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
문학의숲 편집부 엮음 / 문학의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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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 편집부에서 법정 스님이 법문집이나 다른 도서들에서 언급했던 책들을 엮어 책을 냈기에, 짝퉁을 들쳐보는 불편함 내지는 찌질한 리뷰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으로 이 책을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또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하니 안 읽을 수 없는 노릇이어서... 

읽고 난 소감은 참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었다는 고마움과,
이젠 만날 수 없는 법정 스님의 목소리와 글소리들에 대한 아쉬움... 

각각의 책을 소개할 때,
바윗돌, 해변, 꽃밭을 배경으로 책이 놓은 사진이 함께 실려있어서 인상적이다. 

 

스님의 평소 삶처럼, 무소유와 생태적 접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인지,
소개된 책들도 그렇게 인생을 누릴 때 놓아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야마오 산세이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같은 책을 다시 만나는 일은 기쁘기 그지 없었다. 
마치 친한 옛 동무를 잊고 있다가 수십 년만에 우연히 해후하는 느낌이랄까. 
수천 년을 살아온 조몬 삼나무나, 그 옆의 제비꽃이나 하나의 생명임은 같다는 그의 '가미(神)' 이야기도 잊혀진 친구였다.

그렇지만, 독서 따위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님을 또 배운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이야기 좀 들읍시다. 
요 몇 해 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인 책을 읽었을 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종이도 한 50톤 씹어 삼켰을 테지요. 그래서 얻어 낸 게 도대체 무엇이요? 

이런 조르바의 일갈을 듣는 일은 죽비소리로 내리치는 폭포처럼 서늘하다. 

행복은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았기에,
러셀은 '행복의 정복'이란 이름을 붙인다.
삶은 매 순간이 투쟁이다. 행복의 정복! 그것도 말 된다. 
사람들은 흔히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 착각하지만,
그것은 사실 '성공을 위한 경쟁'일 뿐이라 바로잡아 준다.

러셀을 읽는 일은 딱딱한 일이지만, 이렇게 다이제스트로 읽는 것도 행복하다.
근데... 이런 일도 성공을 위한 경쟁일 뿐인 건가???

 

꾸뻬씨가 강도에게 잡혔을 때 풀려나게 해 준 쪽지의 한 마디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란 말. 난 살아있나? 당신은? 

인디언들에게 도끼를 준 백인들...
백인들은 자기네처럼 그들이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인디언들은 빨리 일을 끝내고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두는 그 마음이 곧 결핍!
쓴 소리 한 마디가, 식욕을 돋운다. ^^ 돼지~ 

존 프란시스는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에서 걷는다.
'걷기 예찬'의 브르통을 다시 만나는 일도 행복하다. 나도 걷고 싶어진다. 욕심을 버리고...
그치만, 해야할 일에 치이는 정신은 걷는 시간을 용서하지 않는다.  

'슬로 라이프'의 쓰지 신이치는 '~하지 않고'를 실천한다.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고 가지고 다니기, 전기를 켜지 않고 촛불 켜기,  등...
뺄셈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들.
뺄셈은 그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준다고 하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이다.
비록 조르바가 개무시하는 즐거움일지라도...
조르바, 니 자유가 있다면, 내 자유도 있다! 

인도의 비노바 바베의 이야기 속에서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은 따끔하다.
유위 가운데서 무위를 보고 무위 가운데서 유위를 보는 자는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은 자이다.
87세가 되자 비노바 바베는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고,
단식 80일째 지극히 평화로운 가운데 자신의 몸을 벗어 버린다.
가장 맘에 드는 구절이다. 이 두꺼운 책에서... 

우리가 언제 어떻게 생애를 마감하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법.
그러나 매일의 삶은 잠으로 끝나게 되며, 매일의 경험은 죽음을 조금씩 맛보는 것.
만을 우리가 매일 자기 전에 마지막 장면을 잘 해낸다면,
생애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올 대 우리는 승리를 손에 넣게 된다. 

