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청전 스님의 만행
청전 지음 / 휴(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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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째 다람살라에서 수행중인 달라이 라마의 제자, 청전 스님.
신부 수업을 받다 머리 깎고 송광사로 출가한 스님,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붓다를 섬기는 마음으로 '민중'이란 종교를 지니신 30년 만행의 기록. 

역마살이 낀다 해도, 이만하긴 어려울 것이다. 
유신 시대 삶의 회의에 지쳐 신학 대학으로 갔다가
다시 해결책을 찾으러 절로 갔다가, 이제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까지... 

종교의 이름을 빌려
부자가 되는 절집의 규모가 커짐을 꾸짖고,
교회의 빌딩 높아짐을 꾸짖는
민중을 위한 종교 없음을 한탄하시는 스님의 일갈은 모든 수행자들이 들어야 할 소리다. 

물론 신도들을 위한 강당도 지어야 하고,
예배를 위한 공소도 지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찬란하게 꾸미는 나라의 교회와 절집은 전혀 종교적이지 않음을 이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는 것은,
당신이 이 나라의 종단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처럼 종단에서도 껄끄러워하시는 분이나 절집 부유함을 꾸짖지,
나머지는 다 돈독이 든 거 보면,
종교도 장사다. ㅎㅎ 

스님의 민중이 종교란 말이 예수님 말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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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지음, 정영목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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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살게된 한 미국인이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데포르주 피아노 : 공구, 부품'이란 가게 이름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와,
'피아노'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피아노 공방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전문적인 음악 이야기도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음악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고,
전문적인 악기 이야기도 아니지만, 깊은 수준까지 피아노에 대한 안목이 담겨 있고,
사람들의 관계가 주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뤼크, 요스, 마틸드, 파지올리 들을 통해서 삶의 멋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악기를 수리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악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루고,
악기의 부품 이야기를 건너서 악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애정을 다루고,
사람들의 실수와 장인 정신을 넘어서 피아노란 악기가 가진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을 다루는 이야기 책.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꼬이는 손가락 훈련을 반복하는 모습을 그려 보기도 했다.
피아노 음을 들으면서 내면의 복잡다단한 실타래들이 배배꼬이는 것을 스르르 풀던 시간들이 생각났기 때문이고,
날마다 피아노 앞에서 땀흘리던 시간들은 오롯이 내게 준 선물같았던 시간이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 가을쯤엔 아파트 상가에 딸린 피아노 학원에라도 한번 들러볼 마음을 다시 불러준 책이다.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란 게 없듯이,
음표만으로 이루어진 음악도 없지.
우리는 사물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네.(288)
 
   

피아노 전문가들에게 주어지는 마스터클래스를 통해서 인생에 대한 교훈의 근본을 듣는 일도 즐겁고,  

   
  "나중에 내 몸도 이렇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남겨주어야 하니까요."(212)   
   

뤼크는 수리할 수 없는 피아노를 태우면서 이렇게 말한다.
가볍게 말하는 속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뤼크의 인간성은 말할 나위없지만,
술주정뱅이 조율사 요스 역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덩어리다. 

   
  그는 매력적으로 웃더니 층계를 내려갔다.
나는 그가 발을 질질 끌며 마당을 걸어가는 모습을 창문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라일락 가지 하나를 잡아당기더니 끝에 수북하게 달린 꽃더미에 코를 박았다.(191) 
 
   

조율이란 물리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도 요스의 영혼은 세상에서 자유분방하게 놓여 난다.
그러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굳이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계로도 정확히 제시하기 어려운 조율의 미학을, 특히 고음에서는 인간의 귀가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찾아내서 좀더 높은 음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까지 고려하는 몸의 구조를 가진 사람이어서 오히려 더욱 자유를 갈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조율이 항상 근사치라는 것이다.
조율은 두 가지 개념,
기계적으로 정확한 것과 음악적으로 매력적인 것.
경험적인 것과 직관적인 것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다.
조율사가 이루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균형이다.
이론적인 음의 거슬리는 소리와 귀가 듣는 데 익숙한 기분 좋은 소리 사이의 평균이다.(193)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늘 인간적인 영역이라는 것이 있다.
...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변수들이 방정식에 들어와 좋은 조율사가 훌륭한 조율이란 평형상태를 이루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런 다양한 방식에 대한 뤼크의 설명,
"피아노를 조율하는 것은 요리와 비슷하지요. 저마다 자신의 요리법이 있거든요." (194)

 
   

좋은 책에선 늘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훌륭한 사람과의 대화는 유쾌한 법이라던 대문호의 이야기처럼,
훌륭한 독서는 결코 불쾌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힘을 불어 넣는 매력이 넘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강력한 저음, 맑은 고음, 울림을 유지하는 엄청난 힘을 자랑한다는 '스타인 웨이'를 올라타고,
골드베르크 협주곡을 연주하는 행복한 장면을 몇 번이고 꿈꿀 기회를 얻었다.  

