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어떻게들 지내시고 계신지요.
수박 화채라도 시원하게 해 드시고, 마룻바닥에 누워서 더위를 잊으시기 바랍니다.  

시작은 마기 님을 위한 시 특강이었지만, 점차 슬쩍 들여다 보시는 분의 수가 늘어서 요즘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
뭐, 어떤 분은 더 잘 할 수 있느냐?
헐, 뭘 바라세요? ㅋ 

어떤 분은 책으로 내면 좋겠다.
저는 책 내기 전에 사망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그냥 냅두시고, ㅎㅎㅎ
너무 기대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떠드는 말조각들은 제가 22년동안 수업하면서 교실에서 툭툭 내던졌던 말들을
모아모아모아서 적는 것일 뿐이니까요. 뭐, 깊이보다는 넓이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기 님,
마기 님은 좋은 시로 청강생들을 더욱 많이 모아오시기 바래요. ^^ 
이 글을 저 혼자 썼다면, 몇 사람이 보다 말았을지도 모르는데요.
아무래도 마기 님을 위한 시 특강...이라고 하니, 
얘들 뭐야? 이런 사람들이 제법 있었을 거 같네요. ㅎㅎㅎ
근데, 마기 님 시가 계속 붙어 나오니깐, 어디까지 가나 보자...
이런 심보로 보고들 있을 거 같은데요.
마기 님이 계속 좋은 시를 붙여 주셔서, 시 특강 횟수가 계속 늘어나기를 저도 소망합니다. 

음, 어떤 시를 골라서 손질을 해서
양념을 하고,
조리도 하고,
또 어떤 접시에 얼마만한 크기로 세팅을 하고,
테이블보는 어떤 걸로 깔아서
식욕을 돋우는 게 나을까?
를 많이 고민하지 않고 썼던 거였는데, 횟수가 늘다 보니,
제가 가진 레시피는 한계가 있고, 첨 맘먹었던대로
일반적으로 해석하기 좀 어려운 시들을 골라서
제 나름의 풀이를 붙여보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낮에 뜨는 반달 님, ^^
이제 낮에 뜬다고 안 보이는 줄 알지 마시고, 고개 내밀고 보세요~~ 

오늘은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를 같이 읽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시를 한번 낭송해 보시죠.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전에 한번 보신 시인가요?
처음 보신 분들도 많으시죠? 
느낌이 어떻습니까?
뭔가 좀 있어 보이죠? 그런데... 그 뭔가가 과연 뭔지, ㅋㅋ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 같습니다. 신부처럼... 베일을 쓰고. 

시를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낭송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은 감상법입니다.
그게 오히려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시를 꼭꼭 입에 넣고 씹듯이, 딱딱한 부분은 한참을 입에 넣고 불린 뒤에 쪽쪽 빨아먹을 수도 있겠지요.
저는 제가 해석하는 방식으로 읽어드리는 거니깐, 편하게... 편하게... 릴랙스...가 목적입니다. 

이 시는 우선 제목이 멋집니다.
꽃을 위한 서시, 캬,
우리 나라 시 중에 젤 유명하고, 젤 멋진 시가 뭐겠어요?
여기서 다른 시 대면 안 되죠? 윤동주의 <서시>라고 해야죠. ^^
윤동주가 식민지 조국의 현실을 생각하며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음을 부끄리며 쓴 시.
그 시집의 제목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란 시집이고, 그 처음에 올린 시가 바로 <서시>입니다.
서시의 뜻은 시집의 <서론>격인 시란 뜻인데요.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권두시입니다. 

꽃을 위한 서시니깐, 이 시를 누구한테 바친다구요? 네, 꽃입니다.
그런데, 똑, 잘라서 마지막에 뭐라고 했나요?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라고 했습니다.
이 시는 꽃에게 바친 시인데, 그 꽃을 한 단어로 뭐라고 비유했다구요?
네. 신부. 

아, 신부...
마기 님은 어떤 신부셨나요?
지금은 애기들 기르시느라 좀 삭았겠지만, ㅋㅋ 한창시절의 신부...
신부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거리지 않습니까?
사실 결혼식은 신부를 위한 거잖아요. 엄청난 가격과 엄청난 부피를 자랑하는 신부의 웨딩드레스에 비하면,
양복이든 턱시도든... 신랑이란 참, 들러리가 따로 필요 없다니깐요.^^
이 시는 꽃을 위한 서시, 이면서, 신부를 위한 서시입니다.
아,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아내도 아니고(음, 아내 하니깐 느낌이 팍 삭죠. 한 순간에 ㅍㅎㅎㅎ) 신,부.
신부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꽃입니다.
환하게 웃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그날의 꽃.
그날 찍는 수십 장의 결혼식 사진은 사실은 신부를 위한 거라구욧! 야외촬영은 또 말해 뭐한답니까? ㅠㅜ

그 신부를 사랑하는 화자는 신부를 꽃, 같대요. 맛이 좀 갔죠? 

자, 요기까지... 읽고 나서,
이 시의 첫 구절을 읽으시면, 허걱, 하실 겁니다.
아깐 안 보였던 구절이 바로보이죠. ㅍㅎㅎ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캬, 요즘 유행이 짐승아닙니까? '내 귀의 캔디'를 속삭이는 백지영 뒤로 보여주는 짐승돌의 식스팩!!!@_@
꺅, 짐승 중에서도 위험한 짐승.
드디어 첫날밤이 시작되는군요.
오늘의 꽃, 신부와 '시방 위험한 짐승'의 한판 승부. 

자, 19금은 요기까지.
19금을 오빠 방에서 본 여동생이 긴장하면서 그 페이지를 넘겼더니, 뭐가 나왔게요?
20토. 

이제 수능 모드로 돌입합니다. 수능 120일 전이니까요. 좀 경건하게 ㅋㅋ
여기서 '위험한 짐승'은 '윤리적'으로 위험한 짐승이 아닙니다. 이 위험한 짐승은,
지적으로 불완전한 인식을 가진 인간,을 뜻하는 말이에요. 

갑자기 재미없어졌죠?
자, 정말 알고 싶은 신부, 오늘의 주인공 꽃, 그의 베일을 걷고 싶지만,
<존재>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순간, 그 <존재>는 알 수 없는 존재로 되어버리고 만답니다. 

제가 아내와 결혼할 때요.
원래는 제 친구들 중에 여자라곤 어머니밖에 모르는 두 녀석에게 미팅을 제가 주선했거든요.
그랬는데 카이스트 있던 한 녀석이 펑크를 낸 거예요. 토요일인데 못올라오겠단 거죠.
그래서 제가 대타로 미팅을 했는데, 그 중의 한 여인이 지금 저랑 살고 있습니다. ^^ 

처음엔, 얼굴과 이름과 직업 정도만 알았죠. 그러니깐, 그 아가씨가 아는 아가씨가 된 거죠.
그런데, 그날 새벽 1시까지 놀다가 택시로 집앞까지 바래다 드리고(이때부터 흑심이 있었던 건 아니구요. 매너남 ㅋ)
왔는데, 잠자리에서도 계속 얼굴이 얼른거리는 거예요. 전번도 못 땄는데...ㅠㅜ
그래서 다음날 아내가 근무하는 아산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해서 아내를 바꿔달라고 했죠.
그래서 그날 오후에 또 만났습니다. 아, 둘이 만나니깐 얼마나 좋던지요. ^^
근데, 그날 딱, 만나니까...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묻고 또 묻고... 그게 사랑인 모양입니다. 알고 싶어요...가 무한대로 나올 수 있는 거.
듣고 또 들어도, 또 묻고 묻는 거... 그래서 아내랑 일주일에 두세번 만나면서 급 친해졌죠.
그런데, 만나고 만날수록 정말 궁금한 건 계속 생기더라구요. 

이런 이야기를 이 글의 화자는 하고 싶은 거랍니다.
인간의 <존재>의 본질은 알고자 하면 끝도없이 알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거요.
나는 쟤 알아~ 라고 하지만, 그 사람과 친해지면 질수록, 정말 아는 건 없는 거잖아요.
심지어,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하고 뻐기지만, 정말 곤란에 빠지면 정신과 가서 '제가 누구래요?' 이렇게 묻게 되는 거구요. 
나를 알려고 절간에 들어가서 '스님, 제가 누군지 알고 싶어 왔습니다.' 이렇게 물으면,
큰 스님은 '너를 가져오너라, 네가 누군지 가르쳐 주마.' 이러실 걸요?

