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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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 생각의 박광수가 쓰고 그리는 사랑과 이별 이야기다.
그것은 예전처럼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 그가 이별을 겪으면서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잡아 쓰고 그린 것들이다. 

물론 그의 삶의 편린들이 가득 묻어나오기때문에 사랑과 이별 이야기 외의 이야기도 많다. 

광수의 생각은 진보적이지 않다. 
그의 만화는 조선일보에 실리곤 한다.
그렇지만, 나는 조선일보는 혐오하지만, 광수의 만화는 좋다.
삶의 진실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같은 거짓말을 광수가 그리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따스하고 아주 사소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갈라지고 말라터진 마음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유연한 연고가 되어줄 수 있는
치유의 효과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글이 좋다. 

삼성 불매 운동, 조선일보 안 보기 운동... 
이런 것들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비록 이 땅에서 대기업과 거대 자본이 국가를 독점하고 있긴 하지만, 80년대의 사회구성체 논쟁은 결국 어떤 곳에 투쟁의 우선 순위를 둘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국가를 위한 장기적 구상을 내놓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아직도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 비전이 없는 것과 유사한 게 아닐까 한다. 물론 보수를 자처하는 수구 꼴통들은 몽땅 폐기해 버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칼로 두붓모 자르듯 우리편 아니면 적군이 되어버리는 현실은 두렵다.
우리편이 가진 것은 별로 없고, 적군이 가진 폭력이 클 때 현실은 더욱 공포스런 것이다. 

광수의 생각이 비록 쓰레기신문 조선에 실린다손 치더라도,
건전한 가치를 드러내고 있을 때엔 그의 글을 내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이 책이 조선일보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 아니다.) 

그의 글 중에 법관, 교사, 경찰 등 사람을 <판단>하는 지위에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부탁이 있어서 하나 옮겨 둔다. 

<심판> 

 판사인 우정이 형이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게져서는 이렇게 말했다.
"광수야, 예전에 내가 술을 안 마실 때는,
술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람들의 말을 안 믿었어.
다 변명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렇게 너랑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하니까

비로소 그 사람들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람을 심판할 때는 자신의 잣대와 기준만으론 곤란하다.
나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한 일이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가장 큰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심판하는 위치에 있는 판사는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십수년간 좁은 골방에서 사법 시험을 준비한 끝에 판사가 된다고 해도,
그런 그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질 때 판결받는 사람들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그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럴 바에는 5천원 넣고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사주풀이가 줄줄 나오는 기계를
개조해서 법조문을 몽땅 입력시키고,

그 기계에 심판받아야 할 사람들의 죄를 적어 넣은 다음,

죄에 대한 처벌 사항을 종이쪽지로 받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적어도 기계는 사람보다 더 면밀하고 착오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심판하는 일을 사람에게 맡긴 것은

기계에는 없는 경험과 따뜻함, 정의로움이 사람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 경험과 따뜻함과 정의로움으로 사람들을 대하라는 뜻인 것이다.

판사와 변호사, 선생님, 경찰, 의사, 군인,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오직 돈을 벌고 싶어서라면 다른 것을 해서 벌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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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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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는 원래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일에 천착하는 작가다. 

자기 삶의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을 정말 예리하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재생시킨다.
그의 시선에 사로잡히면 어떤 사물이든 다른 존재로 탄생하는, 말 그대로 레크리에이션에 성공하게 될 듯하다. 

발바닥이 보송보송하고 따스할 것.
이런 데서 행복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예민하기도 힘들 것 같이 느껴질 때도 많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들었다곤 하지만, 욕조 안에서 잠이 들어 어머니가 살아있는지 확인을 하는 등은 좀 심한 것 아닐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단 것을 그에게서 배운다.
말을 하고 먹고 사는 나같은 이는 늘 조심해야 할 노릇이다.
말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원제가 도루니 다라나이 모노모노인데, 그러면 다루기 만족스럽잖은 것들...이고
하찮은 것들, 까짓 것들, 소소하고 대단찮은 것들, 데데한 것들, 화려하거나 눈에 띄잖는 것들... 이런 의미인데, 거꾸로 취하기에 부족하잖은...은 뭔가 좀, ...... 아니다 싶다.
그리고, 사소한 책이니만큼, 사소한 한 가지, 트라이 앵글 그림은 틀렸다.
트라이앵글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트라이앵글은 삼각형이란 말이지만, 리듬 악기 트라이앵글은 삼각형이 아니다. 비슷하겐 생겼지만...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도 이 책을 본따 쓴게 아닐까 의구심이 갈 정도의 제목이고 내용인데, 공지영의 글은 왠지 아줌마 수다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혀 '아주 가볍지' 않았다.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너무 쏟아내는 건, 자기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좀 재고 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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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궁금하니?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6
샌디 랜스포드 지음, 버트 키친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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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라고 너무 문학에만 치우치는 건 합리적 독서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과학, 사회 등의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 책은 수달의 생태를 미끈한 그림과 함께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로보트와 칼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동물,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사주는 일은 인생의 레일을 깔아주는 일이기도 하다. 

수달의 일생과 사는 법을 동물의 세계 보듯 예쁜 그림을 덧붙여 보여 주니 2,3살 아이부터 글을 배운 초등 저학년까지 재미있게 볼 수도 있겠다. 

