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으면서 전진한다 마이노리티 시선 24
조성웅 지음 / 갈무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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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걱정하는 소리들이 높다.
일견 국가 경제 파탄의 주범이 마치 대기업 노조처럼 들린다.
그 대기업(한국의 독특한 재벌이란 문어발 집단)의 정규직 노조도 아닌 사내하청이란 특이한 조직도 있다.

신분이 정규직에 비해 불안하니까, 조건이 나쁠 수밖에 없다. 급여는 적고, 혜택도 적고...

그 아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조성웅의 시집이다.

먼저 '조현문'이란 이름으로 낸 시집에 비해 이번에 나온 시집은 훨씬 노동 현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생동감이 느껴지게 담겼다. 그만큼 마음도 더 아프다.

월 노동시급 계산서에 400시간이 넘었다는 사람. 등에는 부항 자국 가득하다는데, 월 400시간이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하루 13시간 넘게 근무했다는 건데... 그게 사람을 부리는 일인가?

이제 대중연단은 화려하고 중앙의 투쟁 선언은 쇼다!
그의 '물으면서 전진한다'란 제목의 시 서두다.
진정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의 집회에 가 보면 정말 그렇다.
그가 '전태일 열사의 비명 소리는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하여...하는 선언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는 글귀에 나도 공감이 크다.

말로만 떠드는 지도부는 필요없다는 말을,
그는 물으면서 전진한다는 말에 담고 있다.

지도부는 사측의 단술에 잘도 넘어가는데, 옆에서 불붙고 목매달아 죽어가는 동지들을 보고,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는 말은 가슴아프기만 하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전진에 의심이 갈 때, 나이테를 생각한다.
나이테를 늘려가는 건 그만큼 격렬한 싸움이고, 율동이고, 물음이 되는 것을 생각한다.

겨울나무가 되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연대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오르는 깃발입니다.
이 연대의 따뜻함이 자유의 첫 음절,
높은음자리입니다...

그러했으면 좋겠다. 그러하자고 믿어야겠다.
자유의 첫 음절인 높은음자리의 희망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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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6-2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자의 복지,인권,생활 개선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면 변화 필요와 개선의 여지는 무한하다고 봅니다.저같은 경우는 변혁 주체로서의 노동자를 아직은 상정하고 있지만 ..회의적이기도 합니다.노동 개념 자체가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라 동시에 변화하고 있고 또한 자본주의가 가진 분할의 헤게모니는 이미 고정화된 노동자상(그런게 실제 있지 않지만 있다고 믿고 있는)을 이미 충분히 파괴했습니다.방향은 두 가지겠지요.우리 사회에서 부정되고 억압되어 왔다고 믿는 노동자 계급성을 갖자라는 것.(교사도 노동자다 라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부터..제가 회사 노조원들의 정치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등 처럼) 또한 노동자의 개념과 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내적 특성을 분할된 상태로 파악하고 인정하며 다른 대안을 도모하는 것.(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단지 자본의 억압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자본/노동 이라는 선긋기는 투쟁의 동력을 모으는데는 효과적이지만 그런 선긋기가 노동의 입체적인 모습을(또한 자본의 모습까지도)파악하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이래저래 이유님과 글샘님의 댓글을 보다가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글샘 2007-06-2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님과 함께 만나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군요.^^
한국의 노동 현실은 이미 '노동조합'을 꾸릴 수 있는 노동자 중심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노동시장으로의 편입이라고 할까나. 그렇지만 자본가는 여전히 많은 이득을 챙기고 있고, 청년들은 실업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기도 하구요.
80년대 노동자 대투쟁이 인권과 복지 측면을 모두 담고 있었지만, 구제금융 이후로 자본가의 잘못이 모두 노동자의 탓으로 돌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회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기도 여러가지 이유로 쉽지 않구요.
'노동'의 개념이 알바에서 일용직, 비정규직, 용역과 파견, 정규직이지만 늘 불안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는 불안을 극도로 내포하고 있는 사회같습니다.
모든 잘못을 노무현한테 돌리는 미친 짓처럼, 모든 잘못을 구조에게 돌리는 것도 미친 짓이겠죠?
 
