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오늘의한국작가 5
기형도 지음 / 솔출판사 / 1994년 2월
평점 :
절판


기형도는 딱 맞춤하게 죽었다.
세상 모든 죽음에 '호상'은 없다.
어떤 죽음이든 애석하고 나름대로 아프다.
그렇지만 기형도의 죽음은 그를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아쉽고 아쉬울 수도 있지만,
김지하나 박노해가 가끔 내뱉는 말들은 <세기말> 이후 빛을 잃어버렸음을 볼 때,
기형도 문학의 완성은 그의 죽음과 함께라는 것이 나의 편견이다. 

그의 죽음에 많은 작가들이 추모 문집을 냈다.
그의 유작도 16편 실려 있다.

그의 시집 제목은 그의 시의 빛깔을 제대로 담고 있다. 검은 빛.
검은 언어로 쓴 검은 세상. 입 속의 검은 잎.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 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이 나는 두렵다 (입 속의 검은 잎)

세상은 어둡다. 독재가 가득하던 세상이다.
'먼 지방'에 있던 그는, '가까운 지방'으로 가야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들 이런 <부채 의식>을 가지고 살았다.
검은 입 속의 검은 잎인 말못하는 혀의 부자유스러움을 가지고... 

세상은 그에게 <빈 집>이었으며, 온통 <안개>로 가득한 곳이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 집> 

그에게 사랑이 있었다.
짧았던 밤.
이제 그 사랑을 잃었다.  모두에게 안녕을 고한다.
그리고 이제 문을 잠근다.
이룰 가망없는 그의 사랑은 '빈 집'에 갇힌다.
김기덕 같은 이의 작품을 만들게 해주는 모티프가 될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텅 빈 시상이 가슴을 저민다.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 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 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헤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안개)

도시로 흘러온 사람들의 누렇게 뜬 얼굴,
불행의 슬픔이 가득한 그 얼굴들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마치 이성복의 <그 날>을 읽는 기분이다. 무서운 이 도시...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그 날, 부분)


그의 '엄마 걱정'은 유아기 그의 가난을 가장 잘 드러낸 시다.
시어는 아름답다. '찬밥처럼 방에 담겨' 또는 '내 유년의 윗목'
이런 말을 깎아낼 줄 아는 사람은 천상, 시인이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 걱정) 

그 아이가 자라 '비극적 세계관'으로 가득한 시를 쓴다.
'괴이하고 딱딱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시를...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아,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런 구절은 아무나 지절거릴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만약, 그가 더 오래 살아, 살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지금 다른 시를 남긴다면...
그의 젊었던 시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하고 나는 혼자서 곱씹는 것인데... 

나는 기형도의 시가 아주 극단적인 비극적 세계관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은 도저한 부정적 세계관이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그 부정성을 그 이전에 보여준 시인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아무리 비극적인 세계관에 침윤되어 있더라도,
대부분의 시인들은 낙관적인 미래 전망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런데 기형도의 시엔 그런 낙관적인 미래 전망이 거의 없다.
그 비극적 세계관의 독특한 시적 모양은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다. <김현>

김현의 설명이면 되었다. 더 내가 덧붙일 말은 없다.
장정일의 '마왕'과 '<바람의 집 - 겨울 판화 1>의 대조는 의미있는 독서다. 역시 장정일이다. 

바람 부는 밤 말을 타고 달리는 아버지와 아들
그는 그 아들 품속에 안고 춥지 않도록 감싸 줬네.
아가 무엇 그리 무서우냐?
오 아버지 마왕을 봐요. 금관 쓰고 망토 휘둘며...
아아 그건 안개란다. 

귀여운 아가 함께 가련?
좋은 장난감 널 기다리고 수많은 꽃들 널 반기리.
아름다운 옷들 쌓여 있네. 
자, 나와 함께 떠나가자.
너와 함께 놀아주기 위하여 나의 귀여운 딸이 기다리네.
너를 위해 춤추며 노래하리 너를 위해 춤추며 노래하리.  

