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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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제목이 지나치게 불친절하다.
뭐, 기괴함을 노린 거라면 할말 없지만.
物語는 일본어로 '모노가타리', 이야기란 뜻이다.
4月物語란 영화가 있었는데, 4월물어로 번역했다면 ㅋ이다. 

일본인들의 괴담은 세계적이다.
김전일, 코난처럼 재수없는 아이들이 어딘가에 가고, 그들이 있는 곳에선 반드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청 사람들'과 다른 점은, 범죄자들이 상당히 '인간적'이고 '사건의 원인이 상당히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다.
괴이한 공포물을 접하면서도, 왠지 인간이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것이 아닐까?
인간이 전하는 '정의로움'도 사실 개별적인 인간 실존에게는 하나하나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인간이란 존재를 뭉뚱그려 일반명사로 설명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이야기의 재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인데도 부품만은 같다. 그 얼개부터 다른 이야기임에도 고유명사를 포함하는 세부는 완전히 동일한 것(70)에서 나오는 것이 많다.

라쇼몽 羅生門처럼 하나의 사건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같은 부품인데도 전혀 다른 얼개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 공포물이면서도 강한 이끌림을 주는 것 같다. 

인간의 시각은 앞을 향할 수밖에 없다.
3차원 세상의 극히 한 부분만을 인간의 시각은 인지하고, 대뇌에서 그것 이외의 낯선 것들을, 그러니까 모르는 부분들을 '틀린 것'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가끔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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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1-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안다는 것은 무엇에 대해 자기나름의 편견이 생겼다는 뚯일 뿐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정말 무엇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같은 것에 대해서도 작년에 해석한 것과 지금의 해석이 다를 수 있죠. 뿐만 아니라 <나생문>에서처럼 같은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각자의 인지 또는 해석이 다를 수 있죠. 중요한 건 함부로 확신하지 않는 것, 일 것 같아요.

글샘 2010-01-08 09:40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아무 확신없이 세상을 살 수도 없잖아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뭔가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살려고 읽고 또 읽는 중입니다.
그냥 뉴스만 듣고 있자면 세상을 오래 못살것 같거든요. ㅠㅜ

페크pek0501 2010-01-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동의함.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정지인 옮김 / 낭기열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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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스타니시치.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스타~라니...흠흠...
표지는 좀 이상하다. 제목은 더 이상하다. 작가 이름도 또 이상하다.
이 소설은 읽어봐야, 아, 새로운 이야기꾼이 하나 탄생했구나. 사샤 스타니시치는 발음이 좀 어렵지만 외워둬야 하는 작가겠구나, 특히 언니들은 책날개의 저자 눈빛에 한 순간 매료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멋진 재능은 창작이고, 가장 귀중한 재산은 상상력이란다. 명심해라 알렉산다르.(12) 

이런 말을 남기며 요술 모자를 씌워주던 할아버지는 스피디하게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약속(39)을 하고, 이제 창작과 상상력의 마법을 부릴 주인공은 알렉산다르가 되었다.   

티토의 사진이 내려지는 유고슬라비아, 민족과 종교가 얽힌 보스니아 내전의 현장에서, 아직도 마음은 피오네르(공산 소년단원)인 소년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선생님들의 충고, 앞으로도 그렇게 상황 파악 못하면 매일 방과 후마다 남아야 할 거다. 

'나의 조국' '창밖으로 우리 마을을 바라보면 나는 왜 행복하고 자랑스러운가' '공화국의 승리는 왜 나의 승리인가' 같은 작문 주제가 '아름다운 여행'처럼 바뀌는 것(112)을 알렉산다르는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알렉산다르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낌을 이렇게 표현한다.
누구나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말해지지 않은 생각이나 거짓으로 말해진 말, 또는 말해야 할 만큼 충분히 중요하지 않은 생각이나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은 중요한 생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긴 인용 부호를 써야 하는 걸까? (115)
생각했던 것을 말할 수 있었던 시대가 가고, 거짓을 말하거나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겨버린 아이는 더이상 꼬꼬마는 아닌 셈이다. 전쟁은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전쟁을 겪는  어른들도 '온 세상은 아주 짧은 다리에 불과하며, 다리 밑의 심연에 대해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뼈저리게 배운다. (137) 

전쟁은 '손톱 밑에 때가 낀채로 빵을 집는 것(148)'처럼 교양없는 것이며,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과 아무 것도 좋지 않은 시절 모두를 기억해야 함'을 배우는 일이다. 
'응원할 국가대표 팀이 다섯 개나 되어서 기쁜(207)' 사람들에게 전쟁은 결코 기쁨만은 아닌 반어적인 것이다.

