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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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책,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신생 시기,

웨스트에그 섬에서 이스트에그 섬을 바라보며 그 빛을 동경하던 이야기였고,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 역시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드디어 패권을 잡던 시기의 이야기였다면,

'선셋' 파크의 인물들은 파편화된 인물들로써,

영광의 시대보다는 그날그날의 삶에 허덕이는 삶들이다.

 

한국인들이 이런 작품들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영어로 '운수 좋은 날'을 읽는 현대 미국인이 1920년대 한국의 빈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2011년 월가를 휩쓴 '아큐파이'의 배경과 겹치기도 한다.

그들의 영광은 군산복합체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그들은 끝없는 침략을 '평화'의 이름으로 호도했을 뿐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제3세계로 전가되기도 하고, 자국의 젊은이들에게도 미래를 박탈하는 셈이 된 것.

 

올해 미국 대선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듯.

가진자들의 대표로 나선 힐러리 역시 멍청하고 부패했으며,

상대방의 험악한 말투에 매력을 느끼는 세력이 커진다 하니,

아들 부시처럼 또 개표가 애매한데 법원에서 패쓰 하는 건 아닌지...

그 파장은 내년 한국 대선까지 이어질 법 한데...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328)

 

주인공은 출판사 사장인 부친 밑에서,

영화배우인 모친과 새어머니 밑에서 자라지만,

결국 곤란한 과거를 되새기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온갖 전쟁의 주범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렇게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들일는지...

 

마일스는 보비가 죽었는데 자기는 살아있다는 슬픔으로 인한 자책감 때문에

뭐든 희생할 필요가 있었던 것.

그래서 그의 삶에서 그 시점에 가장 좋아했던 일을 포기했다.

억지로 그만둔 것과 하기 싫어 그만둔 것이 같을 수는 없다.(198)

 

2001.9.11을 겪고도 석유 전쟁으로 이라크와 시리아를 불바다로 만든 나라,

그들의 소설 속에서 묻어나는 슬픔과 자책은 의미있다.

 

마일스의 여친이 필라 산체스라는 쿠바 출신 미성년이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아, 소설 자체는 그닥 재미가 없다.

의미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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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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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울 때 나를 받쳐줄 사람이 필요하다.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를 나로 인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 하지만 그건 모두 자기를 위한 거야.

공리주의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헌신이든 모두 자기 이익을 위한 거야.(1권, 158)

 

히라노게이치로의 '일식'을 좀 읽다가 집어던진 기억이 난다.

다시 읽고 싶지는 않은데,

이 소설 역시 집어던지고 싶었으나,

꾸역꾸역 읽었다.

 

일단 '결괴'라는 말 자체가 흔히 쓰는 말이 아니고,

방둑 따위가 결국 터져버리는 일이라 하는데...

소설의 내용과도 그닥 어울리지도 않는다.

다카시의 심리를 읽어 봐도 어떤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터져버리는 것 같지는 않다.

 

형사가 나에게 '정체를 밝혀'라고 소리치더군.

정체라니, 나에게는 다른 얼굴이 너무 많아.

어떤 게 진짜인지 알 수 없어.

그들의 정보는 불공평하고 한정적이야.

심지어 잘못된 것도 있지.

거기서 대충 귀납적 추론을 거쳐 내 정체라는 것을 날조하고,

또다시 대충 연역적 추론을 통해 내가 죽였다고 믿는 거지.(2권, 159)

 

소설의 대사치고는 지나치게 사념덩어리다.

사건의 엽기성을 뛰어넘는 스토리라인보다는

작가의 선과 악에 대한 생각들을 구석구석 밀어 넣는 느낌이랄까.

 

끝내는 법을 잊어버린 듯 지루하게 이어지던 잔서가

마지막까지 버둥거리며 급하게 일단락되자,

명색 정도로 끼어든 가을의 기미가

무르익기도 전 10월말부터 일찌감치 겨울이 밀려들었다.(171)

 

2권이 중반까지 흘러가도록 사건의 흐름은 지지부진하고,

다카시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가 된다.

