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타셀의 돼지들 민음의 시 152
오은 지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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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전자의 힘,
Microsoft, Windows...를 비틀어 Macrohard...라고 하는 정도...
그정도가 신선하지만,
신선함은 금세 식상해 진다는 걸 개콘은 알고 있다. 
그게 개콘의 힘이다. 

신선함을 좀더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신선함이 웃음만 유발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
물론,
세상사는 철학적으로 규칙적으로 레귤러하게 굴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규칙적이고 정규적이란 뜻의 레귤러가 커피에 붙으면,
인스턴트 커피 아닌 원두 커피를 가리키는 말이 되듯,
이현령비현령,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용어를 찾는 건 가상하지만,
그의 시를 읽고 천재라고 칭찬해야 하는 거라면... 나는 시를 모른다 하겠다. 

미니시리즈 

느닷없이 접촉사고 
느닷없이 삼각관계
느닷없이 시기질투
느닷없이 풍전등화
느닷없이 수호천사
느닷없이 재벌2세
느닷없이 신데렐라
느닷없이 승승장구
느닷없이 이복형제
느닷없이 행방불명
느닷없이 폐암진단
느닷없이 양심고백
느닷없이 눈물바다
느닷없이 무사귀환
느닷없이 갈등해소
느닷없이 해피엔딩 

16부작이 끝났습니다
꿈 깰 시간입니다

이런 시를 적어두고, 천재라고 하기엔, 왠지 박제된 천재라던 이상이 떠오른다.
하긴, 누군가가 천재 시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겠지. 스스로 그렇게 여기진 않았을 노릇이고. 

순간이 도래하기까지
우리는 불길하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몸은 앞쪽으로 기울어지고
너와 나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마찰력과 만유인력이 팽팽하게 맞설 때까지... 

제 몸을 찔러 줄 젓가락을 기다리는
설익은 감자처럼 

제 몸을 채워 줄 펜을 기다리는
원고지의 빈칸처럼 

순간이 도래하기까지
우리는
불길하게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발생하려는 경향) 

그의 글은 마치 실험 레포트에서
이 실험을 구상하게 된 포인트를 설명하려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사람들의 음모는 언제나 아르누보식이었지요
이 말은 우리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젊은 돼지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겁이 많고 눈이 커다란 데다 제법 순종적이었거든요
꾸불거리며 대가리 쳐들 기회만 슬슬 엿보는 거지요
저렇게 끼리끼리 모여 있는 걸 보면 몰라요?
젊은 돼지들은 침대 위를 뒹구는 마피아와 갱을 상상했습니다
소름이 돋았지요, 요즘엔 유기농 비료를 먹고 있는데 말입니다

늙은 돼지들은 구석에 누워 심하게 낄낄거립니다
약고 퍅하고 야한 농담을 즐기죠
젊은 돼지들의 토실토실 오른 살을 부러워했고
항상 네 다리를 벌리고 잠잤습니다
인간의 아이가 태어날 때면 엉덩이로 꼬리를 뭉갠 채 잠들었지요
너무 늙은 나머지 꿀꿀거리지 못하는 돼지들도 있어요
그들은 다만 낄낄거릴 따름이지요
늙는다는 것은 이렇게나 추하고 무서운 일이랍니다 (호텔 타셀(Hotel Taddel)의 돼지들 )

아르누보(불규칙적이고 곡선을 강조한) 건축 양식의 대표적 예인 벨기에의 타셀 호텔 지붕 아래서...
돼지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망가진다.   

늙어가고 망가져가는,
낡은 것들에게 <추하고 무서운 일>이란 딱지를 붙인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미션은, <신선하고 명랑한 일>을 만드는 것인데...
과연 그 미션이 '임파서블'일지,
그건, 안철수가 서울 시장이 되는 일이 <추하고 무서운 일>일지, <신선하고 명랑한 일>일지 흥미로운 것과 같다.
사람들이 안철수를 갑자기 환호하는 일은, 그가 결코 <추하고 무서운 어른>은 아닐 것이란 기대때문이 아닐는지...
그렇다면, 그에게 바라는 <신선하고 명랑한 미래>는 어쩌먼 더 무서운 블랙홀의 좌절로 안내할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정치적 혐오감으로 팽배한 사람들에게 이런 신선함은 또다른 힘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시집도 그만큼의 기대와, 그만큼의 부담감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 하는 말이다.

한국어처럼 '한자어'의 영향이 가장 크고, '동사와 형용사'는 활용을 하는 관계 등의 언어학적 이유로
음운적 운율(라임)을 만들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언어 유희가 흔하지 않은 마당에서
이렇게 언어 유희를 주제로 시집을 내는 일도 나름 의미를 가지기도 하리라.
물론, 유사한 발음, 또는 잘못쓴 맞춤법이나 동음이의 관계끼리 맺어지는 오묘한 결합에서 일어나는
시들에 대하여 폄하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아니지, 오히려
동음이의어란 같은 발음으로도 전혀 헷갈리지 않을 법한 거리감을 가진 범주의 단어들이기에,
그 거리감을 뛰어넘는 언어유희를 발견하는 일은 정말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일이기도 하다.

