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다더니 날씨가 궂다.
종일 습도가 높고 안개가 가득 끼는구나.
이럴 때일수록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에 주의해야 한단다. 
그래서 우리집도 오랜만에 오늘 청소를 싸~악 했지. ^^ 

오늘은 고려가요 <동동(動動)>을 읽어보자. 

고려가요는 고려시대 평민들의 노래라고 해서 주로 <고려 속요>라고 부른단다.
고려시대 평민들의 노래가 아직까지 전해지는 것은,
조선 초기 고려시대 <궁중음악>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야.
조선이란 나라가 갑자기 생기고 왕궁의 예의 범절도 체계를 갖춰야 하지만,
예술이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날 수 없는 것이지. 

궁중음악으로 쓰이던 고려가요는 훈민정음으로 나중에 기록된단다.
<악학궤범>, <악장가사>, <시용향악보> 등의 책 이름을 보면 모두 <악>자가 들어가지?
음악 책이었기 때문에 <악>이란 글자가 필수였다고 볼 수 있지. 

이렇게 궁중음악으로 쓰이다 보니 가시리 같은 이별노래의 후렴구가
<위 증즐가 대평성대>처럼 태평성대를 비는 구절이 들어간 거라고 봐야 한단다. 

이 노래 동동은 모두 13연으로 이뤄진 노래야.
매월 한 수씩 지어진 월령체 노래라고 하지.
그런데 왜 12수가 아니라 13수인가 하면,
바로 궁중음악으로 쓰인 때문이야. 

사랑노래를 그냥 <연주>하면서 <노래>하고,
무용단이 <무용>하면 궁중음악으로서 좀 가벼워 보이잖아.
왠지 거기다가 <우리나라 만세>나 <길이 보전하게> 정도가 들어가 줘야 뽀대가 나는 거지. ㅋ 

그래서 1연이 덧붙은 거란다.
한번 볼까?

[서사]

德(덕)으란 곰배예 받잡고, 福(복)으란 림배예 받잡고,
德이여 福이라 호날 나자라 오소이다.
아으 動動(동동)다리.

현대어 풀이
덕일랑은 뒷 잔(신령님께)에 바치옵고 복일랑은 앞 잔(임금님께)에 바치옵고
덕이여 복이라 하는 것을 드리러 오십시오. 아으 동동다리

이 서사가 바로 궁중음악에 쓰였단 흔적이지.
덕은 뒤에 바치고, 복은 앞에 바치고...
왠지 조상님과 임금님께 덕과 복을 바치는 제사 지내는 행사 같지 않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바치러 나오라는 가사야.  

마지막 부분의 <아으 동동다리>를 후렴구라고 부르는데,
동동은 북을 치는 소리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단다.
다행히도, ㅋ 정확한 내용은 몰라.
그치만, 후렴이 무슨 내용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깐, 음악적 요소라 보면 되지. 

이제 1월부터 12월까지는 계절에 따른 <애절한 이별의 노래>란다.
슬픈 가사가 정말 아름다워.
그러니 수천 년을 뛰어넘어 살아남았겠지.
1월령부터 읽어 보렴. 

[1월령]

正月(정월)ㅅ 나릿므른 아으 어져 녹져 하논대.
누릿 가온대 나곤 몸하 하올로 녈셔.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정월의 냇물은 아! 얼었다 녹았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난 이 몸은 홀로 지내는구나.
아으 동동다리

시냇물은 얼면 녹는대.
근데, 세상 가운대 나고는,
내 몸아!
홀로 살아가는구나. 

여기서 <시냇물>과 <내 몸>은 비슷하니 대조적이니?
시냇물은 녹지만, 내 몸은 홀로 지내니 <꽁꽁 얼어붙은 마음>일 거 아냐?
이렇게 시냇물을 이용해서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한 거란다.
자연물을 이용해서 자신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름답지 않아? 

요즘 노랫말이 자극적이고 에둘러 표현할 줄 모르는 것이
참 멋대가리 없는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단다.
소시 노래 하나 보렴.

눈 깜빡 할 사이 넌 또 Check it Out~! 지나가는 여자들 그만 좀 봐
아닌 척 못들은 척 가시 박힌 코웃음. 이상해 다 다 다

조금만 내게 친절하면 어때 무뚝뚝한 말투 너무 아파 난
이런 게 익숙해져 가는 건 정말 싫어 속상해 다 다 다

어딜 쳐다봐 난 여기 있는데

*너 때문에 내 마음은 갑옷 입고 이젠 내가 맞서줄게
네 화살은 Trouble! Trouble! Trouble! 나를 노렸어
너는 Shoot! Shoot! Shoot! 나는 훗! 훗! 훗!

