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라 반점의 형제들 카르페디엠 25
세오 마이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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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라 반점.
오사카의 작은 중국집에 두 아들이 있다.
형 헤이스케는 얼굴도 잘 생겨 인기도 좋지만 집에선 아웃사이더다.
집을 떠나고 싶어해서 도쿄로 대학을 가지만 1달만에 그만두고 식당에서 일하며 강사였던 연상의 여인과 데이트를 즐긴다. 

동생 고스케는 마음씨가 넉넉하고 부드러운 순진남이다.
야구와 합창 등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인 것도 모두 여친 덕택이다. 

어쩌면 그들 형제들에게 공부란 아무 것도 아닌 통과 의례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선생님이나 학교에 대한 추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걸 봐도 그렇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청춘은 분명히 연발탄처럼 좌르륵 아름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omura hanten seishun 100-renpathu'다 

도무라 반점 청춘 100연발... 

그들의 톡톡튀는 대화와 고민들 사이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반듯하게 정리된 것 없지만,
그리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청춘들이지만,
그들에게 갖춰진 100연발 총탄처럼 세상을 향해 쏠 수 있는 청춘이란 무기가 그들에겐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삶에 학교쯤이야 없어도,
친구와 일에서 얻는 보람으로 인생이 100배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는 많을수록 좋겠다. 

44쪽에 형인 헤이스케가 글을 써서 상을 타는 방법을 제시한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잘 요약해서 쓰고 논리에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사춘기 아이가 쓸 수 있는 지극히 솔직한 말들을 적절하게 집어넣곤 했다.
그런 식으로 글을 써서 선생님에게 칭찬받았다. 

사실 이런 방식을 알고 쓰는 아이들이 있다면 글쓰기 상은 휩쓸기 쉽다.
지난 번 실업계 학교에 오히려 이런 아이들이 많았다. 역시 공부는 삶에서 극히 작은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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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주는 쉬었구나.
3월 한달 바쁘면 일이 좀 줄어들 줄 알았더니,
웬걸, 아직도 학교 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제 모의고사를 치고 나서 좀더 열심히 하려는 자세를 가지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 
민우도 의욕을 좀더 가졌을 것 같다. 

아빠가 읽은 책 중에서 '꿈꾸는 다락방'이란 책이 있어.
뭐, 자기 계발서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생생하게 꿈꾸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주제야.
'시크릿'이란 책의 주제도 그런 것이지.
이끌림의 법칙이란 거.
될 것이라고 강하게 믿으면 이뤄지지만,
안 될 거라고 스스로 비웃으면 절대 이뤄지지 않는 다는 그런 말 말이지. 

세상 일이 그런 것 같아.
늘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웃으면서 살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노라면, 정말 세상은 즐거운 곳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것.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즐거운 곳 말이지.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 고정희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한번 읽어 보자.
다시 매일 짧게라도 글을 적어 보도록 노력할게.
아무리 바쁘더라도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일이 있으니 말이야.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작정하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이 시는 세 연이 비슷한 길이로 이뤄져 있지.
그 첫 번째 연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어는 <상한 갈대>구나.
제목이 <상한 영혼>이니 '상처받은 존재'란 뜻인가 보다.  

상한 갈대도 하늘 아래서 한 계절 흔들린다는 건,
고통스런 세상이라도 '좀 여유롭게' 살자는 의미겠지.
세상은 그렇게 고통스런 곳만은 아니란 거.
밑둥이 잘리는 고통을 겪어도 뿌리가 깊다면 새순이 난다는 것. 

그래서 흔들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을 너무 괴롭게만 생각지 말자는 것.
갈대처럼 흔들리고 시달리더라도 꿋꿋이 버티고 나면 지난 세월 이야기할 때가 온다는 것. 

2연도 마찬가지 이야기란다.
부평초는 '개구리밥'이라고 하는 뿌리도 제대로 없는 물위에 떠서 사는 풀이란다.
보잘것 없는 존재지.
그저 바람불면 부는대로 쏠려다니는 볼품없는 수생식물. 

그렇지만 물 조금 고이면 꽃도 피운대.
세상이 아무리 가물어 보여도, 어디나 개울도 흐르고 부평초 살 수 있지.
아무리 어두운 세상이래도,
거기 등불 켜는 사람은 있듯이,
고통을 피하려고만 말고, 살 맞대고 살아보재.  

