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기타
박정대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디고 서원에서 '주제와 변주'를 하는데 거기 박정대 시인을 모신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읽고 언제 한번 읽어 봐야지... 했는데, 청춘의 격렬비열도...는 아직 못 읽었고, 아무르 기타를 먼저 읽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같은 눈이 내리지>란 시 제목만 봐도, 그는 상당히 낭만적이고, 몽환적이고 상상의 나래가 폭넓은 사람이며, 훌쩍 시공간을 뛰어넘어 버릴듯한 느낌을 준다.

책날개에 인쇄된 그의 흑백 사진을 보면, '도우너'가 생각난다. 귀여운 인상이 닮았다. 근데, 도우너는 성질이 더럽다. 그도 성질이 더러울까? 근거없는 유비추리...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도우너, 바가지 머릴 하고 어느 날 갑자기 고길동네 마당으로 하늘에서 추락한다.
그 도우너가 타고 온 것은 놀랍게도 '바이얼린'처럼 생긴 현악기였고, 도우너가 현악기를 뚝딱거리며 조작하다가 외치는 주문은 부처님 장엄 세계를 꽃으로 장식하는 화엄경에 나오는 '깐따삐야'였다.

생김새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박정대는 시집 제목에서도 기타를 들먹였지만, 많은 현악기를 끄집어낸다.
그는 스스로 도우너임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기 공룡 둘리란 시가 없는 걸로 보면, 그가 아직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은델레, 이낭가, 마두금, 망기타, 비파등의 이미지는 충분히 깐따삐야별로 항해하는 꿈의 비행선으로 화할는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타를 타고 그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은 짬뽕이 되고 부대찌개가 된다.
그의 시와 분위기가 잘 통하는 옥타비아 빠스를 읽으면서 옥탑방 위의 빤쓰를 떠올리는 장난기도 영락없는 도우너다. ㅋ

첫번째 시에서부터 그는 우리를 꾀인다. <같이 갈래?> 얼떨결에 둘리네 일행에 휩싸이는 고길동처럼 어물쩡하는 사이에 그의 여행의 좌충우돌 종횡무진 여정에 독자는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은 고독하기도 하고 명상적이기도 하며 열정적이기도 하다. 마치 격렬비열도엘 간 것처럼. 이름은 격렬한 섬에서 세상을 뒤덮는 흰 눈을 만나는 것처럼.

푸른 노트 한 권을 들고 하노이로 훌쩍 떠나는 깐따삐야 별의 도우너 박정대. 그는 보도 블록을 하나 들어내도 바다가 보이는 섬세한 촉수를 가슴에 달고 사는 이다. 그가 보는 영화들과 읽는 책들은 모두 그 촉수에 특정한 호르몬으로 저장되어 필요에 의해 독자들에게 페로몬으로 발산되기도 한다. 그의 글은 이유모를 중독성을 가진 듯 하다. 보이지 않는 페로몬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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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녀 반올림 4
이경화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주인공은 중3 머시매다. 엄마가 죽고 아빠는 백수고 할머니가 빌딩집세를 받아 먹고 산다. 집안은 좀 콩가루가 폴폴 날린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고, 판타지 소설에 몰두한다. 이런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흔하다.

고모들이 간혹 간섭하는데, 과외를 많이 붙인다. 논술 과외도 그 중 하나다.

논술 과외 선생이 32세, 아이는 16세. 논술 과외 선생을 사랑하는 감정을 품는다. 열여섯 머시매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논술 과외 선생은 아주 부드럽게 그 사랑의 감정을 품어 준다.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품어주는 것. 이 소설이 아름다운 것이 이것이다. 연속극이라면 둘이서 난리부르스를 떨겠지만, 사실 세상이란 연속극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논술 선생님의 배려로 아이는 건전한 방향으로 성장한다. 여자 친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작가는 아이들에 대한 시선을 놓치지 않고 충분히 습도 높은 감성을 가지고 따라 붙는다.
방황하는 아이들이라면, 야 이눔아, 꿈을 가져라! 하고 윽박지르기 전에 이렇게 충분히 공감하며 품어주어야 할 것이 어른 노릇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외 선생에게 빠진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 초임 교사 시절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 땐 교무실에 출근하면 아이들이 예쁜 꽃병에 제철에 맞는 꽃들도 갖다 꽂아 두곤 했다.
활짝 핀 백합과 봉오리들이 엉긴 화병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날이면, 교무실 분위기가 하루 종일 즐겁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산에서 꺾은 진달래 가지 몇이 올려져 있기도 했고...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서 좋아하는 샘을 찾는다. 어떤 학원의 누구에겐 그래서 아이들이 몰리기도 한다. 당연한 노릇이다. 인터넷 강의로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실력도 있고 잘생겼으며 젊은 선생님은 학교에 없으니까.