낯선 시인 오은의 시집을 읽고 그 시들이 더 낯선 와중에 만난 '천재'란 말이 마뜩잖아 몇 마디 적는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시집의 표지가 '매크로하드'여서 좀 불만이고... 아무래도 난 시집이라고 하면 ...소프트를 좋아하기 때문에... 

145부터 182까지 이어지는 해설같은 것도 나는 싫어한다.
해설이 붙어야 하는 시집이란...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은가?
적어도 오은의 시집이라면,
마지막에, 개콘에 등장했던 구절이 있다고...
개그맨들이 이 시집을 읽고 있다고... 이렇게 써붙였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처음에 붙인 그의 자서처럼... 

천둥과 번개
개와 원숭이
까마귀와 배
앙꼬아 찐빵
붕어와 붕어빵
웃음과 울음
눈물과 눈물
홈스와 뤼팽
커피와 담배
金과 숲
사드와 자허마조흐
누벨바그와 트뤼포
알리바바와 알리바이 

나와 너는 거의 모든 관계,
아무리 의심해도
섵불리 숨길 수 없었다. 

오와 은... 

제 이름으로도 놀 줄 아는 사람. 꽤 재미있겠다.
앞으로 그의 관찰력과 생산성이
말놀이 애드리브를 넘어서서
특정한 <경향성>을 띠게 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그 경향성은 지속적으로 부정될 것이므로... 개그 콘서트처럼... 

사각뿔처럼 생긴 피라미드를 쇠금 자 金 처럼 생겼다고, 금자탑(金字塔)이라 이름붙인 사람도 오은의 부류이겠지.
신선한 비유가 이처럼 널리쓰이느냐, 잠시 말장난에 불과하냐가 시인의 과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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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콘 맞나봐요.. 제가 지금 상당히 기분이 쳐져있는 상태에 날카로운 바늘같은데
시를 읽다가 입가에 미소가 떠올라서....... 실실거립니다.

거기에 글샘님의 글도 그렇지만, 별 하나 주신 점에 더욱 실실거립니다. ㅋㅋ

글샘 2011-09-05 18:20   좋아요 0 | URL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지도 몰랐어요. ^^
상당히~ 기분히 처져있었는데,
오은이 실실거리게 만들어 드렸군요. 다행입니다.
 
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fat zero'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았다.
미국이란 사회는 왕비만이 되기 쉬운 식생활을 접하기 쉬워선지 고도비만자들이 많이 있는 모양이다.
그들에게 비만 이전의 건강한 삶을 되찾아 줄 것처럼 보이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도 요즘 시작하는 모양이던데, 아무래도 한국인은 그들처럼 체형 자체가 충격적이지 않다. 

지방 제로, 란 이름도 끔찍해선지 그 다음 나온 식이음료가 '팻 다운'이었던가 그랬지. 

백영옥의 입담은 치열한 관찰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스타일'에 실린 몇 편의 글들의 관점은 정말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속내를
여과없이 정확하게 그리고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장편의 구도를 짜다 보니, 그의 치열한 관찰력이 돋보이기는커녕,
구도 자체가 박진감이 넘치지 못하도록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원래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책이라면,
처음 100페이지는 어떻게 넘어갔는지도 모르게 박진감으로 넘치기를 기대하고,
그 다음 200페이지 정도는 다양한 주제를 섭렵하더라도,
마지막 100페이지 정도에선 화끈한 반전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이 이런 두툼한 장편 소설의 독자의 속셈아닐까? 

그런데, 백영옥의 이 소설은 중편 정도로 구도를 잡았으면 훨씬 더 쫄깃한 소설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책이다.
물론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
현대인들의 몸에 대한 잘못된 철학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심각한 결과까지를 정신병적 문제로까지 발전시키려한 백영옥의 시도는 신선했다.
특히 요즘 완전 잘달리고 있는 다양한 서바이벌 게임의 형식을 빌려와서
서바이벌 게임의 겉면과는 전혀 다른 추악한 속내를 드러내는 소설은
통쾌하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도 있는 멋진 '식재료'로 가득한 주방으로 기대한 독자에게,
왠지 맛이 없다기엔 그럭저럭 괜찮지만,
그 맛을 엄지를 들어 칭찬하기엔 좀 낯뜨거운 수준의 음식을 맛보게 한 주인공 연두같은 작가가 되어버린 거나 아닌지... 

