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시인선 84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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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목이 그럴싸 해서

또 김민정은 들어본 적도 있어서 샀다.

 

그가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바랐는데,

둘 중의 하나는 맞고 하나는 아닌 듯.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리고 보면 사랑이었다.(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부분)

 

좀 시시하다.

'시시하다'란 시읽은 느낌을 쓴 '진은영'의 책도 읽었는데,

역시 시시했다.

 

요즘은 대세가 소설인가?

이명박근혜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다시 서사의 시대로 회귀하는건지...

 

언어를 벼리고 절차탁마해야하는 시인에게,

 

나주곰탕집에서

뚝배기에 담았다 쏟았다

추렴하여 모은 국물은...

 

이렇게 틀리게 적는 한 단어는 치명적이란 걸, 알까?

 

추렴은 돈을 나눠 거두는 '갹출'이고,

저런 행위는 '토렴'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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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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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그린 바다에 뜨는 종이 달도, 그대가 나를 믿어 주면 진짜로 보이지요.

만든 나무에 걸린 그림 속의 하늘도, 그대가 나를 믿어 주면 진짜로 보이지요.

그대의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값싼 축제에 불과해요.

그대의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놀이터의 멜로디라오.

그것은 서커스의 세계, 만든 물건에 불과해요.

 그러나 그대가 나는 믿어 주면 진짜가 되어 버리지요.

 

It is only a paper moon sailing over a cardboard sea, But it wouldn't be make believe If you believed in me.
It is only a canvas sky Hanging over a muslin tree, But it wouldn't be make believe  If you believed in me.
Without your love,  It's a honky-tonk parade. Without your love,  It's a melody played in a penny arcade.
It's a Barnum and Bailey world, Just as phony as it can be, But it wouldn't be make believe If you believed in me.

리사 오노라는 일본 가수가 부르기도 했다는 'It's only a paper moom'이라는 노래 가사다.

(여기서 '리카'라는 이름을 가져오기도 했을 듯...)

번역자가 애써 일본의 지인이 '좋았던 한 때'라는 이야기까지 끌고 들어왔지만,

이 책의 주제와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 같고,

삶에서 사랑이 없다면 자본의 세계는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사랑이 있다면 아무리 허접한 종이달도 진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니,

이 노래와의 연관성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재즈에 열광했던 일본 작가 하루키가 그의 '두 개의 달, 두 개의 세상 - 1Q84'에서

아오마메가 호텔의 바에서 들은 노래로 인용한 구절이기도 한 것을 보면

'종이달'의 의미가 좀더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을 듯...

'이치큐하치용'에서도 커티샥이라는 술도 등장한다는데, 그 술이 카드보드에 들어있다는 중첩된 의미도...

 

접힌 부분 펼치기 ▼ 참고 페이퍼

 

 

불꽃 너머에 달이 있어요.

정말로 깎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빨려들 듯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298)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조마조마했다.

리카의 행각은 끝간데 모르고 달리는 질주와 같았고,

그것은 마치 현대인의 소비를 위한 폭주와 닮았다.

그리고 그 끝은 행복일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비쳐지는 리카의 모습 역시 그러하다.

멋져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홍키통키 퍼레이드>나 <일 페니 아케이드 멜로디>처럼 가짜이기 쉽다.

거기 사랑이 없다면...

 

소비의 세계에 던지는 시니컬한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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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4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4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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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토는 어느 때든 온화하게 미소 짓는 사람이었다.(12)

 

아내와 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남자.

그 이유는 집에 책 놓을 장소가 부족해서.

 

정말 그가 죽였을까?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르포를 쓰는 작가가 뒤를 따르는데...

 

니토의 주변에서 죽음이 자꾸 불쑥, 등장한다.

 

뼈로 발견된 직장 동료나,

대학시절 교통 사고로 죽게 된 친구 이야기 등.

 

인과관계가 치밀하여 추리소설의 묘미를 보여주는 박진감은 별로 없지만,

인간의 존재에 대하여 섬찟하게 고찰하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 척하며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한 척 한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잊고 있다.

안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바로 불안해 지니까.(338)

 

인간의 이해는 이해한 척의 와전이라는 이야기다.

 

최종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결말이 나는 건 픽션뿐이에요.(326)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가는 시간은,

결국 이해할 수 없음으로 귀결된다.

재미있진 않은데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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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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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씨발 정신이 없다.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의리? 좆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리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니가 진짜 동생들이 걱정되면 손에 현찰을 쥐여줘라. 우리처럼 가진 게 없는 놈들은 씨발 정신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단 말이다.(305)

 

부산이 배경인 소설.

'짜달시리' 같은 말은 경상도 사람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말일 듯.

송도 앞바다(암남동)를 '구암'이란 지명으로 만들었고,

아미동, 완월동 등의 이름 속에서 건달들의 삶과 검은 세계가 펼쳐진다.

황정은의 '씨발됨' 이후에, '씨발 정신'까지 등장한다.

 

나는 내가 안 부끄럽다. 나는 내 주어진 조건 속에서 열심히 살았다. 그럼 뭘 팔아서 그 어린 나이에 일곱이나 되는 동생을 먹여 살리는데?(326)

 

문씨 아저씨가 공구로 철근을 구부리고 망치로 때려서 장미 문양을 만들었다.