내가 교직에 발 들인지 18년 지났다. 학교는 그대로 늙어갔고, 내 나이보다 항상 높은 교사 평균 연령은 아이들에게서 재미없는 학교를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교육의 실패 원인의 가장 큰 이유는 교사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줄어들면 학급당 아이 수를 줄여야지, 교사를 뽑지 않으니 아이들은 늙은 교사들과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마음이 통하는 젊은 교사를 만날 길이 요원하다. 불행한 일이다. 여고생들도 마음 설레게 할 총각 선생님 한번 만나지 못하고 졸업한다. 마음밭이 풍성해질 좋은 기회를 박탈한 처사다.

선생이 뭐 중요하냐고 할는지 몰라도, 어른들이든 아이들이든 선생님에 따라서 학교 생활이 얼마나 유의미하기도 하고 무의미하기도 한 것이었던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교는 일정 프로그램을 돌리는 국가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얼굴을 맞대고 서로 성장하는 공간인 것이다. 교학상장이라 그랬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성장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그런데, 요즘 학교엔 월급 받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나도 그렇게 늙어간다. 학부모가 촌지를 보내오면 어떻게 돌려보낼까로 고민하는 이쁜 젊은 선생님들을 만나기 힘들어진 학교. 과연 희망이 있는 것일까?

이 책에서 학교란 공간은 불량한 복학생이 삥이나 뜯는 일이 일어나고, 아이들은 시험에나 관심있고, 관심없는 아이들과는 말도 하지 않으며, 화장실에선 담배를 마구 피워도 누구도 지도하지 않고, 오히려 수학 선생은 아이가 확 밀면 자빠져서 울기나 하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었다.

현실과 그닥 다르지만은 않으리란 생각을 한다. 학교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최적의 환경은 아니겠으나, 국가가 그리고 교사들이 제발 좀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그리고 아이들 만나는 일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올해부터 교원평가가 학교에 도입된다. 많은 일반 국민들이 오해하는 것과 다르게, 교원평가는 교사의 품성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고 현행 진급 제도에서는 진급의 디딤돌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 운동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너무도 큰 제도임은 명약관화하다.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데리고 가면, 창밖을 보지 않는다. 멋진 제주도의 바다 경치를, 한라산 오름들의 신록의 찬란한 빛깔들을 바라볼 여유가 그들에겐 없다. 아이들은 제 가슴에 지펴진 불씨 하나로도 감당이 불감당인 시절인 것이다.
어른들이 여행을 가면 별로 떠들지도 않고 다들 창밖을 바라본다. 가슴에 별로 불씨들이 남아있지 않아 시선이 저절로 창밖의 대자연을 응시할 엄두를 낼 수 있었으리라.

아이들의 열정을, 혈기를, 무한한 가능성과 미확정적인 미래를 어른들의 시각으로 싹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도, 대학을 가기 위해 자라는 것도, 민족 중흥의 사명이나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필요한 '자원'이 아니잖은가.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푸르르고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들이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활동할 공간을 주고,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면 또 학원으로 달려가겠지?

올해는 수능을 쉽게 낸다고 한다. 논술을 치를 능력이 대학들은 없다. 숱한 아이들이 수능 뒤에 재수를 하게 될 것이다. 내년엔 다시 원위치 하겠지...

