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 -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닉 데이비스 지음, 이병곤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10년 전, 영국에서 불붙었다는 교육 논쟁. 우리 교육이란 잡지에서 간혹 보던 것이었는데...

10년 전이면 제3의 길 운운하면서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몰고 오던 시기다.

이제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찬란한 미래로 가자고 외치던 '라이온 킹'의 자파처럼 새 시대가 열리는 모양인데, 그 시대가 무지갯빛 초원이 아닌 검고 어두운 동굴 주변의 하이에나와 함께라는 기분이 들어 자못 꺼림칙하다.

영국의 학교가 가진 문제는 한국의 학교가 가진 문제에 비하자면 명쾌하다.
경제적 분화에 따른 실력차가 갈수록 심화된다는 것.
노동당의 정책도, 교원 노조의 노력도 한계가 있다는 것.
사립 학교의 우아한 발전이 공립 학교의 발버둥으론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그것이란 것.

한국에선 좌파의 정책이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고, 교원 노조는 빨갱이로 밑줄쳐진 후 백안시 당하는 일로도 너무 피곤하다.
사회의 후진성이 학교에도 그대로 남은 처지에서 사립 학교도 마찬가지로 가난한데 사립 학교는 교육청의 말을 전혀 들을 필요 없으니 성적 올리기가 훨씬 쉬운 실정이다. 이런 것은 왜 비슷한지...

교육청에서,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의 허구성에 대하여 밝힌 책이다. 한국에서 이런 책을 냈다가는 아홉시 뉴스에 붉은 줄 치면서 등장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1년 쯤 전에 지리산에서 원혼 달래는 행사에 어떤 학교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지도 교사 중 한 명은 전교조 회원이고 나머지 5명은 교총 회원이랬던가 그랬는데, 전교조 회원은 최근에 구속되었다. 멀쩡한 교사를 웬 구속?

드디어 전교조 죽이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이제 2월 말에 취임식을 마치면, 새학기 들어서는 무시무시한 <성적>의 광풍이 몰아칠 예정이다.

각 시도 교육청과 각 학교들은 자기 학교가 바보 학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하여 성적 올리기에 매진할 것이다.
특히 사립학교들은 이제 두려울 것이 없으니 시험치기 전에 시험지 누출도 불사할 것이고.
공립학교들은 다리 째지게 보충학습 자율학습 특강을 하라고 할 것이다.

새 정부는 <학교간 성적 비교> <잘난 아이 잘 가르치기>를 분명히 했다.
그건 교육 철학도 뭣도 아닌, 교육 파탄의 조종을 울리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한국의 사립 학교는 엄밀하게 사립이 아니다.
아이들의 등록금으로 교사 월급도 못주기 때문에 국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한다. 그러면서 교육청 말은 하나도 안 듣는다.
사립 학교 교사들은 공문 쪼가리를 제대로 보는 일도 없단다.
반면, 공립 학교 교사들은 장학사들과 손발을 맞춰서 교육청 평가, 학교 평가에 매진해야 한다. 공문은 교과서나 수능보다 교육의 본질에 가깝다.

그리고 공립학교 교사는 국가에서 공채로 뽑으므로 대부분 여교사가 진입한다. 학교의 이념과 상관없이 무조건 발령되어 3,4년마다 로테이션된다. 도저히 학교에 진득하게 경쟁력을 실어줄 수 없는 시스템이다.
반면 사립학교 교사는 재단에서 알아서 뽑으므로 여교사는 일단 배제된다. 밤 10시까지 남으라면 모두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 20년 같이 있다 보면 형제처럼 가까운 소속감도 갖게 된다. 무엇보다 공문서 처리에서 벗어나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물론 사립이라도 다 그런 것도 아니다. 내분이 이는 경우도 있고, 재단의 비리가 거지같은 교사를 돈받고 들이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닉 데이비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육 정책을 정치적인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것... 영국의 고질적 문제인 계급 사회 구조 타파와 계층간 격차 줄이기에 분발해야 한다는 것... 지역간 불평등과 재정 부족으로 인한 학교 현장 황폐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 교육전문가 집단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진정으로 학교의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살피라는 것... (15)

그의 메시지는 옳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맹바기 정권에선 '특목고 수백 개 양산'과 같은 맹목적 광신이 우선되어 '교육 정책'이나 '계층간 격차'같은 것은 눈에 들어 오지도 않는다.

