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내맘대로 좋은 책 연말 스페셜!

이런 거 참 어렵다. 무슨무슨 책을 세 권, 다섯 권 뽑아라~~ ㅠㅜ 

올해도 이백 권 가까운 책을 읽었는데...
공부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책 한 서른 권 빼고 나면, 좀 초라한 목록이다. 

그것도 서평단에서 보내준 책 겨우 읽고 쓰는 요즘엔,
아이들 대학 입시 상담으로 입도 머리도 말라버린 상태여서 좀체 글이 나오지 않는다. 휴~
역시, 글이란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하다가,
어느 순간,
운전을 할 때거나, 울퉁불퉁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발이 툭, 하고 걸려 넘어질 뻔 한 순간,
다시 균형을 잡을 지점이거나,
바빠 죽겠는데 화장실 갈 틈도 없어서 수업 들어가는 도중에 화장실에 들렀던 어느 순간이거나,
그럴 때, 머릿속을 가득채웠던 글들이 질서를 잡아서 갑자기  '나 좀 적어 줘요~'하고 싶은 때를 기다려야 하거늘...
무슨 보고서와 부록이란 책자를 수백 페이지 제작해야하는 일이란...
머릿속에 화약냄새 가득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게 한 한 해였다. 

그나마, 올해 기억에 남는 글들이라면...
뭐, 여럿 있지만,
그 중에 셋만 뽑으라면,
일등을 김려령의 완득이에게 주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권은 위화의 '인생'에게 주고 싶다.
위화와 푸구이 영감의 나직한 목소리를 다른 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맘이다. 

  

 

 

 

 

 

 

그리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다산 선생의 공부방법을 풀어주는 정민 선생의 지식 경영법을 소개해 주고 싶다. 아, 이런 책이 딱딱해서 싫으신 분을 위해서, 내가 간만에 읽다가 펑펑 운(나는 강풀 만화보고도 잘 운다.) 마지막 강의를 소개한다.

 

 

 

 

 

 

 

원래 3등 안에 못든 책들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권해주고 싶고, 꼭 읽어 보기를 권장하고 싶은 책들을 몇 권 덧붙인다.  

   

 

 

 

 

 

  

 

 

 

 

    

 

 

 

 

 

 

 

오늘 시사 in을 받아 봤는데,
웃기는 기사가 있었다.
올해의 베스트, 워스트 인물 선정 사이트가 있었다는데, ㅋㅋ
김연아가 베스트에 오르더니, 이명박이 워스트에 올랐단다.
그러다가 노무현이 베스트에 오르던 순간, ㅍㅎㅎㅎ
정치가는 쏘~옥 빠지고, 올해의 스타로 바뀌었다나 어쨌다나... 

내맘대로 정한 올해의 워스트... 

 

 

 

 

 

 

 

뭐, 이 두 권보다 별을 더 적게 준 것들도 있겠지만,
소문난 잔치에 너무 먹을 게 없어서 워스트 품목에 넣었다.
독자의 취향이야 다양한 거니깐...
그렇지만, 볼품없는 걸 너무 과장해서 팔지 않았으면 한다.
시사 인에 보니 이런 내용도 있더라.
작가들이 연간 버는 인세가 총 380억쯤 되는데,(내 기억이 정확한지 나도 모름~~)
황 모씨와, 이 모씨, 공 모씨 세 사람이 10%를 먹는단다. 헐~
나머지 골방의 작가들은 그럼 얼마나 가난한 겨~
너무 소문내지 말자~~ 고 하면서도, 난 알라딘에서 부쳐주는 서평단 도서들을 꼬박꼬박 읽고 리뷰를 달아서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아닌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2-24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나는 소문난 잔치에 잘 안가요~~ 검증된 후에 부스러기를 주워 먹지요.ㅋㅋ
이 모씨가 누굴까? 내가 생각한 그 양반이 맞다면 정말 실망이고~~~
여기 책사진을 작은 것으로 해야 다 들어올 것 같아요~ 끝부분은 안 보이잖아요.ㅜㅜ
개인적으로 최고의 책을 '엄마를 부탁해'로 꼽아요~ 독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줄 거 같아요. 엄마에게 전화라도 한 번 더하게 만드는...한번 더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도 갖게 하기에.^^

시비돌이 2008-12-24 07:41   좋아요 0 | URL
그 분 아닐걸요. 생각하신 그 양반이 이외수씨가 아니라면. ^^

순오기 2008-12-24 08:25   좋아요 0 | URL
헉~ 이외수씨가 있었네요. 전 이양반 책 한권도 안 읽었거든요.
내가 생각한 이모씨는 그분이 아닌데요~ㅎㅎㅎ
글샘님, 서재달인 일만냥 상품권 받은거로 '마지막 강의'지르고 출근합니다.^^

글샘 2008-12-2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눈이 뻘개지도록 울어도 전 모릅니다. ^^
저도 일만냥으로 뭐 하나 사려구요. ㅎㅎ
오늘로 대입 지원 끝나는 날입니다.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오늘은 즐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겠군염~

무해한모리군 2008-12-2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1권을 같이 읽으셨네요. 만남은 참좋았고, 저의 올해 베스트 후보입니다. 위화는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 인생은 읽지를 못했네요.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즐거운 성탄되세요.