독이 배인 네 말에 나 상처 입고도 다시 준 두 번째 Chance
넌 역시 Trouble! Trouble! Trouble! 때를 노렸어
너는 Shoot! Shoot! Shoot! 나는 훗! 훗! 훗!

자신의 고독으로 시작한 1월과 달리 2,3월엔 임의 모습을 찬양하고 있단다. 계속 보자. 

 

[2월령]

二月(이월)ㅅ 보로매, 아으 노피 현 燈(등)人블 다호라.
萬人(만인) 비취실 즈지샷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이월 보름에 아! 높이 켜서 매달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훤히 비치실 모습이로다.
아으 동동다리

2월 보름은 불교국가였던 고려에서 <연등회>를 열던 때란다.
지금도 부처님 오신 날인 사월초파일엔 연등을 달곤 하잖아. 

 

임의 모습은 2월 보름 연등회하는 날,
높이 켠 등불 같대.
만인을 비출 모습이라고 예찬한단다. 

원래 사랑하는 마음에 빠지면 무엇이든 그렇게 좋아보이는 법이지. ^^
임이 그렇게 좋았는데,
이제 만나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시리겠어.
1월의 시냇물이 녹는 걸 보고도 마음이 시려서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화자의 아린 가슴이
2월의 연등회하는 날 더욱 가엾게 느껴지는구나.

[3월령]

三月(삼월) 나며 開(개)한 아으 滿春(만춘) 달욋고지여.
나매 브롤 즈즐 디뎌 나샷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삼월 나면서 핀 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자태를 지니고 나셨도다.
아으 동동다리

3월이면 음력 3월이니 양력으로는 4월 중순쯤 되겠다.
진달래가 4.19 무렵 만개하는 시절이니 그쯤으로 보면 되지.
3월 지내며 만개한 봄을 가득 채운 달랫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즞(옛날엔 받침을 반치음 시옷, 삼각형 모양을 썼단다.)을 가지고 나셨대.
고어에서 <얼굴>이란 말은 <안면> 외에도 <모습,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었어.
2월과 마찬가지로
진달래꽃처럼 임도 남들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셨던 분이라는 거지. 

 

[4월령] 

四月(사월) 아니 니저 아으 오실셔 곳고리새여.
므슴다 錄事(녹사)니만 녯 나를 닛고신뎌.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사월 잊지 아니하고 아! 오셨구나 꾀꼬리 새여,
무슨 일로 녹사님은 옛 나를 잊고 계시는가.
아으 동동다리

4월에선 다시 슬픔이 강조되고 있어.
사월을 아니 잊고 아아 꾀꼬리 새는 돌아왔대.
뭐한다고 나의 <녹사(벼슬 이름)>님은 옛날에 사랑하던 나를 잊고 계신지... 

봄이면 새들이 짝을 찾기 위해서 많이 우짖는 계절이란다.
요즘에도 5월쯤이면 새들이 짝짓기할 계절이라서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야호>소리 지르지 말라고
플래카드도 붙이곤 하지.

자기는 혼자서 외로운데 꾀꼬리 우는 소릴 들으니 참, 더 외로움이 떠올랐나봐.
옛날에 고구려 2대왕 유리왕도 사랑하던 이를 잃고 <황조(꾀꼬리)가>를 불렀다잖아. 

펄펄 나는 꾀꼬리는/ 암수 서로 놀건마는/ 외로운 이 내 몸은 / 뉘와 함께 돌아갈꼬 (유리왕, 황조가)


이 노래가 실린 삼국사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덧붙어 있어.

3년 7월에 골천에 머무는 별궁을 지었다. 10월에는 왕비 송씨가 죽었다.
왕은 다시 두 여자를 후실로 얻었는데 한 사람은 화희(禾姬)라는 골천 사람의 딸이고,
또 한 사람은 치희(雉姬)라는 한나라 사람의 딸이었다.
두 여자가 사랑 다툼으로 서로 화목하지 못하므로 왕은 양곡(凉谷)에 동궁과 서궁을 짓고 따로이 머물게 했다.
그 후 왕이 기산에 사냥을 가서 7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여자가 싸웠다.
화희가 치희에게 "너는 한나라 집안의 종으로 첩이 된 사람인데 왜 이리 무례한가?" 하면서 꾸짖어 말했다.
치희는 부끄럽고 분하여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말을 채찍질하며 쫓아갔으나 치희는 성을 내며 돌아오지 않았다.
왕이 어느 날 나무 밑에서 쉬며 꾀꼬리들이 날아 모여듦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 노래하였다.

