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의 경제학,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 1218 보물창고 2
게리 폴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경제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 또는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

이렇게 나와있다.
유시민이 나온 경제학과, 또는 그가 지은 경제학 카페란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과,
요즘 경제가 어렵다. 할 때의 용법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학자들의 '경제'와 일반인의 '경제'가 전혀 다른 말이 되는 것이다. 

유무형의 재산을 만들고 나누고 사용하는 활동. 또 그런 활동을 하는 사회를 모두 경제라고 하는데,
일반인의 경제 관념은 앞부분의 용법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다.
사실상 경제학의 주 관심은 뒷부분에 많을텐데 말이다. 

위인전을 읽고, 문학에 도취되어 인생의 갈림길을 논하던 '문사철'과 '데칸쇼'의 시대는 갔다.
님은 갔습니다. 완전히 가버렸습니다.
간 님은 돌아온다는 거자필반의 원리는 싸그리 태우고 완존히 가버렸습니다.
공상적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오로지 돈의 일방적인 질주는 이전 시대의 <잣대>를 홀라당 태워버린 모양이다. 

자, 어린 아이가 있다. 어느 날, 할머니가 그에게 고물 잔디깎는 기계를 준다.
아이는 어느 집에 가서 돈을 번다. 그리고는 이웃집 아저씨와 동업을 해서 엄청난 부자가 된다.
이웃집 아저씨는 아이의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 우연히 횡재를 한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줄거리다.
아이들이 줄거리를 따라가면 재미있을 법도 한 이야기건만, 난 이런 책을 아이에게 읽히는 일은 오히려 독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왜냐면... 요즘 대학생들도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주식하고 펀드하다가 말아먹은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관념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생각하면, 도저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펀드란 것은, 부유한 할아버지가 수십 년을 묵혀두었다가 손자에게 통장을 던져주는 뭐 이런 거라면 모르되, 개미 투자자의 위태위태한 사태를 아이들에게 선뜻 권해주는 일은 뭔가,
자본주의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는 동화란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아주 가난한데, 아들이 작은 재산으로 시작해서 많은 돈을 모은다.
헐~ 정말 판타지 소설 치곤 너무 잔인하다.
차라리 호그와트의 해리가 마법을 배우는 것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이라도 주지만,
이 소설을 읽고 아이들이 현실과 환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휴~
아이들에까지도 돈돈 해야하는 세태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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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작가 이금이의 첫사랑을 읽다. 

학생회 아이들을 데리고 밀양의 한 펜션으로 간부수련회를 가서 1박2일을 보내고 온 뒤라 몹시 피곤했다. 그렇지만, 이금이 선생님의 첫사랑이란 소설을 시작했으므로 졸다 깨서 또 보곤 했다. 

이금이의 하늘말나리에서는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 동재의 아버지는 재혼을 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예전에는 결손가정이란 말을 썼는데, 요즘엔 그런 말은 없어졌다. 부모 중 한 쪽이 없다고 결손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보편적인 모양이다.
주인공 동재는 새엄마와 새동생과 갈등이 심하다.
친엄마는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상태라 맘붙일 곳이 없었는데... 

같은 반 연아와 인연을 맺게 되고, 동생 은재의 도움으로 상당히 진전이 된다. 

실제 요즘 아이들의 세태가 어떤지는 내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또 일부 아이들의 행태가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선물을 하고, 커플링을 끼고, 노래방에서 소위 '고백'을 하며,
그리고는 정식으로 사귀고, 투투데이니, 백일이니를 헤아리는 놀음을 하는 것은...
맘 붙일 곳 없는 요즘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 

결국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아이들의 첫사랑은 이뤄지지 못하지만,
앞집의 나비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는 또다른 화두를 던져 준다. 

10대부터 70대까지의 공통적인 이성에 대한 관심은 만국 공통이라 하지만,
어린 연인들의 물질적 공세와 지나친 격식에 치우친 만남이 진실한 '사랑'의 형성은 인간간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한 것임을,
그리고 견우와 직녀처럼 사랑에 빠져 게을러 지게 되면, 은하수 건너 마주보며 눈물 흘리게 될 일도 많은 것이 사랑임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한다. 

