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만큼 왔니, 사랑아 - 한 예술가의 뒤란
이일호 글.조각 / 생각의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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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호의 작품과

글을 담은 책이다.

가벼이 읽어볼 요량으로 펴들었던 이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아,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생각처럼 말랑하지 않다.

아니, 충분히 말랑한 예술혼 앞에서... 기쁘게 그의 생각과 교감하도록 더듬이를 촉촉하게 만들어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격물치지...사물을 따져보아 앎에 이르다...

동양에서 학문하는 자세로 따지라고 만든 말이다.

조소과... 돌을 깎아내면 조각이고, 뭔가 들이부어 빚어내면 소조가 된다. 합하여 조소라 일컫는다.

 

돌을 깎거나 뭘 들이 붓거나,

그 양감과 질감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조차 쉬운 일은 아닌데,

거기서 '생각'을 빚어내는 일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올라야 할 일이다.

 

이일호 작품들의 주제는 <인생>이다.

삶에서 만나게 되는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곤란하고, 당혹스러운 순간들을 포착하는 눈은 일품을 넘어,

그야말로 명품이다.

그런 안목은 그저 나오는 것이 아님은 그의 글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얼마나 깊은 독서와 사유가 있어야 이런 쉽고도 풍부한 글이 나오게 되는 것일까?

 

 

 

인간의 욕망의 이면을 이처럼 잘 보여주는 작품을 만나기도 힘들 거 같다.

죽으면 다 똑같이 썩어질 육신이면서,

멋모르고 추구하는 이면은, 종잇장 한 장 뒤적이면 튀어나올 '육체'와 '자본'에 대한 탐닉이라니...

 

 

그러니 무조건 욕망을 버리라고 닦달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욕망을 발산한 다음 욕망을 약화시켜서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것이 욕망의 지혜일 터이다.

욕망은 결국 나누어진다.(107)

 

 

 

 

 

육감적이고 섹시한,

어쩌면 너무 적나라한 여체의 자궁 위치에

<반가 사유>의 자세로 한쪽 가부좌를 튼 작품은...

인간의 삶의 시원(始源)의 본질을 한 작품으로 보여준다.

 

 

생명을 잉태하고 세속의 환희를 꽃 피우는 여자의 성황당 터는

세속과 성스러움이 교차되는 세상의 장터이다.

모두가 여기에서 태어났고 특히 남정네는 여기에다 소원을 빈다.(219)

 

자연은 어눌하면서도 치밀하다. 치밀함을 어눌하게 감춰서 자연이라 부른다.

그 무방비한 전략을 아는 생물들은 극소수인데 이 미천한 생물들이야말로

자연의 전략을 너무나 소상히 꿰뚫어서 허접하게 보인다.

하잘것없고 불편하게 보이는 거미, 개미, 지렁이, 파리, 모기, 이런 종류의 것들이

완벽한 자연의 일척 계보이다.

그들은 인간처럼 치사하게 존재의 근원을 물으며 버둥대지 않고 순하게 태어나서 순하게 적응하며 죽는다.

그들은 선악과 미추를 가리지 않고 그저 좋아서 살기에 그들 하루의 삶은 인간의 십 년과도 비교될 수 없다.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삽시간에 적멸하고 별안간에 태어난다.(91)


 

 

 

 

거울은 사실인가, 거울은 볼 때만 사실이 된다.

나는 사실인가,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볼 때만 사실같다.

그러니 나는 거의 사실이 아니다.(62)


사람은 평생 자기만 들여다보며 산다.

온종일 이사람 저사람 세상 풍경 다 보고 나서도

결국엔 이사람 저사람 세상 풍경을 보고 온

나를 내가 보며 살아간다.

 

라깡인가 하는 사람은

인간이 어린 시절,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세상을 배워간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거울을 바라보는 눈은 내 시선이 아니라,

그건 바로 <타자>의 시선이며, <타자의 욕망>이 물든 시선이다.

어린 아이가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어하면서 그걸 자기의 욕망이라 착각하듯,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자기 관점이라고 착각하며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산다.

 

이일호의 작품들은 <욕망>을 억누르지 않는다.

그래서 한편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일반적인 착한 사람의 도덕적인 시선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의 사유를 곰곰 읽어보면,

인간이, 내가, 얼마나 허위에 휘둘려 살아가고 있는 건지... 깨닫게 된다.

