판단을 유보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책을 덮으면서,

어떻게든 유리가 힘을 내서 살아주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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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로 간 예술가들 -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산촌 생활자 이야기
박원식 지음, 주민욱 사진 / 창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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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속박이다.

자본의 삶에 속박되어 이 회탁의 거리에서 슬렁거리며 헤엄치는 어항 속의 금붕어 같은 신세고,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엄한 서슬에 눌려 산다.

 

 

깨달음이란?

어려운 질문이에요. 그러나 굉장히 쉬운 얘깁니다.

깨달은 자는 더 이상 무엇에 이끌려 사는 게 아니라,

내 맘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

스승이나 제도에 걸리지 않고,

자신을 맘대로 가지고 놀아요.

내게는 그림의 세계가 바로 그 노는 세계입니다.(289)

 

자연스럽게 사는 일,

자유...

조르바가 원하는 삶은 그런 것이었던가.

예술가만큼 자유를 원하는 이들도 힘들 것이다.

 

요즘 지방도시 곳곳에 가면 '프로방스 빛 축제'라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엑상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지역인데, 뭐 시골인 셈이다.

자연 경관이 수려하고 북부의 공업도시들에 비하여 전원의 대명사인 듯.

그러니 프로방스에는 캄캄한 암흑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온갖 나무에 조잡한 전구들을 달아 두고 빛 축제라고 돈을 받는다.

 

번잡하고 돈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욕망의 도시를 벗어난 예술가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그들이 사는 환경을 멋진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은 좀 아쉽지만,

간혹 만나고 싶은 얼굴을 만나는 일은 담백한 기쁨을 주기도 하고,

만다라의 김성동처럼 견디는 눈동자를 만나면 찡~하기도 하다.

 

내 나이 일흔 다섯,

충분히 늙었어요.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산다는 거, 별것 아니더군요.

결국은 욕심을 줄이는 일에 달렸어요.

자연을 섬세하게 관조할 수 있다면, 욕망을 순하게 이끄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날뛰는 욕심을 어느 정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겁니다.(94)

 

쉰 고개를 넘자 늙음에 대해 마음이 쓰인다.

박범신의 '은교'를 속세에서 노인과 청소년의 섹스 파동으로 몰아간 것은 좀 웃기지만,

난 그 소설을 박범신의 최고봉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늙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그린 소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그를 만나 좋았다.

 

좋은 음악이란?

자기만의 얘기를 담는 게 좋은 음악 아닐까?

상투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그 속에서 사소한 일상이나 풍경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거나 다르게 보는 것,

이게 음악이고 글이고 미술.(51)

 

결국 어디서나 등장한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은 남들이 끄달리는 욕망과 다른 무언가를 찾는 것.

 

어쩌면,

완벽하다 생각한 순간 그것으로 끝일지도 모르죠.(77)

 

도공은 완벽을 믿지 않는다.

삶에도 완벽은 없다.

날마다 흔들리면서 건너는 출렁다리 같은 것이 하루하루다.

 

남들 눈엔 유유자적으로 보이는 삶도,

누구나 그렇듯이 알고 보면 그 안에 격렬함과 숨막히는 불안이 서려있기 십상이다.

문제는 내가 나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186)

 

자신의 재목을 잘 파악해야 한다.

무조건 달리는 것도 대수가 아니고,

스스로를 재우치는 것도 길이 아니다.

자신의 격렬한 불안을 이해하고 푸는 방식을 찾는 것이 능력인 셈.

 

소나무는 불량 목재...라는 관점은 새롭다.

소나무밖에 없었으니 소나무를 썼을 뿐이죠.

소나무 자체가 값싼 나무에 속해요.

침엽수 특유의 한계를 자명하게 드러내죠.

최고의 목재는 북미산 활엽수, 즉 호두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불행히도 한국의 기후풍토 속에서 활엽수는 거목으로 자라질 못해요.(247)

 

아,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온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한국의 정치판 안에 가져다 두면

그 썩은 가신들의 속에서 피가 말라 가듯이...

한국의 대학에서 똘똘 뭉친 집단의 힘을 느끼면 외부자는 견디기 힘들듯이...

거목으로 자라기 힘든 토양이라는 것은...

 

청춘이란 대체로 쫓기는 운세를 달고 산다.

불안한 미래에

소동과 불화로 점철되는 사회에,

억압된 꿈에 짓눌리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범이 무섭다고만 할 수 있나.

범이 쫓아오지 않는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241)

 

미대를 나와 화가를 하다가 목수로 변신한 사람도 있다.

불안한 청춘은 나이가 먹어도 마찬가지.

동안을 선호하고,

아줌마 아저씨 몸매를 버리고 몸짱이 되길 원하는 게 세태다.

찌는 듯한 여름도, 이렇게 하루 아침에 가을이 되거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웃는 표정이 많이 남아 있다면 그대는 세상에 보시를 한 것이다.(55)

 

이 책에서 시골로 들어간 이들은,

현실에서 패배한 자들일 수도 있다.

루저 외톨이 상처뿐인 머저리~~

그렇지만, 그들의 삶이 실패한 것이 아닌 것은 그들이 시골에서 꿋꿋하게 삶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보통은 나의 기대와 상처, 바람을 싣고 상대를 바라보죠.

자연엔 그런 게 없어요.

묵묵한 수굿함이라고나 할가.

그게 자연의 미덕이죠.

자연을 배우며 가볍게 살고 싶어요.(41)

 

어리숙함이 싫던 시대도 있었다.

좀 반들거리고 싶던 나이도 있었다.

이젠 알겠다.

묵묵한 수굿함, 좀 어리숙한 촌티가 매력일 수도 있다는 것이.

화사한 웃음도 행복을 주지만,

웃음에 낯익지 못한 비죽한 서산 마애불의 미소도 한 세상인 것을.

 

시골을 예찬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삶에는 비교처럼 무의미한 게 없다.

이 책에서 비교하지 않고 사는 삶,

그게 자유임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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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1~2 세트 - 전2권
시니 글, 혀노 그림 / 영컴(YOUNG COM)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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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무엇인가가 간절히 필요하고 그리울 때는,

그가, 그것이 없을 때이다.

담배를 피우는 이는 담배가 떨어졌을 때 - 요즘은 편의점이 있더라만 - 금단을 겪게 되고,

연인은 이별 후에 그의 의미를 곱씹게 되듯...

 

날마다 주어지는 삶과,

나의 눈에 보이는 내 손과 다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며 사는 하루하루에는 모른다.

그 삶이 언젠가는 참으로 소중하며, 되돌리고 싶은 순간으로 남을는지도...

 

그래서 인간은 시속 백킬로가 느리게 보이는 도로에서 과속을 하게 되고,

차와 차 사이로 칼치기를 하고 다니며,

죽음은 자신과 전혀 무관할 것처럼 날마다를 산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인간이다.

살아있을 때, 지금 죽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잘 살아야 한다.

 

잘 사는 일은,

열심히 사는 일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순간을 즐기며 사는 일이지,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삶도 아니다.

 

이 책에서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버리며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나,

불행한 현재의 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불행하게도 범죄자를 만나 살해당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죽음을 통하여,

내가 사는 오늘은 어떤 빛으로 채울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혼자 조심하기보다

중요한 건 서로 조심하는 거야.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게

결국 자신을 위하는 게 되는 거거든.

 

도로에서 제발 목숨걸고 달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이성은 무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팍팍한 각자도생의 시대라하지만,

삶을 잘 영위하는 일은,

필생의 화두다.

 

그 화두를 안고 걷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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