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공 - 공놀이는 어떻게 인류를 진화시켰나 세계사 가로지르기 19
김은식 지음 / 다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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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 얽힌 세계사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른 출판사의 <세상을 바꾼~~> 시리즈는 세계사의 다양한 문화사를 테마의 역사로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대상으로 재미있는 독서 기회를 줄 수 있는 책. 특히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남학생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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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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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을 긍정적인 말로 '완경'이라 하듯,

이혼을 좋은 표현으로 '졸혼'이라 한단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굳이 책으로 낼만 했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뭐 두 사람이 만나

그것도 글쓰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걷겠다는데,

책 한 권 쯤 내도 좋지 않겠나 싶었다.

 

제목은 좋다. 조심하며 걷자.

그래야 졸혼을 하든 파뿌리까지 해로하든 할 것이고,

슬프지 않을 것이다.

 

잠깐 고개를 드니 작은 구름 두 덩이가 사라졌다.

구름 있었던 자리가 깨끗하다.(39)

 

이렇게 살면 좋겠다.

그 자리가 깨끗하게 졸혼을...

 

두 사람이 정말 <걸어본다>에 맞게,

'시드니'의 포장도로뿐 아니라, 호주의 아웃백을 걸어보면서,

호주의 슬픈 역사와 아직 인간의 문명이 미치지 못한 아웃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는 정말 두 사람의 걷기를 극찬했을 터인데, 뭐, 내가 편집자가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느림이란 곧,

초들이 줄지어 나타나 마치 바위위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질 때까지 시간과 완벽하게 일체를 이루는 것.

이같은 시간의 늘어남은 공간을 깊이 파고든다.(127)

 

멋진 말들이 참 많다. 장석주편에...

그런데, 그건 다 각주가 붙은 인용이다. 아쉽다.

 

시드니 도심에는 왕립 식물원 등 공원이 많다.

공원에 깃든 고요함, 초목들, 쬐는 햇볕, 한가로움이 좋다.(165)

 

호주 대륙에 비하면 이런 부분이 아쉬운 것도 있다.

제주도 기행에서 '4.3'이 빠지면 그건 가짜이듯,

호주를 '걸어본다'고 했다면, 도시만 걸어서 가짜 느낌이 나서...

 

'숲평선'이라는 말을 보았다.

좋았다.

다만, 그 숲평선을 그저 베란다에서 바라보았음에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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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이창호 지음 / 라이프맵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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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위기십결'이라는 교훈이 있다 한다.

바둑을 둘러싼 열 가지 경구인데, 그 첫째가 부득탐승이다.

얻고자 한다면 승리만을 탐해서는 아니된다는 교훈.

 

이창호는 자신의 바둑을 '두터움'의 바둑이라고 일컫는다.

초반 포석에 자신이 없고, 중반의 실리를 따지는 데는 두터움이 기본이라고 하면서,

끝내기에서 최선을 다해 집중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

 

세계적인 고수의 이야기를 쉽사리 이해할 수는 업지만,

삶의 태도에서도 늘 마무리에서 흐트러지기 쉬운 것이 인지상정임을 본다면,

좋은 말인 듯 하여 적어 둔다.

 

내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즐거움.(30)

 

책읽기를 즐겨하는 아이는 공부를 잘 할 게고, 말하기를 즐겨하는 아이는 말을 잘 할 것이다.

즐거움을 잘 계발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진짜 천재들은 상대가 누구든 중심을 잃지 않는다.

확고한 '자기류'가 있다.

어떤 상대든 자기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유리한 싸움을 펼친다.(84)

 

이창호가 말하는 자신의 약점은 도리어 그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자기류'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유연하기도 할 터.

 

바둑은 균형을 다투는 게임.

실리든 세력이든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기울면 승리의 길은 멀어진다.(113)

 

집을 지어야 하지만, 바둑판 전국에 걸쳐 세력을 뻗쳐야 한다.

어찌보면 역설적인 그 긴장감이 바둑의 묘미일 게다.

이창호는 자신의 '두터움'의 장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바둑판위에 잠복한 두터움은

실리가 부족할 때는 집으로, 국면이 엷을 때는 세력으로 변화했다.(115)

 

그것이 실력일 게다.

평상시 닦은 실력의 두터움은 상대의 약점에서 실리를 취하고

상대의 강한 공격에 세력으로 버틴다.

 

그는 나침반의 자침처럼 계속 떨고 있다.

늘 불안해 해왔음이 책에 잘 드러난다.

이말을 뒤집으면 방심하지 않음이다.

