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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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는 에둘러가는 일이 없다.
그의 말은 모조리 반말이다.
왜?
높은 말은 할 말을 못하게하는 기제가 작동하니깐. 

그의 말에서는 하나의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도 필요없다.
그것이 그의 특장점이다. 

이런 싸가지없는 상담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바로, 그의 상담이 작렬하는 포인트에는 항상 적절한 개념이 동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상 용어로, 누구나 알아먹기 쉽게, 심리학적 용어들을 최대한 회피하면서,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바로 닿을 수 있도록, 썰을 풀고 이빨을 까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한 우물만 파라? No!
이런 것은 그의 상담의 기초다.

모르는 것 같으나
다 알고 있고,

약한 것 같으나
정말 강한 사람. 

이런 사람이 진짜다!

이런 멘트를 어젠가 마기님이 남기셨는데, 마침 김어준의 이 책을 읽던 내가 이렇게 덧붙였다.
나처럼 책을 읽어야 저런 생각이 나는 사람보다 마기님처럼 그냥 저런 생각을 내는 사람은 대단하다. ^^

자신감은 있지만 자존감은 약한 사람.
지능은 높지만 지성은 부족한 사람.
존재욕을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사람. 

이런 사람은 가짜다!  

자존감이란 그런 거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결핍되고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거. 그 지점에 도달한 후엔 더 이상 타인에게 날 입증하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만일 내가 서울대를 갔더라면 분명 그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김어준은 서울대에서 자존감에 조금 스크래치 먹으셨다. ㅋ  

그가 부려쓰는 개념들은 제법 쓸만하다.
아이들 상담하거나 코멘트가 필요할 때, 그의 개념들이 도움이 될 수 있어 죽, 적어 본다.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지성’
‘장애우’란 말은 타인 의존적이다. 말만말고 실천해야지.
개고기 안 먹고 애견을 거세해주는 자기중심적 사랑. 웃긴다.

우리 공교육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사유하고 각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공교육 바로 그거 하라고 있는 건데. 

아, 이런 신랄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글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객관화란 입체의 연속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

선택의 문제...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하지 말고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를 따져라

참 억울하다. 내가 늑대소년이어서.
돈 많이 버는 것보다, 비싼 집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제 나름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지는 거라 믿는다.
그게 없는 사람은 도무지 섹시하지가 않다.

딱 반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더치페이...

자식이 부모에게 갖춰야 할 건,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애틋한 연민이다.

존재를 질식케 하는 그 어떤 윤리도 비윤리적이다.
관계에서 윤리는 잊어라. 지킬 건 인간에 대한 예의

독립적 개체로서의 자각 없이는 개인의 자존도 없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양아치가 되라.

사랑을 왜 하냐고? 하지않을 도리가 없어서 하는 거다.

사랑은 복종이 아니다. 그걸 원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

그거 아시나. 결혼은 ‘그런놈’이란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놈인 줄 안놈’이란 하는 것.

연예인은 공인인가? 답 아니오.
연예인, 그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공복이 아니라 공공연한 영역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이다.
그들의 영업 내용이 퍼블릭한 것이 아니라, 그 영업 장소가 퍼블릭할 뿐. 

생선가게 주인. 상등품을 팔까?
먹을거다.
존재욕을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 사회다. 

라캉의 말,
아이는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기 욕망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행복에 이르는 가짓수가 적을수록 후진국이다. 
747 과업을 못이룬 나라가 아니라... 

꿈이니 야망이니에 주눅들거나 현혹되지 말고,
그저 자신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 가 보고 싶은, 만나보고 싶은 자들 리스트를 만들고 지워가자.
사람이 왜 사는가. 그 리스트를 지워가며 삶의 코너에서 닥쳐오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최대한 만끽하려 산다. 

아, 그의 글을 읽노라면, 그의 자기객관화의 경험을 펼치는 데서 주눅이 든다.
삶의 코너에서 닥쳐오는 놀라움과 즐거움,
거기 '관심'을 놓치지 말고, 늘 관심을 집중하며 살 것. 