오 아버지, 저것 보세요. 저 마왕의 땀이 보여요?
아가 아가 저기 저것은 늙은 수양버들이 틀림없다.

울부짖는 아기 가슴에 안고 성급히 집에 와 보니
품속에 안긴 아가 죽었네.(괴테)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우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바람의 집 - 겨울판화 1> 

그의 시는 <길 위에서 중얼거림>의 연장일 뿐이었다.
그의 이 유고집에실린 '시작 메모(51)에서 비트겐쉬타인의 말을 인용했던 것으로 그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다.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 씌어진 부분과 씌어지지 않은 부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두번째 부분이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비트겐쉬타인)
그러나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며 이러한 불행한 쾌락들이 끊임없이 시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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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11-0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형도 추모 문집.
'잎 속의 검은 잎'인가. 그런 시집을 하나 가지고 있었어요. 다른 사람 주었지만 말입니다.
한 때는, (시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주제에...-_-) 나름, 이름 있는 시인의 시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혼자 자부심을 가지고 했었지만 말입니다.(웃음)

글샘 2010-11-09 23:30   좋아요 0 | URL
기형도 시... 좋죠. 우울하고 그 속에서 삶이 진득한...
 

오늘은 한국 현대시사상 가장 시를 잘 쓰는 시인 서정주에 대해 이야기하자.
더불어 <형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거야.

오늘의 시는 교과서에서 배운 서정주의 <추천사>다.
난 첨에 저게 레커멘데이션...인줄 알았어. 위 사람을 ~~ 해서 추천한다는 이야긴 줄.
농담이 아니고, 정말 그랬어.
근데 읽어보니, 웬~ 향단이? 방자전 찍나? 
우선 한번 읽어 보자.  



 

추천사 -  춘향의 말 1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우선 제목부터 해결하고 넘어가자.
추천 鞦韆은 '그네'를 한자로 표현한 거야. 요즘 말로 옮기면 '그네뛰기 노래'쯤 되겠지. 


그런데 보통 시들은 <화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시는 청자가 상정되어 있는게 특징.
춘향의 말 - 이라고 해서, 춘향이의 목소리를 떠올리라는 거지. 청자는 향단이로 드러나 있어.
근데, 서정주는 도대체 왜 춘향이가 향단이더러 쫑알거리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려 했던 걸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시의 주제는 인간의 한계 의식과 좌절이란다.
그네가 영어로 swing 이잖아. 근데 그 그네는 '진자 운동'을 하기때문에, 딱 갈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어.
우리가 그네를 재밌게 타는 이유도, 그네가 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
그네를 타고 '토이스토리 버즈'처럼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가버린다면, 헐~ 무섭겠지? 


주제를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너무 딱딱할 거 같으니깐,
만만한 옛날 이야기, 그것도 가장 유명한 리바이벌의 대명사,
춘향전에 이야길 집어 넣기로 한 거야.
그렇게 하면 일단 추상적 이야기가 <비주얼>로 떠오를 수 있으니까 말이지.
소나기에서 소녀가 죽을 때까지 입고 있었다던, 분홍 스웨터와 남색 스커트가 바로 형상화야.
이야기보다 머릿속에 남는 <그림>, <시각적 이미지>. 


추상적이고 막연해서 형상이 잘 그려지지 않는 그런 것을
전형적이고 개성적인 인물을 창조하여 보여주는 것
을 <형상화>라고 해.
그냥 일제 강점기에 징용가는 일은 무서운 거였어...
이렇게 말하는 것 보다는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에서처럼 곱단이와 만득이의 사랑이야기를 늘어 놓는 일이
훨씬 독자의 머릿속에서 끔찍하단 생각이 강한 것 처럼 말이야.
 

일단은 춘향이가 그네 뛰면서 향단이에게 하는 말이다...
이렇게 제목을 붙여 두고 나니깐, 형상이 보이잖아. 그지? 


