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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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회랑정에 의문의 방화와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유산을 둘러싼 회합과 모종의 암투가 벌어지고...

좀 스릴 넘치는 맛도 없지 않았지만,
김전일을 몇 번 본 사람이라면... 지로가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올 것이란 것 정도는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랑에 올인하는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재산이 죽음을 부르고, 서로 다툼을 일으키는 것은 어느 세상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재미는 있고, 술술 읽히긴 하는데... 아무래도 뒷맛이 찝찝하다.

비극적인 결말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뻔한 결말이면서도 마음아픈 감정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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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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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나를 잠들게...... 하,라...

삶은 아름다운 것일까?
이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소설로 진행된다.
아니, 관찰자 소설의 입장으로 시작했지만, 
사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로 전개된다.
푸구이의 인생. 파란만장하다는 한 마디로 적기에는 구구절절이 사연도 많고 구비도 많았지만,
이렇게 푸념 소리로 듣고 보니, 삶에서 만났던 인연들과 맺은 사랑도 이별도 모두 인생의 하위 항목들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간 극장! 
이런 삶들을 보면, 푸구이처럼 삶과 죽음과 사랑과 이별의 교차점들을 지나온 인생이 이제 또 어떤 갈림길엔가 서서 앞을 막막하게 바라보는 이야기들로 이끌린다.
절절하게 아,름,다-압-따 했는가~,~,~ 차-아라리, 차-라리...
노래부르던 조용필의 걸걸한 목소리의 카랑카랑함에 묻어나는 애련 가득한 시간처럼,
푸구이의 나날들은 좋은 일이 슬픈 일로 이어지고, 비극 끝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단 결과가 잇따른다.
지주의 집안에서 온 재산을 말아 먹고도, 지주를 탄압하는 시대를 맞아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꼭 어리석다고 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이들이 자신의 사상과 출신 성분을 강변하기 위하여 억지로 만들어낸 이땅의 '이상한 예수교'처럼, 세상엔 논리적으로 따질 수만은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같은 병실에서 아들이 죽고, 딸이 죽고, 아내까지 죽고, 마침내는 사위와 손자까지 잃고 마는 그의 인생 행로를 바라보면, 질긴 인연과도 질기게 질기게 이별하는 처절함이 책장을 넘기기 두렵게도 하지만, 또한 어느 인생인들 이별의 연속 아님이 있으랴 생각해 보면, 
산다는 일은, 
원 제목이라는 活着...에 얼마나 어울리는 말인지... 하는 생각을 했다.
목숨이 붙어있다는 말일까?
살아있는 생명이 아직 붙어있다는 건지...
산다는 것은, 인생이라고 하면 그럴 듯 하지만.
사실은 목숨이 붙어 있느냐, 식어버렸느냐... 하는 이분법의 택일 사항이 아니던가.
구차하게 보여도, 화려하게 보여도...
목숨이 붙어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 '관'하면, 
세상 모든 것을 목숨 붙어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 '비추어볼 조照'하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있으랴.
어느 한 순간 숨쉬는 순간치고 아름답지 않을 때가 있으랴...
이런 막연한 생각과 함께, 또 날마다 구차하게 살아가는 내 일상도 돌아보면서,
그래, 목숨이 붙어있다는 것은,
인생이란,
산다는 것은,
죽지 못해 사는 것이나,
목표를 향해 전력 투구하는 것이나,
윷판에서 도길개길 그 한 칸 차이밖에 없지 않는가... 하고 조금 너그러워도 진다.
위화의 글은, 읽는 나를 조금씩 너그럽게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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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1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책은 '허삼관매혈기'밖에 본 게 없어서~~ 이 책 보고 싶네요.

글샘 2008-12-27 21:12   좋아요 0 | URL
꼭 한 번 읽어 보셈
 
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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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한 물건' '똥 막대기', 그것이 사실은 가장 큰 비밀이다.

이 책은 동어 반복으로 이루어진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
그 비밀은 바로... 이끌림의 법칙이란 것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끌린다.
일체유심조라...

비밀치고는 말로 해 놓고 보면, 참 시시하다.
그렇지만... 사실 마음먹기 따라서 세상은 참 슬프게도 보이고 우울하게도 보이고, 즐거워도 보인다.
사랑에 빠진 이에게 하늘의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하는 노래가 실감나듯,
작은 병으로라도 병원엘 방문해 보면... 세상은 온통 환자 투성이다.

아름다운 면을 듣고 보면, 아름답지만,
추악한 면을 듣고 보면, 추악하다.

진정한 비밀은, 인간이고,
바로 '나'다.

