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할! 이런 소리가 있다.
멍청한 놈아, 이렇게 설명해 줘도 모르냐?
이러면서 꽥, 소리를 지르시는 선지식의 성난 일갈이 할! 이다.
헐~ 이런 소리가 있다.
멍청한 놈이, 이렇게 설명해 줘도 모를 때,
달을 쳐다보라고 손가락질을 하면, 손가락만 쳐다볼 때, 불쌍한 인생더러 어이없다는 뜻으로 날리는 말이다. 헐~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시면서 말빚을 거두어 들이겠다고 책들을 절판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남기셨단다.
그 정신은 '무소유'를 설파하신 스님께서 그간 남겨두신 '말의 소유'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반성에서 나오셨던 것일게다.
그렇다고 스님의 책을 모조리 모아서 분서라도 하라는 뜻일 리는 없다.
그런 가르침을 통하여 무언가를 생각하고, 좀 배우라고
할!을 한 소리 하시고 가신 걸 게다.
그랬더니 무소유 한 권이 몇 만원을 호가한다는 황당무계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지고 있다 하니... 그야말로 헐~이다.
헐~ 유발자는 <방!>을 내려야 할 노릇 아닌가.
하긴, 헐~ 유발자들에게 방!!!을 석 대 내린다 한 들, 손가락만 바라보며 아프다고 할 노릇이지만... 

두 번째 법문집을 조금씩 조금씩 읽었다.
간혹은 서늘한 가을 바람을 쐬는 듯 시원한 이야기와,
가끔은 따사라운 겨울 양지녘 햇살처럼 온화한 이야기들이,
전혀 어렵지 않게 이야기 속에 녹아 있었다. 

법정 스님의 글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선 불교의 영향으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남발하는 이야기들이 흔한 세상에서,
무소유처럼 역설적인 이치를 논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늘 생활 속의 사례를 들어 가면서 쉽게 이야기하시는 그런 글들. 

스님의 법문을 두고두고 읽으라고 책으로 묶었지만, 이미 20년 전의 이야기들이라 간혹 9.11 테러 즈음 이야기도 나오고 한다. 스님의 무소유를 구하지 말고, 지금 팔리고 있는 이런 책들을 읽으면 그 정신을 들을 수 있는 노릇이다. 꼭 무소유란 책을 읽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면 숱하게 널렸을 책들이거늘... 

좋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베스트셀러는 한때입니다.
말하자면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합니다.
세월의 체에 걸러져서 남은 책들이 바로 양서입니다.
그런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합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사실 한 번 읽을 가치도 없습니다.
진정한 독서인은 양서와 비양서를 가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양서와 비양서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독서인입니다.
또 책을 읽을 때는 느긋하게 읽어야지 조급하게 건성으로 읽지 마십시오.
그렇게 읽으면 읽는 것이 아닙니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르게 됩니다. 음미하듯 읽어야 합니다.(
327) 

이렇게 책을 읽는 일이나 법문을 듣는 일이나, 마음 속에서 살질 영혼을 위하는 호흡을 살고있는 이 육신이 중요한 것이지, 많이 읽는 일이나 빨리 읽는 일이나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도 독서 습관을 통해 얻은 것이 하나있다면, 타인들의 리뷰를 통해 좋은 책을 골라낼 수 있는 시야가 열렸다는 것 정도랄까. 

보지 않아도 될 것은 보지 말고, 듣지 않아도 될 것은 듣지 말고, 먹지 않아도 될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또 입지 않아도 될 시시한 것은 입지 마십시오.
하찮은 것들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업의 덫에 얽혀 들 확률이 적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많이 넘치기 때문에, 스스로 자제하고 억제해야 합니다.
나한테 꼭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걸러 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면 나 자신은 쓰레기통이 됩니다.(166) 
넘치는 물량은 결코 맑고 향기로울 수 없습니다.(155)

