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 4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6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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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이란 묘한 거야. 참말 묘하고도 신비스러워.
...
소위 하부층, 소위 그 대다수인 민중 말일세.
이건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과는 달라.
솔직히 말해서 민중이라는 큰 무리 그 자체, 난 모르겠어. 모르겠거든.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대다수인 그들 민중 그 큰 무리를 통하여 나는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시 그들을 알 수 없듯이 인간 역시 오리무중이야.
그건 크나큰 절망, 절망이지.
어쩌면 그 절망은 역사의 본질 같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
완전한 지배, 완전한 복종, 한다면 역사란 존재할 수 없는 거 아니겠나?
그런 뜻에서 절망의 본질이란, 억지같은 얘긴지 모르지만, 명멸의 이 끝없는 되풀이 그 자체인 것 같은 생각도 들어.
복종의 존재인 저 거대한 무리는 그러나 결코 복종 아니하면서 목적에 이르지도 못한 채 사라져가며 또 사라져 가고.
결코 그들은 그 아무에게도 지배된 적이 없고,
어떤 힘도 그들을 완벽하게 지배한 적은 없었다.
.... 상층과 중간층은 중심에서 퉁겨나간 한탄 비말에 불과한 거 아닐까.
대다수 민중이야말로 거대한 여울이다. 여울.
그 거대한 집단, 꿈틀거리는 그 집단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내게 있어서 그 행방은 늘 불가사의하면서도 불길해. 
 
   

조용하와 제문식의 이야기를 빌려서 저자가 펼치는 '민중론'이다.
4부가 쓰여지던 1980년대는 그야말로 '민중'의 시대인데,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30년대의 제국주의와 민중의 전쟁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소위 '민중론'이라는 운동의 방향은 민중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앞서 마지막에서 이야기했듯, 그 행방은 늘 불가사의하고 불길한 것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다중'의 지능이란 것 역시 그렇게 꼬리를 내리기 쉬운 것 아니던가 말이다. 

4권의 마지막 권에서는 홍이와 김두수의 만남,
윤국이와 숙이의 운명이 엇갈림,
그리고 홍이를 찾아가는 임이의 모습,
만주로 떠난 여성운동가 유인실.
또 남경학살 이후의 일본인 지식인들의 다양한 논의들... 이런 것들이 비교적 적실하게 드러난다.
다른 권들에서 '근대 여성론'이나 '민중 해방론' 따위가 지루하게 '교술'적 톤으로 진행되어온 것이 비하면, 그래서 속도감이 확 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면도를 하러 들어갔다가 신병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을 그은 친일 귀족 조용하의 죽음도 쇼킹하다.
쇼킹한 부분을 쿨하게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박경리 선생의 장기다.
귀녀의 죽음에서 보여준 문체의 시크함은 조용하의 죽음에서도 도드라진다. 

"이상하군. 그럼 어딜 갔지? 창 밖으로 날아갔나?" 하다가
제문식의 안색이 싹 변한다.
허둥지둥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열고 들여다 본다. 다음 순간 제문식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도하 신문에 조용하의 자살은 일제히 보도되었다. 남몰래 불치의 병을 비관해오다가 스스로 목을 찔러 자살했다는 대개 그런 내용이었다. 어떤 신문에는 그 불치의 병은 폐암이었다고 씌어져 있었다. 

김두수가 홍이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생광스럽다'는 말이 등장한다.
'날 生'에 '빛 光', 광이 나게 된다는 의미로, '영광스러워 체면이 서는 듯 하다, 아쉬운 때에 요긴하게 쓰게 되어 보람이 있다'는 뜻이다.  

윤봉길의 의거가 삐걱거리던 중국과 조선의 관계를 일거에 희망을 지니는 쪽으로 돌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만주 사변을 거쳐 난징 학살까지 자행한 일본의 셈속이 '일본 군부의 작전'이라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중국 땅이 일본 땅의 몇 배인가. 중국의 인구는 일본 인구의 몇 배인가?
대저, 잔인성이란 용기있는 자보다 용기 없는 자의 속성인데, 일본 민족은 매우 소심하고 겁이 많은 민족인 게야.
자고로 칼로써 다스려지는 백성이 그런 것은 당연지사.
대륙에다 개미처럼 풀어놓은 군대, 그들을 짐승으로 만들지 않으면, 악귀로 만들지 않으면 어쩌겠나?"
"그러니까 병사들의 양심이나 공포심을 마비시키기 위한 작전의 하나였다는 그 말씀이군요." 

