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 - 이지누가 만난 이 땅의 토박이, 성주 문상의 옹
이지누 글.사진 / 호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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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란 영화가 십만을 넘었다고 해서 유명해졌던 때가 있다.

경북 봉화라는 산골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이 가감없이 연출된 독립 영화였는데,

워낙 투박한 사투리라 경상도 말이라면 어지간히 알아듣는 나도 자막이 없으면 알아듣기 힘든 녹음 상태였던 기억이 난다.

 

이지누가 성주의 문상의 옹을 찾아가 정을 붙이고, 일도 도와주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할아버지의 사진도 찍고 한다.

 

이 책의 절반은 이지누가 할아버지를 찾아간 이야기고, 절반은 사진에 얽힌 이야기다.

경상도 사투리로 '이바구'로 적힌다.

 

표준어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도 있을 것이지만,

대~충 분위기로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과 젊은이의 만남은 어색한듯 어색하지 않게 흘러가는데,

거기는 문 할아버지의 삶 자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매일매일이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그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의 삶에서는 식물성 냄새로 가득하다.

결국 할아버지에게서 찔레꽃 냄새까지 맡게 되는 것인데,

그 냄새는 인격에서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고, 인생에서 맡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사는 우리들은 온통 매연과 인간이 퍼뜨리는 붉은 먼지의 악취 속에서 살아간다.

옛날 사람들이 속세를 '붉은 먼지 紅塵'라고 불렀던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를 보고 읽으면서, 전우익 선생님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전우익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어려운 말 하나도 없이 진리에 가까이 가듯,

권정생 선생님의 글들이 쉬운 말로만 되어있어도 불후의 명작이듯,

잘난 체 하며 자기 가진 것을 수치화하려는 속물들에게 할아버지의 삶은 그대로 '자연'이다.

명사로서의 'nature'가 아닌 '원래 있는 그대로'라는 부사적 용법으로서의 '자연' 말이다.

 

할아버지에게는 '시간'이란 개념이 없다.

아적(아침)과 점심, 저녁 정도의 분류만으로도 충분히 살아낼 수 있다.

물론 할아버지가 사람에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자연의 삶 속에서 사람 역시 없어도 자연스럽다.

할아버지는 최소한의 '도구'에 기댄다.

장자에 나오는 '기심'을 굳이 끌어다 댈 필요도 없는 좁은 논에서 그 도구는 유용하다.

'머라카노, 손이 젤이라.' 이러면서 말이다.

 

할머니 묘 옆에서 햇살을 쬐며 약나무를 쪼개는 할아버지.

사람이 없는 산골짝에서 죽어버렸지만 양지바른 녘에 누운 할멈이 유일한 '이야기 상대'였을 거다.

거기가 제일 따뜻하기도 한 자리니, 거기서 작업을 하며,

이미 저세상 간 아내와 두런두런 마음을 쬐었을 거고 말이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는 이렇게 따뜻하다.

소통의 다른 말이 사람과 마음을 쬐는 행위인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이 있다면 '소'다.

워낭소리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부부가 함께지만, 할아버지에게 소는 가족이자 온기를 쬐는 존재다.

'애완'이란 이름을 등장하는 동물들에게서 느끼기 힘든 연대감이 이 둘에게서 느껴진다.

이미 오래 겪어와서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소통과 교감이 이들에게 가득하다.

50미터 남짓한 거리를 소와 함께 소요하는 할아버지.

장자가 말을 빌려서 '소요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역시 '말일 뿐'이다.

실제로 소와 함께 그 거리를 소요할 줄 아는 마음, 그걸 이지누가 보고 적는다.

 

요즘 농사는 과학이라 합니다.

그러나 할배의 농사는 하늘이었습니다.

태양과 달빛 그리고 이슬과 바람, 비와 사람이 동시에 일구는 농사라는 말입니다.

할배가 소를 끌지 않고 그저 붙들고 따라가기만 하듯이

할배의 농사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 기다림의 연속이지 싶습니다.(67)

 

이렇게 작가는 새경 대신 공부를 얻어 온다.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자꾸 늘어가는 물질만은 아니다.

정말 삶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근원으로 돌아가 물어보는 일은 그래서 늘 새로워보인다.