오늘 저녁, 1박2일이란 연예프로에서 충무김밥을 걸고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방송이 마친 직후부터 부산의 유명한 한 충무김밥집은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아내가 열 시가 다 되어 거길 갔는데, 완전히 혼이 빠져버릴 정도로 사람들이 문전성시였다고...
세상에 너무 많은 것이 넘친다. 인생의 호흡이 좀 길게 들이쉬고 내쉬어지지 못하고, 지나치게 짧은 호흡에 의존한다.
자제심과 억제심은 없고 쓰레기통에 가까운 수집벽에 나는 물들어 간다.
맛난 먹을 것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거기 현혹되어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들과...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이 하루라는 것이 우리 생애 가운데 얼마나 귀중한 날인지...
그 하루를 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하루를 뛰어넘지 못하고, 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로써 보내야 합니다.
... 세상은 너무 험난하기 때문에, 깨어있지 않으면 제 길을 갈 수가 없습니다. 깨어있기 위해서 기도하고 참선하고, 나눔도 실천하는 것입니다.(129) 

지나치게 소비하고 위태로움 속에서 면돗날 위의 꿀을 핥듯 험난한 순간들을 사는 현대인들로서, 절에 다니고 교회에 다니는 행동 말고, 진실로 기도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매 순간 깨닫지 못하더라도, 아침과 저녁을 열고 닫을 때, 기도와 함께하는 것은 필요한 노릇일 터. 

탐험가들이 원주민을 짐꾼으로 몰고 가는데, 그들이 요지부동이었다. 잘 가다가 주저앉은 그들에게 이유를 물은 즉,
"우리는 이곳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너무 빨리 왔어요. 이제 우리 영혼이 우리를 따라온 시간을 주기 위해서 이곳에서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랬다.(38)
 

나,는 잘났다 생각하고, 오래 살 거라 생각하고, 너는 어리석다 생각하는, 중생으로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지혜가 있다면, 우리의 영혼이 템포를 놓치는 일을 예방할 수도 있을 일이다. 

스님의 글을 읽고 스님을 만난 어떤 이가 "와서 보니 대단치도 않네. 바싹 마른 중이네!" 했다 한다.
바짝 마른 겉모습은 보고, 스님의 글에 담긴 정신은 잊은 것이다.
나도 사는 일이 그렇다. 매일 겉만 보고, 사람이 곧 부처임을 늘 잊고 산다.
자신이 무상하기 그지없으면서도 부처인 존재인 줄 깨닫지 못하고, 타인을 '중생상'에 얽매 놓고 비평한다.
말 험악하게 하는 걸로는 선생을 따를 자 있을까? 

나쁜 친구란 음울하고 불쾌한 사람, 육신은 살아있지만 정신은 죽어있는 사람.
생각과 대화가 보잘 것없는 사람, 끝도 없이 지껄이는 사람,
남의 의견에 휩쓸리는 사람...입니다.
나쁜 친구를 가려내기 전에 나 자신이 과연 남에게 좋은 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227)
  

좋은 선생 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아는 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 

실천하며 살지 않는다면 안다는 것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많이 안다는 일은 많이 분별한다는 것. 적게 알면서도 많이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겸허한 마음은 아는 소리 전혀 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아는 것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물론 필요한 것은 알되, 그것에 우리의 혼이, 의식이 매이지 않아야 합니다.(216)
 

스님의 말씀에 언급된 것처럼, 재물이 없어도 선생 노릇하면서 베풀 수 있는 노릇이 얼마나 많은지, 많이 돌아보는 독서였다. 

재물이 없더라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무재칠시.
따뜻하고 온화한 눈으로 베풀고, 부드럽고 즐거운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고, 좋은 말과 부드러운 말씨로 사람을 대하며,
언제나 몸을 움직여 일어나 맞이하며 정성껏 대하고, 타인이나 다른 존재에 대하여 자비심을 가지고,
자기 자리를 양보하여 베풀고, 다른 사람에게 쉴 공간을 내 주는, 안시, 화안시, 언사시, 신시, 심시, 상좌시, 방사시. (263)
 

스님의 글을 읽는 일은 정보를 얻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부처님의 말씀은 하나도 낯선 것이 없다.
모두 내가 알고있는 것이고, 내가 읽었던 것이다. 모두 옛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던 것이고, 부처님도 이렇게 들었던 것이다.(如是我聞) 

순수한 천국이란 정보가 전혀 없는 곳이다.(203)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불행하다.
 

인터넷을 켜면 실시간으로 뉴스가 전해진다. 예전엔 서울서 뉴스가 부산으로 내려오는 만큼 시간이 필요했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달되는 만큼 시간이 걸리고 했다. 뉴스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흉칙하고 무서운 것들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정보로 제공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는 불행한 곳이다.
현대인들이 바캉스를 떠나고 싶어하는 곳들이 모두 한결같이 정보가 유통되지 않을 법한 산골짜기나 바닷가가 아닌가.
물론, 이 좁은 한국에서는 바닷가 가도 인터넷 빵빵 터지는 피시방이 가득하지만... 