송장환, 권필응, 정석 등의 사나이들이 만주에서 벌였던 <무장 투쟁>의 역사를 이렇게 소설 속에서나마 읽는 일은 '불행중 다행'이다. 

이제 5부로 넘어가게 된다.
제대로 쓰라린 역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살갗을 파헤칠 텐데... 읽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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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4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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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피를 써서 사람이지 삼강오륜도 모리는 짐승만도 못한 놈들.
품속에 땡전 한푼 없어도 나는 왜놈의 짐만은 안 집니더." 

인실이 바닷가에서 만난 지게꾼 노인의 이야기다.
마음 밑바닥에서 진심으로 경멸을 보냈던 왜놈들 사정을 이런 구절에서 읽을 수 있다.
힘으로야 눌리지만, 결코 너희같은 비문명인, 곧 야만인들에게 우린 질 수 없다는 오기가 가득하다.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백인들을 보면 헤헤거리다가도, 살집 좀 거무데데한 동남아 사람들 보면 경멸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그야말로 문명의 미아가 되어버린 불쌍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거나 아닌지...   

   
 

 "조선 농민들은 선비 정신의 토양이에요.
도 선비 정신의 씨앗이 뿌려진 대지이구요.
양반 계급이 학문을 독점하고 있었지만,
하여 무학이지만 무식은 아닌 거예요.
그들은 가난하지만 예절이 스스로의 존엄을 지탱한다는 것을 알구요.
조선 백성들이 일본인을 향해 즐겨 쓰는 말 중에 상놈이란 말이 있어요.
그것은 신분을 말함이 아닙니다.
예절을 모른다. 사람의 도리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 아이 어른 할 것없이 일본인 멸시의 뿌리를 뽑을 수 없을 거예요.
결코 일본은, 끝내 조선을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실은 오가다에게 일장 훈시를 한다.
일견 옳기도 하고, 일견 잘못된 부분도 있다.
그들의 옳곧은 정신이야 승리를 거둘 만도 하지만,
현실을 살피지 않은 '정신적 승리법'은 허무하기 그지없다.
또, 조선이란 전제군주국가가 민중을 유교적 이념으로 지배하기 위하여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자까지 만들었고, 삼강행실도 등을 대거 배포한 국가임을 생각한다면, 유인실처럼 민중을 근대적 개념으로 상정하는 일도 하나의 오류를 배태할 수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 국가 일본인이면서 사해동포주의자로 등장하는 오가다의 말도 심난하다.

   
  "암중모색이지 뭐, 인생이란 끝없이 쓸쓸해.
저승길을 가는 것처럼. 이승길 저승길 따지고 보면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거요."
"세상이란 늘 이랬었지... 지겨워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지식인의 혓바닥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혓바닥이 짤려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또 갈아입고 나타나지만 기는 놈, 서는 놈, 나는 놈, 변함이 없이 따로 따로..."
"그렇지요, 사람사는 게... 지겨워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그렇지요, 뭐.
천지만물이 모두 다, 진화가 어디 있어요? 되풀이지 뭐." 
 
   

박경리 선생이 건너가고 있는 일제 강점기나 신식민주의가 포장된 신자유주의 현실이나,
되풀이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진실이 아닐까 싶다.
과거를 톺아보는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아무리 발버둥쳐봤댔자,
인간을 배태한 <토지>는 인생을 먹여살리기도 하지만, 한없이 쓸쓸하게도 하는 그런 것임을 보고 진저리를 치는 듯 하다. 

일본의 지식인 중에서 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는 <비 내리는 시나가와 역>에서 조선의 독립과 독립 운동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혼란스럽지만 지식인들의 암중모색은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산골에 사는 휘에게 관수는 딸 영선을 데려가 혼인을 시킨다.
휘에게 마음을 두던 순이의 실종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토지>의 젖줄을 받아 자라는 이들의 힘인데, 4부로 넘어오면서 그들의 서사가 약해진 것은 못내 아쉽다.
그렇지만, 독립을 향한 꽃맹아리들이 움찔거리는 그 시대에,
그저 무지랭이들의 꿈틀거림만 기록하는 것도 또한 지식인의 할 노릇이 아니었으리라. 

