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사진관
최창수 사진.글 / 북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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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 사진 작가가 아니면서도 그의 사진은 이야기와 핏줄이 비칠듯한 투명함이 느껴진다.

그의 사진 중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아프간의 반디아미르를 담은 것이다. 153
일부러 정원 한 구석에 조성한 연못처럼 단아함을 지닌 호수.
그러면서도 하늘을 가득 담아내고도 남는 넉넉함을 지닌 호수.
이런 호수들을 통해서 사람은 하느님과 영혼의 교통을 나눌 수 있으리란 생각을 문득. 

수만 마일을 여행하는 것은 수만 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얻는 것들과 책을 읽고 얻는 것의 우위를 따질 수야 없을 것이지마는, 환하게 웃음짓는 아이들과 여인들과 남성들의 배경에 무슨 소품처럼 드리운 탱크와 캐터필러 잔해, 지뢰에 날아가버린 발목과 목발들, 낡고 낡은 제국주의 시대의 전차와 아프리카 여성들의 아랫입술에 꿰어진 지름 10센티는 넘을 토기들... 이런 것들을 배경으로 하여 전경에 두드러진 반짝이는 눈빛들의 살아있음이 곧 인생임을 그는 여행을 통해 배웠고, 나는 그의 사진을 보며 읽는다.

예멘 남자들의 칼과 아이들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눈망울들, 이것들을 만나는 일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것은 기쁨이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름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그의 사진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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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원철 지음, 이우일 그림 / 호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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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가르치려면...
할! 하고 소리 지르고,
방! 한 방 먹이는 게 수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소리 지르면 내 목만 아프고,
몽둥이 쓰면, 폭력이 되어버린다. 에구에구...  

조선은 '유교'를 모토로 삼아 불교를 억누른다.
사실은 고려의 불교 중심 사회가 가졌던 문화적 아우라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간혹 불교를 장려했던 임금도 있으나...
대부분의 절집은 산골짜기로 숨어들어 버렸다.
면벽수도의 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선불교의 전통은 나라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고행을 우선으로 치는 방법도 있고,
면벽좌선이 앞서는 방법도 있겠다.
면벽좌선하면서도 생각을 끊는 것을 앞세우는 방식도 있고, 세상의 이치를 번쩍, 만나기 원하며 공안을 끌어안고 사는 수도법도 있을 수 있겠다. 

가장 유명한 공안인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에 대한 답은 없다.
개에게 불성이 있는지, 뜰앞의 잣나무와 마른 똥 막대기가 진리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어차피 글로 전해질 성 부른 내용은 아니다. 

이 책에서 매력적인 구절들은...
... 외형적으로는 정치와 불교가 서로 배려하며 타협적 공생을 했겠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못했을 터, 왕족이 사찰을 방문했을 때 승려의 영접 자세가 어떠했는지는 보지 않아도 훤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좌파? 사찰들은 선종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하마비'나 '누각 밑을 통한 진입 계단' 등으로 왕적이나 관리가 경내에서 예를 갖추지 않는 것에 소극적으로나마 저항하고 경책하고자 애썼다.(203)는 구절같이 신선한 것이다. 

조선의 높은이들이 절집에 와서 거들먹거리는 것처럼 보기 싫은 일이 있었을까.
그래서 만든, 하마비와 누각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기회가 되었다. 

일상다반사, 다선일여... 이렇게 차마시는 일을 불교 이야기들은 많이 담고 있다.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
본래심의 경지(정좌처)에서 차를 마시는 향기는 언제나 처음 본래 그 맛,
본래심의 미묘한 지혜 작용(묘용시)은 물 흐르고 꽃피는 시절 인연과 함께 하네... 

차를 마시는 중에서도 체와 용의 법문이 오고 감.
이런 것이 수행이고, 종교의 본 경지다.
그렇지 않으면 차를 따는 것이 수행이 아니라 노동이 되어버린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 않을까. 삶 자체도 그렇지 않은가.
곱씹어 보고, 되돌아 보고,
그렇게 나름대로 본모습과 쓰임새를 아울러보지 않는다면...
시지프스가 굴려올리는 돌덩어리처럼 매일매일을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날들로 보내게 되기 쉽잖은가. 

치히로란 이쁜 아이로 태어났음을, 날마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음을 잊어버린,
목욕탕 때밀이로 바쁘게만 살고 있는 센처럼...
네 이름을 잊지 마!라고 일러주는 하쿠처럼... 내 옆에는 책이 있다.
책 읽는 벗들이 있다. 

