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색 -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강준만은 좀 난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꼼꼼하고, 그는 비판적이고, 그의 글쓰기는 독보적이다.
혹자는 그를 짜깁기 수준이라고 폄하하지만, 그것은 꼴꼴난 한국의 학자들이 연구도 하지 않으면서 논문이랍시고 내놓은 것들의 짜깁기 수준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강준만의 짜깁기 솜씨가 얼마나 오묘하고 절묘한 것인지를 말할 것이다.

강준만은 오버한다. 잘난 사람은 오버할 수밖에 없다. 오버하는 사회라는 좀 어쭙잖은 책도 있지 않은가.
강준만을 보면서 다만 안타까운 점은, 강준만이 왜 욕을 먹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 사회 안에 숱하게 많은 지식인 중에 한 명일 뿐인 강준만이라면 그가 욕을 먹을 일은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좁은 사회 안에는 지식을 팔아 먹고 사는 지식상인의 기득권자들과, 현실을 밝히고 비판하고 미래를 탐색하려는 홀대받는 지식노동자들이 몇 되지도 않는 판에, 이 지식 노동자들은 기존 기득권자들로 이뤄진 권력의 세계에서 욕을 듣기도 하고 잡스럽다고 폄하되기도 하는 듯 하다.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한국에서 남성으로, 아버지로, 어머니로, 할머니로, 노동자로, 사장으로, 이주노동자로, 창녀로, 애인의 남성,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 다양한 역할들 중 수십 가지를 한 사람이 떠맡아 살아가는 것이 삶일진대, 모든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소화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다만 한국의 특성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사색'으로 제목을 정하지 않고 '인간 사색'으로 정한 것은 조금 모순이거나 오류다. 하긴, 우린 한국인만 인간으로 취급하는 특성도 가진 특이한 민족이기도 하다.

한국의 급격한 농촌 경제와 공동체 의식의 붕괴, 식민지 이후 독재 정권 하에서 모질게 이어져온 무의식 교육, 그러다 보니 '민주 공화국'이라는 국가의 정체 중, 민주주의는 형식적으로나마 이루어졌지만, 그 공화국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나라. 그래서 '개인'의 영달을 위한 진학과 출세가 국가의 가장 큰 화두가 되어버린 나라...라는 복잡 다단한 특성을 가진 한국 사회에서 '인간'으로,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페르소나를 뒤집어쓴 인간으로 산다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이 기획된 것이다.

이 책의 장점, 재미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 책의 단점, 재미없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 -_-;; 이런 리뷰란...

역설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드는 강준만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끈질기고, 한국의 현실과 역사를 종횡무진 씨실과 날실을 아우르면서 생각의 천을 짜내는 선수다.

1장은 사랑의 이야기를 한다.

고등학생에게 섹스가 닫힌 사회,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성매매가 가장 쉬운 사회.
윗사람을 깍듯이 대접해야 하는 사회, 그러면서도 뒷담화가 무성한 사회.
음지의 돈으로 각종 회식이 만연하는 사회,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청렴한 선비를 표방하는 사회...
온갖 러브호텔이 한국처럼 많은 나라도 있을까? 그렇지만, 길거리에서 뜨거운 키스 아니라 가벼운 키스라도 하는 사람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한국인은 음습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일까?

2장에선 욕망을 이야기한다.

이놈은 사랑이란 주제와는 달리 광신주의 물질적 욕망, 뜨거운 한국인과 쿨한 세태, 각종 정치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아주 어수선한 책으로 변주되기 시작한다.(이맘때쯤 많은 독자들이 강준만의 짜깁기를 욕하리라.)

3장은 청춘이란 주제다. 1,2장에 비해 생뚱맞은 주제라고 보인다.

청춘이라기 보다는 한국의 나이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어의 특징인 높임말, 젊어 보인다면 무조건 좋아하는 현 세태와 노인 인구의 급증에 따른 노인 부양의 문제... 제목을 청춘으로 붙인 것은 좀 어색하다.

4장은 진실이란 주제를 다룬다. 이 장은 주로 정치적 가십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책이 인간 사색이란 제목으로 거창하게 시작한 데 비하여 꽤나 실망스런 부분이다. 강준만의 여느 책들과 차별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숱한 '추상명사'를 화두로 두고 온갖 이야기를 끼워 넣은 후반부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강준만의 글쓰기가 좀더 단단하게 다져졌으면 좋겠다. 그의 책을 집에 사서 두고두고 보고 싶도록...
아직도 그의 책은 사두기엔 좀 본전 생각이 나는, 그렇지만 도서관에서라도 찾아 읽게되는 수준의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던 부분은 '신념' 파트에서 러셀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었다.
인칭의 변화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의에 따라 분노한다, 너는 화를 낸다, 그는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날뛴다.'는 식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너는 변심했다. 그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했다.' 이런 것.

