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처럼 글쓰기 - 네 안의 작가를 꺼내라! 1218 보물창고 1
랄프 플레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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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쎄, 얘들아,
요즘에도 혹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니?
그러게...
요즘 아이들이 워낙 인터넷으로 '클릭-보이' '클릭-걸'들이 되어가는 세상이라,
너희가 연필로 또는 키보드로라도 뭔가를 진지하게 써낸다는 것이 잘 상상되지 않는... 나는 역시 낡은 어른이구나. 

그렇지만, 얘들아.
너희 세상은 우리 세상보다 훨씬 <작가 노트> 만들기가 좋은 게 아닌가 해. 

나는 아직도 <절대로 작가가 되지 않을 거야.>하는 생각을 한단다.
그 이유는 내가 쓴 글들이 남들에게 뭐, 별로 큰 감동을 주지도 않는데, 그걸 책으로 만든다면... 열심히 자라준 나무들에게 너무도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아서란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미 <작가>란 걸 스스로 알고 있단다.
종이로 된 책도 아니고, 전문적인 글을 쓰고 있진 않지만,
전자들이 움직이는 세상 속에 이미 내 집을 지어 두고는, 어쩌면 매일, 어쩌면 며칠에 한 번 씩,
책을 읽은 이야기들을 남겨 두곤 하니 작가가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노트>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뭔가 자기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 읽은 것... 이런 것들을 수첩에, 쪽지에, 아니면 너희처럼 휴대폰 사진으로나 메모장에라도 기록해 둔다면, 그런 것들이 미래의 작가 노트로 훌륭한 노릇을 할 거라고 생각해. 

소설은 거미줄과 같다. 아주 가볍게 붙지만 또 모든 귀퉁이에 달라 붙는다... <버지니아 울프, 120> 이런 말들을 읽고 메모해 두고 싶다면, 훌륭한 작가가 아닐까?
나도 책을 읽으면, 그때그때 내 생각을 남겨 두고 싶어서 이미 1700권이 넘는 이야기를 적어 두었으니 훌륭하진 못해도, 작가는 작가지. ㅋㅋ 

첫번째 원고는 내린 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모두 종이에 써내려간 원고.
두번째 원고는 올린 원고, 한번 수정하여 내용이 향상된 원고.
세번째 원고는 치과 원고, 치아를 검사하듯, 모든 치아를 살피듯 구석구석 살펴본 원고...^^ 재미있지?(121) 

인생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주류에 녹아 버리는 것과 눈에 띄는 것.
눈에 띄기 위해선 달라야 하다. 다르기 위해선 누구도 아닌 너만이 되어야 하는 것. 

좋은 말들을 남기고 싶은 것이 사실은 나의 가장 큰 글쓰기 이유란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정말 공감하는 말은...
가끔 자기의 <작가 노트>를 읽어보란 거야.
나도 가끔 내가 쓴 글들을 찾아볼 때가 있단다.
어떤 때는... 난 내가 쓴 글들이 참 근사해 보일 때가 있어. 착각일지 모르지만. ^^
자기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란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어린이들이라면... 꼭, <작가 노트 쓰기>와 가끔 <읽어 보기>를 해보기 바란다. 

------- 

이 책의 실수 : 120쪽.
시(侍)가 남모르게 원하는 것은 바로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찰스 시믹)...
이 멋진 구절에서, 한자가 틀렸어. 시(詩)로 바꿔야 해.
저 한자를 쓰면... 사무라이가 되어 버리니깐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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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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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지난 책에서 실망을 금치 못한 일이 있지만, 이 책은... 내 돈을 주고 사서 보려 했다가, 잠시 참고 있던 사이에 알라딘에서 서평단 도서로 보내주어 읽게 되었는데... 역시, 실망이 크다. 

리버럴리스트, 인간 유시민에 대한 애정은 컸다.
돌대가리들로 가득찬, 위선의 전당 국회의사당에 라운드티를 입고 들어갔을 때, 그는 법복의 사형 언도를 비웃던 젊음을 보여준 신선한 정치인이었다. 정치란 그렇게 즐겁고 경쾌한 것이어야 했다. 