글샘 2008-12-28 16:44   좋아요 0 | URL
만남... 참 멋진 만남이었지요. ^^
 
[치유하는 글쓰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단숨에 101가지를 넘어서 1,001가지도 더 적을 수 있다.
나의 장점을 적으라는 대목에서도 나는 5분만에 100개를 넘게 적은 적이 있는 사람이다.

상담을 위한 교육 과정도 많이 들었고, 연수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내 속내를 털어 놓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는 나 혼자서 갖고있는 '서러운 인생'에 대한 과장이 은폐를 부추기기 때문이란 원인도 있을 거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만만하지 않다.
많아서든 적어서든 인생은 결핍투성이인 것이다.
그 결핍은 고통을 낳고, 고통이 상채기를 주고, 상처는 오래오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아리다는 것. 아픈 것보다는 약해서 그냥 넘기기 쉽지만, 두고두고 아릿한 마음이 계속되면,
그 아린 상처, 그 우리한 통각은 사람을 지치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하고, 오버하게도 한다.

나를 '크레믈린'이라고 부른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나는 나도 모르는 '에고'를 끌어안고 늘 끙끙댔는데, 그 선배는 어땠는지 모르지.

그렇다고 내 인생이 뭐, 이것이 인생이다에 나가서 눈물 철철 흘릴만큼 처절했던 것도 아니다.
말로 적자니 그렇고 그렇다는 것이지...

치유하는 글쓰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에게 선물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이는 해바뀌면 마흔이 되는 아가씨인데,
겉보기에는 씩씩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이고 화통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기 안에 갇혀 사는 그가 안타깝다.
그의 손을 잡고 '치유하는 글쓰기 마당'에 데려다 주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을 슬며시 권해주고 싶다.
아버지도 돈을 벌고, 오빠도 동생도 돈을 버는데, 자기가 왠지 가정을 뜨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이를 보면, 살아온 날들의 신산함이 아직도 묻어난다.

치료는 대상을 환자로 취급하는 면이 강하다.
그렇지만, 치유 영어로 healing은 전체성, 완전성과 뜻이 통하는 말이어서 훨씬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묻어갈 수 있다.

독서 치료도 있고, 미술 치료도 있다.
테라피라는 말보다는 힐링이란 말이 좀더 영성 섞인 단어임에 유의한다면, 치료보다는 치유가 좀더 적확한 표현이란 저자의 말에 동감이다.

글의 힘은 크다.
특히 상처가 클수록, 글의 힘은 대단하다.
전에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하는 글을 읽고,
나도 내 이야기를 조용히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삼 년쯤 지나 버렸다.

이제 내 이야기를 조용히 써볼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래. 남 탓하는 버릇 버리고,
스스로 너나 잘 하라고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선물이다.
치유하는 글쓰기.

이 책은 서평단에서 보내준 책인데, 정말 구해보려고 했던 책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마음 속의 헝클어진 실타래같은 상황들을 조금 여유있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통하여 심리적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들을 딱딱하지 않게, 또 많은 사례글들을 함께 실어서 읽기 편하고, 읽으면서도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점이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고 권하고픈 대상은...
가족관계에서, 사회에서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가지고 속으로 달팽이집 안으로 기어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읽어볼 책으로 권해주고 싶다.

이 책과 연관지어 읽었으면... 하는 책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이다.

152쪽의 미친년 글쓰기에서
<너무나 많은 자아>의 희생물...이란 단어를 만나고 심장이 쿵, 멎을 뻔 했다.
그걸 보면... 나는 너무나 많은 자아의 희생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보는, 통찰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 책을 보내주신 하느님, 고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시퍼 이펙트 -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한겨레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밀어내고 있다...
고등학교들이 교칙을 위반하는 녀석들을 학교 평판을 명목으로 내쫓는다는 이야기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썩은 사과들을 내쫓는데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전혀 준비되지 않은 학교에 썩은 사과를 마구 반입시킨 1996년 교육 개혁을 욕하기도 한다. 착실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만도 벅찬 교사들에게 썩은 사과 한 알은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썩은 사과가 학교를 어지럽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썩은 사과의 '본성'보다는 썩은 상자, 또는 썩은 상자 제조 과정의 '시스템'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루시퍼 이펙트...는 심리학 이야기다.
얼마전 읽은 필립 짐바르도의 '타임 패러독스'가 지루한 이야기의 연속이라면, 이 책은 별 다섯이 부족하고 어떤 추리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는 데는 며칠이 필요했지만, 술을 마시고 와서도 보고 싶고, 아이들 입시 상담으로 머리가 띵할 정도로 눈알을 굴리고 와서도 새벽 3시가 넘도록 보고 싶은 책이었다.