이 소설의 아이디어들은 어찌 보면 단편의 아이디어에 잘 어울리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백영옥에게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나는 내 몸이 추리소설 작가 라일리 벡의 길고 긴 복문 같다고 생각했었다.
형용사와 부사가 비곗살처럼 들러붙어 있고,
중문과 복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늘 번역가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그녀 특유의 기괴한 문장들 말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의 여왕>의 트레이너들은 최고의 편집자들처럼 과잉된 부분들을 거침없이 잘라내고 있었다.
부사와 형용사는 잡초를 솎아내듯 제거됐고,
번역이 불가능한 난삽한 복문들은 몇 개의 단문들로 재배치되었다.
복잡한 이야기들은 이제 정확한 접속사와 무수한 쉼표들로 새로운 질서를 부여받은 듯 무서운 속도로 읽히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내 몸의 미세한 단어와 복선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는 독서가처럼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정연두'라는 두꺼운 책에서 진부한 문장들을 쳐내자, 점점 매력적인 표현과 단단한 동사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실연, 절망, 실패' 같은 명사들은 줄어들고,
'살다, 사랑하다, 웃다' 같은 동사들이 조금씩 빈자리를 차지했다.
책의 부피는 한 손에 쥘 정도로 줄어들었다.(151) 

난 이런 표현들을 좋아한다.
요즘 표현으로 정말 애정하는 편이다. 느낌이 확 당겨지는 기분이고, 쏘옥 빨려들어 몇 차례를 읽고 만다.
급기야는 이렇게 타이핑을 하고서야 안심이 되는 정도다. 

서울은 보톡스를 엄청나게 때려맞은 중년배우 같아.(200) 

이런 것이 백영옥의 힘이다. 여성스러운 생활의 한 켠이 철학과 맞물려 들어가는 경지의 서술이랄까...  

종종 진짜 어른이 되는 순간은 인생이 노력한 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일 거란 생각.
하면 된다, 가 아니라 되면 한다, 란 말이 그저 말장난이 아니란 걸 알아버리는 순간 깨닫게 되는 건,
인생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는 자명한 사실...(53) 

이런 관찰력이 백영옥의 힘이다.
다들 그렇게 느끼면서 그럴싸한 잠언들에 치여서 찍소리 못하는 '질식되어버린 진실의 언표' 

문득 내 인생이 삼류 추리소설 속 오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15)
인생의 깨달음은 언제나 한 발짝 늦다.(18) 
당신은 당신 삶의 규칙의 희생자다.(64)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탈옥기가 매혹적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건, 적대감을 축적하기 좋은 주변 환경과 증오로 오염된 사람들이니까 말이다.(154)  

내가 내 뒷모습을 모르듯, 그녀 또한 자신의 뒷모습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보편적인 외로움은 바로 그렇게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닐까.(364) 

어쩐지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웠지만 누군가에겐 실패한 삶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희미한 별처럼 제각기 빛나고 있었다.(379) 

이렇게 어쩌면 단편 소설 속에 들었다면 멋지게 기억될 구절들이,
자칫 어린 작가가 치기어린 소설 속에 집어 넣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처럼 비치도록 배치되어버린 건,
백영옥이 아직 장편 작가로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그럴 거라고 믿어 본다. 

조금 아쉽지만, 이런 표현들을 앞으로도 오래 만나고 읽고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 조금 더 아쉬운 몇 가지 표현들... 을 지적해도 그는 서운해 하지 않겠지? 이런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니 말이다. 

틀리던 문제의 정답을 알자 똑같은 문제를 다시 틀리는 일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한번 틀린 문제는 다시는 틀리지 말자, 로 학습 목표가 바뀌었다.
나는 내 인생의 오답을 고쳐쓰고 싶다. 그때처럼 다시는 틀린답을 방치하고 싶지 않다...(291)

치유란 원래 자신을 왜곡없이 들여다보는 지난한 과정이죠. 그래서 치료 중 도망가는 사람도 많아요.
... 힘들겠지만 인내심을 가져요.(356)

16. 단테는 '신곡'에서 탐식 역시 인간의 아홉 가지 죄악 중 한 가지라고 했지만,... '세븐 SE7EN' 아니던가? 그런 죄악 일곱가지를 모토로 살인을 일삼던 브레드 피트의 섬뜩한 영화... 

247. 마른 늑골과 치골의 개수를 일일이 세어보는 일 역시 끔찍했다... 인간에게 치골은 셀 수 있는 게 아닌데... 치골이 여럿이라. 흠... ^^  텔레비전에서 간혹 옆구리 아래 뼈가 비치는 걸 치골이라는 무식한 방송인도 있는 모양인데, 그건 '골반뼈' 중의 '장골'이지 '치골'은 아니다. '치골'은... ㅠㅜ 팬티 안쪽 한복판에 있는 뼈다. ㅋ

  

345. 해부학적 지식이 이렇게 조금 부족하다 보니...
  마하트마 간디처럼, 보리수나무 아래 붓다처럼 가는 늑골과 드러난 치골이 깨달음의 상징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휴 =3=3 붓다의 치골을 보다니.... ㅎㅎ

199. 얼마전 충무에 갔는데, 갑자기 충무김밥이 먹고 싶은 거야... 충무, 가 통영이 된 지는 꽤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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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여기 왜 왔을까잉?"

"회장 엄마. 그럼 어떻게 해. 기자 내쫓아버려?"

"아 뭐더러 와. 줄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왔어~!"

배은심(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의 표정이 밝지 않다. 이대로 내쫓기는 건가 싶었다. 일상에서 본 이소선 어머니의 모습을 알고 싶다 하니 "말 해줄 게 없다" 한다.