내 욕망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고, 안심하게 된다.

 

그의 예술에 대한 성찰들은 생각이 깊어서 읽어둘 만한 것들이 많다.

언어 사용도 예술이다.

마치 바람타고 흐르는 선율처럼 형체가 보이지 않으면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예술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그의 생각들 몇 토막...


혼자 있으면 말들은 안으로 굽어든다.

밖으로 튀지 못한 말들은 뇌로 갔다가 귀로 갔다가 이명으로 와글거린다.

누군가를 만나 말문을 열면 내용없는 소리만 왁자하게 떠들다가 나중에는 혼자 궁벽해진다.

몇 번 그러고 나면 말은 함부로 할 게 못 되어 말이 다시 안으로 쌓인다.(10)


내 마음을 믿고 내 몸에 의지하여 사는 길만이 내 삶의 유일한 항로표지이다.

나의 예술은 시큼하게 홀로 숙성할 수밖에 없을 모양이다.(15)


생명을 한없이 잘게 쪼개면 한 톨의 먼지보다 작은, 미시화된 원자가 된다.

한 톨의 입자들이 켜켜이 쌓여 사람이 되고 그 안에 사유하는 이미지가 들어선다.

어디쯤에서 정신이 물질이 되고 물질이 정신이 되는지 나는 이것이 늘 궁금하다.(17)


바람 부는 저 허허한 공간에 말을 풀어 놓으면, 말들은 바람에 불려가 숲을 이루고,

산에서 계곡으로 흘러 바다가 되고, 거기서 다시 구름이 된다.

말들이 비바람에 씻기고, 흐르는 강물의 조약돌에 갈리고 다시 바람에 실려 구름을 타고 흘러서, 곱게 저문 노을 속으로 스며들 때,

나는 말을 몰라서 말할 수 없는 빈곤함으로 가슴이 멘다.(28)


사람은 여섯 개의 구멍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보고 듣고 마시고 숨 쉬고 배설하여 세상을 저어간다.

그렇게 많이 보고 듣고 먹고 마셔도 남는 건 하나도 없다.

나는 시간이 스쳐가는 통로이다.(43)


나는 예술을 한답시고 인생을 너무 심오하고 칙칙하게 살았다.

좋은 미술에 감동할 때 “재밌다”라고 표현하듯 한 번뿐인 인생.

재밌으면 됐지 애써 훌륭해지려거나 위대해질 필요가 있을까...

죽거나 떠나기 전에 지금 처한 자리에서 재밌게 살아야 한다.

돈을 벌어도 재밌게, 섹스를 해도 재밌게, 예술도 재밌게,

지금 내 말이 좀 언짢더라도 같이 한번 따라해봐~ “재밌다~”(47)


우주는 파동과 입자가 서로 부비고 핥고 충돌하고 밀어냈다가

다시 엉기어 별이 되고 은하군이 되었다가도

블랙홀에 껴당겨 흔적도 없어지거나 암흑 물질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영혼이 우주의 기와 동일함을 깨달을 때 비로소 초월자가 된다.(55)


떡갈나무는 우리더러 ‘떡갈나무’라고 불러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자작나무, 때죽나무, 소나무, 참나무, 밤나무, 모두가 그랬다.

우리가 괜히 친근한 척 그들을 불러서 패고 쪼개고 썰며 끝장을 낸다.

나무들의 이름을 모르는 채 숲속에 있지만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

몰라야 한다. 알면 서로 괴롭힌다.(76)


나는 나의 불우한 삶에 열등감을 갖는 만큼 거듭날 것이다.(109)


시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가만히 있으면 시간은 연못처럼 고요하게 모인다.

고요한 시간들이 가득 쌓이면 쇳덩어리보다 더 무겁게 짓누른다.

이 시간들은 못 참아서 바쁜 척 시간을 흐트러뜨린다.

바쁘게 보낸 시간은 흔적도 없고 고요히 모여드는 시간은 무겁고 무섭다.(87)


얼마나 좋냐, 예술이라는 것, 백수인데도 거의 신적인 기분으로 살 수 있는 게 예술 아닌가.

“제 작품 어때요?”

