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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 당신들의 대한민국 세 번째 이야기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인보다 한국의 역사를 더 잘 알고,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속속들이 파헤치며,
한국의 속살을 더 잘 말하는 박노자의 대한민국 이야기.
그의 1,2편에 비하자면, 이번의 세번째 이야기도 별다를 것 없지만,
한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볼작시면, 너무도 해괴하고 너무도 천박하고 너무도 물가에 내놓은 애같아서,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은 시점에서,
앞을 보려고 상향등도 올려 보고, 망원경도 대 보고, 이런저런 각도에서 전방을 주시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는 노력이 눈물겹다.
별이 빛나는 창공(蒼空)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地圖)를 읽을 수 있던 시대(時代)는 얼마나 행복(幸福)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루카치, 소설의 이론)
한때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론이 힘을 얻을 때, 루카치의 책들을 읽는 일은 골머리를 싸안는 일이면서도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어딘가 있을 도달점을 향하여, 지도를 뒤적이고, 나침반을 들여다 보며, 이정표나 등대를 발견하기라도 하려는 듯 세상을 바라보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는 정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암흑이었다.
이제,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짓밟힌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조금이라도 맛볼까 하던 찰나에, 그만 꿈에서 깨어버린 심정이 된 대한민국.
벼랑에 튀어나온 가지에 근근히 매달려 있는데, 위에선 호랑이가 어흥거리고... 손 놓으면 천길 낭떠러지... 팔에선 힘이 점점 빠지는데... 눈앞에 매달린 벌집에서 한 방울 꿀물이 똑 떨어져 입술을 적시니... 죽을 줄도 모르고 꿀물 빠는 데 정신을 놓아버린 형국인지...
네비게이션에 몸을 맡기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세상살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세상일은 머릿속 지도와도 같아서 분명히 이쪽길로 가면 이런 도로가 나와야 하는데,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길이 나오고, 그래서 돌고 돌다 보면 다시 제자리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러다 보면 다시 감이 잡혀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기도 한 그런 것이다.
박노자가 애써 찾는 그 길은, 우리 사회를 자꾸 왼쪽으로 더 가라고 한다.
세상은 시속 220킬로미터까지 매겨진 눈금을 넘어, 속도계 바늘을 지탱하는 스프링이 끊어질 정도로 빨리 우회전하고 있는데, 힘겹기만 한 손으로 좌회전 깜빡이를 넣으라는 그의 주문은... 글쎄, 이제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떨어지고, 노인화가 빨리 진행되며,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가장 행복하지 않은 나라... 전쟁중도 아닌데...
아이들이 <안티 엄마> 카페를 만들어서 엄마를 저주하는 나라...
엄마들은 방학이지만 아이들을 학원으로 조리돌리듯 돌리는... 현실.
공동체가 양육, 교육, 의료를 책임져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아닌, 다수 임금 노동자의 이익이 우선되는 나라, 이런 것을 지향하는 이들이 세력화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회가 아니다.
88만원 세대는 그것을 알고 있다. 박노자는 여기에 희망을 걸어 본다. 글쎄다...
97년 이전의 호경기때나 유사 개혁주의자(노무현 등)의 시대보다 지금이 오히려 기회의 시기가 아닐까? 그는 이렇게 기대한다. 어두울수록 빛에 대한 열망은 크기 때문이다.
한 국민은 그 국민의 자질에 맞는 사회 체제와 정부를 갖게 돼 있다.(23)
이 이상의 진리가 없다는데, 그러게, 루이 16세는 상징적인 처형이었다면 전두환이는 사형 죄목이 7개나 붙었었는데 아직도 여덟 번째 목숨으로 징그럽게 살아 있다. 그런 것이 이 국민의 자질이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어져도 감수하고 사는 나라.
지금 평택은 전쟁중이다. 쌍용자동차가 상하이로 넘어가 버렸는데, 노동자들은 어쨌든 같이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 탓을 하고 있으면서 경찰이 대치하고 있지만,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이 잡아먹는 것은 국민이다.
극장에서 대운하 유사품 사대강 대한 늬우스를 틀어댄다더만, 텔레비전에서 미디어법에 대해 홍보한단다. 아직 불법인 거 판결도 안 났고, 불법임이 100% 명확한 현실에서 말이다.
노동자들은 헬기와 선무방송의 소음으로 잠도 못자고, 물도 끊어졌으며, 최루액 등으로 사실상 갇힌 상태에서 고문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용산처럼 성급한 욕심이 부른 참사가 아니라, 이건 사람을 말려죽이려 작정한 셈이다.
이정희, 강기갑 의원이 물을 들고 갔다가 물대포를 맞는다.
국회의원도 국민과 꼭같이 취급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헐~
한국의 혁명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할 자들이 노동자들이다.
그렇지만, 노동조합은 이미 괴물처럼 변해버려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배부른 이익집단처럼 되어버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는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을 노조에서 감싸안지 못하는 현실에서...
