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것도 힘이 된다 2
이상석 지음, 박재동 그림 / 자인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석 선생의 '못난 것도 힘이 된다' 2권에서는 고3 시절과 대학 시절, 군대 생활, 그리고 나를 가꾸어준 사람들이 실려 있다.

천하의 고문관 이야기는 재미도 있지만, 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청춘을 허송세월하게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군대 갔다 와야 인간 된다는 것은 예전에 교육의 세례를 받지 못하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누가 군대가는 걸 행운이라고 느끼겠는가.

이 책에서 내 삶을 가꾸어준 사람들...은 참 감명깊게 읽었다.

이상석 선생의 스승님, 윤덕만 선생님의 청렴결백한 삶과, 요한 김정한 선생의 죽음 이야기까지...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지금의 이상석 선생을 이루고 있는 유전자들의 변화가 일어났던 모양이다.

누구나 자기가 사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이다. 나보다 열 두서너 살 많은 이상석 선생이 살았던 시기의 화두는 박정희와 유신이었을 것이다. 그 시대를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머리를 텅 비우고 클래식 음악과 연애에 빠졌다가 돈벌이로 흐르는 길과, 옳음을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집안 말아먹고 감옥을 들락거리는 길.

옳음을 고민하는 체 하다가 앞의 부귀영화로 전향한 사람들은 무늬만 운동권이라 하겠지만,
이상석 선생처럼 자유분방한 이가 참다운 삶의 길로 살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주변의 <인적 풀>의 덕택이라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옳은 것을 지킬 줄 아는 뚝심을 가진 선생의 지조가 중심을 잡고 있었을 것이다.

자연을 빼앗기고 돌틈바구니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과연 스승님다운 스승님이 있을까?
부득부득 아무렇게나 사는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삶의 등대를 보여주지 못하는 어른들로 득시글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자연도, 인물도 보지 못하고 무엇을 보고 삶의 지표를 삼을 것인지... 걱정되는 저녁.

차로 도로가 꽉 막혀 거의 전진하기가 불가능한데도 매일 저 램프로 차를 올리는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2007-01-1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산 선생님은 제가 우리 재단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우리 학교에서 책을 좋아하시는 선생님에게서 교사생활을 했던 이야기를 조금 주워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좀 찾아보았더랬죠..
요산 선생님의 정기 덕인지 저희 학교에서는 중앙일보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 두 명이나 나왔습니다.
그 분 중 한 분과는 알고 지내는데요. 가끔 그 분을 통해 시와 글을 추천받기도 합니다.
요산 선생님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향력이 이렇게 내 주위에 살아 있으니,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못난 것도 힘이 된다 1 카르페디엠 34
이상석 지음, 박재동 그림 / 자인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라는 책을 내서 한때 감동적인 교육 열풍을 일으켰던 분.

사립학교에서 해직되시고 이제 공립학교로 오셨으니 언제 같은 학교에서 만나게 될는지도 모를 분이다.

이런 선생님과 한 학교에 근무하면, 좀 부끄럽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난 당당하지 못한 면이 있어서, 이렇게 당당하신 분의 글을 대하면 자꾸 움츠러 든다.
못난 것도 힘이 된다... 고 말씀하시지만, 이렇게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는 당신께서 힘드셨던 삶을 살았지만, 공부도 안 하고 장밋빛 인생과는 다른 골목길을 걸어 오셨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저런 것들이더란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아이들이 듣는다면 재미있게 듣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우리 살던 시절과는 다른 세계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글쎄, 효과를 잘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외할매 생각도 재미있고, 중학생 시절의 반항도 재미나게 읽었다.

특히 박재동 화백과 나눈 우정은 샘이날 정도였지만, 바바리에게 한 짓은 좀 미웠다.

나도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툭 터놓고 할 수 있을까?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써라... 하는 글에 보면,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데, 나는 영원히 내 이야기를 쓸 자신이 없다. 대학 선배가 나더러 크레믈린이라고 했더랬는데, 나는 그렇게 자아의 각질이 단단한 면이 있다. 스스로의 못난 면을 드러내고 삭이고 해서 힘으로 만들지 못하고 각질로 만드는 나.