이혼의 강을 건너, 망각의 강물을 들이켠 듯한 어른들과,
원 나잇 스탠드 식의 '사랑 없는 러브'의 세태를 도외시한 풍토에서,
아이들의 성장 소설도 상당한 굴곡을 보일 수밖에 없음은 참으로 아쉽고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학교를 마치고 와서도,
은재처럼 자기 주도적 공부를 하고 독서를 즐기는 아이는 '스따'가 되기 십상이고,
보통 아이들은 노란 승합차를 부지런히 갈아 타면서 온갖 잡다한 학원의 상품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보면,
아이들이 싸구려 사랑 놀음에 빠질 수도 있음을,
하긴, 온갖 매체에서 오로지 <돈을 쓰는 인간만이 참된 인간임>을 웅변하는 세태에서,
아이들이라고 돈놀음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고민하고 있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남과 사랑과, 이성간의 관계와 돈과 부모들의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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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29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청소년용 연애소설은 왜 안나올까 기다렸더랬어요. 이금이 작가가 드디어 냈군요. 믿을 수 있는 작가인데다 글샘님의 추천까지... 기대되네요. ^^

글샘 2009-03-30 20:55   좋아요 0 | URL
재밌긴 한데... 씁쓸하더군요. 초딩들이 어른들보다 속물적으로 놀아나는 꼴하고는... 하긴, 그 초딩들을 만든 게 누군지 생각하면... 휴~~

순오기 2009-03-29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고향에 조카 결혼식 다녀왔더니 책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인터파크 연재로 봤는데 책으로 절반이나 되더라고요. 이제 책 읽어야지요~ ^^
표지 그림을 그린 '이누리'는 이금이 작가 따님이죠.^^ 작년부터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공부하는 자유로운 고딩이지요. 벼랑의 표지도 그렸어요~ 엄마는 글쓰고, 딸은 그림 그리고 너무 멋진 조합이지 않나요?^^

글샘 2009-03-30 20:57   좋아요 0 | URL
아, 자유로운 고딩이라뇨... 부럽네요. ^^
 
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책만보는 바보, 간서치의 본을 받아, 중양절부터 석 달을 관독일기를 쓴단다.
이지누... 원래이름은 이진우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름일까.
이름이 특이하여 그의 약력을 보니, 뭔가 좀 민숭맨숭하다. 태어난 해도 없고, 학력도 없다.
하긴, 그런 걸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석 달을 놓치지 않고 책읽은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그것도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잠언들을 되뇌면서 삶을 돌아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음, 좀더 나이가 들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부록'의 나이가 지났으니, 술자리가 슬슬 두려워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술을 안 먹고 석 달을 지낼 수도 있잖나 싶어서... 요즘 시사 in에 술 끊는 이야기가 연재되기도 하더구만...  
책의 원수가 지금으로선 술인 셈인데... 글쎄... 올해 중양절부텀은 나도 한번 시도해볼까?
중양절이라면, 수능 칠 시즌쯤 되니, 조금 한가해질 때도 있을는지 모르겠다만... 

이지누의 학력이나 약력이 궁금한 이유는, 그가 한문학에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어 보이기 때문이었는데, 하긴, 학력과 상관없이 들이파던 것이 선조들의 삶이었고 보면, 학력이란 늪에서 내 머리통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심하고 한숨쉴 만 하다. 

마음에 드는 잠언들을 남겨 두자니, 끝도 없이 많다.
아, 이런 것들을 멋진 그림과 어울려서 화장실에 붙여 두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싶다.
에휴, 언감생심, 요즘은 학교에 가서 숨쉴 틈도 별로 없는 주제에... 가능하기나 할까. 
아이들 수학여행 간 시즌이나 중간고사 기간에 틈이 나면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책을 받아 두고는, 며칠 뒤에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가다가  두어 주를 넘긴 책인다.
다른 책은 끊어 읽으면 생각이 끊기고 앞부분을 망각하여 막연하기 쉬운데, 이 책은 잠언이라 어느 대목을 확 펼쳐 읽어도 상관없는 책이다.
술이 취했을 때, 무람없이 펼쳐 들어도 금세 빠져들어갈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늘 내 베개맡과 침대 밑을 오락가락 했던 책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양심이 편치 않네. / 어찌 남이 알아야만, 굳이 부끄러워할까.
이런 글을 읽고 움찔하는 것은 잠은 곧 '침'이기 때문이란다.(169)
글이 나에게 바늘이 되어 꽂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무엇이나 내가 동작하는 것, 그는 흉내를 낸다.
다만 나는 말이 많은데, 그것은 따라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나를 본받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186) 

다산의 사의재.
생각은 마땅히 담백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맑게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단정히 하고,
말은 마땅히 적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그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207) 

