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     1 (요때 알라딘 만나고 첨 리뷰 올림)
01년     9 (이 해엔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함, 리뷰는 거의 안 올림, 대학원 다님)
02년    34 (3학년 담임에, 연구학교에, 대학원까지 바빠서 별로 못 읽음)
03년   161 (2학년 담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함)
04년   119 (3학년 담임이라 책을 많이 읽기는 어려웠음. 애들 자습시켜놓고 뒤에서 읽음)
05년   374 (실업계로 옮겨서 노자, 주역, 불교 관련 서적을 읽음)
06년   410 (잡다하게 손과 눈에 잡히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음)
07년   350 (피아노 배운다고 조금 덜 읽은 게 이 모양임)
08년   181 (12월 12일 현재. 내일 도서관에 책빌리러 가야쥐... 올해 촛불집회 나가고 아고라 보고, 아프리카 보느라 책은 읽기 힘들었다. ㅠㅜ)
계     1,639권

올해는 이제 19일 남았는데... 200권 정도 읽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다음 주엔 아이들 상담하고 대학 지원을 도와줘야 해서 공부를 좀 해야하니 아무래도 200권 채우기는 어려울 듯.

아무래도 일반계 고교에서는 문제집 풀고, 소설, 시 등을 감상하기보다 따지고 분석하려는 독서를 하다 보니 독서량이 많이 줄어든다. 그만큼 팍팍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나는 도서관에 푹 처박혀서 일 년을 지낼 꿈을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ㅠㅜ

내년에는... 아, 내년에도, 별로 기대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새 책 냄새를 제일 처음 맡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요즘엔 돈이 없어서라기 보담도... 책 사서 한번 읽고 서가에 얹어 놓기가 미안해서 도서관엘 자주 가는데... 꼭 내가 열 개쯤 적어가서 찾아 보면, 예닐곱개는 없다. 한편 기쁘고 한편 아쉽다.
좋은 책을 누군가가 빌려가서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니 즐겁지만... 내 손에 없음은 아쉽지. ㅎㅎ

연말이라 내 시간보다는 지난 세월 만났던 누구 누구랑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음주가무로 피곤한 다음 날이면 머리가 멍~해져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한국의 만남은 좀 그렇고 그렇다. 마셔야 하고, 그것도 몇 차를 가면서 마셔야 하고... 회의가 들지만, 글쎄다. 나는 거기서 뛰쳐나오지 못한다. 아니, 거기 안주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독재자를 불러들여서 몹시 신산했던 한해가 또 지나가고 있다.
독재자는 언론을 건드리고, 그 다음엔 반드시 교육을 친다.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을 일으키고, 그 시답잖은 일제고사를 반대했다고 교사 일곱 명 목을 쳤다.
씨팔 놈들... 죽일 놈들 하고 욕을 한댔자...
이 좁아터진 나는 맨날 작고 힘없는 곳에만 화풀이를 한다.

미래의 역사책에 반드시 쓸 것이다.
과거, 어느 독재자는 언론을 틀어쥐고, 교육을 잡도리하려고 말도 안되는 짓들을 저질렀다고 말이다. 전교조와 주경복의 연관 고리에 오십 여명이 있단다. 개새끼들... ㅠㅜ 공정택이란 걸레같은 교육감 하나 지키려고 쌩지롤을 다 떤다. 치욕의 역사 한복판, 그 사북 자리에 다시 선 느낌은 서늘하고 부끄럽다. 다시 역사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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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1-0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8년 199권으로 마무리, 총 1,657권
 
고전 산문 산책 - 조선의 문장을 만나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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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산문 산책이란 제목으로 조선 후기의 소품문들을 묶었다.
소품문이란 다양한 종류의 글이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묘지명이고, 집을 지은 연유를 적은 기 記,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전 傳, 절절하고 간결한 편지글 척독 등이 실려있다.

스물 세 명의 면면을 보면 조선 후기의 학자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박지원, 박제가 같은 유명한 사람부터 조희룡처럼 처음 듣는 이들의 글들도 실려 있다.

