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꽃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6
하성란 원작, 윤석호 그림 / 이가서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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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하도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서 도서관에 만화를 많이 사 두었다.
이 책도 광고를 했더니 아이들이 많이 빌려도 보는 시리즈다.

보통 만화로 문학을 그릴 때는 유명하다고 하는 수능형 소설을 그리는데, 이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선정이 좀 색다르다. 물론 수능 대비로도 유효하겠지만, 재미 면에서 왓다!다.

하성란의 소설은 결이 얇다.
마치 여러 번 손끝에서 치대어져 나온 수타면의 가는 면발이나, 꿀타래의 가느다란 타래처럼 곰팡이마냥 하늘거리는 섬세함이 그의 글에선 배어 나온다.

만화로 적절하게 잘 그린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파트에 독신남으로 사는 주인공은 우연히 남들의 쓰레기 봉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내밀한 속을 들여다 보는데...

쓰레기 봉지 안에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담아서 내다 버리는지...
요즘엔 재활용품을 분리하여 배출하지만, 그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는 우리 가족의 의식주의 궤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야쿠르트에서 윌을 받아 먹고, 약먹고 입가심할 때 포카리 스웨트를 마시는 것을 그 쓰레기 더미를 조금만 들쳐 보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모르면서 살아 간다.
아파트 옆집이 일년 반 동안 비어있었는데 한 달 전쯤 이사를 왔다.
우연히 만나기라도 하면 인사를 할 텐데, 활동 시간대가 달라서인지 한 번도 만날 기회가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소줏병을 사들고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대인의 아파트 생활에서 느껴지는 소외감과 잃어버린 정체성을 쓰레기 봉투라는 재치있는 소재에서 찾은 하성란의 시선이 곰팡이의 섬세한 동작선만큼이나 아련하다.

고교생이라면 학급문고 내지 학교 도서로 좋은 책이다. 부담없이 읽으면서 문학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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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
윤원근 지음, 조진옥 그림, 손영운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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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오십선의 제일 첫 권이 하필이면... 군주론이란 말인지...

숭례문이 국보 2호만 되었어도 소실의 실망감이 덜했을지 모른다. (국보의 숫자는 그야말로 번호에 불과하다. 중요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
제 1이란 것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될 수 있는 것인데, 인류의 고전 중 마키아벨리즘이란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군주론이 첫권이라 읽고 난 지금도 의아하다.

마키아벨리즘은 군주가 왕도정치를 펼칠 필요가 없다는 의도가 과장되어 상당히 부정적인 표상을 띠고 있는 용어다. 군주론을 읽고 나면 그의 시대에 군주론이 어떤 의도로 쓰여진 책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쉽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못내 아쉬운 점은... 고전을 쉽게 풀어 쓰는 이유는 훗날 그 책을 읽을 사람들이 많은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어야 하는데, 군주론을 읽으면서 그 시대를 이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처세에 배울 만한 것이 크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의 시대적 배경이나 마키아벨리에 대한 장은 재미있게 그려져 있으나, 본론에 들어가서는 점점 어려운 내용이 지루하게 펼쳐지고 있어 고전의 특징인 읽고 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진 않는다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

비인간적인 시대, 비정한 시대, 계모가 정말 아이를 패 죽이는 시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체대생을 죽이는 시대에 군주론처럼 냉정한 책이 고전 중의 고전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환경과 문화재 파괴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하를 파려고 하고,
학교에서 무조건 성적 우수한 아이들만 기르겠다고 하는 자들이라면 올바름이나 타당함보다 냉정함이나 잔인함을 지닌 승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질는지도 모르겠지만...

살벌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노자나 장자를 먼저 읽어야 할는지도 모른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이런 것들을 공무원의 단점이라고 하는데,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일을 벤처기업처럼 모험 정신으로 무장하라는 일도 무모해 보인다.
물론 시대가 지날수록 '안정적' 직장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공무원들 중 나태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심을 잃으면서 무대뽀 정신으로 무장하여 모든 공무원을 적으로 삼는 정치가는 마키아벨리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상적 군주의 모습으로 로마를 배우려 하였다.
현대의 정치가가 군주와 같은 존재일 수는 없지만, 아무려나 어느 시대의 지도자든 좀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아이들이 장기 놀이를 하다가 묻는다.
선생님, 이 말은 <왕>이 맞아요? <장군>이 맞아요?
장기말은 한나라 장수 유방과 초나라 장수 항우가 싸우는 형국을 상징한 것이니, 장군도 맞고 그들이 나중에 임금이 된 것도 맞다.
그렇지만 조선의 임금 선조나 인조와 대한민국 초대대통령 이승만은 전쟁이 나자 졸라 도망을 갔다. 각하, 너무 가셨습니다. 해서 돌아갔다는 말도 역사에 있다. 그들은 왕도 장군도 임금도 대통령도 아니다. 결국 임란 이후 조선은 몰락했고, 이승만은 비행기 타고 도망갔다.
조선의 역사에서... 아쉽게도 배울 놈이 없다.