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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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뭐랄까. 김홍희란 사진 작가의 사진 철학이라고 하면 될까?
사진에 대한 단상들을 옮긴 것이라고 적어야 할까. 뭐, 그런 책이다.

사진들은 인디아와 몽골에서의 작품들을 주로 실었다.

사람이란 흙에 뿌리내린 존재가 아닌, 우주에 뿌리내린 존재여서 다리가 더듬이와도 같아 이 세상을 더듬으며 다니면서 남긴 기록이 사진이라는... 말 참 잘 하는 사진사를 만났다.

아주 앞 부분에 <남의 날개로 대열에 선다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하는 말을 인용해 놓은 걸 보면, 자신만의 뭔가로 삶에 승부를 건 이의 독기가 드러난다.

남들이 똑딱이 디카라도 다 사가지고 다닐 때, 나는 유난히도 사진기 사기를 싫어했고, 결국 아내가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좀 얄궂은 디카를 샀을 때도 별 말이 없었는데, 그걸로 찍어보니 맘에 들지도 않았지만, 내 카메라를 사긴 싫은 것은 아직도 마찬가지다. 사진에 유난히 취미가 없는 나를 파인더 앞으로 끌어 냈던 것은 아들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필름에 열심히 담았던 것 같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사진 찍히는 일을 쑥스러워하면서 카메라를 놓고 말았지만.

사진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 성벽이라 사진 찍는 이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좀 졸리기도 했지만, <들숨에 생명 있고, 날숨에 죽음 있다>는 무심한 말들을 툭툭 던지는 사진사의 이야기를 놓치기는 아쉬워 줄줄 읽는다.

그의 유대인 친구 린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역시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 법.
린다는 바이올린 전공인데, 유난히 바이올린을 잘 켜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네 바이올린으로 한번 연주해 보자는... 그런데 친구의 바이올린은 자기 것보다 형편없는 소리를 내더라는 이야기. 결국 명품 장비병에 걸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하는 것인가.

프로는 사진을 자랑하고, 아마추어는 카메라를 자랑한단다. ㅎㅎㅎ
훌륭한 오디오를 사모으는 사람더러 진정 음악을 즐기는 이가 한 말도 멋지다.
"선생은 소리를 즐기시는군요. 저는 음악을 즐깁니다."
장비병에 걸린이를 보면서, 그런 사람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그는 진정 달인이었다.
"그런 분들의 의미는, 그런 분들 덕분에 오디오 시스템의 질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집니다. 그런 가치가 있습니다." ㅎㅎㅎ 시원스럽다.

세마이 니혼, 손나니 이소이데 도꼬에 이꾸노? 덩샤오핑이 했다는 말.
신간선을 자랑하던 일본인들에게, 좁은 일본, 그렇게 서둘러 어디를 가는가? 하는 말을 했다는...
무엇이든 어떻게 보는가, 그 보는 시점을 생각하고 생각해 볼 일이다.

프로나 아마추어나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카메라를 남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 말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명품병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주변에 좋은 카메라 자꾸 사들이는 사람 참 많다.

반딧불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
... 반딧불이는 잡으면 빛이 없어져. 그냥 날아다녀야 별이 된단다.
꼭 사진으로 찍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는 법일까?

