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호칭 문학동네 시인선 18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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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집이 몇 권 있다.

맘에 안 드는 구석이 몇 군데 있다.

일단, 제본 상태가 깔끔하지 않다.

새책을 펼치면, 헌책처럼 활라당~이다.ㅠㅜ

그리고 종이 질이 지나치게 눈부신 백색이다.

무엇보다, 시집의 제목을 따로 붙인다는 거...

내가 시집을 읽어온 게 어언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늙었구나, 어이쿠야...ㅠㅜ)

시집의 제목을 보고, 그 표제시를 맨 먼저 찾아읽는 걸로 질이 들었는데...

이 시집들은 항상... 헛다리를 짚고 씁쓸하기 일쑤.(불평, 끝!)

 

우리가 혁명의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세상이 점등될 거라 선언해요 (점등, 부분)

 

젊은 시인인데,

시어들이 생경하지 않아 다정하다.

그의 시를 통하여 스위치가 번쩍 올려진 것처럼,

한 순간에 세상은 밝아질 수 있다는 것처럼...

혁명의 점등을 꿈꾸는 시인...

그 영혼은 아름답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때가 멀리 있을까,

멀리 와 있을까 (바람의 지문, 부분)

 

평균 수명과 사라지는 시점은 일치하지 않는다

한 구름이 다른 구름이 되는 동안

보이는 그가 보이지 않는 그가 되는 시간(구름을 집으로 데리고 가기, 부분)

 

분다, 바람이

소금사막의 불편한 이름들은 바람의 입김을 타고 온다

 

구름 근처엔 바람도 없고

기억에서 떨어진 모래알은 반짝

잠든 나비의 흰 잠이 차가운 이마에 닿는 순간

분다, 당신이 (누가 나비의 흰 잠을 까만 돌로 눌러놓았을까, 부분)

 

그의 시어들은 바람과 구름처럼...

흘러가는 것들을 잡아채는 잠자리채라도 하나쯤 가지고 있나보다.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면, 그 쓸쓸한 심사가 마음이 새겨지듯...

시를 통해서 바람과 구름이 마음에 사로잡히는 경험...

전달되지 않았더래도... 시인은 그 마음을 쓴다.

남겨두기 위해서라도...

 

봄은 파열음이다

그러니 당신, 오늘의 봄밤

꽃잎의 파열음에 귀가 녹아 좋은 곳 가겠다

생을 저당잡히고도 점괘 받는 일이 잦을 당신이겠다 (벚꽃의 점괘를 받아적다)

 

이 시인의 귀는 정말 센서티브하다.

얼마나 감도가 높은지... 못 듣는 소리가 없다.

안 들리는 소리가 없다.

그 소리를 또 잡아채는 솜씨가,

소리의 순간을 잡아채서 시어로 박제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그저 입 벌리고 멍하니 읽을 따름...

 

당신을 듣기 위해 항상 열어두었던 내 귀

채집된 음을 기억의 서랍 속에 숨겨놓은 날이 길다

귀는 깊어 슬픈 기관일 거라는 문장

 

함께 받은 처방은

구름의 운율에 따라 문장 읽기를 하라는 것

혹은 가슴에 귀를 대고 기다려주기

 

청진, 듣는 것으로 보다

모든 병은 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안부

말에 지칠 때마다

당신은 구름이 잘 들리는 내 방 창문을 두드렸다

문장 읽기를 하다 당신의 가슴에 귀를 묻으면

금세 꿈꾸는 숨소리, 차라리 음악이었고

 

어느 의사가 병명을 알 수 없는 환자가 안타까워 체내의 음에 귀 기울인 데서 시작되었다는 청진의 기원

 

이제 당신은 멀리 있고

청진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 것이므로

두 귀는 고요한 서랍이다

 

그때의 구름만 내재율로 흐르는 창 (청진의 기억, 부분)

 

듣고 싶은 자는 들을 수 있다.