그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다.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혹시 읽을 당신에게, 건투를 빈다!
김어준의 통쾌한 상담일지를 읽고 싶은 이에게는 강추.
다만... 중간 넘어가면서는 모르핀의 강도에도 불구하고 중독성이 확연하여...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뚝, 떨어질지도 모를 일.
그럼, 반만 읽어도 좋다. 그래도 그는 아마 우리의 건투를 빌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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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7-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들어가며 잘 읽은 책입니다.
원래 알던 분이지만 이 책 이후 김어준 딴지총수의 기사,글,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고 있습니다.

글샘 2010-07-07 19:52   좋아요 0 | URL
나경원,
이제 당신의 주어를 보여주시라.
심심해, 죽겠다.

지난번 나경원 인터뷰는 재미없었어요. 그여자가 재미없는 여자더만요. 고삐리때 최고의 탈선이 영화본 거라니... 밥맛입디다. ^^

김어준의 최장점이야 모든 케이스에 적응한다...구요.
학문적이지 않은 구라가 독자의 가슴에 와 닿죠. 근데, 뒷부분은 솔직히 좀 지겹...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35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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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엔, 내가 있다.
내 몸속엔 나 뿐이다. 그러나, 나는 누구일까?
지금 여기 앉아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나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김선우의 사물들에 홀린 이후로, 그의 시집이 속속 나를 스쳐지나가는데,
김선우의 몸은,
아니, 그의 뇌는...
일반 인간의 몸에 비하여 수분이 많은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수분은 눈물이나 땀같은, 이런 실존적인 수분이 아니라,
하늘에 뜬 두 개의 달과 교감하는 감수성,
1Q84에나 나올 법한 상상 속에서 몸을 뒤트는 한 마리의 암컷이 되어,
온 몸과 온 정신을 다 모아서 대뇌 피질의 수분 사이를 튀어다니는 잘디 잔 그녀의 전류들이여! 

이 땅에서 어미가 되고, 여자가 되는 일은,
즐겁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던 바,
그가 온 몸으로 느끼고 밀어올린 언어의 語族들은 찬란하지만 아직 미끈거리는 양수가 가득 묻은,
물기라고도 아니할 수 없지만, 또 물기라고도 하기 힘든. 그런 언어들로 가득하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여,
그대의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는가?
그대가 꽃피는 오늘이, 나에겐 왜 이다지도 큰 떨림인지, 몸이 아득하게 뜨거운지...
그대는 처음부터 나였다는 듯이...
아, 러브레터도 이런 것이 없다. ^^
이 시는 생명에 대한 찬양이기도 하고

귀가 하나 둘 넷 여덟
나는 심지어 백 개도 넘는 귀를 가진 돌도 보았네
귀가 많은데 손이 없다는 게 허물 될 것 없지만
길 위에서 귀 가릴 손이 없으면 어쩌나
나도 손을 버리고 손 없는 돌을 혀로 만지네
이 돌은 짜고 이 돌은 시네
달고 맵고 쓴 돌 칼칼한 돌 우는 돌
단 듯한데 실은 짜거나
쓴 듯한데 실은 시거나
혀끝을 골고루 대어보아야
돌이 자기 손을 어떻게 자기 몸속에 넣었는지
알 수 있네 무미무취라니!
무취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귀가 많으니 돌이야말로 맛의 궁전이지
당신이 가슴속에서 꺼내 보여준
막 쪼갠 수박처럼 핏물 흥건한 돌덩이
맵고 짜고 쓴데 귀 가릴 손이 없으니
내 입술로 귀를 덮네
입술 온통 붉은 물이 들어
어떻게 자기 귀를 몸속에 가두는지 보라 하네(돌에게는 귀가 많아, 전문)  

김선우의 사물들에 홀렸듯, 김선우의 관찰력과 그의 통찰력은 사물에 찐득하니 붙었을 때 제맛이 난다.