암튼 이상석 샘의 글발에 들어있는 힘의 십분의 일이라도 내 글에 들어있음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2007-01-1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바바리 이야기마저도 로맨스로 보이더군요..
그들의 젊었던 마음 속에 그 열정을 숨김없이 발산했던
그리고 너무 음란하지 않았던 그 정도의 열정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상석 선생님과는 이 책으로 직접 대면하여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글쓰기 지도로 바쁠 선생님이
저는 사실
그 정신적 성장의 이야기가 더욱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알맹이 2007-05-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석 선생님, 저말 당당하고 거침없고 솔직하시더라고요. 완전히 반했습니다. ^^
 
인사동에 오신 붓다 틱낫한
박중식 지음 / 명상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틱낫한 스님이 한국에 오셨던 2003년. 그 해엔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하던 그 해였다.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러 스님이 오신 그 후로, 나도 스님의 책깨나 읽었더랬다.

매 순간 평화를 느끼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스님의 말씀에 한동안 깨어나는 연습을 했는데, 금세 잊고 잊고 한다. 스님 덕택에 불교 공부도 제법 하고 그랬었는데...

인사동 박중식 시인이 스님께 드리는 책을 썼다.

스님의 사진을 뵙는 것만으로도, 서늘한 그늘이 드리우는 듯 하다.
날마다 잊고 살던 '나'를 오롯이 살려 주시는 스님의 눈매.
스님의 눈두덩에 사마귄지 한 녀석이 사뿐 올라 앉았다.
보는 내가 다 불편하다. 그렇지만 스님의 웃음을 전혀 가로막지 않는다.

내 발에 티눈 수백 개를 안고 다닌 지 십여 년 되었다.
그랬는데 올 가을 이후 이유도 모르게 사르르 들어가더니, 이젠 흔적만 조금 남았다.
마음 속에 무언가 무거운 것을 놓아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티눈을 보고 있자니, 그 녀석들을 칼로 자르고 해도 전혀 뽑히지 않는 것이었다. 저절로 사르르 들어가길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박중식 시인 덕에 큰스님을 만났고, 큰스님의 모습에서 시인이 깨달은 '부처님 나' '사리탑 나'를 발견하곤 빙그레 웃게 된다.

<나는 참 지옥같은 놈이다.> 그렇네. 진리다. 법어가 따로 없다.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참 지옥같은 놈이다. 그래서 스스로 부처고 대웅전이고 스스로 사리탑인 것이다.

지은이가 나이 낼모레 오십이라니 이제 오십이 되었으련만, 한자를 많이 틀렸다. 바로잡아 둔다.
60 미소 微笑
138 여시아문 如是我聞
155 묘비명 墓碑銘

대비심, 대비심, 또 대비심... 대자대비 없으니 두려움만 있는 것.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스님도, 시인님도, 그리고... 나도, 스스로 대웅전인 나도.

조고각하... 스님들이 신발 아래를 내려다 보라는 의미인데... 신 벗을 때도 경건하게...

사진도 다 좋은데, 첫 사진에 내가 좋아라하는 스님 옆에 도올이 걷고 있어서 좀 짜증났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2007-01-1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참 좋군요.
요즘 통도사에서 순회 법회가 열리는데..
종범 스님 할 때 한번 구경갈까 합니다.
글샘님도 시간내서 한번 가보시죠..

글샘 2007-01-1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둥 껍질에서 세상의 소리를 듣는 사진인데, 아쉽게도 구멍이 아래 내려가 있어요.
그래도 아이 얼굴이 참 평화롭죠? 제가 움직이는 대웅전인데 구경갈 일 있겠어요?ㅋㅋ 요즘 보충수업 지원나가느라 당분간은 좀 어렵겠네요.
하루에 신 신고 벗을 때마다... 조고각하 발 아래나 살펴보겠습니다. 좋은 말씀 듣고 오시면 들려 주세요. 여시아문... 하구요.
 
흰 저고리 검정 치마 - 황명걸 시집
황명걸 지음 / 민음사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韓國의 아이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빛과 함께 남겼단다.
뼈골이 부서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 사는 나라의 백성이라서
허지만 그럴수록 아이야
사채기만 가리지 않으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야
누더기 옷의 아이야
계집아이는 어미를 닮지 말고
사내 아이는 아비를 닮지 말고
못 사는 나라에 태어난 죄만으로
보다 더 뼈골이 부숴지게 일을 해서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명심할 것은 아이야
너무 외롭다고 해서
숙부라는 사람 믿지 말고
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가지고 노는 돌멩이로
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고
정교한 조각을 쪼을 줄 알고
하나의 성을 쌓아 올리도록 하여라
맑은 눈빛의 아이야
빛나는 눈빛의 아이야
불타는 눈빛의 아이야 <1965.6>

이 시가 황명걸 시인의 대표작 '한국의 아이'다. 1965년이면 정말 가난하던 나랏적 이야기다.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고, 정교한 조각을 쪼을 줄 알아라...하고 그가 가르친 것이 어언 40년 전. 이 시집이 그의 작품 15년을 정리한 것이라 하니 그가 시를 쓴 지 50년이 되었다 한다.