'위험한 나'는 너를 정말 알고 싶어 해요.
그런데, 내 손이 닿으면, 너는 까무룩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요.

그리고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피었다 지는 꽃.
그 아름다운 꽃은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집니다. 그 예쁜 것들의 한 송이 한 송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지만,
아, 그것들은 그 아이들의 특색을 깨닫기도 전에 져버리고 맙니다. 

이 맘 보드라운 아저씨는 눈물이 나요.
그 아름다운 하나하나의 존재들을 인식도 하기 전에, 져버리고 마니까요.
그래서 이 <이름없음 無名, 무명>의 존재들을 기리기 위해서
나는 불을 밝히고 한밤내내 웁니다. 아, 어떡하면 너희 존재를 내가 알아챌 수 있겠니~~

이렇게 우는 사람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지요.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요.
바로 옆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다들 외면하고 살잖아요. 슬프게도.
그래서 울던 이 화자는,
밤늦게 어떤 앎의 문을 두드립니다.
돌개바람처럼 탑을 흔들기도 하지만, 탑의 본질을 알 수는 없죠.
그렇지만, 그 정성이 돌에 스며들면 그 탑의 돌이 의미있는 존재, 금이 될는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어린 왕자에서 생 텍쥐베리가 그러잖아요.
길들이면,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구요.  

자, 이 시를 다시 읽어볼까요?
이 시는 사실은 꽃,을 위한 시도 아니고, 신부를 위한 시도 아닙니다.
이런 시를 <철학시>라고 한대요.
헐~ 철학은 또 뭐람... 금속 공학이면 몰라도...
철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인데요,
철학, 종교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 중의 가장 기본이,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는 일이라고 하네요. 
그 <존재의 본질>을 새침떼기이며, 말해주지 않고 배시시 웃기만 하는 <신부>에 비유하는 시입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탑을 흔들다가/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뭔가 좀 아시겠다구요?
그럼 저 좀 가르쳐 주세요~~ 플리즈~~~ㅠㅜ 

이런 시 중에 또 유명한 게 있습니다. 하는 짓은 비슷하니깐, 그냥 한번 읽어 보세요. 

신동집의 <오렌지>라는 시입니다. 

오렌지 - 신동집 -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할 수 없는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는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는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에 있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에 있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거죽엔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이렇게 알려고 하는 순간부터, '위험한 상태'가 된다.
정말 상대는 의문 덩어리가 된다는 걸 생각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좀 복잡하겠지요? 
그렇지만, 노력하면,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기도 해요. 잘은 아직 몰라두요.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박남수, 새, 부분> 

박남수의 <새>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새'를 소유하고 싶은,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포수가,
그만 새의 순수를 겨냥하여 빵! 하죠.
그러나, 새의 순수, 새의 본질, 새의 진정한 모습을 알기 전에,
포수의 한덩이 납,이란 방법은, 도구는, 모두 존재의 본질을 상하게 하고 만다는...

 

좀더 유명한 김춘수의 <꽃>을 한번 보겠습니다.
이 시는 워낙 유명하고, 주제도 쉽게 드러나니깐, 설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겝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김춘수, 꽃> 

이 시는 어렵지 않죠?
근데, 이 시를 뒤에 놓은 이유는 말이죠.
어려운 시를 읽고 나면, 쉬운 시가 더 깊이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랍니다. 

아까 꽃을 위한 서시에서 <무명>이란 말이 나왔거든요. 기억 나시나요? 이름 없음.
그토록 아름다운 꽃들에게 이름도 없이 스러지게 해서, 기억하지 못해 미안해~ 이런 거였잖아요. 

삶도 마찬가지일걸요?
우리 모두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도 존재하긴 했지만, 그저 거기 있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할 따름이란 겁니다.
제 글을 읽고 누군가가 '재밌어요~~' 이렇게 댓글 달아 주면, 재밌는 줄 알고 막 또 하잖아요. ㅋㅋ
이름을 불러주면, 그렇게 신이 나는 거죠.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거죠. 그게 바로 <명명>의 힘이랍니다. 

명상록으로 유명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마르코만 인들과 싸울 때 용맹스런 사자들을 데리고 갔대요.
마구 달려오는 사자를 본 마르코만 인들이 장군에게 물었답니다. 저 괴수가 뭐냐고.
그랬더니, '저것은 개다. 로마의 개다.'이랬대요. 결과는 뻔하죠?
로마의 개를 몽둥이로 다 때려 잡았다는 거 아닙니까. 

명명의 힘은 그렇게 크죠. 이름을 불러주는 일. 상대를 알아주는 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는데요. 칭찬은 '빈말'과 완전 다르잖아요.
정말 그 사람의 장점을 들추어 칭찬해 주는 일. 얼마나 사람을 기쁘게 하겠습니까?
휴 =3=3 교사들이 제일 못하는 게 이거예요. 꼬집기는 도가 텄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조지훈의 <민들레 꽃>이란 시가 있습니다.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距離)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 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조지훈, 민들레 꽃> 

마음이 한없이 외로울 때,
아, 내 존재는 도대체 이게 뭐야~~~>? 아, 짱나~~~ 이런 날,
까닭없이 마음이 외로운 날이 있죠.
그런 날, 지금은 이별했는지, 사별했는지 내 곁에 없는 그대가 생각나고.
그대는 민들레 꽃 안에서,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엔 저바다 보다 먼 아득한 거리가 있지만,
그대는 조용히 나를 찾아오지요.
그대와 내가 말했던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가 나의 존재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이런 시입니다. 

존재의 외로움은 근원적인 거구요.
본질적인 거겠지요. 어차피 '너 날 수 있어?' 이렇게 묻는다면,
'응, 나는 너 일수 있어...'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되겠습니까?
만일, 있다면, 정말 아껴주셔야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ㅎㅎㅎ  

그렇지만요. 또 우리는,
서로는,
영원히 단 하나의 세포도 공유할 수 없는 남남인 것이랍니다.
서로의 본질을 알지 못해 눈물짓는 것보다는,
민들레꽃처럼 한 순간이라도 서로 위로해 주는 존재가 되면 그것도 성공한 존재들 아닐까요? 

아, 얼마만한 위로이랴! 

이렇게 말입니다.
또 정공채의 <간이역>을 잠시 보죠.
우리는 서로의 존재들에게 <목적지>는 될 수 없을 거예요.
나의 목적지는 <나의 완성>일텐데요. 도대체 나는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그 완성을 어떻게 꿈이나 꾸겠습니까?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 하다 그리 되어버리는 것'이 인생인데 말이죠.
그나마, 서로가 잊혀진 얼굴들 사이에서 간혹 스쳐지나간 것으로 기억되는 <간이역>으로 남는 것도 뭐, 괜찮겠지요. ^^
꿈도 슬림하게... ㅎㅎ

피어나는 꽃은 아무래도 간이역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道程)에 꽃이 피어 있었던가

잠깐 멈추어서
그때 펼 것을, 설계(設計)
찬란한 그 햇빛을......

오랜 동안 걸어온 뒤에
돌아다 보면
비뚤어진 포도(鋪道)에
아득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제 그 꽃은 지고
지금 그 꽃에 미련은 오래 머물지만
져버린 꽃은 다시 피지 않는 걸.

여숙(旅宿)에서
서로 즐긴 사랑의 수표처럼
기억의 언덕 위에 잠간 섰다가
흘러가 버린 바람이었는걸......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작은
간이역 하나가 있었던가

간이역 하나가
꽃과 같이 있었던가.

<존재의 본질> 하면, 또 제가 잘 써먹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봉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정말 이쁜 만화거든요. ^^ 

 

일부러 일본어로 적었는데요.
센과 치히로는 한자로 한 글자 차이에요.
센은 음으로, 치히로는 뜻으로 읽은 거죠. 번데기 앞의 주름잡기... 

부모님이랑 즐겁게 지내던 치히로는 이상한 할망구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네 이름은 너무 거창하구나.' 이런 명령에 뒷글자를 잃고 '센'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런 센은 맨날 목욕탕 때밀이를 하죠.
목욕탕을 들락거리는 괴물들은 모두 '가오나시(얼굴없는)'들이구요. 