며칠 전 '유가협 어르신들이 본 이소선 어머니의 삶'이라는 내용의 취재요청서를 보냈는데 이를 전달한 박제민 사무국장이 어머님들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 '(이소선) 어머님이 병상에 누워 계시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었다. 기고 요청은 고사하고 인터뷰 요청도 거절당했다.

다음 날(8월 17일) 아침. 무작정 서울 창신동에 위치한 '한울삶'으로 찾아갔다. 꼭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특히 이소선 어머니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배은심 유가협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요청했다. 유가협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고 2시 유가협 회원들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에 다녀온 뒤 저녁이 다 돼서 배은심 회장을 만났다. 하루 종일 퍼부은 비 때문이었는지, 이소선 어머니에 대한 그리운 마음 때문인지 배 회장의 몸짓이 무거워 보였다. 어색하고 긴 침묵 뒤에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18년 먼저 자식 묻은 가슴으로 유가족들 감싸

"나는 1987년 6월 이전의 일은 암 것도 몰러."

최루탄 열기가 거리를 온통 뒤덮던 1987년 6월, 연세대 어느 곳에서 배은심 어머니는 민주화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자식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만났다. 유가협 부모님들과의 만남이었다. 그중 한 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돌아가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다.

"(이소선) 어머니를 우리들이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어머니는 18년째더라.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동안 어머니는 이미 18년 전에 엄청난 일을 당하셨고, 쭉 운동판에서 사셨던 분이야. 그땐 운동권 학생들 접하면서 하기 힘든 심부름 같은 거 하면서 사셨대. 어머니가 감옥에도 몇 번 가셨는데 그건 1987년 이전에 가신 거야. 교도소에 계셨던 것도 우리들은 어머니 얘기만 듣고 안 거지."

배은심 회장은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자식을 잃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슬퍼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안아주신 분이 이소선 어머니였다. 앞이 안 보일정도로 화가 나서 미쳐버리는 순간이 있다. 자식을 잃어 제어가 안 될 정도의 화가 치밀어 오르는 유가족들의 가슴을 한 평생 동안 끌어안고 다독여주고 같이 화냈던 사람이 이소선 어머니다.

"1989년 봄 어느 날. 먼저 간 자식들 생각에 서로를 위로하며 슬픔을 억제 못하고 있을 때 이소선 어머니가 벽에 걸려 있는 영정들을 가리키면서 '저 초롱초롱한 눈을 봐. 우리는 저 사람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이사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든지 자금을 만들어 움막이라도 좋으니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하셨어. 우리 가족들은 하나 같이 찬성했지. 그래서 마련한 곳이 종로구 창신동의 유가협 한울삶이야."(이소선 여사 칠순잔치 중 '내가 본 어머니' - 배은심)







▲ 배은심 회장 8월 17일 한진중공업 해고자 복직 촉구 집회 중. 이날 유가협 회원 십여명이 함께 했다.

ⓒ 노동세상

 
"정신적 지주인지는 모르겠고 친정엄마는 맞지"

천만 노동자의 어머니, 한국노동운동의 정신적 지주…. '이소선'이란 이름을 수식하는 문구는 상당히 많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원로의 대열에 들어서는 게 순리. 그래서 다가서기 힘든 거대한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울삶에선 이소선 어머니가 특별하다는 것을 느끼진 못했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정신적 지주 그런 건 너들(노동자들) 쪽에서 하는 얘기고. 여기 한울삶에선 다 똑같은 생활을 하고 똑같이 갔던 거야. 똑같이 밥 먹고 집회 갔어. 그 속에서 (이소선) 어머니가 단련이 됐으니까 성실한 점도 있었지. 울덜보다 더 20년 먼저 재야 어르신처럼 사셨으니 그게 몸에 밴 거야. 하지만 크게 어머니가 특별하다는 것을 느끼진 못했어. 여기선 다 똑같아."

옆에 있던 박제민 사무국장이 말을 거든다.

"원로 선생님들은 저를 만나면 '너 그전에 왜 일을 그렇게 처리했냐!'고 호통을 치시는데 엄마(이소선 어머니)는 밥 먹었는지부터 물어보세요."

박씨가 유가협 사무국장을 맡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2월. 처음 이소선 어머니를 만날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한울삶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가 저녁이었어요. 문이 열리는데 그림자가 길게 ? 늘어지더라고요. 아마 뒤에 저녁 해가 있었나 봐요. 그때 되게 큰 그림자가 들어오는 거예요. '어머니가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크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문 앞으로 고개가 빼꼼히 들어오면서 경상도 사투리로 '안녕하쎄요~ 국짱님' 하시더라고요. 그때 깜짝 놀랐죠. 너무 조그마한 거야."

이소선 어머니는 유가협 어머니들에게 '친정엄마'로 불린다. 자식 잃은 슬픔도 모자라 몇 십 년 동안 죽음의 진실을 따라 산다는 것이 한결같을 수 있을까. 그래서 잦은 집회나 기자회견에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이 많아 몸도 불편해서 잦은 집회나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집회에 갈 때 대부분은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계단 앞에만 서면 크게 심호흡을 내쉰다. 한 계단 한 계단이 고행이다.