하늘 아래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는 일인데 말이다.

 

그림 공부를 더 해서 그리고 싶은 그림이 몇 장 있는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도 한 장 구해놓고 있고,

이제 문상의 옹의 사진도 한 장 갈무리해 둬야겠다.

삶 자체가 두고두고 가벼운 배움의 도에 가까운 사람들은 도처에 깔린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인생 도처 유상수'라고 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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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23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은 진짜 책도 많이 보고 리뷰도 열심히 쓰셔요~~~~ ^^

2012-04-23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5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책] 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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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알아는 듣지만 사용하지 않는 말도 알고 있다.

'잔돈은 됐어요.' 이런 말들... ㅋ

뭐, 어떤 네가지 없는 여고생은 4만원짜리 피자를 시키고 10만원짜리 수표를 내밀고는,

저런 언어를 구사했단다. 음... 역시... 나는 사용할 수 없는 말임에야...

 

군대를 갔다온 남자 동물들이나 쓸 수 있는 말이 있다.

~하지 말입니다... 이런 말이다.

고참에게 절대로 ~인데요, 같은 말이나 사투리로, ~인데예, ~라고라~ 했다가는 혼나기 십상이다.

군대 용어는 격식체를 갖춰 써야 하므로 '~다, ~까'로 마쳐야 하는 것은 어법에도 맞다.

그렇지만 예전 언어가 시골틱했을 때, 툭하면 사투리 표현이 나왔을 거고, 그래서 줘터지는 일은 흔했다.

그래서 나온 용어,

30대 성인 남자이지 말입니다...

이 어휘를 구사하는 하정우에게 괜히 소주를 한잔 사고 싶다.

말띠 띠동갑이니 뭐, 내가 한잔 산다고 그가 뭐라하진 않을 성 싶다.

 

하정우의 배우로서의 매력은 이 책에서 주가 아니다.

그의 힘들던 시절, 아버지 김용건의 캐릭터는 뭐, 무지 잘나가는 스타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명도 아닌,

딱, 전원일기 김회장댁 장남의 이미지로 굳어진, 그런 것이었는데,

서울의 달에서 춤선생으로 등장했을 때, 왠지 좀 어색한 그런 느낌도 나는 인물이었다.

그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하정우의 캐릭터는 '추격자의 지영민'으로 굳어졌다.

국가대표의 스키선수나 황해의 조선족, 범죄와의 전쟁의 깡패와는 다른 배우로서의 탁월함을 보여줬던 것 같다.

 

지영민의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짓을 하정우는 하고 있었다.

혼자서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혼자 있는 시간에 고독하다고 몸부림치기보다는, 그 혼자의 시간을 가득 채울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이에 상관없이 멋진 사람이고, 그래서 그런 사람과는 왠지 소주라도 한 잔 나누고 싶어지는 거다.

 

그의 그림은 그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예술과 광대에 대한 생각들과 자유분방한 사고 방식,

고리타분한 세계에 대한 저항과 일탈 대신, 예술로의 승화.

그래서 그의 인물들은 미녀나 몸짱은 거부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나타낼 수 있는 자유로운 필선과 색으로 채워진다.

그의 그림은 그의 것이므로, 자유다.

 

파란 색은 조금 답답해보인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워보인다.

노란색은 왠지 모르게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이런 파란색과 노란색을 함께 쓰면 서로를 다스리면서 재미있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조심스러운 파란색'이 '미친 노란색'을 만나면 정직한 척하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이다.

격식차려 꼭 맞는 슈트를 입고 있는데도 더할 나위없이 편안한 사람을 보는 듯...

 

빨간색은 영 불편하다.

이런 빨간색도 검은 색을 만나면 고급스러워진다.

검은색은 무표정한 얼굴처럼 힘이 세다. 화난 사람의 얼굴보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의 표정이 더 두려움을 준다.

빨간색은 검은색 옆에서 한결 차분해지고 고상해진다.

다 드러내려는 빨강이 속을 완전히 감춘 검정을 만나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러므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색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색과 <함께> 사용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조합'을 거쳐서 각각의 색깔이 가진 부족한 점들이 보완되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64)

 

화가나 배우가 적은 글 치고는 상당히 멋진 통찰이 잘 드러나 있다.