책이 있어, 스스로 흐트러짐을 조금이나마 바로잡는다. 고마운 일이고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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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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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대로 올레길을 걸은 건 아니지만,
한 너댓시간을 제주 바다와 형제섬을 벗삼아 걷는 송악산~용머리해안 구간을 걸었다. 

이 책을 산 것은 아내가 올레길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기에 사준 것인데,
올레길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서명숙씨가 어떻게 올레길을 만들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올레길에서 어떤 의미들을 찾게 되었는가. 
그미가 걸은 산티아고 길은 그에게 어땠던가.
제주도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그는 어떤 감정들을 갖고 다시 보게 되었는가.
이런 이야기들이 주가 되었다. 

결국, 맛있는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를 바라고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기름기 자르르 흐르던 사진과는 180도 다른 퍼석한 삶은 고기 같은 것을 만났을 때의 황당함이라고 해야할꺼나. 

책이 재미없거나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이란 제목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툭툭 부딫는 느낌이라 할까. 

서명숙, 그는 왜 제주 올레길을 만든 걸까?
이런 제목이었다면 배신감이 덜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양희은이나 한비야 등을 끌어들인 책이 나는 못내 불평스럽다. 못난이의 시샘이라 하겠다. 

아름다운 섬, 제주... 이제 더이상은 아름다운 섬이 아니게 바뀔지도 모르겠다.
성큼 군부대가 들어서 기지촌이 불야성을 이루고,
올레길들은 점점 아스팔트에 앞을 내주게 될 것이고... 

송악산에 올라 바라보는 태평양의 한 귀퉁이, 
바다의 유람선에 실려 돌아보는 성산일출봉의 장관... 

이런 것들이 상품과 관광의 '돈 냄새'에 묻혀버릴 날이 올까봐 두렵기만 하다.
아름다운 산마다엔 펜션으로 가득하고, 옥색 모래 비치는 바닷속에 스쿠버다이버들의 돈냄새가 가득찰까봐... 차라리 올레를 제대로 보려면 김남희의 걸은 기록을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김남희를 아직 읽지 않아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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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와 제주도 답사여행의 길잡이 11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 돌베개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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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그 전같으면 팔리지 않을 책이었다.
그가 막 그 책들을 썼을 때, 해외 여행 붐과 함께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지리산 종주, 설악산 종주 등의 여행으로부터 방방곡곡의 문화유산답사가 대유행을 했던 것이고, 그래서 유홍준은 꽤나 책을 팔았을 것이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에서 나온 이 책 시리즈는 참 유익하다.
그런데... 유익하긴 한데... 뭔가 좀 부족하다.

내게 여행이라고 하면, 관,식,숙이다.
뭔가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먹고, 자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아내와 아들 녀석은 자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점점 깨끗한 숙박시설을 요구한다.  

이 책은 관광에 대해서는 자세하고 꼼꼼하게 지도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관광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
최근 네비게이션들이 한두 달 만에 업데이트를 해줘야 할 정도로 지리와 지형이 바뀌고 있는데,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것들은 십년도 넘은 설명들이다.
그러니, 먹고 자는 일에 대해서는 이 책은 완전 무용지물이라 볼수밖에 없다.
10년 전이라면... 글쎄, 민박집이 대세던 시절이고, 요즘엔 펜션도 얼마나 많이들 생겼는데... 

마침 주말을 이용해서 몇 번 여행했던 곳들이 이 책에 실려있어 재미있게 읽었고,
보충수업 마치고 3일간 제주 여행을 갔을 때 읽고 또 읽은 책이다. 

송광사로 해서 벌교의 '거시기꼬막식당'의 '맛조개정식'을 먹고 완전 반하기도 했고,
몇 번 갔지만 돌지 못했던 낙안읍성의 성곽을 이번 여름엔 돌기도 했고,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산섬 달없는 낮에 제승당을 거닐기도 했고,
남해섬 팔백리 훈풍따라 가는 길을 드라이브하면서, 도대체 왜 저 척박한 가천 다랭이마을까지 사람들이 가서 살게 되었을지를 유추해보는 일도 있었다. 