사실 유가협 회원들의 얘기 중 절반 이상은 '몸 아픈 곳'에 대한 것이다. 기자가 동행한 날에 비가 와서인지 유독 무릎이며 다리를 많이 주무른다. 그럴 때마다 병상에 누워계신 이소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회원들을 어르고 달래서 같이 움직인 사람 역시 이소선 어머니였다고. '때론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면서 한울삶 안쪽 방 맨 구석, 어머니가 항상 앉던 빈자리를 한 회원이 하염없이 바라본다.

아들의 유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어머니

한울삶 안에서도 부모들의 자식 자랑은 대단했다고 한다.

"이 방에 걸려 있는 사진들. 어떤 자식도 모자란 놈이 하나도 없어. 다들 자기 자식들이 최고라고 하는 거야. 당신들 집에선 듬직하고 믿을만한 자식들이었던 거야. (이소선) 어머니 역시 태삼이(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도 있고 딸들도 있었지만 그때 당시는 안 보였데. 태일이가 가장 컸던 거야. 믿음직한 큰아들이었던 거지. 그런데 자식이 먼저 죽을지 누가 알았겠어. 그런 전태일은 어머니께 당부를 하고 갔어."

"(태일이가) 언젠가 환하고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다고 했어요. 싸워주겠냐고 묻더라고. 내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내 말 안 들어주면 나중에 천국에서 엄마 만나도 안 볼 거야. 내 말 들어준다고 꼭 대답 해줘' 말을 할 때마다 (태일이의) 명치 부근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내 몸이 가루가 되도 끝까지 할 거다' 하니, 더 크게 대답하라고 하는 거야, 말을 할 때마다 피가 쏟아지고. 크게 대답하라하고, 또 피가 푹 쏟아지고, 그걸 보고 탁 쓰러졌지."(전태일 열사 36주기 기념 이소선 어머니 인터뷰 중)

"'죽고 없는 자식을 어머니는 저런 식으로 사랑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지. 왜 내 자식이 저 대열에 끼었는가. 그걸 알기 위해 나 역시 그 대열 속으로 들어갔지. 그 속에서 세상을 읽고, 느꼈어. 아들이 어떤 현실에 아팠을지 깊숙이 파고 들어가 봤어."

이소선 어머니의 삶을 특별하지 않았다고 배은심 회장은 말한다. 그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죽음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전태일이 남긴 유서를 사랑하시더라고. 그것을 헛되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는 사셨어. 그런 부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 평생을 살아오시면서 자식에 대한 사랑, 죽음에 대한 사랑. 어머니는 그것을 충분히 지켜오셨어. 그건 위대한 건 아니야. 당신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니까. '(이소선) 어머니는 위대해!'가 아니라 어머니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고 사셨어.

그것을 지킴으로서 그 삶이 노동자들의 마음에 전파가 됐고, 또 노동자들의 힘으로 어머니가 힘을 얻어서 자식에 대한 죽음을 간직하게 되고…. '내 죽음을 헛되지 하지 말라.' 그게 지금 어머니 삶의 동력이 될 거야. 어머니는 40년을 그렇게 사셨어. 내가 어머니의 삶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걸 거야. 그것을 설명해 볼라니까 영 어렵네."

얘기가 끝나고 배은심 회장은 맥주를 몇 잔 들이켰는데 취한 듯했다. 박 사무국장의 얘기론 취한 게 맞단다.

"원래 술을 안 드시는 분이에요. 한 잔은 드시죠. 회장이니까. 기자는 지금 정말 보기 드문 일을 본 거에요. 회장(배은심) 엄마가 취하시는 분이 아닌데…. 오늘따라 이소선 어머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신 듯해요."

배은심 회장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소선 어머니는 한 세상 잘 사셨어. 당신 소신껏 사셨으니까. 허세 안 부리고 허영 안 부리고 어머니는 자식의 죽음을 안고 소신껏 사셨어. 난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소신이라는 게 너무 마음 아파. (이소선)어머니 누워계시는 거 보고 '아이고 어머니 평생 그렇게 사시다가 이제 가는거야~' 그렇게 얘기 하니까 태삼이가 '엄마 일어날 건데 왜 그러냐고.' 하더라. '아 일어날 때 일어나더라도 내가 엄마를 본깨 그런 생각이 들어….' 했지."







고 이소선 어머니.

ⓒ 유가협

 
"어머니 밖에 비오는 것도 보고 그럽시다"

서울대 병원 중환자실. 오후 7시부터 30분 동안 할 수 있는 면회에 기자도 따라갔다. 박제민 사무국장과 동행한 길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와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을 만났다.

"어머니. 여진이 아빠에요. 엄마. 눈 좀 떠보세요."

"어머니…. 엄마…. 나야 나. 나도 몰라?"

"어머니 밖에는 비가 많이 와요…. 일어나서 비오는 것도 보고 그럽시다."

