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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툭 튀어나온 돌출물을 일컫는 '단카이' 세대 하루키.
이번엔 미술 세계로 들어간다.
기사단장이라는 미술품.
그리고 판타지.
멘시키 와타루(免色 涉)란 이름은,
색을 면하고 건넌다는 의미다.
'색'은 '색즉시공'의 '색'이니 '이데아'에 반하는 '현실세계'정도 되려나 ...
현실을 벗어나 이데아의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존재라는 의미로 만든 건지도...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 (27)
초상화라는 세계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소설인듯 보이지만,
하루키라는 작가가 집어 넣는 섹스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여전히 식상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같은 작품에 필요한 것은
실내악적인 친밀함입니다.(141)
이 문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대강당에서 오페라를 만나면, 흥겨운 몰입보다는 뭔가모를 이물감을 느끼게 된다.
오페라가 원래 대강당용이기보다는 친밀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무언가였음을 생각하면,
하루키가 던지려는 뭔가를 잡을 듯 하단 생각도 든다.
세상에는 가능하다면 모르는 편이 더 좋은 일도 있어.(376)
네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404)
여러 번 반복되어 나오는 말이다.
인간의 내면은 빤하다.
정말정말 조용해.
이렇게 조용한 곳은 온 세상 어디를 찾아봐도
또 없을 것 같은 정도로.
꼭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을 뚫고 한참을 더 내려간 것 같았어.
거기는 나를 위한 방이야.
아무도 올 수 없어.(417)
여동생이 들어간 비밀의 공간.
그곳은 지하의 공간이자 어두운 곳이다.
여동생은 금세 죽는다.
冥府 명부를 뜻하는 pluto가 금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플루토크라시가 금권정치라는데...
그 어두운 곳, 머나먼 명왕성 冥王星의 세계가 보이는 듯 하다.
비탈길 중간에 주저앉아...
비탈길을 굴러가는 공을 바라보는 프란츠 카프카를 상상했다.(508)
카프카가 비탈길을 좋아한 것은,
굴러가는 공을 관찰하기 좋은 곳이었다는 듯...
하루키는 인간 세상의 모습을 판타지를 통해 관조하고 있다.
흡사 물에 소쿠리를 띄우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기사단장은 말했다.
구멍 숭숭 뚫린 물건을 물에 띄우는 건
누구에게나 의미없는 짓이지.(509)
색즉시공을 이야기로 보여주려는 듯,
멘시키의 이야기는 뜬금없는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시공을 통해 펼쳐지고 있다.
2권은 <이데아>를 넘어서 <메타포>라는데,
하루키의 구라가 어디까지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