   
 

목공 전통은 중세부터 독일에 확고하게 자리잡았으며,
이 일을 하는 길드와 가족은 후손이 적당한 종류의 나무를 쓸 수 있다록 정기적으로 나무를 다시 심었다는 것이 뤼크의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1520년에 조성한 숲에서 250년 뒤에 나무를 베어 쓰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숲 하나를 베어낸 뒤에는 10~40년 동안 치유되도록 놓아두었다.
이렇게 해서 18세기 말에 지금 뤼크가 '이 작은 경이'라고 부르는 악기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뤼크는 어수선한 곳에서 툭 튀어나온, 피아노의 둥그스름한 가장자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그 피아노가 '작은 경이'라고 말했다.
그 몸짓에는 깊은 존중심이 있었다.
애정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목공예의 걸작이 탄생하도록 길을 닦아준 일련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목소리였다... 

수백 년에 걸쳐 귀중한 목재를 생산해낼 나무를 심고 기르고 베는 인간의 작업 전체가
이제 지상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세상이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더 가난해졌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266)

 
   

어떤 분야에서 정통한다는 것은 이렇게 모든 일들을 연관지어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는 일이다.

다시 셰뵈크의 마스터클래스로 돌아가서, 

   
  셰뵈크는 옆에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완전히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각 학생에게 일반적인 동시에 매우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그는 이 음악가들의 삶에거 음악과 관련된 어떤 특정한 것을 끄집어내면서 그들 사이에 점차 신뢰의 유대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비관습적인 방식으로 서두를 시작하는 더 섬세한 이유가 곧 드러났다.
그는 평생을 콘서트 아티스트로 보낸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순간 연주자가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때 필요한 건 차분히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의 방법은 천진할 정도로 소박했다.
눈앞의 음악 외의 것에 관해 천천히 질문을 하면서 학생의 기분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것이었다.
그는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음악으로 이야기를 돌렸으며,
대개의 경우 연주자의 해석에 어떤 형태로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는 농담으로 표현하기도 했다."파리 공대는 가장 똑똑한 학생들만 입학한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공대 학생들은 모든 것을 알지만, 다른 것은 전혀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이란 너무 많이 알 수도 있다는 거네.(285)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는 전문적인 교수법이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내 직업상 그런 관점의 독서를 버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세느 강이 흐르는 파리의 좌안, 한 피아노 공방을 둘러싼 낮은 목소리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덥다고 소리지르는 날씨조차도 잊고 즐거움에 빠져, 말 그대로 독서 삼매를 즐기는 일이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 말고,
그렇다고 또 웰빙을 빙자해서 난리 부르스를 떠는 요란한 음식도 말고,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뚝딱 찬밥에 몇 가지 나물이라도 넣어서 쓱쓱 비벼먹으며 경쾌한 웃음살이 번지는 그맛을 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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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7-2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이런 느낌 참 좋아요. 세느 강이 흐르는 파리의 좌안, 피아노 공방을 둘러싼 낮은 목소리이야기.....
생소한 분야라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듯.
요즘 도서관에 신간이 들어와서 어쩔줄 몰라 하고 있습니다. 이 책 저 책...쌓아놓고 있어요. ㅎ
요 책은 아껴두었다가 비행기 안에서 읽어야 겠어요~~~~

글샘 2011-07-24 23:40   좋아요 0 | URL
글쎄요. 비행기에서 읽기 좋을까요? ㅎㅎ
이 책은 느릿느릿 조용한 거 찾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을 듯 싶네요.
세실님 취향에 맞을지는... ^^
전 요런 취향이랍니다. 읽어 보시면 아세요. ㅎㅎ

painter 2011-09-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느 강이 흐르는 파리....인들은 눈 키스 조차 인색하며, 차갑습니다.
우리 정서와는 상반된 사고로 자연을 바라 보는 개안 된 눈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걸쭉한 쌀 뜬물 같은 뿌연 물을 바라 보며 공방에서 낮은 목소리와 하모니가 어우러지길
바라는 소망은 질박한 우리의 그릇에 담아내는 배고픔의 향수와는 다르지요.