과정이 나빠도 결과가 좋으면 된다. 이건 마키아벨리즘과 함께 쓰이는 말인데, 앞뒤 문맥 거두절미하고 써선 안 되는 말이다.
박정희가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 해서 칭찬받는데 뭐, 박통은 마선생을 알는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광주 학살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배웠고,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며 인권을 배웠고,
IMF를 거치며 재벌의 비민주성을 배웠다.
그렇지만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아직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경제에 포섭되어 가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대에 <인간 문화>의 정신을 그리는 인문 고전의 제 1권으로 마키아벨리즘을 넣은 일은 탐탁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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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6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2-18 01:50   좋아요 0 | URL
네, 참고해서 읽어 보겠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차분디르의 모험
서화숙 지음, 이미경 그림 / 세상모든책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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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맨날 남대문이라 부르더만, 죽고 나니 졸라 높여 주는 분위기 맘에 안듦.)이 무너졌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 무어 그리 중요하랴.
모든 목조 건물의 운명이 그와 같은 일임에.
숭례문을 길 한 복판에 섬으로 만들어 둔 일도 서러운 일이었지만,
거기 사람을 마구 들락거리게 한 일도 무사안일한 처사였다.
로보캅도 아닌 경비업체에 맡겨 두다니... 결국 무비유환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이란 나라가 워낙 근본이 없는 나라다 보니 오만 곳이 다 허점 투성이다.
이런 일을 통하여 허점을 막아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건만,
이 또 워낙 근본이 없는 나라다 보니 임시방편 땜빵에만 급급하다. 안타깝다.

차분디르는 한국인 엄마와 파키스탄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아이이다.
우리말을 당연히 잘 한다. 그렇지만 피부색은 검은 편이고.
이야기 중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차분디르의 아빠는 파키스탄으로 쫓겨난 상태다.

주인공 마루와 차분디르가 요일별로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서 친해진다는 이야기이다.
낯선 문화와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방법으로 마법을 쓴 것은 좋아 보인다.
미팅할 때도 마술을 보여주거나 손금을 보아 주면서 친근해 지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니...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 줘야 되겠다.
한국에는 수십 만의 이주 노동자와 이민 결혼자가 이미 현실화되어 있으나, 그들의 인권에 대한 배려는 아직도 전무한 상태이니 말이다.

왜 외무부에서 이주 노동자를 관리하지 않고 법무부의 출입국 관리소에서 관리하는지...
그들을 모두 범법자로 취급하면서 불법 인생을 양산하는 국가 시스템으로는 언젠가 몰아닥칠 폭풍을 대비할 수 없음이 분명한데 말이다.

하기야, 한국은 일본 대사관 앞에서 800주간이나 (1년이 52주니까 16년이 넘는다.)수요 집회를 여는 일제 성노예 할머니들에게도 한 마디 위로의 말을 해주는 법이 없는 근본이 없는 나라이니 무얼 바랄까 마는... 해마다 늘어만 가는 이주 노동자들을 여수에서처럼, 이천에서처럼 무시하다가는 국가의 근본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인데... 무비유환을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업수이여기는 천박한 정신은 노예제가 오래오래 전통으로 이어오던 국가의 정신 탓일까? 자본주의의 경박한 물질 숭배 정신 탓일까?

갑갑한 문제일수록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 줄 일이다.
미녀들의 수다처럼 여성을 상품화하는 '조디 까는' 프로그램 좀 폐지할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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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샹그리라 - 이해선의 사진과 함께하는 오지 기행
이해선 글.사진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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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이 말은 문명국이라 착각하는 인간들이 미개국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
촌구석에 사는 것들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말.

교통이 발달해 있지 않은 그곳에선 아직도 사람들과 동물들이 자연과 어울려 살아간다.
그런 곳들을 밟는 일은 나름 의미 있으리라.

전에 모아이블루란 이해선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선 시원스런 사진들이 내 눈길을 끌었더랬다.
그런데... 이 책에선 시원스런 사진들이 드물다. 조금 실망이다.