인도와 몽골에서 그가 사진에 담아 보여준 것들은, 우리의 과거였고, 그가 남기고 싶은 우리의 미래였다. 그는 사진을 통해 어떤 미래를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그가 사진찍은 곳들은 나도 한번쯤 가보곤 했던 곳이다. 영도 봉래산 꼭대기, 황령산 봉수대, 우리 집앞의 곱창집들... 그의 정지된 필름 속에 감광된 세상이 어둡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예술가라면,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좀 구라섞어 할 줄 알아야 멋지지 않은가.
언젠가 곱창골목에서 만나면 소주 한 두어 병 비워도 좋겠다.ㅎㅎㅎ 카메라 잃어버릴까 그렇게 안 마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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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6-2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으, 벌써 군침이 돕니다.
대연동 어딘가에도 곱창집으로 유명하지 않나요?
중앙동엔 쭈구미 구이가 있답니다.ㅎㅎ

글샘 2007-06-2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예술 이야길 썼더니, 곱창에 회가 동하셨군요. ㅎㅎㅎ
문현동에 곱창 골목이 있습니다. 다음엔 여기서 제가 한턱 내죠.
쭈구미... 그거 안주해서 술마시면 취하지 않으려나~~~
쭈꾸미가 맞을까요? 쭈구미가 맞을까요? 이도저도 아니면 주구미, 주꾸미...@0@;;;

석란1 2007-06-27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앙동에 쭈꾸미 구이 유명하더군요. 저 아는 후배가 사다줘서 먹었는데 둘이 먹다가 하나죽어도 모르겠더군요. 혹 다음에 번개를 거기서 하신다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달려갈듯합니다.

글샘 2007-06-27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중앙동... 담에 번개는 거기서 해 보든지요^^
석란님... 쭈꾸미가 아닙니다. 땡! 사전 찾아 보세요...
 
주제 - 강유원 서평집
강유원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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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면 아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점이 많다.
국어 교사는 글을 잘 쓸 거야. 책을 많이 읽을 거야... 이렇게.
나는 진지하게 "교과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농담처럼 들리는 모양이다.

간혹 아이들이 진지하게 '어떤 책을 읽을까요?'하고 묻는다.
지 수준에 맞는 책을 읽으면 되지, 그건 왜 묻는담? 하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진지하다.
왜 자기가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르지 못하고 물으러 다닐까?
그 이유는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은 없고(안 읽으면 읽고 싶은 책이 없는 법이다.),
책을 읽어야 인간이 된다는 말에 따라 왠지 뭔가 교양을 쌓고 싶을 땐,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저런 질문을 해 보는 것일게다.

나의 독서는 주제 독서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몇 가지 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찾으려는 '순수이성비판'쪽의 마음 공부도 읽고 있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찾으려는 '실천이성비판' 쪽의 사회역사 책들도 읽고 있다.
그리고 직업에 따른 연구로 문학 작품이나 언어학 연구 서적들도 읽고 있으며,
동양의 철학이랄까. 그 기본이 될 법한 책들도 간혹 읽는 법이 있다.

이 책은 스스로 '비정규직 철학박사'라고 일컫는 강유원의 주제독서다.

그의 주제는 책과 교양, 역사, 근대, 파시즘, 전쟁, 한국과 동아시아라고 나누고 있는데, 뭐 내가 읽는 책들도 이런 범주와 많이 겹쳐 보인다.

아무래도 서평집이다 보니 강유원의 시니컬하고 시원시원한 욕지거리를 듣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깊은 독서를 하는 방법에 대해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재미없는 부분도 많다. 너무 수준이 높다고나 할까.

다치바나의 '교양'을 읽는 그는 다치바나가 쌓아올린 지적 탐구를 보면서, 그 탐구가 '주제'가 없었음을 비판한다. 그의 내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연구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나도 단테의 신곡을 기회를 봐서 읽으려고 하고 있는데, 푸른숲의 '단테', 서해문집의 '신곡'을 소개해 준다. 고맙다.

한스위르겐 괴르츠의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뿌리와 이파리, 2003 도 좋은 책이라고 극찬이다. 가만있자. 강유원의 이 책도 뿌리와 이파리에서 나온 책인데... 음. 그렇군. '그동안 이런저런 역사책을 읽어온 사람들은 이 책 한 권을 통해서 일단 중간 정리를 한 다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서의 질적 변화와 공부의 진전이 느껴질 것이다.' 매력적인 추천사다.