강남 학교가 공부 잘 하는 건 당연하다.
시골 학교가 공부 못 하는 건 당연하다.
특목고가 공부 잘 하는 건 당연하고,
실업고가 공부 못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시골 학교나 실업 학교에도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록 명바기가 좋아하는 '인재'는 아닐는지 몰라도, 소중한 인간이다. 그들이 나중에 어떤 인물이 될는지, 누가 알랴. 공부 좀 못한다고, 그가 테레사 수녀나 달라이 라마보다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어떤 아이를 받아들이느냐가 학교의 학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학업 성취도가 높은 똑똑한 아이들은 주위 아이들의 성적도 끌어올린다. (62)

그렇다. 특목고를 만들면, 거기 보내야 옳다. 생각없는 아이들 속에선 무기력을 학습할 확률이 정말 높지 않은가. 군대처럼... 실업계 고교에서처럼...

교사들은 날마다 싸움을 말리고, 처벌을 위해 회의를 하고, 담배피우는 아이들을 제지하러 뛰어 다니며, 지각생과 무단 조퇴, 외출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녹초가 되는 학교와,
평온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수업만 열정적으로 진행해도 존경받는 학교에서는 꼭같은 열정과 능력을 가진 교사라도 천만 배의 차이가 생김은 당연지사다.

장관의 감춰진 의도.
"나는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권을 전면 허용해서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교들이 말 그대로 문 닫기를 바랐습니다."(79)

지금 새 정권이 하려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인재 아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문 닫기를 바라는 일.

7%가 다니는 영국의 사립학교. 그들은 대학 입학의 20%, 옥스포드 캠브리지 대학의 50%를 차지한다. 최상위 100개중 87개가 사립이었다. 사립학교의 80%가 받는 성적을 공립에선 43%만이 받는다. (109)

재산은 곧 성적을 만든다. 성적의 차이는 노력의 차이가 아니라 부모의 자동차의 차이다.

공문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교사. 이것이 영국 사립학교의 성공 요인이다.
교육자들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가르칠 자유.(129)

그런데, 영국의 사립 학교들은 특별한 케이스란다. 유럽의 대부분으 종교계이거나 '무료' 학교로 대개 학교운영비가 부족하여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고 한다. 한국의 사립도 부유층을 위한 학교가 아님은 분명하다. 아직은. 그러나 새 정부는 사립을 부유층을 위한 학교로 만들 계획을 명박하게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네덜란드의 교육을 칭찬하는데, 물론 명과 암은 있으리라.
학교에서 물건을 만드는 회사를 교사와 아이들이 운영한다. 직책도 있고 명함도 있고, 수익과 손실도 있다. 아, 좋은 학교다. 나도 아이들에게 주식을 가르치고 펀드도 가르치는 수업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관심있어 하는 걸 왜 가르치지 못하는지...
대체로 네덜란드에서는 학습 의욕이 낮은 학생들도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특히 암산, 과학, 외국어 학습에서 영국보다 더 나은 학업 성취 결과를 기록하고 있으며 학교에 다니는 비율도 더 높다. 학교 교육을 즐기며 누리고 있는 것이다.(254)
네덜란드는 유급을 인정한다. 초등의 15%, 중등의 30%가 유급한다.(263)

남의 떡이 커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교육 정책이라도는 오로지 '경쟁'과 '낙오'라는 생각만을 가진 자들이 입안하는 교육의 틀 안에서 교육을 하는 사람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것만 같아 답답한 게 현실이다.