아, 곱씹어 읽을 일이 이토록 많은데, 한번이라도 후루룩 읽고 넘겨야 할 책들도 참으로 많다.
시간이 없다고 한탄할 노릇이 아니다.
스스로를 잘 다스리면, 시간을 한탄하기만 할 것은 아닌 것이다.
좋은 말들을 찾자면, 인터넷으로 명언, 잠언을 검색하면 수백, 수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서치의 관독과 이지누의 관독을 읽노라면,
사람 사는 일의 가벼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보려는 힘겨운 애씀이 읽힌다.
이런 일은 책읽는 이를 부끄럽게하기도 하지만,

그런 게 책읽는 이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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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2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다 읽으셨군요. '부록'의 나이가 지나서~~~ ^^
저도 가능하면 한 주에 한두 번이라도 아무 곳이나 펼쳐보려고 가까이 두고 있답니다.
그래서 알라딘에 나 사는 얘기를 부끄러워 안 쓰고 있나~~모를 일입니다.
 
<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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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컴컴한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방향을 응시한다.
더런 공포에 휩싸여 눈을 가리기도 하고, 더러는 손을 꼭 잡은 옆자리에게 꼭 붙는다.
어떤 공간에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기도 하고,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모두 하얀 스크린을 바라보고 거기 비친 그림자를 보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영화를 본다...는 사건에 대해서 국외자의 입장으로 그 장면을 본다면 참 연구 대상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적 상상력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바로 테크놀로지의 세례를 받은 영화란 장르가 아닌가 하는데...
존 레넌의 이매진...이란 노랫말 속에선 '신화적 세계'의 원초적 감흥이 느껴진다면...
진중권의 이매진... 속에선 온갖 디지털적 테크놀로지로서의 컴퓨터 그래픽적 측면을 온갖 철학적 잣대를 이용해서 현란한 말솜씨로 쪼개 놓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영화를 감상한 한 인간을 만나기 보다는, 영화를 환원주의reduction적 입장에서 갈갈이 쪼개는 통합되지 못한 이미지만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란 것은, 결국 자잘한 화소들로 이루어진 스틸샷들이 1초에 스물 몇 장 인간의 망막에 속임수를 일으켜 대뇌 피질에서 이야기들이 진행된다고 통합하여 느낄 수 있도록 꾸미는 작업인데도...
그것들을 통합하여 이야기하기보다 쪼개서 바라보는 관점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영화의 재미는 더한다기보다, 반감될 수도 있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진중권처럼 영화를 진중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도대체 뭔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때도 많다. 하긴, 나더러 돈 줄테니깐, 영화를 몇 번 보고는 그 영화에 대한 글을 뭐라도 만들어 내라고 한다면... 나도 온갖 분석의 틀을 들이대면서 이야기를 짜낼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제목에서 인문학적 상상이라고 붙인 부제가, 이매진과 딱 맞는 짝이 아니란 생각이 계속 든다.
물리학에서도 불교적 인과론과 상의론, 관념론적 개념을 빌려 통합적 사유를 전개하는 이유가 환원주의의 극복에 있다. 영화를 분석하는 틀도 조금 더 '고전적 사유의 형식'을 빌렸더라면... 그 전개 양상의 테크놀로지에 집중하는 것보다 풍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렇다고, 이 책에서 모든 관점에서 디지털적 관점을 들이대는 것도 아니다. 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아, 어쩌면... 디지털 관점보다 더 흔하게 그가 들이대는 '과도한 외국어'의 남용이 독자를 낯설고 환장하게 만드는 책이란 생각을 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르는 게 아니라... 그렇다. 

외국어를 들여다 쓸 때는, 적어도 이런 대중을 상대로하는 서적이라면, 최대한 상세한 설명을 가져다 대야 하는 건데... 진중권이 이 책에선 좀 친절하지 않다. 과도하게... 

명백한 오류 하나... 194쪽의 27(33), 625(54)라는 제곱수... 3의 3승과 5의 4승을 이모양으로 썼다. 

이 책은 한참 바쁜 학기말에 알라딘의 선물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신 분...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글쎄, 내가 영화엔 별로니... 이왕주 교수의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 242쪽, 전설의 피아니스트... 
어디서 얻지?
뭘? 
음악적 영감...
저기 저 여자 보이지?
순간 경쾌하던 연주가 비장한 선율로...
틀림없이 젊은 정부와 짜고 남편을 죽였을 거야... 아,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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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182s 2009-03-2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아는만큼 보인다지만 진중권책은 좋다가도 난삽한 이론용어,외래어들이 나오면
정말 대책이 없다는,..아도르노,푸코,현대의세련된 이론에대해 무지한 저로서는 이번에 책이 좀 낮설더군요,그 사람 약간 자기가 터득한 학문에 우월감도 있는것 같아요.ㄱ하긴 그정도 욕심이야 필요하지요,

