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천국 창비시선 318
이영광 지음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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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 : 위대한 문학작품의 특징이 되는 고결한 사상·감정·정신을 일컫는 문학 비평 용어.

         하나의 느낌이되 일상적인 의미의 느낌을 능가하는 바로 한계에 다다른 주체가 겪는 느낌이다.

                     (숭고한 봉헌, 장뤼크 낭시)

 

아픈 천국...

천국은 완전무결한, 천의무봉의 세계는 아니리라.

시인이 '천국'이라고 상정한 곳은,

가장 숭고한 세계다.

 

시인의 마음 속에 그릴 수 있는 가장 높고, 외롭고, 차가운 곳에 다다른 정신의 경지가 숭고라면,

그 고고함의 극단, 한계에 다다르는 마음을 시로 쓴다면 '숭고미'가 될 것이다.

 

화자의 마음 속에서 가장 숭고한 순간을 글로 쓴 것으로 보이는 시가 '고사목 지대'다.

나이들어 바싹 말라 벼락맞아 죽은 나무들이 하늘향해 기둥들을 솟구치고 있는 곳에서,

그는 죽어서 다시 죽을 수 없는 존재의 숭고함, 장엄함을 목도한다.

죽은 나무들이 씽씽한 바람소릴 낸다
죽음이란 다시 죽지 않는 것
서서 쓰러진 그 자리에서 새로이
수십 년씩 살아가고 있었다

사라져가고
숨져가며,
나아가고 있었다

有志를 받들 듯,
산나무들이 죽은 나무들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정산 부근에서는 생사의 양상이 바뀌어
고사목들의 희고 검은 자태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슬하엔 키 작은 산 나무들 젖먹이처럼 맻혔으니,

죽은 나무들도 산 나무들을 깊이
인정해주고 있었다


나는 높고 외로운 곳이라면 경배해야 할 뜨거운 이유가 있지만,
구름 낀 생사의 혼합림에는
지워 없앨 경계도 캄캄한 일도양단도 없다

판도는 변해도 생사는
상봉에서도 쉼 없이 상봉중인 것
여기까지가 삶인 것

죽지 않은 몸을 다시 받아서도 더 오를 수없는
이곳너머의 고, 저 영구 동천에 대하여
내가 더 이상 네 숨결을 만져 너를 알 수없는 곳에 대하여
무슨 신앙 무슨 뿌리 깊은 의혹이 있으랴

절벽에서 돌아보면
올라오던 추운 길 어느 결에 다 지우는 눈보라,
굽이치는 능선 너머 숨죽인 세상보다 더 깊은 신비가 있으랴 (고사목 지대, 전문)

 

인간과 인간이 부딪는 공간이 늘 지옥이었던지,

시인은 지옥을 벗어나 천국을 상상하며 늘 혼자 있는 행복을 믿었다.

그러나, 행복 속에 지옥은 없었으나, 안녕함 역시 없었다.

 

그는 행복의 현관문을 열고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갈 기회를 엿본다.

천국을 찾는 나그네의 발걸음 같다.

 

혼자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나는 믿었지만

행복 속에 안녕이 없네

 

... 혼자 있는 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자

무엇이든 저지르고 마는 자이네

 

그의 몸은 그의 몸 이기지 못해

일어나지 않는 몸,

기필코 자기를 해치는 몸이네

 

이 독방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독방

현관문 열고

방문 열고 들어서면

더 들어갈 데가 없는 곳에,

그러나 더 열고 들어가야 할 문 하나가 어디엔가

반드시 숨어 있을 것 같은 곳에

 

쓰러지지 않고

침묵하지 않고

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더 단단한 독방 하나, 나는 믿었지만

 

그 꿈 같은 감옥

불 켜면 빛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 타는 듯한 벌판에서 눈 감는 사람은

또다시 문밖에 누워 잠드는 사람이네 (독방, 부분)

 

제주도의 비자림을 걷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 속에 담아 둔 천국을 상상한다.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우리가 맨발로 걷던

비자림을 생각하겠어요...