  

옛날 글을 읽을 때는 그 상징을 잘 읽어야 한단다.
저 시절의 '화희'는 '벼 화'자를 쓰니 농경부족의 딸인 모양이고,
'치희'는 '꿩 치'자를 쓰니 수렵부족(유목민)의 딸인 모양이지.
치희가 쫒겨가는 걸로 보아, 농경부족이 더욱 파워가 있었던 거 같구나. ^^

[5월령]
五月(오월) 五日(오일)애, 아으 수릿날 아침 藥(약)은
즈믄 핼 長存(장존)하샬 藥이라 받잡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오월 오일에 아! 수릿날 아침에 먹는 약은
천 년을 오래 사실 약이기에 받치옵니다.
아으 동동다리

수릿날은 <단오>야.
엊그제 '현충일'이 단옷날이었는데,
예전에 단오에는 '양'의 기운이 가득한 시절이라 풀이해서 여러 행사를 했다는구나.
그날 아침에 '약'을 달여서 <천 년을 오래 사실 약>이라 생각하여 임에게 바친대.
그 <약>은 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겠지? 

그치만, 암만 좋은 약을 달여서 바치면 뭘해.
임이 없으니 쓸쓸하잖아. ㅠㅜ
임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야.

[6월령]

六月(유월)ㅅ 보로매 아으 별해 바룐 빗 다호라.
도라보실 니믈 젹곰 좃니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유월 보름에 아! 벼랑에 버린 빗 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습니다.
아으 동동다리

유월 보름(15일)은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도' 될 정도로 더워지는 날이지.
음력 유월 보름이니 7월 중순쯤 되겠다.
그래서 이 날을 <흐를 류, 머리 두>를 써서 '流頭'라고 불렀대. 

그런데 자신은 이날, 유두(발음이 쫌 ㅋㅋ)에 아아~~(생각만 해도 슬픈 유둣날)
벼랑에 버려진 빗 같대.
머리를 감고 나면 빗으로 빗었을 거 아냐.
그런데, 옛날엔 빗이 요즘처럼 플라스틱으로 생겨먹지 않았을 테니,
부러지고 이가 빠진 건 많이 버렸겠지.  

자신의 가엾은 모습을 '유둣날 버려진 빗'에 비유했단다. 슬픈 현실이야.
돌아보실 임을 조금이라도 따르고 싶다고 그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임이라면,
임을 따르는 일은, 세상을 버리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만치 힘들다는 이야기겠지. 

 

[7월령]

七月(칠월)ㅅ 보로매 아으 百種(백종) 排(배)하야 두고,
니믈 한 대 녀가져 願(원)을 비잡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칠월 보름에 아! 온갖 제물을 차려 놓고
임과 함께 지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아으 동동다리

7월 보름이면 '백중'날이야.
여러 가지 곡식이 나기 시작하는 계절인 모양이지.
농경 부족으로서의 <단오>, <백중>, <한가위> 등의 세시 풍속이 잘 드러나 있는 시란다.
그건, <월령체> 가사니 그렇기도 하지. 

여러 곡식을 차려 두고,
님과 함께 살아가고자 소원을 빈다는 데서 보면,
제삿상을 차리고 임의 안녕을 비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더욱 쓸쓸해 보이는구나.

[8월령]

八月(팔월)ㅅ 보로만 아으 嘉排(가배) 나라마란,
니믈 뫼셔 녀곤 오날날 嘉俳(가배)샷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팔월 보름은 아! 한가윗날이건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진정 한가윗날일 것입니다.
아으 동동다리 

8월 보름은 '한가위'지. '가운데'를 뜻하는 '가온', '가배'에서 온 말이라 그래.
이날 달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달이라고 한대.
이미 수확의 시기가 되었으니 마음이 풍요로운 농경 부족의 노래이니 그럴 수도 있지. 

원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날
외로운 사람은 가장 쓸쓸한 법이란다. 
요즘이라면 임과 이별한 사람에게 크리스마스가 가장 힘든 날일 수도 있겠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위날이지만,
임을 모시고 있어야, 오늘이 한가위다울 것인데,
임이 없으니, 쓸쓸한 마음 참을 길 없다는 마음이 잘 드러난다.

[9월령]

九月(구월) 九日(구일)애 아으 藥(약)이라 먹논 黃花(황화)
고지 안해 드니 새셔 가만하얘라.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구월 구일에 아! 약이라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나.
아으 동동다리

9월 9일은 '양'의 숫자 중 가장 높은 '9'가 겹쳐지는 날이라 '중양절', '중구절'이라 부른다.
이 날은 워낙 양의 기운이 좋아서,
비명횡사한 영혼들의 제삿날을 모를 때, 이날 제사를 지내기도 한단다. 

쓸쓸한 가을이 깊어가는데,
약으로 먹는 국화꽃.
임에게 약을 달여 먹일 일도 없어,
꽃을 집안에 들여 놓으니 초가가 고요하단다. 