존재의 본질을 망각한 존재들은 모두 센이 되어서 무의미한 일상을 하루하루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애니메이션이었답니다.
친구로 나오는 하쿠가 그러죠. <네 이름을 잊어서는 안돼!> 

너는 이런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센이 아니야.
너는 행복했던 때의 너, 치히로란 너의 본질을 찾아 가야해~~ 이런 외침 아닐까...하구요. 

 

자, 오늘은 좀 어려운 시를 다루고 나니, 저도 정신이 좀 멍~ 한데요.
전에 말랑한 시만 다뤘더니 세실님이 '연애 박사'라고 놀리더라구요. ^^
그래서 좀 아는 체 해봤는데, 이거 구석구석 틀린 부분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철학 같은 건 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암튼, 제가 좋아하는 만화영화 이야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
센과 치히로 이야기 하면, 수업 시간에 아이들도 진지하게 듣거든요.
김춘수, 신동집, 또는 박남수의 <새> 같은 시가 나오면 아이들이 울상이 되어버리는데,
그때 <센또 치히로노 카미카쿠시> 이야기 해주면 또 헤헤거린답니다.
학생들은 맨날 조삼모사 수법을 써야 한다구요. ^^
앞에서 어려운 거 확 풀고, 뒤에서 쉬운 거 가르쳐 주고... ^^ 

그래서, 오늘의 수업 기법은 <조삼모사>였답니다.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4276143 

요기 '오른쪽 마우스 버튼' 눌러서 '새창에서 열기'로 보시면 비토의 <천국의 음악>이 나오는데요.
화면은 없습니다. 

8분 가량 되는데,
화면없는 백지를 보면서, 도대체 나는 누구세요? 하고 잠시 멍때리시기 바랍니다. 

강의할 게 없으면, 제가 잘 써먹는 수법이에요. 

칠판에, '너는 누구냐?'이렇게 쓰고, 

저는 멍~~~ 때리고 있죠. ㅎㅎㅎ 

몹시 덥습니다. 건강 또 건강하시고...
오늘 밤에도 행복한 꿈 많이들 꾸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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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 2010-07-2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추천은 제 겁니다. 이제 고개 내밀고 보겠습니다.
특강이 주-욱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글샘 2010-07-21 22:08   좋아요 0 | URL
어, 완성도 안 된 걸 미리 보셨네요. ㅎㅎㅎ 시 두어 개 더 넣었어요. ^^
주~욱 될지는 모르구요. 읽어 주시면 제가 고맙죠.

울창 2010-07-21 22:44   좋아요 0 | URL
시키시는 대로 <천국의 음악> 들으면서 잠시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 잘 듣는 학생이라니요.
추가하신 시도 읽었습니다.
제가 가장 감탄하는 게 이겁니다. 꼬리물기요.

더 잘 하시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형편 닿는 대로, 글샘님이 즐기실 수 있는 한, 부담 갖지 마시고....
읽어주면 고맙다 하시니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글샘 2010-07-21 22:49   좋아요 0 | URL
네. 더 잘하는 건 불가능해요. ㅠㅜ
참 착한 학생이네요. 앞으론 질문도 해야겠어요. 긴장하시게... ㅋㅋ

시를 많이 가르치다보면, 어떤 주제로든,
사람 사는 거야 뻔하니깐... 얼키고 설키고 하게 되어있습니다.
훌륭한 독자가 계시니깐, 아무 시나 마구 얽어도 ^^ 해석을 잘 하시겠어요. ㅎㅎㅎ

비로그인 2010-07-2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가끔 행방불명이 되고 싶은데...
글샘님의 특강땜시...
할 수 없이 의미있는 존재로 남아있어야 하네요.ㅎㅎ
아뇨~~불만은 없습니다!!!
감동이란게 원래 처음에 강하면 갈수록 덜해지는 법인데, 우째 울 글샘님의 강의는 가면 갈 수록 이렇게 감동의 도가니인지,,,,,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글샘 2010-07-21 23:36   좋아요 0 | URL
ㅎㅎ 마기님이 행방불명 되시면... 이 특강도 끝이라지요. ^^

가면 갈수록 감동의 도가니라... ㅎㅎ
이거 완전 너무 칭찬하셨네요. ^^
갈수록 레파토리가 불안정하다구요. 뻔한 시를 특강할 수도 없고...

행복하시다니 제가 고맙습니다. ^^ 제 특강이 목적을 달성했군요. 행복하시다니...

글샘 2010-07-22 09:54   좋아요 0 | URL
???
상당히 주관적인 시군요.^^
그치만, 뭐 시란게 개인의 경험을 확대해서 추상한 것이니깐...

시의 제목이 소설이라... 흥미로운데요. ^^
책심지에서 글자보다 큰 의미를 찾는 '책중독자'의 시네요. ^^

꿈꾸는섬 2010-07-2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특강을 즐기는 분들이 참 많아요.^^ 저도 그중 한 사람이구요. 그동안엔 몰래 보고만 갔었거든요. 마기님을 위한 시특강이라...ㅎㅎ 마기님과 글샘님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게 너무 재밌어요.^^ 오랜 세월 학생들을 가르치신 내공도 대단하시구요.^^ 책 내시기 힘들다고 하셨지만 책으로 내시면 정말 좋겠어요.^^

글샘 2010-07-22 00:33   좋아요 0 | URL
즐거우신가요? ^^
주거니 받거니가 재밌죠. 저도 혼자 했으면 무슨 재미로 하겠어요.
내공은... 교사라면 다 있을 겁니다. 저처럼 커밍아웃하기가 쉽지 않은 거져.
책으로 낼 정도 되면... 저도 좋겠습니다. ㅎㅎㅎ 근데, 위험해요.
19금도 있고, ㅋㅋ 앞으론 진짜 19금도 올라올 건데요. 20토는 없지만...

꿈꾸는섬 2010-07-22 09:21   좋아요 0 | URL
사실 청소년들에게 19금의 맛을 살짝 보여준다고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눈가리고 아웅한다고 모르는 거 아니잖아요.^^
책으로 만드시면 베스트셀러 되실 것 같아요.
글샘님의 시이야기^^ 출판사에서 문의 들어오실 것 같아요.^^ 만약 책 내시면 한권 사드릴게요.ㅋㅋ

글샘 2010-07-22 09:57   좋아요 0 | URL
에이 한 권 사주신다고 책을 낼 순 없어요.
천 권쯤 사주신다면 몰라도 ㅋㅋ
19금... ㅎㅎㅎ
베스트셀러 작가는 제가 원하는 바가 아녜요.
꿈섬님의 댓글로도 충분히 저의 그릇은 행복합니다. ㅎㅎㅎ

비로그인 2010-07-2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가 웃고 감동받고 했습니다.
글샘님께 배우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행운아들인지 모르겠지요?
직접 강의하실 땐 현란한 표정 연기와 포즈로 학생들을 압도하실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 ㅋㅋ

"그렇지만요. 또 우리는,
서로는,
영원히 단 하나의 세포도 공유할 수 없는 남남인 것이랍니다.
서로의 본질을 알지 못해 눈물짓는 것보다는,
민들레꽃처럼 한 순간이라도 서로 위로해 주는 존재가 되면 그것도 성공한 존재들 아닐까요?"

가슴에 영원히 새겨두고 싶은 문장도 이렇게 얻어 가네요 ㅋㅋ

강의 잘 들었고 저 출석했습니다(추천했다는 뜻입니다)^^

글샘 2010-07-22 09:58   좋아요 0 | URL
아, 후와님의 이런 칭찬이란... 가슴이 벅찬데요.
강의할 때, 현란한 표정 연기와 포즈는 없습니다.
ㅎㅎㅎ
아이들은 불쌍한 애들이죠. 행운아는 아니구요.