나는 당신이, 마음보다 더 깊은

몸속의 어둠 몸속의 늪 몸속의 내실에

날 들여 세워두었다 생각했지요

당신 속에는, 맨발로 함께 거닐어도

나 혼자만 들어가본 곳이 있지요

나 혼자선 나올 수 없는 곳이 있지요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웃다간 눈물 나던 비자림을 찾겠어요(기우)

 

천국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사람을 잃는 일인 모양이다.

그리고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면 시인은 그늘이 된다.

외롭게 쓰러져있는 그늘 속의 탬버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사라졌는데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그늘 속의 탬버린, 부분)

 

그리하여 그 사람을

그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지옥이 되리라.

불타는 무간 지옥으로 들어갈 육신을 안고,

사랑하는 이에게 '미안'이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사랑하는 이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를 떠올렸으리라.

미안할 일을 해선 안 되는 것이 사랑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 사랑을 앞에 두고, 시인은 쓴다.

사랑의 미안...이라고...

 

울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불이 들어가서 태우는 몸.

네 사랑이 너를 탈출하지 못하는 첨단의 눈시울이

돌연 젖는다 나는 벽처럼 어두워져

아, 불은 저렇게 우는구나, 생각한다.

따로 앉은 사랑 앞에서 죄인을 면할 길이 있으랴만,

얼굴을 감싸쥔 몸은 기실 순결하고 드높은 영혼의 성채

울어야 할 때 울고 타야할 때 타는 떳떳한 파산

나는 불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없다.

사랑이 아니므로, 함께 벌받을 자격이 없다.

원인이기는 하나 해결을 모르는 불구로서

그 진흙 몸의 충혈 껴안지 못했던 것.

네 울음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는

소용돌이치는 불길에 몸 적실 의향이 있지만

그것은 모독, 모독이 아니라 해도, 이 어지러움으론

그 무엇도 진화하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사랑보다 더 깊고 무서운 짐승이 올라오기 전에

피신할 것이다 아니, 피신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제자리에 가만히 멈춰있을 것이다.

네가 단풍처럼 기차에 실려 떠나는 동안 연착하듯

짧아진 가을이 올해는 조금 더디게 지나는 것일 뿐이리라.

첫눈이 최선을 다해 당겨서 오는 강원도 하늘 아래

새로 난 빙판길을 골똘히 깡충거리며,

점점 짙어가는 눈발 속에 불길은 서서히 냉장되는 것이리라.

만병의 근원이고 만병의 약인 시간의 찬 손만이 오래

만져주고 갔음을 네가 기억해낼 때까지,

한 불구자를 시간 속에서 다 눌러죽일 때까지

나는 한사코 선량해질 것이다.

너는 한사코 평온해져야 한다.(사랑의 미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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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 -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진짜 앎을 얻다
쑤치시.웡치빈 외 지음, 김원중.황희경 외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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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연히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읽게되면서였던지,

동서양 고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막상 매번 손에 잡히는 것들은 흔히 읽어오던 것들의 다른 버전이곤 했다.

노자와 장자, 논어나 성경, 금강경 등속과 관련된 책들은 흔히 만나게 되었지만,

내가 잘 다니는 길목에서 늘상 만나던 것들과 달리

우연히도 마주쳐지지 않던 것들은 또 인연이 닿지 않곤 했다.

그래도 작년에 신곡, 일리아스, 그리스비극 등을 읽는 기회를 얻은 것도 소득이다.

 

올해, 강신주의 중국 철학 시리즈 1,2권을 읽다가,

아트 앤 스터디 사이트의 강신주 강의도 내친 김에 하나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강신주와 김용규의 '시 읽기'도 함께 읽었고,

듣던 바가 하나하나 늘면서, 서가에 오래 꽂혀서 위용을 자랑하기만 하던 이 책도 펼쳐보게 되었는데,

아, 뜻밖에 반가운 이름들과 단어들이 눈에 확 꽂히는 것이다.