구름 속을, 바람 사이를 내재율로 흐르는 소리를...

들리지 않는 소리를 안타까워하며 애써 들으려 귀기울리는 청진의 아름다운 마음을...

시인은 듣고 글로 사로잡는 사람이다.

 

누군가

물수제비로 새겨넣은 문장을 오래 듣는 귀가 여기 있다

그는 이제 허공에 발자국을 찍을 수 있는 종족

 

물수제비 문장을 기억하는 바람에게

물 위에 찍힌 새의 발자국은 누가 지울까

 

하릴없이 묻는 날이 길다

아직 눈물이 아닌 질문 몇 점 후둑, 후두둑

 

그날의 적막에게 어떤 문장은 마침표 없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배운다 (물 위에 찍힌 새의 발자국은 누가 지울까, 부분)

 

그에서 언어란,

허공에 발자국을 찍듯,

물수제비가 물 위에 흔적을 남기듯,

어쩔 수 없이...

사로잡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하릴없이 물을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다.

마침표 없이도 지워지지 않는,

언어란, 마침표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그런 것임을 그는 읽고 쓴다.

 

언젠가

얇은 담요 사이로 그녀의 맨발을 본 적 있다

기어이 가는 봄날의 꽃잎처럼

살에 감기는 바람결에도 색을 잃을까, 야위어갈까

애를 태우던 그녀의 살빛

 

살이라는 말처럼 연한 발음이 있을까

또 발이라는 시린 말은 어떻게

 

지나간 걸음걸이를 추억한다

또옥 똑, 봄의 운율로 걷던

그녀는 살아서 나비의 후생이기도 했을 것(모란을 헛딛다, 부분)

 

그에게 모란은,

봄의 운율이고,

애타는 빛이다.

살빛의 연한 소리이고,

발이라는 시린 말이다.

눈으로 본 것을 소리로 옮기는 통역가.

그의 시를 읽는 일은 그 아슬아슬한 통역의 과정을 바라보는 일.

오역은 없을까, 아슬아슬한 마음, 조마조마한 심정...

 

순간은 얼마나 긴 영원인가

 

다시는 배웅할 수 없는 지난 생이

천천히 소실점으로나마 사라지고

아픈 피를 해독한다는 백작약 앞에 선다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 부분)

 

백작약 앞에서,

순간의 마음을 적는다. 긴 영원처럼...

 

왜 당신의 책을 거꾸로 읽고 싶었을까

마지막 장에 찍힌 쉼표

마침표 대신 쉼표 쪽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겠다

끝 문장으로 첫 문장을 되묻는

 

이번 생도 도돌이표의 구름이 되어 오래 흐르겠다

 

먼저 부를 수 없는 허공을 가진 꽃처럼

먼저 부를 수 없는 당신의 시는 거꾸로 읽기 알맞다

 

끝 문장의 쉼표는 첫 문장 마침표의 도돌이표 (역방향으로 흐르는 책, 부분)

 

이렇게 문장의 흐름을 이어주고 끊어주는

쉼표와 마침표, 드리고 그 도돌이표의 흐름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을 만나는 일은 행복하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삶의 행간을 읽는 것 같다.

그가 눈빛보다 미간을 좋아한단 말은,

언어보다 언어에서 느껴지는 느낌,

음성 사이에서 재생되는 삶의 희열과 좌절,

이런 것들을 바라보는 것에서 관조의 시를 쓴다는 말로 읽힌다.

 

먼 눈빛보다 미간이 좋아

바라보며 서성이는 동안 모든 꽃이 오고 간다 (미간, 부분)

 

좋은 시인을 만나면 그의 건투를 빌게 된다.

이은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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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4-3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걸음걸이를 추억한다
또옥 똑, 봄의 운율로 걷던
그녀는 살아서 나비의 후생이기도 했을 것(모란을 헛딛다, 부분)"
소리내어 읽는 느낌이 참 좋아요~~ 제 이야기인것도 같고요~~ ㅋㅋ

오늘은 한여름 날씨.
이제 45분후면 퇴근.
5분에 한번씩 시계를 쳐다봅니다.
월요일은 앉아있기 참 지루한 날!!