작년까진 임에게 국화를 달여 차로도 마시면서 웃고 떠들고 하면
임이 그렇게도 좋아하셨는데...
이제 국화차 달여 드릴 일도 없으니 쓸쓸한 마음 어이할까나...

[10월령]

十月(시월)애 아으 져미연 바랏 다호라.
것거 바리신 後(후)에 디니실 한 부니 업스샷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시월에 아! 잘게 썬 보리수 같구나.
꺾어 버린 뒤에 그걸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구나.
아으 동동다리

시월이면 양력으로 12월이 다 되었어.
자신이 마치 저며진(얇게 썰어진) 보리수 같대.
꺾어 버린 후에,
자신을 지닐 한 분이 없으시단다. 

농경 사회에선 생산력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과 함께 가정을 꾸리지 않는다면 살아가기가 힘들지.
그런데, 자신은 마치 보리수 열매처럼
꺾어진 처지지만 누구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외로운 처지래. 

보리수 나무엔 요즘 열매가 한창이다. 


[11월령]

十一月(십일월)ㅅ 봉당 자리예 아으 汗衫(한삼) 두퍼 누워
슬할사라온뎌 고우닐 스싀옴 녈셔.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십일월 봉당 자리(흙바닥)에 아! 홑적삼 덮고 누워
슬프구나, 고운임을 떨어져 지내는구나.
아으 동동다리

이제 한겨울이야.
그런데, 자신의 마음은 얼마나 춥고 시린지...
마치 한겨울 봉당(부엌 바닥)에 얇은 여름 옷을 덮고 누운 것 같대.
슬프구나.
임과 따로 떨어져 살아가는구나.

이별의 슬픔이 온몸이 굳어질 정도로 추운 통증으로 느껴지는 거 같아.

[12월령]

十二月(십이월)ㅅ 분디남가로 갓곤 아으 나잘 盤(반)앳 져 다호라.
니믜 알패 드러 얼이노니 소니 가재다 므라잡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현대어 풀이

십이월 분지나무로 깎은 아! 차려 올릴 소반의 젓가락 같구나.
임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엉뚱한 다른 손님이 가져다 입에 뭅니다.
아으 동동다리

드디어 마지막 연이지.
이제 자신을 '분지나무'로 깎은
차려 올리는 소반의 <젓가락> 같대.
소반의 젓가락?
그게 어때서? 계속 읽어 보렴. 

임의 앞에 들어서 가지런히 바치는데,
임이 자신을 물지 않고,
손님이 가져다 물었대.
임은 자기와 인연이 없는지 이어지지 않는 쓸쓸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구나.  

이 시의 주제는 임이 없어 <고독>한 마음을 잘 드러낸 노래지.
그런데 맨 처음 연 때문에 임에 대한 <찬양, 송축>이 담겨 있기도 하단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이 노래는 <제사지내는 의식의 노래>였을 거란 상상도 해. 

소반에 젓가락을 올리는 것도 그렇고,
이런저런 날들에 임에게 뭘 바치고 싶어하는 것도 그렇지.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주고 싶은 건,
인간의 보편적 마음(인지상정)이잖아.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면 늘어지기 쉬운 계절이야.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유지하는 비결을 길러야 되지.
기말고사가 다가온다.
수시모집도 인원이 워낙 많으니 차근차근 기말고사 준비 잘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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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1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7회 군요. 참 한결같으신 글샘님^*^
아으 동동다리~~~~ 꽤 친근합니다.

먹음직스러운 보리수..어떻게 먹는걸까요?

글샘 2011-06-13 00:08   좋아요 0 | URL
보리수는 약재로 쓰기도 하구요, 술도 담가 먹더라구요.
익어갈 때 색깔이 참 예쁘답니다.
파프리카처럼 노랑, 연두, 빨강 이런 게 막 섞어 있어요.

동백꽃 2014-01-0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안녕하세요 :>
동동 현대어풀이를 찾다 너무 멋진 블로그를 발견했네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 그들의 14가지 특성에 대한 탐구
토드 휘태커 지음, 송형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훌륭한 교사의 14가지 특성에 대한 탐구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은,
교사가 교실에서 만나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처리하는 것이 훌륭한 일인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원론적인 책이다. 

칭찬하라.
희망을 읽어라.
배려하라.
뭐,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안다.
교사들은 비비틀린 꽈배기처럼 비꼬기 명수이며,
절망 속을 허덕이는 아이들이 너무 밉고,
피곤이 찌들어 아이들을 배려하기엔 너무 먼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핑계도 대 본다. 

하지만, 교사들이 만나고 다루는 사람은 '아이들'이다.
그들은 늘 칭찬받을 일을 하고, 미래가 열려 있으며 가치있는 인간들인 것이다.  