정조의 문체 반정 이후,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소품문이 불온시되어왔던 모양인데, 그런 연유로 이런 글들을 널리 모아둔 책들이 부족했던 것인데, 이번에 안대회가 묶은 이 책에는 작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글에 대한 해설, 마지막에 원문까지 곁들여 멋진 책이 탄생하였다.

맨날 공자님 말씀을 뇌까리고, 주희의 성리대전을 반복하여 풀이하는 것과, 과거에 급제하기 위한 문학적 소양만이 조선의 문학으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소품문들을 이렇게 모아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아, 공부하지 않은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날과 한가지로 공일이다. 그대는 모름지기 눈앞에 환하게 빛나는 이 하루를 공일로 만들지 말고, 당일로 만들라! (72) 이용휴의 일갈이다. 시원하다.

발해의 역사를 눈감아버린 고려를 비판하며 그 역사를 찾아나선 유득공도 멋지다.

많은 선비들이 출세하지 못하면서도 불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일으켜 공부에 힘쓰는 모습들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답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 산문의 설명이기에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한자 풀이 몇 개를 발견해서 덧붙여 둔다.

166쪽. 迂는 '멀 우'인데, 우활하다...고 하여 어리석다는 뜻으로 쓴다. 오활이라고 쓴 것은 오류다.
171쪽에서도 오라고 쓰고 있다.
406쪽에서는 우활하다고 바로 쓰고 있다.

345. 지자요수의 한자를 知와 智로 뒤섞어 쓰고 있다. 이것도 못마땅하다.

442에서는 뇌락불기(돌무더기 뢰 磊 얼룩소 락 犖 不 굴레 기 羈 - 천성이 우뚝하여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라고 쓰고 있고, 397에서는 뇌락(우리 뢰牢 떨어질 락落)이라고 쓰고 있다. 앞의 것은 돌무더기와 얼룩소가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이상한 뜻이고, 뒤의 것도 우리에 떨어진 것은 뭔가 어색하다. 대동운부군옥에서는 磊落이라고 적고 있다. 돌무더기가 떨어져 있는 것처럼 얽매이지 않는다는 풀이인 듯 하다.

 

531. 김신선이 服食法을 썼다고 하면서 풀이에 도가의 호흡법의 하나라고 한다. 한자를 腹式으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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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국문학자들, 또는 한문학자들, 또는 역사학자들의 글들을 읽노라면, 지들은 뭘 아는데 독자인 우린 도통 모르는 것처럼 자격지심을 느끼게 하는 글투가 은연중에 읽히곤 하는데, 강명관이란 이 사람의 글은 때론 통쾌하고, 때론 정겹다.

일본 천리대학에서 만난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로 시작해서 끝나는 이 책을 쓴 강명관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내가 알 정도면 유명하지 않을까? ^^)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래, 그래 하면서 혼자 공감이 되어 방방 뛰었다.
구텐베르크 금속 활자의 가치는, 그 활자로 민중을 위한 성경을 찍었고 그것이 종교 개혁이란 역사적 사건으로 발전된 데 있다.
고려의 1234년 고금상정예문(도대체 그 책이 뭐하는 건지 누가 아냐? 쳇)과 1377년 직지심체요절(잘도 외운다. ㅎㅎ 이게 역사 교육의 필요성이냐? 쳇!)을 찍은 금속활자는 조선조에 와서도 왕조의 변명에만 쓰일 뿐, 역사적으로 불필요한 도구였으므로 전혀 자랑스러워할 것이 없다는 그의 논조에 나는 새벽 세 시를 넘겨 가면서 혼자서 감격하였다. 뭐, 초저녁에 낮잠을 잤으니 밤늦은 독서라도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의 글을 읽는 맛은 잠들지 못하는 데 비하면 신선하고 즐거운 것이었다.

