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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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인 세대는 한 집에 열 명 정도씩 낳던 옛세대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의 노년은 쓸쓸하다.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 기술 사회로 나라가 바뀌는 동안,
농촌의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산업 사회의 기술 역군으로 뛰었건만,
안정감없는 소비 사회의 벌어진 아가리는 끝없이 유예된 죽음도 장엄한 맛을 잃게 만들었다.

노년 국가로 금세 뛰어들어가는 나라에서 문학의 끝을 잡고 노년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박완서의 글은 그래서 '아구아구' 먹기만을 강요하는 소비사회의 언저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멀뚱히 서성대는 노인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고 강조하려 하지만, 노년의 뒤뜰을 쓸쓸하다.

모든 인간 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

이것이 박완서가 들려주는 인생의 메시지라고 치자니 좀 우울해진다.

박완서의 한국어 부리는 맛은 수다의 수준을 제법 넘어선다.
옛날을 회고하는 섬세한 기억력과 언어 사용 능력을 살핀다면 그의 두뇌는 아직도 건강하고 활발하다. 이제 70이 넘어 80의 고개로 돌아드는 그가 아직도 필력을 펄럭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도 노년의 회고를 특히 여성의 굴곡진 삶들을 좀더 발품도 팔아가며 감동적으로 발표하는 멋진 작가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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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김보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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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이 과학스럽다.^^ 보일 샤를 법칙에 나오는 이름.

고교 국어 교사는 수업 시간에 별 희한한 주제를 다 다루게 된다.
그래서 박학다식하지만, 깊이있는 독서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걸 뛰어 넘었다. 과학에 대한 천착으로 과학자들조차 펴내기 어려운 책을 썼다.

세상이 점점 쪼개져서 '종합'을 잃고 '전공'을 얻게 되었다.
오죽하면 가시에 찔려 병원에 갔더니 외과 의사가 가위로 똑 잘라두고는 내과로 보냈다는 농담이 다 있을까.

그렇지만 특히 쪼개는 걸로 알려져있는 '과학'은 개별의 지식으로는 아무런 힘도 없다.
나도 한때 과학 독서에 삘이 꽂혀서 몇 권을 읽은 적도 있지만,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한국은 아무래도 많이 발전했다.

요즘 나오는 서적들을 보면 한국도 점점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도 만화로 그려지고, 고전도 만화로 그려진다.
지식이란 것이 몇 사람의 전문가에게 소속된 것은 더이상 아닌 세상이 오고 있다.
그렇지만, 그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잘난 체 하던 전통은 아직도 멀쩡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에 얽힌 이야기로부터 책을 풀어 낸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과학 정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진지하면서도 읽기 쉽다.
과학 다이제스트로서 성공하고 있는 책으로 볼 수 있겠다.

<기생충 제국>이나 <잡초>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같은 독서를 통하여, 해충인지 익충인지를 판단하려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이기적 생각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 과학은 이제 지구를 지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지구의 모든 존재는 서로 기대야 하고 서로 상관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진보를 이야기하지 말고, '종의 다양성의 증가'란 측면에서 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육식의 종말>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처럼 종말이 시리즈와 <수소 혁명> <질병 판매학> <엔트로피> <바이오테크 시대> <에너지 주권> 들도 읽을 만 하다. 내가 읽은 책은 기껏 얼마 안 된다.

최재천 선생의 책들과 대담을 통해서 과학 독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더랬는데,
이제 과학책은 작은 세상을 쪼개 나가는 데 기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쪼개지고 상처입은 세상을 통합하는 데 더 큰 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독자이자 작가인 저자의 의견이다.

월례 독서 모임 http://www.sciencebook.or.kr/과학독서 아카데미 사이트에서 독서 목록을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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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 작은책 스타가 바라본 세상 철수와영희 강연집 모음 1
하종강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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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작은 책>이 창간 12주년, 노동자 대투쟁 20주년을 맞아 <작은책 스타>라는 강좌를 개설했단다. 그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박준성의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은 정말 무서운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인 지배의 원인이 여기 있다. 한국에서는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과거를 잊도록 세뇌당했기 때문에...

안건모의 진실한 글쓰기 이야기도 재미있고, 이임하의 여성 이야기도 읽을 법하다.

정태인의 FTA 이야기는 정말 무섭다.
미국 수퍼에서 수술 도구 판다는 이야기. 뭣하면 지 손가락 지가 자르라는 이야기나,
무식한 대통령과 관료들이 들입다 대드는 FTA 이야기는 공포이며 괴담이다.

홍세화와 하종강의 이야기도 처음 읽는 이들이라면 신선할 것이다.

한국은 왜 이 꼬라진가.
숭례문이 불타고도 진지한 반성은 없고 짝퉁을 세우면 되지 않냐? 하고
화재의 책임이 노에게 있니, 이에게 있니 하고
온갖 비리의 온상인 정경유착은 마스크와 휠체어로 면죄부를 받고
그러다 보니 제새끼 잘 살기만 바라는 '사교육'의 나라로 변질된 사회.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온갖 과외를 받아서 계층 상승을 꿈꾸는 사회.

땅의 절반 이상을 1%가 가지고 있다는 나라.

과거사를 밝히기 위한 위원회를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나라에서 교회 뒤로 숨었던 친일파들이 이제 득세를 하여 과거를 덮으려 들 것이다.

정말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되며,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가가 되어서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축구공이 그물망을 아무리 출렁거리더라도 빈익빈 부익부의 유일한 경제 원칙은 갈수록 공고화될 것이다. 그럼, 지금 이 땅에서 할 일을... 과거를 반추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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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뜰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2
오정희 지음 / 이가서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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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격을 파괴한다.

21세기의 한국의 비틀린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모든 면을 가장 강하게 규정하는 것은 바로 식민지 통치와 전쟁이었다.

전쟁의 시기, 가장 큰 상처를 입는 사람들은 바로 아이들일 것이다.

세상에 대한 빛깔을 결정하게 되는 유년기에 전쟁을 겪고, 부모의 상실 또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부모 아래서 인격은 뒤틀리게 된다.

인생에서 올바른 삶의 지향이란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을 때, 나부끼듯 다가오는 탐욕의 욕망은 인간을 타락의 나락으로 급전직하시켜버리기 일쑤다.

삶은 소중하거나 아름답지도 않고, 그저 추악하고 통속적인 잡지 나부랭이와 같다.
등... 대... 로... 보이지 않는 미래를 느끼며 좌절하는 청소년들과 어린이의 모습이 여기 있다.
슬픈 유년의 마당이었다.

이야기의 섬세한 몇 부분을 놓쳐버린 아쉬움이 조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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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북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0
최일남 지음, 백석봉 그림 / 이가서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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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을 빌려다 두었더니 아들 녀석이 걸려들었다. ^^

참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인데,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서 재미있게 읽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다 읽더니 '왜 북이 흐르는 거야?'하는 엉뚱한 질문을 시작한다. 태음인의 특징이랄까.

흐르는 북은 세대간의 차이로 인한 단절과 그런 와중에도 가느다랗게 전수되는 문화를 그리는 소설이다.

어려서 부친의 광대짓(예술)을 못마땅히 여기는 아들은 아버지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지만, 전통을 되살리려는 몸짓을 배우는 손자는 할아버지의 북소리와 추임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런 80년대의 갈등이 아련하게 그려진 단편인데,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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