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지 꽃이 피고 만가지 열매 익어 - 대행큰스님의 뜻으로 푼 천수경
대행스님 지음 / 한마음선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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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은 천개의 손을 가진 관음 보살님의 가피를 원하는 경전으로 되어있다. 

그런 만큼,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이 잘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뭐 책으로 읽을 거리가 있는 그런 경전은 아닌 편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살고있는 현세를 돌보아주는 것으로 알려진 관세음보살님께 비는 마음이야말로 간절하기 그지없는 것이어서, 천수경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 천수경을 그림을 넣어서 아름답게 꾸몄다. 

이 책의 그림들은 '나'의 중심성을 잘 살리고, 온 세계를 곷으로 가득찬 충만한 세계로 잘 표현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보시고 觀,  
세상의 모든 것을 들이신 音,
관음 보살님께서 자비를 베푸시기 위하여 필요한 손길 手 천 개... 

스스로가 부처임을 깨달으면, 세상은 천국이 된다... 가 천수경의 내용인데,
세상은 너무도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아, 세상에 무서운 일들이야 원래 많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관음보살님의 손가락들이 우리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주시길,
관음 보살님은 모든 것을 보시고, 들으시고, 그래서 슬프고 슬프시겠지만, 인간은 좀 더 많은 것을 안 보고 안 듣고 살았으면... 

만 가지 꽃이 피고, 만 가지 열매 익어 가는 세상에, 인간이 정말 꽃처럼 열매처럼 결실을 맺으며 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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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나이에 지다(홍세화)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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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법조계 등에 대한 불법 로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경영권 불법 승계 ... 이것이 삼성이란 괴물 재벌의 생존 전략이라고 김용철이 폭로한 책이다. 

김용철은 결국 졌다. 그렇지만, 김용철이라는 용기있는 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많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도 졌다. 사제단이 촛불집회를 말아먹었다는 헛소리를 하는 자들도 있지만, 그들은 세상을 모르는 이들이다. 촛불은 어차피 꺼질 때가 돼서 꺼진 것이다.   

그러나 김용철의 이같은 가슴 터지는 경험에 대한 고백과 사제단의 노력으로 삼성에 대한 일단이 세상에 밝혀졌다.
물론, 그들의 더러운 삶의 방식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용철의 이 책을 읽기가 두려웠다.
살아있는 권력에게 벌벌 떠는 검찰, 영원히 살아있을 권력의 개가 된 검찰을 지금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과 행정과 사법이 모두 군사독재 시절보다 철저하게 '돈'의 시녀가 되어버린 세상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 사는 원리가 그렇게 추잡한 것 아니냐는 듯, 참여정부라는 이름을 내는 곳도, 노무현을 쥐락펴락 하던 곳도 삼성의 돈다발 안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책을 읽기가 두려웠던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난 지금도, 역시 사는 일은 두렵다.
전두환의 비자금을 까발리던 검사가 삼성으로 들어가게 된 내력과, 삼성을 정면으로 들이받게 된 사연을...
그리고 그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고, 조사하지도 않는 불성실한 검찰...
권력을 물어뜯을 수 없다는 썩어빠진 검찰을 길들인, 삼성 장학금의 실체는 세상을 온통 미쳐버린 붉은 색으로 물들인 것 같다.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을 읽을 때,
아, 미국의 돈줄은 이렇게 추악한 모습으로 세계를 향해 있구나... 하고 느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한국의 <제1권력>이 이런 모습으로 부패해 있구나... 하고 온 몸으로 전율했다. 

누군가는 오늘도 '삼성 공화국'에서 살아가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건희 회장님께 감사기도를 올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오늘도 '삼성 장학금'을 받아 룸살롱을 전전하며 희희낙낙할는지도 모르고...
그러나 누군가는 오늘도 컴컴한 복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피를 토하다 죽어갈는지도 모른다.