모 교수의 책을 비평하면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핵심적인 것들... 이어서 올바른 동기와 나무랄 데 없는 전개 구도...를 칭찬하는 체 하다가, 갑자기 내용은 한마디로 '학부학생 리포트'라고 힐난한다. 책값 싸다고 막 주문할 일이 아니란다. 욕도 이런 욕이 없다. ㅎㅎㅎ

벌린의 마르크스 비평에서 그가 우파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일제 군국주의 찌꺼기인 유사-파시스트적 한국 우파'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아, 이 땅의 '일군찌유-파우파'여! 짜증나게 좀 살지 말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병호의 '실용 독서'를 그도 어지간히 씹는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식의 창출'이 그의 독서 목적인데, 그는 속도감을 어지간히 좋아한다. 강유원은 그런 '지적인 사업가'를 <마름>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 통쾌하다. 그가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펼치는 언선들이 끼치는 해악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신경 바짝 써서 경계해야 할 무리들은 바로 이들인 것이다. 음, 자본의 <마름>. 자본가는 말이 없다. 다만 그 중간관리자인 마름들이 설치고 다닐 따름. 시니컬하면서도 날카로움이 드러난다..... 또 다른 글에서 그는 '인간의 노동력의 가치'를 은폐하기 위해 공병호와 같은 '쓰레기 지식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자기계발 뷔페를 차려놓고 노동자들을 현혹함으로써 자본가에게 기여한다. 고 쓴다.

다카키 마사오의 딸이 좋아하는 민족애... 뭐, 그런 잡스런 쓰레기같은 민족주의는 파시즘의 동의어다. 한국적 민주주의의 '한국적'이란 관형어가 바로 '파시즘적'이란 말이었다. 그 조상은 아까 이야기한 '일군찌유-파우파'였던 것이다. 카미카제들이 죽었는데, 그들이 꽃으로 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건 딱 하나. 그들의 죽음이 개죽음이었다는 것 뿐이다. 이런 말들은 근질근질 한 데를 확 긁어주는 느낌이다.

한국 현대사를 읽으면서, '명백한 사실이 밝혀져 사람들이 모두 다 그것을 알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행동하리라 생각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라고 역사의 아이러니를 읽어준다. 맞다. 노동자가, 그리고 진보 세력이 옳다라고 알아 봤자,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포를 맛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교회를 열심히 나가고, 선거에서 가진자들의 당을 찍는다. 그래야 공산당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폭력적 세뇌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승만은 '인간 백정', 독재자 박00, 살인자 전00라고 쓰는 강유원의 독서는 이미 '중립적일 수 없는 독서'이다.

그도 잘 알고 있다. 중립은 폭력을 기만하는 한국적 민주주의의 한 방법이었음을...
그래서 그가 주류 학계로 들어갈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공부는 분명히 또 하나의 좋은 학문의 길임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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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4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6-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살면 좋은 게 그런 거죠. ^^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그런 것. 하긴 저도 서울 한 10년 살았지만, 대학로에서 연극 본 거 10번도 안 되겠네요.^^ 그때는 한창 마당극이 유행이어서 그런 것들이나 보곤 했죠. 음, 변강쇠같은 사람의... 시니컬한 강의라...ㅎㅎㅎ 재밌겠네요.
 
주제와 변주 2
인디고 서원 엮음 / 궁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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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영혼에 빛깔이 느껴지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런 만남이 반가우냐 하면... 버겁다.
선생님 맛있는 거 사주세요~ 할 줄 아는 아이들은,
선생님, 사랑해요~ 할 줄 아는 아이들은 그 만남 자체가 무겁지 않다. 이런 아이들의 영혼은 환한 햇살같다.
그런데, 가끔 영혼이 흐린 연둣빛이라든지, 수족관의 그랑블루라든지, 진보랏빛인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위험하다.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학을 고민한다.
그냥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담배한대 물고 오토바이 훔쳐 타고 다니면 편한 세상을,
이런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간혹 편지를 보내 오기도 하고, 괴롭게도 어떻게 사는 건지를 묻는다.

