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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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유성룡, 안정복,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는 익히 듣던 이들이고,
백광훈, 이식, 박세당, 강세황은 역사 노트 한 구석에서 있었던 듯 마는 듯... 했던 사람들 이름이다.

주로 자식들에게 남긴 편지로 묶인 이 책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편집자가 정민이기 때문이다.
정민 선생은 한국에 꼭 필요한 학자다.
한국인들에게는 '한국'이 없다.
좀더 세밀하게 말하면 한국인들의 미래에는 한국이 없을 것이다.
더욱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국에는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 세력이 없기 때문에 미구에 한국적 특성이란 것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하여 부정을 하여왔지만,
미군정 이후로 이 땅을 휩쓴 온갖 아름다운 것들은 오로지 <미국적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거나 그 문학, 문화사, 복식, 제도 등을 연구하려는 학자들을 양산하여야 하는 대학의 임무를 방기하고, 오로지 딴따라 양키 복제에 여념이 없는 반세기를 지나는 동안, 이 땅은 겉노랗고 속하얀 '바나나 제국'으로 변모하고 만 것이다.

하긴 바나나 제국에 한국학이나 한국의 특성이 무에 필요하랴 마는...
억눌림 속에서 블루스를, 뒷골목에서 농구와 힙합을 일구어낸 흑인들의 창의성과는 달리,
일본식 혀짧은 영어 나부랭이를 노래라고 씨월렁거리고, 흑인들의 주크박스를 침튀기며 연습하는 한국인의 미래가 나는 자못 궁금하곤 하다.
학교의 교육과정에 자국어보다 영어가 훨씬 많이 편성되어 있는 나라도 보기 드물지만, 진학에 자국어보다 외국어가 훨씬 비중있게 반영되는 현실도 몹시 씁쓸하다.
이젠 광풍을 넘어 일상이 되어버린 토익, 토플, 텝스에 대한 공부와 어학연수란 미명하에 치러지는 대학생들의 놀이 문화 정착을 보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조선조... 그 시절에 아비들이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남긴 말은...
바로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공부해서 출세하라. 하긴, 그것이 공자님 말씀이었으니...
소학에서부터 가르치는 것이 공부하여 입신양명함으로써 부모 이름을 현저케 함이 효의 근본으라 그릇되게 가르쳐 왔던 것이다. 아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달고 있는 현실은 그 연장선인지... 공무원 시험이 입신양명일까? ㅎㅎㅎ

아비들이 따스한 인정을 읽으려던 나를 가장 당혹하게 했던 것은 바로 <아비들의 요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들의 편지 속에서는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는 <욕심>으로까지 보이는 대목들이 참으로 많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자식에 대해 애끓이는 나의 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다. 자신의 미래에 밥벌이를 위하여 죽자살자 공부하는 녀석이 별로 없다. 오히려 부모가 어려서부터 오로지 공부공부만을 주입한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공부를 잘 한다. 우리 아이는 스스로 하기를 기다렸더니 맨날 속만 끓인다. 소음인인 나의 마음과 태음인인 아들의 마음은 애비와 자식으로서는 상극이다. ㅠㅜ 천하태평 아들을 보는 내 마음은 늘 부글부글 용암이 끓듯 끓어대지만, 아들 녀석은 여전히 싱글벙글 느긋하다.

아버지들이 자식들의 공부에서 으뜸으로 치는 것이 '처신'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말을 조심하라. 침묵하라. 과묵하라...

나는 이제부터 벙어리가 되어 다시는 너희 일에 관여하지 않으련다. 다만 너희가 뭇 사람의 입길 가운데 있게 될까 걱정이고, 그 허물이 네 아비에게 설상가상 될가 염려스럽다. 모름지기 십분 경게하고 삼가야 한다. ... 자신에게 말해야 할 책무가 없다면 단지 고요히 살피고 때에 따라 스스로를 감추어야 할 뿐이다. .. 사람의 마음이 순박치 않아 나라에 말이 낭자하다... 사대부의 반 마디 말은 화를 부르기에 충분한 법이다. 비방이야말로 가장 두려워할 만하다.  온 세상이 어둡다면 뜻있는 선비는 혹 바른 말로 시비를 밝히고, 이해를 떠나 이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저마다 안다하고 누구나 말을 한다. 내가 다만 아첨하지 않으면 그 뿐이지, 어찌 낯빛이나 말로 드러내야 하겠느냐...(이식의 편지에서... 120)