제주섬에 도착해서는 울퉁불퉁한 성산 일출봉과 닮은 거칠고 담백한 보리빵을 씹어도 보고,
도지사 소환 투표에 대한 플래카드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판에, 집집마다 우체통에 든 투표안내문을 보면서, 아, 별로 투표하러 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고,
정말 소처럼 순한 얼굴과 역동적인 소의 앞다리와 뱃살이 인상적인 우도를 유람하기도 하고,
고려의 마지막 자존심 삼별초를 짓밟고 100 여 년을 탐라총관부로 다스렸던 몽골리안들의 빼어난 마상기술을 선보이는 the 馬 park에서 말달리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게 정원을 꾸며둔 방림원을 보기도 했다.
마지막 날엔 송악산 맛있는 전복죽집에서 전복죽으로 배를 든든하게 한 다음,
송악산에서부터 용머리해안까지 파란색과 노란색 꼬불거리는 귀여운 화살표를 따라 올레길을 걷기도 했다. 올레길에 대한 느낌은... 별점 5점 만점에 3점 정도 된다. 풍광은 멋있지만, 자신을 잊고 걷기에 열중할 만한 길은 별로 아니었다. 그렇지만, 올레를 만드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길을 걸을 염을 내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제주도 4.3을 국사 교과서에서 빼겠다는 파렴치한 무뢰배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지금,
이 책에 실린 제주도의 4.3은 왜 제주도가 여자가 많은 섬이 되었는지를 잘 짚어 주고 있다.
그렇지만, 1998년 취임하신 김대중 대통령이 이미 돌아가신 시점에 아직 법제화도 되지 않았다는 옛날 이야기를 읽는 일은 씁쓸했다.
고인께서 대통령되고 과거사 문제 중에 제주도 4.3 문제를 제법 비중있게 회복하려 노력했던 것을 이 책은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요즘 책들은 아마추어들의 그것이라도 디카의 혁명에 힘입어 큼직하고 시원스런 사진들로 가득하건만, 이 옛날 책은 3공 시절의 국사 교과서에서처럼 조그맣고 시커먼 흑백 사진들이 시각적 효과를 완전 줄이고 있다. 

이 좋은 책을... 좀더 업그레이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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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2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는 굳이 업그레이드가 필요할까 싶어요.
저만 해도 어디 갈때마다 이 시리즈는 가기 전에도 보고 갈때도 반드시 들고 다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길이나 숙박,음식점은 이 책에서 안찾죠. 글샘님 말씀대로 너무 낡았거든요. 대신에 길은 네비게이션이 숙박이나 음식점은 인터넷상의 각종 블로그들로 대신합니다. 거의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니 자료면에서 훨씬 풍부하죠. 그러니 이 책은 그냥 이 책의 강점을 밀고 나가고 다른 쪽으로 눈 돌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봤자 책이 잡스러워 지기밖에 더 할까 싶어요.

글샘 2009-08-27 16:33   좋아요 0 | URL
아, 뭐 그런 면도 있겠지만요...
제가 굳이 불만을 이야기했던 것은...
2007년 4월 현재의 기차, 비행기....등의 불필요한 자료는 업데이트 시켜 놓았으면서, (어차피 이건 수시로 바뀔 거니까요.)
특집, 제주 4.3 항쟁, 한국 현대사의 비극...의 마무리가...
그렇다면 50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가...로 끝나버린 것은 못내 아쉽단 거죠.
이왕 이런 역사적 푯대를 세워 안내를 하려 했다면... 국민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 지금 이렇게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아쉬움...
 
- 6인 6색 인터뷰 특강 인터뷰 특강 시리즈 6
금태섭 외 지음, 오지혜 사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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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이 불탈 때부터...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리곤, 말도 되지 않는 쇠고기 수입 자유화 조치에 따라 시작된 촛불 집회의 밤들은 강부자, 고소영들을 위한 세상 만들기에 저항하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용산 철거지역에서 불길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국민들을 주화입마에 들게 한 장본인은, 가타부타 사죄의 말이 없다.
이젠 산중턱에서 아침이슬을 들을 여유도 없고, 오로지 경찰이라곤 하지만,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하고 명찰도 달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순사의 길을 걷는 파렴치한들의 힘을 입어 권력을 유지하려는 데 연연하고 있다.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를 들으며 날마다 '화'가 난다.
전임 대통령이 사망했는데, 내선일체 신문은 그 전날 자로 이름이 지어진 배너를 매달기도 하고,
분명한 사고사인데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자살로 몰아 간다.
용산 참사도, 노무현 사망도, 722 국회 부정투표도...
모두 <자료를 내놓지 못하겠다>고 뻗대면 그만인가...
세상이 넓어져서, 담화 談話들을 감출 길은 없는데, 오로지 모르쇠로만 일관한다.
납북된 미국 시민을 구하기 위해 미국에선 전임 대통령이 특사로 파견되건만,
하긴 전임 대통령이래야 한 분은 골로 보냈고, 한 분은 오늘 내일 하시니... 그외엔 전임이란 말도 꺼내기 더러운 놈들 뿐이니... 적자만 보고 있는 현정은 회장을 보내서 되지도 않는 협상테이블에서 날만 보내게 한다. 