자. 1연. 일단은, 그네가 한계점을 향해 출발~~
그 출발 동력은, 향단이가 미는 힘이지.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먼'을 머언~~ 이렇게 길게 발음한 것은, 저 머언 바다를 향한 기대감 이런 것일까?
향단이에게 그넷줄을 밀라고 하는 춘향의 시선은 어디로 가 있지?
머언~~ 바다를 향하여.
거기는 이도령이 있을지,
서울이란 도시가 있을지,
무지개 꿈이 있을지... 잘은 모르지만,
암튼 춘향의 눈은 머언 바다를 향하여 꿈에 가득찬 표정인 것이 보이지?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기때문에 그래. 


자, 아빠가 지방에서 공부하다가, 대학을 서울로 갔어.
내일이 입학식이야.
향단아, 머언 바다고 배를 내어 밀듯이... 그런 기분 이해가 가니?
머언~~ 바다, 이상향에는 무언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가득한 기분을.


2연에서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 베갯모에 놓이듯 풀꽃더미, 나비새끼 꾀꼬리들, 
이런 소재들은 '현실'이지.
가난한 우리집,
늘 하루 벌어먹기 힘든 삶에 지친 어머니,
시궁창으로 돌아다니는 탐욕스런 쥐와 함께,
늙고 병들고 아픈 자들로 가득한 이웃들이 있는 현실 말이야.
베갯모는 베개 옆에 수놓인 걸 이야기해. 옛날 동그란 베개의 양옆, 마구리라고 하지.
현실은 너무도 맘에 안 드나 봐.
엄마는 술집하는 기생이지.
아버지란 존재는 뭐, 성서방네 양반이랬는데 알지도 못하고.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춘향이의 신세도 참 환장하게 더러운 거지.
암만 얼굴이 반반하고 머리가 좋으면 뭐해?
아이큐가 160이면 뭐해. 멘사에서도 천민 사절!!인데...
양반만 알아주던 더러운 세상 아니었던가, 조선은? 정말, 국가가 해 주는 게 뭐가 있었냐고. 


얼마나 현실이 싫었던지, 1연에서 그냥 <내어밀듯이>... 가 2연에선 <아주 내어밀듯이>가 되었구나.
그만큼 벗어나고픈 소망이 컸던 거겠지. 


3연.
이제 춘향이는 서울로 간단다. 대학도 간다. 꿈으로 가슴이 벅차지.
서울로 가서 대학 나오고 하면 세상엔 완전히 별천지로만 여겨질 것 같지.
'저 하늘', '채색한 구름' 이 있는 이상향으로
울렁이는 가슴으로 올라가려고 그래.
현실에서는 '산호'와 '섬'에 얽매이지만, 나의 미래는... 행진, 행진...만 있을 것 같지.


그러나. 4연.
춘향이는 급좌절해. 왜요?
그네를 타고 있기 때문이지.
춘향이는 이도령이란 양반집 자제랑 결혼해서 신분 상승을 꾀하고 있던 여자 아이였어.
그래서 계속 올라가고 싶었겠지만,
그네는 계속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날아갈 수 없어.
버즈도 결국 중력의 작용을 받는 토이에 불과했잖아.
그네에 매여 있지,
중력은 그만 잡아 당기지,
서쪽으로 가는 달,
그를 따라 가야 이상향이 나오는데,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단다.
좌절하고. 눈물나지.
왜, 남들은 다 되는데, 난 안 되는겨? 어무이~~~  이런 느낌이 4연이야.


마지막 연.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는 건, 이것도 한계가 있잖아.
파도가...
얘도 무한한 공간 저 너머까지 못 가잖아.
그렇지만, 계속 밀어 올려달라고 부탁해.
향...단... 아... 처절하죠.
힘든데,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려는 걸, 수능 용어로 <의지적>이라고 그러지.  


