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로 그리는 아름다운 꽃 - 그 놀라운 기법의 비밀
패트리샤 샐리먼 지음, 유영석 옮김 / 시공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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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를 그리기 전에

스케치북, 용구에서부터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그리고 꽃의 관찰법, 색채 혼합 등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데,

열세 명의 화가들의 강의가 제법 다채롭다.

 

꽃그림을 그리는 기법은 참으로 다양한데,

열세 명의 화가들의 첨삭 노트가

정말 옆자리에서 조근조근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다양한 채색법에 대한 접근을 배울 수 있다.

꽃을 그리는 데생에서부터

채색의 세밀한 작업,

또는 개성있는 작업까지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수채화 종합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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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면 물어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1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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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은 이 시대의 멘토로 유명한 분이다.

산 속에서 처박혀 있지 않고, 속인들과 삶의 문제를 놓고 불법 수행과 관련된 질문들에 답하는 걸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

남편과 아내의 갈등, 부모 자식의 갈등, 직장이나 결혼, 취업에 대한 갈등들이 주제로 등장한다.

 

대답은 늘 하나다.

제 마음이 하고자 하는 욕심에 끄달려 살면서 그걸 모르고 사는 게 어리석다는 것.

 

결혼해서 너무 힘들면 갈라서면 된다. 잘 살펴보고 갈라서지 않을 거면 잘 하면 되고...

법륜 스님의 대답은 에둘러가는 법이 없다. 가식이 없다. 시쳇말로 돌직구다.

 

인생은 다 자기가 선택해서 사는 것이지 윤리와 도덕으로 살게 되지 않습니다.(27)

 

그렇다. 윤리와 도덕이란 것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한 것.

거기 너무 끄달릴 필요 없다.

 

아이도 문제고, 남편도 문제다.

그러나, 그 것은 내 문제다.

이렇게 분명히 입장이 정리될 때 수행자의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것.(92)

 

바깥 경계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기 내면에 자기가 잘 났다는 어떤 상을 쥐고 있기 때문.

사람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 혹은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 상을 갖고 있다.

그 상이 현실과 차이가 있어서 우울증은 시작되는 것.(103)

 

스님의 말씀은 냉랭하고 시원한데, 속세의 인간이 알아듣기엔 너무 날이 서 있을 지경이다.

그렇지만, 원인을 찾는 데는 이만한 칼날이 없다.

교사들도 많이 가서 묻는데, 교사 역시 무지 끌어안고 사는 존재다.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음을 깨달아라.(115)

 

이러고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한다.

사랑에 대하여서도 돌직구는 상쾌하다.

 

보자마자 반했다는 그 사랑은 이기심이다.

이렇게 확실히 알고 사랑을 하면 눈물의 씨앗이니 미움의 씨앗이니 할 일 없다.(125)

 

한 사람을 무조건 좋아하는 일..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이기심으로 가득한 심사라는 말이 수긍된다.

자식에 대한 사랑도 그렇고, 연인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리라.

 

깨달음을 이 책으로 얻을 수 없다. 그걸 이렇게 말로 한다.

 

깨달음이 어떤 것인지 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맛을 느낄 수 없듯이, 깨달음을 말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맛이 어떻다'는 것은 본인이 직접 먹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204)

 

그래, 살아보는 게 유일한 답이다.

스님들처럼 할일없이 앉아있는 모습으로 보여도,

사실상 그 마음 속에서 온갖 상들이 일어남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 마음 쓰임의 원인을 찾으러 뛰어다니느라 머리털 자랄 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치열한 정진 이후에라야,

즉문즉설이 가능한 경지가 될 것이다.

 

며칠 전, 친한 선생님이 도올의 금강경을 보다가,

응무소주 이생기심...이 뭐냐고 물어 오셨다.

난 내 책상 앞에 그 말을 써붙여 두고 살기에, 여기 있다고 하면서 웃었는데,

갑자기 물으니... 답이 막혔다.