그가 오래 그림을 그려온 느낌이 잘 살아난다.

캔버스에 유화 등으로 표현하는 그림이 많아 색이 잘 어울리지 않으면,

수채화나 수묵화의 번짐이나 투명한 느낌을 주기 힘든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이 색상론은 인생론이나 사랑론에까지 번져 써도 어울리지 않겠나 싶다.

사람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개성보다,

그 사람이 누구와 함께 어울려 번지고 물들어가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일이 흔하니 말이다.

 

대부와 러브어페어를 이야기하다가, 인생론에까지 번진다.

 

물이 끓을 때 불을 줄이면 금방 가라앉는다.

그렇다고 물이 차가워진 것은 아니다.

슬픔 역시 삼킨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말런 브랜도는 절제된 감정 표현이 더 격렬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멋지게 연기한다.

 

슬픔에 대한 고뇌는 배우라면 깊이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삶에 대한 고뇌, 고독에 몸서리치는 삶에 대한 체험은 겪어보지 못한 자가 허투루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슬픔과 끓는 물의 비유를 보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쓰는 글인지, 느낄 수 있다.

 

훌륭하신 분들이 선거 전에 마구 내놓는 자서전들에서는 멋진 구절들이 많다.

대필 작가들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하정우의 글들은 문체가 거칠다. 그게 그의 글이 멋진 이유다.

문체는 아마추어의 그것이지만, 인생은 프로인 것이 멋진 자서전의 조건이다.

프로의 문체를 빌려서 쓰는 윤색된 돈많은 인생들의 인생이 결국 아마추어처럼 초라한 것도 그러한 이유고.

 

그의 사랑 이야기는 건강하다.

결혼 정보 회사를 비꼬면서 하는 그의 사랑 이야기...

 

내 손가락이 저 사람의 손가락에 살짝 닿았으면 좋겠다.

내 손으로 그사람의 손을 꽉 잡아 놓치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을 내 쪽으로 당겨서 깊숙하게 끌어안고 싶다...

 

진짜 사랑은 오가닉한 것이다.

몸과 마음을 열고 느끼는 것이다. 다른 외부 조건들을 잊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은 쉽게 빠져드는 감정인 동시에 어렵게 쌓아가는 관계이기도 하다.(213)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와 연출을 보면서 이렇게 적는다.

 

꿈을 빨리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꿈이 충분히 익을 때를 아는 것이다.

 

이것은 그의 배우로서, 화가로서,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철학이겠지만,

특히 이 책과 관련지어 화가로서, 무르익어가려는 그의 태도에 박수를 보낸다.

 

인간의 과거는 모두 미로처럼 엉켜있다.

그 시간은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엉켜있는 실타래는 끄집어내려 할수록 더 헝클어지고 만다.

그 기억의 실마리는 여간해서 솔솔 풀려나오지 않는 법인데,

하정우의 그림그리기는 그런 면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기억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대본 공부하기, 습작 데생 들도 삶에 대한 애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준 페이지들이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결국 삶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는 카페인 같은 것이다.

그 카페인에 중독되어 삶이 더 황폐해지기도 하지만,

그 카페인이 사람을 더 활력있게 만들기도 하는 법이니...

 

결국, 삶의 화두는 사람과 사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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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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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책은, 이쁘다.

표지에서 타이프체로 씌어진, 그리고 '러시안 커피'보다 맛있어보이는 발음.

새로 만들어진 어떤 당의 로고가 떠오르는 커피잔.

매력적인 아가씨가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정면을 응시하는 사이로... 커피의 김이 피어오르고,

금세라도 진한 에스프레소 향이 밀려들 듯 하게 생겼다.

그리고 책의 사이즈도 아담한 것이 손에 마춤하게 잡히고,

각 장의 첫머리엔 디자이너 박상희 munge(아, 먼지, 이런 단어 쓰는 삶도 좋아한다.)의 그림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그 그림들은 바리스타 입문서를 베낀 듯한 이미지인데, 필선이 부드럽고 귀엽다.

 

허나, 이 소설은... 별로다.

술~술 읽히긴 한다.