하필이면 남의 말 듣지 않기로 유명한 교감 선생과 두어 시간 남의 말 좀 들으라고 설전을 벌인 뒤에 이 글을 읽었던지... 주변에서 다들 말 잘 했다고 하지만, 나도 후회했다. 뒷담화로 비방한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듣지 않을 사람에게 한마디를 했으니 그 꽁한 성격에 무슨 소문을 퍼뜨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조선조에서만 말이 사람을 해친 것은 아니다. 어차피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교사는 공인중의 대표격이니...) 말을 조심하란 말을 깊이 새겨 들을 일이다.

편지들은 간결하고 몇줄 되지 않지만, 그들이 겪었을 인생 역정에 비추어 본다면 그 행간에 적지 못한 말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지... 그 행간을 문학적 감수성과 함께 제목을 엮고 도움말을 덧붙여 주신 정민 선생께 감사드릴 일이다.

13000원이란 돈이 결코 싸지 않은 돈이나, 정민 선생처럼 옛것에서 새로운 생각들을 두레박질하는 학자들의 책이야 많을 수록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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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흙 2008-11-2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 녹아나는 책 후기. 저도 요즘 시도해 보려합니다. 공부란, 도덕적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고 어느 분이 말씀하셨는데, 설명을 들으며 공감하였더랍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턱도 없는 이야기죠.

글샘 2008-11-26 02:08   좋아요 0 | URL
제 글에 삶이 묻어났나요?
공부처럼 범위가 넓은 얘기도 없을 듯 싶네요. 도덕적 인간으로 가는 길도 공부지만... 취직 공부도 공부고... 인생 공부... 이런 세속적인 일에도 공부란 말을 쓰니 말이지요.
고미숙씨가 호모 에로스에서 '공부'를 쿵푸라고 쓸 때... 저는 공부의 의미를 참 다르게도 생각하는구나 싶었답니다. 고미숙씨가 아마 이글 읽으면 저한테 소주 한 잔 사러 내려오셔야 할 듯.. ㅎㅎㅎ
 
[호모 에로스] 서평을 올려주세요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6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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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도 공부해야 한다...이다.

순결한 사랑, 첫사랑... 이런 미망 속에 빠진 정신의 모습은 마치 종교에 빠져 자기를 잃어버린 모습과 비슷하다. 고미숙은 그 과정과 전말을 파헤치는 데 충실하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라고 했는데... 이 말엔 조금 불만이 있다.
호모 에로스라고 해서 달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린비에서 나온 인문학 인생 역전 프로젝트 시리즈 제목을 죽 늘어놓고 보면...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다음이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이 책이다.
호모... 뒤에 공부, 놀이, 언어, 예술, 책을 붙여 인간은 ~~하는 동물임을 강조한 제목들로 참 멋지게 붙였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의 제목은 제대로 틀렸다.

인간이 과연 사랑하는 동물일까? 고미숙이 사실, 이 책 전체에 거쳐 밝혀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얼마나 사랑에 익숙하지 못한가. 과연 사랑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리가 착각하고 사는 사랑의 허상은 어떤 것이며, 방송 매체나 각종 예술 작품을 통하여 회자되는 소위 <통속적 사랑>이 인간에게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 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인간은 얼마나 지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어색한 존재냐? 이런 비판이다.
사랑은 공부해야 한단다. 이런 모순이 있나?

아니. 사자한테 물어보자. 사랑을 공부한다고? 사자가 사랑을 공부해서 새끼를 낳냐?
참새한테 물어보라. 사랑을 공부하라고... 쳇, 이다.