힘든 것 이겨내는 법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든 상황에 살을 맞대고 적극적으로 견대는 거지.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갈 수 있고,
해가 져도 잘 갈 수 있다는구나.

그래서 드뎌 3연에서는
고통과 설움의 땅을 벗어난단다.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이 박을 수 있는 곳.
그래서 꿋꿋하게 상처를 이겨내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지만,
또 그 바람이 눈물도 나게 하지만,
그 눈물이 영원히 흐를 것도 아니란다.
그러니 <상한 영혼>이여, 너무 삶에 좌절하지 말자~ 이런 얘기겠지. 

마지막에서 <상한 영혼>에게 큰 희망을 준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도 좌절하지 말라!
하늘 아래서
너를 마주잡아줄 손 하나 오고 있단다. 이러고 말이야.
박지성을 인정해줄 히딩크의 손길처럼 따스한 손길이 말이지.

세상에는 이렇게 연대할 수 있는 집단이나 인물이 꼭 있게 마련이란다.
행복한 시절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고,
불운한 시절에는 자신을 업수이 여기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다보면,
마주잡아줄 손 하나 반드시 온다.
너무 마음상해 좌절하고 꺽이지 말라는 시지. 

요즘 카이스트에서 힘든 대학생활에 좌절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일이 있었어. 
그야말로 자신이 '상한 갈대'처럼 느껴지고,
'부평초'처럼 가치없이 느껴졌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문학의 상상력일 수도 있단다.
언젠가 너를 마주잡아줄 손 하나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힘든 일도 충분히 이겨낼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현실은 쓰라리지만,
극복할 힘마저 잃어서는 안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시란다. 

전에 한번 읽었지만,
신석정의 시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지.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신석정, 들길에 서서 부분)

이렇게 뼈에 저리도록 슬픈 상황에서도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이 거룩한 우리의 삶의 한 순간이라니 말이야.
힘들 때,
상처받은 영혼이라 생각할 때,
이런 시를 읽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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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4-1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던 거로군요~

상처받은 것과 상한 것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었어요.
왠지 상한 그러면 썪은 우유가 생각나는 것이...

상처받는 것은 상처가 아물면 더 단단해지지만,
상한 것은 어쩔 수 없어 진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상처받은 영혼이다 싶을 때, 상한 영혼이 되는 것만은 막아보자는 심사로 읽어보려구요~^^

글샘 2011-04-14 14:35   좋아요 0 | URL
傷한 갈대... '상하다'에는 썩다와 다치다, 헐다의 뜻이 다 있습니다.
그렇네요. 많이 다치면 썩을 수도 있겠군요.^^

마립간 2011-04-1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질문이 있는데요. TV만화 손오공에서 근두운을 대신하는 스케이트보드를 탑니다. 사오정이 이것을 보고 날틀이라고 비행기라는 의미에서 말합니다. (제가 가끔 사용하는 단어,) 날틀은 동사 어간에 명사를 합친 것으로 우리나라 정통 조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조어업에 관해 책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글샘 2011-04-14 17:11   좋아요 0 | URL
통사적 구조(일반적 문장 구조)에 일반적인 경우가 있고, 그것을 벗어난 경우도 있는데요.
동사 어간에 명사가 붙은 '먹-거리'나 '날-틀'은 그런 예가 되죠.
조어법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구요. ^^
문법책이래도 일부분에 불과할 겁니다. 필요할 때마다 네이버 지식에서 검색하는 게 빠를 듯. ㅋ

마립간 2011-04-15 12:02   좋아요 0 | URL
답변 댓글 감사합니다.

글샘 2011-04-17 23:32   좋아요 0 | URL
우리말에 관심을 많이 가지셔서 제가 괜히 부끄럽습니다. &&
 
인문학의 싹 - 오늘의 한국 인문학을 있게 한 인문고전 12선
김기승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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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으로 인문학 박물관을 만들었단다.
인문학 박물관... 한편 씁쓸하다.
박물관이라면, 사라져가는 것들을 모아놓는 곳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렇지만, 거기서 싹을 피워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곳이 박물관이든 시궁창이든 이름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알맹이요 싹에서 피어나는 결실일 터이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해방 공간에서 피어나지도 못하고 져버려야 했던 슬픈 인문학의 싹에 대한 회고담을 주로 다룬다. 