자, 이 시 전체를 두고 보면.
1~3연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춘향이의 모습이 보여.
그러다 4연에서 급 좌절하고,
5연에서는 한계를 알면서도 의지를 보이는 춘향이의 모습을 읽을 수 있어.

그렇다면, 서정주 시인이,
한국 시 역사상 시를 가장 잘 썼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그 시인이 여겼던 '한계'는 어떤 것일까?
뭐, 그 사람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우선, 자기 시에 대한 한계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 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꽃밭의 독백 - 사소 단장, 일부> 

 이것도 서정주 시인데, 서정주가 추구하던 바를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어.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낫다>는 건,
세상의 여러 일 중, 자기는 시 쓰는 일을 최고의 업으로 삼는다는 이야기겠고,
근데, 또 그네를 타지? ^^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 오고 ㅋㅋ
잘 달리는 말, 천리마래도... 바닷가에 가서는 멈출 수 밖에없지.
그래서 꽃, 가장 아름다운 꽃 앞에 가서 신신 당부를 해. 문 좀 열어 달라고~~~.
근데, 말투 보니깐... 열릴 거 같지 않지? ^^ 


그러면, 서정주의 '한계 의식'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서정주처럼 언어를 부려쓰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말이야.
그의 아름다운 언어 한 번 볼까? 어째서 한국 시역사상 최고의 시인이란 칭찬을 듣는지...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 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귀촉도, 전문)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동천, 전문) 

<귀촉도>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후회와 한탄, 줄여서 '회한'으로 가득한 여인이 노래야.
여인이란 근거는,
2연에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이냥 베어서, 신이나 삼아줄걸, 슬픈 사연을 올올이 아로새겨서... 이런 거.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아, 이런 서러움을 누가 표현이나 할 수 있다니?
'귀촉도'란 소쩍새 우는 소리의 애절함을 나타낸 말이래.

<동천 冬天>도 마찬가지야.
임의 눈썹같은 가느단 초승달이 겨울 하늘에 매달렸어.
초승달 보고나 생각하는 임의 눈썹...
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그랬더니 하늘을 날던 새도 그걸 아는지 비껴가는구나... 또 눈물나지. ^^    

이 시들은 소리내어 읽어보면, 입에 착 붙는 느낌이 있어.
민요조의 3음보거든.
한 행을 세 마디로 나눠서 읽어볼 수 있으니. 꼭 소리내어 낭송해 봐.



그의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도 내가 좋아하는 시야.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지 두 장만큼한 먹오딧빛 툇마루가 깔려 있읍니다. 이 툇마루는 외할머니의 손때와
그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닥 칠해져 온 것이라 하니 내 어머니의 처녀 때의 손때도 꽤나 많이는 묻어 있을
것입니다마는, 그러나 그것은 하도나 많이 문질러서 인제는 이미 때가 아니라, 한 개의 거울로 번질번질 닦이어져
어린 내 얼굴을 들이비칩니다.
그래,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은, 이 외할머니네 때거울 툇마루를 찾아와,
외할머니가 장독대 옆 뽕나무에서 따다 주는 오디 열매를 약으로 먹어 숨을 바로 합니다. 외할머니의 얼굴과 내
얼굴이 나란히 비치어 있는 이 툇마루까지는 어머니도 그네 꾸지람을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할머니 뒤안 툇마루>


 
그 나라의 시인은 그 나라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야 하는 법이야.
푸근한 정이 살아 넘치던 외할머니 뒤안 툇마루의 먹오딧빛 툇마루,
한 개의 거울로 번질번질 닦이어져 얼굴마저 들이비치던 그 추억이 서정주의 시로 인해 남아있으니 얼마나 아름답니?
한국의 정,
이러면 무슨 초코파이도 아니고, 형상이 없잖아.
근데, 서정주가 군지렁거리면서,
자기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좁은 툇마루가 있었는데,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이면, 거기로 갔더라는...
꿈과 전설이 가득할 것 같은 공간이 오롯이 형상화되고 있지.
이런 것이 좋은 시 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  

