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 - 독일 올덴부르크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10
베아테 테레자 하니케 지음, 유혜자 옮김 / 대교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2007년 3월. 당시 12살이었던 A양은 끔직한 경험을 해야 했다.

큰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큰 아버지의 성폭행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A양은 2007년부터 올해 7월까지 3년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

A양은 큰 아버지 뿐 아니라 자신의 친 아버지에게도 성폭행을 당해야 했다.

A양은 지난 2009년 1월, 집안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아버지의 성폭행은 그후로도 계속됐다.

A양의 아버지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친 딸을 성폭행 했다.

법원은 '인면수심'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뉴시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01109_0006657431&cID=10203&pID=10200 

이런 황당한 뉴스들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면서, "헐~ 정말 황당하네~"
이렇게 남의 일로 넘기기 쉽다. 

그렇지만, 딸 가진 부모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요즘이야 성추행에 대한 교육도 많이 시키고, 어린 학생들이라도 "노!"하라고 많이 지도한다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흉악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도둑질이나 강도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가 아니지만 성폭행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를 발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혹 짧은 치마 입고 다니는 젊은 여자애들은 '성폭행'에 책임이 있다~고 떠드는 마초들도 있지만, 그 발언은 틀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남자들, 특히 청소년들의 성욕은 '폭탄'과 같은 것임을 여성들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소설의 말비나는 밝히기 힘든 것을 밝힌 용기를 낸 아이다.
용기를 내고 나서는 문제가 급호전될 수 있는 것을... 서로서로 쉬쉬하다 보면 문제는 점점 더 꼬이게 된다. 

한국인이 외국 나가서 사내아이들 귀엽다고 고추 만졌다가 성추행 혐의로 잡혀갔다는 둥,
며칠 전에는 이쁜 꼬마 여자애에게 뽀뽀한 번 하자고 했다가 성추행 혐의로 잡혀갔다는 기사도 났다. 

예쁜 어린이들을 보면 손 흔들어 주고 볼 쓰다듬어 주고, 말걸어 주고 방긋 웃어주는 것이 미덕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뽀뽀도 할 수 있고, 손도 잡아줄 수 있지 않은가.
세상이 너무 무섭다 보니, 뭣이든 범죄행위처럼 몰아붙이는 무서운 곳으로 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고장난 죄의식을 가진 어른들은 자기가 잘못한 것이 뭔지도 모르는 채,
자라는 싹을 싹둑 자르는 일을 할 수도 있다.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책을 읽도록 권해야 한다.
행복 =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여야 하는 것이지만,
불행 = '그 모든 것이 갖춰진 행복의 상태' - '단 하나의 조건'인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천국에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그래서 0.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바른 성 의식과 좋은 이성 친구에 대한 길잡이가 될 법한 훌륭한 책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는 여중생 정도면 강추! 하고 싶고,
남학생들도 아름다운 이성 교제를 위해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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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7
김만중 글, 김원석 엮음, 윤종태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사과가 웃으면? 풋,사과 

바나나가 웃으면? 바나나, 킥 

원숭이를 구우면? 구운, 몽... ㅠㅜ 

'구운몽'과 '삼대'가 갑자기 '고딩의 독서 목록 1호'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장편소설들인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일부분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고딩 국어 10년 넘게 가르친 나도 구운몽 한 번 읽었고, 삼대는 아직이다. 조금은 읽다 말았다. 원어본 구운몽은 넘 난해하고 인간 관계 복잡하다. 그런 꿈은 확 깨고 싶다. 삼대는 왕짜증 소설이다. 애비가 좋아하는 술집 여자 아들도 좋아한다. 이건, 뭥미? 

구운몽은 줄거리가 이렇다.
성진(이름도 좋다, 성품이 진실해~, 이름 중요하다. 미달이, 평생 정신적 스트레스...)이 육관대사 밑에서 도를 닦는다.
어느 날 심부름 가서 용왕이 권해 술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여덟 선녀와 말대꾸 조금 하고(먼저 찍자 붙은 건 팔선녀다.) 절에 돌아와서 '남자로 태어나서 출세하지 못하는 신세'를 잠시 한탄한, 바로 그 세 가지 죄를 물어, 엄한 스승 육관대사는 지옥으로 보낸다. 