한양대 교수 권혁웅은
'나는 용감하고 순수하며 세심하고 열정적이고 절제하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무모하고 단순하며 소심하고 욕정적이고 억압돼 있으며 분노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 된다."
중요한 것은 덕목이 아니라, 누가 주인인가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덕목을 고르는 일이 필요한 때다...

똑같은 것이라도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찾게 되는 것.
이런 걸 보면서, 내 행동을 돌아 본다. 나는 당연하다고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남들이 보기엔 얼마나 우습게 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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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2-23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어떤 책에 대한 이야기라도
그것이 모이는 한 곳이 느껴집니다.
강준만에 대한 소견은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겪어야 할 성찰부분을 제외하면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봄의 약속이 마음 속 한구석에 있군요....
술 한 잔 기회되면...

글샘 2007-02-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럽시다... 기회되면... 근데 봄방학이 너무 짧네요^^
 
사랑의 매는 없다 - 폭력과 체벌 없는 어린 시절을 위하여
앨리스 밀러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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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한 것이 18년 지났다. 세상이 서너 번 뒤바뀔 시간을 근무했지만, 생각해보면 학교는 안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또 곰곰 생각해 보면 많이 바뀌기도 했다.

'인권'이란 개념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처럼 툭하면 걷어차고 몽둥이 찜질을 하는 일은 드물고, 학생을 괴롭히는 부적격 교사들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나도 학교라는 제도에 참으로 불만이 많았던 학생이었던 모양이다.

그랬는데, 내가 학생부 선생이던 시절, 나도 참 아이들을 많이 때렸다. 학생부 교사는 일정 정도 악역을 담당해야 하고, 특히 학생들을 조사할 때 아이들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학교에 배당된 외국어 강사가 내가 학생 뺨을 때렸다고 와서 마구 말린 적도 있다.

한동안 아이들이 맞는다고 경찰차가 학교에 들어온 적도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학교 현장에서 폭력의 매는 사라져 가고 있지만, 사실은 '사랑의 매'도 줄어들고 있다. 과연 '사랑의 매'는 있을까?

나는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매는 '폭력적인 수준'의 것이지, 말을 알아듣는 아이에게 규칙을 알려주고 '찰싹' 손바닥을 때리는 정도의 매는 결코 치욕스럽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의 많은 이론들을 배우다 보면, 독자들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 갈등이 생길 때 여러가지 방어기제를 사용하면서 살아날 길을 모색하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질병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문제다.

이 책의 원리는 단 한가지다. 폭력은 대물림된다는 것. 그것은 전적으로 옳다.
그렇지만, 폭력을 낳은 많은 원인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임을 이 책은 놓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아동 학대를 심각하게 다루는 SOS란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끔 봤는데, 경제적 궁핍이 알콜 중독을 낳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우리의 정신은 폭력을 잊을 수도 있지만, 우리 몸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학생 시절이나 군대에서 겪은 '폭행의 추억'이 권력자를 폭력행위자로 만들듯이, 폭력의 문화는 폭력을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다.

불안감을 통해서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불안감 뿐'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의 가치라고 한다면, 폭력을 통해 배우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가르칠 때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널리 알리려는 시도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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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1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샘님이 학생 뺨을 때린 적이 있다니, 상상이 안 되네요.
중고교 때 그런 선생님이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치욕적이었던
기억이 나요. 저도 사랑의 매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이런 생각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달팽이 2007-02-1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매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들어보면 늘 습관이 되기 쉽거든요.
하지만 지나고 보면 일년에 몇 번씩은 매를 대거든요.
반성합니다. 하지만 매를 댈 때 마음만은 이 녀석이 이 매 맞고 바른 마음으로 친구와 잘 지내기를.. 하는 발원을 하도록 노력합니다.
매는 어쨌거나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하지만 더 사실은
"꽃으로 때려도 폭력일 때가 있고
망치로 때려도 사랑일 때가 있다."는 말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글샘 2007-02-16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가능한한 학생부에는 안 있으려고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겠지요. 학생부는 일종의 경찰 역할이라, 아이들 야단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정말 무서운 아이들도 많거든요^^ 세상이 더 좋은 쪽으로 바뀌어야 할텐데요...
달팽이님... 아이들과 약속하고, 안지키면 한두대씩 맞는 걸 남자아이들은 훨씬 좋아하지요. 두고두고 혼내는 거보다는... 아이들을 툭툭 건드리고 머리 쓰다듬고 하는 걸 저도 좋아하는데요, 아이들도 만져주면 좋아하는 것 같애요. 근데 가끔은 싫어하는 아이도 있고... 무엇이든 과유불급이겠지요.