아부그라이브라는 이라크의 한 교도소에서 평범한 미국 병사들이 싸이코 짓을 했다.
포로들을 발가벗기고 온갖 추잡한 사진을 남긴 것이다. 시신 옆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난징에서 대학살을 저지른 일본군들이 대가리를 조르르 세워놓고 그 옆에서 웃으며 찍은 사진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미국은 썩은 사과를 문제삼았으나... 필립 짐바르도는 썩은 사과보다는 '썩은 상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평범한 사람도 일정한 조건 하에서는 악한이 될 수 있다.
어떤 교사라도 학생부 교사의 악역을 맡게 되면 입에서 험한 소리가 툭툭 튀어나오게 되어있고,
예비군복 입혀 놓으면 아무데서나 오줌누고, 동작이 굼떠지며, 8자 걸음을 걷게 된다.
사람보다 조건과 상황이 문제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사람들은 결국 그들이 연기하는 역할 그 자체가 된다.(251)

이 책이 재미난 것은,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421)이나, 간호사의 복종 모의 실험(430), 나치만들기 등의 실험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은 이렇게 말하겠죠.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그때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는 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433)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뿐만 아니라, 나치의 살해와 삼청교육대의 살인처럼 상황이 인간을 복종시킨 역사의 사례는 끝도 없이 많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도 정상인 아이히만이 수백만 유대인의 학살을 직접 주도하게 된 사실을 밝힌다.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한 상황에 처하면 극단적인 폭력을 휘두르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서도 확인된다.

  • 제 잘못입니다
  • 각별히 유의하겠습니다
  • 제 책임입니다
  • 나에게는 나만의 정체성이 있다
  • 정당한 권위에는 복종을 부당한 권위에는 반항을
  • 집단에 속하길 원하되 나의 독립성을 소중하게 여긴다
  • 틀에 대해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 균형적인 시간관을 갖는다
  • 안보라는 환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지 않는다
  • 나는 부당한 시스템에 반대할 수 있다

    이런 것들로 루시퍼 이펙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제시하지만, 부당한 시스템은 언제나 개인의 존재를 묵살하고도 남는 힘을 갖고 있기에, 문제의식을 갖게는 하겠지만, 정말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천사 루시퍼가 사탄으로 변하기까지의 '신곡'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무서운 이야기를 졸깃하게 들려준다. 무서우면서도 재미있는 이 책은 너무 무거워서 두 권으로 분책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사진을 곁들여 재미를 더해준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 댓글(2)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루시퍼 이펙트 책을 받고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12-29 10:47 
      * 책을 읽은 후의 감상문을 독후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책을 받은 후, 책을 읽기 전의 감상문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어제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을 받았습니다. 처음 책을 소개 받은 것은 ‘로쟈’님의 서재에서 보았는데, 구입하고 싶은 책이지만 조금 가격이 나가는 지라 할인 폭을 확대되면 구입하려했습니다. 그러던 중 ‘글샘’님의 서평을 읽고 나서 참지 못하고 구입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미디어에서 소개받은 후 오랜 논쟁의 주
     
     
    마립간 2008-12-2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의 서평을 읽고 <루시퍼 이펙트>를 구입했습니다. (원래는 기다렸다가 할인 폭이 조금 커지면 구입하려 했습니다.^^) 혹시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 <진단명 사이코패스>를 읽으셨는지요?

    글샘 2008-12-27 20:07   좋아요 0 | URL
    ^^ 낚시에 걸리셨군요.
    거짓의 사람들은 봤습니다. 사이코패스는 못봤구요.
    악인이란 무엇인지, 스캇 펙이 늘 관심을 갖는군요.
    이 책은 상황에 따라 인간은 악해질 수 있단 얘깁니다. 즐독하셈~
     
    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가볍다.

    일단은, 객관적인 질량이 가볍고,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이야기 치곤, 가벼운 이야기로 일관한다.

    책 읽는 일, 과연 어떨까?

