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전쟁 -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
윌리엄 쇼크로스 지음, 김주환 옮김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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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선생님 한 분이(그 분은 두 번이나 해직당한 경력을 가지신 분이다.) 캄보디아에 의료 봉사가는 팀에 따라간다고 하시더니 갔다 오셔서 캄보디아 후원회원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캄보디아 전쟁을 읽고 있어서 마음이 짠~하고 있었는데, 주위 선생님들께 한바퀴 돌리니까 다들 기꺼이 작성해 주셨다. 한 달에 최소 5천원 내는 후원회인데...

이 책의 제목은 Sideshow이고 부제가 키신저, 닉슨, 그리고 캄보디아의 파괴다.
숨겨진 쇼. 그 주연은 미국이란 나라가 아니라 키신저와 닉슨이란 이야기다. (이번 캄보디아 침공 작전에서 국무부는 거의 배제됐다. 국무부 내에서도 캄보디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140쪽) 희안한 인종들이다.

이 전쟁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줄거리가 너무나도 뻔하다.

캄푸치아란 나라의 옆에 베트남이란 나라가 전쟁이 났다.
캄푸치아는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었는데, 북베트남 호치민 루트가 그 나라 밀림 속에 있었다.
캄푸치아는 베트남이란 나라에게서 예전부터 무시당하던 감정도 남아있었고...
남베트남을 무작정 편들던 미국이란 미친개가 북베트남이 호치민 트레일을 사용한다며
캄푸치아의 밀림에다가 어마어마한 폭탄을 퍼붓는다.
미국과 한통속인 캄푸치아의 썩은 정권은 제 배만 부르면 끝이다.
결국 크메르 루주란 빨갱이들이 썩은 정권을 물리치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영화 킬링 필드는 이 모든 맥락을 집어치우고, 마지막 크메르 루주의 <비피린내>만 클로즈업시킨 저질 영화다. 미친개는 역시 미친개다.

미국은 썩은 론놀 정권에 백80억 달러 원조했다.(그중 70억 달러가 공습이다.) 폭탄을 퍼붓는 것도 원조에 들어가나? 퉷, 미친개들! 150쪽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790만 달러를 집행 - 탄약, 군복, 의약품 구입, 폭격기 정비 등... 이 예산은 당초 한국 정부에 제공될 돈이었다.

192쪽.
캄보디아 보건 당국은 의약품을 공산품 수입 품목에 포함시켜 줄 것을 미 대사관측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의약품을 취급할 줄 모르는 데다 이중 일부가 베트콩에게 팔려나가기 때문... 이라니, 구역질나는 인간들.

그 와중에도 미군 병사들은 '유령 병사 명단'을 작성하여 수십만 달러의 월급을 낭비하고 있었다. 인간은 더럽고 또 치사한 존재다. 특히 전시에는 극악무도할 정도로... 정말 전쟁은 없어야 한다.

72년 3만 7천 톤
73년 3월 2만 4천 톤
4월 4만 5천 톤
5월 3만 6천 톤(이건 B-52 폭격기로만)...
그 외 비행기론 72년 만 6천톤, 73년 4월 만5천톤, 7월 만9천톤...

그 와중에...
프놈펜의 최고 사교클럽인 [세실 스포티프]는 야간에 테니스를 칠수 있도록 밤새도록 불을 켜두었고, 극소수의 상류층들이 테니스를 치고 나이트클럽을 전전하고 와인이 곁든 프랑스 요리를 즐기는 동안...

아직도 정글에서 폭탄이 터지고, 아이들이 지뢰로 다리를 잃는 나라.
우리나라에 비해 유아 사망률이 12배가 넘는 나라...
그 나라 아이들의 크고 맑은 눈이 자꾸 밟힌다.