전생 일이 궁금하다면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그리고 내가 현재 짓는 것을 통해서 다음 생을 미루어 알 수 있다.(214) 

그저 읽기만 할 노릇이 아니다.
나의 현생이 그저 그렇다면, 다음 생을 위해 열심히 살 노릇이다.
나의 현생에 힘든 일이 쌓인다면, 다음 생엔 힘든 일 쌓이지 않도록 지금 발심할 일이고,
남들의 현생에 지복이 가득하다면, 질투할 노릇이 아니라 분발심을 가득 낼 일이다. 

스님의 소멸 후에 스님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마음 한켠이 쓸쓸해지는 일이다.
그렇지만, 고통은 집착에서 오는 것,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사시고, 도를 공부하시면서 소멸의 진리를 아시는 스님이셨으니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제발 손가락 좀 그만 쳐다보고 달을 좀 보라고 큰 일갈! 주시고 가셨으리라 생각한다.
스님,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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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법정 스님이 쓰신 책이 아니다. 

편집부에서 법정 스님의 책 중에 인용된 책들을 가려 해제를 하고 스님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함께 실었다. 

스님이 남기신 '말빚'에 이런 것도 들어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지만, 후세들에게 들려줄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들기때문에 스님의 독서력을 살피고 또 좋은 책은 가려 읽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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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21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쓰시진 않았어도 법정 스님이 언급하신 책들이라면...법정스님의 말씀 내용을 주로 담고 있겠군요.

글샘 2010-03-21 17:52   좋아요 0 | URL
법정 스님께서 살아 생전 즐겨 읽으시던 책들인데요. 편집부에서 스님의 말씀도 인용하고, 그 책에 대한 감상들도 적고 그런 책입니다.
 
우토로의 희망 노래 미래의 고전 16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1940년 일본 땅 우토로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였던 시기.
일본에서 비행장을 만들겠다고 조선 사람들을 우토로로 데리고 가서는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비행장을 만들도록 했다.
조선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여 비행장만 만들어지면 가족과 함께 조선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비행장이 채 만들어지기 전에 일본은 패전을 하고,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을 우토로에 남겨 둔 채 그것올 떠나고 말았다.
오갈곳을 잃어버린 조선 사람들은 우토로를 터전으로 꿋꿋하게 삶을 이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땅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우토로에서 평생을 보내 온 조선 사람들을 쫓아내려 한다. 

결국 1989년 교토지법에서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란 주민자치 단체가 소송을 걸어 1998년 패소하고
같은 해 오사카 고등법원에서도 패소 판결이 난다.
2000년 최고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나 강제 퇴출 위기에 놓이지만,
다양한 노력의 결과 2010년 1월 현재 재단 설립이 막바지에 이르러 실질적인 토지 매매를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지금은 아니다. 기다려 달라.> 

저런 말을 해서 의혹을 사고 있는 희한한 쥐같은 녀석이 있다.
독도를 일본 교과서에 자기네 땅이라고 싣겠다고 하니 했다는 소리라는데,
사실, 한일 관계의 뒤틀림에는 친일파 다카키 마사오(한국명, 박정희)의 역할이 크다. 

온 국민의 반대를 짓밟고 해방된 지 20년도 지나지 않아 김종필을 밀사로 보내어 차관을 도입하면서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도장을 찍어줬다는 것인데, 독도에 대한 밀약도 그때 무언가 있었다고도 한다. 더럽고 무서운 넘이다. 

우토로의 고통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소설은 우토로에서 학교를 다니는 어떤 여자 아이의 고통과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우토로의 조선인 구역에 산다는 이유로 민족적 박해를 받던 아이가, 자기가 박해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당당하게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동화는 쉽게 읽히면서도 우토로의 문제점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 

조선으로조차 올 수 없었던 우토로 사람들.
서경식 선생이 늘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디에서든 다 버림받은 사람들... 재일조선인, 자이니치...
그들을 한 민족으로 여기지 않고 반드시 동포, 교포란 이름으로 금 긋다가 툭하면 간첩단 사건에 집어넣곤 하던 무서운 조국.
그 디아스포라의 여정은 우토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쟁 때 끌려와서 이만큼 만들어 놓은 게 다 우리 조선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몽땅 내 놓고 떠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우리가 들어오고 싶어 들어온 게 아니고, 남고 싶어 남은 게 아니야.
우리는 전쟁 때문에 들어온 거고, 전쟁때문에 남겨진 피해자란다.
그런 우리한테 사과는 못할 망정 평생 살아온 땅을 내놓으라니, 말도 안 되지.(140) 