글샘 2012-05-02 11:07   좋아요 0 | URL
봄의 운율... 이런 말이 참 이쁘더군요.
 
와온 바다 창비시선 346
곽재구 지음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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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의 시인 곽재구, 그의 포구 기행은 조금 싱거웠단 리뷰를 올렸던 기억이 아슴하다.

사평역에서...가 워낙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가득 품은

톱밥난로같은 시여서, 1980년대 민중시의 시대에 사랑을 받았다.

 

이제 '와온(臥溫)'에서 세상을 낙타처럼 바라보며

와온 바다란 이름처럼, 누워서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응시한다.

그 시선은 와온에서뿐 아니라, 이국땅에 이르러서도 여전하다.

 

인간은

해와 달이 빚은 알이다

 

알은 알을 사랑하고

꽃과 바람과 별을 사랑하고

 

삼백 예순날

개펄 위에 펼쳐진 그리운 노동과 음악(와온 바다, 부분)

 

순천만 가까운 풍경이라는데,

시선이 신화에 다가가서 세상을 다사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신선하다.

 

오늘도 고통의 길 떠나는 그대여

이제부터 그대를 고니라고 부르겠다

 

젖은 옷소매

핏발 선 두 눈 부비며

먼 도시의 불빛 속 날아오르는 그대여

날아오르다 자꾸만 숨차 주저앉는 그대여

 

이제부터 그대를

고니라고 부르겠다(고니, 부분)

 

영화 '타짜'의 주인공이 '고니 또는 곤이'였다.

장자의 '곤'도 떠오르고,

물아래서 부지런히 발짓해야 떠있을 수 있는 '고니'도 떠올랐는데...

우아해보이는 삶들은 모두 그렇고 그런 삶의 길을 떠나고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간인 내가

인간이 아닌 나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인간이 아닌 나무가

인간인 내게

시를 읽어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나무, 부분)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이 이 시집에서 두드러지는데,

그 교감이 춤이 되는 경지도 멋지다.

 

열두살이 될 때까지

나는 할머니 젖을 만지고 놀았다

 

할머니 젖은

까맣고 쪼글쪼글한데

 

어떤 날은

산머루 같기도 하고

산오디 같기도 해서

 

입을 앙 벌리고

한입 덥석

베어 물기도 했는데

 

마당귀

갓 핀 수선화꽃들

입 앙앙 벌리고

한입만 줘

한입만 줘

 

노랗고 환한 그 소리들

참 듣기 좋았는데(수선화, 전문)

 

수선화가 좋다는 사람을 보면,

이제 이 시가 떠오를 것이다.

할머니 까만 젖을 달라고

노랗고 환한 그 소리를 울리는 장면과 함께 말이다.

 

나룻물 강생원은

젊어서 제월리 나루터의

뱃사공이었지요

 

배가 남원 땅에 닿으면

장꾼들에게 꼭 이렇게 말하지요

어 참 봄볕도 좋다

돌아올 때 꽃 한짐 꺽어오시오

 

이를테면 그 말이 곧 뱃삯이었는데

장보고 오는 동네 사람들

돌아오는 길에 진달래꽃 꺾고

살구꽃도 꺾고

수선화꽃이랑 조팝꽃도 실컷 꺾어서는

한 아름씩 강생원에게 주었겠지요

 

다시 강을 건너며

나룻물 강생원은 꼭 이렇게 말하지요

 

어 참 꽃 좋다

어 참 세상 이쁘다 (나룻물 강생원의 뱃삯, 부분)

 

박경리 토지의 주갑이를 떠올리게 하는 시다.