윤구병의 '좀더 가난하게, 좀더 힘들게, 좀더 불편하게'가 마음을 부유하게 해줄 것이다. 

좀더 가난하게,
좀더 힘들게,
좀더 불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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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같은 이유로 이책 망설였는데.....좋은 책이군요.
뭐야 님이 추천하는 책 읽느라 요즘 넘 얽매이잖아욧!
근데
공부는 대체 언제하누? 이렇게 많은 리뷰 올리시면.....

글샘 2010-08-26 00:33   좋아요 0 | URL
공부는 뭐 때 되면...
 
우리시대 51인의 젊은 시인들 - 50인의 평론가가 추천한 서정시학 시인선 31
김경주 외 지음 / 서정시학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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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가 팔딱대는 시집이 있고, 착 갈앉은 시집이 있다.
이 시집은 단연 팔뜨닥대는 핏줄의 혈압을 강하게 동맥처럼 느낄 수 있는 그것이다. 

어쩌면, 싸구려 커피를 마시면서
낮은 하늘에 머리라도 꿍! 찧을 것같은 나날을 보낼지도 모를
시인들의 펜 끝에서, 자판 위에서 살아나온 언어들은
이 초라한 세상을 유영하기에 피로감을 가득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팔뜨닥대면서 들뛰는 시어들은 그래서 고독하기도 하다. 

시집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첫 번째 생각. 시를 쓰는 일은 거울 속 자신을 보는 일이란 생각.
거울 속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다.
그리고 거울을 볼 땐, 자신의 가장 멋진 표정을 지어 보이며 웃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걸 자신이라고 착각한다. 
시뮬라시옹, 세상이 그런 것일까?
시뮬라시옹 안의 시뮬라크르... 가상 현실을 읽는 일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우리의 착각을 들흔들고 일깨우는 일이 될 것이다.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 거울 전문>

시뮬라시옹 세상 속의 시뮬라크르를 바라보는 시로 이상의 '거울'만한 것이 또 있을까?
조금 다른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 정도? 

고향에 돌아온 날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두운 밤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쫒는 것일 게다

가자가자
쫒기우는 사람 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윤동주, 또 다른 고향 전문> 

 

내 거울 옆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있고 나무는 자신의 나이테를 거울 안으로 옮기는 중이다.(김경주, 거울 속 나이테 부분) 

이렇게 거울과 나무와 나이테와 자신의 나이를 넘나드는 생각이 시 쓰기의 한 끝이다.  

사방이 거울이다 거울이 바라보는 거울 그 미궁 속을 헤매다 아침이 되면 파란 곰팡이로 부활하는 여자 여자의 모서리로 거미가 빨려 들어간다 여자가 남겨진 거미줄에 물을 준다 모서리가 점점 커진다 쨍하고 거울이 깨진다 시간을 질주하던 오토바이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등이 굽은 백발의 소녀가 깨진 거울 밖으로 튕겨져 나와 여자에게 오버랩된다 더 이상 허수아비와 십자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여자는 죽음에 집중할 수가 없다 죽음보다 집중이 더 중요한 여자 여자는 바늘과 섹스라도 하듯 항상 엄지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을 세다 너무 힘들어 네 번째 손가락을 굽히지 못한 채 깨진 거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여자 여자가 거미줄에 걸려 있다(장승리, 모서리가 자란다 전문)  

시를 쓰는 사람.
내지는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은 늘, 시뮬라시옹 세상 속의 시뮬라크르 존재인 자기를 응시한다.
그 거울 속 세상, 유사현실은 그 세상 속의 자신은 왠지 낯설기도 하다.
시간은 질주하다가 거울이 깨지는 소리 따위에 급정거 하기도 하지만,
등이 굽은 백발처럼 소녀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그 세상 속엔 가득하다.
시를 쓰는 사람은, 늘 바늘과 섹스라도 하듯,
그렇게 엄지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거울 속 세상으로 빨려들어가고
거미줄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좋은 시들이다. 