 

자신감이란 묘하다.

상대를 압도하는 기세로 작용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 수위를 넘어버리면 상대에게 급소를 노출시키는 방심이 된다.

그리고 정밀함이 무너지는 순간 자신의 바둑을 통제할 수 없어진다.(160)

 

미생인 것은 바둑돌이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자신감은 좋은 미덕이지만, 도가 지나친 수위를 까딱 넘어버렸을 때 통제불능이 된다.

 

생각하는 힘도 용불용이다.

쓰면 쓸수록 발달되고,

쓰지 않고 먼지가 쌓이도록 내버려두면 퇴화한다.(197)

 

바둑 기사를 '선수'라 부르는 '스포츠'의 시대가 된 요즈음.

바둑을 통해 삶의 한 수를 배우는 일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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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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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 보니 올해는 한국 소설을 많이 읽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에 팟캐스트로 '라디오 독서실'을 들은 덕도 있다. 

아마도... 그 중의 최고작이 아닌가 싶다.

 

표지가 내용을 잘 함축한 듯한 느낌이다.

여느 에스 라인 모델에 비하면

좀 처져내린 어깨에 다듬지 않은 머리를 한 여자 아이의 측후방 뒷모습.

조금 서럽고

툭 건드리면 눈물이 주르르 흐를 듯 싶다.

 

인간이 그 알량한 권력 때문에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죽일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은 차마 상상조차 못했던 여자애였다.(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106)

 

아무도 우리를 죽일 수 없어.(언니, 121)

 

사형은 대법원 판결 열여덟 시간 만에 집행되었다.

세상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제 목숨을 몇 번이고 팔아서라도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 힘없는 인간들은 언제나 조심하고 사는 것이 좋을 거라고.(108)

 

저희 고향에서는요... 군인들이 전쟁 막바지에 동네 여자들과 아이들을 모두 부역자로 몰아 총살했어요.

학교 운동장에 모이라고 한 다음에 줄을 세워 다 죽여버렸대요.(111)

 

구역질이 나는 역사다.

이 사법살인의 결과를 그 딸년이 부정했다가 곤란을 겪기도 했다.

국가는 사죄해야 한다.

일본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자신들의 과오부터 사죄해야 한다.

그것은 '신짜오'의 베트남에도 마찬가지다.

 

,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쇼코의 미소, 35)

 

새벽에 눈을 뜨면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단단한 땅도 결국 흘러가는 맨틀 위에 불완전하게 떠 있는 판자같은 것이니까.

그런 불확실함에 두 발을 내딛고 있는 주제에,

그런 사람인 주제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쇼코, 57)

 

젊음이라는 것은 그저 황홀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 불안한 삶이 막막하게 펼쳐진 광야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꿈, 이나 미래, 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세계.

프로작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의 세계뿐 아니라, 좀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

 

네가 다시는 그렇게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네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먼 곳에서 온 노래, 205)

 

학번이 벼슬입니까?

민주주의 사랑한다고 하셨어요?

이 작은 집단에서도 자기보다 약한 사람 위에 서야 후련한 사람이 무슨 민주주의운운이에요.

인간이 평등하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잖아요.(먼 노래 199)

 

5월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대학에 와서야 토론할 수 있게 된 스물, 스물 하나의 아이들이 그게 너무 아프고 괴로워 노래를 불렀어.

나는 우리 노래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고 생각해.

나만은 어둠을 따라 살지 말자는 다짐.(201)

 

괴물과 싸우는 자 괴물이 되기 십상이다.

이 땅의 민주투사들은 이미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서로 권위를 내세우고,

남녀의 알량한 경험으로 서로 싸운다.

 

그 경험들이 '다짐'이 되지 못하는 한,

추억만으로 학번이라는 기득권의 벼슬을 휘두르는 꼰대에 불과한 자들도 많다.

겸손하게 다짐해야 한다.

우리 노래들이 담아내려 했던, 그 다짐들을 잊지 않으려 해야한다.

84년 생인 작가가, 이런 세계를 그려낸다는 일이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쇼코, 24)

 

내게 이 소설 읽기는, 연애같기도 했고,

또한 이 소설들을 통해 우정을 나누거나 감격을 느끼기도 했다.

 

오래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미카엘라, 239)

 

중국으로 멀리멀리 선생님을 떠난

지민이 부디부디

잘 지내고 있기를 빈다.

 

간절히 빈다.