한겨레 특강의 올해 주제는 <화>였단다.
한겨레 특강은 해마다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보는데, 요즘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적대다가 이제서야 글을 올리려는데... 몇 타 치지마자... 내 생각 밖에서 화가 몰려나와 비극적 내용들로 가득 차버린다.
올해의 연사들은 진중권, 정재승, 김어준, 안병수, 홍기빈, 금태섭의 6인이다. 

진중권은 공적 분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성적 부분과 감성적 부분에서 한국인이 지나치게 치우치는 감성적 부분에 대해서... 황우석과 디워가 감성적 부분에 치우친 것들이다. 구술문화가 더욱 지배적인 한국 문화의 특성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은 쏠림이 너무 심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영어와 취직 셤공부밖에 안 한다. 공포감 때문이란다. 그럼 성인들은 주식도 처박았고, 펀드는 반타작났고... 아파트 값은 언젠가 다운공포증을 유발할 날만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의 미래는 안 보이고...
오지혜가 서경식 선생의 말을 들고 왔다. "교양은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 교양이다. 정말 교양 없이 자신이 옳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다. 답답하지만... 문제가 금세 해결되진 않는다. 25년 전 내가 학교다닐 때 비하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단 것이 다행이다. 불행인 것은... 문제는 알지만, 행동에 나설 청년 세대를 길러 두지 못했다는 것. 

뇌 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정재승의 화병 이야기는 슬프다.
분노는 제대로 표현했을 때는 화를 낸 상황을 잊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그 상황을 다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려다 문제가 생기는 데 그것이 화병.
살인자들은 '화'를 참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다. 그들의 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전전두엽. 전전두엽을 발달시키는 것은 운동, 독서, 놀이인데... 한국인이 청소년들에게 못하게 하는 3종 세트 되시겠다. 경쟁력없는 암기 공부에만 아이들을 몰아 넣고는 인생을 설계하라, 꿈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화병'을 길러주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이러니... 누가 애를 낳겠는가. 

금태섭 변호사는 사형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다.
추격자가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유영철을 죽여야 한다고 말들이 많다.
용산 참사를 묻기 위해서는 추잡한 살인마를 방송에서 우려먹으라고 보도지침을 청와대에서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살인마들을 죽여야 한다고... 계속 날뛴다.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는 참 슬프다. 그 이야기를 조갑제가 썼다는 건 좀 웃긴다.
죽어 가면서 "하느님 저는 살인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법관, 검사들, 내가 죽어서도 꼭 복수할거야." 이런 말하는 사형수는 오판일 가능이 크지 않은가.
그 어떤 이유에서든... 사형은 얻는 것도 많지만, 만에 하나 소중한 이의 목숨을 잃게될 수도 있기에... 폐지되는 것이, 집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범죄자들, 특히 죄질이 더러운 갑부들과 친일파들, 이넘들의 범죄는 툭하면 사면하는 제도도 이왕이면 고쳤으면 좋겠고, 군법으로 사형 죄목 일곱 개 받고도 여덟번째 목숨을 살고 있는 문어 대가리 같은 새끼는 좀 죽어 줬으면 좋겠다.  