역시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전과 같지 않게 된다는 말이 진리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하나만 들자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한 것이어서, 각 자료에 대한 무한한 칭송에 머무르지 않고,

의의와 한계를 상당히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공자> 편의 <논어>를 '철학을 잃고 아름다움을 버리다'란 제목으로 핵심을 찔렀는데,

여느 논어 해설이 담고 있는 '논어의 함의의 훌륭함', '공자 사상의 정치함', '공자 사상의 파워' 등을 강조하기보다는,

전면적 '비판'이 함축되어 담겨있는 점이 마음에 쏙 든다.

공자의 정치 사상은 '주례'를 본받아, 사회 전반에 가족 모델의 종법 등급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것은 나눌 분 分, 다를 별 別 의 의미를 강조하여 다양성을 숙청하고

개성과 정신적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로 작용했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논어부터 멋들어지게 해체시키는 이 책에서,

당대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는 '현학'인 <묵자>를 다음에 내세운 건 당연한 노릇이다.

사적 이익을 희생한 후에 얻는 일체의 이익으로 <교상리>를 상정하고, 천인적 현인을 드높이자는 것이다.

묵자의 사상을 논어 다음에 들이미는 이 책은, 그야말로 제대로 <고전>을 평가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이들의 저작임을 실감하게 했다.

 

그 다음은 <장자>인데,

세상에 쓰이지 않는 법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한다.

결함 많은 보물창고란 표현도 좋고, 장자는 나도 좋아하던 책이어서 즐겁게 읽었고,

그 뒤를 <주역>이 잇는다.

원시적 사유에서 철학적 사유로... 이행하려는 끝없는 노력이 담긴 주역의 심층 구조를 분석하기엔 글이 짧지만,

주역은 다양한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책이다.

나는 인간관계가 복잡할 때, 주역의 괘상을 찾아 읽곤 하는데, 그 상징성은 충분히 문학적이고 철학적이다.

그런데, 주역이란 책이 담은 자연의 사유를 인간은 <인위적>으로 아전인수, 견강부회하게 마련인 바,

유가는 종법 질서의 규범을 세우기 위하여, 주역의 본질적 모습에 관심이 없고 필요에 맞도록 비틀었다고 한다.

공자가 죽간의 가죽띠가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고사도 유명하지만,

도개체 공자가 왜 주역에 그렇게 침잠하였던가를 생각하면, 그 사람, 참 집요했던 것 같다.

 

주역의 一陰一陽之謂道...를 '한번 음하고 한번 양하는 것을 진리라고 부른다'로 해석한다면 세상의 상대성, 순환성에 주목하게 되지만, 유교처럼 '음양의 구분'에 초점을 맞추면, 분별의 차등성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것이 철학의 관점인 것이다.

 

<한비자>에서 개인 의지를 배척한 절대 국가주의의 권위론을 이야기한다.

군주와 국가의 이익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가치없음을 강조하는 저작은, 현대의 <국익> 개념과 유사할지...

암튼 법가로 이해하고 있는 이런 것들은 재미도 흥미도 없었는데,

 

<왕충>을 만나면서 눈이 번쩍, 귀가 쫑긋, 말초 신경이 확~ 쏠렸다.

질허망 疾虛妄... 공허하고 거짓된 지식에 대한 질타를 하게 되는데,

당시의 질서의 원리를 수립한 동중서의 생이지지... 나면서 알았다는 허상을 비판하고,

실제적 철학, 유비추리의 아날로지를 통하여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신선하다.

철학은 답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닐진대,

철학자들의 저작은 늘 한쪽으로 의견을 몰아댄다.

왕충의 '우연성'이 아름다운 이유가 그런 것이다. 뻔히 누구나 진리라고 아는 것들에 대한 메롱 날리기.