무엇보다 흥행하지 못한 영화가 스크린에서 후다닥 내려올 것을 두려워하여

하루 두 번밖에 상영하지 않는, (그것도 조조, 오후 2시에...) 영화 <가비>를 보러갔던 기억이 있어서,

이야기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대략 난감인 것은, 김탁환의 문체다.

장윤현은 영화 '가비'에서 김소연의 캐릭터를 '눈을 아래로 내리 깔고 커피 내리는 일에 혼신을 다하는 바리스타,

그 바리스타의 영혼을 보여줄 듯한 자태와 수려한 외모'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삶은 사기꾼이었으나, 사기꾼의 필수 요건인 '진정성이 가득 담긴, 심지어 뚝뚝 떨어지는 외모'로.

그런데, 원작의 따냐의 문체로 된 소설을 읽으면서, 내 귀엔 자꾸 주진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힘들었다.

 

영화를 보러가면 거친 줄거리를 적은 시놉시스를 보여주는 찌라시(팸플릿, 안내장보다 이 말이 가슴에 닿느다.)가 있다.

이 소설은 그 찌라시를 조금 구체화한 것처럼 거칠다.

이 소설은 좀더 매력적으로 부드러워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김탁환의 마음 속에 로망처럼 자리하고 있는 무협지의 스펙터클을 감당하기 힘든지는 모르겠으나,

따냐에게 더 애정을 담고 있다면,

따냐를 충분히 여성적인 이미지로,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향처럼 녹여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랬다면 상대적으로 좀더 거친 이미지의 이반이 에스프레소 향처럼 자극적으로 강렬했을 수도...

 

발자크를 들먹여가며서 소설 노동자를 자처하는 이에게 용기는 못 줄 망정,

들입다 까는 건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김탁환의 전작들이 '역사'에 '서사'라는 옷을 거칠게 입혀 쉽게 읽지 못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역사'에 '충무로식 시놉시스'라는 조각보를 둘러놓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 영화를 운운할 정도로 꿰뚫고 있는 마니아는 아니고,

뭐, 늘 유명한 영화를 봐야하는 직업이어서 강박적으로 보러 갔던 정도의 후기 적응자 정도인데(친구를 500만이 넘었대서 야간자습 감독 마치고 11시 반에 본 일도 있고...)

사기꾼이란 캐릭터는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박신양이 떠오르고, 염정아란 파트너도 있었고,

'타짜'에서 매력적이었던 정마담이 지나치게 따냐에게 빙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따냐와 이반이 종횡무진 누볐다던 시베리아 벌판에서 왜 자꾸 나는 자꾸 '놈놈놈'의 만주 벌판이 떠오르는 것이냔 말이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란 영화가 있었다.

헐리우드 영화를 죽어라 보다가 영화 감독이 된 최민수의 영화는, 결국 헐리우드 영화의 아류로 판명된다는 줄거리였던 거같다.

소설 노동자 김탁환이 인문대 5동 커피자판기에서 뽑아먹던 100원짜리 커피의 맛은,

최루탄 가루 가득했던 80년대의 황량한 광야에서 슬픔을 달래주는 유일한 단맛이었을 것이다.

김탁환의 필력과 노동력이라면,

이제 21세기의 슬픔을 진심으로 어루만져 주는 캐릭터를 창조해 줄 힘이, 있어 보인다.

'열하'를 애인보다 더 사랑했던 '명은주'처럼 짜릿한 캐릭터가 21세기 한국의 서울에서 살아간다면,

그녀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김탁환은 그 이름처럼 '탁월한 환쟁이'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싶은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그의 글은 리얼리즘적 요소가 강하다.

그것이 그저 모작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대한 리얼리즘의 승리'를 보여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충무로 키드'의 탄생을 보여주면, 어쩌자는 것인가 말이다.

 

진한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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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잊어버리는 사람을 잡아먹는 거랍니다.

대한민국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싸웠지만, 그 싸움은 늘상 져 왔죠.

강풀의 26년 역시 기억하기 위해 싸웠지만, 지금도 지고 있습니다.

 

5월 31일까지, 10억...

나꼼수가 지면서 이겨 왔듯이,

강풀도 지면서 이겨 가길 바랍니다.