그냥, 웃을 수만도 없는 노릇인데, 난 그냥 웃는다.

서울도 아닌 부산에, 쪽빛 인디고 아이들이 모인 곳이 있다. 우리집에서 가깝다.
지하철로 다섯 정류소 정도밖에 안 떨어진 곳.

거기서 아이들은 영혼의 무지개를 피워올린다.
인문학 서적을 읽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고, 바른 것인지를 토론한다.
그런 질문들에는 원래 답이 없는 것인줄 알면서도...

주제와 변주 두 번째 책에서는 외로워서 감기에 걸리는 여행가, 조병준.
안 늙을 것 같은 황경신, 이라크의 죽음을 겪고 온 윤정은과 박기범, 김홍희의 사진 이야기,
신화의 정재서아저씨, 학벌 교육 타파를 외치는 김상봉 선생, 눈이 밑으로 처진 소설가 김곰치와 성석제,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박삼철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작가를 부르니 그 작가의 책이 주제가 되고, 거기서 얽혀 어우러지는 이야기들은 다양한 변주로 어울린다. 그 울림 소리는 아름다운 화음이 되기 보다는 젊은 청춘들의 아픔이 가득해 서글프다.

그렇지만, 80년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고민했던 이들이 386세대였듯,
21세기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은 바로 인디고의 아이들이다.

기말고사 마치면 아들녀석 손 잡고, 인디고 서점엘 다녀와야겠다.
사는 일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보여줄 수 없으니, 그 고민하는 자기장 속으로 아이를 밀어넣을 수밖에...

일본에선 잘먹고 잘살던 김홍희가 한국땅에 와서 먹고 살기 힘들다던 이야기 끝에 패러다임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있었다. 한국인은 컵을 보면 '컵이다.(자슥아, 그걸 와 물어보노)'라고 말한단다. 일본인은 '컵이라고 생각하는데...(또 다른 뜻이 있습니까?)' 이렇게 말한다는 것. 정재서 선생님이 신화 이야기를 하는데, 일본의 센과 치히로 이야기나, 이누야샤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력도 그런 패러다임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허 스님의 '나를 쳐라'를 김홍희가 권해 주었다.

정재서 선생의 신화 이야기에서 '인간의 본질'을 고민할 때, 처음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이야기도 좋다. 벌거숭이로 처음 문제에 부닥쳤을 때 설명하고 해결하려고 했던 그것이 신화의 원형이란 것. 뭐,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뭔가 통하는 게 아닐까 하며 읽는다.

김상봉의 학벌 사회 이야기에서 '컴플렉스' 이야기가 나왔다.
학벌 사회임이 분명한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마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학벌 사회를 타파해야하므로 지방대 가라는 말도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서 풀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교육부란 곳에서는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아서.

아들 녀석이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할 때, 인디고 서점이 어깨를 겯는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뒷표지에 아이들의 이야기 말미에 명문대 재학중임을 밝혔다. 이 책과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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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계급재생산 - 반학교문화, 일상, 저항
폴 윌리스 지음, 김찬호 외 옮김 / 이매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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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상'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꼴통, 문제아, 못생긴 넘. 뭐,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인 듯 싶다. 바보, 병신, 온달같은 욕보다는 덜 비속해 보이지만, 암튼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실업계 학교의 아이들은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을 유용한 데 쓸 수 없을까?를 많은 선생님들이 고민했다. 무료로 한자나 수업을 해준다고도 해 봤고, 연극반 같은 걸 이끌기도 한다. 풍물반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활동시키기도 하고, 봉사 동아리도 꾸려보고 한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결과는 참 초라하다. 아이들이 무슨 활동에도 참여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 책은 1978년에 나온 책이어서 현대 사회의 아이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이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의 아이들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이 책의 결론은 이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 패러다임은 '공정한 테스트'를 거치는 것처럼 보인다. <지식>을 통해 <자격>을 주고, 자격에 따라 <고소득>이 분배되며 <풍요로운 소비>로 이어지는 삶. 이에 반하는 사람은 무식하고 무자격이고 저소득이고 가난의 재생산으로 이어진다는 것. 사회가 구조적으로 부모와 아이들을 재생산 구조 속에 밀어 넣는다고 하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이 책은 아이들과의 면담을 통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노동자 조직에 알맞을 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억척스러운 노동자성을 강조하는 "싸나이"를 좋아한다는 것.