그런 그의 한계 의식의 한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 그의 <자화상>이란 작품이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를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한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자화상>

한국 사회는 세계사적으로 가장 최근까지 '노예제'가 실시되던 국가였대.
갑오개혁(1894)으로 공식적으로 폐지된 양반-상놈 제도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위세를 펴고 있지.
지금도 누구누구 이름을 대면, 뭐, 해주 최씨가 어떻네, 전주 이씨가 어떻네 족보를 외워대는 사람도 있어.
족보가 뭐야?
그게 바로 연좌제란다. 법으로 금지하는 연좌제. (가족을 묶어서 벌주고 상주는 제도) 

88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많이 올랐지.
그러고 나서 노동자들이 한 일이 뭔지 알아? 집집마다 족보 만들기 였어.
기백 만원 주고 사는 거.
그래서 지금 집집마다 족보 없는 집이 없어. 다 돈 주고 산 족본데...
한국 사회는 이런 사회야. 아직도 '쌍놈의 새끼'가 '개새끼'보다 못한 욕인 사회.
자기는 양반 자식이 아니고, 그래서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살아 온 것이란다. 

그래서... 그래서 권력을 가진 세계로 편입하려고 아무리 그네에 올라 발을 굴러도,
그네는 매번 뒷걸음질치곤 했던 모양이.
그래선지, 그는 '뉘우치지 않을 짓'을 서슴지 않고 하기도 했단다. 진짜 그의 한계지. 

그래서, 서정주가 또라이 소리를 듣기도 해.
아무리 재주가 좋으면 뭘 해?
정신머리가 오락가락하는데...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근데 친일파 단죄 문제, 이건 쉽지가 않아. 나도 일제 강점기였다면 아마 친일파 했을 지 모르거든. ㅠㅜ
독립 운동가 돼서 집안 망하는 거보다, 친일파 해서 입신양명하는 것이 사실은 거의 모든 집안의 숙제였지.
이런 현실에서 그냥 욕만 퍼부을 순 없는 거 같아.)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伍長)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한살 먹은 사내/(…)/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이것이 <오장 마쓰이 송가>란 건데.
조선 출신 학도병 '마쓰이 히데오'가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서,
'카미카제 특공대'의 일원으로 영국, 미국 항공모함을 향해 처박혀 죽는 영웅이 된 것을 칭송하는 노래지.
시대가 어두웠으니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이건 좀 심한 거였어.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완전 사기였단다. 평화의 댐)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쥐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서정주(1987. 1) 전두환 56회 생일 축시 ㅋㅋ 

1980년 광주에서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쿠데타를 일으킨 자에게...
이런 미친 짓을 했으니 욕을 먹어도 싸지. 

또, 그의 불후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국화 옆에서>도 사실은
천황폐하를 알현하는 신하의 마음으로 썼던 거라는 비판도 힘을 얻고 있어.
일본 왕가의 문장인 국화.
일본의 시조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이미지라고 보기도 하지.
그의 시가 워낙 미친 아낙 널 뛰듯, 럭비공같은 진로를 보여주다 보니깐, 이런 욕도 먹고 있는 거겠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국화 옆에서) 

이 유명한 시는 '원숙한 삶을 위한 고통'을 쓴 시라고 하는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는 데도,
봄부터 소쩍새의 울음이,
여름엔 먹구름 속 천둥의 울음이 필요했던 거란다.
이제, 가을이 되니,
머언 먼 인생의 젊음을 뒤안길로 돌아온
내 누님같은 원숙한 아름다움을 지닌 국화가 피었어.
차가운 겨울이 되었는데도 피어있는 국화.
무서리 속의 국화.