장마철은 이래저래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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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6-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철엔 이래저래 술 먹기 좋은 날입니다.ㅎㅎ
요즘 책 속에 빠져 사시는군요...
방학되면 함께 산이나 나들이 가면 어떨가 하는데요..
천천히 생각해보시면..좋을 듯..
저는 늘 방학보단 학사일정이 마무리되고 난 후 방학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좋더군요..
요번엔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해서 한 이틀 일을 해야 하지만요..
느긋하면서도 하릴없이 책을 드는 여유가 그립습니다.

글샘 2007-06-22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국어과 모임이어서 지금 가물가물 하누만...ㅠㅜ
요즘은 시험 공부해라~ 해 놓으면 아이들은 다 자고 나 혼자 열심히 독서하고 있답니다.
산에 가서 동동주 한잔 어때요?

2007-06-22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6-2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가까운 곳에 있지 않나요? ㅎㅎㅎ 지구별에... 그것도 부산에요.
캄보디아의 씨엠립이나 똔레삽... 이런 이름들도 이쁘고, 그 오래된 앙코르 성전에도 가보고 싶고 하지만... 마음이 아파서 가 지려나 모르겠습니다.
 
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하워드 진.에드워드 W. 사이드 외 17인 지음, 강주헌 옮김, 데이빗 버사미 / 시대의창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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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외국서적을 번역한 놈을 읽기 전에 원제목이 뭔가를 꼭 살핀다. 원래 붙인 제목이 내용을 훨씬 더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제목이 원제목을 능가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이 책도 그렇다. 20인의 사람들이 시대의 양심인 것 까진 그렇다 쳐도,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에선 좀 그렇다. 원제목이 더 옳다. Louder than Bombs : The Progressive Interview 프로그레시브 인터뷰 폭탄소리보다 더 큰 소리들... 그 울림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닿는다.

바사미언이란 유명한 미국의 인터뷰어가 있는 모양이다.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중요하다. 그가 누구를 왜 인터뷰하는지가 그 내용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면 하워드 진, 에드워드 사이드, 노암 촘스키 같은 유명인들이다. 역시 그 분들의 이야기는 많이 듣던 이야기여서 '진실'을 말하곤 있지만 놀람은 없었다.

오히려 처음 듣는 사람들의 처음 듣는 이야기에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아이티와 푸에르토리고 사람들의 고통처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미국인들의 만행은 정말 아메리카를 증오하게 만든다.

'반다나 시바'라는 행동주의자와의 인터뷰는 정말 멋지다.

인터뷰어 : 당신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흥겹게 지내는 듯 합니다.
인터뷰이 : 나는 즐겁게 살려고 합니다. 투쟁을 할 때는 그 투쟁을 즐기려 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기분을 돋궈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인간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자연을 보호하며 생물학적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내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나를 재충전시켜주는 활력소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기업들과 싸우면서 그들이 겉으로는 막강한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한없이 공허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짜릿한 전율감마저 느낍니다. 나는 앞으로도 이 길을 꾸준히 걸을 것입니다. 그 풍선들을 하나씩 터뜨릴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풍선을 터뜨렸습니다...

읽는 내가 다 통쾌하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에드워드 사이드는 테러의 근원을 "이슬람 세계, 산유국, 아랍세계, 중동, 요컨대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직결된다고 여겨지는 지역의 사건들에 미국이 오랫동안 개입해온 탓"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오죽하면 미국 내에서 9/11테러조차도 자체조작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 나올까? 징그러운 것들... 에드워드 사이드는 백혈병으로 돌아가셨다. 근조.