값이 9500원인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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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원근법>을 리뷰해주세요
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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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에게 서승, 준식 두 형의 한국행은 디아스포라로서의 재일조선인이었던 그들에게 강한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국가주의라는 괴물이 잡아먹은 두 형의 어깨 위에서 날개가 돋친다.
그의 날개를 달고 서경식은 <평화와 전쟁>에 대해서 천착하게 되고,
돌발적으로 그의 글들은 미술을 통해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는 그림들, 그리고 화가들 이야기는... 반도롬하게 이쁜 그림들과 인생들이 아닌 바, 그의 트라우마는 다시 그의 영혼을 한국의 감방 안으로 불러 들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살상을 부르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그림으로 남기려는 노력들도 부수적일 것이고...
이런 것에 천착하는 서경식의 맷집도 끈질기고, 도판에 대한 자세한 해설도 돋보인다.  

여기 대해서 야노는 토론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서경식 씨의 책을 읽어보면, 서경식씨는 어둡고 비극적인 작품에 반응을 보입니다.
피에타도 그렇지요.
저같은 사람은 기독교의 교양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서경식 씨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느끼지요.  
이게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그림이나 조각의 표현 속에 현재로 이어지는 비극성이 있다는 게 중요하죠.
거기에 개인적인 체험이 결부될 때 비로소 그 그림의 이야기가 제대로 살아났음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고흐의 그림도 단순히 옛날 사람이니까... 이렇게 말할 게 아니라,
거기에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고흐' 이야기였다.
테오에게 일생을 기댔지만, 테오의 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던 영혼 고흐.
그를 야노 시즈아키는 <공허함에 밀도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고흐가 하려고 한 모든 것의 근본>이라고 일컫는다. 아무 것도 없는 풍경을 그리면 아무 것도 없어야 당연할 텐데,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육박해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편으로 돌진하면서 자신을 끌어당겨가는 풍경이 된다. 대상은 하나도 없는데...... 아, 고흐를 이렇게 꿰뚫어 보는 말은 ㅡ 글로 읽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시원스러운지...

172쪽 3행과 6행에 두 번의 큰 실수를 저질렀다.
번역기를 돌렸는지는 몰라도... 같은 발음이라곤 해도... 일본말 가마 를 솥으로 번역한 것은 결정적 실수다. 가마에는 '낫(鎌)'이란 뜻도 있고 '솥(釜)'이란 뜻도 있다.
여기서 솥이라 했지만, 그림에서 보듯, 낫이 옳다. 혹 편집자가 본다면, 이 심각한 오류는 바로 시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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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2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낫인데..
이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산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책갈피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 삐쳤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

글샘 2009-06-30 21:55   좋아요 0 | URL
편집자에게 메일을 넣었더니... 앞으로 수정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천억키라 2014-10-2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혹시 다른 맞춤법 오류는 없나요?

글샘 2014-10-26 20:53   좋아요 0 | URL
모르죠. 제가 맞춤법을 고치려고 편집자로서 읽은 것도 아닌데요 뭘~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 진짜 가수 박기영의 진짜 여행
박기영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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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이란 가수를 나는 처음 본다. 음반을 7집인가 냈다는데... 미안하다. 한번 찾아 듣고 싶다. 

남들 앞에 서는 일은 힘들다.
나처럼 아이들 앞에 서는 일도 쉽지 않은데... 
요즘 기말이 되어서 아이들 수행평가를 읽고 있는데, 평소엔 수업 시간에 멍청하게 있어 보이던 아이들의 글은 참 감동적이다. 어쩜 그렇게 멀쩡한 생각들을 종이에 옮길 수 있는 거냐? 평소엔... 아이고... 하던 넘들이... 

가수처럼 기대와 희망, 좌절과 절망의 롤러코스트를 타기 쉬운 직업의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공황을 겪을 확률이 크다.
연예인들은 대개 어린 나이기때문에 그 공황을 지혜롭게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빛의 이면에선 늘 죽음의 그림자가 혓바닥을 얼룽거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고통들을 모두 끝내줄게."하는 메피스토 펠레스의 혓바닥. 

박기영은 33일동안 그 길을 걸었다.
동행인 포카는 징징공주다. 박기영은 꿋꿋하게 잘 걷는다. 대견하다. 

걷기는 '극기'다.
걷기를 통해 몸의 세계를 회복하자.(이건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 나온 말) 

천천히... 산티아고가 가르쳐주는 교훈. 인생은 뭐 그리 급박하게 걸어갈 필욘 없는 것. 

우리는 몸매는 생각하지만, 그보다 소중한 '몸'에 대해선 무시한다.
무관심하려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몸의 '존재'다.
천천히 걷는 일은 '몸'의 소중함을, 몸매보다 우선함을 가르쳐 준다. 

삶은 우리가 얼마나 무엇을 이루었는가의 합계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절실히 바랐는가의 합계란 말이 나온다. 좋은 말이다. 

버리고 가볍게 하고,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경험의 덩어리, 산티아고 가는 길...
그래서 난 늘 그 길 위에 마음을 얹어 두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인데 왜 믿지 못하고 그렇게 화를 내느냐?"
가수 박기영이 팍팍한 마음을 이기지 못할 때 옆에 있던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준다.
왜 그렇게 믿음을 갖지 못하고 화를 내며 사는지... 진리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도 아니고, '속도'나 '높이'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만족의 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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