친일파로 귀족 지위를 산 조씨 집안의 작은 아들 조찬하는 아내가 일본인이다.
일본 여자들은 이방인과 결혼한다는 갈등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조선 여자 유인실은 오가다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그와 결혼하지 못한다.
"조선 여자는 아예 쇠대문을 내려 놓고...
모화 사상이 지배적이던 시절에도 여자가 이민족을 맞아들인다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보다 더한 일이었다.
그들은 삶의 모든 것을 잃었다 생각했고, 세상도 그들에게 가혹했다.
그들은 고국과 절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유인실은 사회주의자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관습적 의식과 사상에 다소는 간격이 있게 마련이지만,
인실 씨는 어느 측면에서도 그 도랑이 너무 깊고 넓다."  

시대는 흐르고, 대지는 멈추었다.
그러나 그 대지도 조금씩은 바뀌게 마련이고,
강물은 다시 순환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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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소설에서도 간혹 어긋난 내용을 찾게 되는데, 이제 고인이 되어버린 그에게 말해줄 수도 없고...  

하기는 내 나라의 닭 돼지가 되어 살지언정 왜놈의 종은 아니 되겠노라 한 독립의사도 있었지만요...
유인실이 오가다에게 한 말인데, 김구의 글에 보면 박제상이 했던 말로 보인다.

옛날 일본에 갔던 박제상이, "내 차라리 개 돼지가 될지언정 왜왕의 신하로 부귀를 누리지 않겠다." 이렇게 말한것이 그의 진정이었던 것을 나는 안다.(김구, 나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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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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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독서법에 대한 제안 

이 책을 서문부터 읽은 나는 이 책을 바로 집어 던질 뻔 했다.
'리딩', 그것도 '인문 고전 리딩'이 고작 '리더'가 되는 길,
그것도 출세하거나 돈 많이 버는 길로 가는 길잡이일 뿐이란 말인가 싶어서...
그리고, 그가 예로 든 사람들과 반대의 길로 간 인물들에 대하여는 너무도 세속적인 판단중지의 상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만, 설렁거리며 넘기다가, 어느 순간, 그의 말에 담긴 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을 5장부터 읽을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비로소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이 천재의 두뇌 그 자체이고,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천재와 대화하는 행위임을 마음으로 깨닫는 일
"임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전부다.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를 변화시키는 힘이 존재한다.
누구든지 인문고전을 단 한 권이라도 뗀다면 그 사람의 두뇌는 반드시 변화한다."
이런 신념이 작가로 하여금 이런 책을 쓰게 했으리라. 

작가의 시행착오에서 배울 것이 많다.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골라서 읽다가 불현듯 얻게 된,
앞선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 그것이 나에게는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208)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미친듯이 지독하게 읽어야 한다. 그래야 깨달음이 온다. (215) 

어느 날, 친구가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읽어주었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구가 책의 내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팔을 휘휘 저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내 능력으로서는 그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 마하트마 간디 (246)

 
   

인문고전을 읽는 데 역시, 왕도는 없다.
그렇지만, 집중과 반복은 하나의 길이다.
천재 배우 찰리 채플린 역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40년 동안 반복해서 읽었다(251)고 하니 말이다. 

2. 비판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
  
-인문고전을 읽는 일은 '출세나 이재'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젊은 저자가 섣부른 판단을 한 부분이 많다.

저자의 의욕은 충분히 뜨겁다. 그리고 그의 인문고전에 대한 사랑도 이해가 가는 바이다.
그렇지만, 저자의 한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근데,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ㅠㅜ)
IMF는 어린 시절부터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던 한 천재 경제학자의 머릿속에서 태어났다. 
만일 우리나라에 그 천재 경제학자 이상의 두뇌를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경제학자 이상으로 인문고전 독서에 미쳐있던 경제학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IMF 위기때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고, 수십 년간 쌓아온 국가의 부를 한 순간에 강탈당하고 말았다.(115) 

이런 맥락은 좀 한심하다. 
조선의 성리학은 엄청난 인문고전의 향연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지나치게 인문학 내부로 침잠했기에 세계의 흐름에 뒤처진 국가가 되고 말았던 것도 사실이다.
인문고전의 힘을 곧바로 '돈과 힘'에 연결시키는 일은 쫌! 섣부르다.