더 나았던 독일의 벽이 무너지자 나쁜 것들(USA, AIDS)은 모두 우리에게 온다.
정전마저도. 소리가 사라지고, 텔레비전이 딸깍하더니 까맣게 변한다.
사람이 살아있다가 갑자기 더 이상 살아있지 않게 되면 꼭 이와 같을 것
(234)임을 아이들도 배우게 된다. 전쟁을 통하여... 

전쟁 중에도 아이들은 자란다. 키가 192센티만큼 자랐고, 같은 페이지에서 키코는 축구공을 192번이나 튀긴다. 한 페이지가 온통 무의미한 숫자세기로 가득하다(242). 하긴, 전쟁 중에 모든 것은 의미없는 것이며, 또한 살아있는 것만이 유일한 의미인 셈이다.  

아이들조차도 '추억'을 얻게 된다. 전쟁을 통하여...
수염달린 메기의 콧등에 세아드 아저씨의 뿔테 안경이 걸쳐져 있던 날, 그 메기를 놓아준다.
여기서 넌 무엇을 얻었니? 아이는 말한다. '그날이요.' 아, 아이도 추억을 배우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아이에게는 '오늘 이 순간, 여기'가 중요하다는 것이 심리학의 주장인데... 

프란체스코와의 추억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남자아이가 남자를 좋아하면 안된다는 편견의 압박으로. 부끄러움에게는 부끄러움만의 심장 박동이 있다.(261) 프란체스코가 찾아왔을 때, 아버지와의 대화를 엿듣는 알렉산드로. 내 귀와 머리통 전체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빨간색만큼 그렇게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색깔은 없을 것이다.(261) 친구는 이런 편지를 남겼다.
인생은, 나의 알레산드로. 단지 우연의 문제란다.
아, 어린 아이에게 인생은 너무 무겁다. 

그러나 마법사 알렉산드로의 서사는 계속된다.
집들은 지붕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고, 화염 속에서 무너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것이다. 건물에 생긴 총알구멍 흉터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다시 아물 것이다.(268)
마법사 알렉산드로의 서사는, 결국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지 못할 것임을 그도 안다는 역설이다. 

피란을 가야하는 상황, 아버지가 일러주는 내가 싸야할 물건들의 목록을 보면서 아이는 두려움을 느낀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287) 어린 아이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사람은 자는 동안 자란다.(286) 그런데, 전쟁은 사람들을 잠들게 하지 못함을 이 소설은 외치고 있다.

사람은 이야기에서 거짓말을, 기억에서 허위를 깎아낼 수 있는 정직한 대패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대팻밥을 수집하는 사람이다...(359)
허위로 가득한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이란 책을 쓰는 아이는 거짓말과 허의를 깎아내는 대패를 만들고 싶어한다. 진실만이 통용되는 세상에 대한 기대. 

소설의 제목,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지...
원 제목도 그렇다. Wie der Soldat das Grammofon repariert'
군인은 축음기가 고장나면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갈겨버린다.
군인에게 지금 당장 욕구의 충족 이외에 필요한 것은 없을 것 아닌가. 

전쟁은 사람의 유전자를 꿰뚫고 달려간다.
달려가는 시간과 날아다니는 포탄 사이로 이야기들도 흘러가고 인생은 엮인다.
사샤 스타니시치는 '증언 소설'을 '성장 소설'과 혼합시켜 '안네의 일기'와도 같은 수준의 이야기꾼이 된다.  

다만,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아서, 간혹은 그의 이야기를 멈추고 싶어질 때가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짧은 시간에 겪은 사람들의 쏟아붓고싶은 조급증을 잠시 멎게 하고, 고요한 음악 한 곡 듣는 여유를 함께 누리고 싶다. 

