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밥은 먹었는가 - 카툰으로 읽는 벽암록
배종훈 지음 / 정우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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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들의 선문답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이 좀 잡히는 것도 있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ㅠㅜ하는 것도 많다. 읽는 것에서 그치면 공부가 아니란 말씀이겠지만, 좀 자세히 설명해 놓은 책이 없는가? 하고 구하는 것이 한 대 맞을 짓이란 것 정도는 알겠으면서도, 목이 말랐던 게다.

이 책도 똥 막대기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뭐냐? 했을 때, 손가락 하나만 가리켰다... 하고 적는 것과 손가락에서 퍼져나오는 아우라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는 것은 친절함에서 차이가 난다.

선문답은 친절하지 않은 가르침이다. 언어가 끊어진 그곳에서 스스로 진리를 찾아야 한다.
아니, 진리란 찾을 것도 없이 내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부처님께서 이미 가르쳐주시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선문답에서 조금이라도 사유의 힌트를 얻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나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배종훈 씨는 카툰으로 이야기를 조금 풀어준다. 그래도 막연하긴 마찬가지.

21. 연꽃...은 이렇다. 한 스님이 지문화상에게 물었다.
"연꽃이 물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는 무엇이라 해야 합니까?"  
"연꽃이라 하지."
"그러면 물에서 나온 다음에는 무엇입니까?"
"연꽃이지." ???..........-_-;;

오른쪽 만화는 조금 친절...
"연꽃을 물속에 있을 때는 연꽃이라 하는데, 물밖으로 나오면 무엇이라 하는지요?"
"흐음, 글쎄다. 그럼 내가 방에 있을 때는 누구고, 법당에 있을 때는 누구냐? 본질이 같은 것을 두고... 쯧쯧쯧..."...........@ㅂ@***v

22. 자라 코처럼 생긴 독사... "남산에 자라 코처럼 생긴 독사 한 마리가 있다. 너희들은 조심하거라..."???

오른쪽 만화.
"바르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입니까?"
"살려거든 먼저 죽음을 생각해 보아라. 내일 네가 죽는다면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것이다..."
글쎄, 난 뭘 할까? 내일 죽는다고 알라딘에 페이퍼라도 올릴까? ㅋㅋㅋ 배를 띄우고 혼자서 달 보며 만취해서 널부러져 잘까? 바르게 살아야지... 순간순간 깨어서... 고요하고 형형하게, 성성적적하게!!!

27. 가을 바람...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앙상한 몸을 드러내고 가을 바람을 맞겠지."

만화... "잎이 모두 떨어지면 나무가 허전하겠습니다."
" 글쎄다... 혹시 시들지 않을까, 꽃이 제대로 자랄까, 잎이 마르지 않을까 했던 근심, 걱정을 모두 내려 놓을 것이다."

28. 말할 수 없는 法...
"성인들이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은 것도 있을까?"  
"있지"
"뭘까?"
"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지."
"그거야 다 말한 것 아닌가?"
"그럼 나는 너무 자세히 말했나 보군..."...()...

그림... "옛 성인들이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은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잘 모르겠네만 말을 많이 할수록 진리와 멀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

83. 옛부처와 기둥...
"법당 안의 옛부처와 기둥이 사이좋게 지내는데 이것은 어떤 소식인지 알겠는가?"
"남산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산에 비가 내리도다."

그림... "법당 안의 옛부처와 기둥이 사이좋게 지내는데 이것은 어떤 뜻입니까?"
"네 코는 왜 그 자리에 붙어 있느냐? 세상 만물 중에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은 그대로가 인연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거라!!" 아, 오늘 다른 책에서 이 말을 두 번 들었다. ...()...

96. 흙불상, 금불상...
"흙으로 빚은 불상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금으로 만든 불상은 용광로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며, 나무로 만든 불상은 불을 지나가지 못하네."

그림... "그럼 어찌해야 하겠는가? 물을 만나면 물이 되고, 불을 만나면 불이 되게..."!!!

수처작주랬다. 어제 읽은 '출가'에도 나온 말이고, 며칠 전 읽은 육조 단경에도 나온 말이다.
가는 곳에 따라서 머무를 곳을 만들라는 말이다. 실업계 고등학교 처음 와서 실망도 많이 했다. 여기서 내가 살 집을 만들어야 함을 깨닫지 못하고... 이제는 감사하며 지낸다. 수처작주니까... 아상도 인상도 없애라는 말을 여기 와서 배웠으니까... 중생이란 것도 없다는 것을...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한 세상인 것을...