어쩌면 내가 서 있는 지점이 늘 이런 곳이어서 더 즐거운 독서였을지도 모른다.

 

사마천의 사기도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횡적 연구(究天人之際), 인간과 역사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종적 고찰(通古今之變), 종횡교차되어 연결됨으로써 문화적 사상체계 구성(成一家之言)한다고 정리하는 것이 깔끔하다.

 

<손자병법>을 탐색하면서 전쟁을 '고립적 행위가 아니라 일련의 행위 과정'으로 파악한다. 유가의 인자무적, 묵가의 비공, 수도, 법가의 법으로 지휘하는 상징적 언술에 비하면, 손자의 전쟁은 <군사 전문가>의 그것인 셈이다.

 

그 외에도 <육조단경>의 가치를 헤아리는 부분도 있다.

중국에 들어온 가장 대표적 외래 사상인 불교가 대승불교가 되면서

개인의 심리적 해방을 추구하던 사상이, 어떻게 국가의 종법 질서에 편승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혜안이 환하다.

 

<주자어류>를 인간에 대한 가혹한 선언...이라고 비판하는데, 아직도 이이, 이황을 위인으로 상정하여 지폐에 넣고 다니는 국민으로서 심히 부끄러웠다.

서양의 칸트가 이전의 타율적 윤리학을 자율적 윤리학으로 바꾸던 시대에,

동양의 주자는 공자의 자율적 윤리학을 타율적 윤리학으로 바꾸어 오래도록 정치철학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는 놀랍다.

모든 것이 <하나>에서 태어난다는, 나중에 나올 <이지>의 비판의 초점이 바로 주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윤리화된 이성은

주희 이학 체계에서 일종의 문화적 윤활유이다.

그것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곳곳에 충만하고,

원활하게 삼투하여 그가 세운 체계는 변하지 않는 관성의 가치체계를 이루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주희의 사상을 살피면 유학의 심각한 모순과 위기를 꿰뚤어 볼 수 있다.(596)

 

이런 비판을 한국 학자에게서 읽을 수 있을까?

아직도 한국의 <한국사> 책에서 그토록 찬양해 마지않는 조선의 철학, 성리학을 비판하는 일을 말이다.

 

<몽계필담>이란 책에서는 자연관, 수학, 물리학, 화학, 천문학과 역법, 기상지리지질학, 생물의약학, 공예, 야금, 건축, 농전수리공정 등의 자연과학 분야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었다고 한다. 나침반을 발명한 것이 중국인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유럽 중심의 과학관에 맞서기 위해 넣은 꼭지 같다.

 

<명이대방록>은 중국 초기의 계몽사상이라고 한다.

明夷괘는 위에 땅이, 아래가 불이 놓인 지화명이괘에서 나온 말로,

'도가 없이 무너진 세상'을 뜻한다고 한다.

천하의 가장 큰일은 야만인들이 도적이 되어 들어와 세금 징수하느라 쉴 틈이 없고 부세의 원칙도 없다...는 비판은 청에 대한 것이고,

명 왕조가 망해가던 시절 집필된 책으로 명왕조에 대한 회복의 희망은 잃었지만, 신념을 상실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책이다.

'날 때부터 인간의 자신의 개성과 이익이 있다'는 개방적 이야기는 명말 이지 등의 신념과도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쑨중산> 손문의 이야기.

나의 혁명에 복종한다면 당연히 나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쑨원의 건강하지 못한 생각도 비판하지만,

그의 사유가 철저하지 못했지만 역사의 진보를 따라가는 사상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여 유의미한 부분은 인정한다.

그것은 마우쩌둥이 인정한 마지막 고전...이란 제목에서처럼, 현재 상당한 무게가 실려있단 말일 수도 있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공산주의 국가가 내세우는 관점이 드러나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각 고전의 가치를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그들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렇게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고전들의 '주요 개념'은

복잡하게 붐비는 속에서도 다른 점들이 대조적으로 드러날 수 있어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고전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매일 새로운 책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고 그 바다는 더 넓어지고 깊어져 갈 것이다.