그렇지만, 라다크의 산골짜기에서 찍힌 파아란 하늘과 타클라마칸 사막의 짙은 갈색. 이런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울렁거린다.
배를 오래 탄 사람은 땅에 내리면 관성이 붙어 땅멀미를 한다고 한다.
그의 샹그리라는 어디에나 있다. 그가 여행을 마치고 이런 글들을 쓸 때면 그도 심하게 땅멀미를 하지 않을까 싶다.

샹그리라는 1933년 영국인 작가 제임스 힐턴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을 발표한 데서 나온 말이란다.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인도 주재 영국인 외교관 주인공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 납치를 당해 이상향 '샹그리라'에 불시착하게 되며 겪는 신비로운 이야기란다. 그래서 샹그리라는 이상향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샹그리라는 티베트어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란다.(역시 이런 영화엔 오리엔탈리즘이 강하게 묻어있지만... 오지의 야만인 하는...)

글들이 유려하지 않다. 이해선의 사진에 대한 갈증이 외려 글을 낮추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뒷표지의 장석주의 시 <여행>에서 이런 구절이 시린 눈길을 녹인다.

춥고 쓸쓸한 여정이었다. 여행의 끝에
하나의 깨달음!

인생이란
낡은 구두 한 켤레 정도의
무게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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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존 홀트 지음, 공양희.해성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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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혜덕화님 글에서 5학년 아이들에게 받아쓰기를 시켰더니 다 맞은 아이가 한 명밖에 안 나온다는 이야길 읽었다. 실업계 아이들은 어떨까?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선생님의 문제를 그대로 받아서 두 반에서 놀아 보았다.
한 반에서는 스무 문제를 그대로 불러 주었다. 다 맞은 아이는 없다. 한 문제 틀린 아이도 없다. ㅠㅜ 두 문제 틀린 아이가 서너 명 나왔고, 평균은 13~4점이다.
다른 반에서는 좀 곤란한 문제만 10개를 불러 주었다. 다 맞은 아이는 역시 없다. 한 문제 틀린 아이가 한 명. 두 문제 틀린 아이가 서너 명. 평균은 6~7점.
그리고 다른 반에서는 하기를 포기했다.
5학년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보고 연습을 해서 시험을 쳤기 때문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자꾸 하는 것은 열패감을 주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 너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는 걸로 끝냈다.

에피소드 2.

우리 집엔 아이가 아들 하나다. 이제 중3 올라가는 아이인데, 어려서부터 총명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혼자서 놀기를 좋아하고 나서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친구와 노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아내가 노력을 많이 했다. 이제 친구들과 노는 일에 정말 열심인데... 공부도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중학교 들어가서 공부 좀 하지? 하고 스트레스를 주면서 옆에서 시키기도 하고 학원도 보냈는데, 반에서 10등 정도한다. (전교 석차로 25% 정도) 우리 동네는 그닥 잘사는 동네도 아파트촌도 아니어서 부산에서 중하 정도 되는 남자 중학교에서 그정도 성적이니 마음에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런데 혼자서 공부하는 모습 보면 안심이 안 된다. 그냥 하겠거니 하다가도 느릿느릿하고 무사태평한 아이 모습을 보고 괜히 불안해서 잔소리를 하게 된다.

에피소드 3.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아빠와 아기가 식사중이다.
아빠가 말한다. 자 빨리 먹자. 아이의 대답은 "Why?"
다시 아빠. 음, 빨리 먹고 자야지 착한 어린이지요. 다시 "Why?"
잘 먹고 잘 자야 쑥쑥 자라는 거란다. "Why?"
잘 잘 때 온 몸에서 성장 호르몬이 나오는 거야. "Why?"
?????????????? ㅜㅠ 드디어 아빠는 대답이 막힌다.

 

주변에 아이들이 있고, 교육 활동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교육의 효과를 검증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뾰족한 이론적 바탕도 없이 그냥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요구한다.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억압하고, 심지어는 체벌까지 가하면서...
내가 셋 셀 동안 못하면 혼 날 줄 알아! 하고 어른의 기준의 주입하려 한다.

저자는 말한다.
서두르지 마라!
가르치려 하지 마라!!
절대 서둘러 가르치려 들지 마라!!!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이다. 여러번의 시행 착오를 통하여 '감'을 '확신'으로 '지식'으로 굳혀 가는 것이다. '감'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이에게 '지식 교육'을 행하는 일은 아직 아교가 굳지 않은 의자에 앉히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인간의 가장 큰 능력은 '언어'일진대, 언어는 특별한 교육 과정을 통하여 습득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서 끝없이 반복해서 암기하고 자동으로 그 언어를 2~3년 안에 완벽하게 습득한다. 어른들은 결코 그 업적을 이룰 수 없다. 교육이란 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음과 모음부터 발음을 가르쳐서는 결코 언어교육에 성공할 수 없는 것.