꽃이 좋고, 그래서 세상 참 이쁜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배운 사람, 가진 사람보다 더 가진 사람이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은

당신에게도 절대 비밀이에요

아름다움을 찾아 먼 여행 떠나겠다는

첫 고백만을 생각하고

당신이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때 나는 조용히 웃을 거예요

알지 못해요 당신은 아직

내가 첫여름의 개울에 발을 담그고

첨벙첨벙 물방울과 함께 웃고 있을 때에도

감물 먹인 가을옷 한벌뿐으로

눈 쌓인 산언덕 넘어갈 때도

당신은 내 마음의 갈 곳을 알지 못해요

그래요 당신에게

내 마음은 끝내 비밀이에요

흘러가버린 물살만큼이나

금세 눈 속에 묻힌

발자국만큼이나

흔적 없이 지나가는 내 마음은

그냥 당신은 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어요 (선암사 은목서 향기를 노래함, 전문)

 

마음을 바라보는 일, 가장 어려운 일이다.

흔적 없이 지나가는 그 마음을...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으나... 바라보아야 할 때가 있는 법.

 

그의 산문집 <우리가 사랑한 일초들>은 인도 기행이란다.

순간(눈 깜박할 사이)이나 찰나(순간의 수천 분의 1)라는 과장어법보다는, 일초가 이쁘다.

그 일초, 한초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

그 마음도 이쁘다.

 

미스티 가게 앞

자전거를 멈춘 연인들은

 

세월이 잠시 그들 곁에

멈춘 것을 알지 못하지

 

페달 위에 올려진

푸른 밤의 발 하나

 

죽은 시인의 언어들이

페달 위에서 가벼운 탄식을 올리는 동안

 

남은 한 발이

지상의 가장 성스러운 장소와 입맞춤하네

 

한초

한초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은 흘러가지

 

당신이 내게

내가 당신에게

 

보낸

한초 한초를 싣고

 

우리는 또

반딧불이 날아오르는 산티니케탄 대로를 달려가지 (우리 곁을 흘러가는 따뜻한 일초들, 전문)

 

한초 한초를 당신에게 보낼 줄 아는 마음.

반딧불이로 날아오르며 서로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가장 성스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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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불지르다 문학세계 현대시인선(시선집) 189
유영금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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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게 복부가 찔린 그녀는,

찔린 순간 내일이 사라질 거라 예감했던 그녀는,

제 손가락으로 환부를 후벼파던 그녀는,

환부 깊이 독가시처럼 돋아나는 환멸을 즐긴 그녀는,

혹거머리같이 달라붙는 그것에게 그녀는,

진통제라며 술을 먹이는 그녀는,

과복용할 경우 즉사할 수 있다며 히죽거리는 그녀는,

벼락을 꿈꾸며 폭우 속 비칠비칠 춤추는 그녀는,

내생에도 다시 한번 찔려

환부의 쾌감에 포로이고 싶다는 그녀는,

 

방텃골 외진 산길의 벙어리 검은 술새 그녀는, (인음증의 눈부심, 전문)

 

인음증... 술을 마시도록 하는 증세라는 말이겠다.

왜 그의 인생은 술을 마시게 하는가...

이 시에서 단순한 나열의 의미로 쓰인 콤마가 아닌,

그녀의 삶에 함께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담은,

팽팽하게 잔뜩 긴장한 줄을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처럼,

독자를 어쩌지 못하게 하는 힘으로 가득하다.

 

그 긴장감의 원천은 당연히 그녀의 삶이다.

교통사고로 죽음을 오가는 수술을 하는 동안 남편은 사라진다.

아들은 방황한다.

삶은, 곧 진통제로 술을 찾는다. 결국 스스로 검은 술새가 되고 만다.

 

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 죽도록 필게([나도 꽃으로,] 부분)

 

이 시의 제목에도 콤마가 붙어 있다.

이렇게 아파도,

이렇게 늘상 술에 절어 살아도... 나도 인간이야! 이런 비통한 외침이 그대로 들린다.