이 만화는 결코 쉽지 않지만, 뜬구름을 한번 더 쳐다보게 해 주는 힘을 가졌다.
뜬 구름을 뜬 구름이라고 쳐다보지도 않으면, 내 인생이 뜬구름인 줄 모른다. 한번 더 쳐다보면 거기서 업장이 녹을는지도 모를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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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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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의 남성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윗사람들에게 복종적이고,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를 즐겨 하며, 여성을 자연스런 파트너쉽으로 대하지 못하고 물질적으로 접하기 쉽다는 것. 남자들끼리 술 마실 때 가정사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진급과 학벌 사회란 망령 속에서 배회하는 외로운 영혼이라는 것.

이런 특이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배경은 어떤 것일까?
가부장적 사회에서 길러진 사회성?
아니면 군대와 수직 사회에서 얻어진 본능?
그것도 아니라면 혈액 속에 끈적하게 흐르는 보이지 않는 진한 유전자의 힘?

그런 것들을 정말 쫀득쫀득한 이야기로 풀어내서,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듯이 보이는 언설로 '한국 남성의 정체성'을 정치적 언어로 도출시켜내는 새로운 이야기법을 쓰는 작가를 만났다. 이름도 좀 별난 가수 같은 전인권이다.

이 책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다 싶을 정도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글을 읽어가는 도중에 자기도 모르게 지은이가 의도하는 구도의 형상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한번 잡으면 놓기가 힘든, 성장 소설을 닮은 사회학 책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저자의 사진을 타이포그래픽으로 그린 글자 그림이 있다.
이 글들을 읽어 가노라면 저자의 사진을 느낄 수 없지만, 글자들의 번짐을 의심하며 좀 멀찍이서 보는 순간 그의 얼굴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전경화되도록 배치해 둔 것이다.

한국 남자들의 '집단성'은 남다르다. 학연을 따지고, 지연을 따진다.
그것보다 '위계성'은 더 유별나다. 학번을 따지고, 나이를 따진다. 존대에서 금세 나너들이로 넘어간다.
그리고 '남성성'은 정말 우스울 지경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은 수이 나오고, 술자리에서 불쾌할 정도의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연,놈들이라고 했어도 괜찮다는 판결도 나올 정도로 남성에게 관대한 사회다. 우스울 정도로...

이 사회의 가부장제란 여성의 무한한 비루함을 딛고 선 가부장제였고, 신분제의 아랫사람들의 부단한 희생 위에서의 가부장제였다. 욕설에도 '니기미, 니에미'가 붙은 욕설은 흔하지만, '니 애비'가 붙은 욕설은 드물잖은가. 기껏 애비 없는 '호로시키' 정도가 있을 뿐.

그렇지만,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술자리에서 갖가지 가오를 잡아 보지만, 한국의 남성들은 초라하다.
수직의 계급 사회에서는 언제나 아랫사람이 많게 마련이고, 가오를 잡고싶은 윗사람일수록 더 윗사람에게 꼼짝도 못하는 법이다. 회사에서 퇴근하고도 '과장님', '부장님'으로 대접해야 하는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아니 구분해선 안 되는 사회'다.

난 내가 선택한 교사란 직장이 가장 좋은 점은 '진급'이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내가 발령받았을 때, 호적 나이가 만 22세였는데, 퇴직할 만 62세까지 진급이 없다고 해도 상관이 없는 직장. 이 직장 밖의 사람들은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위아래 없이 열댓살 윗사람도 '형님' 대접하며 잘 지낸다. 맘에 안 내키면 '쌩까면' 그만이다.

이 책에서 제일 멋진 말. 진정한 예술과 학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란 말이다. 이 사회는 참 뒤틀려 있어서 있는 그대로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있는 그대로 보다가는 크지도 않은 코가 박살이 날 정도로 무서운 본때를 보여주는 지독한 사회다. 아직도 이 사회는 '사랑'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다. 중고생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도 용인하지 못할 정도로...

권위주의로 무장한 국가.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사회. 말이 많으면 빨갱이란 무지막지한 비논리로 '있는 그대로 보는 이'들을 탄압한 역사를 가진 사회.

그 사회에서 남자의 정체성을 갖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가족으로 외연을 넓히고 결국 국가와 사회까지 연결시킨 수작이다.

의아한 것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이 '박정희 전기'일진대, 175쪽의 주에 '한국은 미국이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하위 파트너'라고 한 것에 물음표를 붙이고 싶다. 저자가 이 글을 읽을 확률은 극히 적지만, 박정희가 케네디에게 밉보였던 것을 만회하려고 '오버 액션'을 해서 베트남 참전을 하게 된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렇게 얼버무려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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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4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2-04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 찾아보니 재작년에 타계하셨군요. 왜 좋은 분들은 일찍 가시는 걸까요... 아쉽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방과 제국,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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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 내면의 침묵 등으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사진 에세이라고 해서 빌려 봤는데, 사진은 몇 장 없고, 그의 친필과 에세이들이 번역된 아주 얄팍한 책이다.