나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활동 나가기가 부끄럽다.
우리 아이들은 '존나게'가 입에 붙어 있으며 'C발'같은 말들도 1분에 한 번은 넣어 줘야 말발이 매끄러워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쉬는 시간에 복도, 계단, 화장실 등에서 흡연하는 일은 다반사고, 심지어는 교실에서 흡연 방뇨를 일삼는 넘들도 있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데 이골이 나 있으며, 쉬는 시간에 도박을 즐긴다.
마음에 안 들면 주먹이 먼저 나가고, 좀 물렁한 교사에게 대들며, 여자아이들을 따먹는 다는 둥의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한다.
지각 조퇴 결과 결석을 숱하게 하면서도 결코 자퇴는 하지 않으려 한다.
사물함 안은 정리되어 있지 않고 자물쇠도 없다.
이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양식은 교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인다.
이 아이들은 긴 머리 휘날리며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부-아아앙----- 달리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삶의 낙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70년대 산업화 사회 말기에 쓰여진 책이었기에 말미에 비정규직의 증가, 자동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조금 들어있긴 하지만, 일단 이 연구의 대상이 된 '싸나이'들은 장래 노동 계급이 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이름도 노동자스러운 '해머타운'의 아이들의 현재는 어떨까?
중간 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애써 외면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며, 반항적이고 무식한 길을 자발적으로 걸어간 그들의 현재는...

노동 시장은 세계화에 편승하여 자동화되고, 이주노동자들로 가득 들어찬다. 우리 아이들은 장래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희망조차 없는 아이들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극단에서조차 내몰린 아이들의 미래는 범죄와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나 아닐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걱정이 크다.

그저 일상적 저항과 반학교 문화를 거쳐 노동 계급으로 성장하여 자본주의에 반체제적 사고를 가지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란다면 이 아이들의 일상적 일탈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무서운 걱정이...

장마는 계속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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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6-2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중간계급으로 진입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야 하는 과제처럼 보입니다.그렇게 된다면 중간계급은 또 상류계급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애써야 하는 것도 당연해 보여야 하는 논리가 유출되는데요..^^ 마지막 문단에서 쉽지 않지만 답을 찾아야 될 듯 보입니다.(장마말구요..) 희망의 인문학이라도 함께 할까요.^^ 애새끼들이 싫어하겠지만.^^

비로그인 2007-06-2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용공부할 때 얼핏 제목만 본 책이네요. 읽기를 미뤄둔 책. 이주노동자들이 아이들 일자리를 뺏고 있단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지요? 실업계 아이들에게 노동교육이 정규교육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장마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렇게 우울하시면 어떡합니까? 기운내세요, 글샘 님.

글샘 2007-06-2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가 요즘 보이잖아요.
모조리 비정규직이 되고 있는데, 파견이고 용역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노예 계약 하에서 파업이나 투쟁은 배부른 소리가 되어버리고 말잖아요. 애새끼들은 인문학이 아니라, 낼모레 기말고사 셤문제를 그대로 복사해줘도 엎어져 잠만 잡니다. 잠자기 덥다고 에어컨 켜 달라는...ㅜㅠ
이유님... 아이들에게 노동교육을 해야하는 건 맞는데요, 노동자가 되지도 못하는 처지에 노동 교육이 필요할까요? 이주노동자들이 아이들 일자리를 뺏고 있는게 아니라, 그게 현실인거죠. 자동화와 소수 고급 인력, 그리고 저임금 노동의 자리는 이주 노동자. 지금 실업계 애들도 90%가 대학에 가요. 취업이 안 되니까. 그냥 가 보는 거죠. 교수 월급 주러...