시를 읽으면서 챙기는 두번째 생각. 언어를 살려쓰는 활발한 두뇌 활동이다.

뭘 세워야 한다면 좆...
동정은 싫어 등정도 지랄, 애당초 깃발은 없었어...
삽입이 안 되었지 삶에도 죽음에도 헛발질만 했어(김이듬, 등단 칠 년 부분)  

시 쓰고, 등단한 지 7년된 작가가, 비속어를 뒤섞어 자조적 어조로 돌아본 시.

봉투를 열자 전갈이 기어나왔다
나는 전갈에 물렸다
소식에 물렸다
전갈이라는 소식에 물렸다(류인서, 전갈 부분)  

사랑했다 치자
죽을 만큼 울었다 치자
그러다 죽었다 치자
내가 널 죽였다 치자...
치자꽃 한 송이만 피어도
엄마는 소녀였다
마당 가득 엄마 향이 그득했다
그랬다, 치자 (정영, 치자 부분)

전갈과 치자가 중의적으로 쓰여서 재미있던 시.


신혼의 행복은 가구에서 나온다...
신혼부부는 새 가구에서 나오는 본드냄새의 힘으로 산다...
신혼의 행복은 가구의 위대한 힘에서 나온다 (박성우, 신혼가구의 힘) 

웅덩이로 뛰어드는 빗방울은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동그라미가 된다
동그라미가 되어 동그라미 안에 갇히고
동그라미가 되어 동그라미 안을 가둔다
안에 갇히고 안을 가두는 발 빠른 동그라미가 된다 (박성우, 동그라미 부분)

박성우의 통찰력은 역시 돋보이는 시를 만든다.
아름답다. 동그라미를 바라보는 관조의 시선 조차도...

들숨과 날숨
달콤한 말들
되짚어보면 나의 충고는 부끄러웠네
그야말로 별꼴이 반짝이었네...
혼숙의 밤을 보내고도
나는 너의 얼굴을 모르네 (박홍점,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부분) 

옥수수 씨눈으로 기름을 짰다구?
눈에서 나온 액체라?
그럼 눈물인가?...
눈물은 뜨겁다...
눈물에 데인다...
눈물은 더이상 눈물이 아니다...
찔러대는 아픔이다...
눈물이 끝내 눈물을 밀어내고 만다 (박홍점, 씨눈 부분)

박홍점의 시어 부리기도 재치있고 상큼하다.

이 한 몸
저 민중의 바다에 던져? 
껄껄껄 낄낄낄 웃다 보면
생의 완성은
다만 저 혁명의 완수에만 있지 않아
쓰라림을 씻는 녹슨 눈물처럼
오늘도 화안히 열리는 마산항
붉은 새벽 노을 (송경동, 마산항 새벽 복국 부분)

 송경동의 실천문학 시들은 마음을 울리는 복국 국물 상큼한 맛을 담고 있다.
시원하다. 뜨끈한 국물이...

- 많이 아픈가?
- 그래 아주 많이.
- 어다기 제일 아픈가?
- 인생. (신동옥, 브라스의 계절 부분) 

 인생, 그게 제일 아프다.
읽는 나도 많이 아프다.

살림, 이라는 말을 풍선껌처럼 불어본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던
실패하고 얼어 죽기엔 충분한...
음악이 흐른다 빨래가 마른다...
미모사 향기가 나던 연두, 라는 말을 아끼던
살림, 이라는 말을 빨고 빨고 또 빨아 (안현미, 실내악 부분)

안현미의 시는 왠지, 소설을 한 편 읽은 것 같은 독후감이 나올 것 같고,

책 수만 권을 읽어봤자 별 것 없다
많은 사람과 성교한 게 업적이 아니듯
돈만 밝히는 이는 천박한 것처럼 (이승원, 인더스트리아의 시민 부분)

뜨끔하다. 수만 권 읽진 않았지만...