이병철, 정주영이 정말 인문고전을 공부해서 훌륭한 경영인이 된 줄 아는 것은 그의 착각이다.
이병철, 정주영의 행적을 적은 <자서전 - 얼추 소설에 가까운>은 분명 소설가가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 '인문고전'을 가장 뜨겁게 읽은 곳은 '형무소'였을 것이기 때문에... 
또한, '인문고전'으로 의식화된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이 80년대의 시공간이었고,
그들은 출세나 이재를 염두에 두고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그러나, 문제제기로는 충분하다. 

한국 학교 교육은 직업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 목적의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65) 

그렇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제대로 된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 학교 - 독일이나 스위스 같이 공업 선진국인 - 들의 교육은 충분히 수준높은 것이고,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숱한 아이들은 고작 몇만 원 가치밖에 없는 백과사전이 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71)

   
  시카고 대학의 인문고전 학습을 부러워 하다가...
이런 주장이 이상주의에 치우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의 비웃음만 듣게 될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침묵하고 싶지는 않다.
내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말들이 누군가의 심장에는 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125) 
 
   

그의 열정은 근거가 좀 희박하여 아쉽긴 하지만, 그리하여 인문고전 독서에 불을 지피기엔 역부족으로 보이지만,
무식한 박정희식 '고전읽기 열풍' 역시 제대로 된 지도가 없이는 훌륭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이고,
저자의 이야기가 문제제기로는 충분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4. 돈 없으면 집에 가서 -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돈없고, 능력없고, 배경 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인문고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천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해외로 독서 여행을 떠나고, 새벽마다 조찬 특강을 듣는 사장님들보다
더 열심히 인문 고전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183) 

대학마다 '최고 경영 전문가 과정'이라고 해서 천여만원씩 들여 등록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
'학벌'에서 밀리는 사장님들은 이곳에서 '학벌을 충분히 만회할'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딩때 전교 1등해서 서울법대 나온 판검사 나으리들의 독서 수준이,
고딩때 공부 안하고 가족의 사업을 이어받거나,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독서 수준에 충분히 미달할 수 있다. 

184쪽에 신동아에 고승철 기자가 쓴 'CEO들이 열하로 간 까닭은?'이란 꼭지에서 그들의 학습 내용을 적었다.
고딩때 전교 1등하고, 서울법대 나온 나으리보다 훨씬 영양가있는 학습을 대학 입학도 못한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코스가 거기 있었다. 

한국의 교육은 고딩때 영양가없는 공부를 많이만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대학 진학 자체도 영양가 없는 식단을 계속 이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대학을 마치고 나면 공부에 혐오를 느낄 수밖에...
취업 공부 역시 영양가는커녕 구역질나도록 닭가슴살만 꾸역꾸역 밀어넣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문경영가 과정처럼,
인문고전을 읽고,
관련 서적을 읽고,
전문가의 특강을 듣고,
역사적 배경도 듣고,
배경과 관련된 여행을 하며 또 이야기를 듣고, 강의를 듣고,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다시 모여서 독서 토론도 하고,
새로운 독서 여행을 계획하는...
이런 훌륭한 과정은,
한국이 그렇게 내세우는 '학벌 사회'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5. Leading하지 못하더라도 Reading하자! 

굳이 인생에서 '리더'가 되어야 성공하는 것일까?
물론 인간은, 특히 남자는 남들보다 난놈이 되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는 유전자를 타고 났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처럼 줄반장조차도 하기 귀찮아 하는 인간도 세상엔 많지 않을까?
또 줄반장조차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세상엔 더 많을 것이다. 

그저 지하철에서 뾰족한 근거도 없이 '통념'과 '관습'에 따라 구석진 자리는 노약자석으로 지정한다~는 정도의 통념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며,
"내가 내리면 앉아~ 그리고 인간 봐 가면서 말해~ 괜히 나같은 사람 건드렸다가 욕먹지 말고~"
이런 용감한 '지하철 반말녀'처럼 세상에 불만 많은 사람들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렇지만... 
'리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인간'을 무시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성'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 
'인문고전'을 읽는 일은 충분한 의미를 가질 것 같다. 