그렇게 오는 사랑 있네
첫눈에 반하는 불길 같은 거 말고
사귈까 어쩔까 그런 재재한 거 말고
보고지고 그립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대천 바다 물 밀리듯 솨아 솨아아아아
온몸의 물길이 못자국 하나 없이
둑방을 너머

진액 오른 황금빛 잎사귀를
마지막 물기 몰아 천지사방 물 밀어 가듯

몸이 물처럼
마음도 그렇게
너의 영혼인 내 몸도 그렇게(대천 바다 물 밀리듯 큰 물이야 거꾸로 타는 은행나무야 , 전문)

오블라디 오블라다, Life goes on... 인생은 계속되는 거예요... 언제나 진행중... 이런 말이란 것도 듣고,

무꾸라 했네 겨울밤 허리 길어 적막이 아니리로 울 넘어오면
무꾸 주까? 엄마나 할머니가 추임새처럼 무꾸를 말하였네
실팍하게 제대로 언 겨울 속살 맛이라면 그 후로도 동짓달 무
꾸 맛이 오래 제일이었네

학교에 다니면서 무꾸는 무우가 되었네 무우도 퍽 괜찮았네
무우-라고 발음할 때 컴컴한 땅속에 스미듯 배는 흰 빛
무우밭에 나가본 후 무우- 땅속으로 번지는 흰 메아리처럼
실한 몸통에서 능청하게 빠져나온 뿌리 한 마디 무우가 제격이
었네

무우라고 쓴 원고가 무가 되어 돌아왔네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
이라는데,

무우-라고 슬쩍 뿌리를 내려놔야 ‘무’도 살만 한 거지
그래야 그 생것이 비 오는 날이면 우우우 스미는 빗물을 따라 잔
뿌리 떨며 몸이 쏠리기도 한 흰 메아리인 줄 짐작이나 하지

무우밭 고랑 따라 저마다 둥그마한 흰 소 등 타고 가는 절집 한
채씩이라도 그렇잖은가
칠흑 같은 흙 속에 뚜벅뚜벅 박힌 희디흰 무우寺,
이쯤 되어야 메아리도 제 몸통을 타고 오지 않겠나(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나도 '무우'가 '무'가 된 것을 슬퍼했던 1인인데, 김선우가 나랑 같아서 반갑다.

강원도 산골로 국어선생을 갔던 물방울 같은 처녀의 이야기네 흙마당 어여쁜 여자의 방에 푸른보라 몸빛이 동쪽바다 물속 같은 장수하늘소 한 마리 날아들었네 어디서 큰 시름 있었는지 창 아래 반뼘 그늘 밑에서 날개를 쉬었다 하네 여자가 설탕물 만들어 약지에 찍었고 푸른보라 물결이 여자의 손을 핥았네 이슬과 송진과 개암냄새를 핥았네 그늘 깊은 피안이 달 끝에 걸려 문풍지를 악기처럼 울릴 동안 여자의 몸에서 새어나온 물소리 푸른보라빛 안쪽을 적셨네 서른 낮과 서른 밤……그늘이 뼈가 되고 꽃이 거품이 되어……훌훌한 이슬의 손이 어느날 장수하늘소를 일으켰네

여자는 갑자기 겁이 났네 하늘소 깊은 밤바다빛 떠나면 영영 안 돌아올까봐 유리병 속으로 밀어넣었네 창호지 마개에 숨구멍 내주고 꿀물 축인 연한 잎새 가장 깊은 살을 베어 넣어주었지만

일몰 낭자한 어느 저물녘 유리병 속에서 푸른보랏빛 바다는 죽어 있었네 사지가 뻣뻣해진 수천 장의 물결이 여자의 안쪽을 때려……

눈물빛 종이옷 손 끝에 매달려 타오르다 자지러지네 요령소리 어둠속으로 걸어들어가 어둠을 입고 나오네 안쪽을 적셔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천길 만길 밤물결이네 긴긴 순례 끝에 여승이 가만히 펼쳐 보여준 손 안에 쐐기처럼 장수하늘소座 박혀 있었네 손금에 파묻힌 유리병 속에서 잔물결 가득한 푸른보랏빛 성좌가 소름처럼 몸을 울고

지독한 폐소공포를 앓던 한 처녀의 이야기네 주먹을 꼭 그러쥐고 여승이 가만가만 목탁을 두드렸네 잘 살라지지 않는 무거운 종이옷을 입은 채 나는 손목을 잘라 자꾸만 닫히는 유리병 밖으로 던졌네 (폐소공포) 


70년 개띠여자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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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0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이리 시가 어려울까요.
몸이 물처럼....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글샘님이랑 동갑이라 이거죠?