잘 설명하려고 하니... 내 마음이 또 욕심에 끄달렸던 것인지...

한형조의 책을 빌려주는 걸로 설명을 대신했다.

 

앞으로는 학벌이 덜 중요한 사회가 됩니다.(214)

 

그렇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한국 사회처럼 문화적 전통이 다 무너진 신생국가에서는,

자본만이 전통이 되기 쉽다.

학벌이 무너지기 어려운 이유가 역사 속에 있는 것이다.

 

자꾸 안 된다는 타령을 하면 안 됩니다.

안 되면 또 하면 돼요.

그냥, 화가 탁 나면 '아이고, 또 화냈네.'하고

분별심이 일어나면 '어, 또 분별심이잖아, 나 또 시작이다.' 이렇게 자기를 돌아보면서 가면 됩니다.(237)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한 마디다.

마음은 머무는 곳이 없다.

늘 움직이는 괴물이다.

허영이고 헛된 그림자다.

그걸 매 순간 보고 깨닫는 것. 그것이 수행이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들어 있고,

한 톨의 쌀에도 만민의 노고가 깃들어 있고,

한 올의 실타래 속에도 직녀의 피땀이 서려 있다.(253)

 

감사하며 살아야 함을 가르치는 말이다.

인간은 늘 채무자로서의 의식보다는 채권자로서의 의식이 강하다.

갚아야 할 것에는 너그러우면서

받아야 할 것에는 치밀하다.

 

스님의 돌직구에 스윙 아웃 당하더라도,

스님의 피칭에 맞서 붙어볼 일이다.

치열한 마음은 결국 하나로 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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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6-2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샘님 돌직구에 처음엔 좀 심하게 휘청했어요.
때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겠어요. 정신이 퍼뜩 들었으니.

셉티머스 말씀해 주셔서 목차 한 번 훑어보다가 일단 <애도예찬>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글샘님 돌직구 댓글 스타일 아직 제대로 파악 못해서 저 좀 '쫄아 있는' 상태입니다. ㅎㅎ)

글샘 2012-06-25 08:21   좋아요 0 | URL
제가 초면에 실례를 했나보네요. ㅎㅎ
쫄아 있으시다니깐...
쫄 필요 없으신데 쪼시니깐 제가 겁먹으라고 돌직구를 던진 모양이죠. ㅋ
 
가족표류기 카르페디엠 24
M. H. 헐롱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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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표류하는 거긴 하지만... 가족이라고 하기엔 좀 그래서 원제목을 보니, 대따 넓은 바다...다.

뭐, 그것도 뾰족하진 않다. ^^

 

부부와 세 형제가 알콩달콩 살던 가족.

그러던 어느 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엄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가족은 혼란에 빠진다.

엄마의 죽음을 자책하던 아빠는 어느 날 집을 다 정리하고 크리설리스라는 조그만 배를 구입한다.

학교도 다 그만두고 아빠와 세 아들은 항해를 시작한다.

 

아빠는 무거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깊은 자책 속에서 헤매면서 시를 읽는다.

 

"순순히 편안한 밤으로 들지 말라.

저물어 가는 빛에 맞서 분노, 또 분노하라."

"고통-에는 공백이라는 요소가 있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떠올릴 수가 없다 - 고통이 없었던 때가 있었는지도 - (에밀리 디킨슨, 고통에는 공백이라는 요소가 있다)

 

그런 아빠는 맏아들에게 계속 신경질을 낸다.

갈등은 점점 깊어가던 어느 날...

 

"나는 아프지 않아, 미치지도 않았고... 나는 그냥 외로운 사람이야... 아내가 너무 보고 싶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의 마음이 읽는 이도 아프게 하는데,

그 아이들의 마음 속에선 어떻게 눈물로 흐를지...

그러던 아빠가 이상한 시를 남기고 실종된다.

 

크리스틴,

우린 어둠 속에서 춤추며 그걸 우리 노래라고 했지.