왜 이토록 한국의 인문학적 토양은 척박한가를 따져가노라면,
또 한국에서 진정 인문학적 연구를 치열하게 논의했던 시대와 사람들을 살펴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해방공간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해방 공간의 논의는 상당히 정치적인 관점과 맞물릴 수밖에 없기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못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깜놀하게 되는 것은,
그 치열한 정치공방의 와중에서도 민중을 위한, 미래를 위한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학문적 논의의 틀을 모색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 인문학의 싹들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게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토양은 결국 분단의 역사에서 이북으로 쏠리는 지식인들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많은 학자들은 남한에서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서야 해금의 기회를 맞는다.
그러는 동안 남한의 인문학은 어쩔 수 없이 동화 속에 등장하는 '반쪽이' 같은 형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빨갱이로 몰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시오.
빨갱이로 찍히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인문학적 서적을 읽으시오.
빨갱이들이 다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문학적 대화를 전개하시오.
빨갱이들의 침방울이 한 점도 튀지 않은 방향으로만 인문학적 연구를 계속하시오... 

이런 반쪽이가 두 팔, 두 다리, 두 눈을 제대로 가지게 될 일은 요원하기만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적 인문학의 토양의 밑거름이 되었어야 할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격하였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비롯한 지리학의 자주성.
안확의 조선문명사, 이만규의 조선교육사 등이 단절된 연구였던 아쉬움.
박열, 신남철, 김동석, 백남운 등의 시대적 풍운.
배성룡의 농민 독본, 김태오의 미학개론, 홍기문의 조선신화 연구, 이여성 등의 숫자조선연구 등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움.
이종하의 우리 민중의 노동사까지...
전문적으로 그런 책들을 읽기 어려운 독자(청중)을 위하여 맛뵈기라 보여준 그 강의들은 한국에서 열릴 뻔했던 인문학 연구의 르네상스가 분단, 전쟁, 반목의 과정에서 쑥대밭이 되었던 역사의 쓰라림을 되살려주는 아픔을 넘어,
미래의 인문학에서 반드시 계승하여야 할 전통이 있다면 이 싹이 자라고 결실을 맺을 때 쯤에야 이 연구의 가치가,
그리고 인문학 박물관의 존재 이유가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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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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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력>을 읽으면서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치를 떤 적이 있다.
히로세 다카시가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의 순수함에 매료되다가,
이스라엘에서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동정을 느끼지만,
또한 서빙하는 이스라엘 여성의 팔뚝에 아직도 남은 홀로코스트의 넘버링을 볼 때,
도대체 왜 인간은 그 끔찍한 전쟁을 하는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서 역설한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생각의 체계를 글로 써야한다.
히로세 다카시는 남들의 주장을 인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흥미롭게 기술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가 왜 전쟁론에 관심을 가졌는가로 시작한 이 책은,
어떡하다 그가 클라우제비츠란 전쟁이론가에게 생각이 미쳤는지,
(이 책의 일본어 원제목은 '클라우제 비츠의 암호문'이다.)
그러다 세계의 분쟁 지도를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작성하게 되었는지,
그 와중에 불거진 미국 CIA와 소련 KGB의 '학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체로 쓰여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인상적인 몇 꼭지를 반복 인용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결국 그의 <풀이>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의 의지가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무기의 위기를 몰각시킬수 있는 유일한 기제 역시 존재하였는데,
그 암호문을 푼 그는 역시 <인간의 의지>만이 전쟁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서로를 얼싸안을 수 있게 만들어 줌을 찾아낸다. 

원폭으로 인류의 멸종 위기에 봉착한 미래를 상상하는 그에게,
우연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몇몇 남자들만이 '자네들 가운데 누군가가 갈비뼈를 뽑아서 이브를 만들지 않는 이상, 우리 세대로 끝인 거야.' 이런 농담을 씁쓸하게 주고받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The Road' 같은 소설보다 훨씬 판타지 소설에 재능이 있는 작가처럼 보인다.
글 한 줄에서 소름이 오싹 끼친다. 

미국이나 소련이나 정보 기관의 끔찍한 행위는 참으로 치가 떨리는데,
특히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사용한 온갖 생화학 무기(관동군 731 부대에서 배운 것)를 사용한 것이나 월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같은 것들은 어찌 인간으로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나마 할 수 있는지,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소련 역시 나을 것 하나 없다.
스파이 교육 학교에서 배신과 고문의 단계까지 학습시키는 장면은 역시 인간은 말종임을 확신시킬 뿐이다. 