지금도 숨쉬고 있는 존재. 심장이 팔뜨닥 거리고 있는 존재.
나는 정말 숙제고, 알 수 없는 존재고, 영원한 비밀이다.

당신, 어떤 마음 먹고 있는가.

부제에...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고 적어 두었는데, 정말 맘에 안 든다.
기껏 부와 성공을 위한 것이 이 책이란 말이냐.
물론 부도 좋고, 성공했다는 것도 좋지만...
하긴, 그 두 낱말 덕분에 이 책이 판매량에서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세상은 모두 똥막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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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
하워드 진.도날도 마세도 지음, 김종승 옮김 / 궁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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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하워드 진이 제시한 가장 역설적인 이 말이 교육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85)
한국의 교육도 미국의 교육 못지않게 계속 실패하고 있다.
교육의 구조는 점점 기형화되어가고, 아이비리그와 빈민의 교육은 한국의 대학 입시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의 실패.
곧 공교육은 점차 황폐화되어가고 있으며 아이들은 무식해져 가고 있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을 위한 시스템'으로서 제공하는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라는 놀라운 사실은 국가와 국민을 곰곰 생각한다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미국과 한국이란 나라에는, 즉 그 두 나라의 역사에는 끔찍한 비극스런 공통점이 있다.
이 두 나라가 역사상 아주 최근까지 <노예제>에 기반한 국가였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란 나라가 민주제를, 조선은 왕정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그 국가의 존립 기반은 노예였다.
미국에서 니그로나 블랙이 혐오스런 말이듯, 한국에서도 쌍놈의 새끼나 쌍년은 가장 혐오스런 욕설의 하나다. 그 노예제와 함께 두 나라에 만연했던 <가부장제의 망령>도 무시할 수 없다.

1960년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열중하며 강의실 밖의 투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극단적 보수주의자(130)들은 결코 <정치적이지 않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워드 진처럼 사회주의, 인종주의를 이야기하는 자는 언제나 <너무 정치적이야>라며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땅의 실패한 교육, 그리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는 교육의 이면에는 이와 꼭같은 논리 - 아니 반논리의 <힘의 논리>만이 판치고 있다.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들은 늘 있어왔지만, 국사 교육 안에서 조선 왕조의 본질을 밝히거나 근현대사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시도는 늘 <너무 정치적>이라고 타개의 대상으로 규정되었다.

교육의 불평등이 가져오는 문제점 중 하나는,
저항과 항의에 필요한 자원을 가진 사람들은 체제 내에서 성공한 자녀를 둔 사람들(88)인데, 체제는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둠으로써, 저항하려는 자원들에게 관심을 표하지 못하게 한다. 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가장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인 사람들이 교육 관료가 되고, 대학을 점거하고 있으며 교수를 재임용하는 장본인 역할을 맡고 있다.
초중등 학교에서도 가장 비교육적인 행태를 일삼던 인사들이 관료가 되어 교사와 교육활동을 감시한다. 이런 제도적 장치는 교육의 실패를 통한 국가의 유지와 지배 이데올로기의 승리를 가져오는 공고한 시스템으로 훌륭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통찰력은 꿰뚫고 있다. 무서운 혜안이다.

미국의 역사 선생이 눈감은 '인디언 학살의 역사, 멕시코 전쟁, 베트남의 미라이 학살, 현대의 이라크 전쟁과 대테러 전쟁(여기에도 한국 전쟁은 없다. ㅠㅜ)'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 속에는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을 앓고 있는 한국의 현대와도 더럽게 연관되어 있다.

역사 교사, 역사 교과서는 어떤 것을 가르칠지 <선별>하는 순간, 이미 정치적이란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적지 역사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왕조, 업적 중심의 역사만을, 그리고 한국 문화의 우수성만을 날조해온 교과서를 가진 한국이란 나라에서 어떤 <정치적인 입장>이 계속 승리해 왔던지를 말이다.

역사 연구는 곧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 무서운 말이다.(112)

미국에서 <번영, 기적, 발전>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번영인가?>(120)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말도 무지한 나를 깨우친다. 쇼비니즘 국가가 내세우는 <번영, 기적, 발전>은 박정희가 그토록 좋아하던 말이었다. 세계 몇 위, 올림픽 몇 위... 운운하면서 조국을 위하여 <희생>하라는 말은 <번영>의 대상과 <희생>의 대상이 분명히 확연히 다른데도불구하고, <당신들의 번영>을 위하여 <우리들의 희생>을 요구해온 것이 역사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천국을 위한 번영과 희생>이라고 얼버무리는 것이 역사였다는 것이다.