그 말들을 속삭였지만 그때는

그게 정말 무슨 뜻인지 몰랐어. 지금은 알지.

 

"외로움" "시간" "굶주림" "집"

나는 강이고 당신은 바다

품을 열어, 내 사랑, 나를 기다려.

 

아이들은 이걸 유서로 간주하고 자기들만의 외로운 항해를 계속한다.

그러다 막내 제리가 부상을 입으면서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데...

 

이 소설은 항해에 대한 이야기에 너무 치우쳐 있어,

가족간의 갈등 또는 화해에 대한 메시지가 약하고 읽기에 너무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배 위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엔 좋은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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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6-2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샘도 대따라는 표현을 쓰는구나....ㅋㅋ
가족의 소중함을 메시지로 하기에는 너무 큰 아픔이 따르네요. 아빠는 어디로 간걸까??

글샘 2012-06-24 12:37   좋아요 0 | URL
great가 위대한...으로 번역하기엔 좀 거시기해서요. ㅋ
이 소설은 좀 그래요. ^^ 요즘 한국 청소년 소설도 좋은 책 무지 나오더라구요.

냉장고는 맛있는 게 있어서 좋고,
엄마는 밥 해줘서 좋고,
아빠는... 왜 있지? ㅠㅜ

이게 초딩 2학년 시래요.
 
시민과학자로 살다 - 개정판
타까기 진자부로오 지음, 김원식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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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키 긴자부로... 과학자이면서 실험실에서의 부귀영화(?)를 초개와 같이 버리고 시민운동에 뛰어든 사람.

2000년에 영면에 든 그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어떤 피를 토하는 글을 써냈을 것인가?

먼 나라 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만 보고도 그렇게 활동적으로 반핵 운동에 나섰건만,

2011. 3.11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그 진상을 쉬쉬한 일을 본다면... 까무라쳐 죽었을지 모른다.

적어도 한국인 정도의 넓은 도량이 있어야, 고리 원전 정전 사고 정도엔 눈도 깜짝하지 않는 호연지기가 발휘되지.

 

플루토늄 연료의 경수로 이용 종합평가에 대한 대대적인 국제 연구...

 

이런 것이 그의 주 연구 분야다.

그런데, 그의 병상에서 쓴 자서 활동기가 의미있는 이유는,

과학자로서, 또 현대를 사는 한 인간으로서 삶의 의미를 되짚을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수학, 물리에 좌절한 그가 '좌절과 실패'로 화학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그는 '어느 길을 가든 그 길을 어떻게 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백번 옳다.

 

원자력 기술은 군사적 개발에서 시작되었기때문에 항상 군사적으로 예민하다.

기술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만 정치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늘 추진하려는 편은 '인사이더'인 반면, 문제제기하고 반대하는 편은 '아웃사이더'가 되는 운동이다.

그는 도쿄대 교수직이란 인사이더를 과감하게 버리고, 아웃사이더의 길을 선택한다.

원자력 발전은 그런 분야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는 늘 민중 옆에 설 수밖에 없는 양심적 과학자였다.

 

실험과학자로서, 나 또한 상아탑 안의 실험실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 자체를 실험실로 삼아,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어민들과 불도저 앞에서 눈물 흘리는 농민의 처지를

내 것으로 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나가자, 나는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117)

 

일본의 이타이이타이 병, 미와나타 병 등을 보고 양심이 움직인 것이다.

그는 유럽에 가서 NGO 활동을 보면서, 시스템의 문제를 고민한다.

 

일본인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나 윤리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강한 반면,

독일은 항상 시스템의 문제로 생각한다.(123)

 

비판이 갖는 창조적인 힘을 인식해야 한다.

근원적인 비판은 인간의 관심을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가를 문제삼고,

그러한 관심을 전제로 인식이 나아가는 과정을 성찰한다.

그러한 성찰 없이 객관성이라는 명분만 가지고

측정 데이터 등을 절대적인 진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전형적인 자연과학의 이데올로기다.(124)

 

시보그란 과학자의 글에서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독창적이고 빛나는 아이디어!'란 말을 듣고 그는 전율한다.

