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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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도 제법 재미있었는데,
이번 시읽기는 몰입의 독서를 경험하게 한다. 

이 책은 '사랑의 모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불안감에 대한 위안과,
자신의 자심없음에 대한 용기와,
사랑에 대하여 무지함에 대한 격려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워하는 사람이라도,
사랑이란 것을 우선 만나는 일은 행복할 것이다. 

왜 나는 사랑해야 하는가, 그리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를,
김용규라는 철학자는 <금속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는 '바' 안으로 들어가서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잔에 하트 무늬 하나 그려진 거품을 올리며,
빙긋 웃는 미소와 함께 손님에게 찻잔을 넘긴다. 

'바'를 사이에 둔 바리스타와 손님을 매개하는 향긋한 한 잔의 커피처럼,
철학자와 무지한 독자 사이에 놓인 달콤 쌉싸롬한 한 편의 '시'는 이야기를 더 짙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사랑이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죠?"
이런 물음에 바리스타 철학자는 말한다.
"시를 읽어 보세요. 실존과 사건. 인간 존재의 증명과 평화와 안정을 흩어놓는 사건 사이에서 인간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자칫 어려워보일 수도 있는 철학적 논술문을
마치 연애편지 쓰듯, 애인에게 녹여 주듯 그는 술술 적어 낸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만나는 일일 것이고,
시를 통하여 인간의 가슴 속에 담긴 다양하고 복잡한 정서들을 끄집어 내서,
나의 정리되지 않은 심장의 핏줄들을 일목요연해 보이게 좌르륵 정리하면서 감동을 이끌어 내는 일이고,
나아가 세상에 대한 <기획투사, 기투>를 하도록 <앙가주망>의 자세까지를 요구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철학 카페는 사주팔자보는 사주카페보다 훨씬 바리스타가 달콤하다.
사주카페 가서 커피 맛있기를 기대하는 일은 무모할지 몰라도,
이 카페에 와서 듣는 시와 인생론, 그리고 삶의 철학은
지구라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의 교환, 피드백에 대하여
심호흡을 하면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바리스타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읽는 김수영의 '풀'은 새롭게 읽힌다.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안 그래도 강신주의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을 괴롭게 읽고 있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해 하면서 읽었다.
이쁜 선물바구니에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선물해 주신 세실님께 감사를...(맛있는 커피는 어제 드셨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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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12-0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요즘 맛난 커피 마시고 있어용. 오늘은 파리빵에서 커피를 단돈 천원에 ㅎ.저두 이책 읽어야지. 겨울에도 역시 시집을 읽어야해요. 참 아드님 이번에 시험봤죠?
 
중용 인간의 맛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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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교수가 수업 시간에 밤과 낮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더니 학생들 의견은 분분...
교수 왈, 옆자리 사람을 돌아보라. 옆자리 사람을 보고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으면 낮이고,
그 사람에게 아무 생각이 없거나 짜증이 생기면 그건 밤이다... 이런 해석을 했다는... 

이 이야긴, 아마 이런 상황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디서 재밌는 이야길 들었는데, 옆사람한테 키킥거리면서 말해줄 수 있으면 낮이고 아니면 밤.
아마존 강을 누가 발견했는지 알아? 글쎄... 아마.... 존?...  

모든 기쁨은 인간에게서 오고 그 반대도 역시 인간에게서 나온다.
중용은 <중간만 가라> <한쪽으로 치우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뜻으로 쓰면 안 된다.
워낙 험악한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중용은 정말 살아남기 위해서 걸어야했던 중도로 읽혔을지도 모를 일이다만. 

왜 지금 중용인가?
정말 치우친 정부가 하늘의 뜻도 무시한 채,
자기의 모태인 강을 파헤치고, 국가의 모체인 국민을 불태워죽이고 물에빠져 죽이고 영웅만드는 현실에 비분하여 쓴 것일까?
아무튼 EBS 도올 강의가 중도하차할 뻔 하다가 10.26 돌 선생의 1인 시위와 나꼼수 이후에
갑자기 다시 슬며시 안방에 착종하였다는 희대의 코미디가 연출되기도 했던 바,
이전의 '노자 강의' 책을 재미없이 보았던 나로서는 '중용' 역시 글쎄 하고 봤는데,
아니다,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물론 돌 선생 특유의 현학은 감춰지지 않는다. 말 좀 알아듣게 쓰면 안 되나? 온갖 언어가 마구 뒤죽박죽되어 쓰여 있어서 나도 못알아 먹는 단어가 많다. 국어선생도 모르는 외래어들이라니... 그치만, 그런 말들은 캐무시하고 넘어가도 글의 요지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한문을 풀어가는 강의도 아니다.
중용에서 가장 중시하는 '어휘'가 무엇인지,
그 어휘들은 동양 사상, 공자의 사상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용 전체에서 포인트가 될 점들에 대하여 강조하는 강의라서 마음에 들었다.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이 첫머리부터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책이 중용인데,
도올의 중용에서 '성'과 '교' 가운데 놓인 '도'를 비로소 찾게 되었다. 

