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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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시시하다.

실연의 아픔에 휘둘린 주인공은 외삼촌의 헌책방에 칩거한다.

우여곡절 끝네 일본의 근대문학 전문 서점의 특색을 잘 살려,

문학을 통해 고통을 극복해 낸다.

 

2부에서는 외숙모가 등장한다.

럭비공보다 진로를 가능하기 힘든 인물이다.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인물도 있게 마련이다.

 

짜릿한 감동보다는,

일본 근대문학을 읽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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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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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좁은 나라에서 문학상 같은 것들이 '등단'의 관문이 된다.

좀 웃기는 일이다.

 

중요한 국회의원, 대통령을 하는데도 '인간'이면 되는데,

기껏 소설가 따위가 되는데 '등단'이 필요한 것은 웃기는 노릇이다.

시인이 가장 가난한 직업으로 분류된 판에 등단이 권력이라니 한심한 나라다.

 

그러니 고은처럼 겁없이 후배들 앞에서 자지를 흔든 인간도 있었던 게다.

무소불위의 권력인 줄 알고 말이다.

 

인터넷의 시대, 새로운 형식의 문학이 나타났다.

그 문학에서는 외계인, 요괴가 인간과 대결한다.

아마도 전문 작가들은 김동식을 까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것이다.

 

저런 것을 문학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괴는 인간을 끝없이 잡아먹고,

똥을 퍽퍽 싸대는데... 그 똥을 먹어보면 인간들이 미남, 미녀가 된다.

 

김동식의 이야기는 우아하지는 않다.

갈고 닦은 맛은 없이 날것 그대로의 스토리다.

그렇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은 깊다.

 

1990년대 노동자 문학패들은 기존 문학을 패러디하면서 성장했다.

베르나르같은 창의력이 돋보이지만,

문장은 아직 거칠다.

 

괴물이 탄생했다. 그 괴물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아직 젊은 작가다. 85년 생이라 하니, 멋진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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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말들 - 이 땅 위의 모든 읽기에 관하여 문장 시리즈
박총 지음 / 유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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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에는 무릇 술과 기름진 안주들이 가득해야 맛이다.

그렇게 한 잔 술을 친구와 함께 부딪고 나서,

꿀~꺽 마신 다음, 간단한 안주로 입맛을 다시고,

주거니, 받거니, 수작을 나누는 일이 향연의 기본이다.

 

'독서'와 '책'은 불가분의 관계다.

'책'이라는 사물을 만든 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특이한 짓이라면,

'책 읽기'라는 행동은 호모 사피엔스의 별난 행동이다.

 

인류라는 종의 문화를 이끌어낸 것이 문자문화를 기반으로 한 책과 독서란 것엔 별 이견이 없을 것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융합을 가속화하여

기존 산업 사회 이전의 '책'과 '읽기'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되는 듯 싶다.

 

그렇지만, 이렇게 끝없이 책사랑은 반복적으로 수작을 부리는 것으로서,

책과 책읽기가 나누는 향연의 안줏거리는 떨어질 날이 없는 것이다.

 

문학애호가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의식적이든 아니든 상처에 연고를 바르듯 소설을 읽었다고 말한다.(231)

 

독서란 한 사람이 다른 정체성 속으로 들어가

태아처럼 그 안에 자리를 잡는 행위(키냐르, 197)

 

그렇게 정체성을 치유받는 행위다.

 

책 속에서 찾는 길 중의 하나는 다른 인생과 자기 인생의 교점에서 느껴지는

동병상련의 연고에 있다.

사람들이 끝없이 만나 술잔을 주고받는 이유 역시,

마시면 취하는 것에는 장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뜻에 있듯...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장 루슬로, 177)

 

잘 마시는 사람들은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잔을 부딪치고 제 분수에 맞게 마실 따름이다.

주류 불문, 남녀 불문, 청탁 불문, 원근 불문, 안주 불문...

그리고 상대가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제 속도로 마실 뿐...

 

책읽기보다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지요.(보르헤스, 101)

 

대작 역시 가장 좋은 향연은,

늘 마시는 친구와 다시 마시는 일이다.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마시거나,

수많은 사람이 떠들썩하게 모여 마시는 일은, 의미없다.

 

나무 밑동에서 살아있는 부분은

지름의 1/10 정도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나머지 부분은 무위와 적막의 나락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향해 수직으로 버티어주지 않으면,

나무는 죽는다.

무위는 존재의 뼈대(김훈, 91)

 

작가는 '독서네!' 라고 했지만,

나는 '철학이네!'란 생각이 든다.

책은 사람의 철학을 만들고, 넓힌다.

읽는 사람보다 인터넷이 많이 알지만,

읽는 사람만이 촛불 들고 그 추운 날 거리에서 견딜 줄 안다.

 

기억한다는 것은 구원의 시작이다.(65)

 

지난 수 년, 세월호는 금기어였다.

아직도 세월호는 진행형이다.

기억하려면 쓰고 읽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인간은 파멸되어야 할 종에 불과할 것이다.

 

고전은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는 책(이탈로 칼비노, 73)

 

돈키호테를 다 읽은 사람은 희귀하지만, 돈키호테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고전이란 어설프게 읽은 책이고, 진의를 파악하기 힘든 책이고,

시대를 넘어서도 술맛나게 하는 희대의 명주인 셈이다.

명주는 한번 마셔서는 모른다.

입에 짝 맞을 때까지, 생각만해도 그 맛이 핑~그르르 떠오르듯 하는 느낌을 주어야 비로소 명주다.

 

독서는 무용하다.

그러나 그래서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43)

 

위험한 자는 한 권의 책만 읽은 자라 한다.

십자군의 성서나 유신 시대의 교과서가 그럴 것이다.

성서나 국정교과서는 유용하다. 그만큼 억압으로 작용한다.

 

술은 무용하다.

술은 나누는 일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지만,

그래서 인간을 편하게 해방시킨다.

 

책 이야기가 충분히 풍부하다.

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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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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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를 읽다가, 같은 작가가 책에 대해 쓴 판타지가 있다고 해서 빌려봤는데, 실망이다.

 

주인공이 살아있지 못하고,

인물들의 상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도 못하다.

감동은 전혀 없다.

 

다만, 판타지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책이다.

 

책에 대해서, 책은 많이 읽어라, 줄거리만 알면 되니 속독을 해라,

책으로 돈을 벌자... 같은 삐뚤어진 사람들의 예가 등장하는데...

어린왕자가 만난 어른들같은 사람들인데,

그부분은 어린왕자에서도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가와,

소-마쿠라(풀베개)의 소-

아쿠타가와 류토스케의 스케,를 땄다는 작가의 이름만큼,

그가 얼마나 일본의 고전에 심취했던지를 보게 한다.

 

소중한 책이 닳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읽으며

책의 이야기 속에 편안히 몸을 누이면서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64)

 

이런 독서가를 모범으로 삼는 작가의 이야기다.

 

책을 보기만 하는 학자는

결국 생각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책을 보지 않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53)

 

니체의 이야기까지 들먹이는데,

책읽기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려는 시도는 좋으나

재미는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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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 - 소심해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순무의 묘생 일기
윤다솜 지음 / 북클라우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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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시폴더라는 종의 고양이 순무. 순하게 생겼다. 묘생과 함께하는 반려의 이야기...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기른다는 일은 이렇게 가슴 애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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