사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의 국화는 '오상고절'이라고 절개의 상징이었거든.
그것도 강인한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다음 시조를 보면 그런 걸 알 수 있지.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춘풍 다 지나고
낙목한천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이정보) 

시절이 험악해도,
미친 짓은 안 하는 게 좋단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래.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이 말.
한번 곱씹어 보자꾸나.
즐거운 일주일~ 힘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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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투리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10-11-09 13:20 
    * 글샘님 시 공부하다가 인터넷에서 찾은 단어들  아랫 것들 중에 몇개나 알고 계시나요? - 늘총박이, 어벅다리, 육바라기, , 털메기, 따배기, 세코짚신, 네날박이, 탑골치, 노파리, 결은신, 죽신, 짤짜리, 쭉신 - 그 외 ; 감발, 신발한다, 신발차, 모숨, 총, 들멘다, 신들메 또는 들메끈, 운두, 우너리, 달창, 재리, 사갈
 
 
cyrus 2010-11-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수업은 읽다가 중간에 웃기도 했습니다.ㅎㅎ
저도 학창 시절에 <추천사>가 그냥 추천하는 글인줄 알았다는,,,^^;;
재미있었습니다. 미당이 친일 시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다보니
그의 대표작 <국화 옆에서>도 친일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론도 언급되기도 하는군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도 문학 수업 잘 읽었습니다. 다음 작품의 시인이 누군지
기대가 되네요.

글샘 2010-11-09 18:24   좋아요 0 | URL
cyrus님 꼭 학생 같아요. ㅎㅎ 읽고 부지런히 댓글도 다시고... ^^

cyrus 2010-11-10 17:20   좋아요 0 | URL
글샘님의 표현 방식대로 말하면, 저는 지금 '큰' 학생입니다. (재미 없죠^^;;)
글샘님의 문학 수업을 읽으면 예전 학창 시절의 국어 수업도 생각나면서도
글샘님에게 문학 수업을 받게 되면 수업도 재미있게 듣고, 성적도 더 좋을 것이라는
미련도 드네요.

2010-11-09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9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11-0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질문 있어요. 달이 지는 서쪽을 이상향으로 보는건 왜 그런거에요?

글샘 2010-11-09 18:26   좋아요 0 | URL
서쪽을 보통 극락, 서방정토라고 보는 불교적 해석의 영향 아닐까 합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에서도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나오니까요.
 
까마귀 오서방 책읽는 가족 10
박재형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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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과는 사뭇 다른 풍광과 습속을 가진 섬, 제주도의 사람들 이야기. 

<까마뒤 오서방>은 모두들 무시하고 있지만,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보여줄 줄 아는 사람이다. 

세상엔 돈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왜 자꾸 세상은 가진 자들의 시선으로 평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이 글 속에는 가득하다. 

<기복이>는 외톨이 장애아들의 마음아플 곳을 어루만져주는 동화다. 

<해맞이>는 배타는 아버지의 비린내 나는 돈을 징그러워하던 아이의 이야기다.
배타고 나가서 실종되어 소식이 없는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 흔한 제주도의 슬픈 이야기. 

<할머니댁>은 보잘것 없어보이는 할머니의 물질하는 모습을 보고,
<강씨 아씨>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학교 일꾼 강씨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통해 '건강한 일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이야기. 

<코스모스 꽃다발>은 관광객으로부터 입장료를 받는 꼬마의 맑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이고,
<삼백원>은 적은 돈을 참 값있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는 이야기. 

대부분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일하는 것이 건강하다는 이야기이다.
부유한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부유하지 못하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사는 일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없어지는 것들을 아쉬워하는 그런 이야기. 

무엇보다도 제주도의 입말을 기록 문학으로 남기고 있는 소중한 이야기. 

교정 하나. 143쪽의 <내지>는 <조선>이 아니라 <일본 본토>의 다른 말이다. 조선은 <반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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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름답다 책읽는 가족 37
홍기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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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설거지를 하면서 부엌 텔레비전을 켰는데 '수달'을 잡아서 구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좀 전에 읽었던 <수달 이야기>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사람이 동물을 위해 해준 일들도 동물들의 본성을 잃게 하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데... 