그 지옥인 즉슨,
까까머리 중놈 성진이가 양소유란 미남자로 태어난다.(아, 나도 오늘부터 지옥갈 짓만 하겠다. 천국은 무슨 재미람. ㅠㅜ 구운몽 읽지 말라. 악마가 지옥엘 가니, 거기가 바로 천국이더라... 뭔 말이야???) 
과거를 보러 가는데 절세 미녀 진채봉이가 바로 대기하고 있고, 기생 계섬월은 양소유의 글을보고 한 눈에 반한다.
(아, 양소유... 이름이 죽인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젊을 소에 놀 유라... 캬... 나, 양소유로 돌아갈래~~) 

장안 절세 미녀 정경패랑 혼약을 맺고, 경패는 계집종 춘운을 첩으로 삼으라 권한다. (아~~ 정말 지옥 좋아 좋아.. >ㅇ<) 

적경홍과 인연을 맺는데 또 난양 공주와 어쩔 수 없이 더블 결혼을 해야 하고, 자객 심요연은 웬일로 쳐들어와서 날 잡아 잡수~~ 거기다 백능파는 용왕의 딸인데... 국제 결혼까지 불사한다.(과연, 이 책을 권장 도서에 넣을 것인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게 웬 권장 도서란 말인가.) 

경패와 난양 공주의 두 아내, 그리고 여섯 잉첩을 거느린 성진이. 캬~ 정말 노세 노세 젊어 노세다.
성경에도 7일에 한 번은 쉬라고 했거늘... ㅠㅜ
근데, 이 바보같은 넘이 자제를 하지 못하고 넘 놀다가 그만 질리고 만다. 그래서 "음, 나는 불도를 닦아서 부처님 제자가 되고 싶소~" 이런 망발을 내뱉는다. 두 아내와 여섯 첩도 "우리를 제자로 삼아 주세용~" 이런 쌩쑈를 벌이는데, 어디서 땡중이 하나 나타나, 얌마~ 너 나 알아 몰라? 묻는다. 

양소유는? 첨 보는 얼굴인디~ 아내들도 멀뚱멀뚱하는데... 대사가 지팡이로 돌난간 딱! 두드리자,
에고고... 지옥 끝, 천국 시작. (이런 니미... ㅠㅜ) 다시 중 성진으로 돌아갔다는 슬픈 이야기다. 

과연 이 소설이 '청소년 권장 도서'일지... 특히나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인데,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부모는 아이가 책읽으면서 뭘 배우길 바라는지... 몹시 궁금하다. 

솔직히 권장 도서 문제 많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그것이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명작도 아니다.
이 책은 철저히 <성인용이야~>하고 외치는 작품이다. 

엄청 어렵고, 엄청 복잡 다단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어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옥 부분의 양소유가 온갖 부류의 여자들과(공주부터 자객이면 뭐 안 거친 물이 없네) 놀아나는 부분이 핵심인 책인데, 한참 야한 영화 보다가, 마지막 5분 동안, 청소년 여러분, 문란한 성생활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걸 권장 비디오라고 틀어주고 나가버린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는 책이다. 

자기 아이가 그런 삿된 것들은 다 이겨내고 성품이 진지한 성진같은 인격자라고 믿는다면 뭐, 한 권 권해줘도 좋겠고,
고딩 정도 아이가 책을 읽는 것보다는 베고 자는 용으로 여긴다면, 구운몽 고딩용을 한 권 권해주는 것도 좋다.
그런 거 아니라면, 그저, 교과서와 자습서 부분으로 충분히 족하다.
교과서엔, 저 재미있는 (지옥부분)은 쏙 빼먹고(아이고, 아쉬워라~~~) 맨 뒷부분 깨몽!하는 대목이 실려있다.
결국, 교과서만 배워서는 재미 하나도 없는 '구운몽~'인 셈이다. 

이 책은 진지하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성인이 한 번 읽어보고 싶은데, 쉽게 읽을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제일 낫다.
이야기 전개가 이처럼 잘 엮인 책은 처음 본다.(다만 아쉬운 것은 서포에 귀양갔던 서포 김만중이 쓴 원본에는 멋드러진 시들이 가득한데, 그게 쏙 빠지니... 거품 빠진 맥주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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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1-09 23:57   좋아요 0 | URL
권하고 싶잖은 책이라니까는... 다른 작업으로 들어가시길...
 

자. 오늘은 시험에 잘 나오는 시인, 김광균을 공부해 보자.
오늘 시 간단하게 두 개만 하고, 다음 시간에 더 해야 할 것 같아.
김광균 시가 시험에 많이 나거든. 

