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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2 - 다시 만난 친구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시골 의사의 고단한 삶이 가득한 책이다.
대학 병원의 시스템 역시 일본의 그것을 본딴 영향이 큰 탓으로,
인간 중심이 아니라 인간의 희생으로 돌아가는 병원 구조는
결국 의사들을 비교적 덜 위험하고 돈 되는 곳으로 빠지게 만든다.
시골의 병원에서 365일 진료를 하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몇 되지 않는 의사의 격무는 2권에서도 참혹하다.
결국 늙은 여우 선생은 타계한다.
신슈의 산 이름을 딴 작은 월셋집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산다.
화가도 있고 목표를 묻는 젊은 아이도 있다.
눈앞에 있는 것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그것이 꿈으로 변해.
인생이라는 것, 그런 거야.(267)
인생이란 것, 꿈을 가지라는 말도 헛되고,
최선을 다하란 말도 헛되다.
눈앞의 삶을 계속 하는 이외에, 수가 없다.
샤라쿠는 작은 양조장이에요.
영세기업이지만 요즘은 어디든 이런 작은 양조장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어요. 신슈만 해도...(349)
신슈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 지역이다.
일본의 북알프스로 불리는 고산지대로,
이 책에서도 고산을 즐기는 아내 하루코가 등장한다.
산과 산이 이어져있고 어디를 봐도 온통 산뿐이다.
후카자와 시치로의 단편집 '나라야마부시코'는 이러한 명문장으로 시작한다.
짧지마 신슈의 산야를 잘 묘사한 명문장이다.(229)
작가의 신슈 사랑이 가득하다.
이 세상은 출세라는 걸 하면
책임과 의무와 답답함이 늘어날 뿐이야.
명예 같은 것은 가능한 던져 버리고
그저 인간으로 살기만 하면 되는 거야.(45)
다쓰야라는 친구가 등장한다.
가정사를 돌봐야 해서 정시퇴근하는 의사 선생.
생활인으로 사는 것은 참 고단하다.
나도 아내가 아프고 나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시간만을 보내려 하고 있다.
습관적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습성은 생활을 잃어버리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고등학교 교사는 또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을 잊지 못한다.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것,
그것만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보수.(170)
풀베개의 소세키를 읊조리는 이치토와 맞장뜨는 다쓰야가 중얼거리는 말이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목숨을 바쳐 일해야 한다고 하지.
이 나라의 의료는 미쳐 있어.
의사가 생명을 갉아먹으며
가족을 버리고 환자를 위해 일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세계.
밥에 잠도 못자고 몸이 망가질 때까지 일하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하는 세계.(223)
이 비판은 한국에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휴가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노동에 지치는 나라.
이제 민주주의 국가된 지 1년차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고민해야 할 일이다.
직업인으로 만족하다 쓰러질 것인가.
생활인으로 인생을 찾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