"어머니 국장 왔어요. 엄마. 국장 왔어요. 지난주 금요일에 유가협 행사 잘 했어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어요. 다들 잘됐다고 난리야. 엄마만 없었어. 엄마. 일어나시면 내년에도 또 합시다. 올해 한번 다시 해도 되고…."

대답 없는 안부가 울린다. 세 남자의 울먹임에도 어머니는 꼼짝을 않는다.

"어머니 손이 얼마나 고우신데…."

주사약 기운에 부어오른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박 사무국장이 읊조린다. 팔도 주무르고 다리도 주물렀다. 그때마다 기지개를 핀다. 발바닥을 주무르니 간지러운지 어머니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런데 말이 없다. 아침에 잠꼬대 하듯 잠시 후면 일어날 것 같은 어머니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이소선 어머니는 지난 7월 18일 자택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서울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호흡은 돌아왔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상태. 중환자실이라 병원비가 만만찮을 것 같다는 얘기에 전태삼씨가 "병원비 해결책은 엄마가 일어나시는 거지"한다. 현재 병원비는 전태삼씨가 부담하고 있다.

전태삼씨는 "어머니가 속히 일어나셨으면 좋겠는데, 하실 일은 다 하셨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린 여공들의 품안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으셨어. 시다들의 품이 어머니의 자리였어. 거기서만 편안해 하셨어. 고사리 같은 손을 잡으시면서 정을 나누셨어. 어머니는 여공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서, 그들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모든 걸 내놓으셨어. '저들과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이제 곧 한 방울의 이슬이 되려합니다. 그 한 방울의 이슬이 내리쬐는 햇빛에 마르기 전에 작은 힘을 주옵소서. 한 방울 이슬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소서.' 어머니는 한 방울 이슬의 바늘구멍만한 힘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셨어. 그들을 품음으로부터 시작하신 거야."

금방이라도 일어나실 것 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뒤로하고 나왔다. 내일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깨어나실까.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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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9-0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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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펜스 하우스 - 책 마을에서 길을 잃다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에 대한 책이 있었다.
그 마을에 대한 추억을 책으로 읽음으로써 충분했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몽상가 스탈도 있는가 하면,
직접 그 마을에 가서 책방에서 책뭉터기를 다뤄보고 싶어하는 작가같은 실천가 스탈도 있는 모양이다. 

미국인 작가가 영국에서 느낀 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간혹 영국에 대한 과한 찬사도 있지만,
문화의 차이라 생각하고 읽었다. 

영국은 유전이 있는데도 기름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정부에서 엄청난 세금을 물린다.
대신 영국에서는 미국보다 대중교통에 많이 투자한다. 사회적, 환경적 이득이 크기 때문.
영국 유류세법은 가장 책임감 있는 법 가운데 하나...
미국 정치가들이라면 꿈도 꿔보지 못할 영웅적 정치활동.
영국도 덴마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126)

나홀로 차량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대도시에 사는 나도 차를 모는 사람이다.
기름값이 비싸진다고 뉴스는 떠들지만, 그렇다고 나는 운행을 자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기름값은 나중에 벌면 되지만, 나는 가고 싶은 곳을 가야하기 때문에. 
한국의 유류세도 높을 것이다.
그러나, 유류세는 높지만, 대중교통 역시 훌륭하진 않다. 그 이득은 사회적, 환경적 이득보다는
어떤 놈들의 이득이 될 거란 생각이다. 

영국의 신문과 잡지는 아주 대조적이다.
지금 영국에는 바보스러운 잡지들만 넘쳐나고 ... 하지만 신문은 아주 재미있다.
... 좌편향인 <인디펜던트>의 피콜로처럼 재잘거리는 소리.
우편향인 <텔레그래프>의 첼로처럼 웅얼거리는 소리.(205) 

한국에도 좌편향처럼 재잘거리는 신문 좀 가져보면 좋겠다.
한겨레신문 역시 좌편향일 수 없는 우익의 땅이 무섭다.
한겨레나 경향도 읽어보면, 일단은 정보의 부족과, 스스로의 감시의 눈에 의한 삭제가 크다.
중도 우파 정도의 신문이다. 

밤은 약간 씁쓸한 맛을 지녔음을 알게 되었다.
이루지 못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263) 

낭독회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구절이다.
그 한마디가 어쩌면, 이 책의 정조를 대변하는 말로 손색없는 것 아닐까 싶다.

작가는 책을 쓰는 고통을 이렇게 나타낸다. 

출판업자가 작가의 총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비난부터 하기 전에 정황을 모두 알아보는 것이 옳다.
내가 쓴 원고라도 몇 달만에 보게 된다면 마치 남의 글을 읽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내가 원래 뭐라고 썼는지 보게 되고,
그다음 그걸 뭐라고 고쳐 놓았는지 읽는다.
그러면 화가 치밀었다가, 다시 겸허한 마음이 된다.
그러다가 다시 화가 난다.
그러고는 두어 시간쯤 침대에 누워 한숨을 내쉰다.(275)

휴 =3=3  
책을 내는 어리석은 일에 뛰어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 
혹시라도 살아있는 동안에, 책을 내는 일에 뛰어드는 날이 없기를, 조용히 기도한다. 