홍대용 : 중국에도 주자와 철판이 있는지요?
중국인 : 모두 목판을 쓰고, 철판과 주자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에는 금속활자 인쇄가 없다는 것 아닌가. 나는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민족의 문화를 말하는 사람이면 언필칭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를 떠들지만, 그 활자로 찍은 책이 과연 유리창과 융복사에서처럼 쌓여 팔렸던가, 아니, 책시장이란 것이 있기는 했던가.(
221)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산의 저작은 당대에는 결코 잉크 맛을 보지 못했다. 다산은 자신이 당면한 사회현실을 절절히 발언했으되, 그 발언은 저작의 형태로 유포될 수 없었던 것. 다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박제가의 북학의가 그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 역시 그러했다. 이른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국이 저 귀중한 저작들에 왜 그리 인색했던가. 한심한 일이다.(300)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의 글에서 가장 멋진 구절은 이황, 훌륭할 것도 별로 없다! 이런 구절(은 그가 쓰지 않았지만 ㅋ) 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퇴계보다는 그를 화폐에 안치한 국가주의가 싫다. 그 국가주의를 걷어낸다 해도 퇴계는 여전히 별로다. 퇴계가 생각했던 이상적 인간과 사회가 나의 세계관과 어긋나기 때문이다...(86) 히야... 한문학과 교수가 이런 말도 할 수 있구나... 새로운 경험이다.

내가 읽은 조선문학사상사...들에는 대학원까지 나온 나도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는 성,리,기 등의 용어를 그럴싸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는데, 그것이 중세의 논리일 뿐, 별것 아니라는 말을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 당시에 주자학을 집대성한 이황의 업적은 놀라운 것이지만, 마치 퇴계의 사상이 한국 선비의 사상을 대표하는 것처럼 떠벌이는 것에 주눅들어 버리는 나같은 무식한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사,대부라는 말을 그저 배우고 외웠는데, 독서하면 선비 士고 정치에 종사하면 대부 大夫라는 말을 보고 재밌는 걸 배웠단 생각을 했다. 벼슬하는 게 생의 목표고, 안되면 안빈낙도라는 웃기는 말을 하던 자들이 그들이었음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도 승진하지 못한 50대를 무정란이란 말로 희화화하기도 하는 걸 보면... 아직도 이 땅엔 출세지상주의 유령이 살아있는 모양이다.

간서치전에 나오는 구절... 그가 지내는 방은 아주 좁았다. 하지만 동쪽 남쪽 서쪽에 모두 창이 있어 동쪽 서쪽으로 해가 옯겨가면 햇볕이 드는 밝은 창 쪽으로 가서 책을 보았다.(233) 역시 이덕무다.

박세당, 허균, 정약용, 박지원 외에도 많은 이들의 독서 편력이 등장하지만, 역시 조선조란 왕조에 불과했던 나라였다. 정조의 개혁 정치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고 있던 나에게 그런 꿈을 접으란 소리를 하는 강명관의 책은 섬뜩한 면도 있다. 그래. 왕조에서 무슨 희망을 바라겠나. 그렇지만, 정조가 서울을 버렸더라면... 하는 생각은 노건평을 자꾸 건드리는 지금 정권과 노론이 오버랩되면서 이 나라의 비극을 자꾸 되씹게 만든다. 그렇지만... 정조의 문체반정은 그가 가진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발견한 오자만 해도 예닐곱 개가 된다.
그렇지만 처음 한두 개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기에... 나중에 표시해 둔 몇 개만 올려 둔다.
혹시 이 책이 재판 삼판 나온다면... 그럴 확률은 그닥 높지 않아 보이지만... ㅠㅜ 참고가 되도록.

14. 3문단. 철학이 두 번 들어갔다.

314. 아래서 셋째줄. 신서'과'/ 와로 수정

370. 3행의 칼라일의 '의'...

이 멋진 책에 몇 글자의 오탈자로 인하여 책의 등급이 한단계 다운된다면 아쉽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책에는 끝에 꼭 이런 맞춤법 교정기가 붙는다. ㅠ.ㅜ 강명관 선생님, 담에 책 내시면, 제가 교정 봐 드릴게요. ㅎㅎㅎ 소주나 한잔 사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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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 -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박문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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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그닥 관심이 없으면서도 과학자(자연과학대를 나온 사람을 과학자라 친다면...) 친구가 많은 나는 술자리에서도 과학 이야기를 심심찮게 주워듣곤 했다. 술자리에서 물리 선생이 학생의 질문에 대답 못한 이야기를 하면, 하숙집에 가서 과학도에게 문제를 내고 다음 날이면 이해가 잘 안 가는 나를 붙들고 이해시키려고 오히려 나보다 쩔쩔매는 과학자를 재미있게 바라보곤 했는데... 또 다음날, 그걸 물어온 선생에게 내가 더 쩔쩔매며 설명하는 재미도 있더랬다.