홍기빈의 경제학은 <경제학 원론>이 아니다. <경제학적 비유>로 가득하다.
건강은 수승화강, 곧 차가운 물은 위로 올라가고, 뜨거운 불기운은 아래로 내려야 살듯이,
돈은 불의 기운이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야 산다는 것이다.
가진자들의 불호령은 이렇다. TINA... There is no Alternative. 대안이 없다...고...
쌍용에서 노동자들을 개패듯이 패면서... 티나... 크래커...
북녘 동포들에게 줄 쌀은 없고, 전쟁 준비는 있다. 티나... 크래커...
4대강 하지말자고?  티나... 미디어법이 왜 문제냐고? 티나...
티나게 더러운 것들은 가진자들의 배짱으로 밀어붙인다.
국민들의 반대는 경찰이 앞에서 줘패고, 검찰이 뒤에서 벌금 때린다.
언론의 이름을 단 쓰레기 신문들은 거짓을 일삼고, 방송도 이미 비판적 언로는 거의 막힌 상태다. 
대형 마트들에 익숙해져 버린 국민들에게 "생협운동"은 좀 생뚱맞다. 유기농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미 돈의 논리에 물들어 버린 아이들의 입맛에, 주부들의 살림 습관에... 생협운동으로 다가가는 것은, 민노당이 들이대는 통일 이야기 만큼이나 썰렁하다. 어렵다. 

안병수가 들려주는 아- 질산 나트륨 이야기와 각종 색소 이야기는 차라리 재앙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병수가 미워진다. 그의 話들은 온통 禍 덩어리다.
우리가 먹어대는 것들이 모두 화학 약품 덩어리고... 아이들을 죽이는 것들이다.
정말 무서운 것은 광우병 쇠고기보다 아이가 들고 있는 과자 조각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생협이 등장한다. 유기농과 비정제 식품을 먹자고 말한다.
돈, 돈, 돈... 돈 앞에선 목숨도 파리 목숨이다.
그 먹거리들의 돈줄을 잡은 미국은 이미 온갖 유전자 조작 식품의 왕국이 되어버렸고, 한국처럼 아무 생각없이 농업을 포기하는 나라에선 이미 <곡식의 씨앗>을 폐기해 버리고 전량 수입한 지 오래 되었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는 이미 <과거>다.  

김어준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그 구라의 포스야 말할 거 없다.
그렇지만, 씁쓸하게 늘 싸움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그의 딴지거는 수준의 일보는... 일보도 전진한 거 같지 않다.
속시원하게 들이박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사실, 매번 투쟁만 할 순 없는 거지만... 사랑도 하고, 여행도 하고, 이별도 하고... 하는 것이 인생이지만, 총체적 <화병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이 나라의 꼬락서니를 날마다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날마다 조금씩 아름답게 가꾸고 있는 산책로...가 사실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2/4분기의 GDP를 올리기 위해 예산을 왕창 퍼붓고 있는 거란 사실을 떠올리는 스스로가 사랑스럽지 않고 자랑스럽지 않다.
이 정부를 상대로 그냥 화를 내면 주화입마... 내상을 입어 안 된단다. 굉장히 안정적인 바이탈 사인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고 화사하게 엿먹여야 한다는데... 말은 맞지만... 아직 그렇게 가는 길을 그도 찾지 못한 모양이다. 

한겨레 21에서 매년 주최하는 강연회의 수준이야 이미 입증이 된 바이지만,
그 강연회의 내용들이 발전적이지 못하고, 작년의 배신과 올해의 화...로 점차 퇴행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지만, 한국인에게 정말 부족한 '상상력', '교양', '버려야할 거짓말'과 '자존심'... 이런 것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한다. 

날마다 화병에 잠못이루는 이들에게, 시원한 죽비소리 한 바가지 소개한다.

197쪽. 어휴, 말이 되요?... '돼요?'로 바꿔야 하고, 어의가 없었는데... '어이' 상실로 바꿔야 옳다.
267쪽. 고상근 대원이 아니고, 고상돈 대원이 맞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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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겨례특강은 될 수 있음 챙겨보려 하는데...역시 봐야겠지요...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글샘 2009-08-31 13:17   좋아요 0 | URL
늘 좋은 강의더라구요. 벌써 5,6년 됐지요. 꼭 챙겨 보시길...

후애(厚愛) 2009-08-1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저도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글샘 2009-08-31 13:17   좋아요 0 | URL
좋은 리뷰랄 것은... 부디 건강하시길...

turk182s 2009-08-2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사려했는데 정말로 "화"날것같아서,, 요즘 그냥 SF 소설이나 읽고있네요..소설이나 문학에서 뭘 찾는달수는 없지만 말그대로 TINA 인듯해서요..MARXISM 행사에서 임승수씨가 한말이 생각나네요,,어렵게 생각지말고 그냥 "주변사람들하고 만나서 연대하고 얘기하라"고,,

글샘 2009-08-31 13:1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화나는 책은 아닙니다만... 티나...이긴 해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벽을 보고 욕이라도 해야한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