조선일보에서 한국의 교육은 '영어 한마디 못 가르치는 교육, 날마다 바뀌는 입시, 뒤처진 공교육...'등으로 매도했지만, 그 욕이 틀린 것 하나 없어서 조선일보가 얄밉지만 아이들이 더욱 불쌍하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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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07-01-29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이맘때 쯤 지인들의 가족과 함께 영주 부석사를 여행했습니다. 저희 큰아들이 수학여행때 왔던 곳이라고 하면서 안내를 잘 해 주었습니다. 소수서원과 선비촌등 아이가 장황하게 설명하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학교의 수학 여행이란 제도가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수학여행 중 차 속에서는 환타지 소설에 코를 박고 있었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마블게임이나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건저오는 것도 있더군요. 환타지 소설이던, 만화책이던 책과 가까운 아이들은 그래도 순수한 면을 많이 보여주는것 같아요.

글샘 2007-01-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네요. ^^ 건져오는 것이 있었다니... 아직도 학교에서 아름다운 날들이 만들어 지기도 하지만 너무 불필요한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습니다.
 
찰나의 외면 - 이병진 포토에세이
이병진 글.사진 / 삼호미디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 찰나1

    찰나1(刹那←ksana 범)
    〔-라〕 [명사] 매우 짧은 동안. 순간(瞬間). 겁(劫).
  • 찰나2

    찰나2(刹那←ksana 범)
    〔-라〕 [수사][관형사] 탄지(彈指)의 10분의 1, 육덕(六德)의 10배가 되는 수(의). 곧, 10의 -18승.
  • 웃찾사였나? 젊은 아이들 나와 노는데, 나이꽤나 먹은 이병진이 나와서 헛소리하고 구박받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나이나 경력을 따진다면 결코 나와서는 안 될 자리지만, 연기자로서 제 자리가 필요하면 어떤 자리든 간다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조금 안쓰러웠던 생각이 난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부담없이 읽으셨다면서 권해 주셔서 빌려왔다.

    그의 아버지가 사진작가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이력을 보니 개그맨 이외에도 방송 작가, 무대 디자인 등 다채롭다.

    자기가 찍은 사진들 사이사이로 적어 놓은 에세이들이 가볍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글들은 아니다.
    그의 섬세함이 잘 묻어난다.

    그가 아침고요수목원(이 수목원의 이름은 참 별볼일없다. 대한한공의 모닝캄을 번역한 것이어서...)에서 찍은 고목에 덧붙인 글에,
    정작 본인은 더이상 보여줄 것이 없지만
    먼저 태어나 세상의 풍파를 경험한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
    그 자체 만으로도 귀감이 된다.
    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게 늙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기에... 이미 늙어가고 있지 않은가.

    사진 작가들은 '빛'을 찍는 사람들이다.
    작가들은 궤적을 즐겨 찍는다. 별들이나 차들이 지나갈 동안 셔터를 열어 두었다가 나중에 닫으면 빛들만 지나가고 지나간 차들은 하나도 안 찍힌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나는 허무하다.

    내 이 몸뚱아리로 살고 있는 이 시간에 무슨 궤적이 남아 있는가... 생각할수록 허무하다.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사진은 오히려 정직하다. 지나간 순간의 빛만 남을 뿐, 그 공간을 스치고 지나간 자동차는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면, 남는 것은 빛의 기억 뿐일 것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순간의, 아니 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인 찰나의 빛을 필름에 또는 디지털 입자로 기억할 뿐이다.

    내가 숨쉬고, 핏줄 펄뜨덕거리며 앉아있는 이 순간의 나는 남지 않는다.
    남기 위해선 빛을 내며 지나가야 한다.
    자동차가 지나간 자리에 붉은 미등의 자취만 존재의 오해를 남기고 있기 때문에...
    존재에 대한 화려한 착각은 희미한 오해에 불과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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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인 2007-01-2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저는 제목만 보고, 이병진씨가 대출광고 찍은것은 뭔가 조폭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라는 것을 기대했습니다 ^^;

    프레이야 2007-01-2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병진을 처음 들어보네요.^^ 찰나의 외면이란 말이 철학적입니다.
    빛,,, 그래서 옆지기가 매달리는 일관된 주제가 빛인가 봅니다.
    그리고 빛이 동반하는 그림자...