엊그제 읽은 사막의 여인이 생각난다.
온 사방이 사막이고 도와주는 이 하나도 없을지라도 그대로 말라죽어선 안된다던 그녀이 말이.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다 보면, 어디선가 도와줄 이도 만나게 되고, 숲도 만들 날이 올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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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y 2008-02-1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런데 교사의 성별과 교사능력의 경쟁력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미인지요? 님이 글 중간에 써놓은 문장은, 교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사립학교들처럼 일단 여성은 교사선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히는데요.

사립학교들처럼 교장이나 재단이 까라면 까라는데로 밤 9시, 10시까지 '진득하게' 남아서 시키는 일 해야 교사의 경쟁력의 향상된다는 것인지요?

글샘 2008-02-15 11:50   좋아요 0 | URL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학부모들이 사립 고교를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자립형 사립고'를 강조하는 시점에서 왜 사립고인지를 곰곰히 따져보다가 그런 생각이 든 것입니다.
물론 사립의 관행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만, 사립 틈바구니에서 공립학교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 같아서 드는 생각이지요.
갈수록 노동 조건이 열악해지기 때문에, 제가 근무하는 실업계 학교에서도 여선생님들은 일반계로 가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오세영 - 한국 단편 소설과 만남
오세영 지음 / 청년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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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유명한 남한 소설로는 동백꽃, 요람기, 메밀꽃 필 무렵 등이다.

그리고 복덕방과 까마귀 등은 유명하지만 일반인들은 들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일 것이고.

그 외의 이야기들은 문학을 전공한 나도 처음 들어본 것들이 많았다.

오세영의 만화로 읽게 되는 단편 소설들의 재미는 그의 그림이 그려내는 선 속에 있다.
단아한 한복을 입은 여인의 곱상한 선이나, 시골 농부의 짙은 주름살까지가 가늘고 굵은 선 속에서 살아난다.

농촌에서 벌어지는 쓰면서도 떫떠름한 이야기들이 수십 년 전의 짚단 내음새를 풍기며 되살아나는 근대 소설과 만화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왠지 흑백 영화 몇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지고 그려내는 동물들의 세계도 재미있다. 동백꽃의 투계나 소, 농우 등의 소, 말과 나귀, 남생이와 까마귀까지... 숱한 동물들이 이 땅에 살던 인간들과 한 가지로 어울려 산다.

소설을 읽는 재미보다 쏠쏠하고, 상상력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아름다움을 곱드린다.

아이들이 읽기 싫어하는 몇 편의 만화는 인쇄해서 보여주면 참 좋아할 법하다.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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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3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2-13 19:05   좋아요 0 | URL
제가 띨띨하게 오타를 냈군요. ^^ 출장 간다고 바빴더니...
고맙습니다. 그림일기 받았어요. ^^

순오기 2008-02-1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장.단편 30권을 만화로 낸 전집물을 학교에서 빌려다 보여주고, 관심 있어 하는 책은 원작을 보게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 책도 시리즈 만화인가 본데 작가별로 된 게 아니고 여러 작가의 단편만 모아 놓았나봐요?

글샘 2008-02-14 04:27   좋아요 0 | URL
이 책 한권에 19편이 실려있죠. 덕분에 두께는 한 6,7센티되구요. ㅎㅎ 이 책 들고 교실에 가니 아이들이 와~ 선생님 두꺼운 책 보시네요. 하더라구요. ㅎㅎㅎ
오세영은 '토지'도 그리고 있죠.
대단한 작가입니다. 한국의 선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작가인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2-14 10:20   좋아요 0 | URL
토지를 만화로 그리신 분이군요. 만화가를 잘 몰라서요~
호호 두께에서 학생들이 놀라겠군요.^^

글샘 2008-02-14 12:09   좋아요 0 | URL
네. 애들이 두께에 기죽을 만 하죠. ㅎㅎㅎ
저도 만화를 잘 보는 편은 아닌데... 실업계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화 찾느라 좀 뒤적거렸죠. ^^ 제가 5살때는 만화방 지배인이었답니다.
 