영국에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옛생각에 잠길 수 있을 법한 책이다.
나도 영국 들렀을 때, 거기서 생활하던 분을 만났는데, 화장도 안 하고 좋은 점도 있지만, 수리공 등 일꾼 부리기가 너무 힘들어 한국과 너무도 다른 점이 많아 어렵다는 푸념이 기억난다.
그곳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글로는 체험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간혹 나오지만,
그건 내용에 대한 것보다, 책이란 사물에 대한 출간과 유통, 그 사물의 삶과 죽음에 대한 총괄적인 서술이 많다.
서적 한 권에 대한 개별적 삶에 대한 중점적 고찰이 적은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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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한 권만 내시죠. 총만 구입하시지 않으면 되잖습니까? ㅎㅎ^^

글샘 2011-09-03 23:45   좋아요 0 | URL
총으로 살인하기 전에, 제가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게 빠를 걸요. ㅎㅎ
그래서 살책성신... 책 안 쓰고 몸이나 제대로... 이렇게 살렵니다.

마녀고양이 2011-09-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헤이온와이 책 읽다가 관둔 기억이 있어요,
재미없더라구요... 기대와 달랐다 할까요. 가봤자 몽땅 영어책일테니 땅기지두 않아요. ^^

하지만........ 글쟁이로 산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싶어요. 저는 겨우 알라딘 서재질 조금하고서 에너지 다 빠지는 느낌이거든요.
많은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요즘. 예전과는 또다른 경험인데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그렇네요.

글샘 2011-09-05 01:3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녀고양이님은 생활속에서 공부하는 것, 아이기르는 것, 읽는 것들을 잘 정리하시더군요.
저는 오로지 읽고 리뷰 잠시 남기는 것도 벅찬데 말이죠. ^^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의란 무엇인가>가 백만 권 이상 팔렸다고 하는데, 나는 이유가 좀 궁금하다. 
과연 한국 사회에 이런 사회과학 서적이 백만 권 팔릴 풍토가 조성되었는지가...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별로 없는데 말이다. 

전편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사회과학> 서적은 그 책의 저자가 속한 <사회>에 국한된 것이기 쉽다는 한계가 질곡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사회 내의 <학문적> 풍토는 내가 살고있는 이 땅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사고방식 내의 '밭둑'과 저자의 '밭둑'이 질러진 카테고리가 너무 달라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우선 제목부터 그렇다.
와이 모랄리티...라고 하면, 현대 사회에서 철학적 정신적 차원에서 다뤄지는 도덕과 윤리적 측면을 문제삼아 이야기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지지만,
왜 도덕인가...란 제목에선, 현대사회의 문제들에서 도덕적 품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런 측면의 문제제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만... 

공리주의가 주도적이던 영미의 도덕적 개념에 반론을 제기한 롤스의 '정의론' 이야기가 여기서도 나온다.
공리주의가 '좋음'을 극단적으로 선호했다면, 롤스는 '옳음'의 입장을 들이민 모양인데,
한국사회처럼 '좋음'이나 공리주의가 언제 있어보기나 했었던가를 돌아보면,
이 땅에 태어나 살고 있음 자체가 이런 학문적 논리를 따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취약한 기반임이 생각나서 참 좌절스럽다. 

독재자에 바람둥이(채홍사가 다 있었다는)에 난봉 술꾼으로 남한산성에서 유명하던 급사한 어떤 사람도
온통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으며 지극히 도덕적이고 민족의식으로 무장한 위인으로 둔갑하기 쉬운데, 그것이 도덕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처럼 무슨 장관 한 사람 임명하겠다고 신상을 털어 보면,
순 도둑놈에 날강도들이 아닌 경우가 없다.
박지원의 '양반전'에서 양반을 사려던 부자가 "나더러 도둑놈이 되라는 거요?"하면서 양반을 거부하고 나가버렸듯이,
위장전입, 병역의무 의혹, 땅투기 의혹 등에 연루되지 않은 고위층은 없는 일인지...
하기야 박지원의 '허생전'에서도 '무명의 와룡선생'을 천거한다면 쓸 수 있겠는가고 물으니 그건 어렵다던 이완 장군이 나오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맑은 사람을 찾아 지위를 주기는 쉽지 않은 노릇인 모양. 

<힘>이 도덕이고 정의던 로마가 무너지고,
<종교>가 도덕이던 중세도 지나갔다.
<시민>의 <인간의 힘>이 도덕이던 자유, 평등, 박애의 시대가 풍미하였으나,
<공산주의>란 철학적 도덕의 시대가 피바람 속에 사라져 버린 자리에,
오로지 <금권>의 도덕만이 철권을 휘두르고 있는 게 세상이다. 
저자의 말로 하면 <시장중심주의, 고삐풀린 자본주의>의 폭풍이...

국가간의 1:1 교류는 금세 흐트러지고,
지구가 글로벌로 묶여 <금권 통치>의 도덕은 더욱 한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양상인데,
그것 역시 미래를 점치기 쉽지 않다. 