<홍세화 칼럼> 스물 셋 나이에 지다...
http://www.hani.co.kr/arti/SERIES/114/414621.html 

'삼성' 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좀 더러워도 빨리 성장하는 것이 좋은 일이 되어버렸다.
없는 것들은 좀 무시해도 좋은 것이 되어버렸다. 가진자들이 앞서가는 데 없는 자들이 길을 막아서는 안되는 거였다. 

광주를 쓸어버리고 권력을 잡았던 신군부처럼,
삼성만이 유일의 가치인 삼성 공화국에서는 오로지 삼성을 인정하는 자만이 '공화'국 국민이 될 자격이 있다.
모두 화합하여 살아가는 삼성 공화국에서 김용철이나 사제단 류의 떨거지들은 지탄의 대상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박연차나 천신일보다 수천만배 큰 규모의 삼성 장학금을 조사하지 못한 채, 노무현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정말 노무현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나니 하게 된다.
권력이란 것의 허상을 깨달았을 때, 칼날 위의 꿀을 빨던 혓바닷에 보게 된 피맛이랄까... 

존엄하게 태어난 인간,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얻으려고 애쓰지만,
삼성왕국에서는 그 물적 조건을 얻으려면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내던질 것을 요구한다.(위, 홍세화 칼럼에서...) 

아, 무서운 노릇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내던지고 얻을 수 있는 물적 조건이란... 지위와 권력이란... 

이 땅덩어리가 온통 두려움으로 가득 휘말림을 견디기 힘들게 하는 책. 

John Greenleaf Whittier라는 시인이 남겼다는 말이 있다.
"말로든 글을 통해서든,
모든 슬픈 말 중에서도 가장 슬픈 말은
'그럴 수도 있었는데'
라는 말이다." 

김용철과 사제단의 발표는 <삼성을 더 건강한 기업으로 고칠 수> 있었는데...
<삼성을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사건이었다. 

슬픈 말 중에서도 가장 슬픈 말...
그럴 수도 있었는데...   

아래같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깃털을 미워하는 사람들로서는 또다시 그 슬픈 말을 반복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떡을 언제 돌려야 할는지,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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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래도 삼성에 자녀를 취업시키고 웃음이 나십니까?
    from 글샘의 샘터 2010-05-12 15:39 
    지난 2~3년간 '반도체 백혈병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또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시민단체 '반올림'은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여직원이 지난 9일부터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 판정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12일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2003년 입사한 이 여직원은 2007년까지 연구실에서 잠깐동안 불량 처리된 반도체 제품 테스트 업무를 맡아왔고 2007년 이후 사무실에
 
 
 

 

정연주 사장과 리영희 선생님.



간 경화로 복수를 빼야하는 지경가지 이르셨다는데... 얼굴빛이 안 좋으시다. 

속히 쾌유하시기를... 

내가 대학 들어가서 읽었던 우상과 이성, 전환시대의 논리... 그리고 몇 년 전 읽은 대화. 
지난 번 읽은 프리즘, 21세가 아침의 사색가지...

모두 마음 한 켠을 찡하게 울렸던 글들이고, 지금의 나를 만든 팔할의 책들 중 중요한 것들이다. 

세상은 흉흉하고, 이 정부 들어서 훌륭한 분들이 세상을 뜨시는데, 리영희 선생님만은 속히 쾌유하시길 바란다. 

선생님의 책들을 찾아본다. 

 

 

 

  

 

 

 

       

 

 

 

 

 

    

 

 

 

 

 

 

 

 <리영희 저작집 12권 목록>

1권 전환시대의 논리
2권 우상과 이성
3권 80년대 국제정세와 한반도
4권 분단을 넘어서
5권 역설의 변증
6권 역정
7권 自由人, 자유인
8권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9권 스핑크스의 코
10권 반세기의 신화
11권 대화
12권 21세기 아침의 산책 

내가 읽은 것은 5,7,9,10권 빼고 여덟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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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4-10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얼굴빛이 많이 안 좋으시네요...진심으로 쾌유를 빕니다.