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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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의 네이멍구 자치주는 원래 몽골 땅이었던 모양이다.
몽골의 사막화가 심각하단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여기 사막 저리가라 할 무모한 여인을 만난다.

텔레비전의 무모한 도전과 1박 2일이란 인기 프로가 있다.
그들의 도전은 정말 무모하고 황당하다. 그렇지만 그걸 이겨가는 과정을 담아 적절한 편집으로 방송하여 관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의 무모한 도전은 별로 무모하지 않아 보이며, '조디만 까는' 입담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는 듯 하다. 아쉽다.

인위쩐은 스무 살의 꽃띠 나이에 사막 한복판에 휙, 버려진다.
아버지가 시집이라고 버리고 간 집엔 게으른 남편 바이완샹만이 살고 있었다.
감옥보다 더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서 인위쩐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을 한다.
풀씨를 모아다 뿌리고, 종일 고여야 조금 나오는 물을 모아서 붓는다.
돈이 만들어지면 부지런히 나무를 사다 심었다.
사막에 몇 년 살면서 사막의 생리를 터득하여, 물주는 시간도 조절하고, 물붓는 방법도 궁리한다.
결국 그녀는 그 갈라터진 손으로 풀의 싹을 틔우고, 나무를 자라게 했으며,
채소도 재배하게 되었고, 숲을 만들어 중국을 너머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내가 걷고 걸으면 길이 되고, 내가 씨를 뿌리는 곳에 숲이 생긴다.
사막을 사막이라고 속상해하다간 심장만 상하고, 포기하면 폐인만 될 뿐이다.

나무가 살 수 있으면 채소도 산다. 채소가 살면, 인간도 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남이 못하는 일이라도 나는 한다.

누가 한국인을 '의지의' 한국인이라 불렀던가. 이제 '의지의'는 중국인 인위쩐에게 떼어 줘야 할 헌사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생명을 쓸쓸하게 할 권리는 없지 않은가... 이러면서 나무를 찾아가 물을 주는 그의 마음은 테레사 수녀의 그것이고, 바로 부처님의 사랑이 아닐까?

삽자루와 잘 어울리고, 노새를 점점 닮아가는 사막의 여인의 말은, 배운 사람의 것이 아니지만, 힘이 있고, 거기 길이 있다.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서재 머리에 걸어 두고, 두고 두고 곱씹을 말이다.

교육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불모의 학교에 서서, 탄식만 할 일이 아니다.
풀씨도 뿌리고, 나무를 심다 보면, 나중에 나중에 숲을 보는 이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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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1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한 여인이네요. 사막에 풀씨를 뿌리는 마음이라... 갑갑하고 답답해도 그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다지게 되네요.

글샘 2008-02-13 11:31   좋아요 0 | URL
요책 한번 읽어 보세요.
정말 대단한 여인이면서도, 지식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조선인 2008-02-1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디만 까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에요. ㅋㅋ 역시 사투리의 힘.

글샘 2008-02-13 11:32   좋아요 0 | URL
그래요. 조디만 까는 텔레비전, FM 라디오의 수다들...
숫제 외국인 지지배들을 떼로 모아 두고는 수다를 떨더군요.
구역질나게스리...
풀씨를 심으러 맨날 돌아댕겨야겠습니다.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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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너 날 수 있어?'라는 질문에, 이런 진지한 대답이 있었다.(나처럼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는 사람이 어떻게 날 수 있겠니? 하는 우답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나는 너일 수 있어. 정말 사랑하니까...