이 책은 제목과 부제와 내용이 완전히 따로 노는, 말하자면 삼박자가 완전 헛도는 엇박자의 트리오다. 제목은 후불제 민주주의인데... 허, 후불제란... 사용하고 나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데, 대한민국은 전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데... 사용하지도 않고 웬 후불제 운운이란 말이냐. 대한민국은 선불제도 넘어선, 부도난 아파트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르듯... 끝모를 독에 물붓는 식으로 비용만 지불하는 국가란 생각을 하는 내게, 이런 제목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부제는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라고 적었는데... 물론 이 얘기 속에는 '헌법'의 '명사'들이 간혹 등장하기도 하지만, 얘야, 헌법이 아름답다고 그 나라가 아름다운 건 아니란 걸 너희들도 알겠지? 유신 헌법이라고 헌법이 아름답지 않았던 건 아니란다. 그 당시에도 악법 조항 몇 개 외에는 아름다운 말 투성이였단다. 유시민이 얘기하는 자유, 행복, 주권 등은 별로 지금 세상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내가 말하자는 건... 이 책의 내용인데... 이건 민주주의도, 헌법 이야기도 아닌, 완전히 유시민의 <자서전>에 다름 아니란 것이다.
물론 에세이란 것은 자기의 삶에서 우러난 생각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리버럴리스트라고 말하는 자가, 자기 울타리에 갇혀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렇게 <에세이>란 무책임한 글로 내뱉는 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결코 평온하지 않다. 
자칭 리버럴리스트의 글에... "마땅히 가서 애도와 축하를 드렸어야 할 수많은 장례식과 결혼식을 그냥 흘려 보냈다..." 이게 웬 리버럴리스트?
흠, 뭐, 박정희식으로 말하면... 한국적 리버럴리스트의 토착화?

난 김대중 정권 때, 전두환을 사형시키지 못한 것을 통탄해 마지 않는다. 사면은 웬 쥐뿔?
난 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을 해체하지 못한 것을 정말 한스러이 생각한다.
결국, 민주주의란 허울 좋은 <남의 이름표>일 따름이다.
이 땅에선 이 땅에 뿌리내린 <한국적 민주주의>를 일단 거둬내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인데,
이승만이 뿌리박은 친일파도, 박정희가 추구하던 힘센자의 논리도,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는 전혀 국민이 참여하지 않은 정부가 되어, 그들만의 논리에 갇혀 표류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경제적 태클에 운때가 걸려 당선이 되었던 국민, 참여 정부는 개혁을 이루지 못한 채로,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는 얼빠진 시민들에게 '재개발, 뉴타운'의 환상을 심어 주고 정권을 거머쥔 채로 촛불 국민을 무시하고, 용산의 재개발을 피범벅으로 짓뭉개는 <강부자 고소영 주의> 전제 국가로 흘러가고 있다. 

유시민은 아직도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선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참여정부에 자신이 참여했던 경험에서 우러나는 '우물 안 이야기'를 되뇌는 것 뿐인데... 그건, 이미 지난 번의 잡설에서도 충분히 헛소리를 했던 것 아닌가 한다. 

'헌법'이란 것은 소매상이 팔아선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헌법의 이념을 소매상에 맞게 재구성하여 판매하는 것은 무지렁이들을 위하여 좋은 일을 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의 이 책에선 헌법에는 별로 비중이 없고, 딱, 소매상다운 잡설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은 무척이나 실감나게 들었다. 소매상 물건들의 특징은... 고가의 물건들은 별로 없고, 영양가 없지만 유통기한은 긴 제품들이 잡다구레하게 들어있는데...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이 좀 어울리는 말이다.  

유시민씨, 당신은 적어도 <도매상>쯤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열렬한 바람이오. ㅠㅜ