눈화장이 잘 되는 날은 그렇게
기분이 좋다 (하재연, 종이 인형들의 세계 부분) 

화장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기분을 알 것이다.

악착같이 꿈꾸면서 악착같이 전진하면 악착 같은 현실이 기다리겠지요
눈물을 질질 흘려야 우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했다고 말하고
이별을 모르면서 이별했다고 말하고
살아있으면서 지난 새벽에 죽었다고 말하는 겁니다 개새끼들...
고독은 무엇입니까 고독 속에서
당신도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까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부분) 

육체를 달고 쇼를 하는 인생.
그 책이 몇 권 될지는 모르지만, 전집을 생각한다면...
모르면서, 모르면서... 말하는... 개새끼들이
다시 육체를 달고 쇼를 한다. 슬프게, 외롭게... 

이런 시집을 읽는 일은 버겁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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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화장이 잘 되는 날은 그렇게 기분이 좋다.
정확히는 눈썹 라인이 잘 그려지는 날은 기분이 좋아요. ㅎㅎ
뭐야 고맙다는 말도 없구.

글샘 2010-08-26 00:32   좋아요 0 | URL
눈에 색조화장이 잘 되면 눈을 감고 뜨는 것도 기분 좋다던데요. ^^
눈화장이 잘 된다는 건, 그만큼 그날 컨디션이 좋단 거겠죠.
피곤하면 눈이 빡빡하니까는...

고맙다구요~ ^^

pjy 2010-08-2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시인들이어서 펄떡거리는거죠^^?

글샘 2010-08-26 00:32   좋아요 0 | URL
네. 젊은 시인들이죠. 정말 펄떡거리는 시들이에요.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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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읽고선,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래서, 원제를 찾아보니, 그저 재스퍼 존스다. 문제는 개뿔? 

이 책은 청소년들의 세계를 그린 성장 소설이고,
살인 사건을 둘러싼 문제 해결을 향해 가는 추리 소설이고,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사회 소설이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이 읽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잔혹 소설이고,
추리의 재미를 느끼기엔 또한 사건의 전말이 구역질나는 사회를 담고 있어,
두려움 없이 이 책을 펼친 것을 후회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재미있기도 하다.
찰리와 일라이저의 연애 사건이나 친구 제프리와의 이야기는 여느 청소년 소설과 다름없이 상큼하다.
그렇지만, 제프리는 사회에서 차별받는 베트남 출신이고,
일라이저는 주지사의 딸이자, 실종된 여자아이의 동생이어서 사귀기엔 좀 위험하다.
진실의 일말을 공유하고 있는 주인공에겐 말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재미있지만은 않다. 사회적 진실을 접함에서 오는 두려움이 재미를 뒤덮어 버리기도 한다. 

고정관념, 편견이란 것은 얼마나 두려운 것이냐.
한국 사회에서 전라도, 빨갱이, 최근 들어 이주노동자 들에게 쏟아지는 편견을 보면 그 비논리적 폭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어에서 '다르다'를 써야할 경우에 '틀리다'를 쓰는 예가 많다.
심지어 아이들의 '다른그림 찾기' 게임도 제목이 '틀린그림 찾기'로 되어있다.
다르다...는 미래의 가치인 <다양성>과 <공존, 공생>의 이념을 담을 수 있는 좋은 말인 반면,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로서, 옳지 않다는 가치가 담긴 부정적 용어이며, 순혈주의자들의 배타성이 담긴 말이다. 나치즘, 시오니즘, 조센징에 대한 학대와 맥을 같이 한다. 

나는 재스퍼 존스는 문제가 없는 아이라고 읽었다.
결국, 제목이 문제였던 것이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가 아니다. 

재스퍼 존스가 살고 있는 사회가 문제였고,
그 사회 구성원인 어른들이 문제였고,
그 사회와 구성원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인류 역사의 온갖 전쟁들이 문제였던 것이다. 

