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들어주는 아이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사계절 저학년문고 26
고정욱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특수학급 학생이 있는 반의 담임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여느 아이에 비하여 마음도 약하고, 많은 경우 정상적으로 친구를 사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담임은 그 아이 하나때문에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에 마음을 몇 배는 써야하는데, 또 아이들은 그 아이때문에 겪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새학기가 되어 자기반에 다리를 못쓰는 아이가 배정된 걸 알게된 석우.
영택이는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해서 집이 가까운 석우가 아침저녁으로 가방 배달을 하게 된다.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사람들의 눈치도 보이는 쉽지 않은 일. 

그 일을 하면서 석우도 자라고 영택이도 수술이 잘 되어 지팡이를 하나 짚게 된다.
상을 받는 자리에서 3학년때는 안 들어주려고 생각했던 석우는 자리에서 울고 만다.
교장 선생님의 배려로 영택이는 석우네 반으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아이들의 섬세한 마음. 특히 생일 잔치처럼 누구에게나 축복받아야 할 날.
자신의 고난을 생각해야 하는 사람은 괴로울 것이다.
아이들의 고운 마음에 나는 상처는 비단 영택이같은 장애자에게만 오는 건 아니다.
석우처럼 가난한 아이들의 마음에도 생채기가 생기고 딱지가 앉고 한다.
다만 그 딱지 떨어진 자리에 더 여문 마음이 들어앉기를 바랄 뿐. 

장애자를 장애우로 부르는 걸로 기분좋아하는 얄팍한 것이 인간이다.
장애자면 어떻고 장애인이면 어떤가.
마음 속에서 장애를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말로만 장애우라고 부르면서 실제로는 마음 속에 빗장 가득 걸어닫는 사람은 스스로 장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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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판 시 2
이성복 지음 / 열림원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시집'이라 이름붙이는 일은 좀 쫌스럽다.
아니, 시답잖고 좀 우습다. 

시집이라는 말에는,
적어도 조금은 엄숙한 냄새가 배어 있어야 한다.
시집에서는 가끔씩 매캐한 종이 내음새도 새어나와야 하고,
빈 자리들에게서 느껴지는 여백의 미도 독자를 맘편하게 해줘야 한다. 

이 책은 차례에서부터 독자를 갑갑하게 만든다.
그리고, 각 편들의 글을 보면...
제목은 조금 시적이지만,
그 아래 라이너 마리아 릴케, 폴 엘뤼아르, 카프카, 브레히트 등 유명한 이들의 글이
두서너 줄 적혀 있다.
그 밑에는 열줄 내외의 단상들이 마구잡이로 적혀있는데,
그 글들의 내용은 제목에서 연상된 것도 있고, 시의 구절과 연관된 것도 있지만, 작가의 잡담이기가 쉽다. 

유난히 달밝은 밤이면 내딸은 나보고 달보기라 한다.
내 이름이 성복이니가. 별 성 자 별보기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애 보고 메뚜기라 한다. 기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치면, 영락없이 아파트 12층에 날아든 눈 큰 메뚜기다.
그러면 호호부인은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는다.
벼랑의 붉은 꽃 꺾어 달라던 수로부인보다 내 아내 못할 것 없지만
내게는 고삐 놓아줄 암소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오를 수 없는 벼랑의 붉은 꽃처럼,
절해 고도의 섬처럼,
파도 많이 치는 밤에는 섬도 보이지 않는,
절해처럼.(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마지막 부분에 조금 시적인 부분도 있지만, 좀 아니다. 싶다. 
이건 블로그에나 올릴 법한 글이 아닌가 싶어서... 그래서 블로그질이라고 '-질'이란 얕잡아보는 접미사를 붙이지 않던가.
시쓰는 일을 시질이라고 하진 않잖나 말이다.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18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외수처럼 그도 좀 이런 책을 쓰고 싶은가. 