바람돌이 2009-03-2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기 싫어요. 그냥 그 속에 흐르는 마음들이 와닿으면 좋은 영화고 아니면 싫고 뭐 그렇죠. 오락 영화도 한 순간 모든 걸 잊고 웃을 수 있게 해주면 좋은영화고요. ^^ 그래선지 진중권씨 이 책은 별로 안 땡기던걸요. ^^;;

글샘 2009-03-2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은 뇌구조가 우리랑 좀 달라보이죠. ^^
재미있는 영화보다는...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는 영화를 찾은 듯... 아니, 어떤 영화에서도 그런 걸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죠.
 
권력의 병리학 -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
폴 파머 지음, 김주연.리병도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언뜻 낯선 이의 주소에서 이 책을 선착순 3명에게 분양하겠다는 글을 읽고 부탁드려 받아본 책이다. 그 분이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신 분인지, 아니면 역자인지, 절친한 관계신지, 출판사 관계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덕택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다. 

두께가 두께인 만큼, 미주 제외하고 387페이지고, 부록 포함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니 쉽사리 손에 잡힐 책은 아니지만, 무섭고 아름다운 책이다. 

그런데, 표지 디자인도 별로지만, 제목이 좀 낯설다. 병리학이란 말부터 그렇다.
병리학은 질병이 생기는 원인부터 그 질병의 경과, 환경과 결과 등등을 탐구하는 공부일 것인데,
이것은 단순하게 한 개체의 육신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 관계 - 엄밀하게 말하자면 돈을 가진 자들의 질병과 가난한 자들의 질병은 전혀 다른 병리학적 소견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가 주제다. 그래서 원 제목의 부제인 health, human rights, and the new war on the poor...가 내용을 훨씬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 하는 부제에선, 보건과 인권이란 측면이 약하단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꽃보다 남자라는 '된장 드라마'의 조연배우가 자살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을 듣자하지, 자살보다는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는 정황이 떠돌아 다닌다.
지난 1월, 아직도 마음이 아픈 용산 참사 사건도 그렇고... 이들 사건의 기저에는 늘 <가난> 또는 <부자가 아니어서>가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진자들의 정부인, 고소영 강부자 나라에서는 <부자가 아닌 것이 죄>임을 더 여실히 느끼게 되는 것인지... 헌법에 새길지도 모를 일이군.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책은 돈 없어서 병들고, 탄압받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증언'하는 내용이 많다.
아이티의 시골 병원 의사이며, 비영리단체 <건강의 동반자>란 단체를 만든 저자의 이야기는 <르뽀> 문학에 가까운 고발들이 가득하고, 읽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의 깨끗한 환경과 편안한 삶에 감사하게 된다. 더욱이 역지사지로 그들의 비참한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노라면, 어휴~ 정말 두렵기 짝이 없다. 

아이티는 쿠바처럼 카리브해에 떠있는 아름다운 섬나라인데, 쿠바처럼 선진적인 의료를 꿈꿀 수 없는 나라다. 아이티의 정치적 표류에는 변함없이 '변함없는 악의 축, 아름다운 미국'의 검은 손이 작용했고, 아이티의 인권, 보건, 특히 여성의 HIV 보균자가 심각한데, 이런 사태의 근원에는 역시 <가난>이 있었다. 가난하기에 조금만 호의를 보여도 홀딱 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사망률 조사를 할 때, 계층 대신 인종을 기준으로 하는 미국은 계층에 따른 사망률에 대해서는 귀가 먹은듯한 정적을 유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난>, 곧 계층의 차이가 그 격차의 본질이다.(87) 

이런 구조적인 폭력의 가장 큰 희생자는 한결같이 <가난한 사람들>임을 저자는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이 아닌 미국,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의 억류 상황에서 아이티 사람들은 인간 대우를 받지 못한다.  내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던 아이티의 투쟁을 통해 인권 변호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정의 없이는 화해도, 민주주의도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147)
아, 전두환을 사면하고 민주주의를 선포했지만, 결국 정의없음에 이 땅이 금세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서 이 말을 실감하고 또 실감한다.
오바마는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 없음을 개탄하는데, 가진자들은 지금의 의료보험이 가진자들을 위해 해주는 것이 적음에 분노하고 한탄하는 이 나라에서 정의를 생각하는 일은 다시 가슴 떨리는 일이 되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의 사례를 통해서도 증언을 하는데, "치아파스는 풍요롭다, 그러나 그 주민들은 가난하다."는 말은 치료 가능한 질병들로 고통받는 멕시코의 현실을 잘 드러낸다.(161) 