노무현 정권때, 우리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었는데, 지금 그 비용을 지불한다고 착각한다면, 유시민도 나중에 다시 정치할 생각하면 안 되겠다.
자기 아이는 특목고를 다녀서 잘 모를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한 국가의 정책을 입안해 보았다는 인간이 <교원평가제>와 <교사의 무능>에 대해서, 또는 <체벌>에 대해서 그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20년 이상 교직에 근무한 나의 생각이다. 유시민과 나 중에 누가 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지... 나는 그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주 특수한 환경에 처한 국가이며,
한국은 아주 특수한 정치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며,
그래서 한국인의 의식 세계는 서양의 한두 마디 개념어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결정적인 미스는... 서구 개념어 투성이인 헌법과, 한국의 아주 특수한 정치적 세계 속의 '유시민 개인의 경험'을 마치 <정치학 원론>이나 <헌법학 개론>의 일반론을 펼치듯 뒤섞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책은 알라딘 서평 도서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읽기를 권하는 대상 :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유시민을 좋아하는 사람들(글쎄, 나는 전엔 여기 들었는데, 이 책은 실망을 더한다. ㅠㅜ) 

이 책과 함께 읽기를 바라는 책 : 아니, 유시민의 예전 책들은 대체로 좋다. why not? 같은... 그런데... 바로 직전의 ...대한민국 개조론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경제학 카페> 같은 책은 좋다.  헌법에 대한 이야기로는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이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말... 학문하는 사람은(여기서 '은'이란 보조사는 '한정'을 나타낸다. 학문하는 사람에 한해서는... 이런 말.) 영어에 특별히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288)
지금 정권의 영어 몰입교육이 뻘짓임을 한방에 보여주는 탁월한 견해다. 그런데 왜 이런 쉬운 말 하는 인종은 보기가 힘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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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9-03-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고수님들의 평이 아주 안좋네요. 별 두개를 주신 분만 두 분을 봤습니다. 유시민 참 아까운 사람인 것 같아요.

글샘 2009-03-18 15:56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 고수님이라뇨... 시비거시는 거유?
저도 유시민 좋아했던 사람이라서 시비돌이님 인터뷰도 열심히 읽곤 했는데, 영 매너리즘에 빠진 거 같애서... 하긴, 저라고 뭘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죠.

시비돌이 2009-03-18 18:49   좋아요 0 | URL
아니, 제가 어찌 감히 시비를 ㅋㅋ. 앗, 저는 요즘 인터뷰 폭을 좀 넓히고 있는 중입니다만,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 매너리즘에 빠졌나? 내 얘기가 아닌건가? 어째 횡설수설하고 있네요. ^^

파란여우 2009-03-18 20:15   좋아요 0 | URL
헉, --;; 저도 별 두개 중 한명인데요, 고수 아님!!! 고수싫음!!!
글샘님의 저 대목
"소매상 물건들의 특징은... 고가의 물건들은 별로 없고, 영양가 없지만 유통기한은 긴 제품들이 잡다구레하게 들어있는데...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이 좀 어울리는 말이다."
왜 이 대목을 읽고 구멍가게가 떠올랐는지 몰라요.ㅋㅋ

글샘 2009-03-18 22:56   좋아요 0 | URL
시비돌이님... 매너리즘은... 님 말고 유시민 얘깁니다. ^^

파란여우님... 앙탈이 귀엽사옵니다. ^^
왜 별 두 개를 주셨어요? 저는 하나 주려고 하다가... 서평단 도서이므로... ㅋㅋ 그리고 유시민에게 남은 애증의 그림자가 어려서 하나 더 준 겁니다. 유시민이 쓴 '지식의 소매상'이란 말은, 뭐 전문적이지 않지만 지식을 유통시키는...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럼 구멍가게나 슈퍼나 별 상관없다 싶네요. 요즘 아울렛이란 해괴한 용어도 사실은 소매상이죠.(그리고 outlet은 아웃렛으로 써야죠. 어디 영어를 자음동화시켜서 아울렛이라고... 무식하게) 유시민은 적어도 도매상급에서 놀아줬음... 하는 바람이 아직도... ㅠㅜ

turk182s 2009-03-2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제가아는 알라디너들은 시민오빠를 ,,까는군요,,제주위에도 무현,시민 지지자가있는데 얘기하는거보면 결론을 먼저설정하고 과정을 맞추는식..그러니까 FTA,파병안하면 전쟁나고 경제 위기오고,,등등..지금이 야 반한날당 전선이라 관점이 비슷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들 유시민식개혁론자들의 태클과 반동에 주의해야 할 겁니다.읽어보진않았지만 파란여우님서평에서 농업분야의 문제쓴거만 대충보니까 딱 무현시민지지자인 제친구랑 똑같은 얘기하네요.