도란 것은 잠시도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어서, 신독(홀로있어도 삼감)할 정도로 조고각하 해야 할 노릇임으로 중용은 시작한다. 

중은 천하의 근본이고 '和'는 도달해야할 지점이다.
시중, 군자의 중용이란다. 때에 맞게 운용하는 것. 선분의 중점이 아니라, 연속선 상의 미분계수랄까?
소인의 중용은 무기탄이란다. 꺼리는 것 없이 지껄이는 것.
중용이 오래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맛을 아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중용은 비겁한 등신이 아니다.
백인가도... 시퍼런 칼날에서 춤출 수도 있을 정도의 '誠'이 중용의 요체인데,
천하지성... 천하 최고의 '성'을 강조하는 책이 중용이다. 

인간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제 살아 움직이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그 다음엔 '치곡'이랬다. 기차치곡.
소소한 사물에까지 정성을 다하는 세심함. 
아무래도 공자는 '소음인'이면서 A형이었던 모양이다. ㅎㅎ 

지성무식... 그 성실함을 쉬지 않고 하는 일.
그러면서도 무성무취, 지의한 '성'
소리도 나지 않고 냄새도 없지만, 지극하도다~ 중용의 도리여...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마지막에 한글 중용을 정리해서 덧붙여 둔 것이다.
틈날 때마다 읽어볼 염을 내게 하는 것은 오직 이 마지막 부분의 힘이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1장을 읽다가 '에잇, 뭐 이렇게 잘난 척만 하고 있어?'이렇게 덮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팔린 책들의 절반 이상은 1장에서 에잇, 이러고 덮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어차피 한번 읽는다고 줄거리가 좌르륵 일렬종대로 정렬할 책은 아니다.
중용의 덕을 공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왜 이 책이 4서 안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알고 이해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전, 특히 한문의 맛은 천천히 마음에 드는 구절을 수첩에 적어 두고,
느긋하게 음미하는,
언어를 뛰어넘는 의미장의 힘을 느끼는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조급하게 읽지 말고, 느긋하게 감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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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1-12-0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서 못 다는 읽더라고 한 권쯤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이에요.

글샘 2011-12-02 11:27   좋아요 0 | URL
1장만 좀 넘어가면 어렵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해석을 해나가면서 읽으면 되죠. 꼭 읽어 보세요. 꽂아두고 바라만 보지 마시고.. ㅋ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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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왜 습관화하여야 하는가.
그리고 인생을 위하여 독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봄직한 책이다. 

독서를 통하여 자신을 계발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100일 독서 계획을 세워 자신을 실험해보고 도전해볼 수도 있을 듯. 

소설 형식으로 되어있어 재미도 있고
책을 읽는 사람이 홍대리가 된 듯이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읽는가? 

왜 매일 읽어야 하는가? 

왜 전문 서적을 꾸준히 읽어야 하는가? 

의문이 생긴다면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할 사람이다. 

세상이 편리해졌다지만,
온갖 문명의 이기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들고,
집착하게 만들고,
쉴새없게 만든다. 

차분히 앉아서 한 권의 책을 독파하는 일은 문명의 저항을 거스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연간 200권 가량의 책을 읽고 있는데,
뭐, 목표가 있는 독서라기보다는 되는대로이다. 

목적이 있으면 집중해서 수십 권 들이파긴 하지만,
수업 시간에 관련된 책들을 이러저리 뒤적거리노라면 수백 권 읽기는 쉽다.
뭐, 전문가연 하기 위하여 독서를 하기는 싫지만,
글쎄, 나도 요즘 심각하게 독서를 통한 삶의 플랜 세우기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운명을 바꾸는 독서가 될 수 있도록 사람을 이끄는 일,
인문학 독서와 함께 운명적인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하는 독서보다는
나의 독서가 어떤 힘을 지니고 파급력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부산에서 김효준이란 젊은이가 인문독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단 이야기를 읽고,
학교에 있는 나로서는 학부모 모으기도 쉬우니 내년에 몇 가지 사업을 구상하던 차에
연관을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업을 만들어내면 또 몇 사람은 귀찮아 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관련된 사업이라면 참고 성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폴레폴레 카페도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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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12-0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효준이란 젊은이 와 앞서가네요. 이 책 영향일까요?
저도 요즘 독서플랜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 듭니다.
이젠 전문 독서에 올인할까 보아요~~~ 서평? ㅎㅎ

글샘 2011-12-02 11:28   좋아요 0 | URL
저는 올해 인문고전을 좀 읽어보려고 맘먹었더랬는데...
힘드니깐 편한 책들부터 읽게 되더라구요.