소리를 내는 피아노의 모습을 찾아가는 파리지엥들의 수다가 출렁이지도 않으며 유유히
흐르는 세느 강물위로 너도 나도 폴짝 무임승차 할 것만 같아 글샘님의 글이 맛이 있습니다.





글샘 2011-09-09 15:54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프랑스 영화를 보나 이런 책을 읽으나...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는 우리와 많이 달라 보입니다.
살아온 역사가 세포 속에 녹아있어 그렇겠지요.
 
악마의 농구 코트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8
칼 듀커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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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보기 드문 농구 소설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과학자 아버지와 요상한 조각을 하는 미녀 엄마 사이에 난 아들 조 파우스트. 

아버지는 조가 명문 사립고등학교로 진학하길 원하고, 갈등은 깊어간다.
조의 유일한 비상구는 농구인데,
그의 농구 스토리와,
문학 시간에 배우는 '크리스토퍼 말로'의 희곡 <파우스투스 박사>의 스토리가 평행선을 그리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우연히 들른 체육관에서 그는 농구 리그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생각을 하고,
조에게는 우연이라기엔 지나칠 행운이 뒤따른다.
그러다 계속 불안해지는 것은 아버지의 쇼크인데... 

뚜렷하게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 속에서 뜻밖의 발전이 겹치다 보니 주인공에게는 불안한 마음이 끊임없이 겹친다. 

이 책에 이런 이야기가 끼어 있다. 

어떤 바람둥이가 죽어서 천국에 간다.
천국에는 늘 파티가 열린다. 그는 가장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포커에서 매번 이긴다.
매력적인 여자들이 그를 유혹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런데 너무나도 완벽해서 그는 지루해진다.
"잠시 지옥을 구경하러 가고 싶어요. 여긴 따분해요."
그가 담당 천사에게 말한다.
그 천사 왈,
"벗이여, 지금 그대가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네."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늘 또다른 쪽에 눈길을 돌리게 마련인데,
행복한 현실의 세잎 클로버에 만족하지 못하고,
돌연변이 네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기 시작할 때, 지옥은 시작되는 것이나 아닐는지... 

농구를 좋아하는 청소년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꼭 농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무언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우연히 일어난 행운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모한 젊은이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뭐, 보통 그런 젊은이들은 책을 읽지 않기 십상이지만 말이다. 

좋은 결과는 정말 악마와의 계약에 의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마인드 콘트롤이 작용한 결과였을까. 

나는 더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말 영혼을 팔아서라도 되고 싶은 것이 있는가?
이런 상상도 재미있는 것이지만,
나의 노력으로 쉽사리 바뀌지 않을 세상을 보면... 마음을 좀더 단단히 먹고,
내가 선 자리에서 튼튼하게 버틸 각오를 하는 것도 필요한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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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07-2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너무나도 완벽해서 그는 지루해진다.
"잠시 지옥을 구경하러 가고 싶어요. 여긴 따분해요." - 이 글이 웃음 짓게 만드네요.

어떤 남자가 사업에 성공하고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모든 게 성공의 결과만 낳았대요.
실패는 하나도 없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남자, 마침내 자살했대요. 이유는? 삶이 재미없어서요.

좋은 하루 되세요.

글샘 2011-07-22 00:19   좋아요 0 | URL
정말 매뉴얼대로만 살아간다면 삶은 따분하겠죠.
뭐, 늘 파도타기처럼 울렁거리는 일도 힘들지만 말이죠.

날이 무지 덥네요. 건강한 여름 나고 계시죠?

페크pek0501 2011-07-23 20:39   좋아요 0 | URL
정감 있는 인사말, 듣기 좋은데요. 저도 써먹어야겠어요.

건강한 여름 나고 계십니다.ㅋㅋ
 
물 위에 씌어진 시작시인선 131
최승자 지음 / 천년의시작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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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쓸쓸해서 머나먼, 으로 오랜만에 나타난 최승자가 
물위에 쓴 글자처럼,
어찌 보면 뜬금없는,
어찌 보면 세상 만사를 다 안다는 눈빛의 신할머니처럼 '노장틱'한 시를 내놓았다. 

