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와 죽을 때
"얘야, 네가 태어났을 때
너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사람들은 기뻐했다.
네가 죽을 때에는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리지만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로빈 S. 샤르마의 《내가 죽을 때 누가 울어줄까》중에서-

* 다른 사람의 진정한 슬픔 속에 죽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은 애도할지라도 자신은
진정 기쁜 마음으로 세상을 하직하는 것은 더 쉽지 않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늘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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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3-12-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마지막.
마지막을 생각한다면, 힘들게 애써 그 모든 스트레스를 껴안고 있지 않아도 될 것 아닌가.
스트레스여, 안녕.
 

사랑법

                        강은교(姜恩喬)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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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쌀쌀해 지고, 해도 짧다. 따스한 화톳불 가에 앉아 호호 불어가며 고구마라도 까 먹으면 안성맞춤일 계절. 날씨 따라 맘씨도 쌀랑하다. 사랑이 아름다운 건 집착하지 않음에 있다던가. 그립던 시 두 편 입 속에서 곱씹는 맛도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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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마주침의 차이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 법정의《오두막 편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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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魂
           李玉峯

近來安否問如何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月到紗窓妾恨多  달빛 어린 창가에서 첩의 한은 깊어만 갑니다.
若使夢魂行有跡  만약 꿈길에도 오간 흔적이 있다면
門前石路半成沙  문 앞의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목마름 - 옥봉에게

그대가 밤마다
이곳 문전까지 왔다가 가는
그 엷은 발자국 소리를
내 어찌 모를 수 있으리

술취하여
그대 무릎 베개 삼아
잠들고 싶은 날

꿈길 어디메쯤
마주칠 수도 있으련만
너무 눈부신 달빛 만리에 내려 쌓여
눈먼 그리움
저 혼자서 떠돌다가
돌아올 뿐

그동안
돌길은 반쯤이나 모래가 되고
또 작은 모래가 되어
흔적조차 사라져

이젠 내 간절한 목마름
땅에 묻고
다시 목마름에 싹 돋아
꽃필 날 기다려야 하라.

이가림 시집 <순간의 거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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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의 공존의 이유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을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정지용의 그의 반 

내 무엇이라고 이름하리 그를 ?
나의 영혼 안의 고흔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 꽃을 달은 고산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구비구비 돌아간 시름의 황혼(黃昏)길 위 --
나 --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히 지니고 걷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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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머언 이 앞에 오로지 수그릴 뿐인 가슴에 두 손 여민 '나'는 그의 반이다.

우리 살림살이는 구비구비 돌아간 강물처럼, 시름의 황혼 길이었던가. 그리하여 나의 가지에 흰 꽃을 달고 살아가던 나의 나라의 주민들은 이제 떠나가는가. 그래서 만날 때 떠날 것을 미리 예정하고 있듯이, 깊이 사귀지 말자는 말을 곱씹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그대 손 마지막 잡을 날을 기다리며, 깊이 사귀지 말자고 하는가. 작별의 날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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