고미숙의 이야기는 엄청나게 재미있고, 그 이야기들의 함의는 진실로 인간 삶에 도움을 준다.
나는 다만, 다른 달인 시리즈와 다르게, 지난 16년간 오로지 사랑만을 나눈 사랑의 달인 '섹스' 김병만 선생의 대가리를 신문지로 때리는 사회자가 마음에 안들 뿐이다.(동물에게 사랑은 섹스아닌가?) 
애초에 인간 종만의 특징으로 일컬을 수 있는 이 용어 <호모 머시기>에 '사랑'을 붙여서는 안 되는 거라는 말을 잡담삼아 길게 했을 뿐.

한국적 변태 자본주의의 특성상,
사랑에 대한 관념은 '순결과 성매매 사이', '영원과 원나잇스탠드 사이', '목숨과 수표 사이', 그리고 '쿨함과 돈 사이' 그 어디쯤에서 있을 법한 그 무엇. 마치 물리학에서 나오는 '양자'처럼 이론상 설명은 하는데 나는 도통 그걸 이해 못할 것이거나, 수학의 허수 i 처럼 수직선에 나타낼 수 없는 그런 것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를 다양하게 잘 밝혀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재미있다.

그렇지만, 물신의 노예가 되어버린 젊은이들에게 쿨한 사랑, 돈과 결부된 사랑을 하지 말고 <사랑을 공부하는 몸>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미숙이 자기네 코뮌의 자기네 <몸>에 대한 <해석>일 뿐이고, 일반인들처럼 '우리 결혼했어요'나 '짝짓기 프로젝트'처럼 상업적 사랑이든, 통속적 사랑이든 마법적인 매력에 빠져들기를 오매불망 착각하는 나머지 젊은 청춘들에게는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소나기'의 소년 소녀보다 훨씬 사랑에 대해 무감각해 보이는 것처럼 보일는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사랑의 시기를 이미 지나보낸 40대인 내가 읽기에 이 책은 무던하다. 왜냐하면, 저자는 나보다 조금 더 지나버린 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20대가 읽는다면, 과연 나처럼 무던하게 읽을 수 있을지... 아니지. 그렇다면 그는 더이상 20대가 아니다. 그는 이미 아줌마거나 아저씨일 것이다. 그렇지만, <상상하는 연애>에서 <관찰하는 연애>로 변화하기를 요구하는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허지만... 나는 자꾸... 연애하는 사람에겐 상상력이 필요할 거라는 반발심이 인다. ㅎㅎㅎ 시기심이라도 이는 걸까? 그의 지적 탐험에 대해서...

턱에는 교만심이, 가슴에는 자긍심이 있다. 배꼽에는 벌 伐심이 배에는 과장하려는 마음이 있다. 머리에는 약탈하려는 마음이 있고, 어깨에는 사치하려는 마음이, 허리에는 게으른 마음이 있으며, 엉덩이에는 훔치고자 하는 마음, 곧 노력 이상으로 챙기려는 마음이 있다. 이것은 이제마의 말이다.(156) 그래서 이 사특한 마음을 이겨내려 노력해야 한단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그래, 교만하면 턱을 치켜들게 되고, 자긍심이 가득할 때 가슴을 쫙 펴게 되고,

태과와 불급은 모두 몸에 해롭다. 그렇지만... 그 자신 사실 사랑에 대해서는 불급 아닌지 모르겠다. 지나침의 태과... 부족함의 불급... 그 기준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고...

사랑하면 '웃음'과 '춤'이 함께 한다. 사랑이라고 하면 자유인 조르바를 이길 수 없다.
담음 痰飮 은 인체를 그늘지게 하고, 눈 아래엔 다크 서클을 만들고 말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자유롭게 사랑할 지어다. 사랑에 원칙 따위는 애초에 없는 것이거늘...
만나도 만나도 목마른 것이 남녀간의 사랑이고, 그것이 인간의 가장 정화된 감정이든, 유전자의 장난이든 간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의 공통 관심사가 사랑일진대, 사랑에 지나치게 이론과 논리를 들이대는 작업에 나는 일말의 거부감이 든단 사실을 감추지 않겠다. 아무리 그의 사회관계적 논리가 치밀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사랑은 자유로운 마음, 자유롭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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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3-30 16:54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 - 국경없는 의사회 이야기
댄 보르토로티 지음, 고은영 그림 / 한스컨텐츠(Hantz)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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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F... 불어로 국경없는 의사회를 이렇게 부른다.