이 책을 살 때, 아내에게 보낸 편지라고 대충 읽고 아내에게 사 준 책이다. 몇 달이 지나서 아내의 사무실에 갔을 때, 이 책을 읽어 봤냐고 했더니, 재미없어서 읽다 말았다고 한다. 읽다 보니 별로 재미 없기도 하다. ㅠㅜ

아내가 늙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남편은 이제 세상에 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쓴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우리는 둘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고, 죽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운전하면서 FM라디오를 틀어두기도 하는데, 음악은 거의 나오지 않고 말, 말, 말로 도배가 되는 일이 잦다. 마음은 없고 말만 많을 때, 짜증이 울컥 난다.

김정환의 시집 제목 중에 드러남과 드러냄...이란 책이 있다.
억지로 '드러냄'의 시대가 지금 이 욕망의 시대란 생각이 든다.
책은 많은데, 정말 마음을 쿡, 찌르는 책을 만나기 어렵다. 드러내려 함이 강하기 때문일까.
억지로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드러나는 아름다움. 그런 사랑.
그렇지만,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을 내게 줌으로써 '나'를 내게 준 사람에게...
이런 멋진 편지 구절을 쓰는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은 행복할 것 같다. 아내에게 좀더 자주 편지를 보내야겠다는 반성을 잠깐 한다.

우리 둘은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믿고 싶었는데, 당신만 혼자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니...
배우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아파하는 이런 마음. 아름답다.

직관도 감동도 없다면 지성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말이 이 책에 나오는 모양이다. 메모지에 긁적거린 걸 보면. 무의미한 인생, 지적이지 못한 인생 속에 과연 팍팍함만 묻어나오기 쉬울 것이다.
예술가적 직관과 감동이 어우러진 삶이라면 훨씬 풍족한 질적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늙어간다는 것'은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여기 있음으로써 다른 아무 곳에도 없음을,
이것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하지 않음을...

늙어간다는 것이 그런 상실과 외로움을 만나는 일이라면... 늙어감이야말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공부가 필요한 종목 아닐까? 하긴, 누구나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늙어가고, 죽어버리는 게 삶이라지만...

'지금' 뿐이지, '항상'이나 '결코'가 아님을,
오직 이 생밖에 없음을...
매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음에도, 내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변명 같은 이야기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지루함을 느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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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2
안재성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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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도 잘 쓰면 예술이 되지만, 잘못 쓰면 논문처럼 되어 버린다.
안재성의 이 책은 예술에 속할 것 같고, 내가 읽다읽다 놓아버린 김수영 평전이 논문같은 글이다.

이 소설은 꼭 이현상의 평전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현상이라는 사람이 왜 지리산 빨치산 대장이 되어 살았고 죽어갔는지를 그리기 위해 그 배경을 자세히 그리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하긴 작가가 애초에 추구했던 것이 이현상이란 개인이 아니라 해방 정국의 한라산과 여순 반란 사건을 공부하던 것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작가는 이현상을 '선생님'으로 추앙받는 인격자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불굴의 의지를 가진 투사로 표현하며, 역사적 판단을 정확하게 하는 사상가로 평하려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안 그래도 사랑하는 맘이 개코도 없었던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에 대하여 너무도 지독한 회의와 실망에 휩싸였다.
내가 어려서 듣고 들었던 빨갱이들의 악랄하고 잔인한 만행도 간혹 등장하지만, 정말 금수만도 못한 것들은 친일파의 맥을 그대로 이은 경찰들이었고, 이승만 정권이었다.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역사다. 아니, 이런 것은 역사도 아니다.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어, 원주민 학살의 역사를 우리 역사로 삼고 싶은 생각이 뼈에 사무쳤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었을까... 하긴, 하얀 가면 쓴 넘들은 노란 인종을 손쉽게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노란 인종끼리, 툭하면 애국심을 이야기하고, 민족을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이건 너무 심한 일이다... 싶은 페이지로 한국 현대사는 점철되어 있다.