학교도 단편적 지식이나 순발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글쎄, 한국적 상황이란 <요지경> 속에 들어가면,
아무리 좋은 귤도 탱자가 되어버릴 지경이니...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아무튼, 인문 고전을 읽는 일은 '수능'이나 '논술' 준비와도 엄청 굵직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는 노릇이므로, 나도 올해는 인문고전에 푹 빠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새해 첫날 독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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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1-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고전에 푹 빠지는 한해라니 멋진걸요. 음 전 뭐 영어책에 푹 빠지는 한해? 호호~~~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고 3 아드님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글샘 2011-01-02 11:24   좋아요 0 | URL
어학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살림이 여유가 생기질 않네요. ^^

cyrus 2011-01-0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에 대한 독서에 대한 글샘님의 생각에 공감을 가면서 읽었습니다.
저도 앞으로 고전독서를 하려고 생각중이었는데 다시 한 번 고전 읽기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샘 2011-01-03 21:1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혼자서 고전 읽는 일은 쉽지 않지요.
그렇지만, 올해는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cyrus 님도 고전 독서에 맛을 들여 보시길...

2011-01-03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1-03 21:19   좋아요 0 | URL
<시학>은 조만간 올라올 것 같진 않구요. ㅋㅋ
인문고전을 읽고 힘든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은 있어도,
출세해서 돈 많이 번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작가는 그런 사람하고 억지로 매칭시키는 게 아니꼬웠던 모양이죠. ^^
사회학 공부가 부족한 작가로 보입디다. 제 눈에는요.

통밀빵 2011-01-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과 통하는 리뷰를 오래만에 만난 기쁨에 댓글까지 남깁니다. 작가의 성실성 (시의 적절한 베스트셀러를 쓰느라고 열심히 사는 모습) 을 높이 평가하고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도 읽었지요. 힐러리에 대해 평면적인 이해도 엿보였지만 한국의 여성들에게 깨어나라고 하는 메세지는 의미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이번 책도 비슷한 점이 많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글샘 2011-01-07 23:45   좋아요 0 | URL
마음이 통하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군요. ^^
고전 독서로도 통하시길...

페크pek0501 2011-01-0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저도 글샘님 따라서 올해 인문고전을 읽겠습니다.ㅋ
아니 어떤 목표를 떠나서 그런 류의 책의 내용 자체가 저는 흥미롭습니다.
그런 흥미로움에 빠져 읽다보면 정신적으로 뭔가 얻어지는 게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얻어짐이 출세지상주의와 결부되는 것은 좀 씁쓸하군요. 그런 점에서 글샘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글샘 2011-01-09 23:59   좋아요 0 | URL
뭐부터 읽으실 건데요? ㅋㅋ
저는 오늘까지 토지 다 읽었으니깐,
이제 내일부터는 '쇼펜하우어'를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이름도 멋지잖아요. ㅋㅋ

페크pek0501 2011-01-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지를 다 읽으셨다니, 감탄합니다. 저는 그거 포기할래요.ㅋ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책을 16권 읽겠습니다.ㅋ
한때 철학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쇼펜하우어, 칸트 등의 책을 낱권으로 읽었는데,
요즘 찜해 두었던 책은 마이클 샌델 저,<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지 오래인데, 저는 아직 구입도 하지 못했어요(제가 한 박자 늦는 경향이 있음).
글샘님도 아시는, 스트레스 만빵인 그 일이 끝났어요. 드디어 완성해서 학교에 제출했답니다.
이제 시간이 많아 아마 블로거활동을 예전보다 많이 할 듯.

글샘 2011-01-14 17:33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속이 시원하시겠군요. ^^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저한테도 한 권 보내주실거죠?