과학이란 건, 20세기 상당히 시건방진 넘이었다.
과학이 폭력이 되고 힘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강자가 되어 20세기를 과학의 세기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은 그만큼 지구한테 못할 짓을 많이 했던 거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21세기가 되면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하여 비로소 관념적 수준을 넘어 '자연과학적 시선'으로 고찰하는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었다.(아, 사실은 언제나 겸손한 과학도들의 시선이 있어왔는지도 모르지만, 큰 목소리를 갖게 된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나의 추측일 따름이다.)

이제, 과학이 '뇌'에 몰두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계를 만들고, 그 기계가 우주의 비밀을(사실은 인간의 무지일 뿐이지. 우주가 뭘 감추고 있겠나.) 하나 둘 환원주의 입장에서 캐다 보면, 결국 인간은 무엇일까. 인간이 정말 유전자의 복제품일 뿐인가? 이런 허탈한 질문에 맞닥뜨리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대학 시절, 유물론을 신봉하는 학자(? 나는 아직도 그들을 학자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들이 과학을 원용해가면서 적었던 사회과학서적들을 읽으면서,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을 갖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과학의 원칙을 사회에 빗대는 것이 옳은 면도 있지만 어리석은 짓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저자를 대하면서...
일단 이 책의 신뢰도에 대하여 나는 궁금해졌다.(사실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 것이다. 저자가 하다못해 시골의 의대라도 나왔다면 조금 덜 의아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전자공학 박사다. 물론 전공과 상관없이 훌륭한 작품을 낼 수도 있다. 다치바나의 책들은 그런 결과물들이다. 그렇지만, 뇌과학이란 분야가 인체에 대한 전문적 공부에 일생을 바친 사람 아닌 전자공학도에게서 밝혀지는 것이 사뭇 낯설다.) 그렇지만, 궁리에 궁리를 하는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도 통합적 의견을 제시할 줄 안다는 것이 독서의 힘임을 생각할 때, 그의 저작에 대하여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나야말로 편견에 휩싸인 인종임도 알고 있다.

저자가 강의한 것을 적은 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뇌 과학이 흘러가는 길을 술술 이야기 투로 설명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는 정리도 해 둔다. 강의를 요약한 것이라고 하겠다. 역시 강의답게 중요한 것은 여기 저기서 반복해서 설명한다.

일견 전문적인 책이지만, 강의 형식을 따라 읽다 보니, 너무 어렵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전문 용어가 수도없이 나오지만, 피질척수로를 상행이냐 하행이냐 따진다면, 대뇌 피질에서 척수로 가니깐, 당연히 하행이다... 이런 설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그림을 적절하게 실어가면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해부학에 너무도 공부가 부족한 나는 글자 읽기보다는 그림 보기에 더 몰두하곤 했다. 그런데... 또 과학책은 그림만 잘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결국 '뇌'란 무엇이냐. 인간의 '마음'이란 어떤 것이냐. 우리의 '정신'은 어디서 오느냐...는 고전적인 철학적 질문에, 그는 인간은 '뇌의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뇌의 운동은 결국 세포들이 신호를 처리하는 복잡다단한 시스템이므로, 인간의 사고과정은 그런 신호체계의 종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저작은 작가의 독서에 의한 결과물이다.
그의 독서는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생물체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동물은 구성 세포 모두가 함께죽는 메커니즘을 발명해낸 생물(58)이란 이나스의 이야기를 끌고 오면서, 좌우 대칭으로 진화한 생명 현상이 '방향성'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로 전개한다.