해적오리 2007-02-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서 아직 안 읽었는데 책을 보기 전에 님의 서평을 먼저 보게 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드팀전 2007-02-2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지요....2월 가기 전에 한번 뵙고 싶었는데..이거 쓸데없이 번잡한 일이 많아서 여유를 못내고 있습니다.3월 달은 선생님들이 바쁘신 계절이니 더 따뜻해져야 가능할까...^^ ...교육감선거다 학교안전요원이다 해서 교육청을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전교조 지부도 들락거리고... 선생님들 생각이 나더군요.
학교에서의 폭력을 사랑의 매라고 하는 것은 점점 더 동의할 수 없어집니다.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접근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폭력은 가장 쉽고도 전통적인 방식일 뿐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달팽이님의 고민은 인정하지만 결국 그것도 학교에서 어느 정도 폭력은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하에서 시작합니다.대신 그 범위와 또 그 의도의 순수성을 문제삼고 있는것이지요.느슨한 접근은 선생님의 감정적 체벌과 이성적(?)체벌 사이의 경계를 쉽게 무너뜨리게될 듯 보입니다.

학생들의 인권문제는 참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입니다...나름대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분들도 아이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아니 '학생답게'라는 이름으로 간과되는 분위기가 맞겠지요.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만...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많은 문제가 있음을 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비인간적인 입시 교육 하에서 당연한 귀결같기도 합니다만 거기에다가 모든 책임을 미루는 것 역시 현재의 문제를 사소한 것으로 만들 수 있기도 합니다.참교육 학부모회에서 학교교칙 분석을 통한 학교인권 보고서가 있었는데...(그다지 심층적이지는 않습니다만)...결국 과거 교육제도와 그에 익숙한 교육자들,그리고 학부모들의 고루한 생각이 교육을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제도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샘 2007-02-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좀 지루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책입니다. 함 읽어보세요.
드팀전님... 저도 폭력에 대해서는 정말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만,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면서 형식적 권위나마 무너져 버리는 것에 혼란을 겪고 있어 보입니다.
공교육이 사실은 '개인의 진학과 출세'를 위한 사교육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욕심을 내선 안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에 하나씩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놓치는 일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깨우침의 빛 - 풀잎마다 부처님 모습
관조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품절


낡은 것을 좋아하지 말라.
새로운 것에 매혹당하지도 말라.
사라져가는 것을 슬퍼하지 말라.
잡아끄는 것에 붙잡히지 마라...--()---19쪽

귀종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내가 지금 네게 말해주더라도 아마도 그대가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스승의 성실한 말씀을 어찌 감히 믿지 않겠습니까?"
"네가 바로 부처니라."
"어떻게 잘 다듬어 간직하리이까?"
"눈에 병이 들면 허공의 꽃이 어지럽게 떨어지느니라."
그 스님이 이 말 끝에 깨달았다.-21쪽

세상사 털어버리기가
쉬운일이 아니다.
밧줄 끝을 단단히 잡고
온 힘을 쏟아 덤벼라.
뼛속 깊이 스며드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
어찌 매화 향기가
그대를 어지럽게 하리.-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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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2-1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보직을 하나 하게 되었는데..
학기초부터 마음쓸 일이 생겼습니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 영글지 않은 마음이 불쑥 튀어올라
커져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니 막 튀어올 때 나아가 영그는 것이 보일 때
바치고 또 바쳐야겠습니다.

글샘 2007-02-1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직이라... 누구든 맡게 되는 거지만, 힘드시겠군요.
달팽이님의 마음이라면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ㅣ^^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7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아름답고 지혜로운 말이 참 많구나! 하고 놀랄 때가 있습니다.
세상을 다녀가는 생명이 이렇게 많으니 그 안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인들 오죽 많을까 싶기도 하구요.
이 많은 지혜의 언어들이 있고, 아름답게 살다 가신 지혜의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은 왜 여전히 잔반통처럼 어지러운걸까 싶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말에 스스로 갇혀 지내는 것 아닌가? 스스로 묻습니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일이 더 소중한 것인줄은 압니다. 실천을 놓치지 않게 되기를...

내가 리뷰로 쓰고 싶은 말을 207쪽 엽서에 그대로 적어 두셨습니다.

얼마나 간명하면서도 시사적으로 서늘한 말씀들을 엽서로 담아 주셨는지요...