글샘 2010-07-08 22:17   좋아요 0 | URL
저같이 훌륭한 국어샘을 못만나서 그렇죠.
세실님이 제 수업을 들으셨다면 시가 그리워서 온몸을 뒤트실지도...(이상한 멘트 아님 ㅠㅜ)
저는 세실님보다 2년 오빤데요. ^^ 아직 생신이 안 지나셨으니 4년 오빠로...
ㅋㅋ 제가 70년 개때 여자들이랑 좀 친한 편이랍니다. ^^
제가 오늘 술만 깨면... 휴~~ 음주 모드... 저 시를 님의 블록에 풀어 드릴게요.

비로그인 2010-07-09 00:40   좋아요 0 | URL
개띠도 아니고 개때 여자~
푸히히히~~
나 개때 여자야!

저 위에 맞춤법에 관한 페이퍼까지 올려놓고....
글샘님 완전 귀엽당!

세실 2010-07-09 08:41   좋아요 0 | URL
으헛...반갑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시 특강 해주시는거죠?
일주일에 한 편? 아 좋다~~~~
어머 글샘님을 왜 70년 개띠로 알았을까요? (오래전부터였는데...왜 그랬지?)
알라딘엔 저보다 어린 남자분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유일한 마태님이 저보다 한 살 위일껄요)
오빠도 계셨네요. 앞으로 깍듯이 모실께요. (어떻게? ㅎㅎ)


글샘 2010-07-09 10:55   좋아요 0 | URL
완전 귀엽당! 한나라당보다 훨 낫네요.
세실님... 깍듯이 어떻게 모실지... 먼저 얘기해 보셈.
오래 전부터 저를 개띠로... ㅠㅜ 그럼 개띠할게요. ㅎㅎㅎ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 두려움과 설레임 사이에서 길을 찾다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예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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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마 리카라는 정신과 의사가 임상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결혼은 무엇인지, 
현대 일본의 상황에서 특히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과연 정상적인 결혼 생활과 이상의 범위는 어떤 것인지... 편안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누구에게나 결혼이란 쇼킹한 경험이다.
부모 슬하에서 20년 넘도록 한 가지 생활방식으로 익숙해진 가족과 살다가,
전혀 낯선 이성과 모든 생활방식에서 부딪치는 생활을 겪게 되는데다가,
그 생활 속에서는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성'이 유일하게 둘 사이에 허락되고,
성이 쾌락을 낳을 수 있음을 깨닫고 향유하기도 전에 그만 여성의 몸에는 새로운 생명의 잉태와 함께 아름답던 젊은 시절은 사라져 버리고 천하무적 아줌마의 탄생을 알리는 출산과 육아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 못지않게,
일본에서도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 결혼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의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지만, 결혼 후의 생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자신들의 몫이란 것은 일본이나 한국처럼 복지가 희박한 국가에서는 설렘의 수준을 넘어 두려운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의 결혼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표지에는 순백의 망사 드레스 아래로 매혹적인 빨간 스타킹을 신은 여성의 다리가 묘하게 엇갈려 있다.
마치 처녀성의 부끄러움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을 향하여 열릴 좁은 문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한 그림. 

결혼 사용 설명서 1.
결혼에 대한 불안감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결혼을 선택했지만 결혼 후에도 여전히 불안과 결핍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43)는 해석은 그럴 법도 하다.  결혼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 이런 것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결혼해 버리면(옛날 마초식 용어로 확 도장만 찍어 버리면) 갈등의 요소가 사라질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은 결혼 후에도 여전히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 
아, 정말 '결혼 사용 설명서'가 절실히 필요하다. 