범죄의 나라 미국. 현재 재소자 수가 200만 이상이란다. 70%가 유색인이고 50%는 아프리카계고, 17%가 라틴계... 게다가 인구당 비율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가장 많다. 이런 감옥 산업의 나라. 안젤라 데이비스는 감옥 폐지를 주장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마나'가 많이 필요하다. 하와이 말로 '힘'이란 뜻이란다. 하와이는 미국의 한 주가 되기 싫단다.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국을 냉소적으로 미국의 51번째 주라고도 하지만, 지금처럼 졸병 국가인 것과 51번째 주인 것과의 차이는 얼마나 클 것인가. 하와이는 꿈의 휴양지로 불리지만, 그 땅의 원주민들은 땅값이 비싸지는 거기서 추방당해야 한다.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 에버랜드 외국인 노동자들(공연 전문가들)의 눈물을 다루었는데, 그들은 그나마 남의 땅이니 그렇다 쳐도 하와이 사람들은 자기네 땅에서 그런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놈을 선택하든 '차선'이 아닌 '차악'이라고... 누구는 이런 현상을 <두 사악한 쓰레기>라고도 하는데, 랄프 네이더는 '정치를 쇄신하고 싶다면 작은 씨가 싹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한다. 승자 독식은 안된다는 것. <지지후보 없음>칸을 만들자는 그의 의견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명바기를 찍겠니? 박공주를 찍겠니? 지지후보 없음! 그러면 투표율이 확 높아지지 않으려나?

촘스키 선생님, 조지 오웰의 말을 빌려 '지식인은 잘 훈련된 개'란다. 한국의 학자란 것들이 뉴스 시간에 나와 떠드는 짓들을 보면, 정말 개같다. 그 똥개들은 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득실댄다.

나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를 좋아한다. 아, 그의 <수탈된 대지 : 라틴아메리카 500년사>는 아직 안 읽었다. 그의 책은 거꾸로된 세상의 학교를 읽었을 뿐인데, 그의 문체가 시원시원해서 좋다. 그는 <난쟁이>와 <어린이>를 혼동하지 말자는 말을 한다. 개발도상국을 말하면서 어린이처럼 자본주의의 초기 단계에 살고 있는 듯이 말하면 안된다고. 사실은 개발도상국은 발전 도상에 있지 않고, 개발의 결과이고, 500년 수탈의 역사이며 이미 늙어가는 난쟁이란 비유는 섬뜩하다.
미국인은 겸손해져야 한다. 뉴욕이 건설되기 수백 년 전에 바그다드가 100만 시민이 사는 대도시였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를 지닌 도시였단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미국은 늘 악역을 만들어내는데, 펜타곤이 그 주역이다. 싸워야할 사탄이 없으면 하느님이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ㅍㅎㅎㅎ 이렇게 뒤죽박죽인 세계에서 가장 큰 패러독스의 하나는 평화를 지켜야 할 다섯 나라가 무기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 세계 무기의 절반을 미국이 만든다. 영,불,러,중이 그 뒤. ... ㅋㅋ 그러면서 이라크와 북한에게 무기를 만드는 <악의 축>이라고? 퉷, 옛다. 엿이나 먹으셔~ 갈레아노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냥 이야기 듣는 기분이다. ㅎㅎㅎ
소련의 붕괴에 대한 그의 탁견 " 나는 소련에서 주장하던 사회주의에 공감한 적이 없습니다. 소련의 사회주의는... 국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관료 정권에 불과했으며, 국민을 경멸했습니다. 말로는 국민을 찬양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소수집단, 어린아이느 어리석은 양처럼 취급... 따라서 소련이 붕괴되었다고 사회주의가 죽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소련이 그처럼 쉽게 붕괴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붕괴 과정에서 피도 없었고 눈물도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니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언젠가 인류가 사회주의를 발견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 사랑스런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아브리가르 에스페란자스... 에스파냐어로 '희망을 지키다'란 뜻. 희망은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것. 깨지기 쉬운 것. 그러나 끈질기게 살아있는 것.

하워든 진은 1960년 그리스보로의 연좌농성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행동'이 나아갈 길을 상징하듯 보여준다.