페크pek0501 2011-01-15 22:52   좋아요 0 | URL
축하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것이 끝나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행복한 고민중입니다.
기회 있을 때 책이나 이메일 첨부파일로 보내드릴게요. ㅋ

꼬마요정 2011-03-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저도 집어던질 뻔 했더랬죠.
돈 많은 사람들이 인문고전 공부할 때 우리는 뭐하냐구요?? 돈 많은 사람들이 교육정책 이따구로 - 국,영,수 중심- 만들어놓고 책 보라고 하네요. 책은 그냥 읽나요.. 저는 학교에서 그림 보는 법 안 가르쳐줘서, 시 읽는 법 안 가르쳐줘서 화가 납니다. 그냥 느끼면 되는 걸 분석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뭣보다 정주영과 이병철은 인간을 존중하는 법을 모른 사람들이에요. 정주영은 용역 동원해서 노동자들 탄압했고, 이병철은 노조를 못 만들게 했죠.. 인간의 권리를 짓밟은 사람들이 논어니 맹자니 인문고전 타령하는 건 웃기는 일이죠..

그럼에도 글샘님 말씀처럼 문제제기로는 괜찮은 듯 해요. 저도 책 읽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거든요.

글샘 2011-03-01 21:36   좋아요 0 | URL
한나 아렌트가 "생각하지 않는 죄"에 대해서 이야기한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의 작가는 사회 문제에 대한 고찰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 같습니다.
오로지 올라가는 삶, 리드하는 삶에만 관심이 있으니 말입니다.
가난의 인문학은 가난하더라도 삶을 긍정하는 법, 가난해도 예술을 감상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는 법을 공부해야 하는 건데 말이죠.
무작정 인문학 공부하면 <돈이 된다> 이건 좀 아니거든요. ㅠㅜ
나처럼 인문학 공부해서 <돈 벌어 봐라~> 이런 거잖아요. 세상에나...
그런 점은 리딩에 대한 모욕이죠. ㅋ

starover 2011-03-0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제목이 참 멋져요~

글샘 2011-03-07 00:02   좋아요 0 | URL
첨 뵙는 것 같네요. ^^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새해 첫 날이다.
매일매일이 그저 그렇고 그런 날이지만, 인간은 해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
음양론으로 이야기하자만, 음기가 기운을 다하고 양기가 발하기 시작하는 이 때,
그 때를 한 해가 시작하는 때로 정하였다.
'동지'가 그렇게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이기도 하였고,
'크리스마스'도 연말연시를 시작하는 날이 되기도 한다. 

한 해가 시작되는 날,
누구나 특별한 기분이 들 수 있겠다.
민우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니?
오늘은 그런 의미로, 김종길의 '설날 아침에'부터 한번 읽어 보자.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설날 아침에)


 

화자는 '새해는 매양(매번) 추위 속에 가고 오고 하지만, 따스한 마음으로 맞'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리고 '꿈도 좀 가지고 맞'자고도 하는구나.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지만,
원래 '봄을 시작하는 이 때'가 '음양설'에서 '태양'에 속한단다.
한창 봄이 무르익어 철쭉이 온 강산을 물들일 때는 '소양'에 불과하지.
곧 '음'이 다가설 미래를 본다면 그렇다는 거야. 

얼음이 아직 얼었고, 미나리 싹도 봄을 꿈꿀 뿐인 이 추위에,
아직도 추위는 맹위를 떨치지만, 그래도 '참고 꿈을 가지자'는 이야기.

설날 아침에 떡국과 '차례' 지낸 후의 따끈한 '음복' 한 잔 앞에 두고,
부족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생각하자는 것은,
현실은 춥고 배고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단다.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이런 역설이 있나! ^^
험하고 각박한 곳이면, 살기 힘든 곳인데...
어차피 살아야 할 곳인데,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할 거 뭐 있나? 이런 의도겠다.
김남조의 '설일'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긍정적으로 살자' 이런 것.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아, 이 부분이 이 시의 '백미'겠구나.
어린 아이들을 길러본 사람이라면, 잇바디(이가 난 치열)로 들쭉날쭉한 이가 돋는 자기 새끼를 보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살맛나는 일이란 걸 안단다.
새해는 그렇게...
가장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제 자식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그렇게 시작하자는 시 같구나.


시의 화자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이 시를 썼겠다.
가난한 시기에 쓴 풍요로운 노래.
현실은 힘들지만 마음 속에서 풍요로움을 노래하는 소박하고 넉넉한 의지.
이 시의 특징은 '교훈적'이지?
삶은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자꾸나... 이런.

