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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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루누아르의 '독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주황빛 화폭의 집중, 정밀함은 나를 선의 세계로라도 끌어주는 느낌이다. 이주헌씨도 나만큼이나 그 작품을 좋아해서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좀 일관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적 미술 공부를 한 작가로서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그림들을 다루었겠지만, 아름다운 그림을 설명듣기 원하는 일반 독자로서는 조금 난삽한 내용이 많았다.

다만 그가 지면을 많이 할애한 경계 허물기의 이철수 판화, 3*3인치의 그림의 강익주, 오브제의 장인 안규철에 대한 애정어린 해설은 한국 현대 미술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운서 주굉의 '죽창수필'의 일대목이 감동적이다. 무릇 고인의 어록 문자를 읽을 때, 일문 일답과 일념 일송의 기봉이 날카롭고 언어가 미묘한 것으로 내 마음에 흡족히 여겨 이야깃거리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요, 반드시 저가 어떻게 하여 이렇게 크게 깨달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을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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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바꿀 수 있는 힘, 내 안에 있다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 명진출판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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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쉬고, 내쉬고, 깊게, 천천히, 조용히, 편안하게, 웃으면서, 놓아 버리고, 지금 이순간, 행복한 순간. 지금 이순간, 최고의 순간.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숨쉬기 운동을 가끔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공부하기 위해서다. 아이들도 곧잘 따라 한다. 운전하다 보면 욕도 많이 하고 신경질도 자주 낸다. 그럴 때 숨쉬기를 한다. 그러면 용서가 된다. 끼어드는 차는 이유가 있겠지.

설사 아무 이유없이 성질 못된 운전자가 끼어든다 한들 내가 저 차 뒤에 간들 내 인생이 뭐가 변하겠는가. 그러다가 신호에 걸리면 신호 한 번 뒤에 간들 내 인생이 얼마나 늦겠는가. 안정에는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이 틱낫한 스님의 방한이 계기가 되어 출간되었고, 책에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책장사라고 화낼만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이 정하는 것. 그냥 웃으면서 내 주머니에 돈 만원 없어진들 그게 대수랴. 한 순간만이라도 웃으며 놓아버릴 수 있다면 만원이 돈이랴. 술값으로 날리는 돈 만원은 아끼지 않는 현대인들이 책 만원주고 산 뒤에, 영화 육천원 주고 본 뒤에 별 말들이 다 많다. 감사할 따름이라야 하지 않겠나. 지금 이순간, 행복하게 해 준 책과 영화가 있다면. 감사, 감사, 또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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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원성 스님 지음 / 이레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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圓性. 이름 그대로 둥근 성품. 이름도 둥글고 얼굴도 둥글고, 그림도 둥글고, 글도 둥글다. 그의 심성 조차도 가을 달처럼 둥글고 투명하실까. 동심의 동심원이 잔잔한 파문을 던지는가 하면 불심의 울림이 종파를 뛰어넘는 삶의 진리로서 울려 온다. 늘 감사하고 평화롭게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미 그는 수행자가 아닌 부처의 경지이리라. 어린 아이가 천국에 간다고 했던가. 그의 그림 속의 동자승들처럼 밝고 투명한 동심을 간직하고,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은 비단 스님들의 수행만은 아닌 것이다. 우리 사는 일생길도 이에 다름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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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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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정말 좋은 운동이다. 그리고, 가장 쉬운 운동이다. 자기 몸을 ㅅ 자로 움직여 나가는 연속 동작만 반복하면 되니까. 특히 이 작품은 번역이 뛰어난 작품이다. 원래 아름다운 프랑스어로 쓰여진 책이겠지만, 전문가의 솜씨로 번역한 결과가 사랑스런 책이다.
책의 외견과 함께 읽다 보면 정말 사랑스런 길들이 많다. 도시의 골목길, 시골의 진흙탕길, 탄탄대로에서 바닷가 시원한 길. 우리가 걷지 못할 곳은 없고, 우리가 간 곳은 모두 길이 된다. 걷기와 관련된 자료가 뒷부분에 몇 편 있는데 이 부분은 재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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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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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뒤틀린 헤게모니를 걱정하는 홍세화씨의 시선은 정말 냉철하고 날카롭다. 그러나 그의 눈길은 애정으로 가득하다. 지울 수 없는 비참함만을 안겨 주었던 조국에, 잊을 수 없는 과거를 안고 돌아온, 우리 큰 형으로 다가오는 그의 글들은, 그가 정말 평범한 소시민은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우리 사회의 권력과 그 권력들의 이합집산, 조선일보를 중심으로한 거대 담론들의 허구적 극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악역을 맡아 퇴장당했던 슬픈 눈을 한 영혼이 당당하게 한국에 입성했지만, 아직도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난 믿는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그리고 인간은 올바른 방향으로 역사를 끌고나갈 수 있을 거라고. 지금의 강대국 미국도 어느 순간부터는 하강 곡선을 그리는 나라가 될 것이고, 우리 나라의 혼란스러움도 자연스럽게 앞선 나라의 여유를 갖고, 서로 반목하지 않는 똘레랑스로 가득한 풍요로운 나라를 그려보고 싶다.

앵똘레랑스의 칼날들만 판치는 지구에서, 똘레랑스를 보는 것은 지금 이라크에 폭격을 퍼붓는 미사일에 대항하여 각국에서 달려온 인간방패들의 삶과 죽음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좌절할 것인가. 일어설 것인가. 국지전을 벌일 것인가. 전면전을 벌일 것인가.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비관할 것인가, 낙관할 것인가. 홍형, 우리 낙관합시다. 아직은 국지전에 머무는 현실이 비관스럽더라도, 전면전을 벌이며, 지난 6월의 뜨거운 가슴으로 살 수 있는 낙관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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