오히려, 여기있는 노땅 학생들이 훨씬 충실해요.
ㅎㅎㅎ
우린, 모두 성공한 존재들이 됩시다. 서로 위로해 주고요...

pjy 2010-07-2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들어왔는지 기계음인지?? 귀뚜리미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리는 사무실 한낮!
화채그릇앞에서 차마 스크롤을 내리지 못하고 침 질질 흘리다가 마음 간신히 수습하고 보니~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첫줄 읽자마자 어렵다ㅡ,.ㅡ; 이랬는데 글샘님의 편안한 해석을 보니 막 재밌습니다~~
제가 수능 첫세대로 셤 두번보고 운좋았던 사람인데요~ 이케 셤과 관련없이 해독하니깐 정말 살맛납니다ㅋㅋ
아마 학교에서 시험에서 벗어나면! 국어시간이 시가 이렇게 재밌는줄 알겁니다~
혼자서 궁금했다가 잘 모르겠으니 한밤중에 막 불켜고 울고 살짝 맛이 간듯~ 좋게 말하면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철학시는 글샘님 말대로 이케 어려운거 보다가 쉬운걸 보니 다~~~~ 비스무리하구나..하면서 으쓱해집니다 ㅋㅋ

어쨌든 몸이 슬림하지 않아서 꿈도 슬림하지 않아요~~
글샘님 덕분에 야무지게 꿈꾸고 철학적으로다가 한번 사색 해볼렵니다~
우선 점심에 시원한거 먹고나서요 ㅋㅋ 배가 부르면 사색은 무리인가요ㅋㅋ
제가 누구긴요~~ 착하고 이쁘고 열공하는 글샘님의 노땅학생이지요
그래도 마기님처럼 답시를 쓰기는 어려워요~ 봐주실거죠^^;

글샘 2010-07-22 13:08   좋아요 0 | URL
첫 줄이 시 같애요. 나희덕의 '귀뚜라미'

수능 1세대면 호랑이띠 정도 되시겠군요. ^^
제 첫 제자들이 그 나인데... ㅎㅎㅎ
어렵다...가 재밌다...로 바뀌는 것이 제 강의의 포인트입니다.
셤과 관련없이 해독하면 시가 재밌죠. ㅎㅎㅎ
근데 수업시간엔 이런 이야기 다 하기 어려워요.
여기선 글로니깐 가능한 거죠.
제 노땅학생이 늘어나니깐, 부담스럽지만 재미도 있습니다.
답시를 쓰기는 어려우시다니, 봐드리긴 하겠습니다. ^^
배 불러도 사색하는 사람은 있어요. ㅋㅋ 점심 잘 드세요.

sslmo 2010-07-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질문있어요~^^
요번 특강에서 얘기하려고 하시는 게,존재의 본질이라고 하셔서요.
조 위 '너를 가져오너라, 네가 누군지 가르쳐 주마.'랑 관해선데요.

누구는 달마를 향한 결연한 의지라고 하구요.
누구는 도교와 불교를 넘나는 유연한 사고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그때는 도교나 유가의 바탕 위에서 불교를 받아들여야 했던 시기이니,
그 시대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였을 거라고도 얘기하더군요.

근데,근데...존재의 본질이라는 게,
이렇게 또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유연한 것인가요?

글샘 2010-07-22 14:12   좋아요 0 | URL
이름을 '존재의 본질'이라 붙였을 뿐인 건데요.
강을 건넜는데, 왜 아직도 뗏목을 이고 계세요?

수업 끝나고 이런 어려운 질문하는 노땅 학생, 제일 미워!!!
혜가는 팔뚝을 잘라서 가져왔는데, 나무꾼 님은 금도끼라고 가져 오셔서 물어보셔야 하는 거 아니신가?

sslmo 2010-07-22 16:35   좋아요 0 | URL
샘,'틱낫 한'은 더 어렵거든요~

첫빠를 놓쳐서,이렇게라도 튀어보려구요~^^
근데,생각을 잘못했네요~ㅠ.ㅠ
번쩍번쩍 금도끼면 금방일텐데...

노땅만 미워하는 드~어러운 세상~(,.)

글샘 2010-07-22 18:19   좋아요 0 | URL
그럼 담엔 첫빠로 댓글 다세요. ^^
맞어요. 번쩍번쩍 금도끼가 답이에요. ㅍㅎㅎㅎ

드~어러운 세상! 외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답니다.

2010-07-22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7-23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3일의 첫빠입니다.ㅋㅋ
그동안 다 읽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봤는데 다 지난 뒤에 댓글 달기 뻘줌해서 걍~ 넘어갔지요.^^
글샘님의 열강에 수제자의 답시가 어우러져 팬을 불러 모으고 있어요.
댓글은 일일히 안 달아도 읽은 페이퍼에 추천을 잘 합니다.

글샘 2010-07-23 07:39   좋아요 0 | URL
ㅎㅎ
팬씩이나...
글자가 많아서 다 읽기엔 부담스럴 수도 있을텐데...
조금만 보세요. ^^ 맘에 드는 시만... ㅎㅎㅎ
첫빠...는 감사합니다.

루체오페르 2010-07-2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과 지식이 가득한 글이라 호응도 대단하네요.^^

알라딘에도 여러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있는데 온라인에선 그 모습을 알수없지만
이 시리즈를 보면 글샘님께서 국어선생님이란 것이 확 와닿습니다.

글샘 2010-07-23 10:04   좋아요 0 | URL
정성과 지식이... ㅋㅋ
직업이 확 드러나는 글이죠. ㅎㅎㅎ

saint236 2010-07-2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글샘님은 많이 힘드시겠지만.

글샘 2010-07-23 12:04   좋아요 0 | URL
안 힘듭니다. ^^ 오히려 재미있네요. ㅎㅎ
 
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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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가 있었다.
집이 움직인다는 설정 말고는 별로 재미가 없는 만화였던 거 같은데... 뭐, 오즈의 마법사 흉내도 냈고... 좀 시시한... 

이 책은 하울의 아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나치게 들뢰즈-가타리 들이 좋아하는 유목민과 정주민 개념이 들락날락 해서 아이들 판타지 소설 치고는 글쎄, 어떻게 아이들이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내가 읽기엔 좀 지루했다. 

집이 움직이고, 말을 하고,  

특히나 그 집은 로맨틱한 말을 좋아한다는 둥...
어린 아이들이 읽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 설정도 있다.
집이 움직이는 것도 뭣한데, 그 집이 점점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잡아먹기도 하는 모양... 

학교란 곳은 둥지니까,
건강하고 구김살 없는 새도 있지만, 상처 입고 추위에 떠는 새도 있지.
그런 새는 치료해 주려고 할 때 아주 주의해야 해.
왜냐하면 경계심이 굉장히 강하거든.
그러니까 일단 친해지는 게 먼저란다.
상처 치료는 그 다음이고.
안 그러면 쪼여요. 아주 아플 정도로 세게 쪼인단다.
하지만 그런다고 새에게 뭐라 그럴 수도 없어.
왜냐하면 새는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 거니까...  

폭풍이 심하게 칠 땐 사방이 어두컴컴하단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는 법이란다.
아이야,  길 위에 뜨는 무지개는 아주 아름답단다.
그리고 나 또한 네가 띄울 무지개를 기대하고 있단다.

이렇게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돋보이는데, 이런 부분이 많이 않은 것은 아쉬웁다.
작가의 섬세함이 이런 데서 드러날 수 있는데, 너무 스토리 전개에 힘을 쏟아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가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집>조차도 움직이는 시대.
유목의 시대를 맞는 아이들에게, 정주민의 사고방식을 벗어버리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지만,
정말 유목의 정신에 맞도록 판타지가 전개되었다면,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서... 류의 과거 회귀 방식의 내용 전개는 작가의 의도와 뭔가 대치되는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세상은 정주민으로서 '단일 민족' 운운 하는 시대는 아니게 될 것이다.
과도한 글로벌 세계를 맞아 인간은, 특히 후진국일수록 허덕이는 삶을 적실하게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래 세계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세계의 삶을 맞이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일도 필요하다.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의 삶을 조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주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될 장래.
아이들이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할 일이다. 

판타지 소설이라곤 해도, 이런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것은 필요하다.
집조차도 떠다니는 시대가 온다.
그런데... 조금 더 섬세하게 치밀한 구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좀더 환상적인 세상의 묘사에도 신경을 썼다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의 오타는 아니지만, 맨 뒤쪽에 미래의 고전 시리즈 광고가 있는데,
14번. 세아의 길...을 동화 창시자 최제우가 순교.... 에헤라... 동학의 오타가 좀 우습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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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7-20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이 도망쳤다!> 제목이 재밌어요.^^

글샘 2010-07-20 10:53   좋아요 0 | URL
아이들 판타지 소설이에요. ^^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집이 막 움직이고, 커지고 줄어들고 한답니다.^^
 
봄봄 동백꽃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4
김유정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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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 정말 좋다. 양장판과 페이퍼백이 함께 나와서 가볍게 들고다닐 수 있고 가격도 착한... 그런 책. 