노동계급의 조직화, 급진화... 꿀을 빨아먹는 꿈에 젖어 목숨이 위태로움도 모르는 거 아닐까?
이 책에서 <탈남자>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난으로 인한 탈북자가 아닌, 병역 기피, 먹고 살기 위한 저임금 피고용자의 탈남자들이 수십만이 될 것이고, 오늘도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 갔다가 힘들다고 시체로 발견된 유학생들이 뉴스에 났는데... 되도 않은 유학의 이름 등으로 탈남한을 감행한 사람들이 얼마도 많은가. 과연, 이것이 나라인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오로지 제 배 불리기 급급하여, 어려운 아이들 많은 경기도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자고 하니, 그 몇백억이 아까워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도의원들이라니... 허본좌께서 마이클 잭슨 사망하기 3일 전에 만나셨다더니... 제발 다음 번엔 집권하시어, 지방자치제 없애 주시면 좋겠다. 의원은 무슨 빌어먹을... 개똥같은 새끼들이다.
아이를 여유있게 섬기며 아이에 대한 사랑을 최대한 실천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무산계급 여성으로서 아이 갖기를 거부하는 일은 당연한 권리(206)라고 일본의 유명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야마가와 기쿠에가 말했다는데, 한국은 이제서야 '호주제'가 폐지된 봉건국가임에랴...
아이들을 섬기기는 커녕, 죽음의 학교로 몰아 넣고는... 사교육 없는 학교, 젠장,
아이들은 집에 빨리 가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는데, 학교에 남아서 계속 공부하란다.
경기도도 애들 밥값은 없지만, 과외비는 지원해 준다. 니미~
<국가>라는 괴물. 거기 존경스런~이란 모순형용사를 붙이기 더럽지만,
황우석에게 가시는 걸음걸음 아름따다 가는 길에 뿌리던 징그런 애국심처럼,
친일파들이 만들어 놓은 <국사>책을 충실히 가르쳐야 한다고 세뇌당한 국민이,
반공주의자들이 만든 <도덕>책을 없애선 안된다고 아직도 부르짖는다.
그들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기 때문일까?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이족이 우리의 삶의 길임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 절절한 목소리로, ... 새역사를 창조하자!!! 거기 아직 삘이 꽂혀 있는 건가?
국가 뿐 아니라, '국토'라는 유사 신앙도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독도 같은 문제로 열받는 일보다 일본 민중과 연대하는 등의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그의 의견은 전적으로 옳지만, 서울대에는 일본학과가 없을 정도의 나라임이니... 요원하기만 하구나.
대학 교수로서, 한국의 부끄러운 연구 풍토.
하긴, 가수 인순이 조차도 '어른에 대한 후배로서의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쌩한 잡설을 흥분해서 늘어 놓았다더니만,
지식 노동자 치곤 참으로 더럽고 치사한 대학 강사 노릇에 대한 한숨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외국에서 박사 받으면 외국에서 버텨 보라고 충고한다.
국내 대학, 착취 공장의 봉건적 사적 예속과 조폭 수준의 막가파 대우, 신자유주의식 순치 및 착취는 연구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하긴, 교수들은 남자가 더 많은데, 그들이야 그 더러운 군대 문화에 그대로 젖어 있으니...
중화권이 핵심적인 외부적 타자가 되고 있다.
앞으로 1,20년을 내다본다면 조선처럼 다시 중화권의 변경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북한과의 적대관계 청산의 가능성도 그는 점쳐보고 있다.
중국과 협력, 경쟁하면서 민주주의 질식, 권위주의 복구가 점쳐질 수 있다. 이것을 분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란다.
체제에 저항할 중간 그룹, 또는 노동자 그룹의 미래는 쉽게 점치기 어렵지만 박노자는 기대를 놓치지 않고 있다.
타자의 눈으로 본 내부.
<한국 교회>라는 삐뚤어진 실루엣이 지배하는 현실과
핏줄을 강조하던 시대의 결과로 백만 이주민과 말로만 <다문화>를 이루는 상황과,
전 정부에서 말로만 시작했던 평화주의자의 집총거부를 대체복무제로 검토하자던 의견이 완전 묵살된 현재...
이런 어두운 그림자들만 지금, 여기서 가득해 보이지만,
결국 미래는, 지금 여기서 숨쉬는 사람들의 한 걸음이, 한 목소리가 작용해서
어떤 모습일는지는 모르지만, 그 미래는... 안갯속에서 <성큼> 걸어나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답답할 때면, 지도를 펼 일이다.
그래서 저 멀리 있다는 목적지를 향하여, 컴퍼스로 측정도 해볼 일이고,
나침반 바늘이 미세하게 계속 떨면서 북쪽을 가리키듯,
떨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믿고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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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쪽. 꽤나 유사한... 이라고 해야 할 것을 '꾀나'라고 썼다. 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