얄팍하단 것은 책의 두께도 얄팍하고, 책의 구성도 얄팍하단 뜻이다. 100페이지 정도의 책임에 비하여 가격이 지나치다. 두꺼운 것은 하드 커버로 된 표지와 지질이 엄청 두껍다. 사진도 몇 장 없는데...

사진 이전의 화가들이 그린 빛의 세계는 '영원한 일요일'을 닮은 반면, 사진은 일하는 나날들을 보여준다. 사진 속의 세계는 분명 현실과 유리된 것이지만, 현실보다 많은 것을 증명해 주기도 한다.

중국으로, 모스크바로, 쿠바로 달려가는 브레송의 여정은 삶의 가장 치열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겨두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똘똘뭉친 한 작가를 증언한다. 그의 '열정'은 사진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그의 빛에 대한 경외감은 대단하다. 빛이 없을 때라도 빛을 존중하기 위해 플래시를 터트려서는 안된다 할 정도로...

사진에 대한 그의 단상들을 엿볼 수는 있었으나, 그의 사진이 너무 적고, 잡다한 단상들에 매겨진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리고 '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와 같은 싸가지없는 바가지 상술(책값을 올리고 싶을 때면, 꺼풀만 갈아 씌우겠다는 못된 속셈, 누가 모를 줄 알고?)이 얄미워 별점을 사정없이 깎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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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프다.
    from little miss coffee 2007-09-28 03:15 
    카르티에 브레송은 워낙에 글 쓰는 것에 인색했던 작가이다. 사진과  데셍, 그리고 그의 삶으로 그만의 예술을 말했던 거장인데, 그 귀한 단상들을 모아 놓은 책에 상술을 들먹이며, 별점이 두개다. 사진 에세이인데, 사진이 없어서 억울했나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의 퀄러티는 까치에서 나온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도, 열화당의 '내면의 침묵'도 훌륭하다. (근데, 참고로 그 책들은 더 비싸다.) 내가
 
 
달팽이 2007-02-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점잖으신 우리 글샘님께 된통 당한 책모양이라니...

글샘 2007-02-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비싸더라구요. ^^

혜덕화 2007-02-0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가지 쓴 것에 대해 약올라하는 님의 모습이 너무 재밌어요. 제가 웃는 모습, 안보이죠?*^^*

글샘 2007-02-05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거의 빌려보기 때문에 바가지쓴 건 아니고요 ^^ 상술이 얄미워서요 ㅋㅋ 안 보여요. 보고 싶습니다.^^ 담엔 한번 뵈요~~
 
출가
삼소회 엮음 / 솝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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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러워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온통 걸리적거리는 것 투성이인 한 세상을, 훌쩍 떠난 이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몹시 궁금한 것들도 있게 마련. 왜 출가자가 되었는지, 몇 살이나 되었는지, 몇 년이나 수행했는지... 궁금하지만 그런 것들은 묻지 못하게 되어있다.

삼소회란 단체는 88올림픽 때, 장애자 올림픽이 묻혀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여 가톨릭, 불교, 원불교의 여성 성직자들이 활등을 개시하며 만든 단체라고 한다. 기독교가 빠진 것이 안타깝지만, 기독교에선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으니 그리 된 모양이다.

같은 종단 안에서도 치고박고 싸우기 일쑤인 판에,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모인다는 것은 신선한 일이다.

이 책은 열 네분의 수도자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출가의 인연이 닿게 된 계기들은 각기 다르지만 출가의 동기가 지극한 고통인 분들은 적어서 읽는 마음이 편했다.

임제록에 수처작주랬다고, 어느 곳에 머무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에 주인이 들어앉아 있으면 물을 달여 마셔도 군자차의 향내를 맡을 수 있음이다.

힘은 힘으로 꺾을 수 없다. 이해와 자비의 씨에 물을 주는 '깊은 경청'이 힘을 꺾는 길이라고 틱낫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는데... 미국은 매사에 '방어'를 위한 힘을 죽으라고 쓰고 있다. 미국만 아니라 이 좁아터진 땅덩이의 정치가들도 올해 있을 대통령 선거에 힘으로 맞서는 형세다. 경청이란 없다.