그것 그대로 하나의 실천이고, 마음 공부이고, 예술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납지 않고
고요한 한 사람
- 그렇게 혼자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 꽃은 조용한 사람을 닮았습니다. 말없이 제 온전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씨앗을 맺소 다시 조용히 적적한 자리로 돌아가지요. 환히 피어나는 새꽃은 작은 느낌표가 모여있는 듯 합니다. 그 가볍고 밝은 꽃에 비기면, 우리들은 무거운 의문 부호 - 물음표를 주렁주렁 달고 사는 듯 싶기도 합니다. 나를 몰라서요...ㅠㅜ(181)

좋은 책을 읽으면, 그렇게, 그저 그렇게 조용하게 느낌표로 살아가야겠다는 실천의 마음을 실어 줍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살피고 있습니다.
그 마음으로 주변에 끼친 상처가 적지 않은 것 새삼스럽습니다.
그저 두고 보고 살아도 좋을걸...(13)

제 마음의 흐름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고, 칼질하고 낫질해서 다 베어버리고 맙니다.
참으로 잔인한 것이 이 마음이고, 내 혓바닥입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살피라는 말씀은 참으로 부끄럽게 만듭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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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철수님의 판화와 글은 늘 조용한 울림을 줍니다. 어느 산사에서 커다란 산을 마주하고 앉아 늘 들고 다니는 노트를 꺼내더니 만년필(몽블랑이더군요^^)로 쓱쓱싹싹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티비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말도 참 조용조용 힘 있게 하더군요. 서두의 문장들에 담긴 글샘님의 마음까지 담고 갑니다..

글샘 2007-02-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만나서 기쁜 일 때문에 책을 놓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철수 님의 글과 그림은 그 진정성 때문에 자꾸 빠져드는 힘이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어 좋더라구요.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
조항범 지음 / 예담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꼭 권한다기 보다... 일반인들이 어원에 대해 읽을 일이 흔치 않으므로 우연히 눈에 띈다면 한번 읽어봄직도 한 정도.

우리말의 어원을 100가지 풀어 놓으려고 하는 첫 권이다. 두번째 권은 아직 준비중...
그러므로 이 책엔 50가지가 실려있다.

요즘 뭔가 알고 싶은데, 전문가를 만나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지식에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거기엔 전문가의 의견을 싣는 곳이 아니므로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역시 인터넷도 컨텐츠가 중요하단 것이다. 맨날 홀딱쑈나 게임이나 하는 인터넷을 강국이라고 할 순 없단 생각.

저자는 인터넷에서 우리말의 정확한 뜻을 물어보는 일이 많다면서, 이 책을 왜 썼는지를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역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말은 어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힐 수 없는 말들이 숱하게 놓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 재미삼아 읽을 법도 하다.

똥구멍으로 호박씨를 깠다는 등의 이야기는 상상속에서 나온 이야기지, 실제로 그런 설화가 있었던 것도 아닐 것이며, 삼십 육계처럼 병법에 나오는 이야기도 있지만 줄행랑까지는 한자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으며, 어처구니처럼 전혀 그 뜻을 모르고 쓰는 말들도 흔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뜻을 구별할 수 있는 말들도 있다. 갈매기살이 갈매기 고기가 아니라 간막이살에서 나온 말이며, 고주망태의 고주와 망태도 뜻을 알 수 있고, 푼수나 숙맥처럼 그 어원을 알면 뜻을 명확히 쓸 수 있는 말들의 설명은 읽는 이에게 유익하다. 내 코가 석자의 코는 신체부위가 아니라 콧물이란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삼천포로 빠지다나 아줌마, 노다지, 어처구니... 같은 말들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루룩 늘어 놓기만 해서 별로 도움도 안 될 뿐더러 재미도 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무엇이든 적당히 알고 쓰면 좋긴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생명이 있어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지름신, 뽐뿌질, 간지나다... 같은 말들은 처음 들었을 때엔 대략난감한 단어가 아닐 수 없지만, 쓰임새에 익숙해 지면, 또 그것처럼 간명한 말이 없는 것이다.

이런말들을 마구 만들어 쓰는 것을 문제삼을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옛날에 몽고의 지배를 받을 때 몽고말이 많이 들어왔고, 미국의 지배를 받을 땐 '아메리카 카우보이, 달실은 마차다...'이런 황당한 노래가 유행했듯, 언어의 변화를 잘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는 일로 보인다.

2권에는 역시 그 정답을 찾지 못할 말들이 잔뜩 실려 있다. 이판사판, 십팔번처럼 어원이 쉽게 밝혀지는 말도 있는가 하면, 사바사바, 쪽팔리다, 어쭈구리, 거시기 처럼 어원을 밝히기 어려운 것들도 많이 있다.

그저 재미로 읽을 수 있으면 되겠단 생각이다.

그리고, 국어학자라면서 '만두국'이라고 적은 것은 (200쪽) 유감이다.
만두도 한자어라고 보기 어렵고, 국도 우리말이라고 본다면 '만둣국'이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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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7-02-1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재밌겠는데요. ^^

글샘 2007-02-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을 좋아하실 수도 있지요. 특히 글쓰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미있는 것도 있고, 별로인 것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