그래서 그는 플루토늄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에 투신한다.

 

이미 국제사회는 체르노빌 이후,

국경을 넘어서 쏟아진 '죽음의 재'로 인해 두려움에 떨면서

서로 어깨를 움켜잡고 눈물을 흘리며 공통의 미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었다.

 

원자탄에 대하여는 <정보 쇄국주의>로 일관하는 일본 - 한국은 <극비주의>임. ㅠㅜ

그래서 사람들에게 <플루토늄은 핵무기가 될 수는 있어도 에너지로 이용될 전망은 전혀 없음>을 알리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래서 사용한 핵연료를 수송하는 것, 플루토늄 수송하는 것 모두 중지되어야 한다. - 한국은 역시 <극비>

 

원전이 기술적으로 핵무기와 끊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강대국들이 경제적으로 전혀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 위험이 큰 핵산업에 대량투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핵무기 개발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201)이다.

 

원전이란 전차에서 내리려면, 우선 삶의 양식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또 원전 사고의 피폭자는 하청노동자 위주로 일어난다. 문제는 끝도 없고 해결되 쉽지 않다.

 

그가 들려준 시 한 구절은 삶의 바통을 다시 움켜쥐게 만든다.

 

진지한 마음으로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십중팔구 이루어진다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무엇이든지 재미있다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진지한 마음'으로 아카데미즘의 두꺼운 벽을 깨뜨리고

시민들의 미래에 대한 의욕, 희망이

더욱 광범위하게 과학자나 테크노크라트에게 영향을 주기를 바라면서,

<체념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전환을 기대하며 이 저작을 남기고 죽었다.

 

원전 전문가인 그 역시 모른다. 그 역시 원자로의 피폭자로 죽어가게 되었는지도...

 

희한한 어떤 나라에선,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을 <진화>의 산물이라고 마구 휘갈긴 생물 교과서를 폐기하기로 했단다.

참 과학적인 발견이시다.

그런 희한한 나라에선,

원자력 발전 같은 'top-secret'은 침묵의 폭탄이 될 수밖에 없겠지?

 

우리 동네 고리원전이 지난 2월 폭발했더라면... top-news 정도는 되었겠지만 말이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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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99쪽) 같은 데서 한자를 붙여주지 않은 건 아쉽다.

더구나 그 단어에 한자가 필요한 걸 알고 저 뒤에서(121쪽) 적어주는 걸 보니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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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3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3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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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교수가 '헌법', '법조계', '교회'를 툭툭 건드리다가, 이번엔 '욕망'을 건드린다.

'인권'에 대한 것은 인권위원회와 관련된 것이니 좀 다른 분야고...

한국에서 가장 권위적인 것들을 건드리고 다니지만,

그의 말처럼, 참 소심하게 건드려서 별로 시원치도 않은 책이다. 갈수록 맥이 빠지는 책들이다.

 

욕망해도 괜찮다니... 욕망한다... 이런 말은 없다.

욕망 :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하게 바람... 은 있지만 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뜻풀이를 중심으로 하는 국어사전의 풀이다. 철학적 개념은 미진하다.

인간의 욕망이 늘 문제다.

 

라캉은 수식처럼 이 문제를 제시한다.

     욕 망   =    요 구  -  욕구

     desire = demand - want

 

인간의 삶에서 '가지거나 누리고자 함'의 범위를 요구라고 한다면, 욕구는 성취 가능한 것을 가리키는 말일 수 있고,

결국 '욕망'은 영원히 성취 가능하지 않은 것이고, 가질 수 없는 것이므로,

        죽어서야 해결되는 영원히 해결불가능한 대상이란 거다.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은, 저자가 분명히 한국 사회의 거품같은 <욕망>의 문제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서전 비슷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책을 썼을 때는,

본인 개인의 욕망에 우리는 관심이 없다.