우리는 자원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듣지만, 객관적인 수치는 그 반대의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전례없는 번영의 시대에, 치아파스의 교훈은... <세상의 자원은 좀더 고르게 나누어 져야함>이다.(177) 저자는 퇴보와 좌절된 희망, 기아와 얼룩의 아이티를 지나 긴장과 폭력 그리고 끈질기고 희망찬 저항이 있는 치아파스를 다니면서 온몸으로 증언한다.
이 책의 힘은... 그의 증언들이 책에서 읽은 것이 아니라, 그가 몸에 아로새긴 현실임에 있다. 

인권을 보려면 자유가 없는 감옥을 보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경제사범으로 체포된 젊은이들의 대다수가 결핵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 감옥에 들어가서, 재판도 받아보기 전에 결핵에 걸리고, 일부는 판결이 떨어지기 전에 그 병으로 죽는> 무서운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1부의 증언을 통해, 2부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인권과 시장중심 의료행위 비판, 약제 내성 결행의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가난한 사람들이 병에 더 잘 걸리지만 치료를 못 받기 쉽고, 그래서 인권은 더 침해당하게 된다.(213) 

브렌다의 신약 테스터로서의 경험을 통하여(250), 저자는
의사들은 환자들이 제대로 지시를 따르지 못할 때에는 환자를 탓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지시를 못따를 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 환자들은 구조적인 폭력과 그 결과 - 인종차별, 중독, 의료보험부재, 일자리 부족, 주거 불안정, 가정 폭력 - 때문에 약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한다는 것.
결국 치료에 대한 차별은 빈부 격차에 의하여 간극을 더 벌리게 될 뿐이란 결론이었다.
무섭다. 이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의료보험 민영화의 마수가 없는자들에게 끼쳐올 무서운 고통들이...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균이 감옥에 만연해도 국가는 단순한 약제만을 처방한다는 무서운 현실.
297쪽의 터스키기 매독 연구는 미국이 고스란히 접수한 '만주 731부대의 만행'의 연장선으로 보여 인간이 가장 두려운 존재임을 보여준다. 
1932년부터 1972년까지 앨라배마 주에서 600명의 환자를 추적하여 실험을 한다.
대부분 흑인 소작인이던 대상들은 '저렴한 치료제'가 있었음에도, 실험 대상이어서 자신들이 무슨 실험의 대상인지도 모르는 채 죽어간 사건이다. 1997년에서야 클린턴이 공식 사과했다는... 실험.
우간다에서 행해진 에이즈 바이러스 실험의 결과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는데...
황우석이 선진국에선 구할 수 없는 난자를 수천 개 가지고 장난을 쳤던 사건도 이런 비윤리적 행태를 반영한 또하나의 터스키기였다고 생각한다. 

제3세계에서의 연구는 지원금도 더 많고 점점 엄격해지는 국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다. .. 피실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 조항들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실험이 그것을 추진하는 나라에서는 승인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제3세계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302) 

저자는 마지막에서 <보건과 인권을 위한 의제>를 내 놓는다.
건강과 치유가 상징적 중심이 되며,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 
폭넓은 교육과 강력한 정부, 관료 조직에서 독립성이 필요하다.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결국, 병은 어디서 오고, 왜 번지며, 어떻게 사람들을 시들게 하는지를 살피는 병리학은,
사회적으로 볼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병이 더 쉽게 다가오고, 권력자들에 의해 병이 깊어지며, 치유의 길까지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증언들과 제언들이 건조한 메아리로 그치지만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은 의사들, 특히 지난 촛불시위에서 응급구조단을 조직했던 의사들처럼 깨인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또한 의료 보건 쪽의 정책을 입안하는 국회의원들이나, 공무원들도 이런 책들을 읽고, 미래를 향한 어젠다들을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이라도 즐겁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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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9-03-1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벌써 읽으시다니요. 여튼 요샌 술을 안드시나 봅니다.
음, 글샘님의 지친 간장을 위해서 독서의 병리학을 써야 하십니다요.

글샘 2009-03-20 01:30   좋아요 0 | URL
음... 오늘 학교에 이상한 학부모가 와서 난장을 지기고 가서... 한잔 마시고 왔습니다. 학생부가 이럴 땐 지랄같죠.
책좀 읽으려 하면 부아를 돋구는 아이들과 부모들... ㅋㅋ
이래서 요즘 학생부는 아무도 안 하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