 

26년...의 기록이 32년이 넘고 있지만,

그 눈물은... 피눈물이 굳어가고 있네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 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 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더러운자들의 군홧발에 새삼 짓밟히고 있는

4.19의 한밤중...

내 아들에게 물려줄 나라는 깨끗하리라 생각했던 20년 전이,

지금도 암흑입니다.

 

선봉에 서서 하늘을 본다 고향집 하늘 위에 굴뚝 연기가

투사가 되어 조국의 내일 이 몸과 이 혼으로 다져나가리

오 어머니 당신의 아들 자랑스런 민주의투사

역사의 장정 뿌려진 피땀 어머님의 눈물이런가

파도가 되어 피끓는 함성 민주, 아 내 사랑아 싸워 나가리...

 

꽃 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

이 영화 만들어서 남깁시다...

 

......................................

 

 

강풀 작가의 북콘서트에서 듣기로, 강풀 작가의 아픈 손가락은 '26년'이다.

결혼을 앞두고서 배우자가 생기면 더 용기를 내기 힘들까 봐 시작했던 작품,

그럼에도 처음 구상했을 때의 제목은 23년이었던 만큼 작품으로 만들기까지 힘들었던 작품,

연재 도중 군인 신분 팬이 찾아왔을 때 잡혀가는 줄 알고 놀랐다고 했던 모든 것들이

26년이라는 작품에 맺힌 피눈물을 대신한다. 이미 한번 엎어졌던 작품이

다시 넘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십시일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퍼왔다.

***

4월 19일 추가 공지를 보니 후원 날짜가 5월 31일까지로 연장되었다. 다행이다. 후원금액이 많이 모자라서 걱정했는데, 이 기간 동안 목표액 채워서 영화 제작 꼭 성사되었으면 한다. 많이들 도와주세요!!!

***

 

'26년'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강풀 작가가 지난 2006년 연재한 웹툰으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 연관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직폭력배,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전씨)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극비 프로젝트를 그렸습니다.

2008년부터 몇 차례 영화 제작이 시도됐으나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외압이 들어와
매번 제작이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영화사 청어람은 소셜필름메이킹 방식을 도입,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자본을 함께 모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여러분이 26년이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도와주십시오
4월20일까지 4일 남았고 목표액이 10억인데 2억 모금(4500여명 참여) 되었습니다.
20일까지 10억 못모으면 모두 돌려드린다네요. 우리 꼭 영화 만들어 봐요~.

이 글 읽으시는 분 다른 곳으로 많이 퍼날라주세요~~

※ 강풀 원작 웹툰 ’26년’ 볼 수 있는 곳
바로가기 클릭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kangfull26



참여할 수 있는 곳

굿펀딩
http://www.goodfunding.net/src/menu.php?menu_idx=9&fx_popup=&mode=project_view&flag=view&prj_code=12030241


