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쏜살 문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박명진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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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고... 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발표된 영화.

원제목은 '우미요리모 마다 후카쿠' - 바다보다도 더 깊이...이다.

 

등려군의 노래의 한 구절인데...

노래에서는 '난 당신을 바다보다도 더 사랑한다...'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사랑은 힘들다.

특히 애증이 교차하는 가족 사이에서는...

 

찌질한 남자, 소설을 쓴다고는 하지만,

남의 뒷조사를 하다가 삥이나 뜯는 하류 인생인 주인공 료타.

헤어진 아내와 아들을 뒷조사나 하는 한심이...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가져야 다 큰 남자라는 거다.(124)

 

다 큰 남자라는 환상에 갇혀 살았던 구세대와 달리,

다 큰 남자의 감성에도 섬세한 터치를 보여주는 감독이 돋보인다.

아니, 오히려 다 큰 남자의 마음 속에는 겁이 많다는 걸 말하지 못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자기는 겁이 많다는 걸 알면서

왜 솔직하게 살지 못하는지 참...(184)

 

료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급수대에 올라간 이야기를 떠벌이지만,

결국 소방차를 부르게 한 건 본인이었다.

다 큰 남자들의 허세에는 '겁'이 담겨있다.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 따위 없는,

'다 큰 남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겁이...

 

 

베란다에서 태풍에 세차게 흔들리는 귤나무.

나와 비슷한 귤나무들과

그 귤나무에 찾아온 것을 청띠제비나비라고 믿고

언제나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어머니...(202)

 

이런 모정은 흔하지만 사실은 귀한 것이다.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사람, 드물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번에 <어느 가족>이란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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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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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식당을 내고 또 노포를 찾아 책을 냈다.

이제 끝이라 한다.

숱하게 많은 먹방들 사이에서

이런 책을 내겠다고 돌아다닌 그가 용하다.

 

1회용 먹방들이 난무한다.

코끼리 만두 같은 집은 언감생심 갈 엄두를 못 내게 바뀌었고,

부평시장의 떡볶이집은 줄이 블럭을 한바퀴 돈다.

그렇지만 자영업자의 90%는 1년만에 문을 닫는 시대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사람들이 뛰어드는 곳이 식당이다.

그렇지만, 또 사람들의 요사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다.

노포들은 한국의 척박한 현대사에서 견뎌온 가게들이다.

꼭 돈을 많이 벌고 성공했다기보다,

그렇게 살아남으려 노력한 역사인 것이다.

 

노포의 주인은 일에 제일 밝아야 한다.(신발원 편)

 

부산 텍사스 거리의 유명한 만둣집이다.

내 입맛에는 원주나 충청도의 김치만두지만,

중국집의 만두도 나름 유명하다.

 

많은 집들이 백종원이나 이영자가 다녀가서

손님들의 폭격을 맞는 모양이다.

가게로서도 좋을 일만은 아니다.

손님이 많으면 초심을 잃게 마련 아닐까?

 

지난 여름 인천 신포시장을 돌아 봤는데 참 실망이었다.

인천에서 잔 숙소 역시 후진 편이었다.

인천이라는 도시의 영락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노포에는 일을 꿰고 있는 장인 수준의 주인과,

그 주인 못지않은 경력을 가진 종업원이 있게 마련이다.

 

이야기 속에 실향민도 있고, 화교들도 있다.

노포를 견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견딘 사람들이다.

이제 그런 장시간 중노동을 견딜 젊은이들은 없다.

 

여수 연등천의 41번 포장마차는 포차로 바뀌었다지만,

언제 한번 비오는 날 가서 연등천 불빛 바라보며 한 잔 하고 싶다.

 

부산의 '바다집' 수중 전골은 주말에라도 한번 가봐야겠다.

이집 역시 백종원이 다녀간 후로 많이 바뀌었다 하니... 기대는 적다.

 

오래 가는 것은 철학이 있게 마련이다.

식당 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기 좋은 시절이 언제 다시 오려나 모르겠다.

 

303쪽. 고칠 곳. 1979년 수송 국민학교 이야기를 하는 기사에서 '박근혜 정권'이라고 썼다.

그 애비에 딸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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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된 독자 -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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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얼마나 멋진가...

그런데 내용은...

독자의 메타포로 쓰이는 '길'이나 '상아탑', '책벌레' 등에 대해 병렬적으로 늘어놓고 있다.

장강명은 여기 반가움을 표한다.

장강명이 똑똑하거나, 내가 안 그렇거나다.

 

그들이 한 동족임을 왜 미처 몰랐을까.

햄릿, 보바리, 돈키호테, 안나 카레니나...

그들도 책이라는 무시무시한 덫에 걸려

인생을 망쳤다며 이를 갈고 있었다.(뒤표지)

 

그런데 가격이 15,000원이라니...

그 반 가격이면 좋겠는데, 하드커버가 될 의미도 별로 없는 얇은 책인데...

 

메타포도 신선하다기보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신곡에 거쳐,

율리시즈나 햄릿 등

거의 dead metaphor 사은유가 되어버린 수준의 설명이라 식상하다.

 

망구엘... 실망했다.

 

우리의 영혼에는 발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지식과 인지이고,

다른 하나는 정서와 사랑입니다.

올바른 길로 가려면 양쪽 다리를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54)

 

이건 아우구스 티누스.

그리고 단테.

 

나의 오른발이 늘 짧다.(55)

 

상아탑은 안식처가 아닌 망루이다.(119)

 

마르크스야말로 책을 '도끼'로 활용한 대표자다.

그람시 역시 그렇고... 책을 읽고 벌레로 전락한다면 책의 가치는 낮지만,

도끼로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릴 동력이 된다면, 책은 국지전이나 전면전의 최첨단의 망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간에 전자책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듯하다.

 

플로베르는 자신을 여행자로,

책을 여행 지도로 간주했다.

살기 위해 읽는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데,

독자는 인생의 도제라는 메타포로 여행자, 상아탑, 책바보를 꿰뚫는다.(155, 에필로그)

 

책 속에 길 없다.

그렇지만, 인류의 가장 가치있는 창조물인 책을 통해

네비게이션처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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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산책
다니구치 지로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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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구치 지로의 산책시리즈를 몇 권 읽었다.

이번엔 에도 산책이다.

 

도쿄가 되기 전의 에도.

주인공은 고산자 김정호처럼

막부의 허락을 겨우 받아가며 걷고 또 걷는 지리학자다.

 

재미있는 것은,

솔개면 솔개, 개미면 개미에 빙의한 시점으로 환상의 세계를 그리기도 한다는 점인데,

드론도 없던 시대를 상상하면,

개미처럼 2차원을 살던 인간에게

상상력을 불어 넣은 시도로 보인다.

 

느릿느릿, 천천히, 찬찬히 걷는 일.

아내와 함께 걸으며

실눈 뜨고 바라보는 에도는

그곳이 어디든, 시대가 어땠든... 푸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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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반대의 행복 - 너를 만나 시작된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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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임신은 이물질이 착상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임신과 육아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책이 무겁고, 가로로 만들 이유도 없었고, 종이가 두꺼울 필요도 없었다. 많이 아쉬운 책... 그렇지만, 아이를 기른다는 일의 황홀한 순간들도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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