그리고, 그가 찾고있는 이야기들의 빈칸을 조금 더 천천히 메워도 좋지 않을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을 실제로는 <모든 것이 파괴된 시절>로 가득 채우는 슬픔을 겪기 전에, 다시 음악 한 곡 듣자고 그를 잡고 싶은 것이다. 

하긴, 포포비치 선생님과 맥주 한 모금 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을 때도, 그 부인은 이렇게 되뇌는 것인데... 이 끔찍한 현실한테 날마다 뺨을 맞는 것보다는 기억 속에 숨어있을 수 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363) 

잠시 멈춘다 한들, 그의 이야기는 쭈--욱 이어질 것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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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0-01-0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인이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지 진짜 궁금했는데 소총으로 갈기는군요.ㅋㅋ
글샘님 글 보다보면 보고싶은 책은 쌓이는데 이미 집에 있으면서 안 읽는 책도 쌓여있고...ㅠ.ㅠ

글샘 2010-01-16 15:03   좋아요 0 | URL
보스니아 내전은, 정말 인간이 얼마나 무지하면서 아는 체하는지를 보여주는 부조리의 극치인 것 같네요.
 
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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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감각이 후각이라던가? 그래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라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던가. 

이 책에 등장하는 감각은 미각이다.
마리 여사의 미각에 대한 글에 편집자의 직관이 적절하게 결합되어 멋진 책을 한권 이뤘다.
마리 여사의 글이 '감각적'인 편이라면, 이 책의 편집자는 '직관적'인 편이었으리라.
아마도 제 2악장은 편집자가 만들어 내라고 마리 여사에게 권했을 것이다.
아니면, 마리 여사의 글 몇 편이 재미있으니, 좀더 만들어 보라고 권했을 법 하다. 

이 책의 원 제목은 '료코샤노 쵸쇼쿠'다. '여행자의 아침 식사'가 책의 제목인데 물건너 오면서 미식견문록으로 탈바꿈했다. 제목붙이기에서는 한국의 편집자가 이겼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아니면 마리 여사가 굳이 '여행자의 아침 식사'라고 붙이겠다고 우겼을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마치 음악회 한편 감상한 것처럼 가벼이 읽으라는 의도로 기획된 책이다. 서곡으로 시작해서 가벼운 러시안 랩소디, 간주곡, 안단테(2악장), 또 간주, 라르고로 마무리 되는 책은, 마치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깔끔한 코스 요리로 제공되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러시아 통역관이어서 수백 번 들락거렸을 러시아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아침은 자신을 위해 먹고, 점심은 친구와 나누고, 저녁은 적에게 줘라!
사랑은 위를 거쳐서 온다.

러시아 속담이라는데, 뭐, 세상에 정답인 식사법이 어디 있겠는가.
못말리는 식탐 아줌마 마리 여사의 가족력까지 등장하여 맛집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꼭 <할바>를 한번, 그것도 제대로 된 것을 먹어보고 싶게 되고,
식욕은 식사 중에 샘솟는다는 프랑수아 라블레의 '가르강튀아'도 한번 읽어 보고 싶다.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에, 아니 위에 닿아있는 끈이 아닌, 밧줄, 억센 동아줄이란 이야기는 그미의 대단한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마리 여사의 책을 몇 권 읽노라니 겹쳐지는 부분도 등장하지만, 한 가지 주제를 던져 놓고는 온갖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그미도 찰진 이야기꾼이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 좋아하는 이라면, 또 마리 여사 팬이라면 한번쯤 권하는 책. 

맛있는 밤참, 족발... 마리 여사 이야기엔 꼭 로쟈님의 감수가 붙어있다. 러시아어 인명이나 지명, 음식 등에 대한 감수겠지만 익숙한 사람을 만나게 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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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리 여사의 좌충우돌 애견애묘기(愛犬愛猫記)
    from 글샘의 샘터 2010-07-04 19:42 
    인간 수컷은 기르지 않는 거?  원래 제목이 이렇게 생겼다.  '기(記)'라는 한문 문체가 있다. 건축물·산수(山水)·서화(書畵) 등을 묘사하고 기술하는 한문 문체인데, 정자를 지으면 정자의 이름을 따서, 서재를 지으면 서재의 이름을 따서 '기'를 짓는다. 에세이 정도가 되겠는데, 자기가 겪은 일에대하여 기념하려고 주제에 따른 자기 소회를 적는 형식이 되겠다.  마리 여사의 이 책은 어떻게 해서 개들과 고양이들과 함께 살
 
 
 
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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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서사시가 없다. 서사시는 단순히 역사를 담고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서사시는 창작의 전통과 오랜 기간의 전승을 통해 정통성을 보장받는 일이 담보되어야 비로소 서사시로 기능할 수 있다.