다른, 존재들을 배타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근친상간>으로 규정한 장정일의 의견에 일견 동의하지만, 왜 그가 제목에 시비걸지 않았는지... 조금 궁금하다.
그리고 또 자꾸 생각에 빠지자면, '근친상간'은 '배타적'보다는 '친근성'에 초점을 맞추는 용어기때문에, 나는 '일견' 동의한다는 말을 쓰기도 한 것이다. 

글쎄...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해도 좋을까? 나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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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망에 담아온 산사 이야기 2
임윤수 글.사진 / 가야넷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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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임윤수의 '걸망에 담아온 산사 이야기' 두번째 권이다. 

한국에서 '절간'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문화재이기도 하고, 전통적 관점에서 보자면 정신이기도 하다. 
절집엘 가는 일 부터가 일단은 험한 심산을 찾아야 하고,
다리품을 팔면서 구비구비 산구비를 오르다 보면,
문짝도 없이 한 줄로 선 기둥들이 반기는 일주문이 있고,
세속의 욕심따위 게 버리지 못하느냐고 꾸짖는 사천왕들이 있고,
올망졸망 가차이 또 삐뚝빼뚝하게 올라 붙은 절집들이 있다. 

그 안에는 깨달음의 화신 부처님도 계시고,
지혜와 건강 등을 나투시는 여래들도 계시다.
보살과 산신이 어울린 전통의 공간에는, 속세의 치성을 연속하여 드릴 수 있는 산신각도 있고,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명부전도 있다.
지옥의 한 놈까지 구제하시려는 지장 보살의 숙원도 배우게 되는 곳.
그곳이 절집이다. 

절집을 가서, 절간을 구경하고, 산소리 바람 소리 풍경 소리를 느끼는 일은,
불현듯,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한 것. 

2권에서는 그의 발길이 닿은 절집들, 그리고 마애불에 대한 이야기들과, 지장보살과 얽힌 절집들, 

이런 이야기들이 그의 걸망에 담긴다.
걸망은... 걸식을 위한 주머니다.
왜 부끄럽게 걸식을 하게 하느냐... '아상'을 없애기 위함일 것이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모든 미몽의 시작이니, 그것부터 없애야 할 일.
아상을 지워야, 남들이 우스워보이는 인상도 사라질 것이고,
오래 살려는 마음이나 중생을 깔보는 마음도 녹아질 것이다. 

납죽 업드리는 가재미같은 삶.
가재미처럼 눈조차도 한 쪽으로 몰려, 세상을 바로 볼 수 없음을 시인하는 삶.
절집에선 그런 삶을 보게 되는 것. 

나와
너와
못난이와
오래살려는 욕심이
모두 내 마음에 달린 것. 

세상은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꿈같고,
환상같고,
물거품같고,
그림자같고,
이슬같고,
번갯불같이,
헛되고 헛된 것.
인터넷 세상은 이에 더할 바 없을 것이고... 

마음 끄달리지 말고,
지금 사는 곳에 최선을 다하라는 조고각하, 수처작주의 쉬운 가르침도 절집에서 가르치는 바다.
응당 지금 마음을 내는 일이 부처가 되는 길이거늘...
무에 잘났다고 매일 욕심에 휘둘리는지... 

이런 책들을 읽는 일은 마음을 순하게 하는 일이 된다. 

오탈자 2개...
139쪽... 서쪽 긑에 있는 결렬비열도... 격렬비열도다. 북격렬비도, 동서 격렬비도가 있는
격렬비도의 열도... 격렬비열도... 

144쪽... 1996년에 자작하셨다는 시가... 145쪽에선 1999. 6월 보륜 스님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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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칼랭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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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다??? 

프랑스의 한 외로운 남자 쿠쟁 씨는 그로 칼랭(열렬한 포옹이란 뜻)이란 이름의 2미터가 넘는 비단 뱀을 기른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통계청에서 일하는 쿠쟁 씨는,
인간간의 관계에서 어색함을 느끼고,
결국 그의 열렬한 포옹의 상대는 그로 칼랭 뿐이다. 