내년엔 조금 편하고 싶은데... 다시 인문고전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토익 내기나 할까요? ㅎㅎ

세실 2011-12-03 09:50   좋아요 0 | URL
어허 저 토요일마다 토익 강의 들으러 가는 모범생입니다. 흥~~~
토익 스타트는 마치 중딩 1학년 수준?
아 갈 길이 너무 멀어요~~~~~~~~~~
리딩은 된다고 해. 근데 리스닝은 어쩌라고요. ㅠ

글샘 2011-12-04 00:35   좋아요 0 | URL
리스닝은... 절단입니다. 저도. ㅍㅎㅎ
시험치러 가면... 리스닝 45분동안 100문제 중 픽처 10문제 듣고 나머지는 환장하겠던 1인... ㅠㅜ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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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두 집의 상가에 다녀왔다.  
대학 동기 녀석의 모친상으로 광주까지 부랴부랴 갔다 왔는데,
일요일 발인날 날이 포근해서 고생 덜 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덕담을 해주고 왔다.
어제는 황당한 상가엘 가게 되었다.
달리던 자동차에 불이나 상상도 못했던 죽음을 맞은 고인의 상가.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미망인과 자식들은
아비의 새까만 몰골에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갔으리라. 

이렇게 죽음은 삶의 한끝에서 불시에 찾아들 수도 있는 것임을 생각하면,
세상사 화낼 일 아무 것도 없다.
이것이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결코 화를 내진 않으리라.
그리고 사랑한단 말까진 못해도 손 꼭 잡아주고 안아줄 순 있으리라. 

아이가 다니는 이우학교의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이끌고 백두대간을 주말마다 오르는 작가의 이야기다.
미실 등 작품으로 유명해진 이였지만,
그는 강박증, 우울증, 지나친 집착 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물론 그의 강박증은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의 집착은 이렇게 책을 내게까지 만들었다.  
그걸 꼭 좋다고까지 말하긴 힘들겠다.   

그렇지만, 그는 산을 통하여 스스로를 가둔 문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걸어나오는 중이다.

그 감옥은 처음부터 잠겨있지 않았다. 그저 문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139)

나도 지난 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억지로 지리산 2박3일 산행을 했다.
나는 그야말로 평지형 인간의 대표격이어서, 등산을 그것도 지리산처럼 고산을 오르리라곤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지도 교사가 없어 마지못해 따라나선 길이었다.
마음의 준비도 몸의 준비도 없었다. 그저 지도하는 팀을 믿고 뒤따르기로 한 것이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힘겨우면 쉬고 쉬엄쉬엄 걷노라니
죽여주는 경치가 내 옆에 펼쳐졌고,
나는 늘 맨 꼴찌였지만, 아이들도 잘 걸어 주었고 나중엔 멋진 사진들도 남기게 되었다. 

먼 길을 걸으면서,
힘겨우면 천천히 가고, 주변을 즐기면서 가고,
떨어져도 쫄지 말고 슬슬 움직이면 된다는 걸 배웠다. 

김별아의 이 책은 등산 도서이기도 하고, 심리 수양 서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 계발에 넣었다. 

산을 걷노라면 자연이 나와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꽃 속이 따뜻하다

너무 아프면
세상이 다 꽃으로 보여
천지간 
온통 꽃 아닌 것 없으니

저녁이면 꽃잎은 물 속으로 잠기고
꽃물 든 속이 환하다.(이승희, 푸른 연꽃)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김재진, 풀)

그러면 이런 시들이 가슴으로 와락, 달려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존재가 참으로 작다는 것도 알게 되고,
죽음 앞에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게도 된다. 겸손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산행팀은 '까불지 말자!'를 구호로 되뇐다.

인간은 그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의 합보다 크다.(159)

인간은 결코 환원주의적 관점으로 분해해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몽타주로 만들어낸 인간은 결국 원본보다 자연스러울 수 없는 것인데,
인간 존재가 크다는 것은 그가 숨쉬고 그가 꿈지럭거리는 걸 긍정함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꿈지럭거리는 인간의 가치를 읽고 나면,
그 외의 환경, 가치는 부질없음이 마음으로 다가선다.