역사 공부란 것은 이러한 <관점의 획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조지 오웰의 말,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도 통제한다.
그리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아, 무서운 말이다. 정권을 잡는 넘은 늘 <언론과 교육>을 건드린다.
그 이유는... 과거의 역사도 건드리고, 그래야 미래까지 정권의 지속을 보장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접근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를 건드리고, 노조를 와해시키려 계속 날뛰고, 그 와중에 사소한 일로 교사를 자르는 작태들은 참으로 <정치적>이다.

역사는 늘 평화를 위한 전쟁, 자유를 위한 전쟁을 부르짖으며 상대를 죽인 기록에 불과하다.
사실은 <우리를 위한 너희의 실패>의 반복에 불과한데 말이다.

역사를 보는 이들에게, 교육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하워드 진의 저작이 아니다.
하워드 진의 글들 중 교육과 관련된 것들과 인터뷰들을 모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흔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관점에서 굳센 의지를 보이는 하워드 진의 글을 읽는 일은 서늘한 폭포가 등허리를 가르는 신선한 깨우침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아픔과 즐거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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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서평을 올려주세요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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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의 이름 속에는 등장인물의 성격이 담겨있기 쉽다.
미달이가 미달되는 아이듯이, 구운몽의 양소유는 젊어 노세라는 향락적 이름이고...
큰바위 얼굴의 어니스트는 '좋은일이 일어날 조짐'이란 뜻이 들어있다.

옥타비아누스 황제의 고귀함을 담은 그 이름 뒤에 낫싱이 붙은 것은 이 소설의 성격을 가장 잘 규정하고 있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원 제목은 옥타비안 낫싱의 놀라운 인생 - 국가의 배신자... 뭐, 이런 건데...

미국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시대를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이 주목받는 것도 그런 반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얄팍한 상술을 등에 업은 뭐, 그런 것.

이 소설의 내용은 끔찍하다. 차라리 노예 노동에 내몰린 19세기의 상황이나 이름만 해방된 20세기의 노동자들의 비참함은 익히 들어보던 일이지만, 박물학적 관심의 대상에 불과하여 배변의 무게까지 측정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겪는 옥타비안 낫싱의 삶은 이름 그대로 '대접받지만, 인간으로서는 아무 것도 아닌...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옥타비안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가 공주 대접을 받다가 사랑을 쟁취하려는 첫발을 내디딘 후, 좌절의 과정에서 "내 연약한 신체의 마지막 속껍질 너머로는, 그 누구도 내게 권능을 행하지 못하리라. 내 이 가련한 피부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면 나 스스로를 노예로 팔아버리는 일일지니, 고통을 통해 무엇이 나를 지배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셈(127)"이라는 자의식까지 가지고 있던 주인공은,

다시 잡혀온 뒤 사흘을 굶고 철가면의 고통을 받은 뒤 이렇게 말한다. "쇠사슬의 형질에 대해 관찰했어요. 그것이 제 몸의 형질을 확장해 주더군요. 자유롭게 다닐 때는 제 몸의 형질을 의식하지 못하지요." 그것이 노예의 본질이었다. (356)

프로 보노, 곧 '거저'라는 뜻의 노예는 어미가 임신한 상태에서 매매되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들이 우리한테 원하는 건 이런 거예요. 우리가 어디 소속인지를 말해주는 매매증서... 지시서 이상이 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우리가 텅 빈 상태이기를, 종이처럼 납작하기를 바라지요. 그들은 우리 영혼을 수중에 가지고 다니다가 법정에 가서 큰 소리로 읽을 수 있기를 바라지요. 자기들은 언제나 자기 마음속에서 자기를 찾는 내면의 여행을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 마음속은 텅 비어 있기를 바라지요. 그들은 우리한테 뭔가를 쓰고 싶어하고, 우리가 백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를 보세요. 저는 적갈색이지요."(155) 이런 말을 뇌까리는 보노가 뒤에 패션 카달로그를 만드는 등, 인권에 눈뜨는 대목은 당연하다고 느껴지면서도 상당한 선구적 발상으로 보인다.

하프시 코드를 연주하는 공주 어머니와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왕자 아들...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는 인류의 근원을 더듬는, 그리고 그 수원지를 헤쳐버린 문명이란 이름을 저주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우리의 언어는 말하는 게 아니라 노래하는 것이란다. 그냥 말이 아니라... 문법이 아니라... 멜로디지. 그래서... 영어를... 이 딱딱한 언어를 배우기가 어려웠단다... 옥타비안, 네 나라에서는 말을 전부 노래로 한단다." (247) 아, 우리가 알아먹지 못하는 영어... 그 언어를 배우기 어려워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것들이 도사리고 있었구나...