그렇지만, 그 바닷가에서 서성이다 보면,

우연히 알곡들로 붐비는 진수성찬을 만나는 날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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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2-03-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군요. 강신주님 책 읽다보니 요즘은 동양고전에 눈이 가네요..^^
불과 얼마전에 카프카 좋다고 그랬는데( ")
안 그래도 제자백가의 귀환 보면서 열국지 펼쳐들고 있는 요즘입니다. 다시보니 새삼 달라요... 역시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어떤 생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틀려지니 신기할 뿐입니다. 아직까지는 세세하게, 비판적으로 읽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저도 저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읽을 수 있는 때가 오겠죠?^^

글샘 2012-03-09 10:37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강신주 책 읽다보니 눈이 좀 넓어진 거 같더라구요.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4 : 중국 2 현대 편 먼나라 이웃나라 14
이원복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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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합작과 기회주의적 쑨원의 행보

공산당의 모택동과 주은래

홍군의 혁명과 개혁 개방까지

 

중국의 현대사가 숨가쁘게 그려져 있다.

 

중국의 현대사에서는 군벌과 국민당, 홍군의 대립이 치열하게 이뤄진다.

결국 홍군이 승리하게 되는 데는 모택동의 영도력과 방향성이 큰 역할을 한다.

주은래(저우언라이)가 옆에서 협조하는 모습은 역사에 길이 남을 부분이다.

이십 여년을 집권에 대한 욕심없이 보조하였다니 말이다.

 

올림픽과 엑스포를 거치면서 중국은 세계대국으로 약진을 꿈꾼다.

물론 소수민족 문제, 공산주의의 소통 부재 문제 등을 안고는 있지만,

올림픽과 엑스포를 통한 의식 고양도 중국에 힘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의 현대사는 복잡다단한 사건들의 연속인데,

지나치게 사건 해설에 치우친 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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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과 사귀다 문예중앙시선 12
이영광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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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이 시편들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짙게 묻어난다.

육친의 죽음을 잇달아 겪은 그가 바라보는 죽음은

그 거리감이 사라지고 나니

"다시는 사랑하지 말아요, 늦어버린 너무 늦어버린"

'연락하지 말자는 연락'처럼 그의 심금을 울린다.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따구리와 저녁 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공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다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숲, 전문)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앞에서 '삶'은 다시 직조되고 목격된다.

하이데거가 '내팽개쳐진 존재(피투성)'로서의 '불안'을 이야기했던 지점일까?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훈계는

죽음을 잊고 건방지게 사는 자들에게 던지는 것인 바,

죽음을 직시하고있는 시인 앞에서 존재는 바르르 떤다.

 

껴안는다는 것은...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드는 것.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지는 것.

 

숲은 텅 비어있는 공간들 사이를 껴안은 나무들이 '숲'자를 이루며 올연히 서서 이루어진다.

인간의 불안감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자각적으로 달려나가는 노력,

이것을 '기획 투사, 기투'라고 했는데,

이 기획투사를 통하여 막연한 불안감, 두려움이 개체적 실존의 결단을 수행하는 기쁨으로 변환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죽음앞에 선 자의 집인 관 널에 적힌 '반야심경' 이백육십자는

죽음은 소멸이나 좌절이 아니라,

원래 남도 소멸도 더러움도 깨끗함도 늚도 줆도 없는 것이 삶인 것이고,

공하고 없는 것임을 옷삼아 집삼아 받아들이라는 명령으로 체화되어가는 것이다.