작품은 작가의 창조적 자존심을 십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결코 싫다라는 말은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안 그랬다가는 고흐처럼 귀라도 자르면 어찌할 건가.

이럴 땐 “재밌는데?”하면서 ‘데’라는 말끝을 치켜 올려 물음표 식으로 발음한다.(134)


그의 예술은 <마디와 꼭지>에서 맺히고, 도드라진다.

밋밋한 흐름보다는 어딘가에서 생각이 맺히는 멋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톡 튀어나온 '임팩트'가 예술의 화룡점정이다.

그런 걸 '마디와 꼭지'라고 말할 줄 아는 예술가도 드물다.

아득한 사유의 지평선에 <가공할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순간, 예술이 된다.

그걸 '마디와 꼭지'라 부르다니...

가공(可恐)할 만 하다. ^^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신기한 것이 순환과 전환 사이의 간격에서 잇대어지는 '마디와 꼭지'이다.

다윈은 순환과 전환 사이의 꼭지와 마디를 더듬어서 예수를 넘어섰다.

이 꼭지와 마디가 없다면 세상은 영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꼭지와 마디가 있어 세상은 혼돈이다.

하나씩 마디 지워 꼭지가 되어 멸하고 다시 생하는 게 세상의 소통방식이고 자연과학이 말하는 아득한 사건 지평선이다.

삶 속에 끼인 잠은 삶과 삶의 마디로서 순환이고, 죽음은 삶의 마지막 꼭지로서 전환이다.

오, 이 가공할 전환. (85)

 

예술가는 외로운 법.

속으로 속으로 침잠하는 그 역시 에필로그에서 '좋은 벗'을 찾는다.

좋은 벗을 찾아,

그 좋은 벗과 도란도란... 지혜를 풀어내고...(사람 욕하는 친구는... ㅎㅎ 친구가 아닌 모양... 하긴... 이해된다.)

이 적막한 현세를 위로받을 친구를 목마르게 그린다.


고요하게 만나 서로 뜻 맞아 신명나고 도타워지는 그런 친구 없을까?

사람 욕하지 말고 개울물 흐르듯 도란도란 자연과 현자들의 숨은 지혜를 풀어내고

또 우리의 생각을 융숭한 언어로 포개어 이 적막한 현세를 위로받을

그런 지혜로운 사람이 목마르게 그립다.(266)


고요하게 만나 서로 뜻 맞아 신명나고 도타워지는 그런 친구...

그런 친구는 '일기일회'의 친구 아닐까?

내 일생 단 한번...

일본어로 읽으면 '이치고 이치에'가 되는 이 말은,

다도에서,

차를 한 잔 대접할 '손님'같은 자세로 '한 평생 단 한 번' 만나게 될 귀한 인연에 감사하며,

상대방을 소중하게 대하는 깍듯한 자세를 일컫는 말이다.

 

이치고 이치에를 만날 수 있는 삶은 흔하지 않은 일이겠지만,

만나고도 어리석어서 그 일기일회의 행운을 제발로 차버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무튼, 적막한 현세...

위로받을 지혜로운 친구에 목말라하는 그를 만남으로서 위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인데,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서 난 삶의 큰 위안을 받고 있는 중이어서,

이 책은 그렇게 더 소중하고 귀한 책이 되었고, 저 말이 마음에 새로이 새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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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아홉 번째 인터뷰 특강, 선택 인터뷰 특강 시리즈 9
김진숙 외 지음, 서해성 사회 / 한겨레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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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바꿀 수 있는 것도 있고 바꿀 수 없는 것도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운명>이라 한다.

삶에서 <운명>은 꽤나 많은 것을 쥐고 있는데,

열린 사회일수록 운명의 손아귀엔 움켜쥐고 있는 게 상대적으로 적다.

역으로 닫힌 사회에선 운명의 손아귀에 많은 존재들이 명줄을 잡혀 있게 된다.

 

한국 사회는 갈수록 <닫힌 방향>으로 달려가는...

사회의 진보가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이행되는 것이 자연 법칙으로 믿던 때도 있었는데,

마르크시즘의 낙관론이 심히 훼손되고 부정당한 1990년대 이후,

열역할 제2법칙의 방향조차 뒤바꿔버리려는 듯, 무질서에서 <단일 질서>의 세계로

<열린 사회에서 닫힌 사회로> 무자비하게 걸어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탄식하게 된다.