   
 

교사는 아주 놀라운 직업이다.
교직은 도전적이고 역동적이며 많은 열정을 필요로 해 때론 진이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매우 보람있는 직업이다.
교사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학생은 물론 동료도 지역 사회의 모든 사람이 교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게 바로 우리 교사들이다.(197)

 
   

물론 교사일은 일반인들이 아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저 수업 달랑 하고, 퇴근 시간 되면 칼퇴근해버리면 되는 직장이 아니다.
틈틈이 연구를 해야하고, 온갖 업무를 진행해야 하면,
짬나면 회의도 하고, 아이들을 다루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한국처럼 특수한 학교에서는 온갖 서류 뒤치닥거리가 장난 아니다.
거기다 이것저것 더덕더덕 붙은 교육과정은 교사를 파김치가 되게 만든다. 

그래서 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나길 원하는 것이다.
신기루는 있지만 오아시스는 없다. 

<사람>을 교육의 중심으로 놓고,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에게 높은 기대치를, 자신에겐 더 높은 기대치를 갖는다.
교실 안의 최대 변수는 <교사>이다.
모두를 존경하고, 배려한다.
사소한 소란은 무시할 줄 안다.
우수한 학생을 항상 염두에 둔다.
노력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결정은 피한다.
학력평가를 총체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쉽지만 중요한 것들은 수시로 읽어야 한다.
이 책은 피곤에 찌든 교사들이 마약처럼 한번씩 읽어야 하는 그런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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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배낭여행이라도 떠나려면 짐싸는 일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어마어마한 부피와 무게가 되기 때문인데,
과연 그 짐들이 여행을 행복하게 해 주는가를 묻는 일은 쉽지 않다. 

인생의 절반쯤...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힘든 일을 겪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즐거워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일들을 내 짐바구니에 가득 담고 걷다가 빵~ 터져버린 것이다. 

내 직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교사는 별로 없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일이 엄청나고,
아이들의 학력뿐만 아니라 입시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행사들을 관리하는 일은,
내 능력 범위를 훨씬 벗어난 일이다.
게다가 나는 가외로 동창회 행사까지 도맡아 움직이노라니 기관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길 계획을 짜고 있다.
지난 주 면접까지 본 상태이므로 이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조금씩 벗어 놓을 차례다.
그렇지만 내가 벗어놓은 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기에
사람들은 나의 탈출을 쉽게 용인하기 싫을 것이다. 

그럴 때, 과감하게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나를 원한다고 해서 거기 내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님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오너'의 사고방식이다.
우리처럼 여러 사람이 각자 맡을 일에 충실하면 굴러가는 조직에서는,
오너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살다간 몸에 고장이 나기 마련. 

인생을 절반쯤 걸어왔다고 생각할 무렵,
나에게 다가온 책과, 나에게 다가온 사건.
우연도 마주친 사람의 시선에 따라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웃지 않은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는 말이 이 책에 등장한다.
나의 웃음이 곧 <낮>을 만들고, 나의 찡그림이 <밤>을 만든다는 이야기처럼,
교사를 시작할 때, 늘 친절한 사람이 되리라던 나의 서원은 일구덩이 속에서 쉽게 잊혀지곤 했다. 

짐을 벗는 일도 여의치 않다.
내가 옮길 곳도 완벽한 곳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라는 매력이 충분히 끌리게 한다. 

인생의 여행길에서,
답은 '늘 '내 안'에 있다고 한다.
자신을 바라볼 줄 알면 그가 곧 부처가 아닌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에 휘둘리면, 그곳이 곧 지옥도인 것이다. 

'성공'과 '성취' 사이에서 전자에게 비중을 두며 살면 짐을 내릴 수 없다.
후자는 어떠한  삶에서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이지만, 
'성공'은 지금 이 짐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여 우리를 짐지게 만든다. 

인생을 절반쯤 산 오늘,
지나온 삶에 회한도 없다.
다가올 삶에 두려움도 없다.
그저, 산티아고라는 목적지를 향하여, 도달할는지 알 수도 없는 그 전설의 순례길을 따라,
꼬닥꼬닥 걷는 일,
다만, 어깨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짐을 정리하며 걸어가는 일에 마음을 쏟고,
매일 웃는 일로 '잃어버리는 날들'을 단속할 일이다. 

삶이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사람,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심에 묻힌 사람,
아니, 난 잘못 살고 있다고 비관에 싸인 사람,
이런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펼쳐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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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0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창 2011-06-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에게 끌려가는 게 아니라 삶을 끌고 가시는군요.
어디서든 글샘님의 능력은 반짝반짝 빛날 겁니다.
부럽습니다.