김종길의 시로 시험에 잘 등장하는 것이 '성탄제'다.
'성탄절'은 연말이고, 왠지 흥성거리는 들뜬 마음이 들게하는 시기겠다.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都市)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성탄제)


   <산수유 열매와 꽃>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 곧 색상의 확연한 대비가 나타난 시다.
'어두운 방 안'과 '빠알간 숯불'의 대조적 이미지.
'늙으신 할머니'와 '어린 목숨',
'흰 눈'과 '붉은 산수유 열매'
'서느런 옷자락'과 '열로 상기한 볼' 

이런 시각적, 촉각적 이미지들이 화자의 마음 속에선 그대로 살아 남았다가,
서른 살이 넘은 현재.
도시에서 쓸쓸한 성탄절을 맞는 오늘, 과거의 장면이 시각적, 촉각적으로 살아난다는 시란다.

'서러운 서른 살'은 '언어 유희'가 되겠지?
'서럽다'와 '서른'이 발음이 유사하니깐... 뭐, 서른 살이라고 서럽겠니? ㅋ 

화자는 나이가 들어 고향의 아늑한 방 안과,
그 시절의 '정감'이 그리워 지는 것이겠지.
왠지 도시 생활에서는 느끼기 힘든 그런 정감 말이야.
'혈액'과 비슷한 색의 '산수유 열매'가 주는 그런 정감의 유전자.

다분히 문명 비판적인 시이기도 하단다. 

서러운 서른 살...을 읽노라니,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의 시가 생각나는구나. 

옛날에 김삿갓이 떠돌다가 밥을 얻으려 하는데, 춘궁기라 밥 얻기가 어려웠단다.
그러던 어느날 몇 집을 거쳐 수무나무 있는 집으로 또 갔단다.
수무나무는 가시에 찔리면 아무는데 20일 걸린다하여 수무나무라 불리기도 하는데,
한자로는 수무(壽無, 목숨이 끝이 없는)의 뜻으로 쓰인 나무이기도 하다. 

가서 또 요란스럽게 “주인 계시오. 밥 좀 주시오.”하고 야단을 쳤대.
주인 놈은 거지가 와서 시끄럽게 자꾸 야단을 하니까 할 수 없이 “그럼 한 술 줄게 먹고 가라.”
하고는 먹다 남은 쉰 찬밥 덩어리를 더럭 내 주었댄다.
받아 들고 냄새를 맡아보니까 퀘퀘 쉰 찬밥이었으니, 화가 나서 이런 시를 썼다는구나.

二十樹下三十客   이십수하삼십객
四十家中五十飯   사십가중오십반
이라고 글 한 구를 지어 들여보냈단다.  

 <수무나무>

즉 무슨 말인고 하니 ‘수무나무 아래 서른 손이(서러운 손님)
마흔 놈의(망할 놈이라는 뜻) 집에 쉰밥’ 이라는 욕이었지.

주인이 받아 보니까 이런 욕이 없거든.
‘야 이놈 봐라 글 잘 하는 거지로구나!’ 하고 따라 나와 보니까 벌써 달아나고 없더란다. 

힘겨웠던 조선 후기의 삶과 지혜로운 민중의 지혜가 함께 드러난 이야기로 볼 수 있겠지. 

사는 일은 힘들다.
그렇지만,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즐겁기도 하단다. 

민우도 네 젊은 날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 것인지, 잘 고민해 보기 바란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네 삶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일년의 계획은 연초에 세우라고 했다.
하루는 두 번 오지 않으니, 마땅히 인생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그랬다.
그 공부는 '국영수'가 아니란다.
민우가 수능 마치면, 인생에 꼭 필요한 책들을 아빠가 소개해 주고 싶다.
흔히 하는 말로 '고전'이란 것인데, 그런 것들은 살면서 두고두고 친구처럼 읽어나가야 할 것들 같다.
올해, 계획 잘 세우고, 뜻한 바 잘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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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연시면 그해 독서 결산을 해보게 된다.
텔레비전에선 무슨 연속극 주인공들 상도 주고 하더라만,
내 관심사는 연속극도, 연예계도, 가요계도 아니니...
내가 읽은 책들을 돌아보며, 상을 생각해 본다. 

우선 읽은 권수는 꽤 된다.
300권을 넘겼는데...
3학년 담임을 하면서 별일 없으면 학교를 지키고 있었던 시간이 많으니 그리 된 듯 하다. 