옥타비안의 기록물을 실은 것처럼 플롯을 짜고 있는데...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옥타비안의 흔들리는 심정을 표현하려 검은 펜으로 마구 지운 부분, 그리고 잉크가 뚝뚝 떨어진 것을 표현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그러나, 궁금증 많은 희한한 독자인 나는 그 검은 부분을 <오려 붙인>, 즉 황우석이 장난친 사진 같은 그런 부분이 없지나 않나... 하고 검은 부분을 비교해 보았는데...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250쪽의 윗부분 넉 줄은, 262쪽의 8-11행과 일치했고,
252쪽의 5-8행은 261쪽의 5-8행과 많이 일치한다는 걸 찾았다. 더 찾으신 분은 댓글 달아 보시길... ㅎㅎㅎ 숨은 그림 찾기도 재미있다.

탈출에 성공한 옥타비안은 민병대 안으로 가서 프린스란 이름으로 행세하는데... 그는 육식에 대하여 "우리는 다른 동물들의 살을 먹고 있어요. 우린 그들의 살로 우리를 채우고 있어요. 우린 그들의 묘지예요."(288)라는 말을 한다. 관찰자인 에브는 그를 가엾고 말없고 고통받는 친구...라고 평한다. 정말 고통받는 친구가 누구인지... 200년도 더 지난 이제 다시 고민해볼 때다.

닭의 질료를 가지고 있지만 그 형체를 갖고 있지 않은 "달걀"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옥타비안의 낯짝에 달걀을 던지는 스승 03-01(350). 인간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질료로 이루어진 옥타비안은 인간이란 존재, 곧 형체를 갖지 못한 반면, 숫자로 불리우는 그들은 인간답지 못한 마귀의 짓거리를 행하면서도 마치 자기들만 인간인 양 행세한다. 가증스러운 나라, 미국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적과 기회주의자가 우글우글한 이 살벌한 세상에서 자유의 비싼 대가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자.(368) - 이런 부분을 읽노라면 이 소설은 마치 철학 소설같다. ^^;; 모든 인과관계, 모든 선택, 모든 의지, 모든 정체성을 벗어 던지지 않고서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없다.
비존재의 비 실재의 텅비고 무한하고 적막한 공간이 아니고서는 해방을 맞이할 수 없다.
- 이 이야기가 그저 공허한 철학의 이야기였다면 좋았을 터인데... 하필이면 흑인 병사 호사이아 리스터의 비문을 읽으면서 흑인 병사가 죽어서 찾게 된 '자유 아닌 자유'의 역설로 들려 쓰디 쓰다.

"이 지구상에서 어떤 창조물들은 더 강하고 어떤 창조물들은 약하도록 다 정해 놓으셨고, 우리에게는 거대한 존재의 사슬에서 각자 위치에 따라 만물을 관리할 책무를 주셨지."(373) - 사슬에 대해서는 들을 필요 없어요.
"이건 상식인데" - 저한테 하신 일들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데요.
"우린 필요한 일만 한 거다." - 무엇에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란다. 넌 사업의 미묘한 측면들을 이해하지 못해." - 이건 사업이 아닙니다.
"나라의 이익이 줄어든다면, 그건 모든 사람들에게 문제가 된다." - 제 이익은 어디있지요?
"공익에 있지. 그건 상식이야." - 호의가 상식입니다.
"호의는 그런 게 아니다. 이익을 약속하지 않는 호의란 없다."... 여기서 대화는 끊어진다.
이 말을 하는 샤프씨는 잠시 후 더럽게 쓰러지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
우, 씨... 책무, 상식, 필요, 안정, 이익, 공익... 국익... 결국 국가란 이런 것들로 점철되는 속박의 굴레 아닌가. 정말 남쪽으로 튀!!!고 싶다. 국가 같은 거 필요 없어. 국가가 뭔데??? 하고 말이다.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는 정치가들의 궤변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거기서 확장되면서 미국이란 나라가 내포하고 있는 모순이 바로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데까지 옮아가게 되었다.

미국이란 나라가 바로 옥타비안 낫싱이 아닐까?
옥타비아누스 - 그가 누구였던가. 세계 제국 로마의 초대 황제가 아닌가.
그 뒤에 붙은 Nothing! 아무 것도 아닌 존재. 그것이 무너지는 월가로 상징되는 거대 제국의 몰락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것은...
그리고, 이 책의 원 제목에 붙여져있는... Traitor to the Nation ... 국가의 배신자, 이 제목이 내포하려던 그 뭔가가 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번진다.

책을 읽도록 보내준 '양철북'에 감사드린다. ^^(아, 참고로 이 책은 양철북에서 서평단 모집을 하여 당첨된 것임을 밝힙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준 것이므로 알라딘 서평단에도 트랙백을 걸어 두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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