    글샘 2007-01-2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연예가 중계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ㅋ
    배혜경님... 얼굴 보면 아실걸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란 전설적인 사진작가가 있는데요, 그를 '찰나의 거장'이라 부른대요. 그걸 반어적으로 만든 말이랍니다.^^
    이 사진집을 보고, 젊은 가수의 죽음을 보고, 사는 것은 나인가, 빛인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 죽으면 사진으로 그 사람을 추억하잖아요. 즐건 주말 보내세요....()...

    진주 2007-01-2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 이병진씨였구나,,어눌한 말투에, 재기발랄한 젊은 개그맨들 사이에서 늙수름하던 그 아저씨. 이 책을 읽으면 이병진씨 목소리가 저절로 연상될 거 같아요.
     

    오래 묵혀두었던 미국 민중사와 체게바라 자서전을 도서관에 반납했다.

    사서 선생님과 한참을 아이기르는 수다를 떨고 왔다.  아이 기르는 데 왕도는 없다.
    오로지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부모 아닐까? 한 순간 이라도...

    새로 들어온 책이 많아서 행복했다.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 읽기>, 여섯시 오분의 모딜리아니가 우아한 표정을 짓는다. 대단한 유혹이다.

    진실을 담는 시선, 최민식. 그라면 말할 것이 없다.
    영혼의 시선, 앙리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사진보담은 글이 인상적일 듯.
    찰나의 외면, 이병진의 자연스럽고 부담없는 포토 에세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행진, 101가지 이야기 101번째 특집이란다. 재밌겠다.

    김남희의 소심녀 걷기 여행 3탄, 중국, 라오스, 미얀마... 이제야 김남희에게 딱 어울리는 길을 찾았다.

    청소년 소설, 나의 산에서,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글, 그리고 이경화의 <나의 그녀>를 빌리다.

    박정대 시집, 아무르 기타... 아무르는 아무 때, 아무리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마음의 기적, 질병과 의학의 관계를 적은 글.

    루쉰의 편지,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언제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

    남자의 탄생, 남자를 이해하고...

    정작 빌리려고 했던 육조 단경은 내가 신청해 둔 책인데 누가 잽싸게 빌려가 버렸다.

    오랜만에 내 돈 주고 산,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을 먼저 읽고,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온 '오늘 부처의 일기를 써라'를 차근차근 읽으며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혜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싶다.

    서가 그득하게 책을 빌려다 꽂아두면 내 마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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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이야 2007-01-2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책을 그득 쌓아두고 정말 행복해하는 표정이 선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달려가시며 책 무게에 자전거가 기우뚱하진 않나요?^^

    글샘 2007-01-2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책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것이랍니다. 저렇게 책을 많이 빌릴 때는 당연히 차를 가지고 가죠. 시립도서관에는 3권으로 대출 권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자전거로도 가능하구요. 책을 그득하게 빌려다 두면 정말 흐뭇해요. 어쩌다 이런 책벌레가 되고 말았는지... 그렇지만 책에 얽매이진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

    달팽이 2007-01-2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게 시작한 불장난이 무섭다더니....ㅎㅎ
    선생님의 이 모험이 어디까지 어느 곳으로 갈지 기대됩니다.ㅎㅎ

    글샘 2007-01-2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삶은 어차피 아무 것도 보장되어있지 않은 모험 아닌가요? 저는 보험 안 들어요. 아내가 견딜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모험은 재밌잖습니까?

    몽당연필 2007-01-2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갈때 자전거를 탄다....무척 좋은데요.
    나도 신랑한테 자전거 사달라고 할까봐요. ^^

    글샘 2007-01-27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낳고 얼마 안 되셔서 아직...^^ 따뜻한 봄이 되면 한번 생각해 보세요. ^^ 자전거 타기가 도심에선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차를 안 타고 다니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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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날마다 길거리에서 최루 가스 냄새를 가득 묻혀오곤 했을 때 체 게바라를 처음 읽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교수대로부터의 레포트'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같은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죽음과 혁명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과대망상에 휩싸여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불행하다고 여기던 때였다. 길거리의 최루가스에는 혁명의 냄새가 묻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은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체 게바라를 평가한 말들은 무진장 많다.