 

이제 첫 소설집이지만,

앞으로 그의 건투를 빌면서,

태그에 이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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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7 7 시리즈
케리 드루어리 지음, 정아영 옮김 / 다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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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법관이 법정에서 피고인을 재판하는 사법 제도가 폐지되고, 국민들이 직접 재판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특히 살인 혐의가 있는 피고인은 ‘7일의 정의 법’에 따라 7일 동안 TV 뉴스쇼에 신상이 공개되고, 시청자들은 전화, 문자, 인터넷을 이용해 무죄 혹은 유죄에 투표한다. 그리고 7일째 날 최종 집계 결과 유죄가 나오면 즉시 사형을 집행한다. 이 모든 과정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빈민가 출신의 열여섯 살 소녀 마사 허니듀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유명인 잭슨 페이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1번 수용실에 수감된다. 마사는 ‘국민적 영웅’을 죽인 ‘최초의 10대 여성 수감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중 매체에 의해 소비되고, 투표가 이루어지는 7일 동안 매일 수용실을 한 칸씩 옮기며 전기의자가 있는 7번 수용실로 향한다. 마사는 자신이 잭슨 페이지를 죽였다고 말해 사실상 사형이 확실시되지만, 마사의 상담을 맡은 상담사는 마사가 뭔가 감추고 있음을 직감하고 비밀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담사는 소름끼치는 음모를 마주하게 된다.
(알라딘 책 소개)

 

조지오웰의 '빅 브라더'같은 디스토피아 스토리는 슬프고도 두렵다.

왜 제도는 괴물이 되는 것이며,

인간은 그 제도의 희생물이 되지만 극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논어에 '조문도면 석사가의'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마땅하다는 말이다.

요즘 나이가 들었는지, '지천명'과 연결지어 이 말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조문도 석사가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 가까운 것이 아닐가 싶다.

비록 천명이 죽음일지라도, 그것의 자연스러움을 알게 되고,

그것을 알게 되면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되면 죽음도 소풍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가벼이 맞을 수도 있지 않나 싶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떠난 이에게... 말하자는 노랫말처럼,

삶은 그렇다는 듯.

 

이건 사법제도가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자기들 멋대로 해석한 정의고, 사법이죠.(115)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에 대한 공방이나,

청와대를 둘러싼 재단 등의 잡음에 대하여, 법적인 흐름에 대하여...

이런 것은 사법제도가 아니다.

괴물들에게 사법제도는 의미가 없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공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폭력이었다.

당연히 외인사에 해당한다. 논란의 가치도 없다.

그렇지만, 요즘 언론을 보면, 병이 깊어도 많이 깊다.

그 죽음은 외인사지만,

그 죽음을 둘러싼 작금의 사태는 <국가의 깊은 병>에서 기인한 오래된 상처가 덧난 것일 뿐이다.

나라 전체가 병들어 거짓이 거짓을 낳고,

거짓으로 거짓을 가리려고 애를 쓴다.

 

열여섯 소녀의 상담을 맡았던 사람의 말.

 

저는 절망에 빠진 젊은 여성을 봤습니다.

분노, 좌절, 광기, 추악, 탐욕... 그 어느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구석에 몰린 젊은 여성을 봤습니다.

이 여성은 삶이 자기 앞에 던져놓은 모든 것에 맞서 싸우고, 싸우고, 끝까지 싸웠지만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지자

'씨발, 될대로 되라 그래' 하며 자포자기하게 된 것입니다.(351)

 

지진이 일어나도 반성할 줄 모르는 국가 시스템.

아니, 세월호 아이들을 죽이고도 변하지 않는 그 괴물.

어제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어도 눈도 끔쩍 않는 그 괴물 앞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분노와 좌절을 넘어 자포자기가 되지나 않을는지... 두렵다.

 

세상에서 제일 센 건 권력이야.

누구든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 사람들이 권력을 쟁취한 과정은 합법적이고 정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키우고, 행사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르지.(221)

 

권력의 문제에 직접 문제를 제기한다.

권력은 인간을 초라하게 만들고 비천하게 만든다.

 

제대로 된, 공정한,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사법 제도가 있어야 해요.

돈 많은 사람만을 위한 정의가 아니라.(403)

 

마사는 어린 소녀지만 자기 목숨을 담보로

사람들을 일깨우는 자리에 이른다.

 

이 나라의 사법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온갖 부정부패로 가득합니다.

일부 사람들만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투표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416)

 

이 소설은 환상 속의 미래 소설이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가 처한 비극적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내부자들>의 가상 시나리오가 현실과 구분가지 않는 요즈음...

슬픈 마음으로 읽어야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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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