김정현의 <아버지>가 눈물깨나 짜게 만드는 소설이라면, 조두진의 <아버지>는 추리 소설에 가깝다. 그만큼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며, 한국 사회의 ‘아버지’란 이름이 내팽개쳐진 아스팔트의 차갑고 비정한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거의 연락이 없던 아버지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형사가 아버지의 돈을 보고 작은 아들을 의심한다. 김천으로 내려간 작은 아들 엄종세와 장애자 엄종석을 통하여 아버지는 그 과거를 조금씩 드러낸다. 장기풍이란 인물이 그 서사의 빈칸을 메워주고, 박 형사의 이야기 그물을 통해 바둑돌의 공배를 채운다.

결국 아버지란 존재는 ‘김경한’처럼 추잡하게라도 살아 남아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세상은 어리석은 아버지들을 가차없이 찬바닥에 고꾸라뜨리지만, 아버지란 이름들은 그 찬바닥에서나마 검은 봉지에 귤 몇 개, 또는 아들이 좋아하는 컵라면이라도 사들고 진눈깨비 내리는 미끄러운 길에 오토바이처럼 위험하고도 허섭한 도구를 몰고 운전을 한다. 마지막까지 마음 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미련으로 눈을 감을 수 없을 정도의 허전한 사랑. 그게 애비의 사랑이었다.

도모유키, 로 싹을 읽었고, 능소화, 로 성장을 보였던 조두진이, 아버지의 오토바이, 로 다 자란 나무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거목이 되기를 기대해도 좋을 작가다.

그의 세상보는 시선은 조금 비스듬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학창시절 공부를 유난히 잘했던 친구들이 대부분... 기존 질서에 대해 깊이 동의하고 공감하며, 질서가 묻는 질문에 한치도 틀리지 않고 답할 줄 아는 이른바 우등생들은, 아무리 어려운 질문을 던져도 신속하게 정답을 찾아냈지만, 스스로 쓸모있는 질문을 던지지는 못했다. 보이지 않는 것,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현재까지 기록돼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었다. 질서와 훈육의 특성 속에는 그런 면이 있었다. 공허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치고 질서에 제대로 편입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마찬가지로 질서에 제대로 안착한 사람치고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래서 엄종세는 최고 우등생보다 여백이 있는 우등생이 팀원이 되기를 원했다. 입맛에 딱맞는 직원은 없었다. (119)

아버지의 싸움 실력을 인정하는 장기풍의 이야기에서는 사람이 어떨 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가 월남에 있을 때 말야. 군인들 사이에서 돌던 말이 있어. 부대의 강함은 승리한 전투에서가 아니라 패전 후 퇴각할 때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거야. 싸움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 승패는 대부분 실력에 따라 결정되지만 우연한 승리나 우연한 패배도 얼마든지 있거든. 그런데 말이야. 잘 훈련된 군대든 오합지졸이든 간에 승리할 때는 모두 기세가 등등하다는 거지.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이길 때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누구나 용감해. 하지만 패하고 후퇴할 때는 훈련된 군대와 오합지졸은 전혀 달라. 오합지졸인 부대는 패하고 퇴각할 때 제멋대로야. 그저 눈앞에 보이는 대로 허겁지겁 도망치기 바빠. 그래서 오합지졸은 도망치다가 오히려 적들이 쳐놓은 올가미 속으로 기어드는 경우도 많아. 하지만 잘 훈련된 부대는 달라. 패해서 후퇴할 때도 일사분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여. 쫓아오는 적을 분명하게 살펴가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움직이거든. (140)

조두진의 자식 사랑은 상큼한 핑크빛이 아니다. 그것은 우중충한 색깔을 때는 것이고, 모든 것을 걸 수 없을 만큼 소심하게 만드는 것이고, 하염없이 멍청한 사내로 만드는 것이고, 장애인 아이를 태우고 시설 운동장을 무람없이 뱅글거리며 도는 것이다.