이 사건은 어떤 구체적인 결과를 기대하지 않은 채 뭔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우리는 뭔가를 해야합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우리의 행동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뭔가를 꾸준히 반복해서 해야만 합니다.
도화선에 불을 붙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바지직대고 꺼지더라도 실망해서 행동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불이 확실하게 켜질 때까지 계속해서 불을 붙여야 합니다.
...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극적 인내여서는 안 됩니다.
적극적 행동을 중단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
무엇인가를 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즉각적 성공이라는 기대감을 버릴 때 작은 결실이라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즉각적 성공이란 기대감을 버리고 끈기있게 버틸 때 우리는 뭔가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라는 형식상 제약은 있어서 하나의 줄기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미국이란 국가가 저지르는 죄악과 그 아래서 휘둘리는 민중의 한 명으로서, 삶의 길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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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한글
김미경 지음 / 자우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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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 맘에 안 든다. 한글은 대한민국의 글자가 아니다. 북조선의 글자이기도 하고, 연변조선족자치주의 글자이기도 하다. 그건 나중의 문제라 치고...

이 책의 지은이는 국문학도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책을 과감하게 내놓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학계라는 데는 뭔지 모를 케케묵은 보수성과 애국심을 띤 이들로 가득하기 때문인지도...
영문학도에게서 이런 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글의 창제는 기록적인 일이었다. 물론 그 이전의 '금속 활자'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이 외따로 떨어진 중국 문화의 부속 국가에서 한글을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도 큰 저항에 부딪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조자와 창제 원리, 창제 의도가 기록되어있는 문자인 한글의 한계를 잘 파헤친 책으로 보인다.

조선 초기, 세종이란 임금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 이전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살육을 일삼은 살인마들이었다. 역사책에 기록된 왕권 강화의 미명은 살인의 연속이었고, 결국 태종의 아들들은 다음 임금 자리를 고사하기에 이른다. 셋째 아들이면서 임금 자리에 오른 세종의 가장 큰 숙제는 '정치적 정당성 부여'를 위한 '세뇌작업'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의식은 고려 사람이던 당시 사람들에게 '불교'를 무시하지 않음을 보이기 위해 새 불경을 간행하고,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용비어천가' 같은 책을 만들어야했다. 그에게 한자 아닌 <우리 문자>의 필요성은 그만큼 절박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종, 문종, 단종, 세조에 이르는 한글 쓰기는 <연산군>의 잘못을 지적하는 벽보 사건을 기화로 하여 한글로 된 책을 불사르는 등 한글 사용 탄압이 시작되었다.

한글은 만든 지 560년 된 글자지만, 실용화된 것은 해방 이후일 것이고, 그것도 해방 이후에도 각종 신문이나 학술 서적에서는 한문의 사용이 '가진 자들의 잉크 표식'처럼 사용되다가, 1988년 한겨레신문의 창설 이후 점차 학술 서적들도 한글 전용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10년 전, 인터넷 세상은 영어 세상이란 착각을 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쓰는 인터넷 세상엔 영어가 없이도 잘만 돌아 간다.

한글의 뛰어남은 현대 언어학자라면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자음의 생김이 조음 기관을 본딴 문자라는 뛰어난 점. 
또 자음이 너무 많지 않고, 비슷한 음운은 가획의 원리로 창제했다는 점.
그리고 모음은 천지인의 세 부호를 이용했다는 점(그런데 외국인들에겐 가로세로 선으로 보이나보다.^^),
무엇보다도 <음절> 단위로 표기하게 했다는 점(무식한 사람들은 한자를 본따서 네모칸 안에 표기한 것이 단점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등 그 우수성은 대단하다.
그 우수성이 현대 한글 문화를 꽃피웠을 것이다. 창제된 지 수백년간 잠재되어있던 문자가 어느 날부터 활짝 꽃피운 문자도 참 드물 것이다.

한때 우스개인지 폄훼하는 말인지 세종이 변소간에서 창호지 찢어진 모양을 보고 만들었단 소리도 있었지만, 그만큼 한글의 자형이 쉽다는 뜻도 되겠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한글이 없었다면 이 사회의 민주화와 <학구열>이 이만큼 일어날 수 있었을까? 도구에 불과하긴 하지만, 문맹과 해독자 사이의 간격은 어마어마한 역사와 철학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못가지는 차이를 가질 수도 있다.