비로그인 2010-04-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 선생님께서 몸이 편찮으셨구나~~ㅠㅠ. 정말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읽고나서 머리의 눈이 떠지는 걸 경험한 뒤로 저에게도 사상의 은사였던 분이세요.

hereisnt 2010-04-1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상에 계시는 모습을 뵈니 걱정이 되고 마음이 안좋습니다
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 주머니 속의 샘터 명작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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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잘 계신지요. 

저는 요즘 친일파가 되고 싶은 심정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일제 강점기의 피해상을 읽으면서, 또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으면서 제가 얼마나 일본을 증오했겠습니까마는, 요즘, 일본 사람들의 제 나라 사랑에 감동을 받을 정도입니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제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 근거도 없는 말이나마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차라리 존경스럽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왜 이리도 제 나라를 위해서 한 마디 하는 정치가가 없고,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그저 제 한 몸의 안위를 위하여 쉬쉬하며 감추려고 몸둘 바를 모르는 꼬락서니인 모양인지요. 
부끄럽고 슬프기만 할 따름입니다. 

십오 년도 전에 제가 지인에게 선물한 기억만 나고 읽어보지 못했던 책을 스님 잠드신 소식을 듣고 나서야 찾아 읽고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침묵의 말씀인지도 모릅니다.
스님의 절판 선언이 오히려 큰 말씀이었는지도... 

존재의 바탕인 침묵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190)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날마다 기도를 드리고 있지만 영혼의 침묵 속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듣기 좋은 말로 할 뿐이다. 그러나 진실한 기도는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원초적인 침묵으로 이루어진다. 말씀이 있기 전에 침묵이 있었다.
 

스님의 이 이야기들은 십오 년 쯤 전에 씌어진 것입니다.
그 때의 대통령도 지금 이 당에서 나온 사람이었고,
지금과 흡사하게 별 지긋지긋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잡아먹었고, 한명숙 전 총리도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 난리를 치지만, 오늘 1심 선고는 무죄로 판명이 났던가 봅니다. 미친 검찰은 줏대도 없이 명령에 따라 다시 항소를 하겠다고 날뛰고 있구요.
숭례문 불탄 이후로, 온갖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용산에서 사람이 타 죽더니, 이번엔 멀쩡한 바다에서 해군 함정이 사라지는 사고까지 나고 말았습니다. 국가는 온통 신뢰를 잃을 짓만 하고 있습니다.  

절이나 교회에 종교가 있다고 잘못 알지 말아라.
어떤 종교든지 일단 조직화되고 제도화되면 종교 본래의 길에서 벗어나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그때 종교는 더이상 신이나 진리로 가는 길이 아니라 독선과 아집에 대한 변명이 되어버린다.(84)
 

그래서 스님은 불일암조차 떨쳐버리고 오두막 생활을 하시다 폐를 상하시어 돌아가신 것인지요.
온통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가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 이야기로 수두룩한 세상따위 그대로 벗어던지고 말입니다. 

나를 위해서 하려고 하는 온갖 종교적인 태도는 마치 돌을 안고 물 위에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러니 나라고 하는 무거운 돌을 내던져라. 그러면 진리의 드넓은 바다에 떠올라 진실한 자기를 살리게 될 것이다.(210)
 

그렇습니다. 인간만큼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이익밖에 모르는 종자가 또 있을는지요. 그래서 환경 문제의 최악의 범죄자가 인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해가 지고 난 다음 하늘이 벌겋게 물드는 현상을 노을이라고 하는데, 한 인생이 살다가 간 자취도 노을처럼 남을 거라고 여겨진다. 후회없이 잘 살아야 그의 자취인 노을도 아름답게 비쳐질 것이다.(98) 

아, 어찌 이렇게 삶을 부끄럽게 하는지요. 제 스스로 지은 업입니다. 