 

그에게 삶은 늘 죽음을 향한 희망이었고,

굴욕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 환멸과 고통의 길을 마치고 돌아가는 다비식을 상상하며

마치 국어학자가 사전을 서술하듯...

죽음에 대하여 한땀 한땀 공들여 수를 놓듯...

시를 쓴다.

 

오래 앓던 여자가 발인된다

암자 뒤뜰 봄비가 후련하게 내린다

 

먼 길 떠나기엔 봄길이

수월하다고 입버릇처럼 노래하더니

 

곡기 끊는 일

이승 최고가 희망이라더니

 

똥 싸는 일

똥구멍의 굴욕이라더니

 

사랑

착시 상태의 발광이라더니

 

외로움

씨방에서 발효시켜야 제맛이 난다더니

 

견딤

환멸의 꽃 뿌리가 녹아내리는 일이라더니

 

장작불 위

지글거리는 마지막 발가락, 즐겁다

 

빗줄기를 쪼던 외다리 까마귀

즐거움을 업고 서쪽으로 사라진다(다비, 전문)

 

그의 삶에서 함께하던 것들...

그것들이 사랑스러울 리 없었을 것이다.

그것들을 천적들이라고 부른다.

 

노리는 놈이 너무 많아 넌덜머리나

 

내가 사살을 음모하는 지도 모르는 등신, 외로움

숨기지 않으면 찌르기도 하는 흉기, 술

도려낸 자리에 혀를 물고 꼬꾸라진 찰거머리, 시

 

이제 세 놈과 등 돌리려 버둥거리지 않아

놈들이 흘리는 페로몬에 빌붙을래, 재수 옴 붙었어

뭇것들이 넘볼까 씨방에 가두어 인두질을 했어 (천적들, 부분)

 

그에게 무슨 처방전이 소용이겠는가?

 

취하거든 저녁달의 살을 깎아

토악질 나는 시를 써 봐(처방전, 부분)

 

외로움에 취해 마시고, 시를 쓸 뿐... 그것도 토악질 나는 시를...

그의 시는 술이고, 몰핀이고 노름이다.

삶을 온통 삼키고 잠재우고 거덜낸다.

 

술이야/ 목구멍 지나/ 세포 구석구석 꿰차고 앉아/ 거짓말을 내뱉지/ 두주불사 돼 아비도 눈에 안 봬//

몰핀이야/ 늪 속 환락가에서 놀아나다/ 진 빠지면/ 눈알 뒤집혀 환장하지/ 끊는 건 급소를 찌르는 것/ 끊느니 즉사하겠어//

노름이야/ 판돈 넘쳐날 땐/ 계집이 죽어나가도 몰라/ 거덜나면 손목을 팔아/ 겨드랑이로 덤벼들지/ 깡그리 말아먹었어(시, 전문)

 

그의 삶이 아닌 삶 속으로도 봄날은 통과한다.

그 봄날에 불지르는 그녀,

찔린 그녀는,

나도 꽃으로,

살고 싶어하던 그녀는...

접혀진 책갈피 사이로 내비치는 폭력적 과거의 일상은 차치하고,

현실의 삶에 아파하고, 갈망하던 그녀는...

그의 봄날에 불을 지른다.

그 불에 타죽고 싶고,

그 불에 활활 타올라 승화하는 삶을 열렬히 갈망한다.

 

그 오르가슴의 순간이 그의 삶이 이어지는 동력이다.

 

머리칼에

신나를 바르고

성냥을 그어댄다

지글지글 타는 두개골

냄새의 찌꺼기가

봄날을 쾅 닫는다

 

누가

나를 맛있게 먹어다오(봄날 불지르다, 전문)

 

아픈 사람에게 힘이 되는 것은,

함께 아파본 사람만이 힘이 된다.

이미 비에 젖은 친구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일은 크게 달갑지 않다.

함께 비를 맞아주는 친구... 그가 진짜다.

 

유영금에게 동병상련의 연민을 품어주게 하는 이들은 자살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와 고통을 그린 화가 프리다 칼로였다.