사랑은 상대와 나 사이의 존재론적 혼란 상태일 뿐,
인간이 온몸으로 열망하는 불가능의 끝일 뿐. 

이런 이야기를 읽고있는 독자들 또한 얼마나 외로운 사람들일 것인지... 

삶에는 격려가 필요하다.
그 이름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간에...
그 격려의 하나로, 로맹 가리는 '비단 뱀'이란 극단적 환경을 끌어온다. 

삶은 무의미하기때문에 진지한 문제가 된다는 말은,
통계청에서 일하는 주인공 쿠쟁 씨의 삭막한 환경과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지만,
93쪽의 '애처로운 숫자 1'에 대한 애정은 끊임없이 도망쳐야 하는 슬픈 희극의 주인공 인간에 대하여 가진 화자의 애정이기도 하다.
적은 숫자 1이지만 항상 도망칠 수밖에 없고, 혼자 남는 숫자. 1 
인간의 존재와도 어울리는 1.
그래서 외롭고, 쓸쓸한 쿠쟁씨에게 꼭 어울리는 숫자. 1 

많은 사람이 자기 껍질 속에서도 불편해 하는 것은 그 껍질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는 재미는, 이런 구절을 만나는 일과도 어울린다.
사람은 왜 외로울까. 왜 자신의 현재를 그렇게 불편해 할까?
자신의 현재가 자신과 꼭 맞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껍질을 거부할 때, 세상은 껍질을 깨려는 인간을 격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껍질을 깨려는 그 인간을 깨버리려 하는 것이 세상이다.
세상은 잔인하다. 
세상에 그로 칼랭(열렬한 포옹)은 그래서 그토록 드물다. 슬프다.

한없이 외로울 때,
그로 칼랭은 고개를 들고 완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를 진정시키려고 보여주는 표정.(146) 

아, 이럴 열렬한 포옹이란 이름의 냉정한 이성이 곁에 있다면 세상 살이에 얼마만큼 큰 위로가 되랴. 

드레퓌스란 정의의 이름을 가진 쿠쟁 씨의 마음 속의 연인은,
어느 날, 창녀가 되어 사랑을 나누게 된다.
여느 창녀와 마찬가지로 쿠쟁 쌔의 젖꼭지를 빨아주는 드레퓌스를 쿠쟁 씨는 다시는 찾지 않는다. 

세상은 참으로 마음처럼 살아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외롭지만,
냉랭한 그로 칼랭의 사랑처럼 똬리틀고 앉아있는 포옹이라도 인정된다면...
그것이 비록 어떤 종류의 것일지라도... 그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도덕'이란 이름으로 그것을 내치는 것이 오히려 비인간적인 차가움이 아닐 것인지... 

자기 힘으로 사랑받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모두 분실물 신세가 될 것.(154)
이런 글을 읽는 일은 외롭고 쓸쓸하다.
인생이 분실물 신세가 되다니...
그렇지만, 곰곰 되새겨 본다면,
하늘에서 벼락이 짜개지는 오늘같은 밤,
내가 바로 분실물이 아니고 무엇인가... 나를 잃어버린 것은 바로 내가 아닌가... 이런 외로움이 가슴을 친다. 

나에게 다가가서 내 팔로 나를 안고, 움푹한 손바닥 안에서 잠이 들 것 같은 사람들.(192)
이런 글을 읽는 일은 한없이 쓸쓸하지만, 또한 위로가 된다.
세상에 혼자임을 깨닫는 일이 이렇게 외롭지 만은 않게 만드는 소설 한 편쯤 있어도 좋을 것이다. 

외로운 존재, 그대에게 뜨거운 포옹을 보내는 소설.
그렇지만, 또한 한없이 외로움을 끝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소설.
로맹 가리를 사랑하는 이라면, 사랑해 봄직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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