아버지의 자식 사랑이란 게 뭔가.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이란 게 뭔가. 그런 게 어디 딱 정해져 있는 건가? 아버지의 방식을 자네 마음대로 생각하지 말게. 진짜 아름다운 것들은 우중충한 색깔을 때는 법이야. (166)

책임을 아는 사내는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절대로 걸 수 없다. 아무리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라도 아무리 좋은 패가 손에 들어와도 판돈 전부를 걸 수는 없다. (206) 운명아 비켜라. 모두를 걸었다. 이랬어야 옳다고? 내 장담하지만 그런 말을 지껄이는 자식은 아버지 자격이 없는 놈이다.

월남전에서 고엽제에 중독된 병이 나타났을 때, 장기풍은 집을 나선다. 엄종세 왈, 그렇다고 집을 나가 버리면 어쩝니까? 장세풍 왈, 사내들이란 그런 거야. 멍청한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래. 내 병이 전염될까봐... 그래서 병을 옮기기 전에 도망쳤지.(233)

시인들이 그린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 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가정

박목월 

지상에는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壁을 짜올린
여기는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존재한다.
미소하는내 얼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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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1-06 21:01   좋아요 1 | URL
도모유키는 김훈의 이순신의 대척점에 선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겠지요.
문장을 쓴 뒤 흔들어서 군더더기가 없을 때 건져 올려라. 좋은 말이네요.
기자답군요.
저처럼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은 형용사와 부사, 복문 아니면 리뷰 올리기도 힘들답니다. ㅎㅎㅎ
님의 멋진 소설을 기대할게요.

페크pek0501 2010-01-20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 당선작에 아는 닉네임이 있길래 들어왔어요. 리뷰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예전엔 상금이 지금의 5배였는데...ㅋ 논문 쓰다가 지루해서 잠깐 들렀어요. 논문처럼 재미없는 글을 쓰다보면 알죠. 자신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는 리뷰쓰기가 얼마나 행복한 작업인지...

글샘 2010-01-20 09:10   좋아요 1 | URL
아, 논문같은 거 쓸 때, 책의 유혹이란... 아는 사람은 알죠. ^^ 왠지 논문 작업이 무의미한 쳇바퀴돌기 같구요. ㅎㅎ 논문쓰기가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창조하는 작업이잖아요.
뭐, 요즘 베끼기 논문도 많다고들 합디다마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원으로 '세한도' 사서 읽고 있어요.
 
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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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여자들'에서 요네하라 마리의 글을 읽은 것이 구랍 중순이고,
거기서 대단한 책과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주워 듣고 집에왔더니, 마음산책에서 마침 마리 여사의 문화편력기를 보내주어서 읽었다. 내킨 김에 두툼한 '대단한 책'을 신청해서 야금거리며 읽었다. 

아, 마리 여사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참 통탄스럽다. 진작 알았더라면 팬 레터라도 한 편 보냈을 법한 작가다. 일본 작가의 글을 우연히 제법 읽게 되는데,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작가는 드물다. 

마리 여사의 글은 늘 '현상'과 '본질'의 모습을 꿰뚫는 데 서 있다.
한국 독자들이 사랑하는 많은 일본 작가들의 글이 '신선한 시선'의 경쾌한 가벼움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은 편이 아닌가 하는데, 상대적으로 마리 여사의 글은 무게가 있으면서도 재미있다. 

알라딘에서 서평 도서였던 모양인데, 이제 만나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 아닐까 싶다.
관심이란 그렇게 운명처럼 오는 모양이다.
어느 모퉁이에서 만났다면, 그냥 스쳐 지났을 것처럼... 

이 책의 원제목은 '우치노메사레루 요우나 스고이 혼'이다. '압도당할 만큼 대단한 책'이란 뜻인데, 그만큼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소화하고 소개해주는 멋진 서평집이다. 애석한 일은, 한국의 번역 문화는 '돈 번역'이어서 얄팍한 상술 내지 학술적 가치가 없는 책들은 번역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는 것. 그래서 그이가 소개한 책들을 국내에서 구하긴 어렵다는 것.   