한자라는 문자가 가진 난독성과 엘리트주의적 속성을 가진 문자에 오랫동안 얽매였던 과거를 과감하게 부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있다. 그러나 곧 그들은 무덤으로 갈 신세라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더 두려운 것은 역사의 가변성을 믿지 못하고 오로지 영어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한국의 저자들이 그간 살핀 이야기들이 소개되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에필로그'를 '프롤로그'로 적어 놓은 것은 '한글'로 쓰긴 했지만, 우리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어난 우스운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면 쓴웃음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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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2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하게 "뿌리깊은 나무"라는 소설이 생각나서요.
일단, 보관함으로 보냅니다.

몽당연필 2007-06-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문에 힘써야하는 곳에서도 학문에 힘썼던 세종대왕, 역시 존경스럽습니다.
언제 제 손에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찜합니다. ^^

글샘 2007-06-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뿌리깊은 나무는 좀 지루했습니다.^^
몽당연필님... 학문을 넓히고 학문에 힘쓰고 학문을 닦는다던 우스개가 있었군요. ㅋㅋ 아무리 시대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해도, 이런 문자 체계를 만든 그분들은 정말 천재였나봅니다. ^^

향기로운 2007-06-2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그렇지만, 에필로그와 프롤로그.. 지적하신대로 우스울수도 있겠네요^^ 한글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글이 세계다른 언어들을 그나마 가깝게 표현 할수 있다고도 해요. 그것만보아도..머^^ 암튼, 글샘님 덕분에 국어와 한글에 대한 책이 날로 늘어납니다^^;; 참, 좀전에 책 도착했어요. 어제 도착하는 날이었는지, 포장이 너덜너덜해졌지만, 책은 깨끗하게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을 받아들고 두꺼워서 속으로 언제 다 읽는다지..걱정했더니, 페이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시험끝나고 바로 접수합니다~^^* 잘 읽을게요~~~^^

드팀전 2007-06-2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고유문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고 자랑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조상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지요.그렇지만 '한글'은 다양한 문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전 어느 문자가 더 과학적이다 더 뛰어나다 라는 것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그 사회의 문화와 역사가 만들어 놓은 모든 문자들이 인류의 유산 아닐까요.물론 언어도 포함해서.여기서 '우수성''과학성'이런 걸 이야기하는 것이 결국 '등수'를 매겨서 서열을 세우는 진화론적인 관점 아닐까 싶어요.그리고 국수적인 태도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어보이구요..
예전에 학교다닐때 '한굴'은 모든 발음을 다 표현할 수 있고 또 형용사를 예로 들어 그 다양함을 우수함이라고 선생님들이 무지 자주 이야기했습니다...그런데 한글로 표기못하는 발음 허벌나게 많습니다.z 발음 못하잖아요.f 발음도 그렇고..불어로 가면 더 그렇지요.단어도 형용사는 어떤지 모르겠고 어휘면에서도 한글이 최강은 아니더라구요.물론 어휘라는 것이 문화적 다양성이 열려있는 언어들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제가 한국인이고 한글을 사랑하지만 한글은 여러글자 중에 하나라고만 여기고 싶습니다.

글샘 2007-06-2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님... 마지막에 프롤로그를 달아 놔서 웃긴다고 한 거였어요 ^^ 소금꽃나무는 좀 놀라운 책이에요. 잘 읽어 보시길...
드팀전 님... 늘 그놈의 1등이 문제지요. ㅎㅎㅎ 한글이 최고라는 뻥이 저런 애국주의를 타면 좀 곤란하지요. 그렇지만 과학적이고 신기한 건 사실이에요. ^^ 제가 그놈 덕에 먹고 살길 하지만. 저는 저 애국주의를 정말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전에 맞춤법이란 제도 자체가 문제다 했더니 완존 친일파 매국노 보듯 하더라구요. 환갑도 넘은 양반들이...

석란1 2007-06-27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저희 아이 방과후 학교에서 부모교육시간에 우리글에 대해 배웠습니다. 부모들 대상으로 초등 1년에 입학하는 자녀들에게 글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로부터 시작된 공부였지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우리글에는 우주가 있답니다. <한글을 만든 원리>라는 책도 괜찮더군요.

