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과 수필 태학산문선 301
윤오영 지음, 정민 엮음 / 태학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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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영 선생의 삶 자체가 곶감이었다. 꾸덕꾸덕하게 굳어서, 볼품없이 보여도, 한 입 물고 나면, 계속 자기도 모르게 입으로 가져가는 곶감 말이다. 글쓰기를 곶감 만들듯이 하라신다. 정성스레 좋은 감을 깎아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신경써 말린 후, 알맞은 모양새를 갖추었다가, 적당한 사람과 적당한 장소, 시간에 적절히 쓰이는 곶감의 정성, 인정, 인격.

얄팍하고, 별 노력없이 삶이 흥분되고 삶이 적나라해 지는 현대인의 정서에 십대 소년과 소녀의 발그레해 지는 볼을 떠올리고, 마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소녀처럼 순수의 세대, 순수의 세기를 떠올리는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수필가들이 이 글을 읽고, 제발 붓을 꺾어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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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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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이란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제목이 좀 엽기적이지만 엽기 소설이 아니지요. 물론 그 옛날 엽기적인 사건을 주제로 쓴 추리소설이지만 워낙 엽기적인 오늘에는 그닥 엽기적인 얘기도 아니랍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피자나 햄버거같은 패스트 소설이 아닙니다. 하루 몇 장씩 읽는 배부른 사람들이 후식으로 콩알만큼 씹어대는 문장 하나 하나가 여유와 느끼함으로 엮어진' 프랑스 문학이란 걸 알고 씹어보세요. 지루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피자는 꼭꼭 씹을 맛이 없지만, 호두가 박힌 쵸콜렛은 살살 녹여가면서, 호두도 조곤조곤 씹어가면서 그리 먹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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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최효실 채우리 저학년 문고 6
소중애 지음, 김진령 그림 / 채우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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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우리 아들이 정말 재미있게 읽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합니다. 책 안 읽는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먼저 읽어 보시고... 효실이를 배울까봐 걱정을 마세요.
어린이들은 제목만 봐도 효실이를 따라하진 않을테니깐. 그치만, 최효실같은 아이들을 불쌍히 여길 마음도 싹은 틔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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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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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들은 읽기를 싫어합니다. 왜냐면... 책읽는 어른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거예요. 근데 이 책은 어린이들도 잘 읽습니다. 아줌마들도 잘 읽습니다. 꼭 연속극처럼 읽히거든요. 연속극처럼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눈물나고.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만화책도 있습니다. 어느 날 아들래미가 울면서 전화를 했더군요. 아빠, 보고싶어. 왜냐고 물었더니 가시고기를 읽고나니깐 아빠가 너무 보고 싶더라는 거예요. 적당히 멜로, 적당히 관조, 적당히 허구 그리고 글읽기 싫어하는 한국인을 꼬시는 감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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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 상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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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바퀴벌레들은 있었답니다. 바퀴벌레는 왜 바퀴벌레라고 이름이 붙었을까요. 바퀴같이 둥글진 않은데. 바퀴처럼 탄탄해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바퀴는 아무리 무거운 것도 굴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톱니바퀴는 어찌할 수 없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같은 질곡의 인생을 의미합니다. 원래의 제목은 '동업자들'이더군요. 동업자들은 내용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톱니바퀴는 뭔지 그 속에서 그 틈바구니에서 고통받는 존재라는 생각에 더 멋진 원 제목을 뛰어넘은 창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 그리샴의 상상력은 무한하지만, 이처럼 감옥 안의 범죄자 집단과, 대통령 후보자까지도 얽어매는 인간의 어리석음 무지하고 겁쟁이인 인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톱니바퀴 속의 인간들은 수억년을 이어온 바퀴벌레보다 그다지 나은 존재도 아닌거죠. 그의 소설은 다 재미있습니다. 단, 연달아 읽으면 재미없고, 몇 년에 한 편씩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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