네버엔딩스토리란 취지대로 끊이지 않고 계속 나와주길 기대한다. 

김유정의 소설은 해학과 풍자의 소설이다. 

그 중, 고딩이 읽어야 할 필수작은 점순이들이 등장하는 '봄봄'과 '동백꽃'인데,
봄봄은 교과서에 실려있고, 동백꽃은 예전 6차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한국의 국어교과서가 국정 교과서로 묶여온 지 수십 년.
이제 내년이면 중학교 교과서부터 검인정으로 풀리게 되는데...
그 국정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다. 

북한과 조금이라도 여차저차 얽히는 사람이라면 열외가 되어버리고,
심지어 정지용과 백석 같은 이도 교과서에 들어온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남한에서도 조금의 비판의식도 없는 사람들이어야 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한 교과서에서 가장 애창하는 사람이 1930년대에 술집이나 전전하는 소설을 썼던 중산층 계층의 작가인데,
그 대표자가 염상섭이다.
염상섭의 3대는 3대가 여자와 돈을 놓고 다투는 군상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인데, 이게 무어 대단하다고 교과서에까지 실어 놓았다. 이런 것이 전통 문화라면 웃기는 짬뽕 되시겠다. 

그리고 또 사상성 시비없이 교과서에서 엄청나게 떠받드는 작가들이 박완서와 이청준이다.
그들의 작품들 중에서도 사상성 없이 몽롱한 작품들만 교과서에 수록되어 왔던 것이다.

(아무 생각없는 작가의 대표자들이 박완서와 이청준이다.
사상성 없이 몽롱한 작품들로 사랑받는 작가들인 셈이다....라고 썼더랬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어서 고친다.)

그런 측면에서 김유정의 작품도 교과서 수록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인데, 특히 '봄봄'과 '동백꽃'이 그렇다.
그들에 비해서는 '만무방'처럼 일제시대의 현실을 여실하게 드러낸 작품들도 있는데, 일제 강점기의 냉혹한 현실조차도 학생들에겐 가르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학생들에게 세상은 오로지 아름다워. 근데, 남들은 좀 짓밟아야 살 수 있어~ 이렇게 속삭이는 게 교과서라면,
교과서를 찢어버리는 게 낫다. 

김유정의 풍자와 해학을 가볍게 읽기 좋게 만든 책인데, 아쉬운 점이라면... 김유정이 살려쓴 낯선 우리말들의 풀이를 주석을 달든지 괄호에 넣든지 해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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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0-07-19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청준이 어떻게 사상성 없이 몽롱한 작품들로 사랑받는 작가인가요 ㅜ_ㅜ
문학에 대한 가치는 다 다르겠고, 작가에 대한 평가는 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상성 없이 몽롱한 작품', '생각없는 작가'의 대표로 이청준을 말씀하신다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글샘 2010-07-19 01:02   좋아요 0 | URL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이 그렇단 이야깁니다. '선학동 나그네'나 '눈길'은 고등학생에게 꼭 읽혀야 할 고전이어서 선정된 것 같지 않단 이야길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ㅠㅜ

페크pek0501 2010-07-21 11:20   좋아요 0 | URL
두 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인간을 그리고 세상을 꿰뚫는 안목이 대단하죠.ㅋㅋ
개인의 시각 차이는 문학에서도 당연히 존재하죠. 락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시끄럽다고 하고 조용한 클래식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글샘 2010-07-21 15:47   좋아요 0 | URL
저도 저 두 작가의 작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과연 교육적인가 하는 측면에서 저 두 작가의 작품만 유독 사랑받는 현실이 싫다는 표현을 하려 했던 건데... 옛날엔 김동리가 뭐 독보적 존재였구요... 표현을 좀 바꿨습니다.

세실 2010-07-19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를 학력 신장에 꿰 맞추는 현실이 슬프지만, 교과 연계 책읽기는 좋죠.
국어, 사회, 과학, 도덕은 보충 독서를 하면 성적 향상에는 큰 기여를 할듯. ㅋㅋ
봄봄...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근데 박완서도??


글샘 2010-07-20 20:30   좋아요 0 | URL
이청준 박완서의 소설들이 나쁘다기보다는, 선별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아무 사상성 시비 없는 작품을 고르려 하는 것이 문제란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건데.. 그이들을 욕한 것처럼 되었네요. ㅜㅜ

windbird 2010-07-2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도움 좀 부탁드립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인데 방학 숙제로 김동리의 역마와 이범선의 오발탄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하더군요. 두 작품 다 시대적으로 오래된 작품인데다가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작품 이해도 쉽지 않을 것 같더군요.
게다가 문학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아이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조금 막막하더군요.
이럴 때 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글샘 2010-07-20 20:35   좋아요 0 | URL
김동리의 역마와 이범선의 오발탄이라... 혹시 이메일을 남겨 주시면, 제가 자료를 좀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ㅠㅜ 그 자료를 우선 보시고,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눠 보시죠.

windbird 2010-07-20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메일은 wshang@naver.com입니다. 너무 부담을 드린 것 같네요.
저는 그냥 '이런 방향으로 접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도로 알려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감사합니다.

글샘 2010-07-20 21:24   좋아요 0 | URL
방금 메일로 파일 하나 보냈습니다. 작품도 대충 들어 있으니 참고하실 만 할 거예요.
이런 방향으로 접근하시라는 말씀도 잠시 덧붙였답니다. ㅎㅎ

windbird 2010-07-2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맙습니다. 작품은 창비 20세기소설선으로 역마와 오발탄이 실린 것으로 구입했습니다.
문지 한국문학전집도 좋을 것 같았지만 청소년들에게 작가별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주제나 시대별로
비슷한 주제를 형상화한 작품을 묶어 있는게 좋을 것 같더군요. 바른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파일을 읽어 보니 정말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주셔서 제가 아이 지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학생에게는 좀 어려운 작품인데 국어선생님 욕심이 좀 과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저도 비슷한 나이 때
김동인의 감자나 현진건의 빈처 같은 작품을 읽었지만 왜 이렇게 내용이 어두울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마 아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글샘 2010-07-21 15:48   좋아요 0 | URL
시대가 어두웠으니 소설도 어두울 수밖에요. 일제 강점기 작품은 좀더 커서 읽혀도 좋을 듯 싶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좋네요. ^^

2010-07-21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7-21 15:50   좋아요 0 | URL
아, 사상성이 있는 소설이 훌륭하다는 게 아니라, 위에서도 변명했지만 너무 지나치게 사상성없는 것들만 강조하니깐 심통이 났던 거죠. 원래 편애라는 게, 그 사람이 잘 하더라도, 너무 치우치면 미움받게 되는 것처럼... 저도 그런 입장이었던 건데요. 교과서 편집에 관하여는,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참 쉽지 않은 대목입니다. 다른나라 교과서 보면, 우리나라 교과서 좀 쪽팔려요. ㅠㅜ

2010-07-21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7-21 23:19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두 분을 욕한것처럼 보여서 고쳤습니다. ㅎㅎ
 

제 강의를 잘 듣고 계신가요?
다들 죽인다, 좋다... 이러기만 하시니깐, 자뻑에 빠지더래도 독자들이 책임지세요~ 

오늘은 또 진도를 나가 봐야죠.
여태까지는 시를 외적 분석하는 법, 내적 분석법. 역설과 반어 등에 대해서 살펴 봤는데요.
그런 이론들도 학자들마다 다를 수 있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요.
오늘은 <형상화>에 대해서 강의할게요. 수업목표를 앞에 두는 게 좋다더군요. ^^ 형상화~ 

오늘의 시는 서정주의 <추천사>입니다.
저는 첨에 저게 레커멘데이션...인줄 알았지 뭡니까. 위 사람을 ~~ 해서 추천한다는 말씀인 줄.
농담이 아니고, 정말 그랬어요.
근데 읽어보니, 웬~ 향단이? 방자전 찍나요? 
수능 이후 세대에겐 익순한 시일 텐데요. 마기 님 세대는 수능 전 세대시죠?
우선 한번 읽어 봅시다.  



추천사 -  춘향의 말 1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ㅋ 무슨 말인지 알아 먹으시겠어요?
우선 제목부터 해결하고 넘어가죠.
추천 鞦韆은 '그네'를 한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요즘 말로 옮기면 '그네뛰기 노래'쯤 되겠지요. 