어이하여 한국 사회가 이렇게 성매매 산업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부킹 등으로 바람난 남녀들이 그렇게 많아지게 되었는지를 밝혀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무지 많이 남는 책이다.

 

세상에 한국처럼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기는 커녕,

술 마시고 차가 들썩거릴 정도로 그 좁은 공간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나라는 없다.

주말 고속도로엔 그런 버스들이 흔들흔들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속버스 댄스는 '휴가 없음'의 나라, 가장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의 민중들이,

휴일날 여행과 여흥을 모두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욕망의 임시 방편>이 굳어져버린 것일텐데...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도 휴가는 8월 1,2,3일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고속도로는 아직도 흔들리고 들썩인다.

 

조선은 지독한 <계>의 나라였다. 아니, 양반들은 <색>과 <풍류>를 즐겼지만,

성리학이라는 정치 이념은 군신을, 반상을, 남녀를, 장유를... 수직 질서로 <계>의 세상으로 묶어버렸다.

대한민국은 <조선>의 마인드를 떨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수립된 나라다.

아직도 그 <계>는 유효하다. 당연히 <색>에 대하여 지독하게 폐쇄적인 사회인데,

국가는 모든 음주가무에 거의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한다.

참으로 모순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거다.

 

이런 사회 구조적 모순성을 밝히지 않고, 개인의 과거사를 시시콜콜하게 듣는 일은 지루했다.

그런 이야기를 쌈박하게 보여주기론, 영화 친구, 써니~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좀 제대로 왜 한국인은 제 <욕망>에 그렇게 위선적인지...

왜 한국인은 <계율>에 가장 철저한 바른생활 인간인 것처럼 꾸미면서도,

<색>의 세계에서는 세계 수위를 놓치면 아쉬울 정도로 환락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것인지를... 밝히지 못한 건 몹시 아쉽다.

 

저자가 인용한 르네 지라르의 말처럼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 라서 그런 것일까?

 

답답한데, 본인은 정작 혼자서 즐기는 법을 알아 나간다고 하니... 더 답답해진다.

 

---------

창비는 외래어 표기법을 개무시하는 독특한 스템을 갖고 있는데...

그거야 뭐, 현지어에 가까울 수 있으니 인정한다 쳐도...

100. 댓가... 대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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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6-2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그냥 살짝 보고만 가려다가 댓글 남겨요.
김두식, 이라는 이름의 명성에 실망을 안기는 책이군요. 게다가 '창비'의 명성까지...
안 그래도 이 책에 관심 갖고 있었는데...ㅋ참고사항이네요.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도 휴가는 8월 1,2,3 ..." - 잘 잡아내셔서 빵 터져요.
저도 그날의 휴가에 피서 많이 다녔고, 교통체증으로 불만이었어요.ㅋ이땐 숙박요금도 바가지 씌우기 수준이에요.

2012-06-21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06-22 10:37   좋아요 0 | URL
김두식 교수 글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서술'과 '금기된 것에 대한 터치'거든요.
어렵진 않은데, 금기된 것에 대한 터치가... 좀 그렇더군요.
교수가 청바지 입는 거 정도를 가지고 욕망...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한국 사회의 욕망...의 정도를 너무 얕잡아 본 거... 본인에 빗대어... 아닌가 싶은 실망감.

다락방 2012-06-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요, 이 책의 리뷰들을 보노라면 좀 아쉽다는 말들이 많은것 같아요. 아직 읽기전이라 저는 어떤 감상을 갖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는 '개인사'로 풀어놓는 쪽이 훨씬 더 와닿을것 같기는 하거든요. 흐음.

글샘 2012-06-22 10:39   좋아요 0 | URL
개인사를 더 찐하게 풀었어야죠. 개인이 그렇게 찐하게 욕망하지 않았으면, 영화를 들이밀든지...
하긴, 개인의 욕망을 다 드러내면... ㅋ
한국 사회에선 살기 힘들겠죠.
다락방 님 욕망은 대문 사진에서 드러나잖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