Section 1 이 영화 꼭, 만들고 싶습니다!
영화<괴물>을 제작하여 개봉을 준비하던 2006년 봄, 저는 연재가 시작된 강풀의 웹툰ដ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1980년 광주항쟁의 비극을 잘 몰랐던 사람들조차도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완성도를 지닌 역작이었습니다.
원작의 정신을 살려서 살아 남은 자들의 슬픔과 고통, 박진감 넘치는 액션복수극을 담는 현재진행형의 5.18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사회가 해결하지 못해서, 고통 받아 온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2년여의 준비를 거쳐 감독, 배우, 스탭의 진용을 갖춘 2008년 가을, 촬영을 열흘 남짓 앞둔 시점에서 불행하게도 약속 받은 투자가 연쇄적으로 취소되면서 제작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웹툰 ដ년>의 영화화 소식에 보여준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제작이 중단되었을 때 많은 누리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보여준 재개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는 절대 만들어 질 수 없다고 포기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2008년에 좌절되었던 이 영화를 2012년이 가기 전에 만들고 싶습니다. 영화ដ년>의 제작을 간절히 바라는 여러분들과 함께 시작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후원과 관심의 열기가 이 영화에 투자하기를 망설이는 영화투자자들을 움직일 것입니다.
영화ដ년>을 완성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보고 싶습니다. 그날까지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지지를 바랍니다.
- 영화사청어람 대표 최용배 드림 -
“안녕하세요. 만화 그리는 강풀입니다”
6년 전, 만화ដ년>을 그렸던 이유는 80년 5월의 광주를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 많이 망설였지만, 감사하게도 ដ년>은 제가 그렸던 많은 만화 중에 가장 뜨거운 응원을 받았습니다.
만화 ដ년>은 연재 당시의 엄청난 호응에 힘입어, 굉장히 많은 영화사들에서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 한국영화의 흥행기록을 세운 <괴물>의 제작사인 영화사 청어람에 영화화를 허락하였습니다. 영화사 청어람 이라면 ដ년>을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ដ년>의 영화화는 크랭크인 열흘을 앞두고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제작비를 투자하기로 했던 몇몇 투자사들이 일제히 투자 철회를 했고,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항간에는‘모종의 외압설’마저 나돌았습니다. 이후로 영화사 청어람은 온갖 방법을 모색하여 다시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매번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습니다.
몇 번의 큰 좌절을 겪으면서 이제 ដ년>의 영화화는 하나의 숙원이 되었습니다.
그간 영화사 청어람이 온갖 역경을 겪으며 얼마나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었는지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하려고 했으나 상황이 되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원작자인 저와 영화사 청어람의 관계는 아직도 무한한 신뢰의 관계입니다.
영화사 청어람은 이제 처음부터 다시 ដ년>의 영화화에 들어갑니다.
끝까지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끝내 ដ년>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더 많은 분들이 광주를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 후 이제는 32년. 2012년 3월 26일. 강풀 드림-

Section 2 일 조회수 200만! 매회 2천여 응원글! 강풀 원작 웹툰 “26년”
강풀 원작의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직폭력배,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이 지난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쳐지는 극비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으로 2006년 연재 당시 1일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고 매 회 2천여 개의 응원 글이 달릴 만큼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얻은 작품 입니다.
▶ STORY
1980년 5월 18일.. 그로부터 26년 후,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세계사격대회 은메달리스트 심미진, 광주 수호파 중간보스 곽진배, 서대문경찰서 소속 권정혁. ‘광주 시민군 2세’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세 사람에게 김주안은 모종의 제안을 한다.
보안업체 대기업 회장 김갑세가 마련한 은밀한 장소에서 첫 만남을 가지는 세 사람에게, 김갑세는 이 자리에 모인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바로 공동의 목적, 5.18 주범을 암살하는 것!
전직대통령의 예우를 받으며 상상하기 조차 힘든 철통경호를 받고 있는 난공불락요새, 연희동 저택으로의 침투는 예상보다 쉽지 않고, 완벽 경호를 뚫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진행한다. 그러나 팀 내부의 갈등과 돌출 행동, 그로 인한 프로젝트의 위기, 점점 좁혀오는 수사망과 좌절되는 암살 시도!
일촉즉발과 같은 상황, 그들의 거사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CHARACTER
곽진배: 남 33, 광주 수호파 넘버 2, 행동대장
팀의 행동대장. 다혈질이나 정의롭다. 팀에 소속되길 싫어하였으나, 같은 신념으로 모인 멤버들에 대한 동질감을 확인 후, 팀의 리더 격이 된다. 자신이 몸담았던 광주 조직 수호파의 경력을 통해 파워 있는 어쌔신을 보여준다.
심미진: 여 26, 국가대표 사격선수, 저격수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과감, 침착, 냉정한 성격으로 무표정하다.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복수를 꿈꾸던 중, 주안을 만나 암살에 가담, 팀에서 가장 중요한 ‘저격수’ 역할을 맡게 된다. 팀의 내분이 생기자 독자적인 계획으로 암살을 시도한다.
권정혁: 남 31, 서대문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
주안의 제안을 받지만 팀에 합류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진의 독자적 암살계획을 돕지 못하자 잠적한다. 팀의 외부인으로 유일하게 암살 계획을 알고 있는 자로서, 팀을 위기를 몰아간다.
김주안: 남 26, 김갑세의 비서, 팀 브레인
팀의 브레인. 냉정하고 침착하나 가끔 터프하게 변한다. 멤버들을 규합하여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암살계획을 치밀하게 조직하고, 연희동 측과 접촉하기 위해 경호 로비를 하는 등 빈틈없는 성격을 보인다. 멤버들을 진두지휘하면서 지원한다.
김갑세: 남 46, 대기업 회장
보안업체 기업의 회장. 암살조직의 배후인물. 온화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지만, 결단력 있고 강인하다. 계엄군으로 저질렀던 자신의 죄과를 씻고자 평생을 걸쳐 암살 계획을 준비한다.
마상렬: 남 46, 연희동 측 경호 실장
냉철하고 집요한 성격의 경호실장. 과거 김갑세와 함께 광주 계엄군이었던 그는 충격과 죄의식에 한 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과오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집권세력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그 정당성은 점점 더 본인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최계장: 남 52, 서대문 경찰서 보완 과장
예리하고 치밀한 조사 끝에 암살조직 내부의 갈등을 알게 되고, 그들을 일망타진하려고 한다. 부하 경찰인 권정혁의 행동에서 이상한 기미를 눈치 챈 성태는 권정혁을 예의 주시하게 되고 결정적 순간에 그를 저지한다.
‘그’: 남 79, 전직 대통령, 5.18 주범
※ 강풀 원작 웹툰 ’26년’ 바로가기 클릭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kangfull26