아프리카에 천만 이상의 굶주리는 인류가 있는데,
거기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오로지 무기뿐이라는 지점까지 읽노라면,
한숨과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아침 배꽃 나무에 물기 가득 머금은 꽃송이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렇게 한 세계는 힘겹게 피어나는 것인데,
폭탄 세례 한 번에 '적'은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판이다.
이것이 인류라는 말종의 역사의 기록이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의 민중들처럼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폴레옹, 클라우제비치, 닉슨, 레이건, 부시에 이르는 전쟁광들과 다르다.
바보 이반들에게는 <적>이 없는 것이다.
적이 있는 곳에 죄악이 있고, 죽음이 있다. 

아, 인간의 원죄가 왜 <선악과>를 따먹고 부끄러운 줄 아는 것에서 시작되었는지 이제 조금 느낀다.
부처가 깨우친 것처럼, '나'가 있고, '남'이 있고,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고, '나보다 못한 넘'이 있는 것처럼 <구별>하는 데서, 적이 생기고, 죄가 생겼던 것이었나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인간의 원죄를 모두 대속하셨다는데,
왜 아직도 그 예수를 간절히 믿는다는 종자들은 그렇게도 전쟁중인지...
언제나, 진정 아멘, 소리가 울려퍼질 것인지...
이 책은 깊은 시름 속에서 바보 이반들의 신음 소리를 듣고 또 보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관세음>의 아픈 관찰의 기록이다.

----1949 지도에서

김구암살(1949. 6. 26) - 25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전쟁 지도에서 '한국 내란'으로 인한 기록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참 슬픈 지역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도 수시로 폭발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란 정도만으로도 위안을 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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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0607 2011-04-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메테우스출판사입니다. 1949년 지도의 날짜 오기는 2판 인쇄할 때 반드시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샘 2011-04-14 14:36   좋아요 0 | URL
뭐, 일본인이 쓴 책이니 그정도 실수는 해도 관계찮습니다만... ^^
한반도에 너무 많은 사건들이 나열되어있어서... 슬픈 지도였습니다.

pw0607 2011-04-14 23:43   좋아요 0 | URL
저 역시 편집을 하면서 먹먹한 마음으로 몇 번이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이러한 학살사에 대해서 학교에서 저는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편집을 위해 브리태니커사전을 찾아보며
국사시간에 혹은 사회시간에 몇몇의 고유명사로 외웠던 사건들의 진상을 알게되면서
더욱 슬픈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젠 타국의 내전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이 쓰입니다.

글샘 2011-04-17 23:30   좋아요 0 | URL
이 땅에서 있었던 그 많은 테러에 누구 한 놈 반성하는 일 없는 슬픈 역사가 이어지고 있죠.
슬픈 역사 앞에서 늘 민중은 희생양입니다.
자국의 희생자 진실을 밝히고 화해하자는데도 쌩 난리를 떠는 극우파가 계속 정권을 잡는 한 이런 슬픈 역사는 계속 이어지겠죠.
 
국어 교과서 수필에 눈뜨다 - 고등 국어 교과서 문학 읽기 12
김상욱 지음 / 상상의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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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시대.
누구나 몇 장의 사진과 글로 인터넷 세상에서 '출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출판'이라고 하면 종이책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줄 알겠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진다면 그것이 출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시대에 가장 일반적인 장르는 역시 수필일 것이다.
시를 쉽사리 쓰지는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하고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지어낼 여력도 없을 것이다.
그날그날의 상념을 글로 담아두고 싶은 이들에겐 수필이 뭔지도 모르고 저절로 쓰게 되는 그런 글이다.
나처럼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겨두는 사람의 글도 모두 수필에 들어가겠다. 

간혹 '이 달의 리뷰'에 당선되었다고 적립금이나 사탕이 오기도 한다.
내가 쓴 글이 당첨이 아닌 당선이 되었다니 기쁜일이기도 하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들을 쓰는지,
나는 이 달의 마이리뷰 당선작들을 잘 읽어 보는 편이다. 
리뷰가 멋진 수필이란 생각은 그럴 때 제법 해온 일이 있다. 