저질스런 창작으로 일관하는 남한의 '문필가연 하는 사기꾼들'의 속임수는 아직도 남한 국민들의 시선을 '애국심'이란 미명의 '눈가리개' 속으로 감추인 채 진실이 햇빛을 보는 일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하리라.

자본의 힘은 역사를 '욕망'의 진화라고 이해하고, 모든 인간은 욕망의 노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세상에는 그런 욕망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고, 진정한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실례가 참으로 많다. 한국이란 땅만큼 사상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데 저항하기 위하여 처절하게 투쟁한 공간도 이 좁은 푸른별에 드물 것이다. 이 책의 이현상은 그런 사례로 되살아 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이야기다.

이현상 평전을 읽고, 이제 경성 트로이카를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몰라도 너무 몰랐던 현대사를 이제라도 조금씩 읽고 눈을 떠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어제 밤을 새워 불타오르던 숭례문을 지켜보았다.
국보 1호의 몰락은 왠지 자꾸 한국의 몰락과 오버랩되어 비쳤고, 벌건 불빛이 자꾸 눈물을 자아내려고 했다.

두잉 베스트... 해야 한다던 잘난 놈들의 덕담 아닌 덕담이 재수없던 날, 화마와 수마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제풀에 폭삭 고꾸라지던 국보 1호의 모습을 보던 내 맘엔 왠지 나라를 잃었다는 말에 아편을 물고 죽어갔다던 구한말의 고지식한 학자들이 자꾸 떠올랐다. 두잉 마이 베스트를 할 의욕은 어디로 소실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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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2-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타는 숭례문을 보는 순간의 놀라움을 어떻게 말로 할까요.
가슴 아픈 뉴스로 시작한 하루였습니다.

개학 첫 날부터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방학 동안 영어 단어 외우기를 자율 선택 과제로 해 온 아이들이 많더군요.
숙제 검사하면서 단어를 물어보니 대답을 잘 하더군요.
그래서 내친 김에 한글도 얼마나 잘 아는지 평가해 보자고 했지요.
5학년인데, 교과서 범위를 정해주고 받아쓰기 하는 데도 60점 이하가 수두룩 하더군요.
(20문제를 냈을 뿐인데)
불타 없어지는 것이 숭례문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못 가르친 우리들 죄이겠지요._()_

글샘 2008-02-12 16:22   좋아요 0 | URL
저도 내일은 받아쓰기를 좀 시켜볼까 합니다.
정말 진작에 불타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한글 쓰기를 생각해 보려고요...

2008-02-1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2-12 16:25   좋아요 0 | URL
물론 남쪽 정부가 족같고 북쪽 정부가 아름답다는 찬사를 보내려던 글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해방 정국에서 보여준 남쪽 정부의 행태가 거지 같아서 지껄여 본 것이지요.
산다는 일이 '별이 보일 때'보다 '별조차 보이지 않을 때'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현상 선생을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었더러도 별을 보며 가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순오기 2008-02-1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언어든 문화든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는 교육이어야 하는데, 우리 것을 쓰레기통에 처박지 못해서 안날이 났으니~~~~ 자라나는 아이들이 사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기를 소원합니다!

글샘 2008-02-12 16:28   좋아요 0 | URL
우리 것이 소중하다고 강조하는 일이 갖는 한계도 물론 있지만... 너무 옛날의 중국 것, 근대의 서양 것, 일본 것에 익숙해 있는 현실을 보면, 제 것을 강조하는 일은 필요하지요.
더군다나 언어처럼 버릴 수 없는 관념문화의 경우에는 더한 것이고요.
영어가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소중하다면 숭례문 새로 세울 게 아니고, 영어탑을 그 자리에 세워야죠. LIBERTY OF ENGLISH!

달빛푸른고개 2008-02-1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두고 있던 책을 님의 서평을 통해 구매하게 되었네요.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글샘 2008-02-20 09:09   좋아요 0 | URL
평전 치고는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해요.
역사적 고찰도 충분한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