할머니의 증언은 우토로의 현실을 적실하게 보여준다.
국가와 민족이 도대체 무언지,
'국가가 나한테 해 준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어린이 소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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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즈마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삘이 꽂혀서 김이설의 새책의 <열세살>을 알라딘 미리보기로 조금 읽었고, 도서관에 문의해서 바로 '나쁜 피'를 빌려 읽었다.  

도서관에 어렵사리 발걸음을 한 김에 소설 코너에서 몇 권을 뽑아들었는데, 

공지영의 도가니는 어제 자습감독하면서 조금 읽다가 밤늦게까지 잡고 읽었다.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도 나를 기다리고 있고, 현기영의 <누란>도 새초롬하게 서있다.  

선덕여왕을 안 본 나로서는 김별아의 <미실>도 조금 궁금하여 빌려왔다.

 

 

 

 

 

소설은 아니지만 <러시아 미술사>도 틈내서 읽어보려고 업어왔다. 

 

 

 

 

 

 알라딘 서평단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요즘 읽고 서평을 올려야 할 책이 몇 권 있는데,
요즘처럼 학기초에 피곤하고 정신이 분산될 때는 독서는 어렵고 소설이 만만하다. 

헌법도 읽기 시작은 했지만 조금은 딱딱하고, 
석유종말시계는 시작도 못했으며,
과학, 인간의 신비를 재발견하다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주말에 긴시간 이용해 읽을 계획으로 있다.

 

  

 

 

 

 푸른책들에서 <우토로의 희망 노래>를 보내주셨는데, 슬픈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는 무조건 슬프다.
재일 조선인 이야기도 무조건 슬프다. 

전호인님께 받은 책으로 <무미예찬>을 반쯤 읽고 있는데, 천천히 읽고 싶어 간혹 보고 있는데,
맛,에 집착하는 세태에, 맛없음, 맛을 추구하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가 감명깊다.

프로메테우스출판사에서 <제1권력>을 보내주셔서 1/4쯤 읽었다.
정말 저자의 발상에 깜짝깜짝 놀라며 읽을 수밖에 없는 멋진 책이면서 두려운 책. 

지셴린의 <다 지나간다>도 절반쯤 읽고있는 중이고,
법정 스님 생전의 마지막 책 <한 사람은~>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이 두 권은 다 읽기가 두려워 조금씩 마음을 다스리며 읽느라 아끼는 책들이다.

 

 

 

 

 

 

책을 빌려다 놓고 못읽을 때면 아쉽고 아쉽지만, 마음 든든하기도 하다.
양철북 출판사에서도 <여우와 토종씨의 행방불명>을 보내주기로 하셨고,
우리학교에서도 <생각하며 읽는 시>를 보내주실 것이다.
소화제가 없어도 되는 '과독'은 즐거운 부담감이다. 아, 한 1주일 폭 엎어져서 책만 읽고 살면 원이 없겠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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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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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광란의 도가니, 열광의 도가니, 감동의 도가니... 이렇게 쓰는 말, 도가니.  

그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점토(粘土) 혹은 다른 내화성(耐火性) 물질로 만들어진 용기.고대로부터 금속을 녹이거나 시험하는 용기
2.  소의 무릎뼈. 무릎에 붙은 살덩이가 도가니살이고 뼈도가니는 무릎뼈이다. 

보통 도가니탕은 도가니에 끓인다고 아는데, 도가니탕은 2번 용례이고, 이 책의 도가니는 1번 예로 쓰인 것이다.
용광로와 비슷한 말이겠다. 여러 가지가 한 군데 얼키고설켜 녹아 뒤섞이는 곳이 도가니인데... 

홍세화 선생이 '공화국'을 '부패'나 '삼성' 등 부정적인 용어와 연결지어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바 있지만, 그렇다고 좋은 용어를 제시한 것도 아니었는데, 오늘 도가니를 읽고 보니, 부패나 삼성처럼 끌탕치는 사태와 어울리는 용어가 바로 도가니가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은 내용상 장애 소설이고, 사회 비판 소설이며, 추리 소설이고 여성 소설이며 법정 소설인 셈인데...
결국 이 소설 독파 후에 남는 것은 '부패의 도가니' 한국에 대한 오욕의 구역질 뿐이다. 