 

다시 선택의 심판대에 선 2012년.

5년 전, 이명박이란 허술한 후보보다 나은 후보가 없어서, 정말 매력적인 후보가 하나도 없어서...

그 이상한 사람이 대선의 승리자가 된 정말 블랙코미디의 선거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강줄기가 황토흙을 토해내면서 증명하고 있고, 그 강줄기 따라 자전거 없는 자전거 도로들이 웅변하고 있다.

용산에서 타죽고, 쌍용에서 두들겨 맞고는 수십명이 목숨을 버린다.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세상을 참으로 빨리도 당겨 왔다.

오죽하면 전직 대통령조차 의문사하였으나, 모든 의혹을 밝히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올해의 <선택>을 위한 여섯 명의 특강집.

이 책을 해마다 읽어왔지만, 이번 특강들은 무지 뜨겁고, 재미있다.

가장 뜨거운 이야기는 역시 <김진숙>이고,

뜻밖에 가장 재밌게 읽은 건, <정재승>이다.

상당히 재미있던 건 <정연주>였고,

역시 유익했던 건, <한홍구>였다.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심심했던 건 <조국>과 <홍세화> 정도...

 

불만있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욕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에요.

조직하고 움직여야 세상이 바뀝니다.(김진숙, 67)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중

법의 목적은 평화이고,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다.(조국, 168)

 

미국의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1년 세계언론 자유도에서,

한국이 '부분자유국가'로 강등되는데,

노태우 때도 '자유국가'였다. 전두환 이래 최악의 언론 탄압이다.(172)

 

스파게티 면 높이 쌓기.

1위 건축가(당근), 2위 CEO와 비서(CEO는 비서 없음 바보) 3위 유치원생(헐~ 역시 사고의 유연함 ㅋ~)

4위 CEO(바보), 5위 변호사(바보보다 못한 입만 산 멍청이) 6위 MBA 학생(장래 바보)

 

사고가 유연해야 한다.

바보라면 비서라도 잘 써야 한다. (남의말 들을 줄 아는, 소통이 필요하다.)

근데, 이 바보들에게 인센티브를 도입했더니... 모오두~~~ 똑같이 바보가 되었다.

욕심은 모든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인센티브 효과를 얻으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재승, 228)

 

정재승의 이야기는 무지 재밌다.

 

인간은 정말 합리적이지 못한 존재다.

근데 맨날 '나 이거 정말 합리적'으로 생각했다고 생색낸단다. ㅋ~

인간은 늘 충동구매를 한다. 그러니 시장 예측은 빗나가게 마련인 셈.

 

성공한 사람들의 의사 결정법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성실히 모은다.

남들보다 한 템포 앞서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임을 알게 되면, 혹은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면, 조정한다. 반복하거나 번복도 한다.

신중하게 한다고 미루는 거... 보통 사람들인데... 바보다. 임팩트가 없다.

 

결론 : 유치원생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겸손함과 결단력!

 

험한 시대란 건 뭐예요?

청춘들로부터 <선택>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빼앗아가버리는 시대.(한홍구, 313)

 

올해 대선의 <선택>은 앞으로 5년이 아니라, 이미 잃어버린 10년을 1970년대 개발독재처럼 되돌려 놓을 것이다.

선택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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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법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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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책을 많이 읽었다.

주로 삶의 국면에서 만나게 되는 사태들에 대한 질문과 대답, 즉문즉설들이었다.

 

근데, 오연호가 조국 다음에 취재한 대상이 법륜 스님이었을 때, 이 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멘토로 생각한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내가 알던 법륜 스님의 이미지완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멘토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다.

 

법륜 스님의 생각은 막힘이 없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법륜 스님이 추구하는 몇 가지 이상 중의 하나가 <통일>이다.

환경도 중요하고,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금, 미국이 몰락하고 중국이 흥하는 이 시점이 <통일>에 대하여 강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는 때라는 말에는 공감 200%다.

 

통일에 대한 남,북 정치가, 인민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는지,

통일을 위해 우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통일 일꾼을 어떻게 뽑고, 어떻게 만들어가야할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이미 좌아악 그려져 있다.

 

물론, 이 그림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려진 것들이다.