지구의 절망을 보듬는 여러 NGO 중에 가장 유명한 기구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사실은 위험한 국경들을 넘어가는 의사회다. 그 국경선 안에서는 온갖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어서 언제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밀지 모르는 그런 곳에 간다.

물론 그 폭력들은 서로 욕하면서 일어나는 것이고, 또 그 폭력에 따라 쌍방이 모두 다치기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종교나 인종 분쟁에 끼어들어 폭력배를 치료해주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처럼 큰 나라들의 지원금, 결국 국고의 지원을 제한한다.
월드 비전처럼 유엔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림들만 그리는 단체와는 그래서 차원이 다르다.
유엔은 미국처럼 전쟁 주도국의 기구이기때문에 전쟁 주도국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런 것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이 기구의 활동을 그만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결국 의사들이 약자 편에 서는 일인데, 그 의사들은 사실 의료 행위란 것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주사를 맞기엔 너무 혈관이 약해서 30분이 넘도록 정맥주사를 놓지 못하는 아기들부터, 온통 잘린 몸뚱어리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하고, 의료 행위보다는 행정적 절차를 가르치거나 의료원을 양성하는 일에 넌더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니 지구상에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얼마나 많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겁하게도 이런 의사들이 찾아올 필요 없는 땅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 뭣때문에 도망쳐 왔어요?" 이것이 지원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란다.
절간에 수도하러 가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오듯이, 이 기구로 오는 이들도 죽음을 맞대면하러 가는 길이 도망의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전쟁 관광을 하며 총알을 모으려는 람보들은 이런 기구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한다.(93)

"중립성은 공모를 낳았습니다. 개입은 우리의 의무입니다."(48)
자, 중립을 지키다 보니 힘센 놈 편을 들게 되더란 것이다.
약자의 편에 개입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는 말은 이 땅의 민중 운동에도 유효한 것 아닐까 한다.

1968 혁명에서 얻은 <국경 = 억압>의 등식도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국경(프런티에르)을 뜻하는 F가 기구 이름에 들어갔다.
애국심을 유발하는 쇼비니즘은 곧 또다른 억압의 등가물 역할을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낀 사람들이라 하겠다.

이 기구엔 미국인이 아주 적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인 지원자들은 미군이 배치된 곳에 배치하기 힘들기 때문'이란다. 하긴, 분쟁지역 치고 미군이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미국인이 움직일 공간이 뭐 있을까.

이 책에 실린 수십 장의 사진에 등장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흑인들이 많다.
아프리카의 땅에 쏟아지는 폭탄들과 그 땅에 묻힌 지뢰들은,
아시아에 쏟아졌던 불비가 재현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색인종을 향한 백색인종의 <폭격의 역사>를 뚫고 국경없는 의사회의 전설같은 이야기들은 날마다 개입한다.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하고 징글징글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늘 활기차게 산다는 의사회 이야기를 읽는 일은, 매일 징글징글하다고 활력을 잃는 내 어깨를 툭툭 치는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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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1-1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경없는 의사회의 활동은 항상 존경스러워요. 그들이 어느 나라이건 대부분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들일텐데 어떤 이유든 그것을 박차고 세상을 위해 나선 사람들이잖아요.