글샘 2011-06-12 01:19   좋아요 0 | URL
끌고 가시는 게 아니구요. ㅋㅋ 글을 좀 폼나게 썼나요?
끌려 댕기다가 사고를 쳐서 도망치려는 중이랍니다. ^^

비로그인 2011-06-1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제게 써주신 글 같네요...
변화를 앞두고 계시군요.
좋은 일만 있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 더 많기를 바랍니다^^

글샘 2011-06-12 01:20   좋아요 0 | URL
더이상 끌려다니면서 살면 안 되겠다...
끌려다님의 극치를 살고 있어서, 이러다간 50도 못넘기겠다...
싶어서 도망가려고 작업중이에요.
뭐, 지금보다 나빠지기야 할까 싶습니다.
 
얼굴이 말하다 - 우리 미술이 발견한 58개의 표정
박영택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거울을 볼 때 비친 얼굴과
사진에 박힌 얼굴 중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당연히 거울에 비친 얼굴이다. 

거울을 보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에서 바람직한 모습, 더 나아진 모습, 희망의 모습을 찾으려 하기때문에,
안면 근육을 미세하게 변화시키게 마련이란다.
눈도 깜작이고, 묻은 거도 닦아 내고,
그러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표정이 등장했을 때 비로소 거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박힌 얼굴은 '하나둘셋~'하는 순간에 셔터의 버튼을 누를 뿐이지,
어느 순간의 표정이 필름에 남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란 힘든 일. 

얼굴은 고전에서 '꼴, 형태, 형체'에서 지금은 '안면'만을 가리키는 말로 축소되어 쓰이는 말로,
<얼 + 꼴>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얼의 꼴.
향을 쌌던 종이는 향냄새가 나고, 생선 엮었던 새끼줄은 비린내를 간직하듯,
얼굴은 정신의 형체를 드러내는 부위가 되는 것이다. 

얼굴에 대한 예술 작품 이야기를 열 개의 꼭지로 나눠서 실었다.
선후 관계가 없는 독립된 이야기들일 것 같아, 고르다가 '이렇게 울어봤나요'를 먼저 펼쳤다.
왜 그 순간에 광주의 5월이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게 울음이라고 하면 5월로 각인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피해자 2번>이란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면천에 바느질로 발가벗겨진 어린아이의 오열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사회는 이렇게 폭력적이다.
얼마전, 고려대 학생들이 같은 과 여학생을 성추행 내지 폭행했다. 촬영까지 했단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과연 이 사회는 이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쳤던가, 반성해야 한다.
그 아이들을 매장한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표지 그림이 된 양유연의 '숨바꼭질'은 색감이 참 인상적이다.
장지에 채색한 그림인데, 종이의 질감과 어우러진 색감,
가려진 손가락 사이로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목도해서는 안 될 비참한 순간인 것이나 아닐는지... 

   

김은현의 조형물은 참으로 아름다운 미소를 빚어내었다.
이 책의 139쪽 표정을 정말 좋아하는데, 인터넷 사진으로 구할 수 없어 아쉽다. 

정원철의 판화들을 두고서 적은 말이 오래 남는다. 

얼굴은 일종의 사회적인 텍스트이자 비명이다.
얼굴은 다름 사람들이 읽어가도록 의도된 것이다.
그것은 책과 같다.
얼굴은 그가 살아온 역사와 사연들로 빼곡해서, 흘러넘쳐서 한 번에 읽을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온 삶을 자신의 얼굴 위에 새긴다.
얼굴은 거짓을 모른다.
혀는 거짓을 쏟아내지만,
얼굴은 표정과 눈빛은 언제나 진실로 향해 있다.
부지불식간에 모든 것을 발성한다.
내 얼굴은 나의 것이지만 결국 타자가 읽는다. 본다. 뜯어먹는다.
그래서 얼굴은 사회적인 것으로서의 거울이 된다.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겉모습에 그 사람의 인생이 각인되어 그런 말도 생겼을 게다.
그러나, 여전히 얼굴을 내미는 일은 낯설다. 

이게 벌써 한 5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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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 2011-06-1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우와~~~~

글샘 2011-06-12 01:15   좋아요 0 | URL
우와~~~ ㅋㅋ
할 말이 없으신가요?

비로그인 2011-06-1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 하셔도 되겠네요 ㅎㅎ^^

글샘 2011-06-12 01:16   좋아요 0 | URL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ㅍㅎㅎ
배우는 얼굴 생김과는 무관하죠. 다만 주연하기 힘들 따름이지... ㅋ

북극곰 2011-06-1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ㅎㅎ 첨으로 얼굴을 뵙네요~!5년전 얼굴 ㅎㅎㅎ 글을 오랫동안 보다보면 그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지곤하드라구요^^

글샘 2011-06-12 01:17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그렇죠. ^^
저는 디카로 잘 안 놀아서 사진이 없답니다.
얼굴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한장 올린 거죠. ㅎㅎ

마노아 2011-06-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느낌은 보다 날카로운데 인상은 부드러우신 걸요. 피부가 좋아보여요!!