도모야의 범죄 행위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인과관계 따위는 없이 엉뚱한 사람을 죽이고 만다.

 

죽이고 싶다는 것과

살아있길 원치 않는다는 것도 달라.(2권, 419)

 

그의 주장에 간혹 공감되는 부분도 많지만,

이렇게 꼭 많은 생각들을 집어넣어 과도한 진지함을 끌어냈어야 하는지...

그의 소설이 선뜻 읽히지 않는 이유들 중 하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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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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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수천 명의 조선 반도 출신 사람들을 말살...

조선 반도를 무력으로 식민 지배한 것이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켕기는 구석이었던 탓에,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오히려 흉폭함으로...(171)

 

대량 학살이라고 하면 보통 '멸절 수용소'로 알려진 나치 수용소를 들먹이기 쉬운데,

이 작가는 조선 반도인들에 대한 관동대지진 직후 학살을 들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을 한국인으로 상정한 것도 동반자적 입장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듯 보였다.

 

문제적 존재가 태어난다.

그 존재를 멸절시키기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는 용병을 파견하지만...

문제적 존재들은 미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린다.

 

살육 병기의 개발은

적을 보다 간단하게 대량의 희생자를 내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미국의 경우

이건 나라의 기간산업 중에 하나가 되었어.

그래서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거야.(255)

 

작가의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그의 세계관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인간은 지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천국이 아니라.(377)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살육전을 그리며

작가는 인간이 지옥도를 그린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 보급되어 있는 미제 OS에는

미국 첩보기관으로 통하는 '뒷문'이 만들어져 있다.(409)

 

이런 것도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415)

 

원로의 이야기이다.

한국에 THAAD -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을 배치하는 일이 두려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의 인격이 땅바닥이기 때문이다.

 

군산 복합체의 중심에 있다 보면

지배논리란 것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사실에 놀라고는 했다.

공포였다.

전쟁으로 돈을 벌고 싶은 정책 결정자는

달느 나라의 위협을 과장하여 국민에게 크게 퍼뜨리기만 하면 됐다.

판단의 근거를 국가 기밀이란 벽으로 감춰버리면

매스컴도 확인 없이 이 위협론에 올라탔다.

그저 그것만으로 막대한 자금이 세금에서 국방예산으로 흘러들어

군수기업 경영자들에게 갈 대가가 순식간에 뛰어올랐다.(462)

 

청와대가 하는 일을 고대로 적고 있다.

 

피난민이 된 현지 여성에게

성적학대를 하기로 악명 높은 평화유지군.(492)

 

평화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일들이 폭력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하면 평화를 위한 전쟁이고, 약자들이 하면 폭력집단이 된다는...

 

전지전능한 존재를 꿈꾸며

이교도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호모사피엔스에게 널리 보이는 습성.

신은 회개했다고 말하기만 하면 대학살의 죄악도 사라지게 해 주는 편리한 존재.(506)

 

이 책은 단순히 스릴러물로 읽어도 좋지만,

세계관을 넓히기 위한 책으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약 40권의 참고 서적은

이 책이 단순한 장르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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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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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삶이 행복하지 못한 순간이 극도로 심각할 때,

문학 속에서 그 문제가 살아 나와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할 때는

유머를 통해 돌려 말할 수도 있지만,

너무도 심각할 때는 '고발' 자체가 문학이 될 수도 있다.

 

유태인은 '홀로코스트'를 고발하는 문학을

미국에서 뒷받침하는 힘을 입고,

이스라엘이라는 폭력국가의 배경으로 상업화해왔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부끄럽게도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덮어 버리려 한다.

일본이 십억엔정도의 돈을 한국으로 부쳤고

친일파 정부는 '재단'을 만들어 그 돈을 받았다.

 

http://blog.naver.com/pinkwalking/220805752785

<손석희 앵커브리핑, 양보해다오, 사람이 울 차례다>

 

기레기들은 뉴스에서 보도하지도 않는 위안부 문제.