그런데 보통 시들은 <화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시는 청자가 상정되어 있답니다.
춘향의 말 - 이라고 해서, 춘향이의 목소리를 떠올리라는 거죠. 청자는 향단이로 드러나 있습니다.
근데, 서정주는 도대체 왜 춘향이가 향단이더러 쫑알거리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려 했던 걸까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시의 주제는 인간의 한계 의식과 좌절입니다.
그네가 영어로 swing 이잖아요. 근데 그 그네는 '진자 운동'을 하기때문에, 딱 갈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죠.
우리가 그네를 재밌게 타는 이유도, 그네가 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네를 타고 '토이스토리 버즈'처럼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가버린다면, 헐~ 무섭겠죠? 

주제를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너무 딱딱할 거 같으니깐, 만만한 옛날 이야기, 그것도 가장 유명한 리바이벌의 대명사,
춘향전에 이야길 집어 넣기로 한 거죠. 그렇게 하면 일단 추상적 이야기가 <비주얼>로 떠오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태백산맥을 읽으신 분이라면 외서댁을 쫄깃쫄깃한 겨울 꼬막이라며 징글징글하게 괴롭힌 놈이 떠오르시죠? 염상구.
소나기를 읽으신 분이라면 소녀가 죽을 때까지 입고 있었다던, 분홍 스웨터와 남색 스커트가 떠오르실 거구요. 

이처럼 순수한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서 눈앞에 보여주는 것,
격동기에 동족의 약점을 잡아 괴롭혔던 놈들의 모습을 실제처럼 그려 보여주는 것.
추상적이고 막연해서 형상이 잘 그려지지 않는 그런 것을 전형적이고 개성적인 인물을 창조하여 보여주는 것을 <형상화>라고 합니다.
그냥 일제 강점기에 징용가는 일은 무서운 거였어... 이렇게 말하는 것 보다는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에서처럼 곱단이와 만득이의 사랑이야기를 늘어 놓는 일이 훨씬 독자의 머릿속에서 끔찍하단 생각이 강한 것 처럼 말이죠.
(박완서의 소설은 고등 국어 1학년 1학기 책에 있습니다. 읽어 보세요.)  

일단은 춘향이가 그네 뛰면서 향단이에게 하는 말이다... 이렇게 제목을 붙여 두고 나니깐, 형상이 보이잖아요. 그쵸? 

자. 1연. 일단은, 그네가 한계점을 향해 출발하니다.
그 출발 동력은, 향단이가 미는 힘이죠.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먼'을 머언~~ 이렇게 길게 발음한 것은, 저 머언 바다를 향한 기대감 이런 것일라나요?
향단이에게 그넷줄을 밀라고 하는 춘향의 시선은 어디로 가 있나요?
머언~~ 바다를 향하여. 거기는 이도령이 있을지, 서울이란 도시가 있을지, 무지개 꿈이 있을지... 잘은 모르지만,
암튼 춘향의 눈은 머언 바다를 향하여 꿈에 가득찬 표정인 것이 보이시죠?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기때문에 그렇습니다. 

자, 시골에서 공부하다가, 대학을 서울로 갔어요.
내일이 입학식입니다. 향단아, 머언 바다고 배를 내어 밀듯이... 그런 기분 아시겠어요?
머언~~ 바다, 이상향에는 무언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가득한 기분을요.

계속 갑니다.
2연에서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 베갯모에 놓이듯 풀꽃더미, 나비새끼 꾀꼬리들, 
이런 소재들은 '현실'이죠.
가난한 우리집, 늘 하루 벌어먹기 힘든 삶에 지친 어머니, 시궁창으로 돌아다니는 탐욕스런 쥐와 함께,
늙고 병들고 아픈 자들로 가득한 이웃들이 있는 현실 말입니다.
베갯모는 베개 옆에 수놓인 걸 이야기해요. 옛날 동그란 베개의 양옆, 마구리라고 하죠.
현실은 너무도 맘에 안 드나 봐요.
엄마는 술집하는 기생이지. 아버지란 존재는 뭐, 성서방네 양반이랬는데 알지도 못하죠.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춘향이의 신세도 참 환장하게 더러운 거죠.
암만 얼굴이 반반하고 머리가 좋으면 뭐한답니까? 아이큐가 160이면 뭐해요. 멘사에서도 천민 사절!!인데...
양반만 알아주던 더러운 세상, 아니었던가요? 정말, 국가가 해 주는 게 뭐가 있었냐구요. 

얼마나 현실이 싫었던지, 1연에서 그냥 <내어밀듯이>... 가 2연에선 <아주 내어밀듯이>가 되었네요.
그만큼 벗어나고픈 소망이 컸던 거겠죠. 

3연.
이제 춘향이는 서울로 갑니다. 대학도 갑니다. 꿈으로 가슴이 벅차죠.
서울로 가서 대학 나오고 하면 세상엔 완전히 별천지로만 여겨질 것 같죠.
'저 하늘', '채색한 구름' 이 있는 이상향으로
울렁이는 가슴으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산호'와 '섬'에 얽매이지만, 나의 미래는... 행진, 행진...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4연.
춘향이는 급좌절합니다. 왜요?
그네를 타고 있기 때문이지요.
춘향이는 이도령이란 양반집 자제랑 결혼해서 신분 상승을 꾀하고 있던 여자 아이였지요.
그래서 계속 올라가고 싶었겠지만, 그네는 계속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날아갈 수 없습니다.
버즈도 결국 중력의 작용을 받는 토이에 불과했거든요.
그네에 매여 있지요. 중력은 그만 잡아 당기지요.
서쪽으로 가는 달, 그를 따라 가야 이상향이 나오는데,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답니다. 좌절하죠. 눈물나죠.
왜, 남들은 다 되는데, 난 안 되는겨? 어무이~~~  

마지막 연.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는 건, 이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파도가... 얘도 무한한 공간 저 너머까지 못 가잖아요.
그렇지만, 계속 밀어 올려달라고 부탁합니다. 향...단... 아... 처절하죠.
힘든데,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려는 걸, 수능 용어로 <의지적>이라고 합니다.  

자, 이 시 전체를 두고 보면요.
1~3연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춘향이의 모습이 보이죠.
그러다 4연에서 급 좌절하고,
5연에서는 한계를 알면서도 의지를 보이는 춘향이의 모습을 읽습니다. 

그렇다면, 서정주 시인이, 한국 시 역사상 시를 가장 잘 썼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그 시인이 여겼던 '한계'는 어떤 것일까요?
뭐, 그 사람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우선, 자기 시에 대한 한계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 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꽃밭의 독백 - 사소 단장, 일부> 

이것도 서정주 시인데요. 서정주가 추구하던 바를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낫다>는 건, 세상의 여러 일 중, 자기는 시 쓰는 일을 최고의 업으로 삼는다는 이야기겠구요.
근데, 또 그네를 타죠. ^^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 오고 ㅋㅋ
잘 달리는 말, 천리마래도... 바닷가에 가서는 멈출 수 밖에요.
그래서 꽃, 가장 아름다운 꽃 앞에 가서 신신 당부를 합니다. 문 좀 열어 달라구요.
근데, 말투 보니깐... 열릴 거 같지 않죠? ^^ 

그러면, 서정주의 '한계 의식'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서정주처럼 언어를 부려쓰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말입니다.
그의 아름다운 언어 한 번 보실래요?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 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귀촉도, 전문)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동천, 전문) 

<귀촉도>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후회와 한탄, 줄여서 '회한'으로 가득한 여인이 노래입니다.
여인이란 근거는, 2연에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이냥 베어서, 신이나 삼아줄걸, 슬픈 사연을 올올이 아로새겨서...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아, 이런 서러움을 누가 표현이나 한답니까?
'귀촉도'란 소쩍새 우는 소리의 애절함을 나타낸 말이랍니다.
<동천 冬天>도 마찬가지죠. 임의 눈썹같은 가느단 초승달이 겨울 하늘에 매달렸어요.
초승달 보고나 생각하는 임의 눈썹... 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요.
그랬더니 하늘을 날던 새도 그걸 아는지 비껴가는구나... 또 눈물나죠. ^^    

이 시들은 소리내어 읽어보면, 입에 착 붙습니다.
민요조의 3음보거든요. 한 행을 세 마디로 나눠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꼭 소리내어 낭송해 보세요.