홍 기 선생님의 동화들은,
빨리만 가려는 사람들의 세상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멋진 동화들이다. 

교과서에 실렸다는 <아침 햇살 오르거든>은 마치 한 폭이 동양화 같기도 하다.
마음에 털끝만한 의심도 없다면, 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은대로 이뤄질 수 있거늘,
그런 마음을 매일 논하는 스승님조차도 먹지 못하는데,
어린 동자는 그 마음을 가르침의 목적도 없이 매일 가지고 산다는 이야기. 

<자장면>이란 소설도 마찬가지다.
반편이란 소리를 듣는 김씨와 벙어리 그 아내.
김씨에겐 아무 문제가 없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도, 배운 건 하나도 없어도,
세상은 늘 즐거운 곳이다.
남들보다 밥도 잘 먹고, 일도 잘 한다.
손볼 것이 있으면 김씨에게 온다. 그런 김씨를 그들은 반편이라 무시한다.
자장면을 맛본 김씨. 아내와 아이를 싣고 경운기를 몰아 읍내로 가지만,
경운기는 눈길에서 처박히고 마는데, 그래도 그는 노 프라블럼이다. 참 유쾌한 소설.
김씨는 달구지의 도움으로 읍내로 가고, 크리스마스 금일 휴업에도 불구하고 한 그릇의 자장면을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세상은 사실, 많은 것을 가지고 사는 곳은 아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즐겁게 살 수도 있는 곳이 세상이거늘... 

<옥수수빵>은 5학년 읽기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다.
사고뭉치도 친구를 위해서 장난만 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도와주는 일도 한다는 이야기. 

<사람이 아름답다>의 하수가 전해주는 사람 냄새.
<새로 놓은 다리>의 물질보다 중요한 생명 이야기.
<새와 할머니>의 도시 생활 속 삶의 질 이야기... 모두 화두 하나씩 툭 던져주는 가볍지만 묵직한 동화집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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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 책 읽는 가족 11 책읽는 가족 11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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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채수아.
얼굴도 이쁜 아이가 시골로 전학을 온다.
영무는 고모의 딸인 수아가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해서 처음엔 좋다가,
수아가 저지르는 희한한 행동에 어쩔 수 없는 보호자가 되어 곤란한 일을 많이 겪는다.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나는 이 제목이 몹시 불편했다.
정말 조금 다를 뿐일까?
대머리 선생님은 수아를 몹시 귀찮게 여기시는 듯 한데,
선생님이 수아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것일까. 

학교는 정상적인 학생들만 지도하기에도 팍팍한 곳인데... 

수아를 맡겨 두고는 늘 영무에게 죄인인 것처럼 맛있는 것, 좋은 옷, 멋진 장난감을 뇌물로 사줘야 하는 고모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마음이 글읽는 내 맘에도 아프게 다가왔다. 

특수학급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의 교실에서 수업받기엔 <많이> 불편하다. 

그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보조교사>다.
국가에서 해주지 않는 것. 그래서 서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
이 이야기의 수아는 그나마 무용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엿보이지만,
펠프스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8관왕이 아니라 정신병원으로 갔을 수도 있음을 국가는 생각해야 한다. 

그저, 조금 양보해서 살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 아이들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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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1-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차이를 강조한다고 해도,
글샘님 말씀처럼 우리나라에는 아직 장애우들을 위한 환경은 척박한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샘 2010-11-08 13:15   좋아요 0 | URL
장애우란 말도 편견에서 나온 거라 하더군요.
남의 친구로나 존재하는... 친구로 알아주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영어로 'disabled'란 말도 모욕적인 거구요.
장애우에 대한 물질적 뒷받침이 그들에게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는 기반이 되는데... 맨날 정신적으로만... 그건 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