한국 정치판은 <소승적 차원>에서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욕심쟁이들의 이전투구판이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또 어떤 몽니가 정치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생각처럼 쉬운 일이라면... 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아, 가장 최근의 두 대통령이 고인이 되셨구나... 모두 이명박 탓이다. 검찰 탓이다. 나중이라도 그 죄는 캐물어야 한다.)

어떻게든 통일의 못을 하나하나 박아나갔을 것이다.

한방에 그 못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을 보면, 통일 논의는 그닥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통일을 논의하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올해의 정치판이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한다.

 

통일 논의가 평화 논의로 변질되는 과정도 정확히 꿰뚫고 계시고,

한국 정치판의 엉망인 것을 다 떠안고 가야하는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깔끔하다.

역시 멘토가 될 만 한 인물이다.

 

의병의 자세로 통일일꾼이 되고자 하신다.

 

"명예와 이익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좋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무리수를 두면서 수구꼴통을 안고가지 못한 남-남갈등은 해소해야 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남한은 자본주의 사회이니 그 핵심인 경제력이 세습되는 것이고,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이니 제일 중요한 정치 권력이 세습되는 거죠.

양쪽 다 체제의 핵심 권력이 세습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것이 합법적인 차이가 있고...(181)

 

스님은 결코 한쪽을 일방으로 비판하는 일이 없다.

늘 균형을 갖춰서 양쪽을 모두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진다.

 

통일을 앞두고 북한과 소통해야 하는데, 스님은 그 소통의 일선에서 일하신 지 20년이 되었다.

안철수 대통령이 나오면, 통일부 장관이라도 해 주셔야 하는데 ㅎㅎㅎ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구심점으로 대한민국이 설 수 있다면,

이 나라가 정말 발돋움이 아니라 날개를 다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 유신 공주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쇼를 벌였는 모양인데,

왜 빨간 색을 싫어하던 넘들이 빨간 색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어 자못 흥분되기도 했다.

 

돈만 많은 양아치의 나라가 아니라,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는 '니들만의 천국'이자 '생지옥'인 나라가 아니라,

식민지와 분단, 전쟁의 지난 100년의 상처를 완전히 청산하고나서,

완전히 새로운 100년을 향한 설계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가진자의 정치는 파이를 키우는 것만 이야기한다. 파이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이 파이를 키우라고 하지 않았다. 마음이 뚱뚱한 자는 바늘구멍으로 낙타가 지나가길 바라라고 했다.

오병이어로 수천명이 먹어도 그릇그릇 산더미같이 남는 세상은, 파이를 나누는 일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적어도... 만족할 수 있음의 이야기다. 많아서 배터지게 먹는 이야긴 아닌 것이다.

 

통일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면, 양극화 해소는 파이를 잘 나눠갖는 것이지요.

키워지지 않는 파이 안에서 분배의 균형점을 잡아나가려고 하면 심한 갈등을 불러오겠죠.

통일이야말로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계기죠. 통일과 복지는 함께 가야 합니다.

양극화 해소가 내부 질서의 조절이라면, 통일은 외부 환경 조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외가 맞물려 있어서 이 둘 중 하나만 갖고는 어느 것도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267)

 

넓게 보고 멀리 보면, 해법이 보이기도 할 것이다.

남남 갈등의 구도를 대승적 차원에서 뛰어 넘는다면,

그러기 위해 통합적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다면,

부족한 그대로 껴안기에 성공한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혐오감을 느끼는 이라면,

희망이 저주스럽게도 판도라의 상자 안에서 갇혀있음을 아쉬워하는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읽고 나서, 통일 일꾼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스님 역시... 부디 건강하시어 통일을 위한 <모탕 : 도끼질을 위하여 받치는 나무>이 되어주시길...

 

 

 

----------- 시빗거리 하나...

100족 홍익인간의 설명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다. 일본어 '인간'이 들어오기 전까지, 고전에서 '인간'은 '세인지간' 곧 '세상'을 뜻하는 말이었다. 인간을 '이주민' 등으로 파악하기보다는, 하늘나라에서 온 환웅이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홍익인간에 가깝다. 재세이화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있으면서 (하늘의) 이치를 이룬다... 그러니, 인간을 '세상'으로 옮기는 게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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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클래식 보물창고 2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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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빌 언덕이 없는 송아지에게 용기를 주는 '키다리 아저씨'

 

 

이 책을 초등학생 시절에 간추린 동화로 읽었고,

대학가서 삼중당문고로 된 키다리 아저씨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제루샤 애벗(애칭 주디), 고아원에서 자라던 그에게 '키다리 아저씨'란 후견인이 생긴다.