글샘 2007-06-27 20:15   좋아요 0 | URL
그런 것도 있군요. 그래도 소방차는 타지 마세요^^
한글을 만든 원리는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합니다.
아이들에게 수업할 때도 원리를 가르칠 수 있어서 참 즐겁습니다.
드팀전님 의견처럼 한글 최고, 한국인 우수, 민족성 뛰어남... 이런 짓하는 인간들이 우려먹어서 그렇지, 한글이 과학적인 것은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어가 최고인 것은 물론 아니지요.
어느 나라 언어든 그 언어만의 특성이 있으니까요.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마이노리티 시선 11
조성웅 지음 / 갈무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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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시집이다.

조현문이란 이름으로 낸 첫 시집.

<시에 네 운명을 표현해라!>라는 시에는 아버지 목소리를 빌려 이철이나 김문수는 똥이 되고, 그의 시론이 웅웅 울린다.

詩는 우주만물을 몇 문장 안에 표현하는 일이다
시는 무한히 크고 또한 작은 것이다
말장난하지 말고 영혼으로 써라!
詩에 네 운명을 표현해라!"

그의 시에는 신동엽과 김수영의 그림자를 타고
남민전의 김남주가 숨결을 불어 넣으며
사노맹의 박노해와 백무산이 어깨를 겯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고 지나간 30년을 다가온 30년과 맞바꾸지 못할 무게의 전태일이 형형한 두 눈 횃불이 되어 그를 바라보고 있다.

노.동.자.

노동은 신성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 땅에서 노동자가 진정 신성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386세대의 6월이 혁명이라고 이름부르기 부끄러운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아직도 시내에서 집회를 하면 <차가 막힌다고 경찰이 데모 안 막고 뭐 하냐고> 방송이 지껄이게 냅두고,
지하철 노조가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국민의 발을 묶고...> 또 씨부려대고...

노동이 부끄러움이 아님을 말하기도 전에...
이미 농민과 노동자들의 노동은 말라죽어버리고 마는데...
<포스트 모던>이란 <반동>의 시대임에도 두눈 부릅뜨고 뜨거운 시를 쓰는 이가 있다.

그의 시 제목처럼 절망하기에도 지친 이 시간 속에 정말 길이 있을까?

그의 신인사고과1 - 노무관리를 위한 대외비밀문서처럼
비타협적인/ 조합간부는/ ... 고소,고발,징계를 강화하고,
생각없는 일반 조합원은/ 각 제도에 따라/ 점수를 통한 포상, 고충처리, 고과 성과급 등을 적용시키는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그는 '타오르는 희망 속으로 둥그런 희망을 예금'한다.
'나의 비밀번호는 그대와 함께 피워내는 동지애'임을 부끄러이 밝히며...

쁘.띠는 자신의 오래된 습성과 싸우고 있네... 에서 눈물의 변비.는 이 세상을 차가이 읽는다.

갈수록 비정규직, 파견, 일용직, 계약직으로 미쳐돌아가는 세상.
IMF가 충고를 해선지, 일부 조직은 정규직화 한다지만... 이미 <반동>의 힘은 마법처럼 부풀어만 가는데... 활동가들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지금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시가 횃불이 되어 어둔 길을 밝혀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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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의 지혜
돈 리처드 리소 외 지음, 주혜명 옮김 / 한문화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에니어그램은 9를 나타내는 에니어와 그림을 나타내는 그램의 합성어이다.
인간의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나누고, 삶에 대한 태도와 존재 방식을 9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인간을 유형으로 나누어 볼 만큼 인간 존재가 단순할까?
혈액형에 따른 인간 분류만큼 우스운 것도 없다.