그럼, 김광균 시가 시험에 잘 날 만한 요소가 뭘까?
우선, 그의 시는 <이미지즘> 시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활용하고 있단다.
그러다 보니 '공감각적 심상'도 많이 등장하지.
우선 '가스등'을 한자로 적은 표기, '와사등'부터 읽어 보자.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녀 있다.
내 호올노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信號)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날애를 접고
느러슨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저저
찰난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思念)의 벙어리 되여 입을 담을다.

피부의 바까테 숨이는 어둠
낫서른 거리의 아우성 소래.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석기여
내 어듸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왓기에
기일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듸로 어떠케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니여 잇다. (와사등) 1939년 

한글 맞춤법이 1933년에 처음 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땐 전혀 교육되지 않을 때였으니, 그 당시 표기엔 이렇게 일관성이 없기도 하구나. 

1연과 5연은 수미상관이지?
이 시에서 '차단---한' 하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단어야.
'차가운' '차단된' 이런 정도의 뜻으로 쓰인 말이겠지.
이렇게 화자가 만들어 쓸 수 있는 용어를 '시적 허용, 시적 자유'라고 한단다. 

차가운 가로등이 '텅~ 빈(쓸쓸한 분위기겠지?)' 하늘에 걸려 있어.  
화자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를 모르겠대.
농촌에서야 해지면 집으로 가는 것이지만, 쓸쓸하고 고독한 도시 생활이 보여지지. 

긴---여름 해 황망히 날애를 접고
느러슨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저저
찰난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思念)의 벙어리 되여 입을 담을다.

2연을 보면, 화자의 '시각적 심상' 활용이 잘 드러난다.
길던 여름해가 지는 모습을 '해가 당황하며 급하게 날개를 접'는다고 했지.
시각적 감각에 보이는 것 같잫아. 해가 주저주저하면서 지는 모습이...
늘어선 고층 빌딩이랬자, 그 당시엔 3층 정도 됐겠지.
건물들도 마치 <묘비석> 같다는구나. 생기가 없고 왠지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
찬란한 야경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잡초처럼 헝크러져 있고,'
화자는 생각이 멈춘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물고 있대. 

전체적으로 도시의 고독한 분위기가 '감각적(시각적)'으로 그려지고 있지. 

피부의 바까테 숨이는 어둠
낫서른 거리의 아우성 소래.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다음 3연은 '공감각적 심상'이 드러난 부분이야.
어딘지 찾을 수 있겠니?
'스미는 어둠'이야.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어둠은 보이는 거(시각)잖아. 피부에 스며드는 것은 촉각이겠지.
근데 이 사람이 피부로 느낀 걸까, 눈으로 본 걸까?
어둠은 본 거잖아. 그걸 피부에 스며든다고 과장해서 표현했으니,
<시각의 촉각화>라고 하는 <공감각적 심상>이 쓰인 거란다.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이런 것은 너무 '감상적'이라고 해.
'음악 감상' 이런 감상이 아니라 '감각을 아프게 하는 감상', 영어로 센티멘탈...이라고 하지. 
도시의 경관을 그리는 시를 <모더니즘> 시라고 하는데 좀 센티~한 부분이 들어가서 분위기를 죽이네.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석기여
내 어듸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왓기에
기일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생각나지?
많은 사람 속에서 더 외로운 법이지. 남들은 다들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난 뭔가~ 싶어서 말이야.
화자의 마음은 '비애'와 '어두움'이구나.

전체적인 주제는 '도시 문명 속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정도가 되겠지. 
1930년대 후반, 어두운 도시의 문화를 감각적으로 그리고 있는 시란다.

이 시가 3년 전에 수능에 출제되었는데,
수미상관의 특징 찾는 쉬운 문제,
그리고 <슬픈 신호>, <늘어선 고층>,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이 다섯 개 중에 아래 설명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찾는 문제가 출제 되었어.

서정적 자아는 세계를 내면화한다. 이런 작용으로 서정시에서 자아는 상상적으로 세계와 하나가 된다.
그렇지만 근대 이후의 문명사회에서 자아와 세계의 조화나 통일은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근대 이후의 서정시에서는 자아와 세계 사이의 분열에 대한 자아의 반응을 함축하고 있는 시어
이 자주 나타난다. 

답은 당연히 두 번째 것이었지. 어렵지 않지?
수능에서 어려운 시가 나오면, 문제에서 해설을 많이 붙여 두니깐, 긴장할 필요 없이 즐겁게 풀면 된다. 