이노우에 히사시란 소설가가 덧붙인 해설에선,
"서평가와 책이 눈부신 접전을 벌이고 격렬하게 충돌하고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식견이 탄생했을 때, 그것이 바로 좋은 서평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리 여사의 글들이 그렇기 때문에 서평의 독자들도 그 책을 읽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여사는 <통역>을 "A라는 언어와 B라는 언어 사이에 투명하게 자리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서평가>는 그 반대로 "A라는 책과 충돌해 B라는 책을 낳는다. 충돌하기 위해서는 투명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완고한 암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단다.  

독서가와 서평가를 겸한 통역가.
어려서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말한마디 못하는 프라하에서 소녀 시절을 보낸 사람.
그의 삶 속에서 책은 길이었고, 빛이었으며, 해결사였고, 종교였다.
그는 러시아어를 통하여 세상을 만나고, 통역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 그는 책이라는 입자를 통하여 세상을 만나고 부딪히고, 소통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경쾌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그러면서도 독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글을 쓰던 그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새해 벽두부터 상심의 마음을 갖게 된다.

마리 여사의 글들은 많은 잡지들에 연재한 것들을 묶은 것인데, 유고집의 특성상 중첩되는 내용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그 내용들을 몇 가지로 분류해 보면 이렇다. 

1. 진실을 바로 보고, 독서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글들. 주로 정치, 사회, 역사적인 글.

- 악은 건실함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44) 
-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니 속국의 지혜인 면종복배를 관철시켜야 하나... 고이즈미 수상은 진심으로 복종(72)
- 본래 미국의 속령에 불과한 일본에 외무성이 있는 것은 마치 독립국인 것처럼 국민이 착각하도록 하기 위한 액세서리와 같은 것(98) 

- '비겁한' 이라는 형용사는 다른 사람을 죽이는 데 자신의 죽음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보다도, 당할 염려가 없는 높은 상공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말.(77 - 테러리스트는 비겁한 자들이란 부시의 말에 수전 손택이 비판한 말)
- 바미안 석불은 '그처럼 위엄을 갖추었으면서도 이 끝없는 비극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느끼고 수치스러워 스스로 무너져 내렸던 것' , 부처의 청빈과 안녕 철학은 밥을 찾는 국민 앞에 너무나 부끄러워 용기를 내어 부서져 버렸다는 것. (84 - 모흐센 마흐말바프, 아프가니스탄의 불상은 파괴된 것이 아니라 치욕에 견디다 못해 무너져 내린 것) 

- 남경전, 봉인되었던 기억을 꺼내다 : 전 병사 102인의 증언(127) 이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
- 북한 사람들 대부분이 걸린 병은 무시무시한 공포다. ... 유일하게 숨통이 트인 곳은 저자가 감탄해 마지 않는 북한 서민들의 다정함과 선량함이다.(137) 
- 이라크에서 노인, 여자, 아이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다.(146 - 그러면 남자들은 괜찮다는 걸까? 괜한 시비. 남보원에 고발하고 싶다. ^^) 

- 일본에서 건강증진법이 시행되어 금연 구역이 대단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담배는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피웠지만, 폐암이 급증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과연 담배가 폐암의 주된 요인일까? 1950년대 도쿄의 폐암 발생률은 런던의 100분의 1이었다. ... 급속한 증가의 원인은 대기오염임이 틀림없다. 자동차한테는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담배만 나쁘다고...(197) 그렇다면 누가 언제 담배를 폐암의 요인이라고 규정한 것일까? 그들은 바로 다름 아닌 나치의 역학자들이었다. ㅠㅜ 

- 참사 현장의 발생지 : 과거 사건의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교외의 신개발지. 인간이 공동체에서도 과거의 기억에서도 분리되어 가는 과정이 소비사회화가 진행되는 전 세계의 흐름인 이상, 잔인한 사건은 이윽고 분명 역사를 망각해 가는 세계의 우울한 선단(?)(211) 

- 세계는, 특히 유럽도 일본도 미국이 없어도 꾸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역으로 미국은 세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215)
-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눈을 감으면 그 존재의 내적 역사는 썩기 시작하며, 과거에 대한 탐구를 멈추면 그 존재의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시하는 눈은 그 빛을 잃고 만다.(485, 아키노 유타카, 위장 동맹 에서)

2. 러시아 번역가로서의 경험,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우러난 글들. 유고, 체첸 등에 대한 애정. 