그의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도 내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지 두 장만큼한 먹오딧빛 툇마루가 깔려 있읍니다. 이 툇마루는 외할머니의 손때와 그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닥 칠해져 온 것이라 하니 내 어머니의 처녀 때의 손때도 꽤나 많이는 묻어 있을 것입니다마는, 그러나 그것은 하도나 많이 문질러서 인제는 이미 때가 아니라, 한 개의 거울로 번질번질 닦이어져 어린 내 얼굴을 들이비칩니다.
   그래,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은, 이 외할머니네 때거울 툇마루를 찾아와, 외할머니가 장독대 옆 뽕나무에서 따다 주는 오디 열매를 약으로 먹어 숨을 바로 합니다. 외할머니의 얼굴과 내 얼굴이 나란히 비치어 있는 이 툇마루까지는 어머니도 그네 꾸지람을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할머니 뒤안 툇마루>

그 나라의 시인은 그 나라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야 하는 법이니까요.
푸근한 정이 살아 넘치던 외할머니 뒤안 툇마루의 먹오딧빛 툇마루, 한 개의 거울로 번질번질 닦이어져 얼굴마저 들이비치던 그 추억이 서정주의 시로 인해 남아있으니 아니 아름답습니까?
한국의 정,
이러면 무슨 초코파이도 아니고, 형상이 없잖아요.
근데, 서정주가 군지렁거리면서, 자기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좁은 툇마루가 있었는데,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이면, 거기로 갔더라는...
꿈과 전설이 가득할 것 같은 공간이 오롯이 형상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좋은 시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의 한계 의식의 한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 그의 <자화상>입니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를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한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자화상>

한국 사회는 세계사적으로 가장 최근까지 '노예제'가 실시되던 국가였는데요.
갑오개혁(1894)으로 공식적으로 폐지된 양반-상놈 제도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위세를 펴고 있습니다.
지금도 누구누구 이름을 대면, 뭐, 해주 최씨가 어떻네, 전주 이씨가 어떻네 족보를 외워댑니다.
족보가 뭐예요? 그게 바로 연좌제입니다. 법으로 금지하는 연좌제.
88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많이 올랐죠.
그러고 나서 노동자들이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집집마다 족보 만들기 였습니다.
기백 만원 주고 사는 거죠. 그래서 지금 집집마다 족보 없는 집이 없어요. 다 돈 주고 산 족본데...
한국 사회는 이런 사회입니다. 아직도 '쌍놈의 새끼'가 '개새끼'보다 못한 욕인 사회죠.
자기는 양반 자식이 아니고, 그래서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살아 온 것이죠. 

그래서... 그래서 권력을 가진 세계로 편입하려고 아무리 그네에 올라 발을 굴러도,
그네는 매번 뒷걸음질치곤 했던 모양이죠.
그래선지, 그는 '뉘우치지 않을 짓'을 서슴지 않고 하기도 했답니다. 진짜 그의 한계죠.

근데, 서정주가 또라이 소리를 듣기도 해요.
아무리 재주가 좋으면 뭘 합니까? 정신머리가 오락가락하는데...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구요.(근데 친일파 단죄 문제, 이건 쉽지가 않아요. 저도 일제 강점기였다면 아마 친일파 했을 겁니다. ㅠㅜ 독립 운동가 돼서 집안 망하는 거보다, 친일파 해서 입신양명하는 것이 사실은 거의 모든 집안의 숙제였답니다. 이런 현실에서 그냥 욕만 퍼부을 순 없습니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伍長)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한살 먹은 사내/(…)/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이것이 <오장 마쓰이 송가>인데요. 시대가 어두웠으니 그렇다 칩니다.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요거, 4대강 사업 아닙니다. ㅋㅋ)
이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아놔, 넘어간다. ㅍㅎㅎㅎ)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쥐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서정주(1987. 1) 문어대가리 전두환 56회 생일 축시 ㅋㅋ 

이런 미친 짓을 했으니 욕을 먹어도 싸죠. 

또, 그의 불후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국화 옆에서>도 사실은 천황폐하를 알현하는 신하의 마음으로 썼던 거라는 비판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 왕가의 문장인 국화. 일본의 시조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이미지라고 보기도 하죠. 그의 시가 워낙 미친 아낙 널 뛰듯, 럭비공같은 진로를 보여주다 보니깐, 이런 욕도 먹고 있는 거겠지요.
사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의 국화는 '오상고절'이라고 절개의 상징이었거든요. 그것도 강인한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춘풍 다 지나고
낙목한천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이정보)  

아, 오늘을 떠들다 보니 서정주의 시세계로 좀 깊이 빠져들었네요.
그래도 서정주의 시가 좋은 시가 많아서 행복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행복하셔야 돼욧! 행복하세요!!! 거의 협박 수준) 

마기 님이 마음이 복잡하시다고,
시를 지금 당장 쓰시지 못하겠다고 하셔서,
이번만 봐드립니다. ^^ 
서정주를 보니깐, 시어를 잘 부려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머리가 더 중요하단 걸 아시겠죠?

아, 저는 오늘까지 기나긴 3일간의 여름방학을 다 보냈습니다.
내일부터는 정상 수업보다 훨씬 힘든 보충 수업이에요. ㅠㅜ 하긴, 애들이 더 불쌍하지만... 

그래도, 제가 사표내길 눈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을 임용고사 준비생들 생각하면... 힘내서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알아듣는 수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이 시 특강을 읽으시는 분들께 부탁말씀 드리겠습니다. ^^ 

그냥, 죽여요. 끝내줘요~ 이런 건 별로 칭찬 아니거든요.
구체적으로 뭐, 좋은 시를 많이 만나게 돼서 좋다든가...(모범 답안까지 제시하는 파렴치한... ㅋㅋ)
설명이 너무 장황하거나 툭툭 끊긴다든가...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 

오늘은 형상화와 관련해서 서정주의 시를 훑었는데요.
좋은 시는 '형상화'에 접근하는 시이기도 한 것 같네요. 마기님, 참고 하세요^^ 

일요일 즐겁게 보내시라는 맘에서, 클래지콰이의 sweet dream 하나 올립니다. 즐감하세요~~

 http://noriter.ipop.co.kr/cgi-bin/tv/tvread.cgi?seq=271783 

 

그리고... 제가 '마기 님을 위한 시 특강'을 올렸더니, 둘이 무슨 관계냐고 의심하시는 분이 자꾸 있으신데요. ㅋㅋ
둘이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뭐 이런 거라도 원하셨던 거? 됐나요? ㅍㅎㅎㅎ
우린 둘 다 아줌마, 아저씨거든요.
의심하지 마시고,
글샘과 수제자의 강의라고 들어주시길...

양심은 지킬 수도, 저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은 빠져들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후와님의 글 중에서 이런 명문을 봤는데요... 명문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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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1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아주 멋진 특강이십니다요~
알아듣기 쉽게 시를 조각내서 친절하게 설명 해주시는것도 진짜 재밌구요~~
시인의 사생활을 건드려주시는건 덤이구요^^ 시인도 다 사람인거죠~
시험과 관계가 없으니 이런 강의가 좋군요,,,마기님을 위한 특강이니 제가 답시를 써야되는 거두 아니구요^^*(요점이 특히 좋습니다~)
살아남으려면 아벨보다는 카인인게 인간적으로다가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생각할 꺼리도 던져주셔서 짱이예욧! 이케 구질해도 살아남는게 인생인거 같아요--;

글샘 2010-07-18 22:3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렇게 콕 찍어서 이런 점이 좋다고 해 주시면, 다음 강의에선 더 재밌게 할 수 있겠네요.
3926님도 시 하나 쓰실려우?
서정주 생각하다가, 친일파가 정말 죽일넘이었나... 이런 생각에 후와님 이야기를 끌어왔더니, 그게 맘에 드셨군요. ^^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생각나네요. 구질구질해도 살아남는... ^^
이거, 열공하는 제자들이 많아질수록... 강의가 부담스런데요. ^^

비로그인 2010-07-1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주의 그 맛깔나는 시어들과 그의 시의 특징이기도 한, 전라도 사투리로 '징허게' 애끓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면서도 글샘님 말마따나 '또라이 짓' 때문에 모두들 거론하길 꺼리는데, 역시 글샘님은 대단하시네요.
그렇죠. 서정주의 '또라이 짓'이 밉고 용서할 수 없는 만큼 그의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더 침 튀겨가며 떠들어대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시와 추한 글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문제적 시인 서정주가 이토록 눈물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진 경우를 저는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제 기억엔 그렇습니다. 다만 마지막 두 줄이 옥에 티로군요 ㅋㅋ 잘 봤습니다^^