이 책은 현대인이 만나기 쉬운 수필들로부터 '조사', '축사', '선언문', '평론' 및 '비평문'들을 실어 놓았다. 

1장에서는 좋은 수필들을 만날 수 있는데,
박민규의 '푸를 청! 봄 춘!'이 인상적이다. 

   
 

쓸쓸한 얘기지만 나도 당신도, 아니 대부분의 한국인은 청춘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단지 잠깐, 주민등록증에 찍힌 젊은 나이와 젊은 육체를 지녔을 뿐이었다.
변함없는 우리의 화두는 실은 언제나 '먹고 사는 것'이었다.
너무 쉽게, 또 당연하게 학교와 집, 학원과 집을 오가고 입시와 취직, 재테크와 내 집 마련으로 젊음을 다 보내버린다.
그리고는 착각하는 것이다. 내게도 청춘이 있었다고, 우리의 청춘은 이제 지나갔다고.
그러니까 사천만 명 정도의 청춘에 대한 착각! 

청춘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열심히 열심히, 이제 청춘을 준비할 생각이다.
저 반달을 기울게 할 것인가 차게할 것인가.
당신의 청춘이 끝났다면 할 말 없는 문제겠지만,
감히 말하건대 시건방 떨지 마라.
청춘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이를테면 저, 푸를 청, 봄 춘!  

 
   

박민규가 갑자기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미치겠는 심정이 들던 글이었다.
지금 나를 규정하는 반달이 상현일까, 하현일까...
보름으로 가는 상현이지 그믐으로 가는 하현이어서는 안될 노릇이다.
늘 즐겁고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낼 일이다. 그것이 청춘의 특권이다. 

권정생 선생님께 드리는 염무웅의 조사도 서글프면서 아련한 정성이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동화 안소영의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를 수필처럼 본 것도 신선하다.
안소영의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 한켠에는 햇살이 보풀이 인 책장 사이로 지나갔다.
아름다운 읽기의 추억이다. 

   
  첫 번째 금에 햇살이 닿으면 방에 들어와, 가장 환한곳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 햇살은 천천히 내 뺨을 지나고 목덜미를 지나 책장을 넘기는 손등까지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마음에 와 닿는 책 속의 글귀도 따스하고 얼굴에 와 닿는 햇살도 따스했다.
두 번째 금까지 햇살이 옮겨가는 데는 아마 네 시간쯤 걸렸을 것이다.
햇살은 내 눈을 환하게 해 주고 몸을 덥혀 준 것만이 아니었다.
햇살을 받아 환해진 책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누런 종이 위에 놓인 검은 바둑알 같은 글씨들이 스멀스멀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면 책장의 보풀조차 한 올 한 올 일어서 눈부신 햇살 조각이 되었다.
햇살처럼 환하게 일렁이는 글씨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모습이 되고 낯선 곳의 풍경도 되었다.
때로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나도 마음 속으로 혹은 소리 내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흐린 날에도, 등잔불이 희미한 저녁에도,
나는 그 햇살을 책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책을 대할 때마다 또 어떠한 햇살이 들어있나 나에게 말을 건네고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줄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였다. 
 
   

안 그래도 곧 있을 국어 서술형 평가에 어떤 기준을 둘까 생각중이었는데,
비평적 에세이를 쓸 때 고려할 점을 정리해 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역시 지성이면 감천인가. ㅋ 

-비평의 대상이 되는 작품 
-작품을 선정한 이유
-작품의 내용
-작품의 형식
-작품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
-작품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누군가는 서평은 엄정하게 써야한다고,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한 사람도 있더라마는(변정수가 탈렌트가 아니었나?)
나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쓴 것도 좋은 서평이고 비평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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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4-1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님의 표현이 더 귀여운걸요.
그럼 우린 이제 청춘인 건가요? 박민규가 저랑 동갑일껄요.

책의 긍정적인 면만 쓴것도 서평이지요. 가능하면 객관화 하라는거지 제 주관이 들어가야죠. 그래야 살아있는 서평이 되는거겠죠.

글샘 2011-04-11 14:51   좋아요 0 | URL
정말 제대로 청춘을 한번도 못살아보고 나이드는 게 억울하죠. ㅎㅎ

pjy 2011-04-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청춘은 아직도 실종이군요~ 화두는 언제나 먹고 사는 것!
그냥 즐겁게 재밌게 먹고 살면 나름 청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