- 체첸 : 인구 70-100만 명, 10만 러시아군 주둔, 20만 넘는 시민이 살육됨. 체첸과 관련된 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움.
-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 여사의 눈이 '사법적 해부'를 하는 임상의의 눈이라면, 벚꽃가지(프세볼로트 오프친니코프)의 저자의 눈에는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말할 때와 같은 따뜻한 호의가 느껴진다고 지적(465) 

- 인간이 고국을 떠나도 언제나 고국과 이어져 있는 이유 : 인간을 고향과 잇는 실은 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위대한 문화, 웅대한 국민, 자부심 높은 역사, 그러나 고향에서 뻗어나온 가장 튼튼한 실은 영혼으로 이어져 있다. 아니, 다시 말해, 위장으로 이어져 있다. 이것은 이미 실이라기보다는 그문, 딴딴한 밧줄이다.(502, 피요트라 바이리, 망명 러시아 요리) 

- 유목민은 악당으로 기록되어왔는데, 사실 유목민 쪽에도 그들의 입장이 있다. 그들에게 생산이란 초원을 푸르름 그대로 두는 것이며, 그것을 황토색으로 만드는 것은 때로 사활이 달린 중대한 문제. 몇 백 년 전부터 이들이 겨울을 났던 초원이 어느 날 동물들을 이끌고 돌아와 보니 황토색으로 변해 있었고... 이렇게 전쟁이 시작된다.(548, 러시아에 관해서)

3. 암 환자로서 건강에 대한 관심.   

- 암에 걸려도 그 전과 그 후의 나 자신을 관통하는 분명한 선이 있다.그것이 분명 바로 나를 나답게 하는 생명선인 것. 재발하면 어떤가.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내가 나이기 위한 한 줄기 선은 꼭 지키고 싶다.
- 산다는 것은 일상의 영위와 발견(576, 기시모토 요코, 암에서 시작되다) 

- 암의 축소보다도 생명 연장, 그보다도 고통 없는 질 높은 생활을, 곤도 이론의 근간을 관통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인간관, 인생관.
치료법이 없었던 옛날에는 위와 자궁의 암이 많았고, 사람들이 노쇠해져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 인간의 몸은 태곳적부터 암과 함께해 왔으므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미 알고 있다. 암은 인간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장치엔데 모두가 암의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부르짖는 것은 의료업계가 실적을 올리려는 목적 때문이다.
암세포는 유전자의 변이로 정상 세포가 변화한 것으로 결코 非자기도 이물질도 아니므로 암세포를 림프구가 비자기로 인식하여 배척하기를 바라는 것은 출발부터 무리가 있다.(630)

4. 독서가로서의 즐거움 

- 빨리 걷거나 먹는 일은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어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해 잔소리 들었으나, 책읽는 읽은 아무리 빨리 읽어도 옆에서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 ... 입시 이후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 권을 읽고 있다...(357) 헐~ 대식가 대신 대독가 大讀家다.   

- 공기와 같은 문체. 달리 형용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마지막 339쪽의 마침표까지 전부 읽는 데 1시간 남짓 걸렸다. (403, 버니스 루벤스, 얼굴 없는 소녀) 음, 대단한 속독가다.

5. 동물에 대한 관심... 

-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와 달리, "고양이들은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한 그날부터" 스스로 자신을 길들여 왔다.(378) - 아, 상큼한 독서~ 

- 어쨌든 계산된 무관심, 결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지 않는 처세술, 사랑받아도 길들여지지 않는 자립심. - 인간이 고양이에게 끌리는 이유. 이것이야 말로 완전히 길들여져 자신들의 문명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고 싶다고 바라는 성향 아닌가?(고양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책, 407)