2010년에 읽은 책 중 가장 감명깊었던 책은 역시 <박경리의 토지>이다.
지금도 그 16권을 읽고 있는 중이다.
'토지' 는 한국의 근대사와 근대사상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편의 드라마인데,
거기 그려진 인간상들도 연구해볼 만 하고,
박경리가 그 인물들을 통해 토해놓는 시대의 사고 방식도 읽기에 재미가 있다.  

 

 

 

 

 

그리고 작년 독서 기록의 특이한 점은 '요네하라 마리' 여사를 만난 점이다.
2009년 12월에 우연히 서평단 도서에서 '고종석의 여자들'을 얻어 보았고,
거기서 요네하라 마리란 인물을 알게된 참에 또 우연히 '문화편력기'를 구해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작년에는 마리 여사의 책을 9권이나 찾아 읽게 되었다.   
결국 여사의 팬이 된 나는 <요네하라 마리>란 카테고리도 하나 추가!

 


 

 

 

 

 

 

 

 

 

책과 관련지어 법정 스님이 돌아가셨고,
또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즐겁게 놀던 명랑둥이 물만두 님이 세상에 메롱을 날렸다.  
아, 물만두 동생에게 이제껏 조문 제대로 남긴 일 없으니...
천상병 님의 '귀천' 한 줄 읽어 주고 싶다.

법정 스님의 책은 거의 읽었던 상태였고,
리영희 선생님의 책도 지금 평전을 남겨둔 정도다.
물만두 님이랑은 읽는 분야가 달라서 리뷰를 잘 읽은 처지는 아니지만, 알라딘 초창기 멤버일때부터 활발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명예의 전당>이라고 있었는데... 금세 서재 개편이 되면서 사라졌지만...
거기서 본 만두 님의 사진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젠 편안한 곳에서 추리소설보다 재밌는 뭔가를 찾아서 잘 지내고 계실 것이다. 

2009년부터 하던 알라딘 서평단에서 퇴장당하였지만,
<푸른책들>과 <위즈덤하우스>의 책을 매달 받아 리뷰한 책도 제법 된다.
이금이 선생님의 책에 쓴소리를 적었더니 답신을 남기신 기억이 난다. 좀 미안하다. 

 내 리뷰 :  http://blog.aladin.co.kr/silkroad/4307701 

 글샘님의 <소희의 방>을 향한 질타에서 <너도 하늘말나리야>와 작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절절  하게 느껴지는군요. 이번 작품에 대한 글샘님의 실망을 빚으로 여기고 다음 작품, 열심히 쓰겠습니다. 글로 진 빚은 글로 갚아야할테니까요. 그리고 오자와 오류에 대한 지적도 감사합니다. 특히 점수 문제는.... 산수부터 못했던 실력이 여기서 들통나네요.^^;; 열심히 더하기, 빼기, 나누기 하면서 계산한 건데...ㅠㅠ 2쇄는 이미 제작에 들어갔고, 3쇄에서 다시 열심히 계산해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도 재미있게 읽고 다른 이들에게 돌려 읽으라고 여행을 떠나 보냈다. 

 좋은 책은 내 손에 있는 게 아깝다. ^^ 

 

 

2011년엔,
인문 고전을 부지런히 읽겠다는 서원을 하나 세워 본다.
베스트 셀러보다는, 스테디 셀러보다는,
인간이 읽어왔던 오래된 책들을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읽고 싶단 생각을 한다. 

 올해 308권을 읽었다. 질보다 양만 승한 모양새다. 새해엔 양보다 질이 되도록 생각을 가다듬는다. 

후와님 서재에서 읽은 글처럼... 알라딘 서재가 있어 '다행이다'.

00년     1
01년     9  
02년    34
03년   161
04년   119 
05년   374
06년   410 
07년   350
08년   199
09년   257 
10년   308

계    2,222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리딩으로 리드하라. 토지 16, 손자병법 강의, 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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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1-01-0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올해는 열심히 읽어봐야겠어요... ㅎ 멋지십니다. ㅎ

글샘 2011-01-01 23:15   좋아요 0 | URL
열심히... ^^ 읽으려 하면 잘 안 되더라구요.
편하게 되는 대로... 손에 잡히면 읽는 스탈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