그들의 시를 읽고, 그림을 보는 것으로,

나의 동병상련을 대신한다.

그 수밖에 없다.

 

내 몸은 그들에겐 조약돌이죠, 그들은 마치 물이 흘러 넘어가야만 하는
조약돌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돌보듯 그것을 보살펴 주지요.
그들은 빛나는 주사 바늘로 나를 마비시키고, 나를 잠재우지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여행가방에는 신물이 났고-
까만 알약 상자 같은, 검은 에나멜 가죽으로 된 간단한 여행가방.
가족사진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내 남편과 아이.
그들의 미소가 내 살에 와 박힙니다, 미소 짓는 작은 갈고리들. (실비아 플라스, 튤립, 부분)

 

 

 

 

부러진 기둥

 

 

 

 

몇 개의 작은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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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saint~님의 페이퍼에서 내 이름을 본 일이 있다.

며칠 전에 우연히, 알라딘 서재에서 '이 분야 최고의 독자를 공개합니다' 하는 배너를 봤다.

거기 보면, 내가 어떤 글을 많이 읽는지... 등장한다.

 

 

내가 그 중에 꼭대기 위치한 게 네 꼭지였다.

인간관계 도서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으나... 암튼 이런 쪽 책을 많이 읽는다고 결과가 나와 있다.

 

 

 

교양 인문학에서 최고의 독자가 된 일은 좀 기분 좋다.

작년에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었기 때문이다.

조 위의 주역 같은 책은 오히려 인문학에 들어가야 하는 책인데, 좀 이상하기도 하다. ^^

 

 

한국 에세이도 많이 읽는단다.

그러고 보니 수필집을 제법 읽는 편이다.

 

 

비평/칼럼을 많이 찾아읽는 편이긴 하지만,

다종다양한 책을 읽노라니, 읽고 싶은 책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내가 어떤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지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내가 분류해 놓은 카테고리별로 리뷰 숫자를 살펴 보면...

책 속의 길은, 특별하게 어디 넣기 곤란한 게 많아서 숫자가 많다.

잘 보면, 한국 문학, 역사사회, 외국문학, 마음공부, 어린이책, 청소년책, 교육공부, 예술공부 순으로 많이 읽는다.

우연한 기회에 내 취향을 보니 좀 낯설고 좀 새로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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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4-28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도 찾아보셨군요. 나도 모르는 행적을 알라딘은 알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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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4-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뻐라! 빨랑 출처를 알려 주시지요, 안그러면 글샘님 다쳐요~~~~ 누구처럼^*^
(하긴 뭐 큰 지장은 없더라만...중얼중얼)

글샘 2012-04-27 10:47   좋아요 0 | URL
hint 1. yellow
hint 2. strow-hat
hint 3. democracy

세실 2012-04-27 11:12   좋아요 0 | URL
나는 개새끼 입니다? ㅋ

글샘 2012-04-27 14:46   좋아요 0 | URL
아, 그 노랑이랑 비슷한데...
이 그림은요... 강풀이 다음달에 티셔츠를 판대요... 그 도안 그림이에요.
저 책에 나온 게 아니고...

세실 2012-04-27 17:26   좋아요 0 | URL
아 노무현 대통령......이시구나. ㅠㅠ

rosa 2012-04-2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글샘 2012-04-27 14:48   좋아요 0 | URL
정말 2009년 그날 아침 생각하면... 상상하기도 싫죠.
무서운 나라예요. 징글징글한... 올해 투표 잘해야죠.

rosa 2012-04-27 19:35   좋아요 0 | URL
저는 그날 양산에서 강의가 있었답니다.
차를 타고 지나던 길에 양산 부산대병원앞에 가득하던 언론사 차량들, 길거리 여기저기에 놓여있던 호외.. 잊을 수가 없어요.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강의를 해야했던 제 처지가 참으로 기막혀서 참...
글샘님 말씀처럼 올해 정말 투표 잘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