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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그는 에둘러가는 일이 없다.
그의 말은 모조리 반말이다.
왜?
높은 말은 할 말을 못하게하는 기제가 작동하니깐.
그의 말에서는 하나의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도 필요없다.
그것이 그의 특장점이다.
이런 싸가지없는 상담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바로, 그의 상담이 작렬하는 포인트에는 항상 적절한 개념이 동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상 용어로, 누구나 알아먹기 쉽게, 심리학적 용어들을 최대한 회피하면서,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바로 닿을 수 있도록, 썰을 풀고 이빨을 까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한 우물만 파라? No!
이런 것은 그의 상담의 기초다.
모르는 것 같으나
다 알고 있고,
약한 것 같으나
정말 강한 사람.
이런 사람이 진짜다!
이런 멘트를 어젠가 마기님이 남기셨는데, 마침 김어준의 이 책을 읽던 내가 이렇게 덧붙였다.
나처럼 책을 읽어야 저런 생각이 나는 사람보다 마기님처럼 그냥 저런 생각을 내는 사람은 대단하다. ^^
자신감은 있지만 자존감은 약한 사람.
지능은 높지만 지성은 부족한 사람.
존재욕을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사람.
이런 사람은 가짜다!
자존감이란 그런 거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결핍되고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거. 그 지점에 도달한 후엔 더 이상 타인에게 날 입증하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만일 내가 서울대를 갔더라면 분명 그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김어준은 서울대에서 자존감에 조금 스크래치 먹으셨다. ㅋ
그가 부려쓰는 개념들은 제법 쓸만하다.
아이들 상담하거나 코멘트가 필요할 때, 그의 개념들이 도움이 될 수 있어 죽, 적어 본다.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지성’
‘장애우’란 말은 타인 의존적이다. 말만말고 실천해야지.
개고기 안 먹고 애견을 거세해주는 자기중심적 사랑. 웃긴다.
우리 공교육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사유하고 각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공교육 바로 그거 하라고 있는 건데.
아, 이런 신랄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글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객관화란 입체의 연속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
선택의 문제...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하지 말고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를 따져라
참 억울하다. 내가 늑대소년이어서.
돈 많이 버는 것보다, 비싼 집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제 나름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지는 거라 믿는다.
그게 없는 사람은 도무지 섹시하지가 않다.
딱 반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더치페이...
자식이 부모에게 갖춰야 할 건,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애틋한 연민이다.
존재를 질식케 하는 그 어떤 윤리도 비윤리적이다.
관계에서 윤리는 잊어라. 지킬 건 인간에 대한 예의
독립적 개체로서의 자각 없이는 개인의 자존도 없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양아치가 되라.
사랑을 왜 하냐고? 하지않을 도리가 없어서 하는 거다.
사랑은 복종이 아니다. 그걸 원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
그거 아시나. 결혼은 ‘그런놈’이란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놈인 줄 안놈’이란 하는 것.
연예인은 공인인가? 답 아니오.
연예인, 그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공복이 아니라 공공연한 영역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이다.
그들의 영업 내용이 퍼블릭한 것이 아니라, 그 영업 장소가 퍼블릭할 뿐.
생선가게 주인. 상등품을 팔까?
먹을거다.
존재욕을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 사회다.
라캉의 말,
아이는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기 욕망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행복에 이르는 가짓수가 적을수록 후진국이다.
747 과업을 못이룬 나라가 아니라...
꿈이니 야망이니에 주눅들거나 현혹되지 말고,
그저 자신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 가 보고 싶은, 만나보고 싶은 자들 리스트를 만들고 지워가자.
사람이 왜 사는가. 그 리스트를 지워가며 삶의 코너에서 닥쳐오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최대한 만끽하려 산다.
아, 그의 글을 읽노라면, 그의 자기객관화의 경험을 펼치는 데서 주눅이 든다.
삶의 코너에서 닥쳐오는 놀라움과 즐거움,
거기 '관심'을 놓치지 말고, 늘 관심을 집중하며 살 것.
그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다.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혹시 읽을 당신에게, 건투를 빈다!
김어준의 통쾌한 상담일지를 읽고 싶은 이에게는 강추.
다만... 중간 넘어가면서는 모르핀의 강도에도 불구하고 중독성이 확연하여...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뚝, 떨어질지도 모를 일.
그럼, 반만 읽어도 좋다. 그래도 그는 아마 우리의 건투를 빌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