    '그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사르트르)'이란 평가가 가장 유명한 평가가 아닐까 싶다.
    타임지에서는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정신이고, 라울은 혁명을 위한 단검이고, 게바라는 두뇌이다. 그는 이 삼두마차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여자들을 홀리기에 딱 좋은 우수가 묻어나는 미소를 입꼬리에 흘리면서 체 게바라는 냉정하고도 치밀한 방식으로 쿠바를 이끌고 있다. 놀라운 능력과 지성, 그리고 세련된 유머로서." 라고 평가한다. 미국놈들 입장에서 잘도 보고 있다.

    그의 가장 훌륭한 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고인이 된 그를 두고 이렇게 평한다.
    "그는 무척이나 대담한 사람이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순간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해내곤 했다. ... 그는 순결하고, 용감하고, 모든 것에 초연하고, 욕심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인간이었다. 체의 삶을 그를 맹렬하게 반대하는 이념상의 적까지도 감명을 받고 찬사를 할 정도로 위대했다. 그의 죽음은 이 시대의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평가는 "에르네스토는 진실에 열광적이었다. 진실은 그의 환상이었다. 전투할 때는 냉정했고, 혁명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는 굽힐 줄 몰랐던 만큼 그 아이는 더할 나위없이 부드럽고 유머가 넘치는 아이"였다고 이어진다. 그에 대한 평가들은 일관되면서도 이상적인 인간상을 부조로 빚고있단 생각이 들게 한다.

    미국 놈들이 쿠바에 행한 짓거리를 보면, 구역질이 난다.
    "만약 거기에 미사일이 없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정면 대결할 생각"이란 말은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이라크에 부시가 했던 말의 복사판 아닌가?

    이 책을 조금씩 읽던 중에, 체 게바라 자서전을 만나서 먼저 읽었다. 그 책은 훨씬 내용은 빈약하지만, 체의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총에 맞는 순간, 잭 런던의 책에서 읽었던 <가장 멋지게 죽는 방법>이 떠오를 만큼, 그는 독서광이었다. 그리고 늘 고결한 죽음을 생각했으리라. 시인의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천식이란 결정적인 병을 품은 이였지만, 의지로 이겨내고야 말았다.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는 속담도 있는데, 지독한 인종이다.

    마오 쩌뚱이 홍군이 위대한 장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 엄격한 규율이었듯, 그의 성품도 깨끗하고 특권을 누리려 하지 않았다. 늘 소탈하면서도 유머를 지닌 사람, 그러면서도 항상 옳은 길을 이마의 별처럼 지향했던 사람. 그의 이전 역사에서 '게릴라'란 강력한 정규 군대에 대항하는 소수 과격파만을 일컬었지만, 비로소 체에 와서는 <압제자에 대항하는 전체 민중의 싸움>이라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관점을 획득하게 된다.  위대한 인물은 르네상스적인 통찰력을 가졌다는 말은 헛된 말이 아니다. 그를 읽읽는 일은 사르트르의 헌사가 헛된 것이 아님을 거듭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젊은 공산주의자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입니다.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말은 최고의 인간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최고의 인간은 노동과 학문, 이 세계 모든 민중과의 부단한 연대를 통하여 정제된 인간입니다. 이 지구상 어디선가 무고한 목숨이 꺼져갈 때 함께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만치 감성이 계발되어 있으며, 자유라는 깃발 아래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인간입니다."
    그는 스스로 '해방자'임을 부정한다. '해방자들'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민중을 해방시키는 건 그들 자신이라고 강조한다.(434) 그는 진정한 혁명가였기에 '인간이 권력의 자비에 매달려 사는 사회가 아니라, 공적인 생활의 중심에 있게 되는 사회' 건설을 꿈꾸었고, 그래서 '테러리즘은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결정된 혁명 운동에 대해 반감을 품게 할 수 있는 부정적인 형식'(709)으로 확신을 표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게오르그 루카치가 '소설의 이론' 앞머리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은행 총재와 산업부 장관을 역임하면서도 그는 "영달과 권세라, 정말 지겨운 것들이오!"하는 말을 툭 던지고는 다시 총을 잡고 아프리카의 콩고로 건너간다. 베네룩스 삼국이라는 벨기에란 작은 나라가 아직도 엄청 잘 사는 이유는 콩고 공화국 같은 나라를 착취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 시기에도 벨기에의 수탈은 극에 달했고 체는 아프리카의 동포들과 함께 했다. 다시 그는 남미의 볼리비아 정글로 뛰어들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게 된 채 살해 당하고 마는 운명에 처한다.