글샘 2010-07-19 00:27   좋아요 0 | URL
인간적으루... 나쁜 넘 없다... 세상에 나쁜 아빠 없다... 그치만, 역사가 용서할 수 없는 넘들은 많다... 말로 하기 어렵죠.
서정주 시가 아름다운 만큼 또라이 짓에 대해서도 회한 가득한 느낌도 가르쳐야지요.
눈물나면서도 재미있게... 이런 극찬에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는...
마지막 두 줄은... 서정주를 이해해 줄 수도 있다. 밉지만... 이런 의도였는데... 뭐, 옥에도 티가 있고... 그런 거죠. ㅎㅎㅎ 무허가 표절 죄송함다.

windbird 2010-07-1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추천해 주셔서 계속 재미있게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실제 학생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강의하시는지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습니다.
눈높이를 맞춘다는게 이런 건가 싶게 까다로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시네요.
글샘 강의를 듣다 보니 학창 시절 생각이 저절로 납니다.
혹 이성복이나 황지우 시인의 시도 한번 특강 부탁 드려요.

글샘 2010-07-19 19:52   좋아요 0 | URL
우연히 세실님이 시 해석을 못하겠다고 하셔서, 주제넘게 풀이에 나섰다가,
마기님한테 시 쓰시면 계속하겠댔더니, 콜~을 날리셔가지고 땀뻘뻘 하는 중입니다.
휴~~ 이렇게 열화와 같은 호응이 있으니... 박수칠 때 떠날까요? ㅋㅋ
수업시간에 하던 내용을 집대성한 거죠. ^^ 별달리 따로 쓴 건 없답니다.
쉬우시다니 다행이네요.
이성복도 황지우도 좋아하는데, 제 능력이 쬐끄매서...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을 보고, 갑자기 조용필 노래가 떠올랐다.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받을 땐 꿈속같고 줄때는 안타까워... 이론, 인간은 이기적이구만...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이런 책을 읽는 일은 위험하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벌개졌다. 쪽팔리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계속 읽어나가면서 혼란스러워졌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적군과 아군으로 분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반쯤 읽고는 읽기가 싫어졌다. 책을 읽은들 무에란 말인가. 
다 읽고도, 분노는 없었다. 대신,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 남긴 말이 떠올랐다.
벽을 보고 욕이라도 하라시던...  

정의란 피를 먹고 사는 괴물이다.
정의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의 넋을 먹고 사는 푸른 나무의 싱싱한 뿌리다.
회색의 이론이란 어디에서도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 정의란 푸른 나무에서만이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무에 죽치고 앉았다가 황혼녘이면 날아오르는 미네르바의 지혜의 부엉이도 날 샜다. 

하버드대에서 교양강좌로 열리는 강의라고 하는데,
역시 교양강좌기때문에, 쉬운 예, 재미있는 예로 전체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인간은 즐거우면 다인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철학도 희생해야 하는가?
다수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소수는 희생되어도 되는가?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법칙으로 환산할 수 있는 옳음,이 있는가? 

끝없이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이야기들은, 빨리 책을 읽는 습관이 든 나의 눈을 붙잡는다.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들, 토막토막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줄줄 넘어가려 하는데,
내 마음은 자꾸 다른 생각들로 전염된다. 
전염되어버린 마음은, 육신의 눈에게 책을 읽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힘든 독서였다. 

전두환이란 살인마가 권좌에 있던 시대. 백기완, 리영희, 한완상, 백낙청... 이런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정의가 보일 것처럼 진리가 환하던 시대. 내가 신입생 시절 학생회장이던 김민석 형의 하얀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 투사의 전형이었던가.
중앙도서관에서 하얀 광목천을 타고 내려와 삐라를 뿌리던 장엄한 정의는 흔들림 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형식적 민주화가 이뤄진 시대.
국민의 소득 향상에 따라 찌질한 노동은 2%가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차지한 나라.
그 이주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나라에 정의는 있는가? 

교장을 평가하는 것만이 유일한 기능인 일제고사. 그 시험 못보면 손해보는 것은 교장 뿐이다.
그래서, 공공연히 부정 행위를 조장하는 학교, 교육청, 교육부. 교육이란 이름으로 침해하는 인권과 정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광고가 버젓이 횡행하고, 그래서 용산에서는 찌질이들을 불질러 죽였던 국가 권력. 

누구도 사가지 않는 소고기의 온갖 부위를 전격 수입하도록 은혜를 베푸신 쪽바리 그 새끼. 

숨 한 모금 쉬고, 발 한 발짝 떼는 곳 모든 곳에서, 정의가 유린당하는 모습을 숨쉬고 밟게 된다. 

국민의 혈세를 4대강 개발이란 뻘구멍으로 밀어 넣고,
천안함이 두동강 나고, 링스 헬기가 처박히도록 국가는 쉬쉬 감추는 일에만 열중한다.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고, 국제 사회에 북측의 고립을 획책하도록 꼼수를 쓰다 삑사리가 나고 말았지만... 

사형 선고를 받고도,
독재자의 똘마니 법관들은 우리를 처단할 수 없다. 역사만이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던 결기 가득하던 사람들이,
노동 운동에 앞장서 민중의 나라를 만들자고 목청껏 외치고 감옥살이하던 사람들이,
박종철이 죽어가면서 가슴에 묻어 두었던 박종운이 같은 이름들이,
이제 시대의 흐름 운운하면서 비겁하게도 독재 권력의 홍위병이 되어 칼을 휘두른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잘못했을 때, '미안해'하고 말할 줄 아는 이성의 칼날이다.
정의는 이쪽 아니면 저쪽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유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형상을 잡아 나갈 수 있는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정의는 그래서 하나의 완성태가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속에서 언뜻 그 모습을 비춰주는 무지개같은 변화태이다.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지 못한다.
다만, 정의와 연관된 수많은 이야기들에 해당하는 생각들을 통하여,
인간은 정의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이며, 끊임없이 정의에 대하여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방증이 이 책의 존재 가치다.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강의란 드물다. 강의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정의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면, 사는 것이 부끄러움이란 것을 계속 생각했으므로...
이 세상이 어떠한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떠한가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으므로... 

<조선 땅을 웃게 하라> 지식채널 e 감상
http://blog.daum.net/sunken/8121925?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sunken%2F8121925 

웃음이 어떻게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지...
개그콘서트도 제재하는 나라, 국가가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영포회만 기억하는 더러운 나라가...
볼 만한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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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그때 다른 것.
엿바꿔먹을 수 있는 것.
이런게 정의인가부죠~ㅠㅠ

글샘 2010-07-18 10:54   좋아요 0 | URL
부끄러울 줄 아는 거... 그게 정의입니다. ㅠㅜ

별헤는밤 2010-07-2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대뜸 놀러와도 되는건가요?ㅎ
티스토리에 둥지를 튼 까만진주입니다. (blackpearls.tistory.com)

고전, 철학 읽어보기가 올해 목표여서
스터디를 계획했는데 이 책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초보자인 저에게 시대별, 작가별 읽기는
무리일거 같아서, 일단 주제별로 덤벼볼 생각이에요.ㅎ 좋은 책, 좋은 리뷰 감사해요.

종종 놀러올게요.ㅎ

글샘 2010-07-20 10:59   좋아요 0 | URL
네. 고전 철학을 목표로 하셨다니...
제 카테고리에 고전 공부에 몇 권 참고하세요.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도 참 좋은 책입니다.

turk182s 2010-07-2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지극히 미국적이에요,..계속적인 사례를 들어 질문을 해대는 교수법인데 갑작스레 이책이 많이 나간이유가 김영사의 마케팅도(우석훈,김용철등 4인토론회) 한몫 하구요,,하바드명강연 이라는 마케팅도 ㅡㅡ
우석훈박사도 정의라는말보다는 평등이라는말로 구체화 해야한다고 하죠,,

글샘 2010-07-23 07:38   좋아요 0 | URL
미국적일 수밖에요. 미국 건데... ㅋㅋ
마케팅도 있지만, 국가의 상황이 정말 정의롭지 못한 것도 크다고 봅니다.
평등은 좀 편할 때 얘기구요.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정의부터 관심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