그 후견인은 주디를 대학교까지 공부시켜주고,

필요한 용돈은 물론, 크리스마스 선물과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환상적인 인물이다.

 

주디가 본 것은 다리가 긴 후견인의 그림자 뿐,

그래서 그의 별명을 'Daddy- long - legs' 라고 부른다. 그건 '키다리 장님거미'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볼품없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주디는 자존심이 강한 여성이다.

1912년 작품이어선지, 사회주의 사상이 작품 전반에 흐른다.

<자선>에 대한 자세는 상당히 <독립>적이다.

자선으로 선한 이들의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강하다.

 

그렇지만, 세상은 살만 한 곳임을 보여주기 위하여,

힘들기만한 주디에게 많은 친구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 키다리 아저씨는,

결국 주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만화 <유리 가면>에서 주인공 마야가 힘들 때마다 어디선가 배달되는 <보랏빛 장미의 사람> 역시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

그저 남자 하나 잘 만나기를 평생 원으로 삼는 머리 텅 빈 여자들을 양산할 수도 있지만,

주디처럼 자립심 강한 여성의 편지글을 통하여,

마찬가지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심리적 지지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어린 소녀의 편지글로 계속 이어진다.

키다리 아저씨의 비서만이 가끔 의견을 전달할 뿐이지만,

어린 소녀의 여리지만 강인한 감성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어서,

사춘기 소녀들에게 읽히기 좋은 책이다.

다만,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

남자 하나 잘 만나면 세상 끝~! 이라는 착각을 하도록 만든다면,

여느 한심한 하이티 로맨스에 불과한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제가 겪는 어려움은 바로 이런 거예요.

한 번도 배운 적 없는데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거죠.(25)

 

이 부분을 읽으며서, 키다리 아저씨가 출판된 지 100년째되는 지금 역시,

문화적 차이가 적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오히려 그 격차가 빈익빈부익부의 원칙에 따라더 벌어질 수 있다.

중고생 중에도, 해외 여행을 밥먹듯 해서 여권에 빈칸이 없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수학여행에서야 처음 탄다는 아이들도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화 현상의 유산으로 파악한 사람이,

<아비투스>를 제창한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다.

 

제 뒤로는 18년이라는 공백이 있으니까요.

저는 스스로 무지의 심연에 빠진 것을 깨달았답니다.

제대로 된 가족, 가정, 친구, 서재를 모두 갖추고 산 여자아이들이 몸으로 흡수하듯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을 전 들어본 적도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밤이 되면 소파에 쿠션이라는 쿠션은 모두 쌓아 두고

등을 기대고 앉은 다음 놋쇠로 된 독서용 램프를 옆에 켜 놓아요.

그러고는 책을 읽고 또 읽는 거예요. 한 권으로는 모자라서 한 번에 네 권을 쭉 읽어 나가죠.(38)

 

그 아비투스의 격차를 따라가고 극복하기 위한 주디의 노력을 높이 사 줄 만 하다.

그것이 독서를 통한 것이어서 또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아저씨는 지금 어디 계세요? 궁금해요.

산 정상에서 눈을 바라보며 제 생각을 하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부디 제 생각을 해 주세요.

전 몹시 외롭고 누군가가 제 생각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아, 아저씨와 알고 지내면 좋을 텐데요.

그러면 우리가 불행할 때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잖아요.(202)

 

고독한 영혼은 늘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법이다.

이 소설은 꼭 고아 아이에게 후견인이 도움을 주는 이야기 외에도,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대하여도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어른들도 읽어볼 법한 소설이다.

 

그런 주디에게 저비 도련님이란 친구의 친척분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와 소통되기를 비는 주디는 사랑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안쓰러운 맘도 든다.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얼마나 마음이 잘 맞았는지 알려드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우리는 모든 일에서 생각이 같아요.

그분 생각에 맞추려고 제 생각을 바꾸는 경향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예요.