 

다음엔, 김광균의 <추일 서정>을 한번 읽어 보자.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ㅡ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 - 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우러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추일서정 秋日敍情) 1940년.


제목 추일 서정은 '가을날의 정서를 쓴다'는 뜻이지. 

폴란드의 도룬 시, 전쟁으로 인한 황폐와 망해버린 정부의 쓸모없는 지폐...
이런 역사적인 정황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감각적으로 피폐함을 느낄 수 있단다. 

이 사람이 본 것은 폴란드나 지폐가 아니야.
'낙엽'을 본 것 뿐이지.
그 '낙엽'을 무엇에다 빗대냐면,
망해버린 폴란드의 쓸모없는 지폐에 빗대는구나.
그저 낙엽이라고 하는 것보다 '지폐' 쪽이 훨씬 눈에 잘 보이는 것 같다. 

구불구불한 길을 '구겨진 넥타이'처럼 비유하고,
햇빛이라고 하면 될 것도 '햇빛(일광)의 폭포'라고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오후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리는데(현대적인 모~던한 분위기, 모더니즘)
기차 연기는 '담배 연기'같다고 비유하네. 

포플라 나무, 공장의 이빨같은 지붕, 철책 모두 현대적인 소재란다.
셀로판지도 마찬가지지. 

이 부분까지는 그야말로 <가을의 풍경>이란다.
앞부분에서 '풍경'을 노래하는 <선경>
그럼 뒷부분에선 뭐가 나오지?
<후정>

자욱 - 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우러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어떤 감정이 느껴지니?
풀벌레소리 가득한데, 혼자서 마음이 바삭 부스러질 것 같은 외로움.
그래서 별 의미도 없이 돌 하나 던져 본다.
돌이 반원을 긋고 떨어지는 모습조차 <고독한 반원>이 되었구나.
뒷부분의 감정은 <외로움, 애수> 이런 거란다. 

자,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의 공감각적 심상을 하나 보자.
이 사람의 '감각'이 느낀 것은 뭘까? 풀벌레 소리를 들은 거야.
그런데 '자욱한 풀벌레 소리'라고 했으니까,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거지? 청각의 시각화.
그런데, 그 <자욱한 풀벌레 소리>를 발로 찼다고 하는구나.
차는 건 촉각화잖아. 이 표현은 (<청각을 시각화>한 것을 다시 촉각화>)하는 공감각적 심상을
겹쳐 쓰는 방법을 쓰고 있지. 

그리고, 외로움도 생각을 어쩔 수 없어 허공에 돌팔매 하나 띄웠는데,
기울어진 풍경 저쪽으로 고독한 반원으로 떨어져 가는 돌의 모습을 통해 외로움을 드러내는 시각적 수법을 쓰지. 

자. 이 시의 주제는?
가을날의 애수 어린 풍경과 고독감, 이정도가 되겠지? 

오늘은 김광균의 시 두 편을 통해 <감각적 이미지>를 다양하게 쓴 시를 읽었다.
어두운 시대를 보여주는 방법도 다양하지? 

사람은 언제 어느 시대를 살든 자신이 작아 보이고 쓸쓸하게 느낄 수 있단다.
특히 즐거운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을 땐 그렇지.
이런 말이 있어.
사람은 희망만으론 살 수 없다. 그러나, 희망 없이는 더욱 살 수 없다.
힘이 빠질수록, 뭔가 희망을 찾아서 붙들고 사는 것이 삶의 '원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민우도, 그 희망 하나 꼭 잡아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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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1-0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창작블로그 글인데도 오늘은 드래그가 되는 걸요. 고등학생 조카 있으면 저도 매일 인쇄해서 챙겨주고 싶어요.^^

글샘 2010-11-09 22:27   좋아요 0 | URL
지금은 또 안 되네요. ^^ 고딩에게 좀 도움이 될는지요. ^^

반딧불이 2010-11-1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각이미지를 배울 때 들었던 '멀리서 들려오는 푸른 종소리'인가 하는 시구가 생각나요. 소개해주신 시를 보니 시인이 공감각 이미지를 아주 즐긴것 같네요.