기념비를 세우지 마라. 장미꽃으로 하여
그저 해마다 그를 위해 피게 하라.(라이너 마리아 릴케, 기념비를 세우지 마라)
 

이런 시가 좋으면, 그런 시를 쓸 일이지. 왜 리뷰처럼 끄적인 글을 책으로 낸 건지 모르겠다. 당최.
좀 안습이기도 하다.
이성부의 시 중 하나를 적으면서 아쉬운 마음을 대신한다.

그 날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치는 노인과 변통(便桶)의
다정함을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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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찾아서 창비시선 207
정희성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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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희성은 '詩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내 눈에는 '時를 찾아서'로 보인다.
그가 본 시대상, 바뀌어가는, 그래서 또렷한 별빛 하나 향해갈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여 당황스런 마음을
시로 적어본 것들이 많다.

이제 내 시에 쓰인
봄이니 겨울이니 하는 말로
시대 상황을 연상치 마라
내 이미 세월을 잊은 지 오래
세상은 망해가는데
나는 사랑을 시작했네
저 산에도 봄이 오려는지
아아, 수런대는 소리('봄소식' 전문)
  

민주대 비민주의 구도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대.
독재와 민중의 투쟁으로 세상이 이분되던 시대.
가진자와 못가진자가 극도로 달랐던 시대가 지나고,
민주를 외치던 자도 비루하고 독재자의 편이 되고
못가진자에게 조금 나누어준 콩고물은 못가진자를 분열시키는 약물이 되고...
세상은 망해간다고 그는 썼다.
봄도 없다고, 겨울도 없다고... 시대 상황을 오버해서 연상하지 말라고...

오십  평생 살아오는 동안 
삼십년이 넘게 군사독재 속에 지내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증오하다보니
사람 꼴도 말이 아니고
이제는 내 자신도 미워져서
무엇보다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 없다고
신부님 앞에 가서 고백했더니
신부님이 집에 가서 주기도문 열 번을 외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 
그냥 그대로 했다('첫 고백' 전문)
  

아, 나도 내 마음이 괴로울 때가 많다.
그렇지만 난 이렇게 몇 자 쓸 뿐, 고백할 데도 없다.
모든 뉴스가 비비 꼬여서 들리고, 사람도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정말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 괴로움을 대속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겠다.
그냥 그대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도 괴로웠을 것이지만.

水急不流月(물이 빨라도 달은 흘러가지 아니하니)...
세월은 물같이 덧없다지만
오늘밤도 달이 떠 물에 어리니('수급불류월', 부분)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달라지지만,
변치않을 손, 그것이 달이다.
누군가는 달에 손가락질하여 치어다보라 하지만,
자꾸 손가락만 보는 내 어리석음.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세상이 달라졌다' 전문)
  

그가 이 시를 쓰던 시기는 한결 조용해진 때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확실히,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가진자들이 저항하던 시기에 깨달은 것이 너무도 많았나보다.
잃어버린 10년,
그 기간동안 그들은 똘똘 뭉쳐있었나보다. 무서운 세상이다.

가파른 산길 내려오다가
취한 몸 가누어 치어디보니
아슬타, 벼랑 위 피어있는 진달래
이 봄사 늬는 잃어버린 혁명마냥 눈시울 붉혀
사월은 꽃피어도 쌀쌀하고
삶은 갈수록 쓸쓸하구나.('먼산' 전문)
  

민요같은 어조로, 삶은 갈수록 쓸쓸하고 날은 쌀쌀하다고 운까지 맞춰 본다.
진달래에 덧붙은 혁명의 정신마저도 쓸쓸하다. 시대가 그렇다.