Section 3 이 영화는 꼭 만들어져야 합니다!
제작 : 영화사 청어람 / 원작 : 강풀ដ년> / 감독과 주연 : 미정 / 개봉목표 : 2012년 11월
▶ 여러분 성원에 힘입어 프로젝트 성공 시, 올 2012년 11월 개봉 목표로 제작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 제작진행에 대한 내용은 언론 및 굿펀딩 통해 지속적으로 공유하겠습니다.
▶ 이 영화가 무사히 제작되어 수익 발생하면, 일부는 공익을 위해 사회로 환원하겠습니다.응원해주세요!


참여하는 곳 : 굿펀딩(http://www.goodfunding.net)


리워드
영화 26년을 위해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 아래의 리워드를 제공해 드립니다.
후원금액 리워드
2만원 고맙습니다! 일반시사회티켓 2매+ 특별 한정 제작 ដ년>영화포스터 증정

- 일반시사회는 영화 개봉 전에 서울 및 6대 광역시, 제주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시사회 일정은 문자 및 이메일로 안내드립니다.
- 영화 포스터는 특별 한정 제작할 예정입니다.
5만원 일반시사회티켓2매+ដ년>영화포스터+DVD+엔딩크레딧증정

- 시사회 티켓 2매, 한정판 영화 포스터와 함께 영화ដ년> DVD와 영화 엔딩크레딧에 후원자님의 이름을 올려드립니다. DVD는 영화 종영 이후 드립니다.



제작사 소개
영화사 청어람(대표 최용배)은 국내 유일의 한국 영화 전문 배급사로 출발, 주요한 상업극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포함하여 다양한 한국영화의 투자, 배급을 시도해 왔으며 2004년부터 제작으로 영역을 확대하였다. 첫 제작 작품 <효자동 이발사>는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고, 두 번째 제작 작품 <작업의 정석>은 2005년 250만 명의 스코어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고 이어 200만 관객을 동원한 김수로의 <흡혈형사 나도열>은 한국형 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13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역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고, 각종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영화의 획을 긋는 기념비적 작품 <괴물>을 제작하였다. 국내 흥행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선전하는 등 글로벌 흥행의 기록들을 달성하였다. 2012년에는 ដ년> <괴물2>와 강풀 원작의 <당신의 모든 순간>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청어람 투자, 배급, 제작 작품
2012년 ដ년><괴물2><당신의 모든 순간> 등 기획
2011년 <괴물3D>
2008년 <사과><순정만화><별별이야기2>
2007년 <해부학교실><꽃미남연쇄테러사건><두 사람이다>
2006년 <괴물><흡혈형사 나도열><양아치어조>
2005년 <작업의 정석><극장전><용서받지 못한 자><별별이야기><엄마> 등
2004년 <효자동 이발사><꽃피는 봄이 오면><빈집><바람의 파이터> 등
2003년 <장화, 홍련><싱글즈><바람난 가족><여섯 개의 시선><선택><동승> 등
2002년 <마리 이야기><결혼은 미친 짓이다><품행제로><죽어도 좋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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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읽기 나남신서 75
공선옥 외 지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엮음 / 나남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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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년에 책을 300권 가량 읽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화성인 보듯 한다.