글샘 2011-06-12 01:17   좋아요 0 | URL
글이 가끔 좀 너무 찌르죠. ㅋㅋ
저렇게 술집의 나트륨등 아래서 찍으면 피부는 다 좋아 보입니다. 해 보세요. ㅎㅎ

페크pek0501 2011-06-1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키득키득, 드디어 오늘 상상 속의 인물이 실물로 나타난 모습을 보네요.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이 사진을 보니 방문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지네요. 사진을 실은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당연히 마음에 다는 사진을 얻기란 힘든 일.' - 그런데 여기에 오자 없습니까? 확인 요망.

글샘 2011-06-13 13:29   좋아요 0 | URL
용기가 필요한가요? ㅋ
얼굴에 대한 책을 읽노라니, 그저 한 장 올린 겁지요.

페크pek0501 2011-06-13 13:39   좋아요 0 | URL
지금 순오기님의 방에 가서 글샘님의 사진을 홍보하고 왔는데, 괜찮겠지요? 미남이라고 썼슴다. ㅋ

순오기 2011-06-13 14:06   좋아요 0 | URL
흐흐~ 예전에 글샘님 서재 이미지로 올렸던 캐릭터랑 닮았네요.
그 이미지를 봤기 때문에 제가 그려본 글샘님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우리가 부산에서도 글샘님은 둥글둥글할거라고 말했거든요.ㅋㅋ
예리한 글과는 사뭇 다른 둥글둥글한 얼굴이군요~~~~~~ ^^

글샘 2011-06-13 19:27   좋아요 0 | URL
미남이라... 듣기에도 좀 거북스런 말인데요. ^^

얼굴은 둥근데, 글은 뾰족하군요. ^^ 할 수 없어요. 보이는 대로 쓸 수밖에 없으니까는...

pjy 2011-06-1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쌤님,진짜 멋지십니다^^ 어쩜 이렇게 제취향이신지요ㅋㅋ;

글샘 2011-06-17 22:18   좋아요 0 | URL
뭐, 개인의 취향을 뭐라할 순 없지만서도... ㅎㅎ 취향이 독특하시군요. ㅋㅋ
 
찔러본다 - 제10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380
최영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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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살아 있지만, 지구는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구의 일부인 나도 죽어가는 것이고,
양초처럼 삶은 죽음을 향한 지속적이 호흡의 연속인 거다. 

어떤 게 잘 사는 건지,
시인은 쿡,
찔러본다. 

이를테면,
어이,
잘 살고 있어?
하고... 

대형마트에 얻어터진 난전의 눈두덩이 시퍼렇다
온 데 파스를 바르고 나온 친절 연습
사시사철 땡볕 세례에 그을린 할머니들
애교 떨며 보조개 만들며 요염한 브이 자를 그린다
눈물겹다 자본주의 꽁무니라도 따라붙으려는
저 늦은 보충 학습
열등반으로 내몰렸으면 오기와 끈기만이 승부수
이왕 내친 길, 시장이 살 길은 시장
마트의 얼굴로 성형수술 할 게 아니라
더욱, 오로지, 바야흐로, 마침내
초지일관으로 시장다워지는 것
씩식하게 툭툭 쥐어박듯
말 놓고 쌍심지 켜고
살 테면 사고 말 테면 말아라
단돈 천 원에 백 원에 십 원에 덜며
바들바들 침 발라 만 원짜리 퉤퉤 꼬불치는 것
덤 하나에 반 토막에 밀고 당기며 악에 악을 쓰다가
기분 나면 한 주먹 얹어주고 손 터는 것
아침은 여전히 시장 바닥에 제일 먼저 당도해
빛나는 햇살 꾸러미를 무진장 풀어 놓았고
후줄근한 세상사 다시 이판사판 벼랑으로 내모는 것 (재래시장 살리기)

난전에서 가난한 것들이 빌빌거리며 세금도 안 내고 살아가는 꼴이 프렌들리하지 못하다.
대형 슈퍼를 보면, 얼마나 친구함고 싶은가.
재래시장은 벼랑으로 내몰린다.
재래시장은 재래시장다움을 내세워야 한다.
거기 있어야 할 것은 거기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또 힘들다.

종일 있어도 태양 한 번 들지않는
북향의 구멍가게 간판이 태양슈퍼다(태양슈퍼)

태양 없는 태양 슈퍼와
별볼 일 없는 별이네 가게를 보면서 시인은 그렇게 서글프고 쓸쓸하다.
병이다.  

 

계산대의 찢어진 비닐 의자가
엎어져 있다 부엌에 올려놓고 온 라면 물이
구급차 소리로 들끓으며
으아아아- 골목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급히 집으로 가는데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다 (별이네 가게)


햇살이 우리 존재를 시험하듯,
날마다 정말 살아 있는지,
잘 살고 있는건지,
이 시인은 묻는다.  