샌델은 대안으로 공동체 강화, 경제구조의 개혁, 도덕적 종교적 담론의 분리 음모 극복 등을 제시한다.
근본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이 발을 들여놓기 두려워하는 영역으로 거침없이 돌진한다.(318)
따라서 자유주의자들이 해야할 해법은 도덕적 논의를 피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 이란다. 

이 나라는 2년 전, 제법 괜찮았던 한 대통령, 그렇게 개무시하던 대통령을 잃고 많이 울었다. 
전직 대통령을 그토록 수치스럽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도덕'이란 허울 좋은 <권력의 칼날>이었다.
'도덕'이란 칼로 전직 대통령의 아내, 자식, 친척, 수하들을 모조리 단죄했다.
그렇다면, 30년 전에 수천억원(지금이라면 수백억)의 돈을 먹었다는 대머리 아저씨의 마누라, 새끼들, 친척들, 부하들은 과연 얼마나 도덕적으로 단죄했던가를 돌아보면,
도덕이란 허울좋은 칼날로 힘을 과시한 깡패짓에 다름아니다. 

지금 서울시 교육감이란 자리가 다시 도덕이란 칼날로 유린되려 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말도 안 되는 재판에 시달린 일이 많지 않은가. 

한국사회처럼 닫힌 사회.
그리고 온갖 개념이 짬뽕되고 떡이 되도록 뒤섞여 있어서,
좌파나 우파가 뭔지도 모르고, 강남 좌파란 웃기는 말도 등장하고 있다. 

도덕이란 것은 <인권>에서 출발한다.
<인권>이 지켜지려면, 기본적인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한국처럼 공동체가 급격히 파괴된 사회에서는 도덕에 대한 접근 자체가 새로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회식' 문화가 새로운 공동체 역할을 하던 것도 주목할 법 하지만,
이제 그런 정도의 공동체 문화도 슬슬 무너지고 있다. 

[허용과 지지]는 엄연히 다른데도,
툭하면 개념을 뒤섞어 말아 먹는 역할을 하는 것들은
소위 '공인'이어야 할 방송과 신문 등의 언론사들이다. 

빨갱이, 하면 무조건 죽일놈이었는데, 그건 아직도 여전하다.
국가보안법이 창창히 살아있어서 그렇고,
전쟁 후유증이 아직 상처가 깊어 그렇겠다. 

그러나, 나는 빨갱이다... 하고 밝힐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 사람을 지지하건 말건...

공휴일을 늘리자고 하면 <금권>을 지닌 세력은 반대한다.
방송도 맨날 '서민은 우짜라고' 하며 짜는 소리를 내보낸다.
집회 시위가 있으면 맨날 '차가 막혀서...'하는 방송을 식상하게 하듯 말이다. 

<도덕이 세상을 자유케 하리라>가 이 책의 주제라고 하면 오버일까?
자유의 의미를 이렇게 정한다면...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자유(270) 

인간이 선택할 수 있으려면,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어야 한다.
공공의 선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한, 허용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인권, 행복추구권, 노동권, 그리고 집회 결사의 자유 같은 것을 주면서 말이다. 

자유를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다시 자유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덕'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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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의란 무엇인가> 책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근데 백만권이나 팔린겁니까? 세계적으로가 아니라 한쿡에서만요?
우와~~ 저는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세상에나 그렇게 책이 많이 팔렸고, 구매자의 반정도만 실제로 읽었더라도 사회적으로 아니면 주변에 구설로라도 뭔가 논의가 지속되고 달라지는게 나타나야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글샘님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었서 진짜 신기하게 생각되는 백만부 판매실적이네요-_-;
ebs방송으로 몇번 보긴 보았습니다~
가치관은 많이 다르지만 성격은 똑같은 급한 아빠와 저녁식사후 목청 크게 대화하다가 울컥 했더랬지요~ 엄마가 시끄럽다고 성질 좀 냈었죠ㅋㅋ
당시엔 치열하게 부녀100분토론을 했는데요~ 젤 토론이 격렬했고 기억나는 부분은 불임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매매하는 거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정의에 대해서 주변에서 말이 없는것처럼, 도덕이란게 다 자기편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는게 당연하다는 이 사회 ㅠ.ㅠ 도덕이 자유라면? 그게 도대체 모냥새가 어떻게 되야되는지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으면합니다..그게 다르던 틀리던 옭던 그르던지 말입니다요~

글샘 2011-09-0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jsapark.tistory.com/1526
네 백만권이 팔렸지만,
제 생각은요....
백만명이 읽은 건 아니구요.
워낙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살다보니, 정의란 무엇인지, 궁금해서 사긴 했는데 대부분 그냥 처박아 뒀거나, 남 줬거나... 그렇지 않나 싶네요. ㅎㅎ 그리고 386 세대들이 거의 수백만 되니깐(80-85정도만 해도) 대~~~충 본 사람이 그정돈 되지 싶네요.

뭐, 관심이란 게 워낙 척박한 데서 나오니 말입니다.

누구도 정의에 대해서 도덕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 어두운 세상. 그게 무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