<아이들을 믿으려면 우선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배워왔다. ... (8)>
원인은 이것이다.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것.
아이들은 사악한 존재이며, 아이들은 '길을 들여 복종시켜야 할 사악한 악마'이거나, '프로그램을 잘 돌리면 천재로 만들 수 있는 두 발 달린 컴퓨터'로 보는 것. 이 두 관점 모두를 반대하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치 않는다.
온 몸을 반복해서 쿵 넘어지게 하거나 머리통이 띵하도록 박치기를 하는 놀이를 원한다.
소리를 지르는 일을 반복하고 싶어하고, 재주넘기를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어지럼을 느끼고 웃는다. '학교 정신'으로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를 바라면서 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첼로를 권해보면 대부분 받아들이지만, 어른들은 거절한다. 이것이 어른과 아이의 차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세상을 살게 자유를 돌려 줘야 한다는 것.

아이들이 우리에게 덜 의지할수록 아이들은 스스로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161)

머릿속에만 이런 생각을 담고 맨날 아이들을, 아들을 구박하는 나는 역시 '학교 정신'으로 무장한 교사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지.

우리 모두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실수를 가지고 남 말하는 데 끼어드는 그런 종류의 사람을 알고 있다. (167) 쿡, 찔린다.
잔소리는 화를 불러 일으킨다. 왜냐하면 그건 모욕이기 때문이다. 부탁받지 않았는데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드는 것은 결과적으로 "넌 네가 이걸 알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 만큼 똑똑하지 못해. 그리고 이걸 익힐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도 못하고."하고 모욕하는 말.
나는 제자들과 아들을 모욕하는 선생이고, 아빠였다. 미안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이 '감'으로 배워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기다려 주는 일'이다.
아이들을 시험하기 위해(또는 모름을 증명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들은 희미한 감을 반복하여 지식으로 바꾸는 더딘 과정을 중간에 끊어버리는 나쁜 일이다.

서두르지 말고,
가르치려 말고,
끼어들지 말고,
기다려 주어라!
그러지 않으면 그리칠 지 모르니... 욕속부달이다. 욕심을 내면 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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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2-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고등학생이거나 초등학생이거나 <아이>라는 점에서 똑같지 않나, 우리 아이들을 보고 하는 생각입니다. 놀기 좋아하고 칭찬 받는 거 좋아하는 점에서.
초등에서 받아쓰기를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하랴 싶어서 요즘 진도도 다 나가고 해서 매일 한 시간씩 범위를 정해주고 하니까 점점 백점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긴 하는데, 자신감의 측면에서 보면 낮은 점수를 받는 아이들에겐 미안한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것 가지고 크게 나무라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까 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은 것이 교사라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마음도 함께 자라듯이, 세상 어디서나 일방적인 가르침이라는 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성적이 썩 우수하진 않지만, 지 복 지가 타고 나는 거지 싶어서 별로 닥달은 안합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는 거고, 내 아이가 공부도 잘 해 주면 더 고맙겠지만 그냥 아이의 존재만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동생이 아파서 아마도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더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동생이 아프지 않았다면 저도 아이의 성취에 욕심을 부렸을지도......^^

글샘 2008-02-15 11:54   좋아요 0 | URL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아름다운 말로 추악한 행동들을 덮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ㅠㅜ 정말 제 복 제가 타고 나는 것인데 말이지요.
괜스레 욕심만 앞서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게 우리처럼 못사는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생분이 빨리 나으시길 저도 기도할게요...()...

해콩 2008-02-1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나 교사나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려주기'로구나... 깨달은 것이 몇해 전인데 아직도 실천이 안됩니다. 충고하고 안달하고 교정하려하죠. ==33 역시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아요. 欲速不達..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긴 호흡으로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기"

글샘 2008-02-15 11:55   좋아요 0 | URL
부모가 돼 보셔야죠^^
아기 기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약올리기 작전)
근데 아기가 아동이 되고 어린이가 되면서 슬슬 비교가 되죠.
자꾸 욕심이 앞서는 상태가 되구요...
참 어렵습니다. 제 새끼일수록... 더 어렵죠.

2008-02-15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2-15 11:57   좋아요 0 | URL
ㅋㅋ 남자 애들이 '양인'의 기질이 많아서 별나잖아요. 태평하기도 하구요.
욕심은 부모된 사람들의 공통점 아닐까요?
욕속부달, 욕속부달... 원, 참. 부처님도 아니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