 ''''''''''''''''' 오타 또는 시빗거리

207. 긴장김... 긴장감의 오타
211. 선단(先端)...이란 말은 한국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첨단이나 끄트머리, 가장자리... 등으로 번역해야할 듯.
321. 자궁을 제공하고... 제거하고
443. 환골탈퇴... 환골탈태 換骨脫胎
510. 메부리코... 매부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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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리 여사의 좌충우돌 애견애묘기(愛犬愛猫記)
    from 글샘의 샘터 2010-07-04 19:42 
    인간 수컷은 기르지 않는 거?  원래 제목이 이렇게 생겼다.  '기(記)'라는 한문 문체가 있다. 건축물·산수(山水)·서화(書畵) 등을 묘사하고 기술하는 한문 문체인데, 정자를 지으면 정자의 이름을 따서, 서재를 지으면 서재의 이름을 따서 '기'를 짓는다. 에세이 정도가 되겠는데, 자기가 겪은 일에대하여 기념하려고 주제에 따른 자기 소회를 적는 형식이 되겠다.  마리 여사의 이 책은 어떻게 해서 개들과 고양이들과 함께 살
 
 
다크아이즈 2010-01-0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네하라 마리 꼭 읽어 볼게요. 저도 고종석을 통해 알게 된 작가. 선단, 이란 말은 일본어에서 온 것 같은데 그 말을 또 첨단으로 바꾸기엔 무리가 있고...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도 선단공포증이 나오는데, 그걸 <끄트머리 공포증>으로 번역하기도 그렇고 그냥 선단이란 말을 써야할 것 같아요. 일본어 잔재란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대체어가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이게 오타가 아니라 시빗거리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글샘 2010-01-05 13:23   좋아요 0 | URL
공중그네의 선단공포증은 조폭이 뾰족한 걸 무서워한단 말이지요. 번역이란 것이 그래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체어가 없다고 한국어에 없는 말을 그대로 음역하는 건(한자도 없이) 지나치게 무책임한 일이라고 시비를 걸어본 거죠. ^^

마냐 2010-01-0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책 한권에 사실 저랑 안맞는다고 돌아선 분인데.....일단 하루 7권이라니...그 대단한 내공은 인정하겠슴다. 다시 이분 책 볼 생각 별로 없었슴다만 글샘님의 리뷰에 살짝 흔들리긴 하는데...다시 인연이 이어질지는 운명론에 맡겨야할듯요 ㅎ

글샘 2010-01-05 13:24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이셨을까요? ^^ 운명이 되면 다시 인연이 이어지기도 하겠지요.

바람돌이 2010-01-06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필이 확 꽂혔는데요. 마녀의 한다스도 좋았고...
마냐님은 어떤 책에서 안맞았을까 저도 궁금??? ^^

글샘 2010-01-06 10:00   좋아요 0 | URL
어제 서면 나간 김에 프라하랑 마녀랑 올가랑 빌려왔습니다. 미식견문록은 다 읽었구요. ^^

혜덕화 2010-01-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쯤 영광도서에 나가볼까 했는데, 날씨가 계속 추워서 나갈 엄두를 못내겠네요.
보관함에 일단 담아두었다가, 나가는 일 있을 때 사봐야겠어요.^^

글샘 2010-01-06 10:01   좋아요 0 | URL
오늘 엄청 춥네요. ^^ 학교는 히터를 때서 좀 따뜻합니다.
틈나면 한번 읽어 보세요. 글이 다정다감하고 유쾌합니다.

페크pek0501 2010-01-0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세계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군요.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시각이 놀랍습니다. 전 요즘 사람들의 사고 또는 아이디어에 많이 놀라고 있어요. 어제 TV로 <개그콘서트>를 오랜만에 봤는데-재방송인지 모르겠음- 그 아이디어에 놀랐어요. 개그도 저렇게 진화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춤도 얼마나 진화했습니까. 예전 김추자 가수의 춤과 마이클 잭슨의 춤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죠.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요즘 수전 손택의 저작을 야금야금 읽고 있는데, 그 책 다 읽으면 <대단한 책>을 읽어야겠군요. 흥미로운 책이군요. 그런데 출판사의 교정능력에 문제가 있군요. 개정판에선 고쳐지겠죠.

글샘 2010-01-06 13:26   좋아요 0 | URL
책을 읽는 사람들도, 올바른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지요. 수전 손택처럼 폭넓은 교양이라기보다는, 집중력이 대단한 작가인 것 같아요.

2010-02-16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2-16 23:50   좋아요 0 | URL
지난 겨울에 마리 여사에게 필이 꽂혀서... ㅎㅎ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건 대충 빌려 봤어요. 아, 세 권이 출간 예정이라니... 기대됩니다.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