글샘 2008-11-17 23:59   좋아요 0 | URL
정말 존경스런 분들이죠. 그 기구의 활동상을 잘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책인 것 같습니다. 근데... 이런 좋은 책들은... 절판이라죠. ㅠㅜ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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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과학자들은 지나치게 으스댄다. 황우석이 가장 단적인 사례다.
진짜 과학자들의 장점은 겸손하다는 것이다.
뉴튼인가가 과학자는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갖고 노는 어린아이같은 존재여서 과학을 전혀 알기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세상인가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로보트 태권브이의 카프박사가 망하면서 착각에 불과할 것임을 가르쳐 주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저 시비를 붙여 본 것이다.
과학은 쥐뿔도 아는 것이 없다. 다만 넓고 큰 세상의 아주 티끌만한 한 구석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광우병, 그것은 객관적으로 인간의 뇌를 잠식해 왔다.
그 병이 치명적인 것은 다른 질병들이 노인들에게 흔한 반면, 광우병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가 햄버거라는 것은 아이들이 더 민감하게 잘 알고 있다.
햄버거 패티에는 온갖 잡다한 부산물들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그렇다고 떠들었던 모 뉴라이트 열사가 곤란해졌던 적도 있지만,
며칠 전 학교 급식소가 삐걱거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아들 녀석이 '햄버거는 몸에 안 좋은데' 하는 걸 듣고는 아이들은 광우병에 훨씬 불안해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바라본 적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독자인 내가 광우병 파동을 통하여 광우병에 대하여 상당히 많은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논문들을 쉽게 읽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목에서 시비를 붙인 것처럼,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과학이라는 이름을 빌려 광우병이 현재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는 결론을 유도하는 것이다.
과학은 물론 쿠루병이나 인간광우병처럼 그 발생 원인을 따지는 데 유효한 카드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학은 어디까지나 세계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식에 불과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정말 정신차려야 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한 섹터에 불과한 학문이 <정치>라는 더러운 검은 손에 의하여 검은 의도를 미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은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었다.
영국의 인간 광우병이 지금 잠잠해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몇 가지의 실험으로 안전, 이란 딱지를 붙여 주기엔 이미 벌어진 일들이 너무도 무서운 것이었다.

물론 광우병 파동과 관련된 오해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 과학자는 그 오해들을 풀어주고자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산 소고기를 무차별 사들이기로 한 정치적 결정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말 과학자의 멸균된 시선만으로 광우병 사태를 바라본다면 국민의 시선을 정치적 위험 저편으로 호도하는 전위대의 역할로 떨어져버릴 위험성이 과학에는 항존하는 것이다.

과학자야말로 가장 정치적이었으면 좋겠다.
아인슈타인이 핵무기를 통하여 세계평화를 지킬 수 있을 거란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을 두고두고 반성한 것도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인간 광우병이 상당히 잠잠해지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으며,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바탕에 깔고 있다.
척수 같은 부위는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단다.
그러므로 햄버거 회사는 모두 없애야 한다.
끓여먹어도 아주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한국처럼 SRM을 펄펄 끓여 먹는 것이 과연 안전할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인 줄 작가도 안다.

그의 책을 한 마디로 줄이면, "위험하다, 하지만 통제되고 있다."이다.
그러나, 이 말은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위험하다."와 동의어이다.
그렇지만 그 두 언술의 간극은 결코 좁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의 이야기가 위의 것이고, 촛불소녀의 반응이 아래 것이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좋은 도구다. 그렇지만, 과학 도서는 늘 좀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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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광우병 ; 다른 사람들의 생각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11-15 11:44 
    * 글샘의 샘터의 서평에서 발췌 * 과학자들이 정말 정신차려야 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한 섹터에 불과한 학문이 <정치>라는 더러운 검은 손에 의하여 검은 의도를 미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광우병 파동은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었다. ------- * 오랫동안 논쟁이 되었던 (바칼로레아에 있을 만) 주제로  ; 순수한(?)은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가?
 
 
마립간 2008-11-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 내용을 저의 서재로 옮깁니다.

글샘 2008-11-17 23:58   좋아요 0 | URL
음... 제 글이 거칠거칠한데... ^^ 그 틈새를 쿡쿡 찌르셨군요.
제 글이 제 생각인지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우려스러운 구석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안심시키는 부분에 대해서, 과학 너는 뭐 좀 아니? 이런 문제제기를 해 보려던 것이라 이해해 주시길...

Arm 2008-11-1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서평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이 도서 서평단인데... 글샘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저자의 의도야 어떠했든 '광우병은 괴담이다!'란 주장을 뒷받침할 수도 있는 책같았어요. 부족한 역량이지만, 저도 곧 글로 풀어내볼게요.