외모부터 좀 예술가스럽게 생긴 황명걸은 그림과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이가 들면서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젊어지는 듯한 그의 삶을 보면, 뭔가를 깨닫게 하는 무엇이 있다.

나이는 시간이 흘러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하듯이, 그는 나이를 먹었으면서도 아는 것 없고 새로이 보이는 것 투성이임을 고백한다. 다행이다. 40이면 혹하지 않고, 50이면 하늘의 뜻을 알고, 60이면 남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지 않고, 70이면 맘내킨대로 해도 가로막힘이 없다는 공모씨의 말처럼 사람들이 철들지 않음을 보여 줘서.

나는 이미 40을 훌쩍 넘었으면서도 늘 어린애처럼 단순하고, 어리석다. 호기심 많고, 아직도 내 젊은 날이 새털처럼 많을 줄 안다. 내 나이 스무 살엔 마흔 쯤 된 사람들은 벌써 인생의 뭔가를 깨달았을 거라고 착각했는데도 말이다.

황명걸은 북녁 평양이 고향이다. 대동강을 못잊어 양수리에 집을 얻었다는 그.
2000년 6월에 희망찬 시들을 썼건만, 움직이지 않는 기차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래서 흰 저고리 검정 치마가 늘상 눈앞에 어리는 것인가도 모른다.

그는 '속초행'에서 <눈이 오려면 함박눈으로 내리고, 비가 오려면 장대비로 쏟아지지, 안개비에 설치는 바람은 웬 성화냐>라고 했지만, 그도 알 것이다. 세상은 멋지게 함박눈 또는 장대비만 내리지 않는단 것을. 오히려 속되게 잔바람과 안개비가 눈앞을 가리워 추적거리게 하는 것임을...

'슬픈 지뢰밭'에서는 <사람이 살아야 할 터전 들과 숲에>  <무서운 지뢰를 묻은 장본인>도 사람이고, <이제와 뒤늦게 몹쓸 지뢰를 뽑는다고 법석떠는 것도 사람>임을 증오한다. 제네바에서 본 다리잘린 의자가 떠오른다.

흰 저고리 검정 치마
너무 아름다워 흠갈라
운을 떼지 못하다가
생 꽁지머리에 엷은 화장
둥근 어깨에 초승달 눈썹
이밥 눈에 박꽃 미소가
조선 미인의 전형이라서
매끈한 몸매 타고 흐르는
긴 고름끝이 춤추는 듯
걸음새마저 날렵하니
아, 내 사랑하고픈 여자여라

시집 제목을 이룬 표제작이라 역시 그의 생각을 잘 함축하고 있다. 남남 북녀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체 게바라 평전을 읽던 중에 우연히 체 게바라 자서전을 곁들여 읽게 되었다.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자서전을 썼을 리 없는 체의 삶을 돌아보게 해 준 책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자서전이란 제목은 좀 상업적 냄새가 짙다.

이 책에서 체의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의 인격의 향기와 은은한 시가 냄새가 뭍어 나는 편지들, 일화들도 재미있다.

목격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체 게바라. 그는 시인으로서, 사진가로서도 당당한 한 사람 몫을 해 낼 정도의 예술적 열정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어느 나라의 고통도 내 것으로 느끼며, 세계 어느 곳, 어떤 나라의 고통도 마찬가지로 느낀다던 낙관적 혁명가 체.

적당한 자기 중심주의는 노골적이고 줏대없는 개인주의임을 당당하게 어머니 앞에서 밝히던 그 밝은 얼굴은 미제국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어 사라졌지만, IMF의 본질은 <외부의 자본>이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것을 통제하도록 하는 기능이 그것이라는 선지자적 시각을 읽을 때, 그의 해박한 관점에 새삼 놀라게 한다.

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혁명을 이끌었던 50년 전의 사람. 그의 책읽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스캐너로 읽었다. 나무 위에서, 나뭇짐에 앉아서, 전투중에도 피곤함을 이기고 괴테를 읽는 그의 모습은 담배를 물고 미간을 조금 찡그린 사진만큼이나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는 자신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돌로 조각하기에는 너무도 따뜻했던 인물.
우리의 것으로 떠올리기에는 너무도 위대했던 인물.
가장 위대한 아르헨티나인이었던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아마도 가장 참다운 세계 시민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