글샘 2010-11-11 13: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김광균 시인 하면 공감각적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김광균, 외인촌)와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박남수, 아침 이미지)가 대표적이죠.


cyrus 2010-11-10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균 시인은 정말 공감각적 이미지 표현의 달인 같습니다.
같은 시인이 쓴 <설야>라는 시도 참 좋고요. 눈이 오는 소리를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표현이 참 기발하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에 그 구절 때문에 학생들이 시의 아름다운 무드를 깨곤 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이 구절,, 야하지 않은데 말이죠)
저는 김광균의 시 중에서 <설야>를 아름다운 시로 꼽고 싶습니다.

글샘 2010-11-11 13:40   좋아요 0 | URL
설야... 멋진 시죠. 가슴이 설레는 그런 허전함... 아름다운 시입니다.

2014-06-28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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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은 굶주리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생긴 단체다.
이 슬픈 단체가 탄생한 땅은 슬픈 이 땅이다.
한국 전쟁의 화상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생긴 단체.
이제 한국도 20년 전부터 수혜국에서 구호국으로 바뀔만큼 경제적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구호해야할 아이들도 많다. 

전쟁과 질병, 가난의 트라이앵글은 결코 떨어지는 법이 없다.
거기다가 여성이라는 질곡은 인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한 달에 3만원 후원하면 한 명의 어린이가 생의 희망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고시원에 사는 여학생이 지난 달 돈이 없어서 못냈다며 미안하다고 전화를 하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이런 데 기부한다.
죽은 남자친구가 후원하는 아이를 돕겠다고 여자친구가 전화를 한다.
다 바보들이다.
이 경쟁의 시대에, 바보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눈에 밟히는 바보들... 

희망만으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희망없이 살 수는 더욱 없다.(249) 

오지를 돌아다니며 이런 생각들보다 눈물을 더 많이 쏟는 작가.  

볼리비아, 보스니아, 네팔, 베트남, 케냐, 에티오피아...  

삶의 하루하루가 전투라면, 인생 전체는 전쟁인 곳.
승리하기 위해서 매일의 전투를 치러야 하는 사람들.
비유법으로서의 전투가 아니라, 실제로 생존을 위해서 날마다 고통스러운 전투가 필요한 땅은 아직 많다. 

생명이 있는 한, 인간은 무엇인가 바랄 수 있다.(286, 세네카) 

온갖 가난과 기아, 질병 속에서도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개념조차 세우기 힘든 삶을 사는 조건에서,
과연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아이들, 여성들, 노인들...
월드비전의 움직임을 따라서 <아름다운 美> <이야기 口>들이 모인 <선함 善>을 생각하게 하는 착한 책. 

내 욕심을 조금 줄여서 배고픈 이들에게 빵을 나눠줄 마음을 열게 하는 책.
오어이병으로 수천이 먹고도 수천 바구니의 빵과 물고기가 남는 기적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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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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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는 이런 이야기에서 나온다.

   
 

두 친구가 조난 당한 후, 모종의 원주민 사회에 잡혀 간다.
무시무시한 의식을 치르고,
추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먼저 한 친구에게 물었다.
"데쓰 오아 붕가붕가?"
친구는 '죽음'보다야 '붕가붕가'가 낫겠다는 판단을 했고, '붕가붕가'를 외쳤다.
곧 친구는 '붕가붕가 형틀'에 묶였고, 열 걸음 뒤에서 달려오는 집행인들은 그에게 똥침을 가격했다.
결국 친구는 피투성이가 되어 장렬하게 죽는다. 

이제 남은 이의 차례.
다시 묻는다.
"데쓰 오아 붕가붕가?"
죽음보다 더 참혹한 붕가붕가는 싫었다.
그래서 남은 이는 외치고, "데쓰!"
추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판결한다. "데쓰 바이 붕가붕가!" 

 
   

뭐, 이러나 저러나 죽을 넘만 죽을 맛이란 이야기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신자유주의와 함께 생겼다면 사회사적으로 의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폐일언하고,
붕가붕가 레코드의 '붕가붕가' 의미는 '개나 고양이의 자위'에서 나온 거란다. 좀 웃긴 자들이다. 

자유로운 영혼들의 자유로운 음악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또는 '미미시스터즈', '브로콜리 너마저'들의 자유분방함이 가득하다.
좀 걱정되는 것은,
이 글에 나오는 음악에 꽂힌 아이들의 90%가 서울대생이란 거.
하다가 안 되면 언제든 대기업 취업하든지, 최소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사람들이란 거.
괜히 붕가붕가 레코드를 보고, 무작정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된다는 거.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본없는 '독립 음악'을 만들어가는 '인디 밴드'들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부디 그들이 '지속 가능한 딴따라들'로 오래 버티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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