글샘 2008-11-19 21:03   좋아요 0 | URL
ㅎㅎ 제 글이 너무 되는대로 찌르기만 했던 것 같은데, 공감을 하셨다니 다행인지...
저자의 의도가 반대자들이 너무 단순한 논리를 들이댄다...인데, 사실은 쇠고기를 먹으라고 들이댄 '정치적 논리'가 너무 단순한 게 먼저였죠.
어느 국민인들... 광우병에 대해서 그렇게 해박해지고 싶겠나요. ㅠㅜ
줄기세포에 대해서도 너무 전문가가 되어버렸고... ^^
이제 조성민때문에 민법까지 공부해야 할 판국입니다. ㅎㅎㅎ
 
말과 침묵 법정 스님 전집 9
법정 지음 / 샘터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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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의 사랑법,이란 시가 있다.
그 시에서 나는 ... 침묵할 것, 이 구절이 그렇게도 좋았다.
철없던 대학생 시절에도...
그럼에도, 나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떠들도 다닌다.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오고, 입으로 들어간다는데...

사 랑 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한번 가버린 과거사나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근심걱정한다. 나는...
나는 '지금 여기서 이렇게' 살 뿐인데...
禪은 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가르침, 순수한 집중과 몰입으로 자기 자신을 사는 일이란다.

자, 이제 남의 책은 덮어두고 자기 자신의 책을 읽을 차례다.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것이 아니다.
펼쳐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다.

문수 보살이 유마힐을 문병했을 때, 모든 중생이 앓기 때문에 나도 앓는다...고 하셨다. 보살의 병은 대비심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지구가 아프면 나도 아픈 것이고, 지거 한켠에서 굶주리면 나도 굶주리는 것이고, 모두 연관되어 있어 떨어질 수 있는 것 하나 없는 노릇이거늘...
하루하루를 잘난 체 하며 사는 보잘 것 없는 인생들이란...

창과 칼로 찌르거나 향수와 약을 발라주더라도 두 가지에 다 무심하라.(열반경)
남의 험담에 불끈하고 남의 보잘것 없는 칭찬에 얼마나 해해거리는지... 생각하며 살아라.
지금 여기서 이렇게 사는 네가 '보석'임을 스스로 밝혀라. 환하게...

부처님의 제자 소나가 애써 선정을 쌓았으나 깨달음을 이루지 못해 초조해 할 때,
"소나야, 너는 세속에서 비파를 잘 탔지?"
네,
"네가 비파를 타려고 그 줄을 고를 때 너무 조이면 어떻더냐?"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췄을 때는?"
그때도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너무 늦추거나 너무 조이지 않고 알맞게 잘 골라야만 맑고 미묘한 제 소리가 납니다.

"그렇다. 너의 공부도 그와 같이 해야한다. 정진을 너무 조급히 하면 들뜨고, 너무 느리게 하면 게을러진다.
그러므로 알맞게 해 거기에 너무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아라."
이로부터 정진하여 오래지 않아 소나는 해탈을 얻었다.

괴테의 말이던가, Without haste, without rest...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너무 게으르지도 말고... 한 걸음씩, 한 번에 한 사람씩...

깊은 산속 불법은 바위가 그것.
큰 바위 작은 바위 저마다 둥글다.
거짓 부처님을 만드느라고
공연히 벼랑 깨어 법신 상했네(40)

날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날때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 행위로 말미암아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다.(48, 숫타니파타)

업을 짓는 것. 나의 행동.
지금 여기서 이렇게 웃고 있는 환한 '나'라는 한 물건은
분명히 있지만, 또한 있다고도 할 수 없다.
모든 입자는 중성자와 전자 사이의 엄청난 간극의 덩어리라잖던가.

좋은 아내란 어머니같고 누이같고 친구같으며
나쁜 아내란 원수와 같고 도둑과 같다.

법정 스님이 읽어주시는 불경 이야기들이다.
불경을 원본으로 읽으면 지루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이렇게 펼쳐 놓으니 그 큰 뜻이 다 드러나면서도 읽기에 힘들지 않다.

나를 바로 보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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