학교에서 그렇게 일도 많은데, 또 툭하면 술마시는 거 다 아는데,

무슨 시간에 300권을 읽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건데...

 

이 책에는 시인, 소설가 등의 어린 시절에 어떤 계기로 독서가 자기에게 다가왔는지,

그리고 그 독서는 시인, 소설가가 되는 데 어떤 힘이 되고 자양분으로 사람을 길렀는지,

청소년 내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대부분 가난으로 시작해서, 창작 시절의 신고와 고통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책은 친구였고, 선배였으며, 인생의 등대이며 이정표였고 나침반인 동시에 삶의 지도였다고 이야기 한다.

 

틈틈이 들어있는 시 같은 작품도 좋다.

 

내 손에 시 있다...는 함민복 시인의 말에...

정말 시가 있다. ^^ 이제 나도 시인이라고 해야겠다. ㅎㅎㅎ

 

 

공선옥이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으며, 눈물흘리는 소주 이야길 하는데,

나도 소주를 마시며,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끌고... 눈길로

깊은 산골로 가고프단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된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부분)

 

 

판소리 하는 사람들이 '저 사람 소리엔 그늘이 없어' 란 말을 한단다.

 

인생의 그늘, 즉 쓰고 맵고 어렵고 힘든 인생살이가 녹아 있는 소리가 아니란 뜻.

소리에도 그 속에 인생의 고난과 시련과 좌절과 아픔이 녹아있는 소리가 참된 소리고, 참된 인생인 거...

그래서 정호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했다는 거.

 

몽구스 크루의 정여랑은, 최승자의 시를 기대어 살았단 이야길 한다.

신산함... 이 그대로 읽힌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정여량이 이 시를 읊는 마음에 나는 그대로 젖어든다.

내가 그랬던 거 같아서...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서...

 

 

다나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에서는 삶과 독서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난다.

 

인간은 살아있기때문에 집을 짓는다.

그러나 죽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글을 쓴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기에 모여서 산다.

그러나 혼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독서는 인간의 운명에 대하여 어떤 명쾌한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삶과 인간 사이에 촘촘한 그물망 하나를 은밀히 공모하여 옭아놓을 뿐이다.

그 작고 은밀한 얼개들은 삶의 비극적인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살아간다는 것의 역설적인 행복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만큼이나 불가사의하다.

 

나는 왜 읽는가?

 

하도 삶이 허접하여...

좀 읽으면 허접함이 좀 가려질까 하여 읽는다.

 

그래서 읽으면서 좀 나아졌나?

 

읽으면 좋은 점은,

나랑 비슷하게 허접한 사람들이 옆에 많다는 걸 발견한다는 것이고,

다만, 그래서 위안을 받을 뿐이다.

나아지진 않는다.

인간은, 원래 허접한 존재임을 배우는 거랄까.

 

그런데 왜 읽나?

 

안 읽는 인간들은, 허접한 줄도 모르는 거 같아서,

혐오스런 인간이 되진 않기 위해서... 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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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4-20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년에 많이 읽어야 60권정도 밖에 안되서 책 읽는 인간입니다라고 할것도 못되지만, 그래도 가끔 도대체 왜 책 읽는 일에 왜 이렇게 집착을 할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곤 하는데 글샘이랑 좀 비슷한 결론이에요. 좀 더 나은인간이 되려고...지금 허접하니까 더 허접해 지지 않으려고 그래서 읽는다라는... ..
그런데 글샘 원래 사람들 손금이 다 비슷한건가요?
저도 글샘 따라 해봤는데 잔손금 약간을 빼고는 똑.같.네요
일년에 시 한편도 안 읽는 저도'시인'되는 건가요 ㅎㅎㅎㅎ

글샘 2012-04-20 10:34   좋아요 0 | URL
일년에 한 권도 제대로 안 읽는 인간도 많을걸요, 뭘~
비슷한 결론이세요? ^^

손금이 거의 비슷하죠. 시인처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