아마도 내년도 국정 교과서에서 '위안부는 창녀'라고 나와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걸 보면...

 

다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은 그 시절이,

그런데 여자에게는 사는 것처럼 살았던 시절이었단다.

 

이웃집 여자가 자정 넘도록 재봉틀을 돌리고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도시락을 여섯 개나 싸야 했다던 시절을 회고하며 하는 소리를 들은 그녀.

'또 한 명'의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다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은 그 시절의 비교...

 

만주 위안소에서 소녀들은 닭이나 염소같은 가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소설을 틈틈이 e-book으로 읽었다.

줄거리도 없고, 감동도 없는,

하염없는 아픔만이 그득한 책이어서 그만 보고도 싶었지만,

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들이 덮으려고 하는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되겠기에.

 

곧 철거반원을 데리고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어릴 때 그녀는

인간에게 두려운 게 어둠이나 가뭄, 홍수같은 천재지변인 줄 알았다.

열세 살 이후로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게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열세 살..

그 어린 것들을 이십만이나 데려갔단다.

그리고 이만명이 돌아왔다 한다.

 

그러나 이만명이 돌아왔다 해도 그들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국가가 자신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 다들 돌아가시고,

언젠가는 마지막 한 명이 남게 되리라.

 

나도 피해자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피해자가 도리어 부끄러워 숨어야 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日本軍 慰安婦 問題 解決을 爲한 定期 水曜示威)

 

1991년 광복절 전야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1992년 1월 일본 총리가 방한하는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수요시위는

26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문제 해결은 커녕, 문제의 골만 더 깊어가고 있다.

 

이 책을 널리 읽혀야 한다.

이 책을 널리 가르쳐야 한다.

친일파들이 국가의 기강을 흔들면서 '건국절' 운운하는 데는,

이승만 일파와 박정희 독재의 행태를 미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전의 친일 행각을 감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김숨 작가에게 감사를...

 

http://tvpot.daum.net/mypot/View.do?clipid=74000499&playlistid=5166214

 

<고 김학순 할머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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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사진 찍는 인문학자와 철학하는 시인이 마주친 모나드
이광수.최희철 지음 / 알렙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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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은 무한한 개수를 갖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 것 같지만,

사실은 무한을 양적인 개념이 아닌

질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27)

 

소유냐, 존재냐의 문제도 양과 질로 환원할 수 있고,

인간을 도구로 여기느냐 목적으로 여기느냐도 양과 질로 볼 수 있다.

 

존재를 존재자로 보지 않고 존재로 볼 때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보이기 시작한다.

존재는 있다,라고 할 수 있지만

더 엄밀하게 '이다'라고 해야할 것이다.(31)

 

사진은 우리 눈이 발견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사진가는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일부러 찍어 보여준다.

철학자나 시인은 거기 말을 덧붙여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무상'은 '늘 푸르지 않음'이다.

'푸른 인생'은 단일 종목 우승이 아니라 창조적 종합우승이어야 한다.

인생은 다종 경기이다.(61)

 

나이듦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생각만이 아니라 나이들고 있다.

푸르지 않음에 한숨쉴 것이 아니라, 그래도 살아있음을 노래할 나이란 생각을 한다.

 

저 기호 같은 존재가

사회적 성공이라는 여과지를 통과하려고 들지 말고

그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67)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이런 것이다.

 

무질서는 질서없음이 아니라

무수한 질서가 있는 것이며,

공은 텅 빈 것이 아니라

무한한 '이다'가 존재함을 의미.(137)

 

우리의 삶이 삶에 대한 착각으로 가득하다면,

그것은 '착각'을 삶으로 알고 살아가는 것이므로

삶이 고통스럽다.(225)

 

이 책은 사진보다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삶과 생각과,

그 사이의 착각들과

우리의 추구들의 무상함에 대하여,

푸르름과 늙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상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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