그대, 잘 살고 계신가?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찔러본다)

너무 찌르지 마시라. 
금세 상해버릴 수도 있다.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늘 그만큼 가득한 것
늘 그만큼 궁금하여 멀리 내다보는 것
늘 그럼그럼
늘 그렁그렁 (늙음)

늙음도, 죽음도
그에겐 참 자연스럽다. 

늘~ 그럼, 늘~ 그렁, 늘~ 그걸, 늘~ 거기, 늘~ 그만큼, 가까이 사는 거다.  

근데 또 인간은 늘 그렇게 영원히 드래곤 볼 일곱 개를 모아 살 것처럼 허세를 떤다.
곧 가라앉을 것들이.
크게 넓게 높게 보는 그의 눈은 인간을 겸손하라 꾸짖지 않지만,
스스로를 낮추도록 하는 힘이 있다.

곧 가라앉을 것이다 숨 쉴 구멍이 없어질 것이다 잡아먹힐 것이다...... 곧 조용해 질 것이다 곧 아무 기척이 없을 것이다 쨍그랑 숨죽인 평화가 이어질 것이다 (지구 수족관, 부분)

왜 지각했냐 물으면 아침 햇살 받아먹는 꽃잎 보느라, 어기적어기적 가는 쇠똥구리 앞지르지 못해 그랬다 하면 그만인 학교, 왜 결석했냐 물으면 단비 받아먹는 어린 싹 보느라 추녀 끝에 놀러온 새소리 듣느라 그랬다 하면 그만인 학교, 문제는 잠자리나 나비의 날갯짓 속에 있고 답은 씀바귀의 쓴 뿌리 속에 있는 학고...... 한동안 분교였으나 지금은 모두 다른 간판을 내걸고 잇는 학교, 곧 지구에서 없어질 학교 (자연 학교, 부분)

술은 딴 데서 처먹고
시꺼먼 피똥은
왜 여기 싸질러놓았지?(서해 와서 - 태안 기름 유출)

사는 게 정말 사는 건지...
그는 거꾸로 보기의 명수다.
거꾸로 보라.
역전의 명수와 함께...

갑갑하지는 않으시냐고
우리가 절하러 가는 줄 알았는데
실눈 뜨고 보니 오십 년 칠십 년
구십 년 감옥에서 놓여난
망자들이 우리에게 절하고 있다
얼마나 수고가 많으시냐고
밥은 먹고 사냐고
쇠창살 안에 갇힌 우리를 면회하고 있다......

망자들이 혀를 차며 몇 번 더 손짓을 했지만
눈치없는 우리는 자꾸 절만 했다
평안하시냐고 갑갑하지는 않으시냐고
우리가 울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망자들이 우리를 보며 울고 있다 (참배)

문득 삶이 형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라, 누가 뚝딱 언도해준 대로 너는 일 년 너는 십 년 너는 백 년, 다행히 집행유예나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기도 했을 거라, 부모 잘 만나 태어나기도 전에 형량 전부 면제받기도 했을 거라, 전생에 쌓은 덕이 있어 반의반으로 감면되기도 했을 거라, 새파란 나이에 감옥 문을 나서며 콧노래를 불렀을 거라, 남은 사람들은 너만 먼저 도망가냐고 대성통곡을 했을 거라, 죽기 아니면 살기로 탈옥을 기도했을 거라, 단번에, 수없는 자살 미수에 그치기도 했을 거라, 요즘 장기수감자가 너무 많아, 감옥이 너무 좁아, 어서 나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내쫓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거라, 나가서 자리 잡는대로 연락하겠다던 너에게서는 아직 아무 연락이 없는 거라, 그만큼 저 너머 세상이 재미있나 봐, 문득 삶이 형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라, 그리운 애인을 기다리듯 네가 달아난 쪽을 바라보기도 하는 거라 (문득)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 하긴 쉽지만,
애욕의 봇짐 내려놓으라는 말 흔하지만,
상처를 품은 자만이 한 발짝씩 나아가는 힘을 얻으리라. 

정일근 선생이 아프시기라도 한 모양이다.
힘을 얻으시길 빈다.

하늘 가까이 나아가려면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애욕의 봇짐들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며 그러신다는 것이야

상처를 품고 상처를 내려놓는 일
곰솔 할아버지 지금 그 힘으로
한 발짝씩 하늘 가까이 나아가고 있는 중일세 (상처의 힘 - 정일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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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8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6-09 10:35   좋아요 0 | URL
세상은 참 상처 잘 주고 모른체 하는 곳이죠.
인간도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고는 모른체하구요.
그냥 웃기엔 쓸쓸한 아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