가시가 너무 뽀족해서 도둑이 다치겠는데요?

창살은 원래 그러라고 만드는 거다.

그럼 장미 문양은 왜 넣는데요?

, 도둑만 사는 세상은 아니니까.(297)

 

이런 정신이 씨발 정신일까?

 

건달의 삶이란 결국 열심히 죽을 쑤어 개 좋은 일을 하는 거(257)

 

막 던지다 보면 말들은 엉키는 법.

인숙도 희수도 그런 엉킴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쓰기에는 삶이 너무 고단했고 지저분했고 복잡했다.(184)

 

양동에게 건달은 가오였다.

건달은 가오가 상하면 그날로 건달짓 그만둬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102)

 

희수라는 주인공 건달은 가오의 표상이다.

멋진 건달이다. 양아치와 구별되려 무지 애쓴다.

하지만, 그 가오는 언제고 구겨지게 되어있고,

뜨거운 피는 식는 날이 오게 마련이다. 

 

달콤하고 쉬운 것에는 모두 독이 있는 법이다.

돼지를 배불리 먹이는 것이 돼지가 예뻐서가 아니듯.(93)

생활이란 이상한 것이다. 빚이 빚을 부르고 빚이 굴러서 더 큰 빚을 부른다.(361)  

건달에게 큰돈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더 위험해졌다는 뜻.(365)  

달달하고 맛있는 것에는 항상 독이 들어 있다.(413)

 

삶은 이렇게 팍팍하다.

힘든 생활, 가난은 대물림되기 쉽다.

그 고리를 끊으려면 특별한 노력 내지는 운이 있어야 한다.

  

햇빛에 반사된 물고기 비늘이 사금처럼 반짝거렸다.

살아보겠다고, 그저 한번 살아보겠다고 펄떡펄떡 뛰는 것들은 언제나 저렇게 싱싱하고 반짝거린다.(96)

 

예쁜 문장들도 있고,

'후까시' 잡는 건달들도 멋진데, 그 삶은 참 구질구질하다.

 

욕은 정배가 듣고, 원한은 희수에게 오고, 돈은 노인들에게 간다.

예전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는데 마흔이 넘으니까 그런 게 보인다.

예전에는 이 일이고 저 일이고 힘든 줄도 모르고 했는데 막상 보이기 시작하니까 힘들어진다.(341)

 

아랫사람들이 보기에는 저런 쓰레기가 어떻게 승승장구하는지 궁금하겠지만 윗사람들이 보기에는 얄밉고 치사한 일들을 처리해주는 정배처럼 귀여운 놈도 없다.(342)

정배는 진정한 개자슥이지, 그러니까 어디 쓸데가 있을 거다.(586)

 

재미있는 소설이고, 흥미진진 책을 잡고 뒹굴게 만드는 소설이다.

다만, 요즘 깡패들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그들의 세계가 대한민궁의 표준인듯 싶어 좀 씁쓸하긴 하다.

깡패 영화 말고는 재밌는 영화가 별로 없으니...

가끔 반공 영화는 짜증나고, 친일파 영화는 더 열받느니...

 

아버지란 좆같은 것이다. 원래부터 좆같았거나 아님 아버지가 되면서 서서히 좆같아졌거나. 문밖에는 칼바람이 불고 무서운 승냥이 떼가 돌아다닌다. 아버지는 힘이 하나도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린다. (576)

 

사업은 원래 구질구질한 거다. 인생도 마찬가지고. 원래 구질구질한 것은 구질구질하게 처리해야지 그걸 깔끔하게 하려고 하면 다 돈으로 처발라야 한다.(401)

 

삶이 슬프다는 것을 마흔이 넘으면 알게 된다.

불혹은 어쩌면,

어떤 것에도 재미가 없어지는, 부록같은 나이인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면 빗소리 들으면서

그렇다고 축축하고 꿉꿉한 분위기 마르도록 고기라도 구워서

한잔 하면서 한 가을 또 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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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9-2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놀래서 들어왔어요ㅎㅎ불혹에 대한 내용 심히 공감합니다^^;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지음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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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리즈 시절'이란 말이 있다.

한창때...라는 이야기인데, 권여선은 '주정뱅이'가 된 시점에서 '분홍 리본의 시절'을 돌아본다.

 

내가 저분을 입으로 빨아서 그려...(86)

 

이렇게 외설스러운 말의 재미가 이 책엔 조금 있다.

 

선배님, 어떤 여자한테 배우신 거예요?(196)

 

분홍 시절...

객지에서 지냈던 나의 분홍 시절,

그 친구들이 서른 해가 넘어서 만나더니,

다들 <기죽어 지낸> 그 시절,

왜 그렇게 주눅들어 지냈는지 모른다며 소식을 전한다.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 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김사인, 화양연화)

 

 

나와 비슷한 시절에 대학을 다녔을 그는

나와 다른 기억으로 가득한 모양이다.

 

이 책에서 역시 음주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만,

'약콩이 끓는 시간'에서
분홍 리본의 시절은 처참하다.

 

꽃다운 나이...란 뜻의 화양연화는,

언제 꽃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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