민주화 운동의 씨앗이 싹이 트기도 전에 반동의 무리들이 준동하기 시작한다. 힘으로... 닫힌 귀를 무기로...

인생난득이요, 불법난봉이라... 사람으로 나기도 어렵고 불법 만나기도 어렵댔다.

유,불,선의 고승 혜원 스님과 도연명, 육수정이 서로 내왕하며 대덕을 나누었듯이, 불법은 이름이 불법일 따름이지, 실체가 불법이 아니다.

모든 것은 그 중심되는 몸(체)이 있게 마련이다. 그 형상(상)에 휘말려서는 아니된다. 그 움직임(체)을 본체라고 착각해서도 아니되는 것처럼...

원불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교무님들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려우나, 여성들이 가장 평등하게 대접받는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원불교 교리도 읽어볼 법 하겠다. 나처럼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야, 그 '근본'인 '체'를 득함이 목적이니까. 예배를 드린다거나 미사에 참석하는 움직임에 얽매이지 않고, 책을 통해서나마 그 근원을 살필 수 있음은 출가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비록 무소의 뿔처럼 우뚝서진 못한 달팽이 뿔처럼 미약할 따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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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단경 읽기 - 참 불교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김윤수 엮음 / 마고북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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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육조 단경은 육조 혜능 스님의 사상을 잘 드러낸 책이다. 불사에서 본다면 일종의 전기인 셈이다. 물론 그 전기의 목적은 불도의 설파에 있다.

이 이야기는 스토리를 본다면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선에 얽힌 이야기들, 그 선문답의 과정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끊어진 필름들이지만 그 필름들을 연속해서 돌리면 재미난 이야기가 되는 과정과도 같다. 선문답 하나 하나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지만, 이야기들을 죽 연달아 읽노라면 마음에 와 닿는 감동과 깨달음이 있어서 중독과도 같이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이 책을 지은 김윤수 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육조 혜능이시니, 번역하고 주를 붙인 이라고 해야 옳겠다. 그는 절에 다니는 분도 아니고 어느 절의 신도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불도를 공부하시는 분이라니 나와 처지가 비슷하여(근기는 전혀 다르시지만...^^) 나같은 이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다른 책들에서 조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읽었으나, 육조단경을 찬찬하게 읽어볼 염을 낸 건 참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원전을 읽지 않고 풀이된 것들만 읽다 보면, 왠지 뭔가 놓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니 김윤수 씨는 불교에 참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처지가 나와 좀 비슷할 따름이지 그 수준은 옆에 댈 수 없다.

육조 혜능 조사의 전기와 어록을 풀이하고, 세세한 항목을 초보자도 알아 듣도록 풀이한 책인데, 좀 아쉬운 점이라면 주를 자세히 붙여 놓는 방식보다는 전체적으로 초심자에게 풀어주는 강론 형식으로 되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이라도 여러 번 읽노라면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다른 법이다. 육조 단경은 처음 읽는 책이지만, 다른 책에서 읽은 구절이 워낙 많아, 그 책이 그 책 같기도 한데, 이 책에선 25장의 법달에게 말씀하신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법달아, 마음으로 행하면 '법화경' 굴리고, 마음으로 행하지 않으면 '법화경' 굴리게 되며,
마음이 바르면 '법화경' 굴리고, 마음이 삿되면 '법화경' 굴리게 되며,
부처의 지견을 열면 '법화경' 굴리고, 중생의 지견을 열면 '법화경' 굴리게 된다."는 말씀.

육조 혜능 스님의 가장 큰 깨달음이 곧바로 깨달으면 내가 부처라는 말씀인데, 경전을 아무리 쳐다보고 있은들, 마음으로 행하지 못하고, 삿된 마음을 먹고, 중생같이 어리석은 마음보로 세상을 살면 <불경에 매이기만 하는> 삶이 된다는 말씀으로 읽었다.

부처님의 말씀과 조사님들의 말씀을,
마음으로 행하고, 바른 마음을 갖고, 내가 곧 부처임을 깨달아 부처의 지견을 열어야, 눈으로 읽는 불경들이 행동에 계합하고, 마음에 계합하는 실생활이 될 것임을...

성경'' 굴리고, 불경'' 굴리고, 갖가지 법도'' 굴리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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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7-02-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철스님의 육조단경을 사 놓고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백일 법문집도.
꼭 성경이나 불경 뿐 아니라 돈<에> 굴리고, 인간 관계<에> 굴리고, 얼마나 많은 자잘한 일상<에> 굴리면서 사는 지, 님을 글을 계기로 생각해 봅니다.

글샘 2007-02-0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그것들<에> 휘둘리며 사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