비로그인 2007-06-2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님, 노동자의 범주를 어떻게 정하시는 건지요? 쌩노가다만 노동자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그리고 설사 관리자나 자본가가 되더라도 노동교육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제가 듣기로는 한국인 고용이 안 된다고 해요. 구인광고를 내도 사람이 안 온다고 해요. 노동조건이 워낙 열악해서요.(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노동자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 싫어서, 단결할까봐, 의식이 성장할까봐,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이주노동자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공장에 자기들이랑 아줌마랑 일한다고 해요. 그 조건에 일할 사람은 이주노동자랑 아줌마로 귀결된다는 거죠.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차고 있어서 아이들이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수준에 비해 노동조건이 갈수록 하향화되고 있어서 아이들이 제대로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제조업들이 갈수록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한 몫하고 있을테구요.

글샘 2007-06-24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그거 아닐까요? 80년대 노동자들이 일하던 자리는 많은 부분 기계가 대신하고, 남은 일자리들은 나이 드신 비정규직이나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하고요. 그런데 그런 자리의 임금은 아이들이 알바하는 수준보다 낮거나 비슷하거든요. 근무조건이 열악하기도 하죠. 기름밥먹고 욕먹고 일도 처음부터 배워야 하고... 그런거 보단 아이들이 맥도날드에서 폼나게 흰옷입고 노동하려고 하죠. 한국에서 노동 교육이 학교로 들어오려면 아직 멀었어요. 나이드신 분들은 아직도 교사가 노동자냐? 이러거든요. ㅋㅋ 잘려봐야 맛을 알까? 임금이 성과급으로 전환되고 연금이 팍팍 줄어들어서 퇴직을 고려하는 주제에 아직도 노동자를 경멸하는 노땅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보담은 빨리 퇴직하길 바라는 게 낫죠.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노동법 이야기해도, 자기들은 대학생이 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어서 듣질 않아요. 비교적 고급 노동자가 되는 인문계 애들이 오히려 더 잘 듣는다니깐요.

비로그인 2007-06-2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말씀 드렸던 겁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라기보다 노동조건 자체가 열악해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저임금 노동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얘기하는 순간, 해결책은 이주노동자 추방과 적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그런 논리가 곧잘 나오기도 하구요..
근데, 최저임금관련 선전전을 나갈 때면, 학생들이 전단지 잘 받아가는데요?^^ 가끔은 친구들 주겠다고 더 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구요. 알바를 많이 하니까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어요. 산재 관련 기사 스크랩을 하다보면, 현장실습 나간 실업계 학생들이나, 알바하던 청소년들이 다쳐서 제대로 보상 못 받은 얘기나, 임금이나 산재와 관련된 어떤 교육도 학교에서 받은 적이 없다고 얘길 해서 말씀 드린 겁니다. 아마도 기사에서나 접하는 저보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현장에서 더 많이 고민하고 계시겠지요. 장마라 장마비를 기대했는데 습한 더위와 불볕더위로 괴롭네요. 건강하세요.

글샘 2007-06-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노동자는 한국이 필요해서 불러들인 것인걸요. 추방할 수 없지요. 이미 코시안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버렸지 않나요.
그래요. 아이들에게 최저임금 이런 것 선전하고 알바하다가 다치거나 하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교육도 필요하겠지요. (요즘 현장 실습은 거의 나가지 않으니깐 큰 문제가 없긴 합니다만) 이런 교육을 학교에 와서 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애들 모아놓고 이야기하면 이넘들은 떠들고 잘 듣질 않아서 ^^;; 강사를 불러놓곤 늘 난감하지만 말입니다. 노동 조건 교육같은 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