    어려서부터 책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제법 글 꽤나 쓰는 이들 치곤, 책에 대한 추억 한두 토막 없는 이가 있으랴?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이들의 이야기는 가볍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정말 이 책을 편집한 이가 잘못한 것은...
    불쑥 튀어나오는 이미지와 멋진 글들이 독서를 방해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나에게 책이란 것은,
    가난이나 결핍을 조금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초등 2학년때 누나가 학급문고에서 절취했던 안데르센 동화집을 몇 번을 곱씹어가며 읽었는데,
    초등 3학년때 박정희가 강조했던 <고전읽기 사업>에 나도 어떤 이유에선지 선발이 되어 여름방학까지 반납하고 등교해서 놀아먹던 기억도 난다. 그 사업에서 나는 별로 우등생은 아니었던 듯 하다.

    이문재 시인이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하며 쓴 시처럼, 책을 읽노라면 척추를 곧추 세우고 읽어야 할 듯한 차가운 글도 있지만,
    조병준 시인처럼 끝없는 배고픔처럼 책읽기는 저주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한국에서 제일 안 팔리는 역사와 전기가 영국에선 가장 잘 보이는 코너에 전시되어있다는 황대권의 이야기는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시선을 느끼게 해 주고,

    당신은 평생 과거도 보지 않으면서 글은 읽어 무엇합니까?
    라고 물은 허생 아내의 물음을 읽으면서, 수업 시간마다 뜨끔했던 내 마음은
    오늘도 책읽기에 대한 핑계를, 얼버무리고 마는 것으로 변명에 대한다.

    인간은 책을 읽는 동물이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읽기에 탐닉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 작업에 몰두할 줄 안다.

    그러나... 요즘, 과연 읽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인간이 얼마나 될는지...
    정말, 인간의 특성을 호모 부커니쿠스...라고 할 수 있을는지...

    그러나, 나는 읽는 일에 대한 지도 교사로서,
    밝아오는 해는, 고딩들 데리고,
    그야말로 읽기에 대하여,
    그리고 언어 영역의 점수 획득을 위하여
    독서 평설 열 두 권을 끌어 안고, 고군 분투 하려는 마음을 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꾀쟁이 교감이 얄미울 따름이다.

    아이들에게
    정말 책읽기는 즐거운 일임을,
    책에서 인생의 지향점을 떨면서 가리키는 나침반과,
    멀리서 손짓하는 등대처럼 가냘픈 손짓과,
    로드맵으로 작용하면서 남은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나의 갑갑한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주는 선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음을...
    책읽는 바보의 한 사람으로서ㅡ,
    알려주고플 따름이다.

    책만 세상을 탐낸 것이 아니다.
    나도, 아이들을 탐낸다.
    책을 통하여, 세상을 탐낼 그 아이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을 앞둔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던 한 사내가 자기의 모든 것을 비디오 카메라 안에 담을 생각을 한다. 그는 시한부 생명임에도 늘 경쾌하고 즐겁게 살려고 했다. 사람만큼 소중한 건 없음을 잘 아는 까닭에...

    그런 그가 퇴직을 하고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는데...

    그의 담담한 글들을 졸면서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우리가 "죽기까지 얼마나 남았지요?"하고 묻자 의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석 달에서 여섯 달은 좋은 건강을 유지할 것입니다."(93)
    디즈니월드에서 "공원은 언제 닫아요? 그러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놀이 공원은 여덟시까지 열려 있어요."
    아내가 수술대에 오를 때, 의사가 남긴 말도 멋지다.(126)
    "상황이 안 좋은 거 맞죠?"하고 물었더니, "만약 해낼 수 없을 거라면, 그 많은 보험 양식들에 사인하라고 했겠어요? 그런 일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었겠지요."

    그래. 이것이 탑 시크릿이다.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 생각으로 바꾸기.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긍정적인 삶이 이끌린다는 것.

    그의 컨버터블 뒷좌석을 더럽힐까 걱정하는 조카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콜라를 태연스레 붓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103) 자동차를 망가뜨린 아내에게, 자동차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멋지다. 그래. 사람이 가장 아름답지.

    "...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108)이란 말은 그의 낙천성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의지. 그리고 도전 정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인간 계발서로 넣은 이유다.

    교수인 그의 교육론도 재미있다.
    가장 좋은 교육이란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154)
    아, 교사는 얼마나 학생들을 이끌려고 하는지...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의 어려움이란...

    마지막 부분의 그의 헤드 페이크(과정에 푹 빠져들 때까지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진정 배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하는 속임수다. 헤드 페이크 전문가가 되려면 숨겨진 목표가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르쳐야 할 것.)에서 한 수 배운다.

    "자, 오늘 강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는 것에 관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강의는 어떻게 당신의 꿈을 달성하느냐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 강의는 어떻게 당신의 인생을 이끌어 갈것이냐에 관한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인생을 올바른 방식으로 이끌어간다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운명이 해결해 줄 것이고 꿈이 당신을 찾아갈 것입니다."

    멋진 강의를 들려준 랜디 포시의 명복을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