결혼 사용 설명서 2.
자식의 결혼을 자꾸 미루는 어리석은 부모들이 배워야 할 것도 있다.
자녀는 단순히 신체적으로만 성장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야 한다. 부모는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노쇠와 죽음을 직면해야 한다. 이것은 숙명적인 숙제다.(101) 

결혼 사용 설명서 3. 
패러사이트 싱글(パラサイトシングル, parasite single : 경제적 독립을 이뤄내지 못한 주로 20대 중후반의 이후의 독신자로서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결혼 사용 설명서 4. 
알맹이가 없더라도 결혼하면 행복이고, 못하면 손해고 패배인가? 폭력적이거나 돈벌이가 시원찮은 남편이랑 살더라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동정하고 훈계할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곧, 결혼은 행복할 것이 아니라면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결론!
정,말,로 원하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결혼과 행복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유예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여성들의 생각이 빨리 진화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의도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내몰리는 사회 시스템이 먼저 자리를 잡을지도 모르니까...(161) 

누구를 위해 부케를 던지는가?
결혼을 앞두고 주위를 둘러보기 쉽다고 한다.
누구누구는 결혼해서 20년째 잘 살고 있고, 누구는 또 골때리는 신랑과 아직도 버티고 있고,
애들때문에 참고 사는 사람도 있다 하고...
작가는 <주위를 둘러보지 말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마주보라>는 자립의식과 사랑이란 본질을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일본의 결혼이나 한국의 결혼이나 서로 맞추기 힘든 삶과 마주보며 닳아가는 것은 일반일 것이다.
다만, 한국의 결혼이 심각하게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상황에 많이 부닥칠 수 있게 하는 관습이 있음도, 한국 결혼 사용설명서에는 특이 사항에 기록해 두어야 할 것이다. 

결혼해서 '시'자만 들어가도 혈압이 상승하고, 눈동자가 초점을 읽게 되면서, 온 몸의 맥이 좍 빠지는 이른바 '화병'의 근원을 만드는 '결혼'생활에 대해서,
<Warning 경고> 표지나, <Caution 주의> 표지 등을 반드시 주지시키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일 듯 싶다. 

------------ 

오류로 보이는 의문 한 점.
157쪽. <32세, 남편을 찾아라 Find a Husband After 35)>의 32와 35의 차이는 뭘까? 단순 오타겠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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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0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해서 '시'자만 들어가도 혈압이 상승하고, 눈동자가 초점을 읽게 되면서, 온 몸의 맥이 좍 빠지는...
남자분들은 이런 거 잘 모를 거 같은데, 글샘님은 아실까요?^^

하지만 요것도 마음 먹기 나름이더라는...

글샘 2010-07-06 09:30   좋아요 0 | URL
20년이 넘어서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 하시지만... 갓 결혼한 사람들에겐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시'자만 들어가도 혈압 상승, 맥빠지는... 아내가 느끼면 남편도 당연히 알죠~
그거 모르면 '눈치도 없는기 인간이가?' 이런 소리 듣습니다. ㅠㅜ
 
옌젠씨, 하차하다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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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똑떨어지지 않은 사람, 옌젠씨는 우체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그는 대학때 알바로 들어온 일자리를 그냥 꿰차고 있다가 실직하고 마는데,
여자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결말을 짓지 못하고,
복지 국가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표류한다.
결국 옌젠씨는 하차를 선언하고, 자기 문패를 떼어버리고 만다. 

옌젠이란 딱딱한 이름,
그리고 우체국의 단순한 아르바이트라는 반복 작업.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쉽게 해직당하는 일상. 
친구도 여자친구도 주변에 없는 외로움.
텔레비전과 비디오 등의 가상 현실 속에서만 외로움을 달래 보지만, 역시 그것도 꽝! 
직업소개소에서 다시 소개해주는 직업들에서도 겉도는 인생.
문패를 떼어버리는 행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도려내버리는 포기의 선언이 아닐까. 

옌젠은 하차할거야. 다시는 승차하지 않아!
남쪽으로 튀어!에서 아버지는 국민을 포기하고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고 외친다.
현대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들을 점점 메마르게 만드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세계화>는 온 세계의 시민을 공평하게 노예로 만들려고 하고,
<자율화>는 온 세계의 시민들이 동등하게 자율적으로 무한 경쟁으로 뛰어들 수 있게 하고,
<국제화>는 국가간의 차이를 뛰어 넘어, 가진자들은 점점 단단한 성 안에 모여 살고, 성 밖의 세상에서는 슈렉이 살든 늑대가 살든 정글화로 치닫게 된다. 