 

취한 몸을 리어카에 실어 와 아랫목에 눕히듯
관을 내린다

불교도는 없는데도
관 뚜껑에는 누군가 心經을
새겨 놓았다
눈물이 나지 않을까 두렵던 마음이 어느덧
뿌연 눈으로 내려다보면,
이백 예순 말씀 空인 듯, 한 글자로 흐려져

맞지 않는 옷을 입고도 오늘은 신경질이 없어라
난생 처음 오라를 지고도
몸부림이 없어라
식은 몸은 취한 몸보다 더 무겁고
정녕 고요하다 나무 옷,
나무 캡슐이여

다시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게를 누르고 있는 魔法,
이백 예순 두 자 밝은 경문이여
생겨남도 멸함도 없고
無明도 無明이 다함도 없으나
여기, 아프면 울어 버리던,
매질처럼 선명했던 苦의 덩어리가
사라지려 한다

굳세지도 약하지도 않았던 사람,
사람이었던 적도
사람이 아니었던 적도 없는 자가,
다만 우리가 끝내 몰랐던 어둠 한 덩이가
일인승 비행정에 탑승하려 한다

金剛 주문이여
이제 다 아픈 자의 집,
저 나무 金剛 로켓을 흙으로 봉인하여
몸도 숨도 有情도 없는 곳으로 탈옥시켜 다오
우주를 가로질러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반야의 성좌까지(나무 金剛 로켓, 전문)

 

매일 한두 번씩 베끼는 반야심경도

이렇게 만나니

반야의 성좌까지 로켓으로 탈옥하려는 자의 '기획 투사'가 오롯이 읽혀

'없을 무' 자와 '빌 공' 자 투성이 글이지만,

사경 자체가 새로운 '기획 투사'가 될 것임을 반추시켜줘 반갑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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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2-03-0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광 시인의 시를 계속 읽으시네요. 이제 마지막 시집 <아픈 천국>이 남아 있군요. 글샘님의 글을 읽으니 저는 느껴보지 못했던 다른 맛을 보게 느끼게 되어 반갑습니다.

글샘 2012-03-08 08:40   좋아요 0 | URL
네 지금 아픈 천국에 있습니다. ㅎㅎ
가끔 한 시인을 읽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시집은 읽을 때마다, 읽는 사람마다,
마음에 덜컥, 마주치는 시어가, 시구절이 다 다를 거라 생각해요.

그 사람의 마음에 부는 바람에 따라... 다르겠죠.
 
방랑식객 -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
SBS 스페셜 방랑식객 제작팀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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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방랑 식객을 만난 일이 있다.

물론 카메라가 따라다니니 사전에 접촉이 되었겠지만,

산당 임지호가 우연히 만난 시골 노인들에게

즉석에서 채취한 재료들로 음식을 대접하는 내용이었다.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던 것은

노인들의 삶이 여과없이 비추어졌던 모습이기도 한데,

산당 임지호가 산으로 들로 또는 집 주변의 풀숲 더미에서 찾아낸 재료들로

치유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현대인은 흙에서 떨어져 살게 되었고,

특히 한국인은 아파트 생활자가 많다 보니 지표에서 높은 곳에 살수밖에 없게 되었다.

먹을거리의 재료도 지구의 반대편에서라도 싸기만 하다면 수입하여 쓰다보니,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익숙한 재료들보다 낯선 환경에 휩싸인 세포들이 깜놀해서 병이 날 만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음식의 레시피를 만난다는 생각보다는,

치유의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임지호가 흘러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알맞은 음식을 구상하고,

즉석에서 식재료를 채취하면서,

식재료에 담긴 약리적 성분이나,

그 재료가 조리되면서 발생하는 치유의 기제가 음식의 레시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삶고 고고 굽고 데치고 찌고 졸이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른 처방을 내려야 하는 약리적 해석이 가미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자연에 납작납작 엎드려 사는 사람들일수록,

한 그릇의 음식도 '생명'으로 떠받드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쓰레기 음식 - 정크 푸드'를 걸어가면서 전화를 받으며 먹는 '비생명'의 삶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연'이 가득한 산당의 음식을 구경이라도 해볼 일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치유에는 역시 자연의 여행만한 것이 없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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