서산대사의 4대 명산 판정도 재미있는 문장이다.

금강은 秀而不壯하고 지리는 壯而不秀하고 구월은 不秀不壯한데 묘향은 亦秀亦壯하니라.

소설가의 눈에는 자연 현상 또한 예술로 비추인다.

날카로운 번개의 빗금이 하늘을 쪼갠다. 천둥소리가 하늘의 먹지를 북북 찢는다.

산으로 가는 길은 자신을 비우는 길이다.
그리고 화를 삭이는 길이다.
화는 상대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때문에 불같이 일어난다.
빈 배의 비유가 그걸 돕는다.

빈 배와 부딪치면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타고 있으면 소리를 치고 욕을 한다.

정호승의 '바닥'을 생각하면서,
그는 삶이 늘 바닥을 기어다니는 2차원적 허무임을 생각는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기쁨만이 기쁨이 아님도 배운다.
험하고 궂은 것이 오히려 삶의 자양분임을...

항상 날씨가 좋아서 햇볕만 내려쬐면 그 땅은 사막이 되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깨닫는 일.

어디까지가 집착이자 욕심이고 어디까지가 극한 상황의 극복일까요?
백두대간 종주는 자신과의 싸움이지요. 호흠에 맞춰 걸음을 걸으면서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보면 육체의 아픔도 잊을 수 있어요. 극한 상황을 극복해 가는 수행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죠. 우리의 산행에 패자는 없습니다. 모드를 승자로 만드는 일이지요.

그렇게 자기에 대한 관조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준다.

자신감이 변하는 조건에 대한 것이라면,
자존감은 변치 않는 존재에 대한 것이다.(65)

고난을 이겨내면 더 강해진다.
짐을 힘들어하는 건 인지상정.
그러나, 짐을 이겨내면 더 강해진다. 다 힘이 된다.

짐.

짐이 나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나는 더 강해진다.

상처도 힘, 고통도 힘, 슬픔과 불안까지도 힘.

진리는 하나가 아닌 법.
누구에게나 가장 힘든 시기가 있지만, 힘든 시기는 다 다르다.
누구에게는 30분만에 데드포인트가 오지만, 누군가는 1시간 뒤에 느낄 수도 있다.
다 다르다.
산도 그렇다.

가장 힘든 산.
험산은 따로 없다.

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오르는 산이 가장 험하고 어려운 법.

그리고 삶에서 늘 도망치려하고 감추려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드러내라는 조언도 있다.

방안에 코끼리가 있다면 먼저 사람들에게 그를 소개하라.

코끼리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을 믿으면 그는 스스로 충분히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알고 믿는 사람은 아무런 불행의 암흑 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명문장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그의 글을 읽기를 방해한다. 
땀에 흠뻑 젖어 한 걸음 한 걸음을 걷는 시간을 반추하기보다는,
삶에 대한 상념에 젖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화를 붙잡고 있는 것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던져버릴 요량으로 뜨거운 석탄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화상을 입는 것은 당신.

빈배를 저어가는 당신.
마주오는 빈배더러 화를 내지도,
그에게 던질 뜨거운 석탄을 안고 있지도 말자.
그리고 '참을 인'자 세 번 쓰는 마음으로 60초를 바라본다면,
삶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삶의 문제는 이것이다. 

누가 삶의 주인공인가?
나인가?
남인가?

어른이 아이만도 못할 때도 많다.
등산이 어려우냐 공부가 어려우냐를 물으니 우문현답이 돌아온다.

공부는 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산을 오르는 일은 하는 척할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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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11-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 배와 부딪치면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타고 있으면 소리를 치고 욕을 한다"

"항상 날씨가 좋아서 햇볕만 내려쬐면 그 땅은 사막이 되어버린다."

이런 좋은 글들에 눈이 박히네요. 그런데 더 좋은 것은 이 글을 소개하는 글샘님의 글이네요. ^^

글샘 2011-12-02 11:26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아부성 발언이라니...

등산하는 이야긴데, 좋은 구절이 많아요.
 
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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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에 등장하는 4인방을 생각하면 참 다양하게 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김어준 총수는 태양인 성향을 보인다.
탁월한 통찰력과 천재적인 언어 구사력으로 잡다구레한 사안을 좌르륵 정리해 버린다. 

이빨 1 정봉주 전 의원은 소양인이다.
가볍기 그지없고 경박하기 짝이 없지만, 넘치는 활기와 에너지로 깔때기를 들이댄다. 