물고기는 잘 때도 눈을 뜨고 자듯이 수행자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물고기의 형상을 만들어 처마끝에 매달아 놓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혹은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를 건져 내듯이 고통바다에서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법의 그물로 구제하라는 뜻에서라고도 한다. 바람이 없으면 그 존재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풍경,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풍경은 우리들에게 명상의 소재를 끊임없이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무딘 귀는 단지 땡그랑거리는 풍경 소리로밖에 들을 줄을 모른다. (105) 

 

지금 대통령 말고, 전에 장로님 대통령이 계시던 시절,
연못에서 연꽃을 볼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147)
이렇게 쓰셨다.
인간은 참 치사한 동물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고궁의 연꽃마저 씨를 말리다니...  

사티쉬 쿠마르의 이야기를 인용하시는 중에,
우리의 학교들, 우리의 대학들, 정부들, 교육부들은 밤낮으로 아이들의 머리속에 케케묵은 필요하지도 않은 오히려 해를 끼치는 위험한 생각들을 쏟아넣느라고 바쁘게 돌아가면서 한 조각의 사랑도 심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아이들을 텅빈 물통으로 여기고 온갖 쓰레기와 먼지를 그 속에 쏟아 넣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163)
하는 구절을 남기셨습니다. 아,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매일 대하는 저로선...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이 있다. 자신의 발 밑을 살피라는 것.
신발을 제자리에 바르게 벗어놓으라는 뜻이지만, 나아가 자신의 현존재를 살펴보라는 법문.(198) 

아, 스님, 매일 제 자신을 돌아보겠습니다. 커피 내린다고 물 부으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그만 종소리 울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 살아라, 하고 스스로 타이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스님께서 귀하게 여기신 매화의 조건대로,
무성하고 살찐 것보다는 그 가지와 꽃이 드물고 여윈 것을 아름답게 여기고,
미숙한 것보다는 노숙한 것을, 피어나기 전 그 부풀어오르는 꽃망울의 충만감을 높이 사겠습니다.(322)
날마다 꽃망울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저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칭찬도 할 수 있는 일이니, 고마운 일입니다. 

원각경에서 <헛것인 줄 알았으면 곧 떠나라. 떠나면 본래의 밝은 그 자리>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343)
매일, 자신의 가치를 깨달을 줄 아는 마음챙김의 자세를 놓치지 않고 살려고 힘쓰겠습니다. 

하루에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종을 울리겠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의 종을... 

스님 편히 쉬십시오.
오늘 지율 스님께서 올리신 사진을 보니, 땅을 파헤쳐서 죽음의 길로 만드는 이들의 추악한 노릇이 통탄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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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사 -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
이진숙 지음 / 민음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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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풍만한 러시아 미녀가 사파이어빛 눈동자를 뽐내고 있다. 쿠스토지예프의 '미녀'다.
이콘이란 러시아 미술에서 아이콘이 나왔다는 정도의 상식 외에는 '러시아 미술'이란 것이 과연 있었는지도 몰랐던 나로서는 이 책이 상당한 충격이었다. 내가 배웠던 시답잖은 세계사 안에 들어있지 않았던 나라, 러시아.
러시아 혁명의 미화로 가득하던 시대에 대학을 다닌 나는 소련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결국 러시아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었던지를 무심하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90년대 초반, 나이트클럽이란 곳에 가면 러시아 미녀들이 백색 피부를 빛내며 엉덩이를 실룩거리던 모습을 본 것이 러시아에 대한 실존적 체험이었고, 소문으로는 러시아 피스톨도 거래된다는 이야기들도 들리곤 했지만... 사실 러시아는 혁명이 없어지고 나서는 관심 밖의 나라였다. 

요즘 들여다본 러시아 미술사는 마치 조선의 미술을 서양인들이 안 알아준다고 투덜대는 한국 학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의 삶에 관심도 없었으면서,
남들의 삶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왜 내 존재를 알아주지 않느냐는 투덜거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니콜라이 야로센코의 <그네에서>(209), <청강생>(211), <삶은 어디에나>(212) 이런 그림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청강생의 그 풋풋한 젊음에도 눈물이 나고, 그네에서 속삭이는 밀어를 떠올려도 눈물이 나고, 수용소로 가는 열차에서 밝게 웃으며 비둘기에게 모이를 던지는 어린 아이에게서 '인생은 아름다워'의 역설을 보는데도 눈물이 난다. 