다세포 생물로 가는 과정에서 진핵 세포의 유전정보 보호라는 진화의 과정을 통하여 <신경 시스템>이 기여하게 되었고, 세포들의 운동성이 하모니를 이루는 성질은 미오신, 액틴 등의 단백질 분자 사슬을 통해 전기적 운동성을 갖게 되는 척수와 의식의 출현과 이어지는 뇌의 발생까지 이어진다.
이나스는 이어서 시상과 대뇌 피질 사이의 신경 세포들이 전기적 작용을 하는 것이 <의식>이라고 정리한다.

생각은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다.
결국 신경과 뇌라는 시스템은 움직임을 만드는 기관이며, 생각의 흐름은 신경 세포간의 만남,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물질의 분출, 흡수과정이라는 것이다. 학습을 하면 연접부위가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생각이 신경전달물질의 분출, 흡수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도 되겠다.

생물체란 것은 세포들이 다양하게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며, 대뇌에서 나오는 의식의 출현도 세포의 적응 결과라는 것은 유물론적이면서도 이해가 가는 과학적 설명이다.

생명은 DNA 유전정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진화과정을 설명을 설명하는 변주곡이라고 설명한 도킨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 존재도 유전정보의 지배를 받는 물질의 결과에 불과하지만... 그 존재의 시원을 생각하게 하는 리차드 파인만의 이야기(438)은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듯 싶다.

바닷가에서... 파다고 말려오고... 새로운 분자가 모습을... 복제하고, 새로운 춤을 추고... 원자, DNA,  단백질이 요람에서 벗어나 마른 땅에 올라선 의식을 지닌 원자들... 호기심으로 충만한 물결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경이를 경이로워하며, 나는 그리고 원자들의 한 우주는, 그 우주 속의 한 원자는...

독서를 통하여 한 세계를 조망하는 일은 재미있다.
비록 나는 그런 작업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다른 이의 조망에 편승하여 세계를 굽어보는 일, 보이지 않는 우주 속의 한 원자인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일을 즐기는 독서란 작업을 그만 둘 수 없는 것이 그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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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다는 책이 이거였군요.
저는 책으로 못 보고 이렇게 친절한 글샘님의 리뷰로 맛보기합니다.^^
저어기 이웃동네에 출몰했다는 글 봤어요~ㅎㅎㅎ 가끔 안부 차원에서 출몰합니다.^^

순오기 2009-01-2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이거 리뷰대회 우수작이군요.^^
내기쁨에 취해 있다 정신나서 순례중이예요~~~ 진즉 댓글을 달았었네요.^^

글샘 2009-01-26 19:03   좋아요 0 | URL
아, 이 책은 서평단 책으로 읽고 쓴 리뷴데... 이런 걸로 또 수익을 올리는군요. ㅎㅎㅎ
 
[인간 조종법]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인간 조종법 - 정직한 사람들을 위한
로베르 뱅상 , 장 레옹 보부아 지음, 임희근 옮김 / 궁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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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험 범위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때, 나는 조삼모사 수법을 쓴다. 처음엔 5과까지 시험친다고 뻥을 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너무 많다면서 죽을 상을 쓴다. 그럴 때 조금 인심을 쓰는 체 하면서 그럼 좀 줄여줄까? 그러면 좋다고 네! 한다. 그럼 3과까지만 할까? 하면 좋아라고 한다. 아이들은 곧 안다. 자기들이 속은 것을...

백화점에서 양복 한 벌에 20만원에 판다는 전단지가 날아왔다. 어차피 카드로 결제할 것이지만 머릿속엔 20만원이란 한도를 두고 백화점엘 갔다. 그런데 20만원짜리 양복은 남성복 매장에 있지 않고 8층쯤의 할인 행사 매장에나 가야 걸렸는데 그 숫자도 충분하지 않고 판매원도 부족한 곳이다. 어찌어찌 하여 양복을 찾아 보아도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건 포기하고, 이왕 백화점에 온 거, 남성복 매장에나 가보자고 가보면... 50만원짜리 양복 이상이라야 입을 만 하다. 그것도 30%쯤 할인한 가격이 그렇다. 계산이라도 할라치면... 종업원이 와서 그 가격에는 조끼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고 한다. 조끼를 포함하고, 이왕이면 바지를 하나 더 넣어서 69만원에 판다고 한다. ㅠㅜ

자. 이런 일은 참으로 많이 당하는 일들이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조종법>이라고 하여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다.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에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도 인간 관계의 기법들을 제법 엿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도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관철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려면 이런 책도 읽어야 할 만 하다. 특히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과제를 부과하는 방법도 연구함직한데... 마지막 부분에서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나왔으면 할때쯤 하여 몇 페이지가 적혀 있어서 반갑게 읽었다.

