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의 어느 한 때 한 순간,
누구에게나 그 한 순간이 있다.
가장 좋고 눈부신 한 때,
그것은 자두나무의 유월처럼 짧을 수도 있고,
감나무의 가을처럼 조금 길 수도 있다.
짧든 길든, 그것은 그래도 누구에게나 한 때, 한 순간이 된다.
좋은 시절은 아무리 길어도 짧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난 자운영 꽃이 화려한 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여서 아름다운 풀꽃이었다. 내게 가장 좋고 화려하던 한 때는 언제였을까. 고교시절이었을까. 대학시절이었을까. 아이들때문에 가슴뛰던 초임교사 시절이었을까...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아닐까. 아이들과 재미나게 알콩달콩 수업하면 아이들이 까르르 웃어주고, 재재거리며 이야기할 때, 집에 가면 따스한 가족이 날 반겨줄 때. 오늘 밤 날씨가 아무리 차가워도 고구마 하나 사 가면 호호 불어가며 나눠먹을 집을 생각하며 혼자 호호 불며 유자차를 마시는 이 시간. 좋은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짧을 수밖에 없을 지 몰라도, 아무리 짧아도 좋은 시간은 '영원히' 좋은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나중에 나중에 내가 늙어서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낙타선생이 될 지라도... 이 좋은 시간을 따스한 햇살에 비추이며 뒤척이리라. 이 아름다운 시간을 낭비할 순 없겠다. 좀 더 뒤척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