정신병동에서 길어올린 시들이라는데,
제정신인지 제정신이 아닌지를 맨정신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묵직하다. 

'한없이 여린'을 찾고 있다
폭염과 혹한 그 너머에 있는
'한없이 여린'을 찾고 있다 

살은 밀랍, 팔뚝은
자동 쇠팔뚝인 현대,
기이하게 눈을 깜박거리며 미소 짓는 현대,
현대라는 이 모조 인형 앞에서,  

무수한 화폐들과 깃발들 그 너머에서
어떤 '한없이 여린'을 찾고 있다 

먼, 너무도 먼, 너무도 멀어
맥이 닿지도 않는
어떤 始源으로부터 나오는
'한없이 여린'을 (한없이 여린)

당당해야 사는 사람들.
이겨야 사는 사람들.
그 현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한없이 여린, 을 찾는 시인의 눈.
그의 마음의 손길, 눈길이 나는 시리도록 서글프다.
쇠팔뚝에 짓밟히는 인간의 정신이
산산조각나는 세상에 대하여...
이렇게 시를 쓸 줄 아는 정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면...
그것은 더 서글프다. 

내 시야의 안개 속을 걷는다
아니 안개 속의 내 시야를 걷는다
아니 내 시야의 안개 속을 걷는다 

그런데 왜 내 시야는 안개로 가득 차 있는가
모든 未知들의 혼란스런 뒤엉김
내 시야가 먼저인가 안개가 먼저인가
내 시야는 어째서 안개로 번져가는가 

詩人의 시야는 안개를 피워 올리고
詩人은 자신이 피워올린
안개의 신기루 속을 걸어간다 (이상한 안개의 나라)

시인은 안개 속을 걷는다.
혼란, 뒤엉김, 신기루... 

그러나, 세상이 온통 혼란, 뒤엉김, 신기루... 인데,
그걸 말하는 시인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세상에 대하여 혼자서 옳게 말하는 존재인데,
다들,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고,
분명한 논점을 제시하며,
제 주장이 옳다고, 
무쇠 팔뚝으로 삿대질을 한다. 

시인은 고개 숙일 따름이다. 

분명한 척 하는 삶에 도돌이표를 쿡,
각인처럼 찍어주는 시들이다. 

그의 시는 천천히 읽힌다.
아니, 천천히 읽어야, 그의 말하지 않는 안개 속 말이 울리는 소리가 느릿느릿 다가온다.

 --------------

 시집의 어휘는 소중하다.
그런데... 오타가 몇 있어서 아쉽다. 

25. 도가도 비상도...의 옳을 가 可를 맡을 사 司로 적었다. 84쪽의 해설에서도 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38쪽. 바람이 나간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묵직한 시집에서 이런 오류는 치명적이다.

80. 칠십년대는 공포였고 팔십대는 치욕이었다... 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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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7-2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을 읽으신 분께라면,
아니다, '말하지 않는 안개 속 말이 울리는 소리'라는 표현을 하실 수 있는 샘께라면...
존 카첸바크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권하고 싶어요.

글샘 2011-07-22 00:22   좋아요 0 | URL
내일 시간되면 도서관에 한번 가보려구요. 존 카첸바크를 빌려서 중국가있는 일주일동안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 뭐, 술에 찌들어 있지 않다면 말이죠. ㅎㅎ
 
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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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은 달린다는 뜻도 있지만 달아난다는 뜻도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저 달리기보다는 달아나려 했던 의도가 컸는데...
제목이 이대로 좋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고,
청소년 소설이다.
환경 소설이자 사회고발 소설이다. 

인간의 의도로 꾸미는 일들은
나중에 어떤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게 될는지,
인간의 의도가 결코 뜻한바대로 움직이지 않을 개연성이 많음을,
그리고 환경과 인류학적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노라면 인간에게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올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판타지 물로는 '주라식 파크'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에게 상상력을 촉진하되 그것이 황당무계한 것만은 아니어서,
독자의 독서 행위에 즐거움을 주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흥미진진한 추격전 부분이 다소 단순한 감이 있다는 것인데,
간단하나마 아이들에게 스릴러와 추리물,
그리고 인류학적인 관심과 인간 사회의 근본 조건을 생각하게 하는 창의적 독서를 맛보게 하는 작품이라서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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