미끼로 유인해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낚시 기법' - 내가 백화점에 양복을 사러 간 것이 낚인 것이지.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요구를 하고 다음에 진짜 요구를 한다는 것. 또 일단 문간에 발 들여놓은 상대는 조건이 조금 바뀐다고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면접볼 때는 조건이 좋은 듯 하다가도 막상 근무해 보면 이런 저런 조건들이 어긋나는 경우,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때려치우지 못한다. 일단 발을 들여 놓았기 때문이다.

문전박대 자초하기 기법... 위에서 말한 조삼모사처럼 처음에 부담되는 부탁을 한 후, 비교적 가벼운 부탁을 하는 방법.

입 속에 발 들여놓기 기법... 친근한 인사를 통해 대화하면 이후의 요청이 수월해진다. 특히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훨씬 친근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실험 이야기는 신선하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기법... 사소하지만 사은품을 통하여 고객 관리를 하는 기법

딱지 붙이기 기법... 상대의 성격이나 능력을 결정하는 태그를 붙여 주면 그대로 변해가는 것. 아이들에게 잘 쓰는 법이다. 희망 사항을 자꾸 말해주고, 칭찬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기법... 이렇게 했으면 좋겠지만, 뭐 하기 싫으면 안해도 좋습니다... 하면 부담을 가지고 대부분 한다는 것.

조금만 하셔도 안 한 것보다는 훨씬 고맙죠... 마찬가지...

두려움에 이은 안심 기법... 교통위반 스티커처럼 생긴 문구를 창문에 끼워 놀라게 한 후 안심하고 있을 때 무슨 제안을 하면 쉽게 응한다는 것.

내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참 무서울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바뀐 태도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결과가 따라온다면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칠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기도 하는데, 이런 조종술들이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과 스킨십을 충분히 자주 하는 것도 좋고... 사고뭉치를 쓰다듬어 주는 일도 좋은 일이다.
아이들은 강한 제재를 받은 뒤보다는 약한 제재를 받은 뒤에 훨씬 더 교육의 지속 효과가 높다는 실험에서 강한 제재 일변도의 교육 방법은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그리고 교육의 효과도 적음을 배울 수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일반화시키려는 노력을 많이한 결과물들이 이런 것들이다. 최근의 인지 또는 메타 인지 이론에서도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
결국 가르친다는 일은 '변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분야도 활용 가치가 높을 듯 싶다.
물론... 심리학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므로 확률적으로 조금 높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전혀 토대도 없이 부딫치는 것 보다는 확률적으로 높은 시도를 하는 것이 효과를 노릴 수도 있을 법하니...

문제는... 이런 심리학에 정통한 넘들은 대부분 사기꾼이라는 거다. ㅠㅜ
그래서 책의 제목을, 사기꾼 보지 말라고... 조그만 글씨로 '정직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조종법'이라고 붙여 두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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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흙 2008-11-24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직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조종법'이라는 작은 글씨라...ㅎㅎ 그건 혹 선의의 조종일까요? 그런 게 있을지도 또 의문. 재미있는 책이네요. 얼마전 <거짓말의 딜레마>란 책을 읽었는데, 조금은 비슷한 느낌입니다.

글샘 2008-11-26 02:10   좋아요 1 | URL
그래요. 작가가 안정직한 사람은 읽지 마셈~ 이런 의도를 붙인 것 같았어요. ㅎㅎㅎ 조종이란 선의일 때 좋지, 그렇지 않으면 여럿을 피곤하게 하잖아요. ㅎㅎㅎ 인생은... 어차피 딜레마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