바실리 페로프의 <트로이카>에서 힘겨운 러시아를 끌고가는 세 어린 아이의 모습도 눈물겹다.
이 책에 이렇게 눈물겨운 그림들만 있는 건 아닌데, 나는 이 그림들이 몹시 마음에 밟혔다.
삶은 어디에나... 힘겨운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 속의 자잘한 삶의 냄새로 그윽한 모양. 

블라디미르 마코프스키의 <가로수 길에서>도 가난하지만 따스한 인간들의 마음을 엿보게 하는 그림이다.(206) 

이 책에서 가장 알아들을 법한 대목이 <나의 사랑 비테프스크>다.
마르크 샤갈의 이야기이기 때문. 그는 러시아 태생이며 그림속 마을 비테프스크(배가 고픈지 자꾸 비프스테이크로 보임)는 러시아에서 독립한 벨로루시의 한 마을이란다. 샤갈의 그림들에 나오는 고즈넉하고 아담한 마을...
그리고 그림의 전반에 흩뿌려진 듯한 푸른 빛.
그의 환상적인 푸른 빛에 대하여는, 샤갈 하면 떠올리는 슬픔의 푸른색에는 343쪽과 같은 숨은 이야기가 있다.
환상적인 푸른 꽃, 바실료뇩. - 이 색은 샤갈이 떠돌이 생활 끝네 사랑하는 아내 벨라를 잃고 그린 투명한 푸른 색의 원형이었던 것이다.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우리의 구세주>(48)는 기적적으로도 성스러운 이의 이마에서 가슴 부분만 살아 남았다. 신비를 더한다.  



이반 크람스코이의 <미지의 여인>이다. 러시아 귀족의 오만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화면에 가득하다.
대기마저도 러시아의 그것을 호흡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흐린 것이 오히려 더욱... 

<레닌은 살았었고, 살아 있고, 영원히 살 것이다>처럼, 레닌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리는 뮤즈의 그림은 충격적이다.(424)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알려진 뮤스에게 영감을 주었던 존재, 레닌.
그의 죽음은 영감을 상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같지만,
이 그림에서 죽은 레닌의 시신이 방부 처리되어 아직도 붉은 광장에 영구 보존되듯,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신랄한 자기 비판에 맞닥뜨리게 된다. 

프라우다(진실이라는 뜻, 소련의 당 기관지)가 보여주었던 끝없는 '거짓'들은 현대 미술에서도 비판에 마주한다.
마치 이 나라를 쪼개는 것이 '한나라'란 이름을 쓰는 파당이고,
정의를 가장 짓뭉갰던 세력이 '민주정의'란 이름을 썼던 깡패당이었던 것과 같다. 

눈을 돌리면 어디나 사람의 냄새는 가득하다.
그렇지만, 눈을 감으면, 거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부지런히 눈을 뜨고 눈길을 보내야, 거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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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쪽.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렇게 써야할 곳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으로 쓰고 있다. 사소한 잘못이지만 고쳐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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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경험...
위의 쿠스토지예프의 <미녀> 이미지를 혹시 얻을까 하여 '다음'에서 '미녀'를 검색하고 '이미지'를 눌렀더니... 온갖 '므흣'한 여인들의 비키니 옷차림을 만날 수 있었다. 수백 장의 므흣한 사진 또는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혹시나 하면서 넘기는데, 허걱, 닭그네 공주가 있는 사진이 하나 있다. 닭그네와 미녀의 공통점은??? 검색 엔진의 실수가 아니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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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4-0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이죠.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친구들에게 추천도 많이 했고요 ^^

글샘 2010-04-11 23:25   좋아요 0 | URL
네, 관심없어 잘 모르던 러시아 미술사를 재미있게 읽어주는 책이예요.
근데... 러시아 사람들 이름은 좀...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