글샘 2009-03-21 11:29   좋아요 0 | URL
현실정치의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만, 유시민이 정치판에 뛰어든 이상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물론 노무현의 한계를 알면서도 민노당이나 진보신당보다는 한펴 던지고 싶은 현실정치를 싫어하지만... 좀더 바람직한 모습은 변명보다는 새로운 정치판을 만드는 노력에 유시민이 나서줬으면... 하는 거죠. 국민이 정권을 주었을 때... 줘팰 놈은 줘팼어야 되는데... ㅠ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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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작년 7월 시국미사에서 사제들이 성경 속의 이 말을 들려줄 때 얼마나 눈물을 줄줄 흘렸던지... 고3 담임이라 아이들 자습시켜놓고 내려와서 교무실에서 아프리카를 틀어놓고 시국미사를 보면서 가슴 속이 시원하게 씻기는, 말 그대로 '배설'로서의 카타르시스가 '영혼의 정화'를 이루는 순간을 맛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2008, 서울 촛불의 기억>이다. 물론 촛불집회가 가장 상징적으로 이루어졌던 광화문 일대와 kbs 방송국 앞을 다룬 책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전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사람들과 서울 나들이를 두 번이나 했던 나로서는, 촛불집회를 넘어선 촛불시위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로서 온 국가를 들썩였던 것임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다. 

표지의 사진에 은하수 속을 여행하는 작은 별들처럼 아른거리는 점들을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사람들이 보인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말한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 시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982) 

김종삼 시인의 '시인'은 곧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중의 한 사람일 수도 있고, 물대포 아래서 방패에 찍힐까 두려움에 가득찬 눈을 한 한 사람일 수도 있다.
마치 4.19 아침에 엄마 몰래 쪽지를 남기고 나온 여학생처럼, 책상 위에 마지막 편지를 엄숙하게 남기고 왔다던 어느 여대생의 비장함을 들으며, 나는 몹시 안쓰러웠다.
그렇게 비장할 것도 없는 촛불시위를 하러 가면서, 엄청 대단한 마음을 갖고 가는 여린 마음들 속에서 나도 시인을 만났고 하느님들을 만났다. 

하늘은 저 멀리 있지 않았다.
촛불집회장에서 만났던 그 아이는 올해 바라던 영산대에 들어가서 김용석 선생을 만나고 있는지, 전대협 깃발들던 그이는 이제 살도 좀 붙고 했는지, 그 이쁜 아내랑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지,
빵모자 눌러썼던 그이는 여전히 긴머리로 폼도 좀 잡는지.
또 촛불 커플이었던 둘이는 아직도 잘 사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마음을 터놓은 듯이 길거리를 걸으며 하드 하나씩 빨던 순수함을 만났던 그 거리가 바로 하늘이었다. 

다시 봄.
저들은 올봄을 두려워하고 있다.
쌩쑈를 다 저지르며, 청와대에서 '저질 살인자' 뉴스를 '선정적으로 활용'하라는 80년대 썬데이 서울 식의 방식으로 용산의 살인 진압을 무마하려는 저들의 대갈통에서는 올 봄이라고 뜨거운 촛불이 타오를 때, 다시 80년 광주의 모습을 반추하며 진압에 혈안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을 것이 뻔한 노릇이다. 

이제 북측과 미국마저 정권의 앞길을 재촉한다면, 저들이 내세울 무기란 것은 무대뽀로 일관하는 것 외엔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들에게 '방송의 장악'은 그만큼 절실할 것이다.
아직도 국민들의 대부분은 인터넷 매체보다는 지상파 방송의 무지몽매한 뉴스짓거리에 속아넘어가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다수는 박그네의 거취에 눈길을 두며, 쥐박이보다는 박그네가 훨 낫다는 착각을 하고 있음을 저들이라고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 장악 시나리오대로 올봄은 다시 뜨거워질 것이고, 용산 참사의 비극은 전두환 모가지에 걸린 80년 광주의 가시와도 같이 이명박의 목구멍에서 뜨거운 통증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올 것이다.
"용산은 없다 용산은 없다 용산은 없다... 없음 자체가 없다. 애초에 용산이란 건 없었다."고 스스로 세뇌시키고 싶겠지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용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시 촛불을 들 것이다. 