하지만 그분은 거의 늘 옳아요.

저보다 14년이나 먼저 태어났으니 그럴 밖에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저 나이만 소년일 뿐이어서 돌봐 줘야 한답니다.

그분과 저는 같은 것을 두고 재미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아주 흔한 일이죠.

두 사람의 유머 감각이 정반대라면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그 골을 메울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분은... 아, 아니요. 그분은 그냥 그분이에요.

전 그분이 그리워요.

그립고 그리워요.

온 세상이 텅 빈 것 같고 마음이 아파요.

전 달빛이 싫어요. 그렇게 아름다운데 그분이 여기 없어서 함께 그 빛을 볼 수 없으니까요.(206)

 

사랑하는 마음을 직설적으로 들이미는 방식은

어쩌면 정나미를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정철의 <사미인곡>에서 '범나비 되어 꽃향기를 품고 님의 옷에 옮으리라. 님은 날인줄 모르셔도 나는 님을 좇으려 하노라.'하는 스토커의 자세에 비한다면,

그의 <속미인곡>에서 '한 여자'가 친구에게 '제 사랑'의 어긋남을 하소연하는 구조를 택함으로써

사랑을 더 간절히 표현하게 되는 구성이 훨씬 청자에게 그 사랑의 폭을 크게 한다.

 

주디가 저비 도련님에게 직접 이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곧 키다리 아저씨에게 실토하게 하여, 그 큰 사랑을 절절하게 전달하게 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거부감을 줄여주면서 사랑의 감동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남들이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일을 구경하는 일은 재미있다.

그렇지만 당사자들의 가슴은 '밀-당' 사이에서 타들어가고,

오해로 점철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좋은 인연을 끊게도 된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나서,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여성의 독립적 인생에 대하여 토론하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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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7-0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출간 100주년이나 된 거여요?
100년동안 사랑받으면서도 멈출줄 모르는 사랑이 기대되는 책이니 참으로

글샘 2012-07-09 16:14   좋아요 0 | URL
1912년 출간이니 100년이죠. ^^
저비와 주디는 행복하게 살았겠죠?
 
중학생 토론학교 : 문학 중학생 토론학교
교사공동체 나눔과채움 엮음 / 우리학교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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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고등학생용 토론교실이 5권 완간되었다.

이번에 중학생용 '문학'편이 출간되었는데,

작품이 신선한 것이 참 마음에 든다.

 

개인적인 삶의 탐구에서부터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에까지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신경써 골랐다.

 

1장에서 개인의 '바람직한 삶'을 숙고할수 있는 김소진의 '불나방과 하루살이'가,

2장에서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도덕' 사이의 갈등을 잘 그린 강경애의 '원고료 이백 원'이,

3장에서 개인의 '우정'과 사회적 갈등의 요인 '이념' 사이의 대립을 그린 황순원의 '학'이,

4장에서 실존의 죽음의 위기 앞에서 '실존의 가치'를 그린 작품 미셸 깽의 '처절한 정원'이

5장에서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분배'의 문제를 다룬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6장에서 고난스런 '현실'과 정신병적 '도피' 중 어느 것이 행복일지를 고민하는 이청준의 '조만득 씨'가

7장에서 인간은 목적일지 수단일지를 고민하는 사회 소설, 허균의 '홍길동전'이 제재로 수록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소설마다 붙어있는 학습지들인데,

소설의 이해, 주제에 대한 심화 학습이 가능한 꼭지들을 달아둔 것은 물론이고,

더 깊이 읽기 자료를 수록해 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이 책으로 동아리 활동 같은데 활용한다면,

독서반, 토론학습반 같은 활동에도 큰 재미를 얻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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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7-0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신간을 소개해 주셨네요. 검색해 볼게요.
제 주위에 학생들에게 논술 가르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제가 먼저 보고 소개해 주고 싶네요. 저도 필요하고요.
저도 이런 책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건 색다르게 느껴지네요.

고등학생용 토론교실 5권도 괜찮을 것 같네요. 어떻습니까?

글샘 2012-07-08 19:58   좋아요 0 | URL
중학생 대상으로 참 좋은 책입니다.

제가 일일이 소개해드리긴 힘들구요...
<우리학교>란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현직 교사들의 글들이어서 아이들 가르치기 좋답니다.