그렇지만, 인간들에게 무수한 공통점이 없었다면 사주 팔자나 주역같은 통계학적 시도는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인간을 개혁가, 돕고자 하는 사람, 성취하는 사람, 개인주의자, 탐구자, 충실한 사람, 열정적인 사람, 도전하는 사람, 평화주의자의 유형으로 나눈다.
그 각 유형을 가진 사람은 또한 완전히 그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에니어그램의 장점은 인간 유형들의 혼합적 성격을 포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속하는 가장 가까운 유형을 찾아보았더니 마지막 유형 <평화주의자>와 가깝다.

인내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사람들이나 세상의 일들과 쉽게 관계를 맺기 때문에... 편안하게 있으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고집이 세고, 방어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느리고 지나치게 여유가 있는데... 퉁명스럽고 폭발적으로 화를 냈다가 갑자기 조용하고 차분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야심은 없어도 재능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바쁜 일에 빠져듦으로써 불안을 다루고, 큰 프로젝트를 다루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작은 일에 매달리거나 한다. ... 자기 보존적인 유형으로 냉담함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태도로 인해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거나 진정한 자기 보존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 불안과 분노의 감정을 억압하기 위하여 음식과 술을 이용한다. 식욕이 좋고 알코올 중독 가능성이...

같은 유형이라 해도, 이 유형 9에서 침착함,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음의 단계까지 오르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스스로를 포기함, 사라져 버림의 수준까지 악화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에니어그램은 인간의 ‘영성’을 섬세하게 다룬 책으로 보인다.

각 유형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9유형의 경우,
- 진정한 겸손은 좋은 자질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 ‘NO'라는 말의 가치를 배워라.
- 당신의 상황과 의견을 무시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상황과 의견만을 고려하는 당신.
- 건강한 3번 유형(성취하는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얻어라.
- 당신이 어떤 사람과 실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것을 상상하고 있다면 그것을 알아차려라.
- 당신의 분노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법을 배워라.

에니어그램은 ‘심리학’과 ‘영적 깨달음’을 이어주려고 하는 노력이다.
인간 존재는 ‘신성하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학문의 하나라 볼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와 가깝다고 생각되는 유형만 읽어도 좋지만, 여러 유형을 만나는 일도 유익하단 생각이 든다. ‘왜 저 인간은 저런 행동을 할까?’를 이해하게 해 주는 역할도 하니까.

그렇지만 지나치게 책을 믿거나 종교에 쉽게 경도되는 사람의 경우, 이런 책들을 읽고 인간을 직접 만나기도 전에 그 유형적 특성으로 가벼이 판단하는 오류를 가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의식 성장의 단계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쉼없이 변하는 존재이니까...

의식 성장의 단계
우리가 진정으로 자신을 관찰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긴장과 습관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긴장과 습관을 인식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놓아버리고 편안하게 이완될 것이다.

우리가 놓아버리고 편안하게 이완된다면
우리는 온몸의 감각을 알아차릴 것이다.

우리가 온몸의 감각을 알아차린다면
우리는 선명한 인상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선명한 인상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그 순간에 깨어날 것이다.

우리가 그 순간에 깨어난다면
우리는 실재를 경험할 것이다.

우리가 실재를 경험한다면
우리는 개인성을 넘어선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개인성을 넘어선 존재임을 알게 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두려움고 집착을 놓아버릴 것이다.

우리가 두려움과 집착을 놓아버린다면
우리는 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신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신과 하나되기를 원할 것이다.

우리가 신과 하나되기를 원한다면
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것이다.

우리가 신의 의지대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변할 것이다.

우리가 변한다면
세상이 변할 것이다.

세상이 변한다면
온 세상이 신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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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6-1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번 보려고 담아두었다가 지나쳐버리고 말았군요...
읽어볼만한 책이군요..

향기로운 2007-06-1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이거 담아갈게요. 아니, 노란별 찜 합니다~^^

글샘 2007-06-1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워낙 내용이 방대해서 읽다가 길을 읽곤 했습니다. 에니어그램 관련 연수가 있음 담에 함 받으려구요. ^^
향기로운님... 심리학 같은 데 관심이 있으신가보군요^^ 내용이 좀 많습니다. 여러 번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강의를 들어야 할 정도인 것 같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