황사와 함께 봄이 오고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그 봄이...
아, 이 기록은 아름답고 아름답지만, 기획자들이 일부러 피했을 상처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들이 더욱 애달픈, 아직도 진행중인 언론소비자 주권운동의 재판과 촛불 재판의 불공정성 시비와 더불어, 미친듯이 발호할 조중동의 엉구럭부리기에 저년옥이란 또라이의 헐리우드 액션까지 가지가지 하는 것들과 함께 이 쎄~~~한 봄을 맞으려 하니, 참, 세상 오래 흘렀어도 더럽고 더럽다.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대상 : 정치에 관심이 적은 분들. 특히 한나라당에 호의적인 분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아고라, 대한민국사1~4(한홍구)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선언문 전문... 

이 책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얼굴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부끄럽게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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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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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는 봄의 정규 시즌을 앞두고 몸을 푸는 운동 선수들의 연습 캠프라는데...
우리 인생엔 과연 몸풀이 시즌이란 게 있는 건지...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고, 갑자기 아빠가 되는 정신없는 모험이 우리 삶이 아닐까 하는데... 

제목은 아주 참한데, 이 소설 시작하자마자 좌충우돌 거의 핀볼 게임처럼 정신없이 진행된다.
트럭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기사아저씨가 문제였는데 갑자기 올라타는 뚱돼지 승주와 열라 뛰는 정아, 거기다가 까닭모를 검둥개와 할아버지까지...  

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치고는 좀 정신없긴 하지만, 소설을 진행하는 솜씨는 뛰어나다. 

마무리 부분에서 고래를 만나는 이야기들이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사람이 있으면 사랑이 없고, 사랑이 있으면 사람이 없다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얼기설기 엮어내는 정유정의 솜씨가 뛰어나다. 

내 인생엔 어떤 스프링 캠프가 있었던가... 돌이켜 보면, 대학 시절 낙인처럼 찍힌 최루탄 냄새가 봄날은 간다~는 연분홍 내 마음을 가져가 버린 듯 하다. 

정유정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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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1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청소년 시리즈 거의 읽었는데 이 책은 못 봤어요.ㅜㅜ
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했다니 봐야겠단 의무감(?)이 번쩍 들어요.^^

순오기 2009-03-16 00:48   좋아요 0 | URL
아~ 지난번에 제 서재에 냈던 퀴즈, 65세를 뭐라고 하는지 아직도 답을 몰라요.

글샘 2009-03-16 02:26   좋아요 0 | URL
뭐, 광주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80년 5월을 관통하는 소설은 아니구요. 그림자로 언뜻언뜻 비치곤 하죠.

그리고 65세를 지공 地空 이라 한다더군요. ㅋ
지하철 공짜의 준말이랍니다.
 
책 죽이기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 문이당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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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후기...
성리학이 들어오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패관문학이란 게 발달했다.
그건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이 모두 '글'이 되었다는 점에서 인터넷 시대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때, '가전체 소설'이란 넘들도 있었는데...
술, 돈, 지팡이 등, 우리에게 필요한 사물들을 의인화하여 비꼬고 풍자한 이야기였다. 

이 책의 원 제목은 '더 북'이다. 그냥 책, 또는 책의 일생이라 제목을 붙였으면 좋았겠는데... 

책을 의인화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논한다. 

책을 접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이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느껴진다.
가전체 내지 의인화의 쓸모가 바로 그런 것이다.
거의 일생을 서가에 꽂힌채로 보내게 되는 책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같은 독자도 참 싫어하겠다.
자주 펼쳐보지도 않는 주제에 빡빡한 책꽂이에 가득 꽂아두는 걸 어느 책이 좋아라 하랴. 

난 별로 책을 학대하는 편은 아니다.
책의 입장에서 밑줄을 박박 긋고, 책장을 마구 접으며, 커피도 쏟고 하는 일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리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책의 고통스런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이 책은 재미있게 시작하지만...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적으려는 작가의 편집증적 안목이 후반부로 가면서 가독률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절반의 수준으로 썼다면... 훨씬 유쾌한 작품으로 남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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