    그는 쿠바에서 고위 관료로 재직하던 당시 세계의 공산주의 국가들과 약소국들을 많이 순방하게 되는데, 사다트, 티토, 마오쩌뚱과 같은 인물들로부터 많은 시사를 얻어 각국의 혁명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데, <소련과 동부 유럽 정권들의 부패>를 목도한 그는 '사회주의 진영의 열세'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가 사회주의 국가의 정착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고 총을 들고 영원한 게릴라의 별로 산화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분노하지 않는 민족은 야수같은 적에게 승리할 수 없다.(586)'는 말에서 그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란 이념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 공동의 적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체는 '인간은 태양을 향해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은 인간을 불타오르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 준다. 고개를 숙인다면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라는 신념과 용기를 우리 머리 위에 뚜렷한 <별>로 각인시킨, 단순한 게릴라의 경지를 넘어선 또 한 사람의 성자라고 생각한다.

    역자가 마지막에 기록한 체의 한마디는 그 <별>을 잊지않도록 하는 경구의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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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팀전 2007-01-26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아기를 책장 근처에 안고 있으면 아기의 손이 저 책으로 갑니다....혹시 게릴라가 되는 건 아닌지..^^ 아마 책 표지가 붉은 빛이어서 그렇겠지요.
    저는 오늘 의령에 다녀와야 합니다.날씨가 춥다는데.. 눈은 안왔으면 좋겠당..평화로운 하루보내시길...

    글샘 2007-01-2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 시민으로서의 게릴라의 관점을 가진다면 나쁠 것도 없겠지요.^^ 표지가 정말 강렬하지 않나요? 완존 빨갱이^^
    아, 의령까지 다녀 오시는군요. 눈이 내리지 말라고 할게요. ㅋ
    님도 평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07-01-2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에 누워있는 저 책을 다시 꺼내 봅니다. 사르트르도 그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란 극찬을 했군요. 마지막 말, 다시 보게 됩니다.

    향기로운 2007-01-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흠... 지금도 읽을게 넘 많은데..^^;; 우선 제 페이퍼에 담아갈게요^^

    글샘 2007-01-2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제 책꽂이엔 옛날 책만 가득합니다. 요즘에 책 안 산지 오래 됐어요. ^^ 가끔 정말 보고 싶은 책만 사고 다 빌려 보죠. 체는 참 가슴을 뜨겁게 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향기로운님...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게릴라가 되어야겠죠. 평생을 싸워야 할 것 같네요. ^^

    달팽이 2007-01-2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게바라 사망 40주년이 되는 해이군요..
    제작년인가 체게바라 기념 음반이 나왔잖아요...
    카스트로의 식사로 시작되는 앨범에 어찌나 유장함이 흐르던지요..
    그리고 언젠가 체의 행로를 하이킹하는 여행상품이 나와서
    한번 가보고 싶었었죠..
    이젠 책꽃이 한 모퉁이에서 잘 쉬고 있군요..

    글샘 2007-01-27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주기가 맞는 말이죠. 기념할 때 ~주년을 쓰니깐. ^^
    체 게바라의 삶의 향내를 맡노라면 그 투박한 흙냄새에 머리가 어찔 합니다.
    책에 밑줄 긋고 싶은 데가 너무도 많아서, 빌려온 책이라 손이 근질거려서 혼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