이빨 2 주진우 기자는 소음인이다.
꼼꼼하고 세심하기가 참빗과도 같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뚝심과 고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피디는 태음인이다.
넉넉하고 후덕하여 어떤 어려움도 너그럽게 넘기며 느긋한 품성으로 일을 완성해 낸다. 

이 책은 가볍고 경쾌한 정봉주 전 의원이 폭풍집필의 깔때기를 그토록 들이대던 그 책이다. 

나꼼수의 주제는 분명하다. 숨겨진 정권의 의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보수 언론이 왜곡하는 것, 감추고자 하는 것을 집요하게 찾아내 들춰내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다.(34) 

탄돌이(탄핵국면을 타고 당선된 국회의원) 정봉주에게 BBK 저격수란 임무가 주어졌고,
이 시대 가장 탄압받고있는 국회의원 중 한 명이므로, 이 시대에 그처럼 나꼼수에 어울리는 인물은 없다.
그리고 그 가벼운 입술은 역시 방송에 적합하다. 

이 책 역시 나꼼수로 시작한다. 나꼼수 없는 정봉주는 아무래도 의미가 적으니 말이다. 

히틀러가 집권하던 당시, 신학자인 마르틴 니묄러의 말을 반면 교사로 삼자.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로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150) 

정봉주와 나꼼수 팀이 이 정권과 맞서 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나꼼수는 힘없는 한 알갱이 좁쌀같은 존재일 뿐. 

그렇지만, 이 책의 기획처럼, 현임 대통령은 퇴임 후 입지가 참으로 곤란하다.
오늘 한겨레에 '강북 사저'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퇴임 후 논현동에 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으로,
어딘가에 철옹성을 쌓고 숨어있을 벙커를 모색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분명히 다음 정권에서 그는 국정감사를 받고 청문회 자리에 서야 한다.
BBK에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의 말을 휴지조각처럼 딛고 그 자리에서 통한의 피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꼭 가카 헌정 방송이 가카를 큰집에 보내려는 의도만은 아니다.
이 세상의 정치 풍토를 좀더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서히 턴을 하는 모습을 그들은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보수는 욕망에 호소하고 있고, 진보는 가치를 지향한다.
정치는 분명 가치여야 한다. ...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유혹할 수 없으면 구원할 수도 없다. 또, 욕망이 가치를 이긴다.(169)  

욕망을 정치한 집단이 완승을 했다.
진보는 가치만 얘기했다.
현실적으로 욕망을 얘기할 수 없었기에.(173) 

멋지고 경쾌한, 신나는 삶의 지향을 받아들이는 모습의 진보가 호소력이 있다.(174)

이렇게 욕망과 가치를 들이대면서 '닥치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소망한다.
소망교회 장로님의 욕망보다 국민의 욕망이 이젠 더 커졌다.
정봉주 깔때기가 한 역할은 참으로 지대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표현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것입니다.(194) 

비통한 표정으로 '존경하는 재판장님' (ㅋ) 께 드리는 글에 나오는 이런 멋진 구절은,
며칠간의 과외로 습득했다는 의원의 포스를 뛰어넘는 것이다.

공지영이 표지에서 <어느 정치가가 이토록 잘난 척을 하면서 이토록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하고 칭송했다.
그는 지금 사랑받고 있다. 

정봉주와 미래권력스(미권스)를 통하여 수십만의 팬클럽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은 전무후무할 것이며,
노란 풍선의 노무현을 뛰어넘는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어둠 속의 촛불이어서 그 빛이 더 밝아보이는 것일 게다. 

달려라, 정봉주.
그리고 4인방도 달려라.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달릴 터이니 함께 달리자. 

민주주의를 말해도 되는 나라.
제 목소리를 낸다고 탄압받지 않는 나라.
그리고 멀리는 국민을 위한 국가로 바로 서는 나라를 바라보면서라도 죽음을 맞기 위해서. 

 

 -------- 오타와 재고를 바라는 사항들... 몇 가지.

159. 방어기재... 방어기제로 바꿔야 한다. 

230. 기획입국썰(舌)은 아무래도 한자가 말씀 설(說)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썰을 풀다~완 좀 다른 뉘앙스. 

240. 여덟 차례...는 '여러 차례'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깔때기 정 의원이지만, ㅋ 여덟 차례는 너무 봉도사 수준. 

296. 교과부(교육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로 바꿔주면 좋겠다. 지금은 교육위 의원이 아니라지만, 이왕이면 명칭을 좀 정확하게 써 주는 것이 이 정부의 꼼수를 드러내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교육,과학,기술을 묶어서 뭘 하겠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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