<소외>가 지배하는 인간 사회는
선진국으로 불리든, 후진국으로 불리든, 인간이 누리던 평화로움과 인간간의 정감을 앗아가 버렸다. 

aus라는 전치사가 보여주는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느낌은, 빈익빈의 느낌을 더욱 맥빠지게 만드는 역할을 강조한다.
나는 옌젠이 아니야.
나는 아직 안전해.
내 자식은 공부도 잘 하고, 남들을 짓밟고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외치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하차하고 있는 옌젠씨의 실루엣이 자신에게, 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엄습하고 있음을 몸서리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재미 없지만, 삶의 고단함을 재미없게 전달해주는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굳이 의미를 찾고자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원문을 볼 수 없는 나로선 좋게 생각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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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05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히려 '남쪽으로 튀어!'를 읽으며 묘한 해방감과 동경심이 일었는데....
그런 느낌이 드는 쪽은 아니겠군요~~

글샘 2010-07-05 22:32   좋아요 0 | URL
그런 해방감은 전혀 없구요. 갑갑하고 답답하고 그래요.
 
요네하라 마리가 내게로 왔다
파워 리뷰어, 마리 여사의 '대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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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 수컷은 기르지 않는 거? 

원래 제목이 이렇게 생겼다. 

'기(記)'라는 한문 문체가 있다. 건축물·산수(山水)·서화(書畵) 등을 묘사하고 기술하는 한문 문체인데, 정자를 지으면 정자의 이름을 따서, 서재를 지으면 서재의 이름을 따서 '기'를 짓는다. 에세이 정도가 되겠는데, 자기가 겪은 일에대하여 기념하려고 주제에 따른 자기 소회를 적는 형식이 되겠다. 

마리 여사의 이 책은 어떻게 해서 개들과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가를 톡톡튀는 문체로,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10년 전에 나온 이 책을 지금 읽으면서도 마리 여사의 동물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이 '기'의 정리에 충실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은비 사건'을 마리 여사가 듣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몸서리치게 고통스러워했을지... 상상하기도 싫은 사건이었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마리 여사에게 '이제 남자 수컷도 길러 보지?' 이렇게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았다지만,
마리 여사에게는 사랑스런 충견 겐, 그리고 정말 예쁜 도리와 무리... 나중에 타냐와 소냐까지... 이들 가족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리 여사의 동물에 대한 친화감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주인 잃은 개 겐을 데려오는 이야기나, 회담장에서 통역 업무 수행중 만난 도리와 무리를 어떻게든 구조해 오는 이야기, 러시아에서 일본까지 타냐와 소냐를 공수하는 이야기까지, 동물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는 마리 여사의 이야기는 '사람살기도 힘든데 웬 동물에 관심을?' 이렇게 치부할 수 없는 경지의 무엇이 있다.  

2살이 된 조카도 못 가리는 대소변을 어린 고양이들이 척척 가리는 걸 볼 때, 인간보다 나은 점을 인정하게 된다.
인간은 너무 인간 중심적인 거다.

그리고 마리 여사의 글이 가진 힘은, 주인으로서 동물에게 느끼는 감정에 머물 뿐 아니라,
자연의 일원인 같은 동물의 하나로서, 동물들에게 감정이입되는 공감과 연민의 마음이 절절한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짖지 않던 개 겐이 어느 날 짖기 시작하는데, 수의사 말로는 이적지 남의 집이라 생각해서 짖지 못했는데, 이제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짖게된다는 이야기.
또 중성화 수술을 해 준 도리와 무리가 동물의 본능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쉬워 소냐가 길고양이와 합방하는 대목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마리 여사의 마음이 글 밖으로도 절절하게 묻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게 되는 것 또 하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리 여사 주변에는 비슷하게 동물에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보이게 된다는 것. 세상에는 보고 싶은 것과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마리 여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상에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동물에대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는 걸 보게 된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을 매력있는 애묘애견기로 자리잡게 만드는 것일게다.

'無理가 지나가면 道理가 물러간다.' 멋진 말이다. 고양이 이름을 '-리'자 돌림으로 짓겠다고 생각한 마리지만, 무리와 도리의 이름은 의미가 제법 깊다. 무리하게 되면 도리를 지킬 수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숫놈은 무리하고, 암놈이 도리가 되는 이치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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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7-0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미있나 봅니다. 출간됐을 때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ㅜ

글샘 2010-07-04 19:44   좋아요 0 | URL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기꺼이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