휠체어 타고 등장하는 넘들은 무죄가 되고, 김길태처럼 가난한 넘은 유죄가 되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원칙이 헌법 위에 자리한 '정글-도가니'를 국가라고 이름붙이기도 뭣하지만, 사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간 관계의 늪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라는 공간이다. 

한 나라의 인권을 보려면 감옥과 같은 취약한 곳을 보면 된다고 하지만, 내가 오늘도 근무하는 이 학교, 수많은 사람들이 신규 교사로 임용되고 싶어 그토록 애태우는 이 학교도 그 취약한 곳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엊그제 인근 중학교의 한 교장이 뇌물 수수 혐의가 포착되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음독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발생했지만, 그 사람인들 그 돈을 받고 싶어 받았으랴? 거대한 시스템의 한 깃털이었을 따름인 것을... 언제나 몸통은 요지부동인데 깃털만 바람에 따라 흔들리다가 뿌리채 뽑히기도 하는 일인 것을...  

아침 8시 이전부터 밤 10시까지 아이들을 복도에서 몽둥이 들고 감시하는 간수처럼 변질된 나의 교직 생활은 날마다 까무룩 잠 속으로 빠져들지만... 이 거대한 시스템의 어느 구석에선가는 지금도 '공 모 전 교육감놈'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는 새끼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자식의 느끼한 낯짝을 보는 일은 이 소설 속의 쌍둥이 범죄자들을 만나는 일처럼 기분 상하는 일이지만, 그런 경험은 뉴스를 접하다 보면 휠체어 투혼을 발휘하는 각종 회장님들의 쌍판때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모욕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27)
주인공은 부패의 도가니로 들어가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진정한 인생? 인간의 혼을 쏙 빼놓아서 껍데기만 걸어다니는 것같이 의미를 찾기 어려운 상태를 진정한 인생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악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일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건지...

배배꼬인 실타래처럼 쾌도난마의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모순의 도가니, 한국,
거기서도 약자 중의 약자인, 여성, 장애자 중에서도 장애아들, 그 중에서도 가난한 아이들, 그 중에서도 시골에서 부모가 찢어지게 가난하고 무책임한 아이들, 그러면서도 인면수심의 짐승같은 어른들을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아프고 슬프고 분노하게 하지만... 

무진의 안개를 뒤로하고 현실을 떠나 현실로 돌아오는 이 이야기는 비판적 시선을 <시민운동하는 여자> 정도의 그것에서 머무는 아쉬움이 있다. 그 약자 중의 약자들의 이야기가 되지 못하고, 한 발만 빼면 천변 저쪽의 뉴 스트리트를 활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당신들의 천국'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 하다.  

그렇게 한 발 빼고 난 자리에 오롯이 남은 '홀더'는 어쩌면 생뚱맞다.
홀로 더불어라니... 없는 사람은 홀로 살고, 가진 자들은 더불어 사는 '부패의 도가니'를 풍자한 말이라면 모르되,
이 세상 어디에도 '홀로 더불어' 정신으로 사는 곳은 없어 보인다.

몸서리치게 징그러운 것이 인간이지만, 공지영의 이야기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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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처럼 큰 출판사에서, 것도 공지영은 대한민국 1등 소설판매인데...
한글맞춤법에 소홀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끼여들었다...를 쓴 곳도 있고,(끼어들었다...가 맞다.) 

94. 댓가를 쓴 곳도 있다. (대가...가 맞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래어 표기법이 우습다. 

씨스템, 엘리뜨, 베떼랑... [짜장면]도 외래어라고 자장면으로 쓰는 판국에,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도 아닌 영어를 저렇게 표기하는 저의가 몹시 궁금해지는 1인... 

그리고 법정 스릴러라면, 치밀한 자료조사가 필수이거늘... 전교조가 비합법이던 시절 '조합원 명부' 같은 것을 법정에서 제출한다는 일은 사실상 어불성설인 것이다. 지금도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는 것이 그토록 뜨거운 감자일 수 있는 것인데, 비합법 시절의 '명부'란 사실상 살생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작가가 전교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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