참대 한줄기
수식어도 사양했다
겨울이여 생각할수록
주어는 외롭고
아아, 외쳐 불러
느낌표가 되어 있다('세한도' 부분)
 

시대가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의 마음을 돋운다 하여도,
겨울이라 생각할수록
주어는 외롭고,
늘 외쳐 불러
느낌표가 되어버리는 세한도를 떠올리는 일은 그래서 조금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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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끄러운?세상에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어서 좋습니다..
    from 즐겁게~재밌게~ 2010-05-19 12:24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세상이 달라졌다' 전문) 저항마져도 빼앗긴 슬프게도 조용
 
 
 
도깨비살 작은도서관 10
김성범 지음, 노기동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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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 가면 도깨비살, 어살(漁箭), 독살, 살뿌리라고 일컬어지는 지형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도깨비들이 물고기를 잡기 좋도록 만든 살이라고 하는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왜구의 출몰을 막기 위해 둑을 막았다고도 한다.
아무튼 그래서 섬진강의 곡성 지역에는 물길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언덕에 도깨비를 조각하여 얹어두기도 한 작가가 그 마을에 토박이로 살면서 동화까지 엮어 내었다.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기도 좋아 보이고,
장난꾸러기 도깨비 대장과 할아버지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정겹다. 

우리 터에 태어나 우리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는 좋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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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5-1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은 하동이나 광양까지 가야 배가 드나들지 곡성이나 임실 쪽은 상류라서 기껏 강 건너편으로 건네주는 나룻배 정도나 있지요.한강 상류인 강원도와는 다릅니다.그대신 물이 맑고 얕아서 강 한가운데에서 다슬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인근 음식점에서는 강에서 직접 참게를 잡아 게장이나 탕을 만들어 팔지요.요즘은 웃녘에서도 여행객들이 곡성,구례를 많이 찾습니다.
 
아빠 좀 빌려주세요 작은도서관 27
이규희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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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사라진 자리에 아빠...가 들어섰다.
아버지는 가장이었으며, 가족의 중심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가부장이었고,
경제적 수입원이었고, 신문을 본다든지 하는 지적 차원의 어른이었으며, 정치적 입장의 권력자였다. 

반면, 아빠는 ...
아내와 아이들이 포근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경제적 수입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혼자서 벌어먹이기엔 삶이 너무 각박하여,
늘 부족함을 느끼며 눈치를 보아야 하고,
가족의 중심에서 조금 변방에 놓인 존재이며,
엄마와 아이들 중심의 의사 소통에서 조금은 거리감을 가지게 되는 꼰대 취급 당하기 일쑤이고,
아이들 교육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가지기도 어렵고, 관심을 보이다가는 부담준다고 면박받기 쉬운,
일요일에도 푹 쉬고 싶지만, 가족의 이런저런 행사에 기사 역할, 짐꾼 노릇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물론 가부장으로서의 권위가 퇴색된 자리에,
따뜻한 가장이자 가족으로서의 아빠 자리란 터를 잡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변죽만 울리는 쓸쓸한 남자,
집 나가면 남의 편인 '남편'에 불과한 사람의 외로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사람들도 많을 듯 싶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아빠'를 그리고 있다.
아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
아빠의 화상입은 외모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아이.
공사장에서 부상입고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는 아빠와 군고구마 파는 가난한 아빠의 이야기.
아빠가 돌아가신 친구에게 아빠를 빌려주는 가족의 이야기와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용기 얻는 이야기. 

안나 까레니나의 첫구절처럼 '불행한 가족에겐 각각의 이유가 있는 법'이어서 다양한 삶과 얽힌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모두들 또한 그 결핍의 부족분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메우면서 살고 있는 모습들이 다정하다. 

해체되고 따로 놀기 쉬운 가족의 모습에 아이들이 시무룩해질 때, 권해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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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9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5-19 08:52   좋아요 0 | URL
혹시... 아빠세요? ㅋㅋ

2010-05-19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5-19 15:0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ㅠㅜ

L.SHIN 2010-05-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요즘은 '아버지'보다는 '아빠'가 많은 시대입니다.
부양에 대한 의무만 있고 가족으로써의 위치가 너무 서글픈 자리에 있는 '아빠'들을 보면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